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골키퍼 비난 말아주오”

○선제골을 넣고도 지키기보다는 이기려는 경기를 하려고 했다(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12일 열린 그리스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뒤.○우리 팀 선수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오토 레하겔 그리스 대표팀 감독)=한국과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실망감을 토로하며.○(한국의 승리는) 우리에게 큰 자극제다(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한국과 그리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숙적 한국의 선전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14일 카메룬과의 E조 첫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맞아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신께 감사한다.(나이지리아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아르헨티나와의 B조 예선 1차전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쟁쟁한 상대팀 공격수의 매서운 공세를 막아내 이 경기의 선수로 선정된 감격을 전하며.○만일 당신이 메시의 엄청난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축구는 아름답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13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리오넬 메시의 활약에 만족한다며.○우리 골키퍼를 비난하지 말아달라. 선수들이 공(자블라니)에 대해 계속 불만을 얘기해왔지 않는가.(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스티븐 제라드)=13일 미국과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한 골키퍼 로버트 그린을 감싸며.○누구나 부부젤라를 좋아한다. 부부젤라는 이 대회의 상징이다.(대회 조직위원회 리치 음콘도 대변인)=응원도구인 부부젤라의 소음에 대해 비판적인 일부여론에 반박하며.○나는 항상 이런 부담감과 함께 살아야 한다. 내 뒤에 모든 국민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직업이지만 한편으로는 환상적인 직업이다.(잉글랜드 대표팀 파비오 카펠로 감독)=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부담감을 설명하며.

그리스 2대0 격파… 조 1위 16강 발판 마련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국축구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이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 밤(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수비수 이정수(가시마)의 전반 선제골과 후반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추가골에 힘입어 2004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4) 챔피언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했다.이로써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워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이어 열린 경기서 나이지리아에 1대0으로 신승을 거둔 아르헨티나를 골득실 차에서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서 첫 원정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또 한국은 본선에 여덟번째 나서는 동안 한국인 감독 첫 승리를 따냈고, 후반 추가골을 넣은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3회 연속 골을 기록했다.이날 허정무 감독은 예상대로 4-4-2 포메이션에 박주영(AS모나코)과 염기훈(수원)을 투톱으로 프리미어리거 듀오 박지성, 이청용(볼턴)을 좌우 날개에, 김정우(광주), 기성용(셀틱)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포백 수비라인에는 왼쪽부터 이영표(알 힐랄)-이정수-조용형(제주)-차두리(프라이부르크)를 세우고 골키퍼는 공중볼 캐치가 뛰어난 정성룡(성남)이 선발로 나섰다.이에 맞서 그리스는 게카스를 원톱으로 사마라스, 하리스테아스를 좌우 공격에 배치하는 4-3-3 전술로 맞섰다.한국은 전반 2분 그리스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전담 키커 카라구니스가 오른쪽 코너킥을 문전에서 트로시디스가 오른발로 강하게 찬 것이 왼족 골대를 비켜가 위기를 모면했다.초반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의 주도권을 장악한 뒤 전반 7분 마침내 수비수 이정수가 첫 축포를 터뜨렸다.왼쪽 코너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이 문전으로 날카롭게 띄워준 볼이 그리스 수비진의 머리를 넘어 반대편으로 낙하하자 이정수가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으로 골망을 출렁이게 했다.첫 골을 얻은 뒤 중원에서부터 압박수비로 침착하게 잘 막아냈고, 박지성, 이청용, 염기훈의 돌파를 활용해 반격을 펼치다가 전반 27분 센터서클 부근 한국 진영에서 박지성이 길게 찔러준 것을 박주영이 수비수 한 명을 달고 들어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슛한 것이 골키퍼 조르바스의 발에맞고 크로스바를 살짝 넘겨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후반들어서도 공격의 고삐를 당긴 한국은 7분 만에 캡틴 박지성의 놀라운 집중력으로 승리를 확정짓는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박지성은 상대 미드필드 중앙에서 빈트라의 공을 가로채 수비수 2명의 저지를 뚫고 질풍처럼 치고들어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꺾어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반대편 골문을 갈랐다.박지성은 이 골로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 결승골과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 동점골에 이어 본선 3회 연속 골을 기록했다.패색이 짙은 그리스는 후반 13분 사마라스를 빼고 살핑기스를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태극전사의 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한국은 후반 17분 차두리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주영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넘겨 아쉬움을 남긴 뒤, 후반 29분 기성용 대신 김남일(톰 톰스크)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다.골키퍼 정성룡은 후반 35분 게카스의 문전 왼발 터닝슛을 몸을 날려 방어해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황선학기자 2hwangpo@ekgib.com

