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진짜자치’ 양날개 펴고 싶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인천지역 풀뿌리 정치를 되살리면서 ‘인천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인천은 서울시를 배후로 둔 도시의 특성으로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2034년까지 297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천의 올해 본예산은 13조9천24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은 94건으로 군•구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군•구의 자치 생명력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인천의 말초신경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 군•구 곳곳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다양한 행정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힘’을 통해 기초지자체의 권한 강화를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균형발전 주요축 ‘행정체제 개편’… 광역지자체 권한은 ‘0’ 인천의 균형발전을 위한 주요한 축이 ‘행정체제 개편’이지만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한 지방자치의 권한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이 ‘중앙 집권형’ 의사결정 과정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행정체제 개편이 정치적 이슈에 사로 잡혀 시민들의 삶터를 바꾸는 주요한 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세력의 이해만 얽혔기 때문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현재 지방자치법에 의해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의 폐지 및 병합 등 행정체제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를 거쳐 법률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로 인해 인천시도 지난 6월1일 행정안전부에 ‘(가칭)인천광역시 제물포구 등 3개 구 신설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할 수 있도록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는 행안부가 오는 하반기 안에 해당 법안을 국회에 제출, 내년 총선 이전에 행정체제 개편을 마무리 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인천은 지난 1995년부터 2군·8구, 즉 강화·옹진군을 비롯해 중·동·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오는 2026년까지 중·동구를 합쳐 제물포구를 만들면서 영종구를 신설하고, 서구에서는 검단구를 떼어내 결국 2군·9구 체제로 바뀐다. 이에 따라 현재 인구 14만명의 중구와 6만명의 동구는 10만명의 제물포구와 10만명의 영종구로 바뀐다. 이와 함께 인구증가에 따른 분구도 있다. 서구는 인천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도 내륙지역에서는 가장 넓다. 서구의 면적(118.5㎢)은 동구(7.1㎢), 미추홀구(24.8㎢), 계양구(45.5㎢)와 부평구(32㎢)를 합친 면적보다 넓다. 공항철도·공항고속도·아랫뱃길 등 교통인프라가 서구를 남·북으로 분리하고 있다. 시는 각종 복지 등 행정서비스 등을 지역의 특징에 맞게 바꿔 시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상 행정체제 개편의 권한이 모두 ‘중앙집권형’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지역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역에서도 행정체제 개편으로 이어질 청사 이전과 조정 교부금 문제에 대해서는 ‘법 제정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지역에서는 개편 이후 제물포구는 인구소멸 및 타 지자체와의 재정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도시를 품고 있는 검단·영종구와 달리 제물포구는 원도심 지역인 탓에 인구 및 세입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의회의 의견청취도 단 1차례에 그치면서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인천시 관계자는 “중·동·서구와는 이미 행정체제 개편방향과 협력사항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시·도 등 광역지자체의 행정체제 개편 권한을 보장하면, 보다 더 현실적인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도시계획권’ 없는 광역시의 군·구… 풀뿌리 지역 발전 한계 인천지역 군·구에게 도시계획권이 없는 것도 지역 밀착형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계획은 주민의 이익과 지역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권한인 만큼 군·구의 도시계획권 확보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천시는 도시관리계획을 마련하지만, 정작 인천을 구성하는 군·구는 별도의 계획을 만들지 않는다. 즉 도시계획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광역시의 군·구와 달리 도의 시·군은 각자 도시계획권한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광역시의 구청장과 군수는 각종 개발계획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군·구들은 독자적인 생활권이 아닌 인천의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제6회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연수구의 ‘비류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의 지정안’과 남동구의 어린이공원과 주차장, 체육시설을 신설하는 도시계획을 심의했다. 또 서구의 자동차운전학원, 계양구의 골프연습장 신축까지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다. 이처럼 군·구는 스스로 공원이나 주차장을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구의 관계자는 “규모가 큰 도시개발사업이 아닌 작은 공원이나 주차장을 만드는 데에도 시의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탓에 자치구의 자율적인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자치구에서 자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하면 보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텐데, 인천시에서 도시계획에 대한 논의를 하다 보니 의견이 나오는 것도 한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치구의 권한을 확대해 행정적 낭비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色 지구촌 물들이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를 국가 차원의 연결교류로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경기도와 도내 일선 시·군의 선진적인 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글로벌 파동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가 보건·문화·과학을 비롯한 전 분야에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를 대한민국 변화의 중심이자 기회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해외 교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 활성화와 기술 수출 및 국제협력에 두각을 나타내는 도내 사례를 살펴봤다. ■ ‘K-의료’ 돌풍의 주역... 치료부터 미용·웰빙까지 최근 경기도 의료산업이 전 세계 의료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가 진단·치료뿐 아니라 미용, 웰빙 서비스 등 일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선진 의료제도를 시행하면서다. 이처럼 뜨거운 해외의 관심 세례에 도는 의료기술 전수로 화답하고 있다. 도는 ‘경기도 초청 해외 의료인 연수 사업’을 통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10명에게 도의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해 왔다. 올해 도 해외 의료인 연수 지원사업을 수료한 몽골국립의료센터 소속 바트수흐 푸시킨씨는 “경기도의 의료기술 수준은 세계 최상위”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바트수흐 푸시킨씨를 놀라게 한 도 의료기술의 특징은 무엇일까. 의료 전 분야에 시행되는 로봇수술과 도민의 건강한 일상을 돕는 의료관광에 대한 뛰어난 기술력과 서비스였다. 그는 고도의 의료기술을 요하는 중증질환 치료 기술과 도내 병원이 도입·운영 중인 ‘스마트 IT 진료 기술’, 첨단 의료 장비를 활용한 수술 방식을 자국에도 도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도가 선보인 우수 임상 기술과 정보기술(IT) 기반의 첨단 의료기술이 세계 의료인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이들의 연수 과정을 지켜본 김연경씨(가명·38)는 “도내 공공의료 제도나 첨단 의료기술도 뛰어나지만, 의료관광 분야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도는 질병 치료뿐 아니라 미용 등 외국인 수요에 적합한 전방위적 의료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도 의료산업을 향한 외국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는 ‘경기도 웰니스 힐링 여행’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웰니스 관광은 스파·미용 등 여행 중에 즐길 수 있는 의료관광을 의미한다. 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진행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고부가 해외 관광객 유치로 의료관광의 매력을 발산하며 주목받고 있다. 도의 의료관광 정책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2022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통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엔데믹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며 의료관광 수요도 급증했다. 도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두 번째로 많은 의료 관광객을 유치, 지난해 4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도내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찾았다. ■ 경기도표 ‘디지털 전환’... 전 세계 제조업·치안 시스템 ‘새바람’ 인공지능 빅데이터 및 메타버스 등으로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경기도를 찾는 해외 국가도 이목을 끈다. 지난 2016년 경제 우호 교류 협력을 맺은 이후 도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가 대표적이다. 도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감명받은 독일 바이에른주는 지난 2018년 독일 16개 주 가운데 최초로 디지털 전담 부서인 디지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로도 도의 디지털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폭넓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도가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관련 스마트 제조혁신, 스마트모빌리티, 메타버스, 데이터·AI, 디지털바이오헬스 5개 분야·157개 전략과제를 시행하면서 대화의 장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도의 스마트형 공장 구축지원 사업을 살펴본 바이에른주는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스마트형 공장 구축지원 사업은 도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효율, 품질은 높이고 비용은 낮춰 기업의 제조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올해에는 도내 65개 기업이 도 지원을 통해 스마트형 공장 구축을 진행한다. 이에 독일 바이에른주는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도 디지털 전환 정책을 벤치마킹하며 교류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내 일선 시·군의 스마트 안전 정책을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공무원들의 발길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분야별 CCTV를 통합 운영 중인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는 이 같은 경기도 신드롬의 중심에 있다. 스마트도시통합센터는 지역 내 CCTV를 활용해 범죄 예방과 시민들을 위한 안전 조치를 시행하는 시설이다. 교통, 방범, 불법 주정차 단속 CCTV 등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영상정보를 연계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2009년 구축된 센터에는 올해 2월까지 해외 134개국 612개 도시에서 5천14명이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방문했다. 지난해 중남미 여러 국가가 센터를 찾은 데 이어 올해에는 이비차 풀략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시장도 이곳을 방문해 사업현장을 살펴봤다. ■ 경색된 외교도 녹이는 경기도만의 ‘K-컬처’ 경기도가 뽐내는 문화 역량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문화로 외교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경기아트센터 경기도예술단. 절제되고 담백한 부채춤 등을 선보이며 정치색이 아닌 공연예술로 도의 고유한 멋을 알려 경색된 국제관계를 녹이는 모습이다. 이를 본 일본인 관객은 “악화된 한일 관계가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마음껏 기량을 펼치는 경기도 예술인들의 공연을 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진다”고 강조했다. 도 예술단은 2010년부터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문화로 지자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 예술단은 일본 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을 통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김동연 지사가 경기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으로 해외 협력의 장을 마련한다고 강조한 만큼, 도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전 세계 청년들의 호응도 커질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도내 문화 역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문화예술뿐 아니라 도의 우수한 정책과 제도를 해외 여러 국가에 전달하는 종합적인 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제조업 근간 ‘뿌리산업’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나무의 ‘뿌리’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뿌리는 나무가 올곧게 서 있고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하다. 제조업에도 나무의 뿌리처럼 필수적인 업종들이 있다. 제조업에서 제작되는 모든 최종 제품에 내재된 금형, 주조, 열처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뿌리기술을 보유하며 제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뿌리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인력난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지역 경제의 힘’인 뿌리 산업을 집중 조명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제조업의 근간 ‘뿌리산업’, 왜 중요한가 뿌리기술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주조, 금형,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기반 공정기술과 사출·프레스·정밀가공, 로봇, 센서 등 제조업의 미래 성장에 핵심적인 차세대 공정기술로 구분된다. 이러한 뿌리기술을 활용해 주조, 금형, 용접·접합, 소성가공 등 성형공정을 통해 소재에서 부품으로,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제품의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같이 뿌리산업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기계산업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반산업으로 최종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결정한다. 주력 산업 고도화의 발판이 되는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이 위태로워지고, 제조업이 흔들거리면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일반산업단지나 국가산업단지 등을 대상으로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뿌리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오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45개의 뿌리산업 특화단지가 지정된 상태다. 이 중 경기도에는 총 9개의 특화단지가 활동,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시·군별로 따져보면 안산에는 안산도금협동화단지, 반월도금단지, 스마트허브피앤피단지, 경인도금단지 등이 위치해 경기도에서 뿌리산업 특화단지가 가장 많고, 부천·시흥·양주·화성·연천에도 각각 1개씩 뿌리산업 특화단지가 소재하고 있다. ■ 경기도 유일의 금형 특화단지 ‘몰드밸리’, 道 뿌리산업 견인 그중에서도 부천에 위치한 ‘몰드밸리’(오정 일반산업단지)는 경기도에서 주목받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중 하나다. 도내 뿌리산업 특화단지 중에서는 입주업체들이 255개로 가장 큰 산업단지다. 부천 유일의 산업단지인 몰드밸리는 부천시 오정동 일대에 29만884㎡ 부지에 지난 2009년 준공됐다. 2016년 말에는 일부 미분양 토지에 금형 전문기업 12개사를 유치해, 명실상부한 금형집적화 산업단지의 모습을 갖춘 바 있다. 또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과도 가까워 입·출국의 접근성이 높아 금형 제품 수출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곳에 집적해 있다는 몰드밸리 특성상 이곳의 금형 가격은 타 지역보다 저렴하고, 첨단기술과 장비로 빠른 시간 안에 금형을 완성할 수 있는 업체들도 상주해 있다. 또 한국금형센터와 생산기술연구원 금형센터도 몰드밸리에 위치해, 대한민국 최고의 금형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박광용 제6대 몰드밸리협의회장(경인유화㈜ 대표)은 도내 지역 경제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은 몰드밸리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신발부터 반도체까지 특정 제품을 찍어내는 데 꼭 필요한 틀인 금형을 몰드밸리에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완성도 높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몰드밸리의 금형 기술과 제품은 해외 어느 나라에 내놔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뿌리산업 특화단지 선정 이후에는 최첨단 장비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금형 전문 생산공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금형제조 단지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몰드밸리 역시 세계 경기 둔화와 인력난으로 위기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애초에 금형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부족한 데다, 경기 침체로 금형 수주 물량이 부족한 탓이다. 