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짜가’가 판친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도무지 구분이 안 간다. 짝퉁 가방, 짝퉁 시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유명 브랜드 상품을 복제해 판매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구매자를 기만하는 상품 위조 범죄자들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제는 물건을 넘어 사람을 복제해 돈벌이에, 범죄에 이용하고 있다. 딥페이크 이야기다. 수업 중인 교사를 촬영해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든 후 선생 능욕, 도촬 등으로 해시태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고등학생, 여학생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 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한 대학생들, 여군을 군수품으로 칭하며 딥페이크 사진을 유포하고 능욕 메시지를 보낸 현역 군인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심각한 딥페이크 범죄들이 보도되고 있다. 날로 더해가는 딥페이크의 심각성에 우리 사회가 철퇴를 들었다. 지난 9월에는 성적 허위 영상물을 편집, 반포할 경우 법정형이 5년에서 7년으로 강화됐으며 지난 14일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벌 및 규제를 강화해 딥페이크를 예방하겠다는 의지에 적극 동의하지만 법적 처벌 강화만으로 딥페이크 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까 고심하게 된다. 법적 처벌은 사후 대책이다. 딥페이크 범죄가 발견되면 강화된 법으로 처벌 가능하다. 그러나 발견되기 전까지는 전문가의 기술적 검증이 없으면 찾기 어렵고 이마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해야 검증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본인이 피해자인지도 모른 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손쉽게 딥페이크가 가능하게 됐다. 딥페이크 합성물이 실제인지 가짜인지 밝혀내는 것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지만 이를 만드는 것은 비전문가도 가능하다. 게다가 일반인은 이것이 진짜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누구나 범죄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처럼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회, 기술이 인간을 속이는 사회에서 무엇이 인간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바로 기술에는 없으나 인간에게만 있는 ‘양심’으로 가능하다. 무엇이 떳떳하고 무엇이 떳떳하지 않은가. 일상적으로 매 순간 나와 우리를 지키는 힘은 제도가 아닌 개인의 양심, 건강한 가치관에서 발현할 수 있다. 딥페이크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개인이 스스로 제대로 판단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포괄적 성교육(CSE,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은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만이 아닌,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술과 태도 등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여 가르치는 교육이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혐오하는 작금의 성문화를 바로잡고 일상적으로 개인이 건강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전인적·포괄적 성교육을 실시해야 할 때다.

[천자춘추] 끄트머리에서 찾은 실마리

지난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출근길 마주치던 학생들의 가방도 한결 가벼워 보인다. 지난 12년간 한길만 보고 달려왔을 학생들에게 수능은 어떤 의미일까. 수능은 그들에게 오랜 여정의 끝자락, 즉 끄트머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수능은 끝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인생의 수많은 변곡점 중 하나를 지나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실타래를 풀려면 끄트머리부터 찾아야 하듯이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갈 그들의 선택과 도전을 응원해 본다. 비단 도전에 대한 응원이 필요한 건 수험생만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경기 침체라는 실타래에 엉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끄트머리에서 그들은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정부에서는 경제적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전 조치와 민관 협력을 통해 소상공인 이자 환급, 원스톱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한 대출금리 인하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출범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출발기금은 코로나로 피해를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채무 조정으로 빚 상환 부담을 덜어준다. 금융비용이 높은 이에게는 금리를 낮춰 주고 재산보다 채무가 많아 채무 상환이 어려운 이에게는 최대 80%까지 원금을 감면하고 분할 상환도 가능하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을 신청한 대출자 수는 9만3천명에 이르고 신청 채무액은 15조원 규모다.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채무 조정과 상담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왔다. 아직 신청 기간이 2026년 12월 말까지 남아 있고 지원 규모도 40조원이기 때문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끄트머리는 ‘끝자리’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새로운 실마리’라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끄트머리를 막다른 길이라 느낄 수 있지만 그 끝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걸음을 가볍게 하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캠코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등 뒤의 바람이 돼 경제적 끄트머리에서 새출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도전의 길에 함께하겠다.

[천자춘추]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음주운전 사고는 증가·감소를 반복하며 연평균 1만5천여건 발생, 230여명 사망, 2만4천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음주운전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음주운전자의 판단력 저하에 따른 중앙선 침범, 다중 충돌사고 등 예측할 수 없는 치명성과 일반 사고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치사율에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방지대책은 단속과 처벌에 중점을 둬 왔으나 음주운전 사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혁신적인 음주운전 사고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2023년 10월24일 도로교통법을 개정,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이 제도는 2024년 10월25일부터 시행됐으며 최근 5년 이내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가 결격 기간이 종료된 후 자동차 등을 운전하려는 경우 시·도경찰청장으로부터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아야 하며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결격 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부착해야 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시동을 걸기 전 호흡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으며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면허가 있는 상태에서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없는 차량을 운전하면 무면허운전에 준하는 처벌을 받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면허취소되는 등의 처분을 받는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음주운전 상습 위반자의 재범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운전면허 결격 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행동 교정 효과도 기대된다. 또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도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사전 예방적 접근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운전자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안전한 도로교통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자춘추] 진료비 확인 제도

