[사설] 야생동물 피해 속출, ‘주의 안내판’ 정도로 위험 못막아

지난 6일 수원의 광교산 근처에서 사슴이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2건 있었다. 3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사슴뿔에 허벅지 등을 찔려 크게 다쳤다. 갑작스러운 사슴 출몰에 수원시는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은 사슴 출현에 처음엔 신기해하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무섭다’, ‘대책을 마련해달라’ 등의 불안을 호소했다. 지난 9일 밤에는 의왕시의 한 도로에 사슴이 나타나 지나가는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사슴을 추격해 포획했다. 지난달 24일 아침에는 광주시 농평동 빌라촌에 멧돼지가 출몰, 경찰이 출근·등교 시간대를 고려해 추격 사살했다. 최근 야생동물과 유기동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을 공격해 안전을 위협하는가 하면, 농작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과 농장에서 탈출한 사슴 등으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포획에 투입되고 있다. 피해는 점점 늘어나는데 관련 통계는 부실하다. 경기도,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은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의 출현 신고 건수나 피해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서 집계한 ‘연도별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가 전부다. 때문에 불쑥 나타나는 야생동물 습격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2022년 1만7천519건에서 2023년 2만2천415건으로 1년 새 5천건 가까이 급증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동물이 얼마나 나타나고, 피해를 주는지 통계는 없지만 야생동물 출현과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소방당국이나 지자체 모두 야생동물 출몰과 피해 집계가 없다 보니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대책도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지역을 대상으로 ‘주의’ 안내 현수막이나 표지판 설치가 고작이다.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가 없는 도내 11곳의 지자체는 농작물 피해 보상도 못받는다.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이유는 도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과 사람의 생활 반경이 겹치고,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먹이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주택가 등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어떤 야생동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서식하는지 점검하고 개발 이전 단계에서 서식지 보전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자체에서 피해 규모와 피해 빈도 수 등 전반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이를 기반으로 야생동물 피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통계 및 피해예방 대책으로는 인명·재산 피해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 서식지 보호 대책, 전담기구 및 관리시설 확대, 관련 조례 제정 등 야생동물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사설] ‘주민 직접 지원’ 꺼내든 인천시... 정공법으로 가는가

내년 초 새로운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할 터를 찾는 공모를 다시 한다. 3차례 실패에 이은 4차 공모다. ‘공모만 하고 있을 것인가’ 소리도 나온다. 인천시는 더 이상의 공모는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칠 셈이다. 최근 인천시가 파격적인 공모 구상을 마련했다고 한다. 환경부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간 4자협의체는 이달 중 회의를 한다. 4차 공모의 주요 내용을 정한다. 그간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인천시가 파격적인 제안을 회의 테이블에 올릴 방침이다. 우선 공모 대상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의 지자체만 참여가 가능했다. 개인이나 법인 등 민간 소유의 토지로까지 대상을 늘릴 작정이다. 1, 2, 3차 공모 때 지자체는 주민 눈치를 보느라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주민 직접 지원 방식의 도입이다. 그간 대체매립지 주민을 위한 인센티브는 지역개발 지원 등 간접 지원 방식이었다. 3차 공모 당시 특별지원금을 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폐기물시설촉진법상의 혜택도 추가된다. 대체매립지 사업비의 20% 정도를 주민편의시설 설치에 지원한다. 또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20%로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간접 지원은 주민 체감 효과가 없다는 점이 한계다. 지원금액은 어마어마하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주민 동의 방식의 변경도 제안할 방침이다. ‘사전 주민동의’를 ‘사후 주민동의’로 바꾸는 방안이다. 대체매립지의 최소 면적 기준도 절반 이하로 줄일 참이다. 3차 공모 때는 90만㎡였다. 대체매립지에는 소각재만 묻는 만큼 절반으로 줄여도 큰 문제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100만㎡급의 유휴 부지를 찾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3개월인 공모 기간도 배 이상 늘릴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행정 절차 외에도 지역사회 공론화나 주민 설득 등을 위해서는 3개월은 너무 촉박해서다. 주민 직접 지원 구상은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지역 개발이나 기금 조성 등은 ‘공유지의 비극’ 이론과 닿아 있다. 모두가 공유하는 자원은 내 것이 아니라고 본다. 특별지원금뿐 아니라 다른 지원들도 직접 지원으로 돌리면 주민 개별 혜택이 적지 않다. 유치 경쟁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금의 매립지가 아닌, 첨단 친환경 대체매립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시작 이후 환경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해외 선진 사례를 뛰어넘는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매립지=혐오시설’의 인식을 걷어내야 공모가 성공한다.