박 회장은 “부천공업고등학교와 도제교육을 통해 미래의 금형인을 양성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입학생이 자꾸 줄어 걱정”이라며 “지자체와 정부가 제조업을 떠받치는 뿌리산업과 뿌리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 뿌리기업 지원·육성 위해 두 팔 걷어 이같이 위기에 처한 뿌리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역시 지원책을 세워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2023년 경기도 뿌리산업 육성 지원사업’을 실시 중이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사출·프레스, 엔지니어링 설계 등 14개 뿌리기술을 갖춘 기업이나 조합이 지원 대상이다. 해당 지원 사업은 △국내외 전시회 참가 지원 △기업애로 컨설팅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도내 뿌리기업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경기도는 국내외 오프라인·온라인 전시회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 참가비는 물론 부스·부대시설 임차비나 장치설치비, 제품 홍보를 위한 전시 홍보물 제작비를 제공한다. 국내 전시회에는 최대 300만원을, 해외 전시회에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한다. 또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컨설팅을 제공 중인데, 여기에는 뿌리기술 공정 관련 기술 애로 컨설팅, 인사·노무 등 경영전반 컨설팅, 정부과제 기획 컨설팅 등이 지원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뿌리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내 뿌리기업들이 여러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테크노밸리, 한국형 실리콘밸리 꿈은 이뤄진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전 세계를 이끄는 첨단 기업의 탄생 배경에 ‘지역’이 있다. 여러 분야의 첨단기업과 인재들이 모여 엄청난 시너지를 만든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 유망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테크노밸리에 모여들고 있다. 경기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지역과 국가를 넘어,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기술과 경제발전의 요람이 되는 ‘테크노밸리’를 통해 지역 경제의 힘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첨단 산업의 메카’ 경기도 기업의 든든한 허브, 테크노밸리 반도체 등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지자체로 우뚝 선 경기도에는 정보기술(IT)기업의 요람이자 테크노밸리의 상징인 판교를 비롯해 광교, 용인 테크노밸리 등이 존재한다. 이와 함께 도는 경기 북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양주 테크노밸리’를 섬유·패션 등 경기 북부 특화 산업과 전기·전자 산업에 IT를 융합한 스마트 생활소비재 산업 육성을 목표로 올 3월 착공, 2026년 준공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고양일산 테크노밸리’는 바이오·메디컬, 미디어·콘텐츠, 첨단 제조 분야 혁신기업 유치를 위한 입지 기반을 목표로 하며 도는 이곳을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 추진 중이다. 또 ‘제3판교 테크노밸리’는 한 동네에서 일하고, 즐기고 머무를 수 있는 ‘직주락 자족타운’을 목표로,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는 수도권 서남부의 첨단산업 거점으로 조성 중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이 들어서게 될 용인에는 인접 위치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유치할 계획인 ‘제2용인 테크노밸리’도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테크노밸리에서 제공되는 각종 혜택과 지원은 기업과 인재가 흔히 고민하는 부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업은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생활분야에서의 인프라는 인재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유사 업종의 집적화는 융합 기술이 탄생하는 배경이자 각종 정보가 교류되는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 국내외 4차 산업혁명 이끄는 IT 기업의 산실, 판교 테크노밸리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판교 테크노밸리에선 테크노밸리의 모든 장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첨단기술과 핵심인재들의 메카로 세계시장이 목표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기관이 모인 R&D허브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에 따르면 판교 제1, 2 테크노밸리에는 지난해 기준 IT(정보기술)·BT(생명과학기술)·CT(문화콘텐츠기술) 분야의 1천642개 입주 기업이 120조8천억원의 매출 성과를 냈다. 또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에는 △임대보증금 △글로벌 스타트업 사업화 △클라우드 서비스 △스타트업 캠퍼스 보육운영 △직장 어린이집 지원사업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임대보증금 지원사업을 통해 입주 기업의 임직원에게 최대 3천만원까지의 주거 임대 보증금을 지원함으로써 주거비 부담을 덜고 통근시간을 절감한다. 입주 스타트업 중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는 사업화를 지원함으로써 해외진출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입주 기업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제공되는 각종 인프라는 인접한 지역의 다른 기업도 적극 활용 가능하다. 탈중앙방식 본인인증 얼굴인식 솔루션으로 올 4월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인 에디슨 어워 드(Edison Awards) 2023 안전&보안 솔루션에서 은상을 수상한 ‘앤오픈’. 앤오픈 제공■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천재들이 모인 곳” 테크노밸리와 함께 성장한 기업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은 지역에서 제공한 인프라가 사업을 이끄는 든든한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인정보를 별도의 서비스에 저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중앙방식 본인인증 솔루션을 개발해 올 4월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인 ‘에디슨 어워드’를 수상하는 결실을 맺은 ‘앤오픈’이 그 중 하나다. 이준구 앤오픈 대표(45)는 “근래 들어 진작 판교에서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이 대표는 너무나 익숙했기에 창업도 호기롭게 강남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체증과 비싼 고정비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해, 제2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하게 됐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영업, 개발, 투자유치 등에만 집중했고 창업을 경험하거나 진행한 분들과 네트워킹하는 방법을 몰라 각종 창업프로그램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하는 창업도약패키지에 선정돼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정말 많은 정보와 노하우 등을 공유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기업이 모여 있다는 것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모여 있다는 이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땀과 열정, 경쟁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차세대 기술 연구 중심 ‘광교 테크노밸리’ 판교가 IT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곳이라면 수원시 영통구의 ‘광교 테크노밸리’는 나노·바이오테크 기업과 대학, 기관의 허브다. 그중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은 2008년 설립, 경기도와 서울대의 공동출연법인으로 관·학이 협력 설립한 국내 최초의 R&D 융합기술 전문연구기관이다. 융기원에 따르면 융기원은 경기도의 인프라와 서울대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지역과 R&D가 하나 되는 세계적 융합연구기관’을 목표로 △차세대 교통 시스템 △반도체·소부장 △스마트 시티 △지능화 융합 △환경·안전 등 5대 분야를 중점으로 한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앞서 언급된 도의 지원으로 융기원이 운영하는 ‘판교 자율주행 실증단지’가 있다. 융기원이 제작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은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2018~2021년 탑승인원 783명, 운행거리 1천737㎞, 운행시간 1만1천580분을 일반 차량과 함께 도로주행하며 실증 연구를 진행, 해당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 7월부터 판타G버스의 실증 연구에 착수했다. ‘판타G버스’는 국내 최초 자율주행 기술 탑재 대중교통 서비스다. 융기원이 광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장점과 의의에 대해 융기원 관계자는 지리적 이점을 핵심으로 꼽았다. 융기원 관계자는 “광교 테크노밸리는 동수원IC를 품고 있으며 신분당선과 매우 가깝다”며 “지리적 위치와 지역 간 연계가 가능한 접근성이 우수한 인재가 모일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위상 디스카운트... 출구가 필요해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경기도의 행정 수요는 복합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1천 307만명이었던 경기지역 인구는 약 1천 400만명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올해 7월까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경기지역 민원은 114만 6천 155건으로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민원이 더 많이 제기됐다. 이러한 복합 행정에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분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경기일보는 경기도의 힘 을 통해 지방자치 강화를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국무회의 참석 못 하는 경기도지사 경기도지사가 전국 최다 인구와 현안을 보유한 지자체 수장임에도 정부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서울시장을 제외한 시·도지사는 국무회의 참여 자격인 장관급 인사가 아니기 때문인데, 경기도는 범정부적 현안과 영향을 받는 주민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특성을 강조해 국무회의 참석을 끌어낼 방침이다. 1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기준 경기도내 주민등록인구는 등록외국인을 포함해 1천400만3천527명이다. 국내 총인구(5천264만5천711명)의 26.6%가 도내 거주하는 것으로, 서울시 인구(967만명)와 비교하면 1.4배 규모다. 지역 경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경기도는 2021년 기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도시 과밀과 지방소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가 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후 도시 정비 △광역교통망 확충 △사회 재난 및 복지 분야 정책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는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상 차관급으로 분류, 장관급으로 한정한 국무회의 참여 자격에 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부 정책 결정을 필요로 하고 영향을 받는 지자체가 정작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셈이다. 경기도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서울시가 ‘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시기 조정’, ‘외국인 돌봄 노동자 확충’ 등 정부에 굵직한 현안을 제시해 정책화를 유도하거나 실제 이끌어내는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도 관계자는 “도는 국무회의 참여 자격이 충분해진 만큼 경기도지사의 장관급 격상, 또는 국무회의 참여 자격 특례 부여 등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독립 기관임에도 더딘 지방의회 발전 1천400만 경기도민에 대한 행정을 감시하는 경기도의회가 예산·조직·감사권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방의회법 등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시행으로 도의회는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다. 그러나 예산권과 조직권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도의회는 예산을 편성하거나 조직을 구성할 때 도와 협의를 이어가야 하는 구조에 갇혔다. 이와 달리 국회는 현재 국회법을 적용받아 이러한 권한을 보유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 제21대 국회에선 예산·조직권 부여를 골자로 하는 지방의회법이 총 3건 발의됐으나 현재는 소관위 심사에 머물고 있다. 감사권 부재 역시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도의회는 궁여지책으로 팀장 1명, 주무관 2명의 공직 윤리TF를 신설, 공직기강 확립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감사권이 없어 비위 공직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등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경기도의회가 반쪽짜리 독립기관으로 전락하면서 지방의회 권한 확대가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도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이다. 31개 시·군을 대표하는 도의원들은 정책토론회를 통해 민의를 수렴, 입법 활동을 이어가고 이는 지방자치의 초석이 된다. 도의회 관계자는 “권한 개선을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박충훈 경기연구원 부원장 “전국 최대 지자체답게 정부에 목소리 키워야” “경기도·도의회가 대도시와 농촌, 해양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점을 살려 중앙정부를 향한 목소리를 키워야 합니다.” 박충훈 경기연구원 부원장이 도·도의회의 좋은 정책 발굴로 경기도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인행정학회 회장,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실무위원 등을 역임한 박 부원장은 ‘경기도 31개 시·군의 규제 실태 및 개선 방안’ 논문을 발간하는 등 지역 행정 전문가로 여겨진다. 박 부원장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례로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민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의 가교 역할은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라는 관행이 있어 지자체의 이러한 역할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선도적인 정책을 추진해 다른 지자체의 모범을 보이는 등 위상을 강화한다면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박 부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경기도는 다양한 지역 특징을 갖고 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기에 좋은 정책을 만들면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수한 사업 성과는 주민들의 복리 증진으로 이어지며 이는 곧 지자체의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은 또 지방의회 권한에 대해선 지방의원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생활임금조례와 같이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을 지방의회가 만들거나 심의한다면 주민들은 저절로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방의회는 현재 보유하지 않은 조직권과 예산권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칼린 “지방예술 인식 탈피... 미친 퍼포먼스 보여줘야” [창간 35주년 특별인터뷰]

‘박칼린’. 지난 30여년간 언제나 그의 이름 석 자는 화제였다. “이번엔 박칼린이 뭘 한대? 이번에도 박칼린은 그만의 색채를 보여줬나?” 그가 지나간 곳에는 언제나 ‘박칼린’의 인장이 강하게 남는다. 그 역시도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이야기를 언제나 의식하면서 살아왔지만, 휘둘리거나 동요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경기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그 누구보다도 뚜렷한 주관과 틀에 갇히지 않는 행보로 본인의 가치를 대중에게 각인시켜 온 박칼린 음악감독(56)을 만나 지역 문화가 더 넓게 세계로 나아갈 길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주 ■ 지역사회와의 협업, 늘 경계를 넘나들며 박칼린 감독은 평생 어딘가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를 추동하는 힘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언제나 바깥과 교류하고 일해온 데서 찾을 수 있다. 박 감독은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였다”며 “내가 잘해야 그다음 단계를 볼 수 있었고, 내가 증명을 해야 그다음에 일거리가 들어오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도 체계와 구조가 탄탄하게 잡힌 국공립예술단과 협업하는 건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안고 가는 도전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 6월29일 수원시립합창단과의 기획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는데, 공연이 끝난 뒤 단원들과 마주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공연을 준비하기에 앞서 단원들과 처음 대면했던 순간에 느낀 감정과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서로의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주저만 하면 안 됐다. 우리는 전문가들이니까 각자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기만 하면 톱니바퀴는 어느새 맞물려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는 외부인인 데다 단원들도 처음엔 저와 합을 맞추는 데 어려워했지만 공연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서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해 왔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도 마음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한다. 박 감독에게 중앙과 지역을 구분하는 일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전 세계는 초연결망 속에서 서로 많은 정보들을 주고받고 있다.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실시간으로 미국에서 또 유럽에서 어떤 공연이 인기를 끌고, 어떤 문화가 유행하는지 알 수 있다. 박 감독은 “지역에 있는 수많은 예술인들 역시 자신이 어떻게 하면 진화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잘 파악하고 있다”며 “지역 간의 경계는 그래서 무의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앙집중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지역이 나아가야 할 길 “지방이니까 그렇지 뭐.” “저희 지방인데 어쩌겠어요, 아시잖아요.” “지방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지.” 