이른 시간 선제골·강한 압박 승리 주요인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선제골을 잡아낸 것이 승리의 주요 원인이다.우리 태극전사들이 가진 것을 100% 이상 보여준 경기로 역대 대표팀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미드필드 라인에서의 강한 압박과 2선 침투 등은 그리스를 2대0으로 무너뜨리는데 일등공신이 됐다.특히 장신들이 즐비한 그리스를 상대로 크로스를 쉽게 허용하지 않은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칭찬하고 싶다.쐐기골을 터뜨린 박지성은 좌우, 중앙을 넘나드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매끄러운 공격을 이끌었고, 이청용과 염기훈 역시 많은 활동량으로 그리스 수비진을 휘저었다.초반에 중앙수비진이 조금 불안한 듯 보였으나 대표팀이 허리싸움에서 압도하기 시작하며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고, 좌우 풀백인 이영표, 차두리 역시 빠른 스피드로 그리스의 측면을 쉴새 없이 괴롭혔다.원톱으로 출전한 박주영은 비록 골을 사냥하지는 못했지만 1선에서의 공격적인 움직임과 볼키핑, 공중볼 다툼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원활 공격을 주도해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붙박이 이운재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골키퍼 정성룡도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후반 그리스의 원톱인 게카스의 결정적인 슈팅도 선방해냈다.전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벼웠던 반면 그리스는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주축선수인 카라구니스와 사마라스 등이 한국 수비진의 강한 압박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후반 7분 만에 박지성에게 볼을 빼앗기며 허용한 두 번째 골은 그리스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다만 후반 20분 후 그리스가 8분여 동안 총 공세로 나왔을 때 긴 패스 위주의 역습으로 체력을 소진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물론 긴 패스로 좋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 운영으로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드는 그리스 선수들의 체력을 더 소진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원FC 유소년축구클럽 감독김종부 감독 약력-1965년 1월 13일생-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 주역으로 브라질과의 34위전에서 통쾌한 선제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1986년 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서 천금같은 동점골로 한국의 본선무대 첫 승점(1-1 무승부)을 따내는 데 기여.-동의대거제고 감독 역임, 현 수원FC 유소년축구클럽중동고 감독-1983년 한국체육대상 최우수선수상 수상

승리의 함성…외쳐라 '대~한민국'

23명의 태극전사들이 이날만을 기다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한국시각) 오후 8시30분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그리스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리스전은 두말할 나위없이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경기. 일단 세 번의 본선 경기 중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잘 풀어나가야 승리의 기운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B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비교했을때 한국이 승점 3점을 따기에 가장 유리한 상대라는 분석도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승점 5~6점은 확보해야 안전하다고 봤을 때 그리스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향후 경기에 숨통이 트인다. 만일 비겨 1점만을 얻게 되거나 패한다면 뒤에 기다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한국대표팀이 '그리스 올인'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일련의 평가전만을 살핀다면 그리스는 분명 한국이 해볼만한 상대다. 장신 선수들을 이용한 세트피스는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느린 수비수들을 발빠른 한국 공격수들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평가전에서 보여준 그리스의 전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의 생각이다. 최근의 평가전과 월드컵 예선전 등의 DVD를 보며 그리스를 분석한 선수들은 "최근 평가전에서는 그리스가 전력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그리스가 잠재되어 있는 힘을 한국과의 경기에서 모두 끌어내 보인다면 분명 그리스는 매우 까다로운 팀이 된다. 유로 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당시 위력을 발휘한 '질식수비'의 모습은 다소 희미해졌지만 여운은 남아있다.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이 한국을 상대로 포백 수비라인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앙 수비수 모라스-키르기아코스는 신장이 196㎝와 193㎝에 이른다. 빼어난 신장을 무기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이들은 세트피스에서도 키를 이용해 공격에 보탬을 주고 있다. 수비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장신을 이용한 그리스의 세트피스다. 최근 열린 북한과의 평가전에서 뽑아낸 2골 역시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역시 강해질 그리스에 대비,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거치며 몇몇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모두 '이상무'를 외치며 "그리스전에 모든 것을 보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일단 그리스의 장신 숲을 허물기 위해서는 박주영(모나코)-염기훈(수원) 투톱이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중원에서는 좌우 날개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이 포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김정우(광주 상무)와 기성용(셀틱)이 버틴다. 포백라인에는 이영표(알힐랄),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좌우 풀백으로 나설 공산. 중앙 수비수에는 조용형(제주)-이정수(가시마)가 호흡을 맞춘다. 골키퍼 장갑은 이운재(수원)가 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월드컵 유치는 출구조사처럼 돼야"