최근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총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인 19.82%, 1천15만명에 달했다. 60대 김현철(가명)씨는 젊었을 때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님에도 밤새워 일해도 거뜬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많이 사용한 근육과 관절에 의료적 손길이 필요하게 됐다. 나이가 들며 병원을 자주 찾게 되니 팍팍한 살림에 의료비 지출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진료비가 적정한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중 내가 낸 진료비가 적정한지 확인할 수 있는 ‘요양급여 대상여부 확인(진료비 확인)’제도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요양급여 대상여부 확인제도는 국민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지불한 비용 중 전액본인부담금과 비급여로 부담한 진료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부담됐는지 확인해 더 많이 낸 비용이 있다면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권리구제제도다. 확인 신청은 심사평가원 누리집과 모바일로 작성된 확인요청서 및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등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 신청 자격은 진료받은 사람과 가족, 법정대리인 등에게 주어진다. 확인신청이 접수되면 심사평가원은 병·의원에 비급여 관련 진료기록부, 검사결과지 등 자료를 요청해 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한다. 심사 후 결정된 결과에 대해서는 요청자와 병·의원에 안내한다. 확인 결과가 진료비 환불로 결정되면 병·의원에서 자체적으로 환불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급 금액에서 공제 처리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해 확인 요청자에게 환불금을 지급한다. 확인 결과가 환불로 결정될 수도 있지만 정당하게 부담한 것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확인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으며 확인 요청자와 병·의원 모두 신청 가능하다. 아울러 심사평가원 누리집에서는 진료비의 환불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해 볼 수 있는 ‘진료비 사전 확인’ 서비스도 참고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진료비 확인 제도는 국민에게 의료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 및 의료 권익을 보호하며 병·의원에는 자발적인 비급여 행태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내가 낸 진료비가 적정한지 궁금하다면 진료비 확인 제도를 활용해 보기 바란다.

[천자춘추] ‘배리어프리’ 박물관

이달 7일 시작된 경기도박물관 기증특별전 ‘만길 벽 천이랑 바다’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모사업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박물관을 100배 즐길 수 있지만 이런 성격의 전시가 전국적으로도 희귀하다. 류승연 작가가 박물관의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주제로 한 개막식 날 강연은 오히려 비장애인들에게도 적용됐다. 228년 역사의 경기도박물관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접근성이 어렵다. 현재 조성된 잔디광장과 함께 내년에는 주진입로 확보와 관객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시설의 한계를 단계별로 해소하고 있다. 시설보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측면의 장애물이다. 유물 앞에 서면 지루하고 심지어 겁나기 일쑤다. 주먹돌도끼를 보고 미개인이 떠오른다. 선사시대 토기나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보고 가슴 뛸 일이 잘 없다. 초상화나 복식 역시 거기서 거기고 한문으로 된 이광사 ‘서결’이나 정조대왕의 필적은 누가 물어볼까 두렵다. 백남준 작품의 비디오아트 경우도 고장 난 TV같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토로는 오래됐다. 이런 사례는 전시 자체가 비장애인마저 박물관에서 잠재적인 장애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와중에 “우리 애가 작품 앞에서 고개를 흔들며 펄쩍펄쩍 뛰고 즐거워하고 있어요” 하는 발달장애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류 작가의 체험 고백이 머리를 때린다. 이것은 장애인의 돌발행동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이해 요구 이전에 박물관 전시의 근원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박물관은 관객이 있을 뿐이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곳이 아닌가. 그간 박물관 전시는 당연히 공급자인 학예사의 연구 입장에서 경영됐다. 그 결과 즐겁게 유물을 소비해야 할 장애인은 물론이고 비장애인에게도 난해했다. 이를 토대로 관객 모두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전시가 박물관의 당면과제다. 장애인을 위한 ‘AAC’, 즉 보완(Augmentative), 대체(Alternative), 소통(Communication)은 당장 실천 대안 중 하나다. 특히 의사소통그림판은 비장애인의 소통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유물에 대한 직관적이고도 무의식적인 반응인 발달장애인의 상동행동은 이성적인 비장애인들의 난해함과 지루함 앞에서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박물관이야말로 복지의 요람 중의 요람인 시대다. 이미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애 없이 무장애(Barrier-free)로 다 같이 사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모든 관객의 복지라는 눈높이에서 박물관인 모두가 전시를 재발명해내야 할 때다. 문화와 복지는 본래 일란성 쌍둥이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122조4천억원으로 총 700조원의 17.5%다. 문화 예산은 1%인 7조원 정도다. 복지의 핵심 영역은 정신건강이나 자살 예방, 인구절벽이나 고령화사회, 그리고 신체나 정신 장애인에 대한 문제 해결이다. 이것은 결국 마음 치유와 직결되는 문화예술과 손잡을 때 궁극적으로 해결된다. 병원이나 시설이 사후 대책용이라면 박물관은 사전 예방 공장이다. 복지라는 가래로도 못 막는 장애인 문제를 예술이라는 호미로 미리 막아내는 것이 박물관이다.