박 감독이 서울을 벗어날 때마다 현장을 오가면서 들었던 말이다. 그는 “사실 나조차도 공연 준비나 작업이 잘 안 됐을 때, ‘아 역시 지방이니까 그런가’라며 자연스럽게 푸념했던 적이 있다”며 “심지어 지역민들 스스로가 그런 인식에 매몰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지역 곳곳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예술문화의 확산과 부흥을 위해 힘쓰는 이들이 있지만 이들은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스로 합리화하거나 인정해 버릴 때도 있고, 환경 요인으로 인해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역에서 자꾸 한계에 부딪히다 보면, 중앙으로 또 세계로 눈을 돌리고 찾아오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인력 유출은 그렇게 진행된다. 이에 박 감독은 지역에 팽배한 침체된 생각들을 털고 벗어나는 데 있어 과감한 ‘미친 짓’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에 지역 구분이 어딨나요. 지방이라서 안 될 건 뭐고, 지방이 아니라서 될 건 또 뭐가 있죠? 그래서 ‘미친 사람’들이 나와야 해요.” 그가 말하는 ‘미친 행위’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뛰어난 수준의 퍼포먼스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박 감독은 “중앙에서 바라볼 때 ‘도대체 지방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저런 걸 어떻게 했느냐’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때 박 감독은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지역 예술인들과 문화예술계 관련 종사자들이 음지로 숨어버리는 구조를 양산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공과 민간을 따로 구분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 이전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박 감독은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에 예산을 끌어오고, 힘을 쓴다고 해서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단 물을 엎지른 데 대해 주눅들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예술을 누리는 관객들도 역시 자신이 대가를 지불한 공연에 대해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박 감독은 “생산자와 수용자가 함께 주고받아야 완성되는 게 바로 예술 아닌가”라며 “예술가를 보러 온 관객들이 ‘서울도 아닌데 이 정도 퀄리티면 충분하지’라는 인식으로 일관하다 보면 지역 간 격차가 결코 좁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도 늘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적당히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서 비틀고 엎지르는 일을 지속해왔기에, 사람과 사람의 연결, 그 연대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변화를 믿는다. ■ 삶을 이 자리로 이끈 원동력 그에게 중요한 건 ‘What’이 아니라 ‘How’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그 시작점은 부모님이었다. 그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며 “무엇이든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면 똑바로 해야 한다고, 심지어 헛되게 하는 일조차도 똑바로 해내야 하며 심지어 일을 망칠 때도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제대로 완벽하게 망가뜨리라고 알려주셨다”고 설명했다.  성공 가도만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인생 서사는 사실 성공 대신 ‘도전’의 연속으로 써 내려간 일대기다. 박 감독은 “성공만이 중요하다는 마인드로는 안 된다. 도전 자체로도 소중하다”며 “일단 저질러봤다가 사람도 돈도 기회도 전부 다 잃는다 해도 시도했다는 ‘역사’가 남지 않나”라고 강조한다. 몇 단어로 축약해낼 수 없는 그만의 다채로운 행보를 보고 있으면, 박 감독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박 감독이 평생을 지켜온 삶의 철학은 예술계에 몸담은 이들뿐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그가 지향하는 삶은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충실할 때 시작된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제대로’ 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박 감독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뮤지컬 공연 준비와 연습으로 피로가 쌓인 와중에도 인터뷰 내내 눈을 반짝였다. “인생은 기승전결의 서사로만 흘러가지 않아요. 저마다의 서사 속에서 각자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내고 후회 없이 살면 그만이죠.” 박칼린 음악감독 지난 30여년간 90여편의 공연 작품에서 음악감독, 연출, 배우 등으로 참여했으며, 한국이 뮤지컬 불모지였던 90년대 초반부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국내 뮤지컬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왔다. 현재는 뮤지컬, 넌버벌쇼, 퓨전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연출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출 대표작으로는 넌버벌 레뷔 ‘미스터쇼’, 퓨전국악 공연 ‘썬앤문’, 뮤지컬 ‘SheStars!’, ‘에어포트 베이비’, ‘렌트’, ‘퀴즈쇼’,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등이 있다.

꽃보다 청춘 ‘지역사랑’ 아름다운 동행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과거의 청년과 현재의 청년.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공감대가 있을 테고, 곧 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 차이가 있을 터다. 청년층만의 생기 넘치는 도전정신과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자신의 취향을 알고 스스로의 만족을 중시하며 ‘나만의 인생’을 사는 점에선 지금의 청년층이 더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이 같은 청년만의 장점을 합쳐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이들이 있다. 외로운 이웃을 보듬고, 1차 산업 부흥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며, 신(新)기술로 새로운 창업 시장을 연 주인공들이다. 경기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우리 지역을 살리고 있는 동네 청년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남양주시 송주현 청년단체 소소 대표·지역활동가 "고립 청년 돕기... 분주한 나날" “더 많은 지역의 고립 청년을 세상 밖으로 꺼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청년단체 ‘소소’ 대표이자 지역 활동가인 송주현씨(31)는 남양주 지역에서 ‘고립 청년’을 위해 하루하루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소는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는 평범한 목표를 품고 있다. 외로운 지역 청년들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서로만의 취미 활동도 개발한다. 지역에 기여한 활동을 인정받아 송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와 남양주시에서 각각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주현 대표는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어 지역 청년들끼리 소소한 모임을 가지던 게 시작이었다”면서 “출퇴근에 지친 청년들이 모여 소소한 활력을 얻는 것을 보며 지역의 ‘1인’, ‘혼자’인 청년들과 ‘같이’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저 역시 한때 ‘고립 청년’이었다”는 송 대표는 “건강상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뒤 진로 고민에 빠져 우울감이 심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한 채 1년 정도 집에서만 생활했다”면서 “그때 주변 응원을 받으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꼈다.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여있는 지역성’이 청년들을 고립 상태로 내몰 수 있다며, 같은 청년으로서 공감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역 청년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특유의 지역주의로 토착민들끼리 끈끈한, ‘끼리끼리’ 문화가 더러 있다”며 “이런 점에서 새로 유입된 청년들은 지역에서 어디든 속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남양주는 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해 직장은 타지, 거처만 지역에 두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는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런 때일 수록 지역엔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지역을 위해 뛸 수 있는 청년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청년 활동가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지역 소멸 위기인 시점에서 지역 청년 활동 양성은 절실하다며, 이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젊은 인재 양성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중요한 대안 중 하나”라며 “청년들이 지역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다. 고물가, 취업난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에 놓인 청년들, 특히 홀로 자취하며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지역 활동에 시간을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가 아닌 지역 활동가로서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지역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한 청년으로서 같은 청년들의 ‘고립’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인특례시 박진원 농업 유통망 플랫폼 '싹모아' 개발자 "안전한 농산물 유통, 경제 활력" 용인에서 활동하는 박진원씨(31)는 농가 직거래 기반의 제철 농산물 공동구매 커머스인 ‘싹모아’를 개발했다. 이달 안에 시중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싹모아’는 경기도내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재고 없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부터 배달 시장의 가능성을 본 박씨는 “2020년도부터 포장 음식을 주문하는 서비스 앱에 관심을 갖고 개발해왔다”고 전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회사에서 1년 가량 근무한 경험을 살려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적은 자본으로 덤벼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춘의 패기로 대출까지 받아 개인 돈을 4억원 가량 투자했다가 수익은 보지도 못하고 2년 만에 문을 닫았다”면서 “다른 사업을 구상하던 중 용인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던 지인에게 계란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던 것이 지금 사업의 시작점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은 공동구매 형태였다. 2개월 동안 500여 팀을 모집해 판매에 나섰다. 그는 “당시 엄청난 성과는 아니었지만 시장성이 있다는 건 검증하게 됐고, 농산물 자체가 공동 구매라는 특성이 가장 맞다고 판단돼 농가 직거래 기반의 제철 농산물 공동구매 커머스를 준비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마진은 최대한 줄이고 판매하는 수량을 늘리겠다는 전략. 공동구매를 해서 가격을 다운시키는 방향으로 판매하면 된다는 전략. 두 가지다. “농산물은 가방이나 자동차처럼 브랜드 영향도 안 받고, 오로지 신선함과 저렴함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는 농가와 직거래하는 것, 공동구매라는 결제 방식”이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그는 양계장이 속해 있는 협동조합의 도내 다른 농가도 소개 받아 콩나물, 감자 등 품목을 넓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용인시에 위치한 상당수 농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 지역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청년 창업 사업인 셈이다. 박씨는 “농산물이라는 게 입소문이 크다. 공동구매 커머스에 좋은 농가가 들어와야 상품이 많이 팔린다. IT 개발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플랫폼 안에 어떤 농가를 들여보낼지, 일정한 양을 생산할 수 있는지, 공급량 등이 중요하더라”면서 “개발 기간 동안 사전 영업을 진행해 농가들에 입점 제안을 준비 중인데, 공동 구매가 재고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농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안전한 농산물을 알리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공동구매 커머스가 되길 바란다”며 “농업인의 안정적 영농 경영을 돕고 지역사회와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는 공동구매 플랫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안양시 이대범 신기술 안경 렌즈 창업자·㈜셀젠 대표 "김서림 렌즈 개발...차근차근 성장" 올해로 창업 3년차다. 안양시지식산업센터에서 신(新)기술을 입힌 김서림 방지 렌즈를 개발·유통하는 ㈜셀젠의 이대범 대표(31)는 안양 만큼 ‘창업하기 좋은 도시’는 없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조업이다 보니 서울권에서는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박 대표는 처음부터 안양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지역 인프라와 지리적 위치 등이 장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안양에 광학 렌즈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경기도와 서울을 아울러 영업하기에 위치적으로 좋다고 느껴 터를 잡게 됐다”는 이 대표는 “경기도와 안양시를 통한 지원도 잘 되어 있고 청년 기업 간 협업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셀젠’은 김서림 방지 안경렌즈를 개발하는 회사다. 기존에 김서림 방지용 스프레이나 약품 등은 있었지만 지속력을 갖춘 김서림 방지 렌즈는 없었다. 지난해 김서림 방지 렌즈 출시 5개월 만에 전국 주요 상권에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최근 300호점을 달성했다. 처음부터 잘 됐던 건 아니다. 안경사로 일하는 가족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캐릭터 안경 케이스와 안경원에서 렌즈를 깎을 때 사용하는 기계의 미세플라스틱 여과 필터를 생산해 저렴하게 판매했다. 렌즈 개발을 하는 동안 수입을 유지했던 것. 하지만 ‘젊은 청년’이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다. 소상공인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소상공인의 날 행사에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지역에서 4명의 직원까지 고용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많이 썼기 때문에 김서림 방지 렌즈가 배달노동자나 급식노동자 등 소상공인에게 유용했다”며 “소상공인들이 일할 때 김이 서려 어려움이 많았지만, 안경을 착용하는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표창을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열정 많은 30대 청년 대표는 아직 목마르다. 이 대표는 “처음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창업을 시작했지만,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다보니 이 산업에 있으면서 노하우도 쌓고, 후배 기업을 양성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우리 지역에서 진정한 청년 창업 육성의 방향을 보여주며 노하우를 쌓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음악·역사 특색 입은 교육... 소멸위기 지역에 '신바람'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흔히 ‘지역교육’이라고 하면 적은 학생 수로 인한 폐교 위기의 학교, 부족한 인프라, 열악한 교육환경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지역과 연계한 특화교육을 통해 오히려 지역만의 특색 있는 교육 방향을 구축하는 강점으로 키워나가는 지역들이 있다. 이러한 지역교육은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비롯되는 학습격차 해소와 함께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 감소세도 가파른 가평군과 연천군은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한 특색있는 교육으로 자신들만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가평군과 연천군의 지역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지역교육의 미래와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전국 최초 음악도시’ 꿈꾸는 가평 가평교육지원청은 전국 최초의 음악도시를 표방하는 가평군과 함께 다양한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가평교육지원청은 가평군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지역사회에 구축된 문화예술 기반의 인프라를 교육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옛 가평역 폐선부지에 들어선 가평군의 새로운 랜드마크 ‘뮤직빌리지’ 역시 이 중 하나다. 우선 가평교육지원청은 농어촌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우리동네 예술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사와 예술강사의 협력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전문성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꾀한다는 취지로 올해만 초등 15개교, 중등 9개교 등 총 22개교가 참여했다. 올해 12월8일에는 그간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발표회를 한 뒤, 우수한 학교들을 추려 전국발표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가평미래교육협력지구와 연계한 학교예술교육도 주목해 볼만하다. 별도의 예산 지원을 통해 학교별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 특별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18개교가 참여해 오케스트라나 관악, 현악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을과 함께하는 ‘예술꽃 피움학교’를 통해 마을축제 형태의 행사를 추진하면서 지역 시민과 학생들이 하나가 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학생들의 예술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가평 예술路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재능과 진로를 탐색하는 음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 밴드 육성을 지원해 1년에 두 차례씩 콘서트를 열기도 하며, 가평군과 연계한 ‘예술路 어디나 학교’ 프로젝트로 학생들에게 음원을 녹음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평교육지원청은 교육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교육의 성과를 뽐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고 있다. 