"월드컵 유치가 이번 지방선거의 여론조사처럼 되면 안 되겠죠. 출구조사처럼 돼야 합니다" 6.2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당대표직을 그만둔 뒤 지난 4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물면서 2022년 월드컵 유치 활동에 전념하는 정몽준(59)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월드컵 유치는 어려운 일이지만 값어치 있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부회장은 11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중심지의 미켈란젤로 타워에서 취재진과 만나 "6.2 지방선거를 치르느라 많이 바빴는데 여기에 와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며 "틈나는 대로 FIFA 집행위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이날 열린 제60회 FIFA 총회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2022년 월드컵 유치의 전망을 묻자 "이번 선거의 여론 조사처럼 되면 안 된다. 출구조사처럼 돼야 한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오는 12월 2일 예정된 FIFA 총회에서 결정되는 차기 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현재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이상 공동), 잉글랜드, 러시아, 호주, 미국이 2018년 월드컵과 2022년 월드컵 중 하나를 유치하겠다고 신청했고, 한국은 카타르, 일본과 2022년 대회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잉글랜드도 올림픽을 유치하고 나서 곧바로 월드컵 재유치에 나섰을 정도로 월드컵은 선진국들이 모두 하고 싶어하는 행사다"며 "노력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사업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치 신청국들은 대부분 정부가 많이 나서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FIFA 총회에 참석하려고 했다가 부통령을 대신 보냈다. 수행원만 300여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지금은 남북관계가 별로 안 좋은데 앞으로 12년 후가 되면 전환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며 "2002년 대회는 한일 관계회복에 중심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 개최권을 가져오면 처음으로 완전한 월드컵을 치르게 된다. FIFA 집행위원들에게 마지막 분단국가의 평화에 이바지해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으로 일정에 대해선 "12일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리는 한국-그리스 경기를 볼 예정이다"며 "곧바로 열리는 미국-잉글랜드 경기도 보고 싶지만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서 힘들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이후 일정은 아직 생각해봐야 한다. 계속 남아있으면 남아있다고 뭐라고 그럴 것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간다고 그럴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리스 숙소에 도둑…여전히 위험한 남아공

남아공은 여전히 무법지대다. 이번에는 한국의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1차전 상대인 그리스의 숙소에 도둑이 들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AP통신을 비롯한 주요외신들은 10일(한국시간) "그리스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더반 비버리힐즈 호텔에 8일 도둑이 들어 현금 1600유로(약 24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앙헬로스 하리스테아스, 소티리스 니니스,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의 방에 도둑이 들었다. 이들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뒤 자신의 방에 도둑이 든 것을 확인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그리스 대표팀의 미디어담당관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절도 사건"이라면서 "이번이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인데 선수들이 돈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경기 일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는 경찰 19만명이 순찰을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절도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8일에는 포르투갈 기자들이 숙소에서 무장강도들에게 금품을 탈취당했고 10일에는 중국 기자들이 강도를 만나 1,500달러 상당의 금품을 뺏겼다. 한편 예상보다 하루 이른 10일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동한 그리스는 11일 넬슨 만델라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훈련을 한 뒤 12일 오후 8시30분 한국과 B조 1차전을 치른다.

