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in] 경기 오피니언리더 파주 역사탐방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도시는 어디일까. 정답은 ‘파주시’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화폐를 모두 더하면 6만6천660원. 신사임당(5만원권)과 율곡 이이(5천원권)의 묘소가 파주시에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의 한 문화해설사가 던진 우스갯소리다.마냥 웃어 넘기기에는 파주시가 갖고 있는 역사 문화적 자산의 가치가 깊고 크다. ‘한국 유학의 본산(本山)’이라 할 만큼 시 곳곳에 방촌 황희, 율곡 이이, 우계 성혼 등 유교 선현(先賢)들의 자취가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는 2018년 경기 천년을 앞둔 경기도의 무관심과 시의 빈약한 지원 속에 그 가치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강원도의 적극적인 홍보로 많은 사람이 신사임당과 이이의 묘소와 관련 유적이 강릉 오죽헌에 있는 것으로 알고 방문, 대표적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이에 경기일보와 파주시, 경기학연구센터는 지난 8월 10일 도내 오피니언 리더 60여 명과 함께 그 가치를 재확인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답사길에 올랐다. 우리나라 대표 재상 황희를 만나다8월 10일 오전 11시께.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 인적 없이 매미 소리만 들리던 ‘황희 영당’(파주시 문산읍)에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윤여빈 경기학연구센터장이 고유문(사당이나 신명에게 알리는 글)을 낭독하는 소리였다. 황희영정 앞에 모여 선 답사단 60여 명은 대표로 올라선 이순국 경기일보 사장과 함께 모자와 양산, 선글라스 등을 모두 내려 놓고 머리를 숙여 절(배례)하고 묵념했다.한국효문화센터 최종수(75) 이사장은 “유적지를 걸으며 황희 정승이 휼륭한 재상임을 새삼 깨달았는데 답사 전문가들조차 처음 온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선현이 남긴 지혜를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구도장원공(과거시험에서 장원만 9번)’ 이이를 만나다20여 분 달렸을까. 땀이 마르기도 전에 율곡 이이(1536~1584) 유적지에 도착했다. 여섯 살부터 본가인 파주시에서 자란 이이는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의 문인과 학자들의 집단인 ‘기호학파’가 추앙하는 큰 학자다. 유적지에는 지방 유림들이 성리학의 주류를 이끈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자운서원과 율곡 기념관, 어머니 신사임당을 비롯한 가족 묘역 등이 있다.묘소를 뒤로 하고 내려온 길. 나무와 너른 잔디, 연못이 어우러져 넓고 깨끗한, 더욱이 신사임당과 이이의 묘소가 있는 유적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순간 눈 앞의 파주 이이 유적지가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강원도 강릉의 오죽헌과 오버랩되면서 한없이 쓸쓸하게 느껴졌다.17년 째 이이 유적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종산 관리소장은 “오죽헌의 전 직원이 매년 참배올 정도로 실로 대단한 곳인데 연간 방문객이 오죽헌(100만여명)에 비해 10분의 1 가량인 10만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충효사상과 유학의 정신이 살아 있는 이 곳을 경기도 차원에서 노력해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진정한 학자 성혼을 만나다마지막 답사 일정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우계 성혼(1535~1598)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그는 열 살 때부터 파주에서 살면서 같은 고을의 이이와 사상을 공유한 벗이었으며, 관직보다 학자로서의 삶을 추구하며 후학양성에 힘쏟은 인물이다. 특히 왜란 때 왜와 정전협정을 맺자고 주장하며 동인 류성룡과도 손잡는 등 협치를 강조한 인물로서 연정이 펼쳐지고 있는 경기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박종찬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자원봉사센터장은 “황희부터 성혼까지 도내에 알려지지 않은 유학 관련 유적지들을 직접 걸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면서 “이 같은 답사 프로그램을 청소년과 성인 등 다양하게 구성해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이와 관련 이재홍 파주시장은 “매년 10월 율곡문화제를 개최하고 율곡과 성혼, 구봉 간 친필 편지를 모은 삼현수간 발간을 추진하는 등 시의 유교문화자원을 경기도와 시의 대표 브랜드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파주시가 성리학의 산실임을 알리고 이를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그 예를 생활에 녹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글_류설아ㆍ손의연기자 사진_김시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