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좁쌀을 보잘것없거나 하찮은 것에 비유한다. 그런데 이 가을, 이 작디작은 좁쌀 한 알이 큰 우주를 만들었다.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고 하신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금 생각나는 계절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가을 여물어 가는 소리에 느껍다. 나뭇잎 허공에서 춤추며 곱게 익어간다. 때론 벌레들이 제각기 입으로 ‘냠냠’ 드로잉 한 흔적이 남은 자연 그림이 예술이다. 열매들 아람 여는 소리, 가을이 풍성하다. 황홀한 초가을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서늘해진 날씨 탓에 따끈한 게 절로 생각나는 계절. 호떡이며 잉어빵 가게가 눈에 띈다. 황금 호떡에 황금 붕어빵이라 적혀 있는 가게를 보니 최영 장군의 말씀이 떠오른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그래도 달달한 호떡은 이 계절에 최고다. 홍채원 사진작가
명절을 앞두고 사람이 붐비는 곳이 미용실, 목욕탕, 떡집 등이다. 그중 빠질 수 없는 곳 중 한 곳이 미용실이다. 명절을 앞두고 머리하러 온 할머니의 손길이 바쁜데 주인장이 잠시 바깥 소리에 몸을 돌린 모습이다. 지금은 주인장이 알아서 척척해 주지만 10년 전만 해도 파마를 하려면 손님이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집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며칠 남지 않은 한가위 명절 준비 잘 하시길 바랍니다. 홍채원 사진작가
여름이 가을을 빚었다. 언제 익을까 싶던 동그란 호박이 여름 힘껏 둥그런 모양을 만들어 우리 손에 안겼다. 가지런히 호박을 썰어 가을빛으로 빚어 겨울에 우리의 입과 눈을 호강시켜 줄 거다. 가을이 겨울을 빚는 소리를 만져본다. 홍채원 사진작가
어느 날 지인이 전시를 보고 “선생님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보이는 건 사진이다. 이렇듯 창작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너머의 것을 담아내는 것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딸아이를 낳고 심었다던 다래나무는 50년이 흘렀고 재개발로 나무는 사라졌다. 이제 사진 한 장으로 달콤한 다래 맛을 본다. 홍채원 사진작가
뜨거운 여름 삼베옷을 입고 가는 두 어른의 모습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여름이면 빳빳하게 풀 먹여 입으시고 한여름을 나셨지요. 홍채원 사진작가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라 각 지역으로 흩어진 잼버리 참가자들이 내가 머무는 이곳에도 이른 아침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별 탈 없이 남은 기간 동안 좋은 기억 가지고 돌아가길 바란다. 홍채원 사진작가
더운 날 오침을 즐기시는 할머니 뒤로 침대라는 글자에 살짝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할머니의 익숙한 의자가 더 편안해 보인다. 뜨거운 여름 더위에 맞춰 일과를 조정하며 잠시 휴식을 취해 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삼복더위에 뜨거운 차 만한 것이 없구려…. 홍채원 사진작가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적당히가 아쉬운 날들인데 햇살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얼마 전 해변에 비가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니 장난감 가지고 놀던 아이들도 일제히 비를 피했던 기억이 난다. 똑똑한 녀석들…. 홍채원 사진작가
하늘에 구름이 있는 날은 저녁 일몰 시간이 기다려진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다양한 색채를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고개만 들어도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지 못하고 흘려보내기 일쑤다. 이제부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날은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잠시 공원에 누워 하늘의 흥취를 즐겨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어제 내린 비로 촉촉한 대지! 그 기운으로 오감을 자극 받는 건 약간의 흥분을 일으킨다. 적당히 수분을 머금고 있는 땅을 맨발로 걷는 건 자연으로 한 발 다가가는 것이며 온전히 자연과 하나 됨이다. 접지(earthing)의 행위는 땅의 에너지와 우주와 내 몸이 만나는 지점이다. 며칠 뒤 비 소식이 또 있다니 다시 우주와의 만남을 기다려 본다. 홍채원 사진작가
송골송골 등골을 타고 내리던 땀방울이 하늘로 올라가 빗방울로 떨어져 내린다. 여름 장마의 시작인가 보다. 모쪼록 이번 비가 별 탈없이 지나가길… 홍채원 사진작가
유월의 푸르름이 최고를 위해 달리고 있다. 해가 길어 늦은 저녁 길도 걷기 좋은 계절이다. 멀리 말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인미답의 숲길을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나날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안개 자욱한 숲길을 걷는 건 신령스러운 곳으로 이끌려 가는 느낌이다. 덩그러니, 홀로,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설렘이다. 안개 자욱한 산은 언제나 신비스럽다. 홍채원 사진작가
화분에 연초록이 가득하다. 빈 화분에 무위의 방랑자처럼 바람 따라왔다가 놓고 간 자연의 선물이다. 들에 있으면 잡초였을 풀 한 포기가 화분에 담겨 나를 반기니, 행복은 결코 큰 것이 아니다. 여리고 여린 작은 풀잎에서 피안의 세계를 본다. 홍채원 사진작가
모내기를 끝낸 논이다. 열도 잘 맞춰 있고 빈 곳이 있어 보식 할 곳도 없이 잘 마무리 됐다. 이제 가뭄이나 태풍이 없다면 추수 때 풍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까지 무탈하길 기원한다. 홍채원 사진작가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를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 부른다.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결 좋은 날 들판이 온통 노랗다. 홍채원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