[천자춘추] 저성장시대 해법 ‘창업경제’

최근 글로벌 경제는 기존 대기업 중심의 관리경제에서 벗어나 지식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창업경제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관리경제가 토지, 노동, 자본에 경영을 더한 구조였다면 창업경제는 창의성과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창업을 촉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경제 모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성장률 둔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제2의 경제 부흥을 위해 창업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창업경제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로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존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지식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창업 활성화가 경제 재도약과 성장동력 확보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창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미래 경제를 선도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창업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이스라엘, 핀란드 등은 혁신 창업을 통해 경제의 활로를 개척해 왔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통해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육성했고 이스라엘은 기술력으로 ‘스타트업 국가’라는 명성을 얻으며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핀란드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자국 경제의 활력을 높여왔다. 이처럼 창업을 통해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 성공 사례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창업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창업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민간 자본 유입을 원활히 해야 한다. 둘째, 창업가들이 실질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미국 스탠퍼드대의 ‘d-school’처럼 창업교육과 전문 컨설팅을 제공해 성공적인 창업을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창업 실패 후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창업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재창업 지원과 실패 리스크 완화 정책을 마련해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업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경제가 대한민국이 나아갈 새로운 경제 활로임을 인식하고 이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정책적 지원과 창업 생태계 촉진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일상 속 보훈의 첫걸음

국가의 품격은 그 나라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라는 슬로건 하에 8월29일 국가보훈부에서 출범한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이 바로 이 국가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다. 올해 국가보훈부 창설 제63주년을 맞아 63명의 위원으로 출발한 아너스클럽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선양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국가보훈의 기본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너스클럽의 다양한 구성원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부터 보훈가족, 그리고 일상에서 제복근무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한 학생들까지. 이 모임은 보훈이 특정 구성원만의 관심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임을 보여준다. 또 94세 영국 참전용사인 콜린 태커리 옹, 밴플리트재단 이사장 조지프 매크리스천 주니어 등 해외 인사들의 참여는 보훈의 가치가 국경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일깨워준다. 이들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보훈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며 이는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보훈문화 조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 사이에 보훈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미국에서는 군인과 마주치면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노고에 감사한다)”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보훈문화야말로 진정한 보훈의 완성이다. 보훈은 이념과 세대,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는 가치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의무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보훈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의 활동은 지역사회 특성에 맞게 간담회, 실천안 논의를 거쳐 각종 지역 행사 및 봉사단체와 연합해 펼쳐지고 있다.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의 진정한 성공은 이 움직임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많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질 때 가능하며 이제 막 첫발을 뗀 아너스클럽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훈문화가 뿌리내리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설득커뮤니케이션 노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설득’이다. 대기업 등 외부로부터 수주받기 위해 설득하고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 소비자에게 판매를 위해 설득하는 것이 참 어렵다.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재고만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설득은 매우 중요한 경영기술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존재에게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모든 소통행위를 설득 또는 ‘설득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우리는 생활 가운데 늘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설득은 전달자가 자신이 주장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에게 강압적인 수단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기술이다. 이 설득이란 소통기술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도 접할 수밖에 없다. 설득에는 상호성과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상호성은 인간관계를 맺어 주는 중요한 요소다. 아예 이를 무시하면 몰염치하거나 철면피한 사람이 되고, 사람을 잃게 되고, 마음마저 불편하니 상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상호성은 대가이고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 소통이기 때문이다. 일관성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에 설득에 더 유리하다. 상대방은 그 논리나 내용보다는 전달자의 일관성에 믿음을 더 주기도 한다. 일관성은 전달자가 유리할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 어려울 때는 일관성 있는 자세를 취하려다 궤변이나 우격다짐으로 변질할 우려도 있다. 자신이 믿는 바가 객관적이지 못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주입시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관성이란 좋은 면에서는 ‘신뢰’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억지’일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잘 정리된 논리로 자기 자신을 먼저 설득시키고 상호성과 일관성을 잘 갖춘 설득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남다른 설득 기술을 훈련해야 한다. 우선 조직 내에서 나와 조직원을 충분히 설득시켜 보고 설득된다면 납품업체나 거래업체를 설득하면 백전백승이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늘 설득과 소통의 설득커뮤티케이션에 익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자춘추] 선수 트레이너 시대

