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커닝 추방운동

‘커닝을 추방합시다’ 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아주대학교 캠퍼스에는 커닝추방을 호소하는 대자보가 나붙어 오가는 학생들의 발길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대학의 볼썽사나운 문화의 하나인 커닝 추방운동에 나선 주인공들은 이 대학 한국기독학생회(IVF), 학생신앙운동(SFC).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서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커닝추방을 주장하고 나선 경우 보기 드문일. “어느새 노트가 돼버린 강의실 벽과 책상, 거기에 커닝페이퍼, 그리고 커닝 hands... 우리 주변에선 커닝을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낭만이며 특권이라고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커닝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따끔하게 꾸짖는 이 대자보 내용에 학생들은 관심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커닝은 아무리 낭만이라는 허울을 둘러대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커닝이 가진 불의의 심각성에 대해 한번도 조민조차 해보지 않는 우리의 양심이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학생은 “커닝을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본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그동안 커닝을 해본적이 있다”며 “지킬 것은 스스로 지키는 풍조가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대학가의 커닝문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란게 학생들의 설명. 시험에 나올 내용을 미리 책상에 적거나 적을 공간이 없을 경우 시험당일 감독관 눈치를 살피며 서랍에 책을 펴놓고 시험을 치루는 사례가 다반사로 이뤄져 왔다. 화생공학부 김모군(23)은 “부정이 당연시 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의 의식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아탑에서 도덕적 해이의 한 단면으로 치부되던 커닝문화 추방에 나선 이들 학생들의 작은 몸부림에 우리 대학의 미래가 엿보이는듯 했다. /심규정기자 kjshim@kgib.co.kr

거짓말 범죄

현역 검사장이 초청강연에 나서 21세기 한국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개혁해야할 과제가 일상화된 거짓말과 이로 파생하는 각종 범죄라고 강도높게 지적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승규 수원지검장은 7일 오전 수원 호텔캐슬에서 열린 팍스 코리아나 21 경기남부지구 조찬포럼 강사로 나와 사회지도층으로부터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거짓말 범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며 거짓말에 따른 범죄를 유형별로 제시했다. 이날 김검사장은 먼저“88년 국회청문회에서의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에 영향을 받아 일반인들의 거짓말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한뒤“금방 드러날 외환보유고를 속여 거짓말 국가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며 그동안의 사회지도층이 보여준 도덕불감증을 꼬집었다. 이어 김검사장은 무고사범의 사례를 들어 95년 우리나라는 997명이 기소된 반면 일본은 단 1명에 불과하고, 98년은 우리나라가 1천680명인데 일본은 2명만이 기소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재판 중 위증도 우리나라가 999명인데 일본은 2명뿐이라며 거짓말에 따른 범죄 수치를 일일이 제시했다. 사기범의 경우도 우리나라가 4만명인데 인구가 배인 일본은 6천명에 불과하고, 재판과정 중 재산을 빼돌리는 강제집행면탈범도 우리나라가 223명인데 비해 일본은 12명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거짓말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부각시켰다. 또 우리나라 고소사건은 일본의 120배이지만 실제 범죄가 확인되는 것은 17%에 불과해 수사기간이 길어지고 재판 연기에 따라 많은 비용을 쏟아붇고 있다며 거짓말이 우리사회의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있다고 김검사장은 개탄했다. 특히 김검사장은“21세기에는 거짓말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위해서라도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에 대해 아이들에게‘없다고 말해’라는 사소한 거짓말부터 고쳐나가는 자세가 시급하다”고 제시,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옷로비 사건 등 사회지도층의 거짓말이 우리사회 전체의 충격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현역 검사장의 이같은 지적에 한결같이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경찰 수뇌부의 친절교육

“경찰관들의 친절수준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민원인을 가장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음내용을 들어보시지요.” 지난1일 오후 용인소재 삼성국제연구원에서 열린 ‘경찰대개혁을 위한 경기경찰 지휘관 워크샵’행사장. 박금성 경기경찰청장을 비롯한 총경급 이상 45명의 경찰수뇌부들이 친절서비스교육 강사로 나선 양묘심씨(27·삼성애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의 말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녹음기를 틀자 여성민원인을 응대하는 지방청, 일선 경찰서 직원들의 친절, 불친절 사례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여경은 언제 뽑는지요” “지금은 계획이 없고 연초에 뽑는데. 신문에 공고가 나갈 겁니다” 몇마디 주고받은뒤 전화통화가 끝났다. 양씨는 “직원의 상담태도가 반말투인데다 전화도 먼저 끊었지요. 민원인들은 인격적대우를 받기를 원합니다. 민원인 입장에서 상담해야 합니다” 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수뇌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S경찰서의 사례도 공개됐다. 불법총기류 자진신고방법을 문의하는 민원인에게 담당직원은 세세하게 설명해주는등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나 안내전화는 자동안내시스템(ARS). 양씨는 “ARS안내는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요. 민원인에게 ‘오래기다리셨지요’라고 말한마디 해주면 듣는 사람입장에서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양씨는 행사말미에 “전화 한 통화는 바로 서비스수준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라고 덧붙혔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서비스교육에서 참석자들은 비록 어색한 몸짓과 말투로 인사하기, 전화받기, 미소짓기 등을 선보였지만 진지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 경찰간부는 “간부들이 과거처럼 뒷짐지고 아랫사람에게 지시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수뇌부가 경찰개혁의 견인차역활을 해야할때”라고 강조했다. /심규정기자 kjsh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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