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부터 ‘비틀쥬스’까지…CJ ENM, 올해 글로벌 대작 뮤지컬 라인업 공개

쇼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리는 ‘브로드웨이 42번가’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물랑루즈’, 기발한 상상력의 팀 버튼 세계를 구현한 ‘비틀쥬스’ 등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뮤지컬 대작들이 올해도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CJ ENM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베르테르’ 등 2025년 뮤지컬 라인업을 발표했다. 지난 25년간 웰메이드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작품은 이번 시즌에서 ‘클래식 캐스트’ 엄기준, 전미도, 이지혜에 ‘뉴 캐스트’ 양요섭, 김민석, 류인아가 합류한다. 작품은 오는 17일부터 3월1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여름에는 화려한 무대, 경쾌한 탭댄스와 음악,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관객들의 무더위를 가시게 할 예정이다. 작품은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시골에서 상경한 주인공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 스타라는 댄서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1980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5천회 이상 장기 공연 기록과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등 주요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품은 오는 7~9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지난해 평균 객석 점유율 99.9%를 기록한 화제의 뮤지컬 ‘킹키부츠’가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전혀 다른 두 남자 ‘찰리’와 ‘롤라’가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통해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살리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 작품은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관객수 70만 명을 넘어섰다. 공연은 10월 말~12월 초 지방 투어에 이어 12월 중순~내년 3월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이어진다. 11월~내년 2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는 2022년 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 초연한 뮤지컬 ‘물랑루즈!’가 약 3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버전이다. 마돈나, 엘튼 존, 비욘세 등 팝스타들의 70여개 명곡으로 구성된 뮤지컬로, 2021년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 10관왕의 영예를 얻었다. 국내 초연 당시 화려한 샹들리에와 코끼리, 풍차 모형 등 압도적 스케일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올해 더 화려한 프로덕션으로 돌아왔다.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팀 버튼의 세계를 무대에 구현한 작품 ‘비틀쥬스’는 연말에 찾아온다. 지난 2021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 후 4년 만의 귀환이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2019년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같은 해 외부비평가상 등 브로드웨이 3대 뮤지컬 시어터 어워즈를 휩쓸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비틀쥬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2025년에도 지난해에 이어 CJ ENM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들로 라인업을 구성한 만큼 관객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음악으로 전하는 새해 희망… 경기도 곳곳 신년음악회 ‘풍성’

2025년 새해를 맞아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다양한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청아한 목소리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소프라노,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등과의 협연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의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을사년 시작을 알리는 경기도의 다채로운 공연을 모아봤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오는 1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새해의 희망찬 출발을 알리는 ‘신년음악회’를 선보인다. 공연은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 ‘신세계로부터’ 등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프로그램으로 새해의 설렘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특히 떠오르는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과 경기필하모닉의 수준 높은 연주로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는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음악회의 1부는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 Op. 92’로 힘차게 연다. 카니발 서곡은 드보르자크의 작품 중 가장 생동감 넘치는 오프닝 곡으로, 활력과 기쁨이 넘치는 축제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이어 첼리스트 한재민이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 a단조, Op. 33’을 연주한다. 첼로 협주곡 1번은 생상스의 걸작으로 꼽히며, 단악장 구조 안에서 극적이고 서정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첼로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대화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한재민의 섬세한 기교와 강렬한 표현력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를 얻고 있다. 음악회의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e단조, Op. 95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 2악장의 잔잔한 선율은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4악장은 힘차고 희망찬 종결로 청중을 압도한다. 경기필하모닉은 이 곡을 통해 신년의 힘찬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성남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예술총감독 금난새의 지휘로 ‘2025 신년음악회’를 연다. 글리에르의 ‘교향곡 2번 2악장’으로 포문을 연 뒤 소프라노 구민영이 이수인의 ‘내 맘의 강물’과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 미국에서 활동중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찰리 올브라이트가 함께 무대에 올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해 성남시향과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2부에서는 첼리스트 채태웅이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테마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해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오는 24일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선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의 ‘2025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화성특례시 승격을 기념해 마련되는 이번 음악회는 최정상 피아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이 포디움에 올라 바싸르오 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소프라노 강혜정이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Violin Romance No. 2 in F Major, Op. 50’, 마상네의 ‘Thaïs-Méditation’, 몬티의 ‘Czardas’ 등 클래식 음악의 걸작들을 무대에 올린다.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와 폴카 등 전 세계 신년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또 소프라노 강혜정이 ‘Frühlingsstimmen Waltz’를 선보이며 한해의 힘찬 출발을 알릴 예정이다.