스포츠 경기 현장에서 선수의 부상 예방과 보호를 담당하는 선수 트레이너(ATC·Athletic Trainer Certified)가 우리나라에서도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ATC 제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1950년 NATA(National Athletic Trainers Association)가 설립돼 수많은 ATC를 배출하며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스포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트레이너 제도가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선수 트레이너는 제24회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7년, 미국의 AT 프로그램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교육을 받은 이들이 올림픽 의무 요원으로 참가해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으나 제도는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는 엘리트체육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운동으로 인한 부상도 증가했으며,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선수나 지도자는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상에 대한 언급은 선수 관리와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부상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이가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선수 보호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수 트레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대학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0개 이상의 대학이 학과 명칭을 스포츠 재활학과 또는 건강 재활학과로 변경했다는 점이 그 예다. 현재도 많은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뒤에는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선수 트레이너들이 있다. ‘최고의 선수 트레이너가 최고의 선수를 만든다’는 말처럼 이제 그들의 역할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천자춘추] 남한산성의 추억

지난 10월31일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이 개관식을 개최하고 일반에 공개됐다. 2014년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서 경기도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으며 수년간의 준비와 공사를 거쳐 드디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역사문화관은 산성도시로서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경관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담당해 나갈 예정이다. 역사적으로 남한산성 하면 병자호란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산성의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갖춰진 것은 후금의 위협이 고조되고 이괄의 난을 겪은 후인 1624년(인조 2년)이었다. 그로부터 12년 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청나라 군대의 남하가 시작되자 임금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후 47일간 항전했으나 결국 항복하고 굴욕적인 강화를 체결한다. 이런 통한의 역사도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직접 기억되는 산성의 모습도 또한 존재한다. 6·25전쟁을 거친 1950년대 남한산성은 이승만 대통령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1954년 5월 “전쟁으로 파괴됐던 남한산성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경기도가 고적 수리와 도로 신설을 마쳤고 국립공원으로 지정·개방했다.” 1955년 6월에는 “이 대통령의 탄신 80주년을 맞이하여 산성에 ‘이승만박사송수탑(頌壽塔·장수를 기원한다는 의미)’을 제막하고 아울러 광주군 온정리로부터 산성까지의 7.6㎞의 신설 도로도 개통하는데 이름을 우남로(雩南路·우남은 이승만의 호)라고 명명한다.” 이런 당시 신문기사를 통해 이승만의 남한산성 사랑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산성에는 1953년 이승만이 방문했을 때 심었던 전나무와 기념비, 그리고 송수탑 하부석이 남아 있다. 송수탑신은 4·19 후 철거됐고 국립공원 지정도 해제됐다. 산성에 육군형무소가 설치된 시기도 있었다. 그 후 남한산성이라는 단어 속에는 무시무시한 인권 사각지대라는 통념이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5·16군사정변 이후에는 형무소 재소자들에 의해 산성 중턱에 ‘혁명기념탑’이 건립됐다는 신문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는 서울시민들이 자주 찾는 근교 유원지로서의 기능을 했다. 영화와 TV촬영의 단골 장소이기도 했다. 1974년 방영됐던 KBS 연속극 ‘에루야’는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봉화잡이를 둘러싼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으로 주무대인 산성에서 야외 녹화가 진행됐다고 한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자주 찾는 유원지, 닭백숙으로 유명했던 이곳이 세계유산으로 탈바꿈했다. 많은 유산을 복원·정비했다. 도립공원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도 자리 잡았다. 역사문화관도 한몫할 것이다. 오랜 더위 끝에 찾아온 좋은 계절에 남한산성을 찾아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보자.

[천자춘추] 인간의 연약함, 마음 읽기

유리보다 더 깨지기 쉬운 게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깨질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다. 인생은 결국 자기 마음의 여행일지도 모른다. 죽도록 깊은 심연의 계곡을 지나기도 하고 날아가도록 기쁜 환희의 순간을 맞기도 한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한 스웨덴 한림원의 선정 이유를 전해 들었을 때 내 귀엔 유독 ‘연약함(fragility)’이라는 단어가 꽂혔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소재이고 시적 산문은 기교일 뿐 그가 천착했던 건 ‘날것’ 그대로의 인생이었다. 세계 여덟 번째 고봉 마나슬루봉(해발 8천163m)을 세계 최고령으로 등정해 기네스북에 오른 경기도 산악인 남상익 대장(71), 김덕진 대원(66)의 성공 스토리를 들었을 때도 첫 느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였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큰 고비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게다. 안세영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에 대해 느끼는 경외심도 다르지 않다. 얼마나 많은 고된 훈련과 갈등과 좌절, 실패의 상흔으로 고단했을까라는 마음속 연민과 공감이 먼저다. 만만한 세상은 없다. 세상의 변화는 찰나의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인간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시작된다. 사람이 사람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어달리기’ 과정을 함께 하는 일이다. 세상이 힘들다. 체육계는 더 시끄럽다. 서로 바꾸려 하지 않고 너만 바꾸라고 윽박지른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허상의 법제도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어달릴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새 출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너와 나 마음 읽기부터 다시 시작하자.

