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대형 문화공간, 즉 박물관, 미술관 정책에 대해 진정성이나 정책 결정과정의 부족, 운영방안 미흡 등의 이유로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했었다. 554억원을 들여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5천㎡ 규모로 건립하려던 선사유적지 박물관은 고구려 유적이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사유적지 위에 박물관을 짓겠다는 황당한 계획이었다. 남양주시 능내리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 1천232평에 18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로 시작했던 실학박물관은 콘텐츠 부재 및 장소를 잘못 선정해서 터파기 공사 중 지하에서 물이 나와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또한 여주 영릉(英陵)에 300억원을 들여 연면적 5천910㎡ 규모로 추진해온 세종대왕 박물관 건립도 건립부지가 조선시대 재실(齋室:제사를 지내는 집) 터라는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서 경기도는 또 한 번 체면을 구겼다. 그 동안 경기도는 필자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무시하며 일부 관변학자들의 입장만 수용하여 강행을 하더니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지지부진하던 사업들이 최근에 김문수 지사의 취임 후에는 아예 포기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김 지사는 수백억 원씩 투입되는 박물관이 투자 대비 효과도 너무 적고, 소방, 교통 등 기초행정 분야에 예산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한다. 김 지사의 판단은 오만일까? 필자는 김 지사의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김 지사의 결단이 문화적인 상상과 감성이 아닌 경제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울러 김 지사와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다시 호소한다. 다가올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 즉 시민’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개개의 사람(시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identity ! 이것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동시에 가장 소중하고 큰 문화공간은 ‘사람’이며, 아울러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진실을 알았으면 한다. 최근의 문화공간 확보는 대형화, 즉 거창한 건물부터 신축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문화공간의 구성요건은 건물, 주제, 사람(전문 인력), 예산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거꾸로 건물에만 치중하거나 예산을 건물 치장하고 유지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문화거점)의 정체성을 무시한 무리한 공간확보는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재활용’의 의미를 포함한다. 동사무소, 마을회관, 양로원, 교회, 사찰, 방과 후 학교의 교실 개방, 문화예술인이 거주하는 작업실, 의지가 있는 작은 카페, 사찰의 성보 박물관 심지어 다방까지도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행위자와 관객이 예술의 우수성과 우월함에 나태하거나 만용을 부리지 않고 거리감 없이 직접 향유할 수 있는 작지만 귀중한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력은 문화공간이 전무한 작은 마을에 이러한 문화공간을 발굴해 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대형 사업 실패로 낭비된 예산이 벌써 수십억 원에 도달한다. 이에 대한 부실정책결정 과정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관변학자와 담당 공무원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실패 매뉴얼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결정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김 지사의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한 판단에 대해서는 문화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주 접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나가길 기대한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오피니언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2007-04-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