[김종구 칼럼] 돈 벌 대통령, 돈 쓸 대통령-트럼프 교훈

우리에겐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돈을 벌어올 사람으로 여겨졌다. -현대에 취직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능력을 발휘해 고속 승진을 했다. 본인 결혼식에도 회사 일 때문에 늦었다. 세계 공사판을 누비며 외화를 벌었다. -여기까지가 일반인 유권자가 아는 이명박이다. 더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돈 벌어올 대통령감이면 족했다. 때마침 상대는 자칭 폐족(廢族)이었다. 역대 가장 압도적 표 차이가 났다. 박근혜 후보에게도 비슷한 기대는 있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향수였다. 여전히 인기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가발 수출’, ‘독일 광부·간호사’, ‘중동 건설’.... 외화벌이에 모든 걸 걸었던 지도자다. 아버지의 피가 안 있겠냐는 기대였다. 문재인 후보와의 박빙의 승부에서 이겼다. 하지만 벌어온 돈 없이 탄핵됐다 -탄핵 얘기를 여기서 따질 것은 아니고-. 그 후 ‘돈 벌어올 보수 후보’가 있었을까. 홍준표·윤석열 후보. 둘 다 아니었다. 민주계, 진보 진영은 더 없다. ‘돈 쓰겠다’는 선거로 일관했다. 2010년 즈음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의 등장이었다. 말은 그럴싸한데 결국 돈 쓰자는 거다. 밥 주겠다, 교복 주겠다, 지원금 주겠다.... 밥값, 옷값, 현금 퍼주기다. 나라 곳간에서 돈 빼 먹자는 정책이다. 그 곳간을 채우겠다는 목소리는 없거나 묻혔다. 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소주성’까지 등장했다. 이제 한국 정치가 트럼프 현상과 만났다. 미국 표심의 쏠림이 충격적이다. 우리에게 닥칠 파고가 걱정이다. 너도나도 트럼프를 끌어다 붙인다. ‘김종구 칼럼’도 방향을 잡아봤다. 내게 별다른 정보가 있을리는 없다. 가장 일반화된 주제다. ‘트럼프는 경제동물이다’, ‘트럼프는 타고난 협상가다’, ‘트럼프는 돈 앞에 피도 눈물도 없다’. 막말, 파격까지 다 덮어 버린 트럼프의 무기다. 표심은 자명하다. ‘돈 벌어올 대통령’을 뽑았다. 트럼프의 시작은 2016년이다. 세계를 향해 금전 독촉장을 날렸다. 우방이건 동맹이건 필요 없었다. ‘(한국·일본은) 자발적으로 미군 주둔 비용을 올려라. 한국은 50억, 일본은 80억이다. 달러($)다’, ‘나토가 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될 것이다’. 돈과 공장이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2017년 일자리 210만개 창출, 실업률 4.1% 감소’. 미국 민주당은 그때부터 질식했다. 우리도 트럼프를 말하고는 있다. 그런데 목적에 따라 방향이 제각각이다. 사법리스크를 이겨낸 트럼프, 더불어민주당 목소리다. 정통 보수의 승리,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반은 공감하고 반은 반대한다. 왜 안 그렇겠나. 어차피 두 쪽으로 갈린 진영논리다. 비틀 필요 없다. 세상 다 아는 교훈 그대로 받으면 된다. 수출을 늘릴 후보, 일자리를 만들 후보, 실업률을 떨어뜨릴 후보. 그게 트럼프였다. 우리 정치가 배워야 한다. 11일, 이재명 대표는놀라운-적어도 내게는-발언을 한다. “성장이 곧 복지다.” 경제인과 만난 자리였다. 복지 지상주의자로 알았는데.... 언론은 ‘이재명의 우(右)클릭’이라고 쓴다. 트럼프 승리에서 배운 것 아닐까 싶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용하다. 미국 보수에 올라탈 만도 한데.... ‘돈 버는 트럼프, 한국 보수가 하겠다’고 할 법도 한데.... ‘퍼주기’ 흉내 10년, 보수의 본질까지 잊은 것 같다.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미국인의 선택이 얄밉도록 부럽다. 2027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우리도 그런 화두로 덮이길 소망한다. -‘돈 벌 대통령’인가, ‘돈 쓸 대통령’인가-.