[천자춘추] 대구간송미술관과 경기도박물관, 그리고 뮤지엄파크

뮤지엄은 유물창고가 아니다. 전시를 통해 유물의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공장이다. 전시도 그냥 학예사가 작품을 늘어놓는 행위가 아니다. 학예사의 철학이 유물을 통해 전시되는 곳이다. 전시는 신규 모델의 자동차 출시와 같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여세동보’가 한 달 만에 10만명의 관객을 훌쩍 넘기면서 대구문화를 넘어 대구시민의 삶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 동인은 물론 40건, 97점의 보물이다. 이것은 간송 전형필과 위창 오세창의 컬렉션 위에 최완수 학파의 연구가 쌓여 사립의 대구간송과 공공의 대구시가 다시 합작으로 피워낸 100년의 꽃이다. 그러고 보면 뮤지엄의 성격도 수집→연구→전시로 포개지면서 진화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혜원의 ‘미인도’만 해도 관객들로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와 만나 문명의 동서를 넘어 시공초월로 대화하고 있는 지경까지 왔다. 유물의 존재 이유나 가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경기도박물관의 장한종 ‘책가도’와 청나라 보물 중의 보물인 낭세녕의 ‘낭견도’와의 동서 문명 대화도 늦었지만 당연지사다. 이런 맥락에서 여세동보는 전시를 넘어 상생모델의 사건이고 경기도박물관의 크나큰 타산지석이다. 망국기 간송의 필사적인 유물 컬렉션 정신만큼이나 기계시대 오늘날 유물의 진짜 가치를 각성하고 존중하는 대구시의 태도도 대단하다. 그 결과가 민관 합작의 대구간송인데 골자는 관은 하드웨어와 돈을 대고 민은 기획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파괴적인 가치창조 행정을 예술로 일으켜 낸 시발점이다. 사실 대구는 근대미술 발상지였지만 서울, 광주와 비교하면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훈민정음은 논외로 하더라도 49건, 297점의 경기도박물관의 보물급 유물은 간송과 비등하다. 조선시대만 해도 간송의 겸재, 단원, 혜원, 추사의 걸작과 도박의 독보적인 초상화와 복식유물은 뮤지엄 각자의 정체성과 세계성을 각인시키고도 남는다. 하지만 경기도박물관은 이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대구간송과 같은 전시혁명을 일으켜내지는 못한다. 그 이전에 경기도박물관의 해묵은 선결과제가 있다. 지속적인 유물 구입과 깊이 있는 학예연구 수행이 그것이다. 컬렉션의 경우 고미술 값과 가치평가가 땅에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유물 구입 최적기임은 역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3만5천달러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그 선도가 경기도다. 더구나 간송은 망국이라는 암흑천지 시공에서 개인이 국가를 대신해 땅과 집을 팔아 유물을 샀지 않은가.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없다는 데 있다. 예술에 대한 투자는 경부고속도로와 차원이 다른 천년만년의 정신고속도로를 개통하는 행위다. 결국에는 경제와 정치 판도를 변화 도약시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정신 공간(Spritual space)’을 창출하는 행위의 시작이 컬렉션이다. 경기도박물관의 2024년 유물 구입비는 7천만원이다. 국립박물관 40여억원과는 비교 불가다. 국립박물관 역시 국가 위상에 비하면 400억원이 돼도 부족하다. 경기도박물관의 당면 과제인 경기뮤지엄파크 브랜딩작업도 결국 지속적인 유물 구입과 학예연구가 토대가 된 전시프로그램으로 완성된다. 경기도박물관의 유물이 어린이박물관에서 기획 전시되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경기도박물관의 유불도(儒佛道)와 무(巫)를 주제로 한 유물과 격의 없이 만날 때 경기뮤지엄파크는 피가 돌면서 그 실체가 만천하에 저절로 드러난다.