“쓰레기, 유물이 되다” 수원시립미술관x김명중x 프로쉬 공동 프로젝트 ‘22세기 유물전’ [전시리뷰]

“21세기 사람이 사용했던 플라스틱 목마가 발견됐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버린 일회용 컵,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일회용 숟가락, 이불과 양말을 널었던 빨래집게, 약수터에서 만났을 바가지, 휘다 못해 구부러진 옷걸이…. 일상에서 매일 접했을 평범한 물건이, 헤지고 바래져 버려진 ‘쓰레기’가 후손에 의해 발견된다. 그렇게 발굴된 조상들의 ‘유물’은 대서특필 되고, 곧 박물관에 전시된다. 학자들은 이 ‘유물’을 통해 역사를 연구하고, 아이들은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을지 상상을 펼친다.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x사진작가 김명중(MJ KIM)x친환경 세제 브랜드 프로쉬의 시민 주도형 공존 프로젝트인 ‘22세기 유물전’은 김명중 작가가 ‘22세기 후손들은 청자와 장신구가 아닌,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발굴해 유물로 여기지 않을까’라는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에서 출발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 유명한 김명중의 첫 정물 사진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정물 사진 19점과 함께 작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목격한 지금의 환경오염 실태가 담긴 생생한 풍경 사진 5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땅에 반쯤 박혀 버려진 콜라병을 보게 된다. 우리는 땅을 파면 소중한 청자와 같은 유물이 나왔는데, 아이들은 땅을 파면 이런 쓰레기를 발굴해 유물로 연구하지 않을까? 작가는 그렇게 사진을 찍어 나갔다. ‘22세기 유물 76호 부산 송정 인근 출토 배달 용기’, ‘22세기 유물 93호 경북 울진군 금강송명 출토 헤드셋’, ‘22세기 유물 61호 경북 금호서원 출토 선풍기 날개’….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신라시대의 화려한 장신구, 선사시대의 토기가 전시돼 있듯 플라스틱 숟가락, 칫솔, 마스크 등 각종 일상 물건이 빛바랜 모습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쓰레기 정물은 마치 박물관이나 옛날 도감에서 봤을 법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표현됐다. 누군가 버렸을 쓰레기가 귀중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올려진 모습과 제목은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물건들을 진지하게 연구할 미래를 상상하며 웃음이 지어지다가, 이내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김 작가가 경험한 환경오염 사진 작품을 전시해 문제를 제기한다. 두 번째 섹션에선 22세기 유물 사진 19점을, 세 번째 섹션인 아카이브 공간에선 작가의 인터뷰와 함께 환경 관련 도서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섹션에선 업사이클링 작품 제작 등 전시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명중 사진작가는 “미래의 유물을 미리 들여다보는 블랙코미디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가 모르는 새 지구를 병들게 했다는 풍자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성되는지 생각해 보고, 후손들을 위해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대규모 상설전, 국제전까지…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누리는 예술의 즐거움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다양한 전시로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히며 세계속으로 확장한다. 한국미술의 대표작으로 구성한 대규모 상설전으로 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광복 80주년을 맞아 시대의 사회적 의제를 다룬 주제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시대 국내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전시도 예정됐다. 올 한해 미술의 기초부터 한국 미술사의 맥락과 깊이를 알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는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오는 5월부터 소장품을 활용한 상설전 ‘한국미술 1900~1960’을 선보인다. 김기창,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70여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통미술의 변화와 서양화의 도입, 해방과 전후 시기의 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오지호(1905~1982), 이중섭(1916~1956) 등 특별 섹션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층적으로 살펴보고 이들이 모색하고자 했던 삶 속 예술의 의미를 면밀히 찾아 나선다. 6월부터는 상설전 ‘한국미술 1960~1990’이 이어진다. 앞서 선보인 1960년대까지의 한국 미술에 이어 김환기, 민정기, 유영국 등 90여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1960년대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 여러 양상으로 분화했던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핀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수상작’,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등의 소주제를 통해 미술사 맥락에서 놓치기 쉬운 작가들의 작업을 재조명한다. 