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란 말을 아시나요? 신세대들은 좀 생소하다고요. 그러면 신자, 신도, 교도라는 용어는 어떤가요. 앞에 수식어를 붙여 더 확실하게 기독교 신자, 불교 신도, 이슬람교도라면 당장 확 감이 오지요. 단골 앞에는 어떤 말이 붙어야 익숙하게 들릴까요. 혹시 ‘단골집’하면 무슨 말이 떠오르세요. 막걸리 좋아하는 늙다리인 필자는 바로 유행가 가사 ‘빈대떡 신사’를 떠올리는데, 제 비슷한 세대 여러분들도 대략 그러신가요. 빈대떡 신사의 단골집은 물론 수더분한 색시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막걸리 따라주던 빈대떡집이 되겠지요. 단골은 으리으리한 요리집에서 치도곤을 맞고 쫓겨 나와 그집 색시, 막걸리, 빈대떡, 그 싼 맛, 인간적인 마음씨, 목가적인 풍경에 쏙 빠져버린 신사 그 자신이고요. 빈대떡 단골, 그야말로 빈대떡 신자, 신도, 교도지요. 우리 젊은 친구들은 어떤 단골집을 가지고 있나요? 머리하는 데, 옷 사는 데, 신발 사는 데, 밥 먹는 데, 차 마시는 데, 노래 듣는 데, 그림 보는 데, 사주 보는 데 등등에서 확 끌려 쏙 빠져버린 곳이 있나요. 내친 김에 더 물어 볼게요. 사주 관상, 운세 보러 가 본 적 있나요? 단골 점집 말이에요. 거기서 용한 점쟁이, 박수무당 만나보셨나요. 근데 말예요. 이거 아세요? 단골이란 말은 ‘당골’에서 나왔다고 그래요. 그리고 당골은 바로 굿하는 무당을 가리키는 우리말이고요. 그러니까 단골의 원조는 빈대떡도, 옷도, 신발도, 차도, 노래도, 그림도 아니고 바로 ‘굿’이었던 셈이지요. 이 굿을 진행하는 사람인 무당이 당골이었는데, 이 당골의 집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곧 당골, 단골이 된 것으로 봐야지요. 제가 아주 잘 아는 수원 출신 철학박사 한 친구는 자기 집이 부모대로부터 경기도당굿 오수복 만신의 단골이었데요. 그건 그렇고. 확 끌려 쏙 빠질 만큼 용하다는 게 어떤 경지를 말하는 건가요? 앞 일을 기가 막히게 잘 맞힌다는 것일 텐데, 그 ‘신빨’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이건 학자들도 모르는 건데요, 제가 살며시 알려 드릴게요. 그 조건은요, 먼저, 무슨 대단한 권위가 있는 듯이 ‘반말’ 찍찍해대는 건방짐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이 있어야 해요. 다음으로 높은 산 위의 고고한 낙락장송이 아니라, 모든 골짜기, 들판, 마을 등을 끌어안는 가장 낮은 ‘바닥’의 겸허함이 있어야 해요. 또한 그 바닥에 살며시 내려와 깊고 오래 침잠하는 ‘명상’이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무변광대한 넓이로 존재하는 빛을 받아 자신을 바람으로 구름으로 풀어헤치고 마침내 비가 돼 만물을 적시고자 하는 ‘바람’, 기도가 있어야 해요.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게 바로 ‘바다’예요. 바다는 받아들이는 곳이며 침잠하는 바닥이며, 바?이에요. 포용, 겸허, 명상, 기도 그 자체지요. 또한 바다가 간절하게 기도하며 바람, 구름으로 기화하고자 할 때 도움을 받는 게 빛을 쏘는 하늘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중요한 일 결정의 마지막을 하늘에 맡겼지요. 왕이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그랬대요. 자신이 혼자 결정할 일이 있고요. 자신의 지혜로 안 되면 다음으로 대신에게 물었대요, 그래도 안 되면 백성들에게 물었고요.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으로 하늘에 물었대요. 그게 ‘대동’이라는 거지요. 황해바다가 가까운 수원에서 경기문화재단 창립 제10주년 기념 운수맞이 대동굿이 열린대요. 기독교 신자 배 목사도, 이슬람교도 빈 라덴도, 불교도 달라이 라마도 대동의 바다에서 단골로 어울려 한 판 신나게 놀아봄이 어떠하신지요? 윤 한 택 기전문화재연구원 전통문화실장
오피니언
윤 한 택 기전문화재연구원 전통문화실장
2007-09-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