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성이 교육이다

인성교육이란 인간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정부는 인성교육진흥법을 공포하고 교육부 장관이 유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또는 인성교육과정을 인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창의성과 자율성의 제고를 위해 2024년 프로그램 인증제를 폐지했다. 인성의 핵심 덕목으로는 소통, 존중, 배려, 정직, 책임, 예, 효 등이 있다. 이렇듯 인성이란 강제성보다는 평소의 생활습관이나 학교 또는 가정교육을 통해 교육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는 항목이다. 인성교육의 진흥을 위해 정부는 장기적 정책을 수립하고 범국민적 참여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역사회 어느 교회의 목사님은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책을 집필하고 설교를 통해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매너를 통해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이렇듯 인사는 최고의 사랑이고 겸손함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다. 또 바른 인성은 살아가는 데 상대에게 신뢰를 만드는 첫걸음이며 나눔이고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다. 대학에서는 교양과목에 인성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고 유아,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별로 교과목 및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서 체육수업 시간에 수시로 인간 존중을 교육받은 학생이 버스 안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어른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사례가 있다.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습관을 가지도록 모든 교사가 수업 전 짧은 인성교육을 지도한 사례는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인성은 나와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고 소중한 가치다. 보이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평소 학교 교육 및 습관이 중요하며 개인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수 있는 미래에 인성은 더욱더 중요시되고 미래 교육의 전부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바른 인성을 지닌 사회인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시정단상] 맨발 걷기, 치유와 행복을 걷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봄이 돌아왔다. 마른 가지마다 연둣빛 새싹이 피어나고 얼었던 땅은 온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긴 겨울 동안 멈췄던 맨발 걷기도 다시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등산로 입구에는 수많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숲길 벤치에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 가방에 넣는 시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이들은 맨발로 흙길을 딛고 건강한 웃음을 머금은 채 산을 오른다. 맨발 걷기를 처음 접한 건 2004년 초여름이었다.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한 후 2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알 수 없는 정신적·심리적 고통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심장 압박, 이로 인한 극도의 소화불량이 몸과 마음을 옥죄기 시작했다. 3~4시간씩 등산을 해도 상태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고 종합검진을 받아도 이렇다 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소화불량과 식욕부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중 함께 일하던 직원의 권유로 맨발 산행을 시작하게 됐다. 그날부터 매일 퇴근하면서 맨발로 수락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흙과 모래, 잔돌, 바위와 접지하는 자극을 온전히 느끼며 걷다 보면 어떠한 생각이나 잡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점차 자연과 하나 돼 간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내면에서 즐거움이 서서히 샘솟기 시작했다. 심장 압박으로 인한 통증의 빈도도 점차 줄어들면서 ‘이제는 숨 쉴 만하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좌절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맨발 걷기는 최고의 위로이자 치유의 해결책이 됐다. 몇 해 전부터 이어진 맨발 걷기 열풍은 하나의 건강문화로 정착했다. 신체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이들이 맨발 걷기를 즐겨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러한 맨발 걷기의 효과에 주목해 2023년부터 16개 읍·면·동에 맨발 걷기 길을 조성 중이며 올해 말까지 모든 읍·면·동에 1개소 이상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게 산과 하천, 숲과 공원이 가까운 남양주의 특성을 살려 만든 맨발 길은 시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걷는 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흙을 밟는 감각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걸음씩 맨발로 걷다 보면 불안은 작아지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흙의 감촉을 통해 자연과 다시 이어지고 그 안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은 다른 어떤 치유보다도 효과가 크다. 이처럼 맨발 걷기 길 조성은 시민의 일상 회복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복지이며 도시 건강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병원을 찾지 않고도 치유될 수 있는 길, 돈을 들이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이 길은 남양주가 추구하는 도시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 역시 유배라는 고난 속에서도 매일 걷기를 실천하며 스스로를 비우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봤다. 그에게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깊은 철학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남양주시는 이제 걷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정약용 선생이 길을 걸으며 세상을 새롭게 바라봤듯 시민들은 길 위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사람과 이어지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 길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평온한 내일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조은수의 학습코칭] 첫 중간고사, 중등 내신의 중요성