[지지대] 비트코인 1억원 시대

비트코인 1억원 시대가 열렸다. 정확히는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억2천300만원. 이 글을 독자들이 볼 때는 얼마에 거래가 되고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후 비트코인 가격이 30%가량 급등해 9만달러를 넘어섰고 전문가들은 10만달러 도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다시금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한 것을 보면 당분간 강세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반면 국내 증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선 당선으로 향후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통령 공약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세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라는 캐릭터로 인해 전 세계의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가상화폐가 이슈로 떠올랐을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3천만원대였다. 당시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며 국민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드는 것을 우려했다.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아 비트코인은 1억원을 돌파했다. 여전히 국민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비난만 할 것인가. 다가오는 제2기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정부는 무슨 말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슈&경제] APT APT, 아파트 너는 누구냐

블랙핑크 로제가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APT.’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들 사이에 도대체 APT(아파트)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역사는 1930년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지은 미쿠니(三國) 아파트가 최초 아파트로 현재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주택법상 아파트는 5층 이상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3층인 미쿠니 아파트가 아닌 1932~1933년 지은 5층 건물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 아파트가 최초 아파트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서대문 충정로역에 가면 보이는 초록색 낡은 건축물이 바로 충정 아파트로 6·25전쟁 때는 북한군 인민재판소로 사용됐고 수복 후에는 유엔군 숙소로 쓰이기도 했다. 아무튼 두 곳 모두 100년이 다 돼도 끄떡없는 것을 보면 건축 기술이 좋은 우리나라가 재건축 허용 연한이 30년인 점은 기술적인 안정성 문제보다 새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우리의 그릇된 주거문화의 씁쓸한 한 단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1982년 이전에 지어 윤수일 아파트보다 오래된 아파트가 아직도 서울에서만 무려 6만가구나 남아 있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반포주공1단지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서울의 노후 아파트 대부분이 윤수일의 아파트보다 오래됐다. 최근 서울시의 신속 통합 기획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추진 후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서울에서 새 아파트는 항상 부족하다. 서울은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신규 택지가 없어 기존 노후 건축물을 재건축하거나 재개발하는 정비사업이 아니면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으로 2026년에는 서울의 입주 물량이 1만가구 아래로 떨어진다. 2017~2019년 4만가구 이상이 입주했음에도 아파트 가격이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입주 물량 감소는 서울 아파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월 대비 35% 급감했고 주간 아파트 변동률 역시 하향 안정이 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시장의 안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최근 물량 앞에 장사가 없다는 공식이 깨졌다. 2008년 잠실 일대 엘스 등 2만여가구의 아파트가 동시에 입주하면서 1년 정도 강남권 매매, 전세가 약세였고 2019년 송파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헬리오시티 9천510가구가 입주할 때도 전용 84㎡ 전세가 4억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1만2천가구 물량 폭탄을 예상했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가 다가왔음에도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전세나 월세가 올라가고 있다. 서울 전체적인 입주 물량 부족,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와 조건부 전세대출 시행의 정책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임대보다 직접 입주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서 더 늦으면 영원히 기회를 잡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 매수자들보다 입주 물량 부족, 전셋값 상승, 금리 인하 등을 생각하면 호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면서 버티는 매도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 이런 살얼음판 위에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에서 주거문화를 넘어 신분 계급이 돼버린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수요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저출산, 서울 집값, 지방 침체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이들 문제의 원인은 바로 서울 과밀화 집중화다. 좋은 교육환경과 우수한 주거 인프라,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으로 나눠 주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기고] 겨울철 위험기상을 대비하는 끝없는 도전