학교와 마을을 연계한 초·중·고 연합 축제인 ‘예술路 삶! 마을과 함께하는 어울림한마당’을 통해 다양한 예술교육 활동의 결과를 전시하고 공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 및 관현악부 운영 결과 발표회인 ‘물별숲 학생 음악제’, 연극 수업 및 동아리 운영 결과 발표회인 ‘THE 푸른 학생 내 연극제’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가평군 최대 축제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오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 역사의 도시 연천, 오감 키우는 역사교육 연천교육지원청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의 장점을 살려 미래지향적인 향토사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연천을 담다-잇다-열다’를 캐치프라이즈로 내걸고 있는 ‘연천 하이버스(Hi-VERSE)’다. 하이버스란 역사(history)와 경험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연천의 역사를 현실과 연결시켜 연천의 특색을 담은 향토사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연천을 담다’는 연천 지역의 역사와 삶을 마음에 담겠다는 뜻으로 연천의 향토, 문화, 인물 관련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연천지역의 초·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접목해 연천의 역사·문화유산 교육을 한다. 또 초등학교 3학년의 사회과 지역화 교재 활용 연수도 진행하면서 지역 향토사 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원들의 전문성 신장을 꾀하고 있다. ‘연천을 잇다’는 ‘마음에 담은 앎을 체험으로 잇다’는 의미로 연천 문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를 위해 연천교육지원청은 연천의 문화·역사 탐방 및 체험을 통한 지역의 이해 강화를 돕기 위해 ‘연천 문화유산 탐방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9~11월에는 지역 내 희망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천의 문화유산·역사·인물에 대한 체험중심의 탐방을 지원한다. 연천 호로고루, 숭의전, 재인폭포, 경순왕릉 등 연천의 역사 유적들을 직접 둘러보며 오감으로 익히는 역사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연천을 열다’는 삶의 경험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향토애를 일깨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향토사 도서, 역사 복원 키트, 보드 게임 등 활동 중심의 향토사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쉽고 이해하기 쉬운 역사교육을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연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연천을 역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역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이번 교육이 추진됐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하태훈 가평교육지원청 교육장 "아름다운 자연·문화예술 인프라... 가평의 모든 곳이 배움 " “가평군의 특색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술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라던 하태훈 가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가평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미술교사의 꿈을 이뤘다는 그는 학생들이 저마다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가평교육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모든 학교가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 특색있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그는 “가평은 작은 농촌 지역이지만 주변에 구축된 문화관광 인프라(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자라섬 재즈 문화공간, 가평 음악역 1939 등)가 풍족해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 교육장은 이 같은 특색있는 지역교육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 교육장은 “2020년부터 예술교육 기반 프로젝트 수업을 했던 지역 내 학교들의 경우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문화 관광사업을 발전시킨다면 관련 콘텐츠 사업이나 요식업, 리조트 등의 사업까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인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더불어 학생 유입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교육은 학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등 주변 환경과 여건을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 교육장은 “교실과 학교 담장 안쪽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곳이 배움터”라며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와 문화 예술적 인프라가 있는 가평의 장점을 살려 가평만의 특색있는 교육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바이오·미래산업 날개 달고… 글로벌 인천 ‘힘찬 도약’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인천의 역사는 산업의 발달과 함께 달려왔다. 인천이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문화·관광산업과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새 날개짓을 시작한다. 여기에 행정체제 개편이 더해지면서 군·구의 특성을 담은 산업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인천은 제조업의 쇠락을 견뎌내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종전 남동·부평·주안을 중심으로 하는 ‘회색 성장’에서 송도와 청라·영종 등의 ‘미래 산업 먹거리’로 재편하고, 남동·부평·주안을 ‘녹색 성장’으로 변화시킨다. 우선 행정체제 개편으로 2024년에 영종구로 독립하는 영종지역에는 도심항공교통(UAM)과 항공정비(MRO) 산업이, 송도국제도시는 전세계의 바이오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중·동구 지역의 제물포구는 문화·관광 산업으로 서비스업 분야의 성장을, 서구에서 빠져나온 검단구는 ‘뷰티풀파크’를 중심으로 뿌리산업의 미래가치를 확보한다. 이와 함께 인천의 숙제이자 경쟁력인 다문화 등 다양성과 이들에 대한 포용성도 인천의 힘으로 꼽힌다. 이는 바로 인천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현재 인천에는 각각의 사연을 품은 수많은 다문화 가정이 삶을 꾸리고 있다. 총 인구 295만8천여명 중 외국인 주민이 13만4천714명(4.6%)이다. 연수구에 고려인 마을인 ‘함박마을’이 있고, 남동구에는 사할린 동포들과 새터민들이 함께 어우려져 살아가고 있다. 또 남동·부평 등 국가산단을 중심으로는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 등이 있다. 중구 차이나타운에는 역사적으로 화교들이 자리잡았다. 여기에 최근 인천에 외교부의 외청인 재외동포청이 들어서면서 재외동포들의 플랫폼 도시로서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인종의 다문화는 인천의 산업발전 시기부터 군·구별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오랜 시간 인천에 스며든 인천시민이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인구소멸 위기에도 인천은 꿋꿋이 인구를 늘려가며 성장,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인천은 더욱 지역의 특성을 강화할 2군·9구의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의 문화와 산업을 바탕으로 새롭게 그리는 행정체제 개편의 성공이 결국 인천의 미래 성장의 바로미터다. 또 군·구의 권한 강화 등을 통해 인천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할 때다. 인천·경기지역의 유일한 네이버·카카오CP사인 경기일보도 10개 군·구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인천을 넘어 전국으로 그 위상을 알리며 동행하려 한다.

1천300만 꿈을 품은…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작은 모래알들은 모여 모래사장을 이루고, 아름답지만 위험한 바다의 곁에서 파도를 피해 추억을 쌓는 이들의 안식처가 된다. 새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은 갈 길을 잃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기도, 추억을 묻은 이들의 희망이 되기도 하며 빛을 낸다. 모래사장 없이 파도만 치는 바다는, 별 하나 없이 어둡기만 한 하늘은 미완에 그칠 뿐이다. 수도의 변두리, 서울의 인근을 이름에 품은 경기도. 출발은 변두리의 지역을 지칭하는 데 그쳤던 경기도는 이제 1천360여만명의 별이 저마다의 꿈을 품고 빛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됐다. ‘대한민국의 심장’ 경기도는 2003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인구를 추월한 뒤 지금은 1천360여만명의 도민이 살아가는 명실상부 인구 1위 도시로 성장했다. 수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경기도를 찾았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도’를 완성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성장한 힘에는 31개 시·군의 역할이 컸다.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은 9개의 특화단지 속에서 경기도의 산업 성장 전반을 이끌었고, 그 근간을 디딤돌 삼아 첨단산업의 메카인 한국형 실리콘밸리, ‘경기도 테크노밸리’가 조성됐다. 용인·평택·화성 등 도농복합지역에서는 젊은 인재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성된 세계 최대 글로벌 반도체 특화단지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채비를 마친 상태다. 내 주변의 이웃들을 살피고, 그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세상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나눔의 손길은 세상 곳곳을 비추며 어둠을 빛으로 바꿔냈고, 소멸위기지역으로 불리는 곳들에서는 특화된 마을 교육으로 물적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했다. 더욱이 신기술로 무장한 청년들은 지역을 살리겠다며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나섰다. 치료를 넘어 미용과 웰빙을 담은 K-의료의 선두주자로 새 길을 개척하며, 인공지능·빅데이터·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경기도. K-컬쳐의 위대함을 알리는 문화사절단까지 두루 갖춘 경기도는 지역의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선도할 저력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1개의 시·군이 각자의 자리에서 발굴해낸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시스템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곳곳의 도시들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며 경기도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이제 경기도는 여전히 존재하는 벽을 깨고 그 위상을 드높일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인구 제1의 도시답게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 권한을 보장 받고,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이뤄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경기도가 걸어온 길이 곧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바로미터’라는 자부심으로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 이제 경기도민들이 쌓아 올린 경기도의 힘이, 대한민국의 힘이 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경기·인천지역 유일한 네이버·카카오CP사인 경기일보도 31개 시·군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경기도를 넘어 전국으로 그 위상을 알리며 동행하려 한다. 경기도 그리고 지역이 대한민국의 힘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집수리·환경정화... 나눔의 씨앗들, 웃음꽃 활짝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과거 지역은 삶의 터전이자 지역민들과 정겹게 지내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고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고충을 털어놓는 등 가족만큼이나 가깝게 지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지역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 끊기고 개개인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일정한 공간 영역이라는 의미만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삭막한 분위기에서도 지역과 이웃을 위해 사랑의 힘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있다. 작은 힘으로 단기간 지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없지만 이들은 꾸준히 지역을 가꾸며 무심했던 지역에 관심을 북돋고 지역 활성화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경기도내 지역에서 소박하지만 특별한 활동으로 지역에 힘을 보태는 이들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되짚어 봤다. ■ 집수리로 통하는 마음, ‘우리다’ 20년 가까이 수원지역 혼자 사는 어르신 등 주거취약계층의 오래된 집을 고치며 어두운 마음에 환한 불빛이 된 사람들. 수원지역에서 집을 수리해주는 사람들, 우리다의 단원들이다. 10여명의 우리다 단원들은 수원지역 어르신들 사이에서 소통 창구로 통한다. 철물점 운영자, 초등학교 교사, 가정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한 달에 두 번에서 하루 두 번까지 낡은 장판을 교체하고 오래된 벽지를 뜯어내는 집수리 활동을 하면서 지역민들의 소식을 전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눠주고 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어렵기만 했다. 사람의 왕래가 끊겨 마음을 굳게 닫은 어르신들에게 선뜻 다가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또 쉽게만 생각했던 집수리도 꽤나 까다로웠다. 도배를 시작하기 전 가구의 위치를 익혀야 했고 벽지가 꼼꼼하게 잘 붙을 수 있도록 풀칠도 고르게 바르는 연습도 해야 했다. 혹여 가구를 옮기거나 장판을 제거하다 벽 틈 사이에서 쥐나 바퀴벌레가 나오는 날엔 다들 피하기 바빠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18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집수리를 하며 지역민들을 만나온 덕분에 현재는 낡은 집의 모습을 바꾸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의 마음까지 바꾸고 있다. 집수리를 하는 동안 이웃끼리 살아온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다 단원들에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냐’고 묻자 지역민들의 표정이 바뀌었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소소한 대화는 무덤덤한 표정과 삭막했던 분위기를 깨고 어르신들의 미소를 발견하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단원들은 이처럼 소소한 변화들이 뿌듯함을 넘어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아직 수원지역에 우리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꾸준히 마을 곳곳을 수리할 예정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소년소녀가장의 가구, 혼자 사는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의 지역민들을 위한 손과 발이 될 계획이다. ■ 지역을 위한 환경 활동, ‘민속마을 지킴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망가진 화단을 가꾸는 일.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실천에 옮기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를 내 용인지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10명의 용인 민속마을 지킴이가 그 주인공이다. 민속마을 지킴이는 용인시 기흥구의 한국민속촌 앞에 위치한 3개 아파트 주민들로 이뤄진 봉사 단체다. 지킴이들은 사람들이 길 모퉁이와 비어 있는 화단에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민속마을의 큰 골칫덩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작은 쓰레기였지만 점차 그 양이 늘어났으며 마을의 분위기도 삭막해졌다. 그러다 ‘저 공간을 꽃으로 메운다면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민속마을을 깨끗하게 만들고 환경을 지키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명의 주민들이 모여 지난 2021년 민속마을 지킴이를 꾸리게 됐다. 민속마을 지킴이의 활동은 세 가지로 나뉜다. 마을 정화 활동, 환경 캠페인, 음식 봉사 등이다. 이들은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빈 공간을 꽃으로 가득 채운다. 이렇게 바뀐 공간에 주민들은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서로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등 지역의 작은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또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을 위주로 환경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일회용품 줄이기, 물건 재사용하기, 분리수거하기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을 소개하며 지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어느덧 활동 3년 차에 접어든 민속마을 지킴이는 이들의 활동을 지역 너머로 전해 더욱 다양한 활동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용인지역의 다른 봉사단체와 함께 용인 곳곳의 문제점을 발굴해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인터뷰 신천섭 ‘우리다’ 단장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고치고 텅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일입니다.” 지난 2005년 수원지역의 집수리 봉사단체 우리다를 꾸려 18년동안 활동을 해온 신천섭 단장(64)은 지역 봉사활동은 지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단장은 과거 딸 아이와 함께 요양원들의 어르신들을 목욕시키고 주변을 청소하는 봉사에 참여했다가 어르신들의 고충을 듣게 됐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하는 집이지만 낡고 오래된 집은 더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고 마음의 병도 커지게 했다. 노인들의 이같은 고충을 알게 된 그는 20년이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일같이 지역민들의 집과 마음을 고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외로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봉사에 나선다는 신 단장. 하루 종일 서서 벽지에 풀칠을 하고 가구를 옮기느라 온 몸이 아프고 쑤시지만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피로가 싹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하면서 때론 지치고 힘이 들 때도 있다”면서도 “집을 수리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까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단장은 수원지역 구석구석을 살피며 많은 주민들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다. 생활하는 데 어떤 점이 불편하고 왜 집을 그동안 고치지 못했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게 된다.  신 단장이 우리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한 가지다. 모든 수원지역의 주민들이 편안한 집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까지 오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우리다는 ‘햇빛이 희미하게 비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다의 활동으로 지역과 주민들의 마음과 공간에 햇빛이 들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따뜻한 햇빛으로 꾸준히 주민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일보 창간 35주년 축하 메시지