'허정무호' 두 가지 옵션의 프리킥

190cm 이상이 즐비한 그리스보다 높이에선 분명히 열세다. 하지만 세트피스 같은 찬스에서 반드시 골을 넣어야만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이 세트피스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리스와 1차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에서의 첫 훈련. 이날의 화두도 역시 세트피스였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꾸준히 연습해왔던 직접 프리킥 외에도 먼 거리에서 골문을 향해 띄어주는 간접 프리킥에도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기성용의 패스용 프리킥 먼 거리에서 프리킥은 아시아 예선부터 대표팀의 전담 키커로 활약한 기성용(셀틱)이 도맡았다. 신장이 뛰어난 그리스를 상대로 헤딩을 따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짧은 프리킥에 이은 이른바 잘라먹기. 키가 작아도 상대보다 앞에서 뛰면 충분히 공중볼을 따낼 수 있다. 기성용도 허정무 감독의 특별 주문을 받고 니어 포스트를 향해 프리킥을 날렸다. 공은 빠르고 강하게 휘어졌다. 기성용은 감독님께서 정확도를 좀 더 높이고 날카롭게 골대 위쪽으로 향하도록 강하게 차라고 주문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선 키가 큰 수비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185cm의 이정수(가시마)를 비롯해 182cm의 김동진(울산)까지 가담해 헤딩 골을 노렸다. 대신 이영표(알 힐랄)와 김정우(광주)가 후방을 지켰다. ▲박주영 염기훈의 득점용 프리킥 박주영(AS모나코)의 프리킥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훈련을 지켜보던 취재진마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특히 좌우 가리지 않고 연신 날카로운 프리킥을 쏘아댔다. 감아차는 프리킥은 시원한 곡선을 그리며 골대로 향했고 먼거리에서 날리는 대포알 프리킥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대표 선수들이 꼽은 첫 골의 주인공으로 뽑힐 만한 프리킥이었다. 염기훈 역시 킥 감각이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점점 프리킥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염기훈의 문제는 공에 대한 적응이다. 킥한 공이 나가는 거리를 여전히 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왼쪽은 박주영, 오른쪽은 염기훈이 맡는다. 하지만 꼭 위치를 정한 뒤 나눠서 차는 것은 아니다. 박주영과 염기훈은 욕심내지 말고 그 때 그 때 자신 있는 사람이 프리킥을 차자고 말했다.

'초롱이' 이영표, 그리스전 오른쪽 풀백으로 보직 이동?