김환기(1913~1974), 윤형근(1928~2007) 등 작가의 특별 섹션도 마련돼 이들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몰입해 감상할 수 있다. 소장품을 입체적으로 펼쳐보이는 ‘기획전’도 마련된다. 5월부터 8월까지 개최되는 ‘아더랜드 Ⅱ: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는 해외 뉴미디어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로, 중동 출신의 와엘 샤키와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은 자신만의 아더랜드를 탐색하게 된다. 10월부터 내년 2월엔 ‘국제현대미술’전이 열려 20세기 이후 유럽, 미국, 아시아 등 국제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조망한다. 국제현대미술 소장품 중 50여점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관에선 5월부터 상설전 ‘한국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는 대표 소장품 80여점을 선별해 추상과 전위, 사물·시간·신체, 형상성과 현실주의,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등의 소주제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살핀다. 4~7월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주최하는 ‘론 뮤익’에선 시각예술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호주 태생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론 뮤익의 대표작 10점과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 등 총 30여 점을 선보인다. 5~7월엔 장애가 있는 몸, 나이 든 몸, 아픈 몸 등 다양한 몸을 통해 사회적 의제를 다룬 기획전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만날 수 있다. ‘취약한 몸’에 대한 통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미적 실천들을 제시하면서 다른 몸을 환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전시다. 동시대를 함께하는 취약한 이들, 이들을 어떻게 우리는 환대할 수 있을지 예술을 통해 둘러보게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덕수궁관에선 8월부터 3개월간 기념전 ‘향수, 고향을 그리다’가 열린다. 일제강점기 국토의 상실과 재발견,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이산, 폐허에서의 생존, 재건의 희망이 새겨진 이 땅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전시는 근대 산수에서 풍경화로 변모하는 근현대미술의 양식적 흐름을 중심으로 ‘노스탤지어’를 표상하는 작품들을 타향, 애향, 실향, 망향이라는 네 개의 시선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조명에서 주권을 읽다”…‘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전

전기가 들어오고, 조명이 어둠을 밝게 비춘다. 격동의 시기, 주권국가로서의 주체성을 띠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는 시대를 밝히고 있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오는 3월 3일까지 개최하는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 전시에서는 개항 이후 전기를 도입하고 덕수궁에 근대 조명기구를 설치해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내외에 설치됐던 장식등(샹들리에), 서양식 촛대 등 근대 조명기구 1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대한제국 국가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장식으로 한 샹들리에는 1904년경 돈덕전 건립 당시 접견실 회랑에 설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이번 전시를 계기로 100여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덕수궁에 지어진 건물들은 조명기구를 비롯한 내부 인테리어가 함께 고려돼 대한제국을 둘러싼 정세 전환 과정과 황실이 추구했던 시대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1부 ‘대한제국, 빛의 세계로 들어서다’에서는 덕수궁에 전등 설비가 마련되기까지 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전기의 도입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883년 미국에 다녀온 보빙사는 첨단 과학기술인 전기를 접하고, 조선 정부에 국내 전기 도입을 제안했다. 고종은 전기를 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해 이를 적극 추진했다. 1887년 미국 에디슨전등회사와 계약하며 경복궁 건청궁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 밝혔다. 이후 각 궁궐에 최신 전기 설비가 도입됐다. 1898년에는 황실 출자기업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돼 궁궐 내 전등 보급이 이어졌다. 대한제국이 근대 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됐던 전기를 도입하며 빛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2부 ‘근대의 빛이 피어나다’에서는 왕의 어진을 봉안하거나 그리는 장소였던 정관헌과 황실의 도서관이던 중명전, 그리고 돈덕전까지 정치와 외교의 중심 무대였던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과 전등을 다뤘다. 덕수궁이 황궁으로 정비되면서 1901년부터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2년 후 황궁 내 독립된 발전설비가 마련됐다. 근대 전환기 정치외교의 중심 무대로써 세계 여러 나라와 동등하게 교류하고자 지어진 구성헌, 정관헌 등의 서양식 건축물에는 건립 단계부터 전등 설비가 갖춰졌다. 덕수궁에는 500개 이상의 전등이 사용될 만큼 다채로운 전등 기구가 유입됐다. 외교의례를 거행하고자 마련된 전각 내부에는 입식의 서양 가구와 커튼, 화려한 샹들리에 등이 채워졌다. 