경기일보 창간 35주년 尹 대통령 축하 메시지 다양한 현안 심층 보도, 지역 발전 견인 경기일보의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경기·인천지역 발전에 앞장서 온 신항철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기일보는 ‘민주언론 구현, 신뢰사회 건설, 지방문화 창달’을 사시로 다양한 문화·교육 활동과 사회공헌에 앞장서 왔습니다. 특히 학생신문인 ‘꿈꾸는 경기교육’을 창간해 교육 현장과 호흡하며 교육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지역 발전을 견인해온 경기일보가 앞으로도 지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언론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8월8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김진표 국회의장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언론 선도자 국회의장 김진표입니다.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신항철 대표이사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일선 기자 여러분의 노고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경기일보는 지난 1988년, ‘민주언론 구현·신뢰사회 건설·지방문화 창달’을 약속하며 창간호를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5년, 경기·인천지역의 대표 언론으로서 독자들의 ‘밝은 눈’이 되고 ‘열린 귀’가 돼 주셨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을 맞아 경기일보의 도전이 눈부십니다. 경기일보는 인터넷과 모바일, 유튜브 등으로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습니다. 경기·인천 지방지 가운데 유일하게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의 CP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급변하는 언론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35년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경기일보가 대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선도하며, 언제나 주민과 함께하는 언론의 길을 걸어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와 함께 미래를 열어 가는 경기일보의 내일을 응원하며,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수도권 대표 정론지 ‘자리매김’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사회의 발전과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애써 주신 신항철 대표이사 회장님을 비롯한 경기일보 가족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기일보는 1988년 창간 이래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지역민의 여론을 대변해 왔습니다. 특히 경기·인천지역 언론사 최초로 양대 포털사이트에 뉴스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도민에게 더욱 가깝게 지역의 소식을 전달하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정론지로 자리매김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기사를 통해 지역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기회 수도’가 돼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일보의 소중한 제언에 항상 귀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창간 35주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경기·인천을 대표하는 1등 신문’으로서 경기일보의 무궁한 발전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정복 인천시장 신뢰로 정보 전하는 참다운 언론 경기일보 가족 여러분, 애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인천·경기시민과 함께하며 공익 정론지로서 사명을 다해온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300만 인천시민과 750만 재외동포와 함께 축하드립니다. 지역의 참다운 언론문화 창달을 위해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모든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서른다섯 청년으로 자라온 세월만큼 경기일보는 ‘신뢰사회 건설’이라는 창간 정신을 계승하고 보전하며 늘 우리와 함께해 왔습니다. 단순히 사건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를 대담하게 탐구하는 취재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왔습니다. 특히 올해 18회를 맞은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성장한 것에는 주관사로 함께해온 경기일보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천만 시민이 함께하는 세계 10대 도시로 발돋움하는 ‘인천시대’에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시민을 위한 신뢰받는 지역의 대표 언론사로 더 크게 도약하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도민의 민심 풍향계 역할 ‘톡톡’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매일 아침 포털에 실시간으로 게재되는 경기일보의 뉴스를 보며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와 현황을 파악하고는 합니다. 도민의 민심풍향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경기일보 덕분에 민생을 두루 살펴보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긴 세월, 깊이 있는 취재와 양질의 보도로 경기도의 ‘오늘’을 생생히 알려온 언론인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기일보를 경인지역 최대 종합일간지로 성장시킨 신항철 회장님 이하 임직원 여러분께도 거듭 축하의 말씀 드립니다. 제가 제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에 취임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됐습니다. 지난 2년간 자치분권2.0 시대를 맞아 지방의회의 제 기능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일에 매진해 왔습니다. 경기일보에서 경기도의회의 의정활동과 경기도의 발전과정을 충실히 보도하며 널리 알려주길 기대합니다. 창간 35주년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지역 민의 대변하는… 소통 창구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300만 인천시민 모두와 함께 인천시의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천·경기지역 중심 언론사로서 시민의 알권리 충족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오신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88년 창간 이래 경기일보는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는 민주언론을 지향하며 신뢰사회 건설과 지방문화 창달에 앞장서 왔습니다. 경기일보의 깊이 있는 취재와 공정한 보도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을 제시해줬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역 소통의 창구를 확장했습니다.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공헌 활동을 펼치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보여줬고, 이는 우리 사회의 많은 귀감이 돼왔습니다. 경기일보의 값진 노력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9대 인천시의회도 경기일보의 발전을 응원하며, ‘함께하는 의정, 행복한 시민,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공정한 시각으로 경기교육 소식 안녕하십니까. 경기도교육감 임태희입니다. 경기일보의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신항철 대표이사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경기일보는 경기·인천지역의 대표 신문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공정하고 바른 시각으로 전달해 왔습니다. 특히 정파와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의 균형추 역할은 물론 갈등과 분열의 현장에서 조정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지역 언론이 보여줘야 할 참 모습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경기일보는 또한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만들어 가는 ‘꿈꾸는 경기교육’ 코너를 통해 경기교육이 펼쳐가는 미래교육을 알리며 교육가족과 미래세대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주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경기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경기일보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기대하겠습니다. 경기일보의 창간 35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귀사의 무궁한 발전과 임직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인천교육 발전 위해 늘 함께하길 안녕하십니까. 인천시교육감 도성훈입니다.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경기일보는 지난 35년간 인천·경기지역의 대변자로, 복잡한 세상을 바르게 보는 관점과 안목을 제시하는 정론지로 성장했습니다. 경기일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언론환경 속에서도 언론의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임직원, 발로 뛰며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기일보가 지난해 서울본부를 열고, 지난 5월엔 인천본사를 행정의 중심지인 남동구로 이전하는 등 지역 최고의 정론지로 더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독자로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인천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결대로 성장하는 교육을 기본방향으로 ‘학생성공시대’라는 지향점을 향해 더욱 도약하겠습니다. 경기일보가 인천교육과 함께 늘 동행해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늘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웃에 전하는 희망 '愛너지'... 인천 '전문 자원봉사 어벤저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사랑은 다른 사람을 치료해준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나 사랑을 주는 사람 모두 치료를 받는다.”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칼 메닝거(1893~1990)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문제의 치유책은 바로 ‘사랑’이라는 의미다. 인천지역에서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 사랑을 주고, 또 봉사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흘린 땀으로 바뀐 깨끗한 집 풍경을 바라보거나 집주인이 건넨 물 1잔으로 보람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집수리 봉사를 받은 홀몸노인이나 수급자들은 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만든다. 사랑으로 만드는 ‘지역의 힘’이다. 인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는 ‘전문 자원봉사 어벤져스’를 만났다. 편집자주 ■ ‘전문 자원봉사 어벤져스’가 떴다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7월 중순의 어느 날. 수일째 쏟아지던 빗줄기가 멈추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오전 10시께 좁은 방 안에서 성인 남녀 3명이 벽지를 바르고 있다. 그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누가 물을 뿌린 것처럼 땀이 쏟아진다. 각자 허리에 찬 작업 벨트에는 칼과 밀대 등 도배에 필요한 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능숙한 손길로 풀을 칠하고 벽지를 붙인다. 넘치는 부분은 망설임 없는 칼질로 잘려나간다. 전문가의 손길이다. 인천 서구 석남동의 뇌병변 장애를 지닌 A씨(72)가 사는 빌라에 모인 자원봉사자는 추성호(65), 추성수(62), 오숙희씨(65) 등 3명이다. 인천시자원봉사센터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자원봉사자 재능 나눔 사랑의 집 가꾸기 사업’에서 활동하는 전문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봉사단체에 속해 있다. 추성호씨는 ‘오성집수리’, 추성수씨는 ‘참사랑’, 오숙희씨는 ‘소망키움’ 봉사단에서 각각 활동한다. 하지만 이날은 봉사단에 상관없이 ‘어벤져스’로 뭉쳤다. 이들은 전문 분야도 제각각이다. 추성호씨는 난방공사나 보일러, 추성수씨는 수도배관, 오숙희씨는 도배 전문가다. 본업도 전문 분야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도배는 집수리 중에서 그나마 큰 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형제 사이인 추성호씨와 추성수씨도 시간을 내 참여했다. 전공은 아니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오숙희씨도 인테리어업을 하는 자영업자다. 자신의 일이 없을 때, 혹은 일이 있어도 일정을 조율해 집수리 자원봉사에 나선다. ■ 이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이들은 왜 이렇게 더운 날 ‘사서 고생’을 할까. 추성호씨는 “대기업들은 큰돈을 기부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큰돈을 벌지 못한다”며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어 “내가 힘이 닿아 봉사를 할 수 있고, 그 혜택을 어려운 이웃들이 받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봉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성호씨는 “1개월에 6번 정도 봉사를 한다”며 “1년이면 70~80건가량”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몸이 피곤한데도 헬스장에 가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가는 것”이라며 “봉사도 마찬가지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어 “봉사는 우리에게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며 “즐거움이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1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봉사를 1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봉사를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는 게 추성호씨의 지론이다. 그는 “봉사는 첫발을 들이기가 어려워 그렇지 1번 빠져들면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나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인데, 피곤하다고 집에 누워 있는 것보다 봉사를 하면 오히려 행복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유를 하자면 내가 좋은 음식을 먹으면 이분들도 같이 좋은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도록, 내가 좋은 주택에 살면 이들도 좋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동생 추성수씨는 “땀을 흘린 만큼 무언가 좋은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을 마치고 대상자 분들이 웃으면서 물 1잔을 주면 힘든 것들이 싹 사라진다”며 “봉사를 하고 나면 땀은 흘리지만, 즐거움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아내도 김포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음식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음식을 맛있게 대접하는 것이 아내의 기쁨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일점인 오숙희씨도 ‘보람’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자원봉사 활동을 나갔는데, 어느날 ‘기술 봉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이 도배다 보니 집수리 활동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이 힘들어도 끝난 뒤 달라진 집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았다”며 “그렇게 전문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엄마의 봉사활동 모습을 본 오씨의 자녀들은 이제 주말이면 봉사활동에 함께 나간다. 오씨는 “애들은 기술이 없으니까 주말에 와서 짐 옮기는 일을 주로 한다”며 “그만 하라는 잔소리 대신 고맙게도 호응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 자원봉사는 지역사회 활력 불어넣는 마중물 이들의 자원봉사 경력은 모두 10년 이상이다. 가끔은 서운한 마음도 들고,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추성수씨는 “나는 이렇게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데, 아주 가끔 대상자 분들이 당연하게 받는 것으로 생각할 때면 서운한 마음도 든다”며 “봉사를 하며 유일하게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추성호씨는 “예전에 집수리 일정을 잡았는데, 시간이 조금 길어져 대상자분이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다”며 “마음이 많이 먹먹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늘 집은 주차장도 있고 여건이 매우 좋은 집”이라며 “주차 장소가 마땅치 않아 길가에 차를 대고 자재를 옮겼는데 나중에 딱지를 끊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사무소 등 관공서 차량들은 길가에 주차를 해도 봐주는 경우가 있는데,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없으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며 “속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참고 한다”고 토로했다. 오숙희씨는 “우리가 처음 봉사할 때는 산 위에 집이 있었다”며 “당시에는 주거시설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아프신 분들이나 노인분들 집을 고쳐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윤창엽 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해 함께 나누고 사랑하는 지역의 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산학협력단장 [창간 35주년 특별인터뷰]