겨울이 되면 기상청 예보관들의 과제는 하나 더 늘어난다. 강수가 있을지 없을지에 더해 강수가 있다면 그것이 비일지 눈일지, 눈이라면 얼마나 쌓일지에 대한 판단까지 내려야 비로소 적설 예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인지 비인지에 대한 정보는 우리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눈이 자주 오지 않거나 경사가 있는 길은 1㎝의 적설에도 교통이 마비되곤 하며 제설작업 시간을 놓치면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으로 변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겨울철 항공기 운항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눈이다. 비행기 기체에 눈이 쌓이면 모두 치워야 이륙할 수 있고 활주로에 눈이 쌓이면 비행기 이착륙은 금지된다. 농작물 관리나 해상 어로 활동, 건설 현장 관리 등에도 눈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눈으로 내릴지 비로 내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영하의 온도를 갖는 차가운 구름에서 얼음 알갱이들이 생성되고 이들이 서로 엉겨 붙고 뭉쳐져 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점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하층 기온에 의해 모두 녹으면 비로, 채 녹지 못하면 눈으로 내린다. 그런데 지상의 우리에게 도착하는 순간의 ‘강수 형태’는 눈과 비로 간단히 구분되지 않는다. 구름 속 눈이 지표에 도달하기까지 지나오는 공기층 온도가 때와 지역, 높이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다 따뜻한 공기층에서 살짝 녹으면 눈과 비가 같이 있는 ‘진눈깨비’로 내릴 수 있고 그러다 지상 주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살짝 다시 얼며 살얼음 형태의 ‘어는 비’로 내릴 수도 있다. 특히 이 ‘어는 비’는 차가운 지표면에 닿으며 급격히 얼어붙어 고속도로 등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도로살얼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같은 구름대에서 시작된 강수라도 경기 북부에서는 눈으로 내려 모두 쌓이고, 서울에서는 진눈깨비로 내려 쌓이진 않고, 경기 남부에서는 아예 비로 내리기도 하는 것도 바로 눈이 내리며 지나는 공기층의 온도 때문이다. 산 아래에는 비가 내리지만 산을 오를수록 진눈깨비에서 눈으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니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눈과 비의 상태를 제대로 관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강수 형태의 관측은 관측자의 눈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전국 각지의 23개 관서에 관측자가 상주하며 강수 형태가 바뀔 때마다 이를 관측하여 기록하고 있는데 공간적으로 상세한 강수 형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엔 한계가 많다. 이에 예보관들은 실시간 강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도로용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산지 등 도로가 성긴 지역은 이마저 여의치 않다. 기존 강수 형태 관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청은 수평과 수직으로 편파된 전자기파를 이용해 눈비를 구분할 수 있는 이중편파레이더를 도입해 2019년 관측망 구축을 완료했다. 또 눈과 비에서의 이중편파레이더 관측자료의 특성을 파악하는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대기 상층에 떠 있는 강수 형태 정보를 산출해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으로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의 3차원 온도 및 습도 정보, 지형의 높이 정보를 이용해 우리가 체감하는 지상에서의 강수 형태 정보를 산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이중편파레이더를 활용한 눈비 분류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창 개발 중인 새로운 도전 과제이며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기술이다. 집중호우, 태풍 등 여름철 위험 기상 감시에 있어 기상레이더는 이미 대체 불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눈과 비를 구분하는 강수 형태 정보가 겨울철 안전을 지킴으로써 앞으로 기상레이더가 더욱더 국민의 일상에 안전과 편의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자춘추]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음주운전 사고는 증가·감소를 반복하며 연평균 1만5천여건 발생, 230여명 사망, 2만4천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음주운전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음주운전자의 판단력 저하에 따른 중앙선 침범, 다중 충돌사고 등 예측할 수 없는 치명성과 일반 사고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치사율에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방지대책은 단속과 처벌에 중점을 둬 왔으나 음주운전 사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혁신적인 음주운전 사고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2023년 10월24일 도로교통법을 개정,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이 제도는 2024년 10월25일부터 시행됐으며 최근 5년 이내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가 결격 기간이 종료된 후 자동차 등을 운전하려는 경우 시·도경찰청장으로부터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아야 하며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결격 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부착해야 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시동을 걸기 전 호흡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으며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면허가 있는 상태에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없는 차량을 운전하면 무면허운전에 준하는 처벌을 받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면허취소되는 등의 처분을 받는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음주운전 상습 위반자의 재범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운전면허 결격 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행동 교정 효과도 기대된다. 또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도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사전 예방적 접근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운전자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안전한 도로교통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만평] 가뜩이나 부담스러운데...