특히 외국 공사의 접견과 황실 행사에 활용된 돈덕전에는 국가와 황실의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넣은 샹들리에를 장식해 세계와 동등하게 교류하는 주권 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3부 ‘황실을 밝히다’에서는 덕수궁 내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의 실내 장식과 공간별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된 영국과 미국산 수입 조명기구 유물을 만날 수 있다. 4부 ‘이화문, 궁궐에서 빛나다’에서는 황실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이후 ‘이화문 유리 등갓’ 등 덕수궁의 조명기구를 만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실감 영상실에서 새로운 빛을 통해 근대의 세계로 진입한 대한제국의 화려한 빛을 현대기술로 감상해 보는 것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베토벤·드보르자크로 여는 신년음악회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신년음악회를 선보인다. 신년음악회는 베토벤과 드보르자크 곡들로 채워진다. 첫 문을 여는 곡은 베토벤의 초기 오케스트라 음악 중 하나인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다. 고전적 아름다움과 에너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명곡으로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 창조의 기쁨과 희망을 담고 있다. 연주를 통해 참된 인간의 모습인 자유롭고 기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드보르자크의 곡은 국내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 김민지와 협연무대가 펼쳐진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첼로 레퍼토리의 정수로 꼽힌다. 깊은 감정과 웅장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첼리스트 김민지가 전하는 드보르자크의 풍부한 감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2부에 펼쳐질 곡은 베토벤 교향곡 제 5번이다. 대중에게 ‘운명’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고전 중 가장 유명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렬한 첫 주제는 우리네 인생의 도전과 극복을 음악적 긴장감과 감동으로 표현한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관계자는 “2025 신년음악회는 어느 때보다 더 훌륭한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새해의 시작을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무대와 함께하며, 가슴 벅찬 희망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의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땀 실로 엮은 담담한 바람…갤러리 베누스, 김순철 작가 초대전 ‘About wish’

거친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리고 다듬어 한지라는 소재를 만든다. 겹겹이 쌓아 올린 한지 위에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한다. 힘을 가해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구멍을 통해 화면의 앞과 뒤를 왕래하며 실을 쌓아간다. 하남에 위치한 갤러리 베누스에선 오는 1월 2일부터 바느질로 시간을 빚고 그 안에 담담한 일상의 바람을 눌러 담은 김순철 작가 초대전 ‘About wish’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에 면실로 바느질하여 실(絲)을 오브제로 한 회화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전통을 재해석 한다. 닥나무 껍질을 다듬어 제작한 요철감 있는 한지 위에 자수의 기법을 접목하며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해 오고 있다. 황금빛으로 쌓아 올린 도자기는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중앙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색색의 꽃은 에너지와 생명력을 내뿜는다. 김영순 평론가는 “자기주장이 강한 한지의 물성은 자유로운 표현을 욕망하는 작가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체험됐다”며 김순철은 그러한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평했다. 작가는 오랜 작업 과정의 의미가 자신을 비워내고자 하는 내면과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한지 위에 바느질, 고단하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수많은 생각을 동반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潛行)에 들게 한다는 것.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짧고 깊은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느릿한 시간은 치유(治癒)와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노동과 내면에 집중한다. 그에게 바느질 행위의 매개인 실은 스스로와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연결 통로이며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는 “화면의 전면과 뒷면을 분주히 왕래하며 쌓여가는 실의 집적은 내면 또는 주변과 소통하며 삶을 이어주는 생명과도 같은 시간의 축적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오랜 작업 과정을 통해 겹겹이 쌓아 올린 실은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으로 전진한다.

