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2반의 남다른 노력

최근 금은방이나 전당포, 아파트 엘리베이터 곳곳에는 사건담당 형사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명기한 이색 스티커가 붙어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하셨습니까?”라는 내용밑에 적힌 핸드폰 번호의 주인공은 바로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 형사계 한효성(37)반장을 중심으로 임승균(34), 정용권(35), 이덕교(33), 소석호(32)형사로 구성된 폭력2반원들. 형사에게 있어서 신분노출은 절대 금물.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8월부터 자신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사비까지 들여 제작할 정도로 업무에 대한 열과 성의는 대단하다. 폭력2반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과 스티커를 이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타 부서보다 월등한 범죄자 검거율와 범죄첩보를 자랑한다. 실제로 지난 23일 손님을 가장해 금은방에 들어가 금품을 훔쳐온 10대 남녀를 검거하게 된 경위는 폭력2반원들이 곳곳에 붙여놓은 스티커 덕분. 특히 뛰어난 범죄첩보 능력은 자칫 미궁으로 빠질뻔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실력을 발휘하곤 한다. 지난 9월 1년전 재산문제로 아버지를 때려죽인 뒤 사고사로 위장해 장례까지 치른 패륜아를 검거하기 위해 5개월동안 치밀한 수사를 벌여 마침내 진실을 밝혀내는 쾌거를 올렸다. 또 지난 8월에는 수원·안양·화성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인조 연쇄 택시강도범 가운데 주범 박모씨(28)를 수일간의 끈질긴 잠복근무 끝에 검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민생치안을 가장 큰 보람과 사명감으로 느끼는 이들은 “움직이는만큼 얻게 된다”라는 말을 철칙삼아 쌀쌀해진 밤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오늘도 어김없이 경찰서를 나선다. /신현상기자

중부경찰서 훈훈한 정나누기

“가족같은 동료들 모두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26일 오전 9시 수원중부경찰서 서장실. 수사과 조사계 김종삼경장의 막내 아들 치료비를 위해 전직원들이 마련한 ‘335만원’이라는 정성이 김경장의 손에 쥐어지면서 작지만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동료들의 따뜻한 정이 물씬 풍겨 나왔다. 순간 아들 때문에 내내 무거웠던 김경장의 얼굴도 환하게 펴지는듯 했다. 아내와 딸, 아들의 가장인 김경장에게 청천벽력같은 충격이 다가온것은 지난 7월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살바기 아들에게 ‘세균성 뇌막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흔하지 않은 병이라 약을 구하는데도 김경장의 애를 태웠다. 치료를 거듭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들의 병세도 큰 짐으로 다가왔다. 그다지 많지 않은 월급에 일주일에 100여만원 가까이 드는 병원비는 김경장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김경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수사과 직원들이 먼저 180여만원의 작은 정성을 모아 김경장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사연이 경찰서 내에 알려지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전직원들은 따뜻한 동료애 나누기를 자청했다. 치료비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지만 직원들의 따듯한 마음이 김경장에게 큰 위안이 되는듯 했다. 아들 간호를 위해 밤을 꼬박 지새우고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는 김경장은 “동료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뿐입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신현상기자

관장약 투여 사망가족 울불의 하소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24일 새벽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동수원병원 영안실. 안산 중앙병원에서 관장약을 투여한 뒤 갑자기 중태에 빠져 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숨진 윤모씨(35·안산시 이동)의 영정 앞에서 가족들이 못내 안타까운듯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은 별것 아닌 병을 고치러 갔다가 오히려 더 큰 병으로 도지게 해 숨지게 하는 병원측의 처사에 분통을 터트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씨는 지난 21일 동수원병원으로 옮겨진지 이틀만인 지난 23일 새벽1시30분께 세상을 뜨고 말았다. 중앙병원측은 당시 투여한 관장약이 제대로 듣지 않자 3차례나 관장약을 투여했다. 하지만 윤씨는 복통만 더할 뿐이었고 가슴통증이 심해 눈이 허옇게 뒤집혀 있었다는 것. 심지어 응급실 바닥을 뒹굴기까지 했다. 더욱 화가 치민 것은 “복막염인 것 같다”는 소견. 어쩔 수 없으니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해 동수원병원으로 실려왔다. 그러나 ‘장괴사’라는 청천벽력의 진단이 나왔다. 부인 송모씨(35)는 “남편의 장이 숯처럼 변한 채 이미 썩은 상태였답니다”라며 “의료진의 시술 잘못은 의료사고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번 남편의 경우는 도저히 의료기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원시적 사고”라고 울분을 토했다. 숨진 윤씨는 이리공고 화공과를 나온뒤 11년전부터 염색공장을 다니며 어려운 형편속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효자라고 주위사람들은 전했다. 윤씨의 영정옆에서는 아들(10)이 아빠의 죽음을 모르는지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신동협기자

면박만 당하는 절도 신고

“절도신고를 하러 갔더니 경찰관이 신고접수는 커녕 주인의 과실이 더 크다며 면박만 주더군요.” 지난 11일 밤 9시께 절도신고를 하러 송죽파출소를 찾았던 정모씨(36·수원시 장안구 송죽동)는 경찰로 부터 면박만 당했다며 분개했다. 수원종합운동장 인근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는 정씨는 이날 종업원 김모씨(23·용인시 삼가동)가 수금한 20여만원을 갖고 달아나자 이를 신고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았다. 정씨의 자초지종을 들은 김모순경은 정씨의 피해조서를 받으려는 찰나 옆에 섰던 김모경장이 “뭔 일을 그렇게 복잡하게 하느냐”며 “종업원 관리를 못한 주인의 책임이 크다”고 오히려 면박만 당했다는 것. 더구나 옆에 있던 정모 부소장도 담당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내용과 종업원 김씨의 인적사항만 알려줬을뿐 정씨의 사건접수 요구는 묵살했다. “어떻게 경찰이 그럴 수가 있는 겁니까. 신고를 하러 갔는데 오히려 주인 잘못이 크다며 면박만 주다니….” “부자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신고했을 때도 경찰들이 이러한 태도를 보일지 의문입니다. 나처럼 힘없고 권력없는 사람들이 불쌍할 뿐입니다.” 파출소 문을 나선 정씨는 길가에 놓인 돌멩이를 발로 걷어차며 울분을 삭였다. 결국 사건접수는 커녕 경찰의 무책임한 태도에 허탈감만 안은채 파출소 문을 나서는 정씨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경찰상을 깊숙이 각인한 하루였다./신동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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