허정무 감독의 마지막 퍼즐은 오른쪽 풀백이었다. 12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의 B조 첫 경기에서 왼쪽 풀백 김동진(울산)-오른쪽 풀백 이영표(알 힐랄)의 조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일 포트 엘리자베스의 겔반데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한국축구대표팀의 훈련 도중 기자석이 술렁거린 순간이 있었다. 미니게임을 위해 나선 선수들 중 주전으로 파악되는 '주황조끼조' 포진에 왼쪽 풀백으로 김동진이, 오른쪽 풀백으로는 이영표가 나섰기 때문이었다. 김동진과 이영표는 둘다 원래 왼쪽 풀백을 맡아보고 있어 포지션이 겹친다. 그런데 2006 독일월드컵때와 마찬가지로 이영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김동진이 왼쪽 자리를 맡는 그림이 나온 것이다. 그간 훈련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이자 기자들은 이를 여러번 재확인하며 가능성 중 하나로만 남아있던 조합을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그간 일련의 훈련들에서 왼쪽 풀백 자리는 언제나 이영표의 몫이었다. 이영표는 김동진과의 주전경쟁에서 조금씩 앞서 나갔고 이 자리를 꿰찬 것으로 보였고 자연스레 오른쪽 풀백 자리는 본래 이 포지션인 오범석(울산),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경쟁해왔다. 최근 일련의 평가전들에서 허정무 감독은 오른쪽 풀백 자리에 오범석과 차두리를 번갈아 세우며 고심을 거듭, "누가 그리스전에 적합할지"를 계산해왔다. 두 선수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오범석이 세밀하고 정확한 경기를 한다면 차두리는 탁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체격조건이 좋은 그리스를 상대로 할때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장점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단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뜻 오른쪽 풀백 자리에 주전을 낙점하지 못했던 허정무 감독은 이날은 이영표를 오른쪽 플백으로 돌려세우는 선택을 실험했다. 이영표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활약할 당시 오른쪽 풀백으로도 뛴 경험이 있고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좌 김동진-우 이영표'의 조합은 가동되었었다. 경기 이틀을 앞두고 보인 허정무 감독의 수비 조합 선택은 기자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겼다. 중앙 수비수 조용형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사실 나 역시도 오늘 좌우 풀백 수비수에 김동진, 이영표 선수가 서게 되어 깜짝 놀랐다. 어떤 조합이 되든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허정무 감독의 그리스전 선택이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2006 독일월드컵처럼 오른쪽 풀백으로 이영표가 자리 이동을 할 수도 있고 체격조건이 좋은 차두리, 세밀한 플레이의 오범석이 나설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날 훈련을 통해 이영표의 자리이동의 효과와 가능성을 확인한 허정무 감독이 경기 직전까지 오른쪽 풀백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허정무 감독, 그리스 스리백 변신에 고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1차전 상대인 그리스가 예상 외의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리스의 높은 신장은 허정무 감독에게 여전히 부담이다. 허정무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겔반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을 마친 뒤 활기차게 경기에 임할 계획이다.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선수들의 호흡도 잘 맞추겠다면서 특히 심리적으로 분발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전 상대인 그리스는 최근 북한과 평가전에서 2-2로 비기고,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0-2로 패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연습에서 기존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사용하는 등 조금 달라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스리백의 경우, 측면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 시 수비가 5명으로 늘어나 한국으로선 좀처럼 뚫기 힘들 전망이다. 허정무 감독은 여러 차례 미팅도 했지만 상대가 스리백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플레이 스타일도 신장이 높기 때문에 (좌우에서) 때리고 들어올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변수에 대한 걱정은 없어 보였다. 항구도시인 포트 엘리자베스는 강한 바람이 가장 큰 변수다. 또 넬슨 만델라 베이의 잔디가 미끄러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고지에서 내려왔기에 선수들의 호흡도 좋다. 바람은 걱정이 되지만 시합 날도 오늘처럼 좋은 날씨였으면 좋겠다면서 잔디는 1월 전지훈련 때와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 잔디와도 비슷하기에 적응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스의 1차전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그리스 역시 1차전의 중요성을 알기에 수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리스전은 1골차 승부가 될 전망이다. 허정무 감독은 일단 우리 선수들의 도전하고자 하는 열망과 열정이 충분하다면서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경기장에 나가서 최선 다하고 좋은 경기 펼쳐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캡틴' 박지성 "가진 능력 보여주면 승산은 있다"

그리스와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1차전을 앞두고 있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캡틴답게 자신감이 넘쳤다. 우리가 해온 대로만 경기를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박지성의 생각이다. 박지성은 10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겔반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을 마친 뒤 우리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징조라 생각하고 하루 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그리스전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박지성은 그리스의 장단점 파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기량을 100%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말해왔던 이른바 즐기는 축구와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경기장에서 긴장하지 말고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라는 의미다. 비디오를 보고 그리스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박지성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그걸 알고 경기장 들어가서 얼마나 잘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느냐다. 우리가 가진 능력을 다 보여주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캡틴답게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모습도 역력했다. 박지성은 월드컵 큰 경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끝날 때까지는 단 한 경기의 축구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다른 경기와 다름없이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리스전은 다양한 변수가 대표팀 주변에서 도사리고 있다. 포트 엘리자베스의 강풍과 공인구 자블라니 등이 큰 변수다. 특히 선수들은 하나 같이 자블라니 적응이 어렵다고 외친다. 하지만 박지성은 변수는 오히려 우리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그것만 모두 보여주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만한 능력은 있다면서 우리가 분명히 그리스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연습해온 결과물을 봤을 때 좋은 경기 펼칠 수 있고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