천 개의 얼굴 가진 ‘뱀’ 조명…국립민속박물관, 을사년 특별전 ‘만사형통’

국립민속박물관이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오는 3월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만사형통’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 스리랑카 지역의 뱀이 조각된 가면,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최초로 공개한 뱀 관련 세계민속 자료도 만날 수 있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의 모습이 담긴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이지 개념은 민간에 퍼지며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일상 용품에 활용됐다. 남남동쪽을 가리키며 오전 9~11시를 가리켰던 뱀은 해시계, 나침반, 생활용품에 담겼다.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뱀을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지혜를 조명한다. 뱀은 주로 어리석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에 ‘시왕도(十王圖)’, ‘게발도(揭鉢圖)’ 같은 그림에서는 뱀에게 심판받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았던 ‘미심’ 등의 생활용품에서는 뱀을 피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3부 ‘신성한 뱀’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는 뱀이 조각돼 있다. 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 사용했던 가면, 공예품 등을 통해 신비로운 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여성국극·인형극·무용 통해 사회부조리 고발…창작산실 신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신작 축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을 내년에 31편 선보인다. 여성국극과 인형극에서 역사·고전 비틀기까지 신선한 소재와 형식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28일 위원회에 따르면 17회째를 맞은 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지원사업이다. 내년에 선보이는 31편의 공연 중 오는 1월, 신작 무대 6편을 무대에 올린다. 우선 역사와 고전을 모티브로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창작뮤지컬 2편이 공연된다.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열리는 ‘무명호걸’은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호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무협 판타지극이다. 1월 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SA HALL에선 ‘오셀로의 재심’이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가 신화 속 복수의 여신들이 주관하는 ‘에리니에스 특별법정’에서 재심을 받는 독창적인 설정이 추가됐다. 사회문제를 춤과 움직임으로 풀어낸 무용 작품, ‘당신을 배송합니다’(1월 4·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새벽 배송 노동자로 일했던 안무가 백주희의 경험을 모티브로, 배송 노동자가 ‘빠른 배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하루를 그려냈다. 인형극, 여성국극 등 다양한 연극적 형식을 통해 시대를 바라본 연극 3편도 눈길을 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1월 10~19일)는 퍼펫 디자이너인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만든 ‘인형’을 중심으로, 그 인형을 활용하는 작업을 세 명의 희곡 작가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서술한 세 편의 단막극이다. 각각의 극 속에서 인형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물로 표현되고, 세 편의 단막극 연출은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맡았다. 작가 고연옥과 연출 구자혜 등 연극 창작진이 참여해 만든 여성국극 ‘벼개가 된 사나히’(1월 11~19일)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선 작가 배해률과 연출 윤혜진의 신작 연극 ‘목련풍선’(1월18~26일)이 관객을 만난다. 화학공장 인근 마을의 가장 외딴집을 배경으로, 도처에 흐르는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며 끈질기게 애도하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과 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누리집, 인터파크 등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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