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대기업에는 허약, 서민에게는 강경

농협이 대기업 등에게는 허술하게 돈을 빌려 주었다가 떼이면서 농민과 서민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이고 끝까지 채권을 받아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주진우 의원(한·고령·성주)은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사에서 “대기업에 대출해 주고 있는 100대 거액대출의 부실여신 비율이 40%를 넘는 반면, 농민과 서민의 부실여신은 2%도 안된다”며 “이는 대기업에는 ‘낮은 문턱’, 농민·서민에게는 ‘높은 문턱’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농협의 신용사업 부실채권 현황을 보면, 총 여신50조7천340억원 중 고정이하 여신(요주의,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부실여신 등)은 1조9천935억원으로 부실 비율은 3.93%이다. 그러나 농협의 대출금액이 많은 상위 100대 거액 대출채권의 경우, 6월말 현재 총 대출금 1조7천639억원 중 고정이하 여신은 7천344억원으로 부실비율이 41.6%에 달하고 있다. 반면 농민들에게 대출되는 정책자금의 경우, 9월말 현재 총 대출잔액 20조6천860억원 중 고정이하 여신은 0.65%인 1천344억원에 불과하며, 일반 도시민들에게 대출되는 가계 및 주택자금의 경우 총 12조499억원 중 1.85%인 2천231억원에 그치고 있다. 주 의원은 “농협의 기업대출 관리는 시중은행보다 허술하다”며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40%가 넘는 것은 대기업 여신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2004년까지 고속도로 2000km 추가건설

정부는 오는 2004년까지 국내 총생산(GDP)의 3.2%에 해당하는 94조원을 투입해 고속도로와 국도, 철도, 항만, 공항 등 교통시설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건설교통부는 26일 교통개발연구원이 최근 마련한 ‘중기 교통시설 투자 계획안(2000∼2004년)’을 토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정부 관계자와 교통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갖고 여론 수렴 작업을 벌였다고 이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2004년까지 24개 사업 2천2㎞를 추가 건설, 총 고속도로 구간을 3천943㎞로 연장하며 20개 사업 725㎞는 이후 계속 추진하게 된다. 국도의 경우 32조원을 투입, 3천332㎞를 확충·정비하며 도시 통과 차량에 의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읍면내에 578㎞의 우회도로를 건설하게 된다. 간선 철도망은 2천555㎞를 확충하고 경부고속철도 서울∼대구 구간을 개통하며 경부·호남·전라·중앙·충북·영동·동해남부선의 전철화 또는 복선화 작업이 진행된다.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권역별 공항의 건설 및 확충을 위해 울진과 무안, 전주, 양양 신공항을 건설하고 여수공항 등 기존 공항을 대폭 넓히게 된다. 항만의 경우 부산 신항과 광양항을 대형 중추항으로 개발하고 평택항과 인천북항, 목포신외항, 울산신항, 포항신항 등 권역별 신항만을 지속적으로 개발키로 했다./연합

<르뽀>재래시장 썰렁

“경기가 나아지긴 뭐가 나아져요. 몇년전만해도 이 시간대면 혼수품 구입고객들로 바글바글댔는데…” 26일 오후 2시께 수원 남문시장내 Y포목점(주인 홍모씨·42·여). 결혼시즌인데도 혼수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켜 썰렁함마저 일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전만해도 이맘때면 넘쳐나는 손님들로 인해 여종업원과 함께 눈코뜰새없이 바빴으나 IMF를 겪으면서 다지나간 옛일이 돼 버렸다. 5년전 전세점포로 시작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나 IMF이후 손님의 발길이 줄기 시작해 요즘은 한달평균 250만∼300만원을 판매, 간신히 전세비와 인건비만 건지고 있는 실정이다. 홍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나 서민들의 가계소비는 찬바람이 쌩쌩불고 있다”며 “요즘처럼 파리만 날린다면 내년초에는 장사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위의 포목점들도 점포내 형광등 불빛만 환하게 밝힌채 TV를 시청하거나 옆 점포주인과 이야기하며 손님이 찾아와 주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내 건어물점포 거리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몇년전만해도 건어물점포 80여곳이 양길가로 길게 늘어서 찾는 손님들로 인해 지나다니기 조차 힘겨웠으나 지금은 다사라지고 12곳만이 생존해 있어 한산하기만 하다. 아버지때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S건어물점포를 운영해오는 안모씨(52)는 번영했던 옛날을 잠깐 떠올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몇년전부터 점포를 찾는 손님이 줄기 시작해 요즘은 하루평균 6명 가량이 찾아오는 실정이다. 안씨는 “IMF이후 서민들의 소비가 계속 꽁꽁 얼어붙은데다 2년전부터 할인점이나 백화점이 셔틀버스로 동네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싹쓸이해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적 상거래 운영방식인 수원 남문시장의 소점포들은 규모와 경쟁력에 밀린데다 손님들의 발길조차 뚝 끊기는 등 어려움이 가중, 존립기반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관식기자 k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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