[천자춘추] 브라보 마이 라이프

건조한 가을바람이 스치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 문득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은 하루 견디니 하루치만큼 살아진 날들의 집적이라는 느낌이다. 지난 시간을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으니 잘 살지 못한 건 맞다. 현재도 잘 사는 것 같지 않고 앞으로 잘 살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실패인가. 소위 말하는 이번 생은 망한 것인가.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들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어떤 사람은 잘 놀다 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이라고 해석한 사람의 삶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고 잘 놀다 가려는 인생이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철학자는 인생을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는지 모른다. 삶은 의사 결정, 다시 말해 끊임없이 갈라지는 여러 개의 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리라. 사는 이유를 알면 그 하나를 결정하는 데 좀 용이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왜 사는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살아진 날들의 의미 없는 집적이라고 했지만 내 삶이 진화한 것은 분명하다. 인간은 진화의 DNA가 탑재된 진보적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비유하는 말에 길이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도 있다.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앞길을 가로막는 것과의 싸움인지 모른다. 이겨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거창한 싸움은 아니어도 게임의 대상을 걸고 행동해야 탄력을 받는다. 상대는 자신의 내부일 수도 있고 외부의 힘일 수도 있다. 이득은 불확실하지만 이기면 한 발 전진할 수 있다. 한 발 떼면 관성이 붙어 계속 나아가게 된다. 이겨냈을 때 존재감이 커진다. 삶은 중독이고 이기는 것에 재미를 느낄 것이다. 수동적인 하루가 되지 않으려는 액션은 각자의 몫이다. 순간순간이 선택이다. 삶의 방향으로 일상의 작은 선택들이 있지만 어떤 고비를 넘길 때는 이기는 선택이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진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외부의 물살에 떠밀려도 운신할 수 없는 비루한 현실이 된다. 모르는 것이 나를 결정한다. 비참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는 건 사는 것이고 지는 건 죽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맞는다 해도 또 다른 길은 열릴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아. 이기기 위해 땀을 흘렸다면 누구의 삶이라도 응원할 일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천자춘추] 용문산의 어제와 오늘

용문산은 산세가 상당히 큰 산이다. 한반도의 주요 대간, 정맥들에서 벗어나 별개의 단독 산군으로 존재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기에 그다지 크고 거친 산이 아닐 것 같은 인상을 갖기 쉽다. 악(惡) 자가 들어가지 않은 악산이 용문산이다. 용문산 정상 가섭봉은 실제 높이 1천157m, 서울 동쪽 42㎞ 지점에 위치해 광주산맥에 속하지만 독립된 산괴로 본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한강 이남으로는 제일 높은 산이다. 이 높은 산에 용문사가 있고 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사 인근에는 상원사와 사나사가 있으며 상원사에서 고개를 넘으면 바로 양평읍과 연결돼 쉬자파크를 비롯한 관광상품이 즐비하다.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돼 있다. 신라시대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돼 내려오고 있으니 1천년 고찰답게 각종 전설과 기담이 전해지고 있다. 용문사에는 정지국사탑 및 비가 자리하고 있으며 금동관음보살상이 있고, 참 나를 찾아 떠나는 템플스테이가 있다. 친환경 박물관도 있으며 바로 옆에는 야외음악당이 자리 잡고 있다. 용문사 앞에는 세계에서 유실수로는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은행나무가 있다. 오랫동안 내려오다 보니 조선시대에는 당상관 정3품 품계를 받은 적이 있다. 당상관은 임금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위치다. 용문산에서는 1907년 정미7조약 당시에 의병을 일으켰고 그 정신이 1919년 3·1운동까지 이어져 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25전쟁 발발 시에는 중공군의 대공세를 완전히 섬멸하고 대승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문산전투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해마다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산나물축제가 용문산과 용문역을 중심으로 3박4일간이나 열리고 10월에는 은행나무 축제가 개최되며 은행나무의 만년장생을 기원하는 영목제가 봉행된다. 한 방송사에 의하면 연간 관광 수익이 80억원이고 은행나무의 향후 수명을 200년으로 보면 1조6천억원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훌륭한 관광지를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도구가 기차다. 문산에서 출발해 서울역과 청량리를 거쳐 용문과 홍천을 오가는 경의중앙선 철로에 용문산역이 신설되면 이는 현재 관광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멀어져 가는 용문~홍천 간 경의중앙선철도를 되살릴 묘책을 강구해야겠다.