[사설] 성남FC 사건 재판부의 검사 퇴정 명령, 그 의미는

성남FC 의혹 사건에서 의외의 상황이 생겼다. 재판부가 규칙 위반을 이유로 담당 검사를 퇴정시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의 11일 결정이다. 검사가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를 남용했다는 이유다. ‘관한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 직무를 대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사가 반박하며 휴정을 요청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검사들이 모두 퇴정했다. 피고인은 두산건설·네이버 임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 7명이다.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해 2022년 9월 기소했다. 기소 이후 담당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로 발령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공판 때마다 재판에 참여해 왔다. 공판기일마다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받는 자격이다. 대형 사건의 경우 공소 유지를 위해 검찰이 관행처럼 사용하는 형식이다. 2023년 9월부터 계속 이랬는데 재판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검찰은 역으로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을 주장했다.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발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반발의 직접적 이유는 소송 차질이다. 재판 도중 공판 검사 교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직결된다. 그만큼 사건이 민감하고 진술 구성도 복잡하다. 당장 다음 공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도 불확실하다. 다음 기일은 예정대로 25일로 잡혔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재판부다. 중요 사건에서 관행으로 행해졌음도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제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11일 공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번 주는 이 대표 관련 사건의 선고가 시작된다. 선거법 위반 1심이 내려질 15일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이런 때 사건 본안(本案) 외 문제를 꺼낸 셈이다. 재판부는 단순한 ‘불법 지적’이라는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여론의 해석은 분분하다. 하나는 성남FC 사건에 대한 재판부 시각이라는 해석이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 제기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주장한다. 결국 ‘무죄 등 피고에 유리한 판결’로의 희망으로 연결된다. 말할 것 없이 이 대표 측 여론이 보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재판 진행의 한 절차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결과를 암시한 진행을 할 리 없다고 본다. 이 해석은 대체로 이 대표에 대해 적대적 관계에 놓인 정치권 또는 여론의 주장이다. 정치나 여론이 재판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 뜻은 예단 없이 지켜봐야 한다. ‘잘못된 관행 지적’까지가 공개된 전부다. 검찰은 어떤가. 공소 진행 방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말했다.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재판부 불신의 일단을 내비쳤다. 성남FC 재판 관전평은 여기까지다. 이를 넘어서는 해석은 각자 여론의 영역이다.

[사설] 주차전쟁·주차지옥, 정부∙지자체 대책 시급하다

경기도내 주차난이 심각하다. 도심의 주택가와 번화가에선 주차 문제로 다툼이 종종 일어나는가 하면 칼부림 사건 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극심한 주차난에 불편이 가중되면서 주차 민원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 ‘주차’라는 키워드로 들어온 민원 건수는 2021년 1천270건에서 2022년 3천326건, 지난해 4천783건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도 9월 말 집계 4천650건이나 된다. ‘주차’라는 키워드로 추산된 결과여서 주차난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주차 관련 관심과 불만이 계속 증가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집계된 도내 운행차량은 총 652만5천98대에 이른다. 1천400만 경기도민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매년 40만여대의 차량이 신규 등록되고 있다. 주차장은 늘지 않는데 차량만 늘어나니 주차난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도심에선 주차할 곳이 없으니 주정차금지구역에도 불법주차가 수두룩하다. 거주자우선주차장과 공용주차장이 포화상태여서 과태료를 내게 돼도 어쩔 수 없어서다.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지자체들이 주차장은 늘리지 않고 과태료 부과에만 열심이기 때문이다. 도심지역 주차공간 확보는 오랜 과제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부터 주차난이 심각한 시·군에 도비를 지원, 공영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주차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계획된 주차환경 개선사업 159건 중 9월 기준 61건이 준공되지 않았다. 총 1만5천여면 중 약 50%인 7천500여면에 달한다. 부지 확보와 토지 보상 등의 문제가 있다. 2020년에 계획된 성남 숲속커뮤니티 복합센터 주거지 공영주차장은 공정이 5%다. 같은 해 계획된 고양 탄현체육센터 주거지주차장은 실시설계가 진행 중으로 착공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2022년 구리 검배근린공원 공영주차장 조성 계획은 지적경계 침범 관련 이의 제기로 공사가 일시 중지됐다. 주자창 부족과 불법주차로 주민 간 다툼, 긴급차량 진로 방해,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야기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차량 폭증에 따른 주차공간 확보를 어떻게 할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변의 학교, 공공기관, 종교시설 등의 활용, 주차장 빈자리 표시 앱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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