지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이하 최재붕 교수)은 융합인재 양성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등 4차 산업으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신산업·융합인재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경기도산학협력단협의회가 구시대적 관성에서 벗어나 혁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디지털 대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기도에서 새로운 산업, 융합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교육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힘’이라는 전략(RISE)을 짰다. RISE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로, 오는 2025년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관련 행·재정 권한을 광역지자체로 넘기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 취지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산학협력단협의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에는 일반 대학·전문대학 등 다수의 대학이 있고,  대학마다 산학협력단이 존재한다. 최재붕 교수 역시 성균관대에서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최 교수와 같이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장이 모인 단체가 바로 ‘경기도산학협력단협의회’(이하 협의회)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도내 대학 산학협력단이 경기도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최근 협의회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혁명에 관한 포럼을 진행했다. 주로 MZ세대가 가볍게 들을 만한 강좌를 경기도에서도 만들자는 것이 첫 번째 의제였다. 아울러 최근에는 반도체•바이오•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고민, 단위별로 대학을 나눠 인재 육성의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 ‘선진국의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 ‘개도국 관성’ 버리고 혁신으로 나아가야 최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면서 ‘선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개발도상국의 관성’이 존재해 결국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AI·반도체·메타버스·디지털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개발도상국이었으니 선진국의 제품을 따라하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따라할 게 하나도 없어진 ‘선진국의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심지어 중공업이나 방산업마저 융합적인 아이디어, 융합인재 양성이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개발도상국의 관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경기도의 혁신은 누가,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사회가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의 세계적인 인재들을 보면 고등학교 때 이미 코딩, 디지털 등을 잘 다룰 줄 알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라며 “어려서부터 새로운 걸 도전하기 좋아하는 인재 육성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챗GPT 경험한 Z세대가 곧 ‘게임체인저’… 디지털 혁신 이끌 것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직장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 정도가 챗GPT를 써봤다고 답했다. 그런데 성균관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약 98%가 챗GPT를 사용해봤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미래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25세 이하가 앞으로 세상에 나와 일을 하는 10년 후에는 많은 일자리가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이미 다들 경험하고 있다”며 “일례로 요새는 AI가 최상의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AI를 훈련시키는 전문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실리콘밸리의 고연봉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챗GPT가 나온 지 1년이 안 됐지만 이미 많은 판도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향후 디지털을 능숙하게 다루는 Z세대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Z세대가 결국 소비부터 업무의 주력세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성장시켜야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개도국시대 잔상으로 아이들의 미래 평가하지 말아야” 과거 출판사, 만화방 등이 장악하고 있던 중앙 권력 시스템이 웹툰에 의해 자율경쟁으로 바뀌었다. 이를 ‘탈중앙화’라고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가 이제는 웹툰으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무대가 확장했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 ‘핑크퐁’을 만든 콘텐츠기업 ‘더핑크퐁컴퍼니’다. 아기상어가 일명 ‘대박’이 나면서 조회수가 100억뷰를 넘길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메타 세상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국경도 없고 언어적 장벽도 없고, 단지 ‘공감’이 되고 재밌으면 소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리더들이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고, 교육의 세계관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가 달라질 수 있고, 그 인재들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며 “어른들이 살던 개도국 시대의 잔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신도시만 개발 말고, 신산업도 개발해야” 최 교수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경기도가 ‘현상유지’에만 집중해 혁신적인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능력이 곧 정의’인 현대사회에서 잠재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개인의 역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을 경기도가 나서서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경기도는 무엇보다 ‘판교’라는 좋은 샘플이 있다”고 설명했다. 판교는 게임·플랫폼 회사 등이 다수 존재, 메타 세계에 대해 잠재력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대전환의 관점에서 판교의 콘셉트를 경기도 전역에 확산시킨다면 경기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이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경기도가 반도체·AI·헬스케어 서비스 등 혁신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거와 같이 ‘신도시’ 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신산업’ 개발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은… △ 1987년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거쳐 1997년 동 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2002년부터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21년째 재직 중이다. 올해부터는 성균관대 부총장과 산학협력단장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노사피엔스’(2019), ‘체인지나인’(2020), ‘최재붕의 메타버스이야기’(2022) 등이 있으며, EBS ‘인물사담회 스티브 잡스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MBC 다큐플렉스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창간 35주년 특별인터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여섯 번째 국정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주도 균형발전 △좋은 일자리 창출 △고유한 특성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3%(2021년 기준)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경제와 삶의 질 측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결과는 그 격차가 확대되고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논란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에 ‘지방시대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우동기 위원장에게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방향과 해법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세종시대 개막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그동안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나눠 수행하던 기능을 통합해 분권과 균형발전에 관한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각 부처의 이행사항을 점검·평가하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의사결정 기구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여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달 10일 공식 출범했다.  우동기 위원장은 “이제는 살고 있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회와 생활의 격차가 생기는 불평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펴고 열심히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위원회 출범에 맞춰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며 “원래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서울에 두도록 돼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이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앞으로 마련할 ‘지방시대 종합계획’를 토대로 △분권형 국가경영 시스템 구축 △기회발전특구 추진 △교육혁신 지원체계 구축 △지방이 주도하는 상향식 균형발전 등을 추진한다. ■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은 ‘기본권’ 우동기 위원장은 우선,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하향 평준화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우 위원장은 “과거 정부들은 수도권의 규제를 통해 반사이익을 지방에 넘겨주는 이른바 ‘하향 평준화 정책’을 통해 지방을 잘 살게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며 “행정구역 통합, 공공기관 이전 등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식과 정보의 수도권 집중, 공간분업형 산업생산 체계 등 구조적 한계와 중앙집권적 형태로 진행된 정책적 한계 때문에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정부가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다뤘다면, 윤석열 정부는 ‘기회의 공정’이라는 기본권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자유라는 큰 틀 속에서 수도권과 지방은 기회의 공정에 차별이 없는가, 때로는 역차별이 없는가를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 위원장은 “과도하게 집중됐던 중앙 권력의 지방분권을 통해 권력의 기회 공정성, 또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토 공간의 이용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런 접근이 ‘차별금지’라는 원칙에도 부합할 수 있어 훨씬 더 강력한 정책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지방 스스로 균형발전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지방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중앙이 지원하는 상향식 균형발전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기회발전특구’ 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균형발전 정책으로 ‘기회발전특구’를 꼽았다. 기업의 지방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 감면, 재정과 금융지원, 규제 특례뿐만 아니라 근로자를 위한 주택 특별공급 등 정주 여건까지 기존 특구 이상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특히 그동안 균형발전 정책에서 소외돼 온 수도권도 기회발전특구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의 경우 인구감소지역과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양주·포천·동두천·연천·가평 등이 해당한다. 우 위원장은 “그동안 만들어진 특구들은 중앙정부가 법을 만들고 시행령으로 미주알고주알 간섭해 왔지만 이제는 몇 가지만 법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해 운영하고 관리하는 획기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법이 아니라, 지방의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세 중심의 세제 감면 혜택도 국세 중심으로 바뀐다. 기회발전특구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는 소득세를 감면해 주거나, 가업 승계 상속세 유예 등도 검토되고 있다. ■ 또 하나의 승부수 ‘교육자유특구’ 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교육 개혁이 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교육자유특구’가 균형발전 정책의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균형발전 정책은 산자부나 국토부가 담당했지, 교육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며 “이제는 교육부가 고등교육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주는 등 가장 지방 친화적 부처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자유특구는 지역의 공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취·창업, 정주까지 총괄 지원하는 체제를 갖춘 ‘교육개혁 선도지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현재 ‘교육자유특구 설립 및 운영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반기에 통합법에 교육자유특구 조항을 신설·보완하고, ‘(가칭) 교육자유특구의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모색 우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지향점을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이라고 언급했다. 위원회 차원에서는 ‘지방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저출생과 지방소멸 가속화 등의 상황에서 기존 중앙정부의 통제적·획일적 정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한계점에 와 있다”며 “현 법령 내에서 제도개선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통해 분권형 국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지방분권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하다”며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지역발전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자치계획권 등의 권한을 확대·보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인천 등 수도권도 스스로 비교우위 분야를 선택하고 중앙정부가 확실히 지원한다는 균형발전 정책의 기조는 확실하다”며 “기회발전특구에 포함된 인구감소지역이나 접경지역이 지역 특성을 살리는 발전전략으로 지역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대구고와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쓰쿠바대 대학원 사회공학 박사.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집행위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경영연구부장 등을 거쳐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과 영남대 총장으로 일했다. 이어 대구시교육감,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 대구가톨릭대 총장,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9월부터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10일 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기체육, 차이나는 클래스 차이나서 일낸다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 경기도·시·군에 240여개 직장운동부 운영 항저우 AG 출전하는 경기도 출신 선수들 가운데 고교와 대학·기업팀 선수 17명을 제외한 80%가 넘는 인원이 경기도와 시·군 직장운동부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청을 비롯한 시·군 직장운동부는 지난 1981년 경기도가 인천광역시와 분리된 직후 약화된 전력 보강을 위해 전국 최초로 도청 육상부와 수원시청, 안양시청, 평택시청 등 일부 시·군에 운동부를 창단한 것이 시초다. 이후 직장운동부는 경기도체육대회에서의 시·군 과열 경쟁으로 인해 점차 늘어났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팀들이 잇따라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직장운동부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겸하던 당시 상황이 한국 체육의 위기와 맞물려 운동부 창단 러시로 이어진 것이다. 전국 직장운동부의 ‘원조’격인 경기도는 경기도청 10개 팀을 비롯, 29개 시·군에 230여개의 직장운동부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는 동·하계 전국체육대회에서 20년 가까이 정상을 지켜오고 있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주요 국제 종합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메달 획득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직전 AG인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경기도 출신 선수들은 금메달 1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9개를 획득해 대한민국 선수단이 거둔 메달(금 50, 은 59, 동 72)의 27.6%를 차지했다. 금메달 수로는 우리나라가 거둔 34%를 경기도 선수들이 해냈다. 경기도 및 시·군 직장운동부 육성을 통해 대한민국 전문 체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경기도는 이번 항저우 AG에서도 100명이 넘는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여진다. ■ 준비는 끝났다... ‘항저우의 별’ 도전장 항저우 AG 출전 향토 직장운동부 선수 가운데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첫 주자는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용인특례시청)이다. 