[천자춘추] 노후 공동주택 체계적 관리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전체 주택에서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졌으며 2023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79.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한 공동주택은 전체 공동주택의 18.0%로 약 279만가구에 달하고 있다. 공공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자치관리나 위탁관리를 하고 있으나 의무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관리주체가 없거나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담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의 경우 비의무관리대상 비중이 38.9%로 약 108만가구에 달하고 있다. 또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00년 이전에 건축된 공동주택 중 51만5천가구가 빈집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독주택의 경우 공·폐가로 방치되면 해당 주택을 철거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공동주택에서는 공가가 발생하면 건물 전체의 유지관리 문제가 발생해 공가가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가 심각하며 총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대도시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신규 주택 수요가 낮은 지역에서는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 공동주택을 정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 제85조 규정 등에 근거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건물 외벽, 옥상 유지 보수 등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증가하는 노후 공동주택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노후 공동주택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유지관리 및 정비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자체에서는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공동주택 유지관리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에너지 성능 향상과 연계한 개·보수, 위험 건축물에 대한 공공 정비 등 다양한 지원사업 마련 및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신규 주택 공급에 집중된 정책적 관심을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유지관리로 조금씩 전환해야 한다.

[천자춘추]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스포츠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재능이 있어도 좋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재능이 없어도 좋아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 박지성은 몸도 약하고 키도 작아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을 들었지만 축구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즐기다 보면 꿈이 춤을 춘다.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꿈이 춤을 추면 더 잘할 수 있다. 꿈은 생물처럼 물을 주면 무럭무럭 자란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물을 주는 곳이다. 어떤 꿈을 가질지는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과 부모가 재능을 찾아내 좋아하도록 돕고 고등학생, 대학생이 돼 구체적인 꿈을 꿔도 늦지 않다. 세상에는 1만1천655개나 되는 많은 직업이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직업 중에서도 초등학생에게 꿈을 물어 보면 대부분 가수, 배우, 소방관, 경찰, 군인, 사장, 운동선수 등 단순하다. 어린이들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 대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릴 때는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들이 자연과 직접 어울릴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책을 많이 읽히는 것도 간접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집 없는 천사’를 통해 불쌍한 아이들과 만나고, ‘보물섬’에서는 모험심에 가득 찬 해적을 만나고,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면 마치 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편다. ‘어린 왕자’나 ‘갈매기의 꿈’을 통해 세상의 지혜를 읽고 ‘위인전’을 통해 세상을 밝힌 위대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이들이 독서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은 꿈이 현실이 된다. 그러나 21세기 ‘문명의 총아(寵兒)’인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서 책을 빼앗아 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재미를 모아 놓은 스마트폰은 그나마 읽던 책마저 팽개치도록 만들었다. 스마트폰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지혜를 앗아간다. 옆자리 친구와 직접 이야기하면 될 일을 카톡으로 대화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무리 졸라도 5G 첨단 스마트폰을 사줄 게 아니라 부모들이 나서 2G 핸드폰으로 바꿔줘야 한다. 엄마 아빠가 열심히 도서관에 아이들을 데려가고 틈틈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래야 아이가 꿈을 꿀 수 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 일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으면 열심히 책을 읽으세요. 읽으면 행복합니다.” 혁신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준 말이다.

[천자춘추] 교육은 정치적 사안이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보면서 오래전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을 다시 짚어봤다. 왜 교육감선거는 정당 공천을 하지 않을까. 교육이 정말 중요한 사안이니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면 안 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실제 선거 과정에서 정당의 흔적이나 영향이 없어야 하는데 그건 또 아니다. 교육감선거가 사실상 양대 정당의 대리전으로 치러진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 아닌가. 정당이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왜 정당인가. 정당은 시민사회에 기반을 두고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과 요구를 결집해 공론장에 투입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해 일정 기간 통치하고 다시 선거를 통해 책임을 진다. 요컨대 정당은 시민들의 이익과 요구를 조직하고 대표해 통치하고 책임지는 결사체다. 정당 이외에 어느 조직도, 어느 개인도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교육감선거를 정당을 배제하고 치러야 한다는 것은 누가 교육감이 되건 향후 어떠한 책임도 따져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게 어떻게 민주주의인가. 시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교육 정책에 대한 시민의 권위와 주권은 무슨 의미가 있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고는 하나 노골적으로 정치를 배제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현실이 놀랍다.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는 점도 신기하다. 그렇게 정치를 배제한 교육 정책으로 우리 아이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경제, 복지, 국방, 문화, 부동산, 환경 등 교육 외에 중요한 분야가 있고 모두 정당의 책임하에 놓여 있다.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 유독 교육정책만 정당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정책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지금 있는 정당들이 책임 있는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 혐오에 기대어 손가락질만 해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교육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다. 정치적인 사안은 정치의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천자춘추] 한강 하구 습지의 중요성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은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규모와 질을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데 있어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행히 오늘날 우리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관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를 올바르게 평가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습지생태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습지는 기후변화 완화 기능이 탁월하며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70년 이후 전 세계 습지의 최소 35%가 사라졌고 그 감소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21년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 발생 건수 증가로 국내 내륙습지 피해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발 압력에 따른 매립, 토지 이용 전환, 수위 변동으로 인한 국내 내륙습지 면적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습지가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의 경우 남북한 접경지역으로서 중립수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우수한 생태공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개리, 재두루미, 큰기러기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와 월동지,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고양 장항습지, 김포 유도와 시암리습지 등 주변 농경지와 갯벌을 포함한 습지가 철새에게 중요한 지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유도와 시암리습지, 장항습지를 포함한 한강 하구는 1997년 전 세계 철새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상에서 서식지 네트워크에 등록돼 있다. 2021년에는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로써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반도 생물다양성 증진과 습지 보호,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측면에서도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환경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한강 하구 주변 습지는 도시개발로 인한 토지 이용 변화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손실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강 하구 습지의 환경생물학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적절한 관리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남북한 접경지역 습지생태계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그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자춘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상생 선순환 시스템 필요

