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대선 정국에서 벌어지는 수사다. 모든 수사 과정이 대선과 직결된다. 어느 한 쪽에 회복 불가한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수사 착수를 보는 시각도 갈린다. 야권에서는 뭉개는 수사를 우려한다. 여권에서는 수사의 정치쟁점화를 경계한다. 일단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향후 수사에 대한 전망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대신 좀 다른 곳을 보려고 한다. 수사 주체 문제다. 헷갈린다. 혼란스럽다. 도대체 이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것인가, 경찰이 하는 것인가. 의혹 당사자들은 검찰로 갈 것인가, 경찰로 갈 것인가. 중간 수사발표는 검찰이 할 것인가, 경찰이 할 것인가. 과거에도 하나의 수사에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움직인 경우는 있다. 하지만, 거기엔 수사 지휘와 역할 분담이 정확히 구획돼 있었다. 이번엔 그런 게 없다. 이런 양방향 수사는 처음 본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다. 아마도 이후 시작된 최대 사건인 듯하다. 사건 자체의 규모가 큰 데다가 대선이라는 특수 상황까지 겹쳐 있다. 수사 하나하나에 쏟아질 국민 관심과 평가가 전례 없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검경 동시 수사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정해져 있다. 뇌물, 경제범죄, 금융ㆍ증권범죄, 선거범죄, 방산비리, 사법방해 등이다. 나머지는 경찰이다. 법으로 정해놓은 구분이다. 그런데 이게 실무에서는 혼란스럽다. 수사 초기부터 성격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대장동 수사처럼 복잡하게 엮여 있는 경우는 더 그렇다. 검찰이 할 수 있는 6대 범죄가 해당하는 측면도 있지만, 경찰이 맡아야 할 기타 영역도 많다. 이러다보니 서울중앙지검과 경기남부경찰청이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이 동시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같다. 경찰이 검사로부터 어떤 수사지휘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의 대의는 인권 보호였다. 어제 하루 검경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 인권 침해였다. 경찰에서는 추궁하고, 검찰에서는 압수수색했다. 수사 대상자들은 어느 쪽 수사에 대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피조사자들에게도 한 곳에서 일관된 조사를 받을 권리는 있다. 이 와중에 피조사자 인권을 말하는 게 얼마나 어색한지 잘 안다. 하지만, 이건 대장동 피조사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내 주변 일, 내 일일 수 있는 문제다.
사설
경기일보
2021-09-30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