세계 랭킹 1위 우상혁은 자신의 라이벌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아시아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또 역도 남자 67㎏급 한국기록 보유자이자 지난 5월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이상연(수원특례시청)과 여자 역도 +87㎏급 ‘포스트 장미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혜정(고양특례시청)도 첫 아시안게임 도전서 금빛 바벨을 들어 올릴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 102㎏급 인상 금메달리스트인 진윤성(고양특례시청)도 109㎏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태권도 남자 68㎏급의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우승자 진호준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의 ‘다크호스’ 정한재(이상 수원특례시청)의 금메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도 남자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 +100㎏급의 김민종(양평군청), 여자 78㎏급 윤현지, +78㎏급 김하윤(이상 안산시청)도 대진운만 좋으면 금빛 메치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펜싱서는 남자 사브르의 ‘꽃미남 펜서’ 김준호(화성시청), 근대5종 여자 단체전의 김선우와 사격 여자 소총의 1인자 조은영(이상 경기도청), 여자 25m 권총의 ‘간판’ 심은지(화성시청), 자전거의 박상훈(의정부시청) 등도 남은 기간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면 금메달 도전이 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구기 단체종목서는 신석교 감독(성남시청)이 이끄는 남자 하키와 한진수 감독(평택시청)이 이끄는 여자 하키가 동반 금메달에 도전하는 가운데, 특히 남자 대표팀에는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이 절반 가까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여자 대표팀에도 평택시청 선수가 5명이나 있어 대표팀의 금메달 합작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한편, 고양특례시청 선수 3명이 포함된 세팍타크로 남자 대표팀도 이달 세계선수권대회 쿼드(4인조) 2연패 달성의 여세를 몰아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수원특례시청), 여자 롤러의 ‘장거리 1인자’ 유가람(안양시청), 여자 투포환의 절대 강자 정유선(안산시청) 등도 금빛 꿈을 안고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 밖에 직장운동부 소속은 아니지만 여자 골프의 김민솔(수성방송통신고)과 남자 양궁의 ‘차세대 스타’ 이우석(코오롱엑스텐보이즈), 수원FC 위민 소속이 다수 포함된 여자축구, 일부 경기도내 K리그 팀 선수들이 선발된 3연패 도전의 남자 축구, 강은혜(광명 SK슈가글라이더즈)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여자 핸드볼 등도 금메달 후보여서 경기도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인터뷰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道·市·郡직장운동부, 체육웅도를 지탱하는 힘” “경기도를 비롯한 시·군 직장운동부는 경기체육과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앞으로 보다 더 체계적인 육성과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침체기의 엘리트 체육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대한민국 체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도 체육의 수장인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은 한국 체육의 대세로 자리잡은 직장운동부가 단순한 팀 육성을 넘어서 이제는 보다 더 세련되고 투자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진일보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경기도가 인천시와 분리 후 빠르게 전국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게 된 것은 타 시·도 보다도 먼저 직장운동부를 창단해 운영한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IMF 사태와 7~8년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기업 팀들이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직장운동부를 통한 지방체육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우리 경기도 선수·임원이 대한민국 전체 선수단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전례를 볼 때 메달 획득률에서는 20~30%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도내 지자체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직장운동부를 육성한 덕분으로 앞으로도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회장은 “민선 체육회 출범 후 일부 지역에서 자치단체장이 직장운동부를 통제의 수단으로 삼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선순환 구조를 이뤄 지방체육 발전의 근간을 이루고 시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기여토록 하는 방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역이 발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체육을 통한 복지와 균등한 기회 제공을 이뤄야 한다. 시·군 직장운동부에 지역 인재들이 소속돼 고장의 명예를 드높이고 지역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의 체육자치 실현이자 지역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창간 35주년 특별인터뷰]

인체에서 혈액이 지나다니는 길. 바로 혈관이다. 국토에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는 길. 바로 고속도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 고속도로도 끊임없이 혁신해야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창간 35주년을 맞은 경기일보는 지난 2월 취임한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국토의 성장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인 고속도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Q. 취임한 지도 6개월이 다 돼 간다. 그간 소회가 궁금하다. A.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역사와 함께한 한국도로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국회의원 시절 바라본 한국도로공사는 단순히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공기업이었지만, 취임 후 여러 현안들을 함께 고민하며 느낀 점은 임직원 모두 공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 정부경영평가 결과 4년 연속 최고등급 달성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는 국민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선진화된 안전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친환경·탄소중립 등의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소통과 혁신’에 중점을 두고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한국도로공사가 국가 도로망 디지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A. 공사는 국민안전을 위해 교통안전 향상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고, 특히 작년에는 156명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그간 공사는 교통안전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졸음쉼터를 운영해 2011년 설치 이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2% 감소했다. 화물차 라운지 역시 52개소 운영 중이며, 올해 3개소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는 첨단기술을 도입해 고속도로 교통안전을 더욱 견고히 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안전순찰에 드론을 활용해 유고 상황 시 보다 신속한 초동대처가 가능하도록 했다. 드론을 활용한 AI 영상분석 단속시스템도 개발 중으로, 올해 안으로 지정차로 위반 단속을 시작으로 단속 대상을 점차 확대하겠다. 한국도로공사는 2028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OECD 상위 5위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발굴해 추진토록 하겠다. Q. 취임 이후 ‘미래도약 50’을 발표하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공사의 의지를 보여줬는데. A. ‘국민안전 최우선’, ‘도로교통 미래 선도’, ‘고객중심 서비스 혁신’, ‘깨끗한 기업문화’라는 경영방침의 일환으로 그 세부 추진 과제인 ‘미래도약 50’을 선정했다. ‘미래도약 50’은 미래로 도약하는 도로공사의 실천 의지이자 국민을 향한 약속이다. 사장으로서 임기 내 모든 과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속도로 기상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기상정보 자동제공 등 주행여건을 개선하고, 교통차단 없는 터널점검 등으로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또 도로교통 미래 선도를 위해 드론 앰뷸런스 등 고속도로 특화형 UAM과 버티포트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전국의 고속도로망을 보다 촘촘하게 확충하고, 진출입 정체구간 개선 등을 조성해 고객 만족도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겠다. 아울러 깨끗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인사관리 등 부문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일상·반복적 업무의 자동화 등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고속도로는 진화하고 있다. A. 취임 후 ‘첨단 융복합실(TF)’을 신설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사업과제 발굴 및 국정과제와 연계된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공사의 업무영역을 확장하겠다. 공사는 지난 2월 국토부에서 공모한 ‘K-MaaS 시범사업’ 중계사업자로 선정됐다. 고속도로는 물론, 철도, 항공, PM(personal mobility) 등 모든 교통정보를 중계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며, 공사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고속도로에 접목해 유지관리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한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서해대교 등 6개 구간에 도입한 교통관제상황실은 레이더를 통해 교통사고 등을 실시간으로 인지, 신속한 초동대처가 가능하다. 사장으로서 임기 중 드론 앰뷸런스를 고속도로에 도입해 환자를 직접 수송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앞으로 첨단과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고속도로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Q. ‘스마트톨링’으로 정차 없는 고속도로 조성에 대한 구상이 궁금하다. A. 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됐던 1960년대 말 수작업으로 수납되던 통행료는 기술의 성장을 거듭했고, 2007년 하이패스 전국 개통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에는 하이패스 이용률이 90%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머물지 않고 공사는 2026년까지 ‘스마트톨링’을 전국 고속도로에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톨링은 모든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로 정차 없이 통행하는 제도로, 단말기가 없는 차량도 하이패스차로를 통과하면 번호판 인식을 통해 추후 통행료가 부과된다. 이를 위해 영상인식률을 현재 99.87%에서 99.92%까지 높일 계획이다. 스마트톨링이 도입되면 10년간 8천억원 이상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사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경부고속도로 대왕판교, 경인고속도로 인천 등에 영상방식 스마트톨링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Q. SOC 사업의 미래 중 하나는 지하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A. 공사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지하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있다. 현재 지난해 발표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경인(인천~서울)·경부(용인~서울)·수도권제1순환(구리~성남)·영동(용인~과천) 등 4개 지하고속도로 사업이 반영돼 추진 중에 있으며, 그 중 경인선의 경우 올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 20km 이상의 대심도 지하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이를 위해 공사는 대심도 지하고속도로의 특성을 고려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마련했다. 또 단순히 고속도로를 지하로 뚫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이 연계되는 복합환승시설 설치, 상부공간의 도시환경 개선 등이 포함된 입체적 활용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Q. 공사의 해외사업과 O&M 방식을 통한 신 시장 개척의 성과와 향후 청사진이 궁금하다. A. 공사의 해외사업은 2005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그간 41개국, 200건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향후 10년 내 1천km 이상의 해외도로 운영관리와 연매출 1천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그간의 해외사업은 시공감리나 컨설팅 분야에 국한된 경향이 있었다. 이에 공사는 은행 등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민간 기업은 건설을 담당하고, 공사는 O&M(운영유지관리)를 맡는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해외 도로 PPP(민관협력) 사업 개발 및 참여를 추진했다. 대표적 성과물은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 운영관리 사업이다. 이는 정부 간 협력에 의한 해외 O&M 사업의 첫 사례로 공사는 작년 5월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유지관리를 책임지며, 2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또 올해 6월에는 카자흐스탄 첫 PPP사업인 알마티 순환도로의 유지관리 업무도 시작했다. 앞으로도 인도에서 운영 중인 기존 유료도로의 지분 인수를 통한 O&M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후속으로 진행 될 PPP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Q. 통행료 현실화와 PSO 보전 문제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A. 최근 서울시가 저렴한 요금에 따른 적자 누적 등으로 8년 만에 지하철과 버스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 공사도 서울시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4.7% 인상 이후 8년째 동결 중이며, 원가보상률은 지난해 기준 81.7%로 2016년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그간 효율적 예산관리 등의 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80%대로 관리해왔지만, 통행료가 계속해서 동결될 경우 재무 구조 악화가 우려돼 국민의 경제 부담을 최소화 하는 수준에서의 인상 검토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공익 서비스비용(PSO)에 대한 보전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사는 2009년 PSO 보전규정이 마련된 이후 장애인, 친환경차 할인, 명절기간 면제 등 현재까지 총 4조원 이상의 통행료를 감면하고 있는데, 이는 공사 총 부채의 11%를 차지한다. 미 보전으로 인한 수입 감소는 도로운영 재원부족으로 이어지는 만큼 향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Q. 고속도로 휴게소는 변신을 거듭해가고 있다. A.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는 호텔수준의 화장실 개선과 쇼핑몰, 반려견 놀이터 등의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통해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사장 취임 후 코로나19로 잠시 정체되어 있던 휴게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특히, 올해는 ‘레저와 문화, 그리고 신기술이 함께하는 미래형 명품 휴게소’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중 핵심사항으로 '1휴게소 1명품 먹거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1휴게소 1명품 먹거리'는 지자체 등에 선정됐거나 언론 등을 통해 대중성을 인정받은 맛집을 휴게소에 선보이는 제도인데, 이를 통해 고객은 줄서서 먹던 지역의 대표 맛집을 현재 전국 46개 휴게소에서 즐길 수 있고 올해 말까지 명품먹거리 매장을 15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 중인데, 지난달에는 고속도로 최초로 마장휴게소에서 드론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마장휴게소 드론 축구장은 대한드론축구협회의 공식 인증을 받은 드론 축구장이며, 대회 당일에는 각 시·도 8개팀의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해 열띤 경기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휴게소 이용고객들에게 맛과 멋, 그리고 추억이 있는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경기일보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경기일보 애독자 여러분들께 고속도로의 주요 현안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경기일보가 심도 있고 폭 넓은 보도를 통해 지역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언론사가 될 수 있도록 마음 속 깊이 응원하겠다. 공사도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고속도로 접근성 개선과 정체 없는 고속도로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세계 일류의 도로교통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힘을내요 청춘!] 코로나 어둠 속 ‘위기극복 DNA’ 희망의 등불 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999년 IMF 외환위기와 맞먹는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40대 고용률이 21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데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계획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청년층 취업시장도 덩달아 얼어붙고 있다. 