국제대회 성적만을 목표로 반세기를 달려왔던 우리나라 스포츠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여러 문제와 마주했다.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높여줬던 엘리트체육이 몇몇 종목단체의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행정 체계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시대, 스포츠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엘리트체육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 생활체육은 건강 및 체력 증진과 여가 선용을 위해 행하는 체육 활동으로 운동의 기회와 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권리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체육 또는 평생 체육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엘리트체육은 국제대회 성적을 목표로 소수의 뛰어난 선수 육성에 집중한다. 대다수 프로 스포츠 선수는 엘리트 체육을 통해 양성된다. 2016년 3월27일 선진국형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했다. 여전히 대다수의 생활체육보다는 극소수의 엘리트체육에 지원 및 관심이 집중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물리적으로만 통합된 상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운동에 소질 있는 학생은 전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그 외 학생들 역시 스포츠 클럽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우수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스포츠를 통한 국제 친선과 국위 선양에 힘써야 한다. 엘리트 선수들의 성과는 생활체육 동호인들에게 동기 부여와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은퇴 후 엘리트 선수는 생활체육 활성화를 연결고리로 삼아 자연스럽게 생활체육 현장의 지도자로 되돌아가 공존하는 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엘리트 체육인들이 생활체육 현장으로 돌아가 생활체육 동호회나 학교 클럽에서 이들에게 전문 기술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활체육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생활체육 저변 확대는 물론이고 엘리트체육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돼 서로 협력하면서 상생해야 선수 저변도 넓어지고 엘리트 선수 출신의 고용 창출도 이뤄질 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충분한 생활체육 장소 및 시설을 제공하고 엘리트 선수 출신 전문강사를 통해 다양한 종목을 배우고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를 고루 갖춰야 한다. 체육계의 많은 지도자가 시간과 경제적인 희생을 감내하면서 헌신 봉사하고 있는 것은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상생’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상호 협력해 상생하며 생활체육의 튼실한 기반 위에 엘리트체육이 연계·발전되도록 하는 순환 시스템이 구축돼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내가 먹는 약, 알고 먹자

대학시절 약리학 강의 첫 시간에 들은 ‘모든 약은 곧 독’이라는 명제가 뇌리에 박혀 있다. 이는 의화학의 원조인 파라켈수스가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량만이 독이 없는 것을 정한다”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용량을 잘못 사용하는 등 부적정하게 투여하면 독이 된다는 의미로 의약품은 안전하고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사평가원은 안전하고 적정한 의약품의 처방·조제 사용을 위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DUR는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또는 약사가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성 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 의사와 약사에게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다. DUR 시스템을 토대로 심사평가원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의약품 안전 관련 서비스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다. 병원 및 약국을 방문해 조제받은 최근 1년간의 의약품 투약 내역을 확인하고 개인별 의약품 알레르기·부작용 정보 등을 등록 및 조회할 수 있다. 내가 먹는 약이 어느 병원, 약국에서 지어졌는지, 약 이름과 효능, 올바른 복용법을 알 수 있다. 서비스 이용은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건강e음’ 앱을 내려받거나 홈페이지에 접속해 ‘내가 먹는 약! 한눈에’를 클릭하고 본인 인증 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DUR 국민 체험관’이다. DUR는 의사나 약사가 주로 이용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국민이 체험해 볼 수 있다. 먼저 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의료정보에서 ‘의약품정보’와 ‘DUR 국민체험관’을 클릭하고 함께 먹고자 하는 의약품을 검색 후 조회한다. 그러면 임부 혹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주의할 약, 특정 연령에서 주의할 약, 먹고 있는 약과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 먹고 있는 약과 중복되는 약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금기 및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처방·조제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의약학적 적정 사유가 있거나 금기·주의사항이 있음에도 사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편익이 더 클 경우에는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의사,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먹는 약을 확인하고 정보를 숙지해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고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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