하지만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진 국민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전례 없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고이 상황을 이겨내고 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창업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 DNA가 깨어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가격 할인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착한소비 운동,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점포 임대료를 낮춰 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민들의 저력이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10곳 중 7곳이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상황에서 침체된 국내 취업시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판 뉴딜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국가균형 발전에 속도를 높이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업성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높은 지역 뉴딜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도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경기도형 뉴딜을 추진한다. 오는 2022년까지 5조3천800억원을 투입해 3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도형 뉴딜은 △데이터를 도민 품으로 △저탄소, 도민과 함께 △도민 삶의 안전망 구현 등 3개 분야ㆍ9개 중점과제, 18개 실행과제로 구성됐다. 경기도는 69개 주력사업에 2022년까지 5조3천800억원(도비 1조3천억원)을 투입해 시간제 일자리 등 3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용철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도의회와 민관위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세부계획을 구체화하고 추가 사업 반영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상우 ㈜달달프렌즈 대표 섣부른 포기좌절 금지... 매순간 최선 끝을 보자 끝을 본다는 마음으로 끈기 있게 도전하세요. ㈜달달프렌즈 모상우 대표(32)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모상우 대표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도전 정신으로 한계를 돌파하는 악바리 근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모 대표는 방송국 촬영기자로 일하다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직업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다보니 내 이름을 걸고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게 됐고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운을 뗐다. 모상우 대표의 ㈜달달프렌즈는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 서비스, 온라인 커머스 솔루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미디어커머스 기업이다. 작년까지 직원 4명에 불과했던 상황과 달리 최근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직원 수가 2배로 늘었다. 모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 시작 1년 반 동안 4대 보험에 가입이 어려울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회사 운영 철학으로 미디어커머스 영역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서 사업에 미쳤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정말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왔을 때도 위기를 기회로 살린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회사 운영과 더불어 수원시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에 몸 담으며 청년들의 든든한 큰 형님 역할을 하고 있다. 모 대표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끈기를 갖고 도전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요즘은 소상공인도 유튜브를 해야 하는 시 대인데, 그 흐름에 맞게 트렌드한 콘텐츠에 대한 적응력과 영향력을 본인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혁빈 ZAINER(자이너) 대표취창업 국가지원 다양... 잘 챙기면 꿈을 현실로 취업ㆍ사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ZAINER(자이너) 조혁빈 대표(25ㆍ대학 휴학)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대 청년들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그의 주변 친구들이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된 코로나19 시대 여가생활을 포기하고 취업에 몰두하고 있어서다. 조혁빈 대표는 코로나 취업시대가 딱 내 또래라며 여가생활을 포기한 채 취업에 몰두하거나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독일어로 대장장이를 뜻하는 옛 언어 ZAINER(자이너)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40년 경력의 대장장이 이광원 스승 아래서 일을 하다가 한국의 대장장이가 사라지는 현실을 보고 본격적인 대장장이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금속공예와 제품디자인을 동시에 전공한 그는 3년간 스승에게 배운 대장간의 기술과 문화, 역사 등을 담은 제조 철학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소품, 칼 등 각종 생활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조혁빈 대표는 대장장이는 창조하는 직업이라며 제가 지닌 현대적인 제품 디자인 감각으로 기존에 없던 물건을 만드는 제조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조 대표는 회사 운영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의 옆을 지키며 힘을 보태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수원시 청년들의 스타트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청년정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들을 돕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LH와 수원시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처럼 청년 취업 및 사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많다며 국민 청원 등 목소리를 낼만한 창구도 늘어나고 있어 힘든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함께 내보자고 했다. 정민훈ㆍ이연우기자

[대전환기 함께 氣UP] 함께의 저력… 코로나 위기 넘는다

인천의 아침을 여는 환경미화원들의 시간은 항상 바쁘기만 하다. 새벽 3시,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 동 트기 전에 거리 청소를 마친다. 1년 365일 쾌적한 거리로 출근길 시민의 기를 살리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자 보람이다. 계양구 환경미화원 장경술씨(55)는 이른 새벽부터 아침을 열고 시민들이 행복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한다며 미화원들 모두 방역에 집중하고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새벽별이 물러나고 동이 틀 무렵, 62번 시내버스 운전자 이구학씨(49)가 운전대를 잡는다. 17년째 인천시민의 발역할을 하는 그는 서창동에서 만난 첫 승객과 즐겁게 인사를 나눈다. 잠든 승객을 깨워주고, 마스크가 없는 학생에겐 마스크도 건네준다. 퇴근길에 다시 만난 승객에게는 오늘도 고생했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이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버스 이용객이 없으면 내 직업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근 단골승객들을 다시 만나면서 그들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다. 부현초등학교 급식조리실무사 공영미씨(52)는 이른 아침부터 인천의 미래를 위해 애를 쓴다. 새벽부터 재료관리, 온도체크와 청결유지에 모든 힘을 쏟는다. 덥고 습한 조리실에서 마스크까지 쓴 악조건이지만, 이 음식에 인천과 아이들의 미래가 달렸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린다. 그는 모두 함께 코로나 19를 이겨야하는 만큼 내 아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동료들과 아이들을 위해 방역과 위생을 철저히 하고 조금만 더 힘내자고 서로 응원하고 지내고 있다고 했다. 부원중학교 교사 김태환씨(45)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기쁨으로 자리잡은 제자들 맞이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김 교사는 코로나19로 아이들 얼굴을 못 본 이후로는 마스크를 쓴 얼굴이라도 마주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위기를 극복했다는 유대감 등으로 우리는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연수구립관악단 지휘자 백종성씨(45),우리은행 직원 나창민씨(28)도 시민에게 희망의 선율을 선물하고, 힘빠진 시민 경제에 기를 불어넣는 등 인천 세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고깃집 사장 권상원씨(56)는 오후 3시면 저녁장사 준비를 위해 가게 문을 연다. IMF, 광우병, 아프리카돼지열병, 3번의 화재사건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해낼 수 있다는 각오로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다. 권 사장은 사지가 멀쩡한데 무엇을 못하겠느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며 모든 자영업자들이 해낼 수 있다는 각오로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5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몸을 푼다.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힘껏 뿌리며 오늘 경기를 준비한다. 관중이 하나 둘씩 찰 때마다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각오는 커져간다. SK 와이번스 타자 최정(33)은 코로나19로 최근에서야 팬들의 부분 입장이 가능해졌는데 확실히 팬들의 응원 소리 속에서 야구를 하니 집중도 잘 되고 힘이 난다며 올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할테니, 인천시민도 어려운 시기 잘 이겨내달라고 당부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깊어지면 경찰이 인천을 지킨다. 인천경찰은 치안유지와 함께 코로나19 대책회의까지 하며 최전선에서 생활방역에 힘쓰고 있다. 남동경찰서 박서준 경장(32)은 코로나19 생활방역 회의를 수시로 하며 각 분야에 필요한 대책을 항상 논의한다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치안유지와 방역,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게 인천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최전방의 의료진은 밤낮이 따로 없다. 타 지역에서 급히 옮겨온 환자, 미국에서 입국한 82세 할머니, 엄마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 등의 완치는 의료진의 보람이자, 인천의 힘이기도 하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53)는 인천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성장할 것이라며 시민도 해 뜰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대한민국 심장인 인천. 이들이 있기에 코로나19도,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인천이여, 氣-UP으로 다시 한번 힘을 내자. 글사진=강우진김보람기자

[내일을 여는 유망 中企] (주)글로벌브릿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물결에서 글로벌 시장을 휘어잡으려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신(新)기술이다. 어느누구도 따라하지 못하고, 어느누구도 제칠 수 없는 확실한 기술.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작은 기업이 이 같은 최첨단통신기술(ICT)을 토대로 세계를 호령하려 한다. 확실한 보안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선으로 고화질 영상까지 완벽하게 전송할 수 있는 이 기술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을 주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며 글로벌 경제시장이 위축한 상태지만, 이 같은 핵심기술이 있다면 충분한 성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주)글로벌브릿지. 홍윤국 대표는 전 직원과 함께 4년동안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이뤄낸 이 기술을 무기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 창업 4년 간 쉼없이 기술개발에 몰두 글로벌브릿지는 지난 2016년 10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스마트밸리에서 탄생했다. 핵심기술인 바이너리 CDMA의 원천기술은 10년 전 전자부품연구원(KETI)가 국책과제로 개발한 것이다. 글로벌브릿지는 이를 다시 재창조했다. CDMA 칩의 설계부터 생산 공정까지 모두 새롭게 했다. 글로벌브릿지는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후엔 상용화할 수 있는 콘셉트의 아이템 제작이 또다른 문제였다. 강력한 보안에 빠른 통신 속도가 장점인데도, 국내에선 보안에 취약한 무선통신 블루투스, 와이파이 기술 등이 높은 인지도를 장점으로 나서면서 시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발생한 매출은 고작 4억~5억원 수준. 사실 매출보다는 그동안 기술 개발에 매진한 탓이다. 핵심기술개발에 투입한 비용과 연구시설 구축, 장비 제작 비용, 인건비 등으로 벌써 60억원이 들어갔다. ■ 위기를 극복하게 도와준 엔젤 투자자 글로벌브릿지는 사업의 명맥을 유지할 자금적 부문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때 나선 것은 홍 대표의 지인 등 40여명의 개인 투자자. 이들은 글로벌브릿지에 지속적인 힘을 보냈다. 물론 법인 2곳에서의 사업자금 지원과 인천테크노파크 등에서의 스타트업 지원금도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브릿지는 기술연구와 개발에 속도가 낼 수 있었다. 특히 직원들의 노력과 집중력으로 무선통신과 고난도 영상송출, 높은 보안성은 국내외 최초의 기술력으로 인정받았다. 또 핵심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상용화 가능한 분야도 넓혔다. 그 결과 CC(폐쇄회로)TV 부문에선 종전 유선케이블 설치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내릴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무선통신을 이용한 영상활용도가 커지면서 되레 글로벌브릿지의 강점이 더해지고 있다. 낮은 설치비용과 고난도 기술력 등으로 각 공공기관 등에서 시범사업으로 선정했고, 이 같은 영향으로 곳곳에서 설치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위산업체와 군 관련 무기 등에도 실용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달청 등에서도 판매실적이 오르는 상황이다. ■ 글로벌브릿지의 핵심 기술과 제품은? 글로벌브릿지의 모든 상용화 제품의 핵심은 가디언가디언S 칩이다. 가디언S 칩에는 국내 공공분야 표준인 ARIA256 알고리즘과 국제 표준인 AES256 알고리즘을 적용해 보안성이 한층 강력해졌다. 가디언가디언S 칩은 보안망을 별도로 구성하고 데이터 송수신 시 데이터를 코드별로 분리해 전송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해킹이 되더라도 조각난 코드들을 모두 붙이지 못하면 원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다. 가디언S는 송수신 데이터를 코드 부호화해 보안성을 높이고 대용량 데이터의 실시간 고속 전송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또 ISO 국제표준과 KS 국내표준을 획득했다. 현재 한국전력 원격검침시스템(AMI)과 국방 무선 센서 네트워크에 사용할 정도로 국가적 기술력을 인정받은 무선통신 기술로 꼽힌다. 이 회사는 이미 주력 제품인 SB-100, SB-200을 통해 바이너리 CDMA 2세대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무선 영상데이터 송수신 시스템을 제품화(스카이브릿지)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고속 이동 시 최적 구현된 펌웨어 및 정교하게 설계된 하드웨어 파라미터 값의 적용으로 무선 이동성을 갖춰 자동차나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무인 이동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시속 80㎞에서도 영상 전송이 가능하며 앞으로 더 빠른 속도에서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 활용 분야인 CCTV 시스템의 경우 고해상도 보안카메라의 유선이라는 한계를 해결했으며 비용 절감도 가능해 상용화에 유리하다. 편의점, 음식점 등 실내에 설치된 유선 CCTV를 무선 시스템으로 교체할 수 있다. 현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와 고양시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전남 무안군 태양광발전소, 춘천시 도립공원 산불감시에 각각 활용하고 있다. [인터뷰] 홍윤국 대표통신 끊김 없게 자동복구로 안정성 높여 앞으로 가디언S 기술은 드론, 스마트 팩토리, 물류, 무인이동체 등 4차산업과 연계한 공장사무자동화 시스템에 적용할 경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홍윤국 ㈜글로벌브릿지 대표(55)는 자사의 핵심기술에 대한 포부를 이 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2016년 회사를 설립하고 KETI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상용화개발을 시작했다. 상용화 과정에서 무선자동 재접속 관련 특허 등 보안 알고리즘과 무선 데이터 송수신 장치의 핵심기술 등을 보완했다. 3년여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핵심 반도체 칩인 가디언S와 이를 탑재한 통신모듈, 무선 송수신 기기인 스카이브릿지까지 양산체제를 갖췄다. 홍 대표는 상용화 과정에서 일시적인 통신장애나 끊김 현상에 대비해 자동으로 통신채널을 변경하고 복구하는 기술까지 적용해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며 와이파이와 달리 스마트 이동수단 등 외부에 노출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홍 대표는 경쟁기술인 와이파이 기술을 넘어야 할 큰 장벽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너리 CDMA 기술은 현재 상용화된 와이파이 등 어떤 무선통신 기술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수요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부터 국내 스마트 시설 전반에서 가디언-S가 점 차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전력의 무선 원격검침시스템(AMI) 사업에 참여해 원격검침기에 사용하는 무선통신 기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회사 매출 역시 6억~7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인천을 포함한 국내 관공서 및 공기업에서의 시범사업 등 활성화가 이뤄지면 2021년께는 30억원 이상의 매출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조만간 스마트팩토리에 적용할 수 있는 무선통신모듈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홍 대표는 현재 전국에 시범설치 적용하면서 그 신뢰성을 확보하고 제품 상용화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며 앞으로 보안카메라 등 생활안전이나 재난감시분야와 무인로봇, 대형 선박, 크레인 등 산업분 야에 적용할 여러 통신솔루션을 제공해 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브릿지에서 개발한 스카이 브릿지 등의 제품은 고화질 영상하나로 차량의 과속여부, 차적조회 등을 동시해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