중학교 공부가 초등학교 공부와 다른 점은 바로 내신이다. 초등학교 성적은 매우잘함-잘함-보통-노력요함의 4단계 척도 혹은 매우잘함-잘함-보통의 3단계 척도로 매겨진다. 교과과정의 성취 여부를 평가하기 때문에 아이 학습에서 정확한 수준이나 위치를 알 수 없다. 중학교 내신성적 역시 성취도 평가를 기본으로 하긴 하지만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점수가 합산되고 원점수와 표준점수를 통해 A-B-C-D-E 5단계 성취도가 표시된다.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을 목표하고 있다면 내신의 중요성은 높지 않지만 영재고, 외고, 자사고 등 상위권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원한다면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중학교부터 내신 관리와 생기부를 관리하는 것이 대입으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기록부에 세세히 기록되는 학습활동과 다양한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아이의 학교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데 엄마는 부지런히 나이스에 접속해 아이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잘 살펴봐야 한다. 아이가 무엇을 얼마만큼 공부했고 어떤 활동을 했으며 수업 시간에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등 모인 것이 기록되는 만큼 아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하다면 수시로 봐야 한다. 고등학교 시험 범위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초등학교에 비하면 많아진 과목과 시험 범위를 꼼꼼하게 공부하려면 계획표를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장기 계획과 단기계획으로 나눠 만들면 좋다. 보통 내신 준비는 중학생의 경우 3주 전 시작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중학교는 학기 초에 연간 계획표를 공지하는데 이를 통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3월에는 교과 공부와 개인별 선행학습 등 개별 진도를 공부하고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내신 준비에 들어간다. 일단위-주단위-월단위로 나눠 계획하고 좀 더 꼼꼼한 성향이라면 분 단위로 쪼개 만들면 된다. 10시부터 12시까지 수학 문제집 한 단원 풀기 이런 식보다 오전 공부 수학-오후 공부 국어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내신은 학교마다 난이도와 출제 경향이 다르고 선생님의 수업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충실히 듣는 것이 가장 좋다. 최근 몇 년간의 족보와 기출 문제를 미리 확보해 학교의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시험과목마다 시간 배분 훈련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족보 닷컴을 적극 활용하거나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몇 년간의 기출 문제를 구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꼼꼼하게 필기해야 하는데 아이의 필기가 부족하다면 필기 잘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복사를 해두면 된다. 부교재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학교마다 부교재를 쓰거나 프린트를 나눠주는데 이것을 잃어버리거나 사물함에 넣어두고 가져오지 않는 아이도 제법 있다. 따라서 학부모는 교과서 외 부교재 프린트 등 꼼꼼하게 빠진 부분이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특히 수학의 문제별 시간 배분과 과목별 공부 시간 계획 역시 엄마의 코칭이 적절히 개입되면 실패 없이 무사히 첫 시험을 치를 수 있다. 타이머를 활용해 문제별 풀이 시간을 확인하고 실전에서 적용해야 한다. 지필과 수행평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적극적인 수업 참여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예쁘지 않을 수 없다. 과제를 성실하게 하고 준비물을 잊지 않으며 수업 시간에 궁금한 것은 손을 들고 질문하는 학생이라면 생활기록부에 최고의 칭찬이 담긴 선생님의 문구가 보일 것이다. 단순히 ‘수업에서 ~한 내용을 배웠다’라는 나열식의 생활기록부는 큰 의미도 없고 입시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한 질문을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수업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학생이다’ 이 문장이 누가 보더라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임을 알 수 있다.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고입 입시에서는 대학 입시처럼 선발기준이 대입처럼 다양하지 못하다. 따라서 생활기록부의 역할이 매우 크고 선생님의 정성스러운 코멘트 한 줄이 고입의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충실한 학생으로 기록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기만평] 단일화게임 오픈예정?

[사설] 김문수까지 무상 공약에 뛰어드나

65세 이상 버스 무료탑승 구상이 등장했다. 대선 경선에 나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주장이다. 20일 ‘고령층 교통·주거’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 가운데 65세 이상 버스 무료탑승제가 있다. 현재 지하철 무료탑승을 버스에도 적용하겠다고 했다. 출퇴근 혼잡 시간대를 피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지정했다. “지하철 무료탑승이 혼잡을 유발해 젊은층의 반발을 샀다”고 설명했다. 전국 고령자의 고른 혜택을 강조했다. 지하철 없는 비수도권까지 수혜권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다. 소요되는 예산 규모나 지원 방식 등이 설명되지 않았다. 버스 무료탑승이 현금성 복지는 아니다. 무료탑승이라는 기회의 제공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버스는 엄연한 민간 자본이다. 어떤 형식이든 공적 지원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무상 복지다. 정치권에서는 노인층 공략을 위한 목적으로 봤다. 또 퍼주기 공약이 난무한다. 6·3 대선의 시작이다. 경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표 되는 ‘포퓰리즘’ 약속을 남발부터 한다. 인공지능(AI) 투자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0조원 투자를 공약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는 200조원을 불렀다. 국가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배인 6천200조원을 넘는다. 100조원, 200조원 투자를 무슨 돈으로 감당할 것인가. 큰 걱정이다. ‘200조원’에 비해 무상 버스는 작다. 그럼에도 분석하고 살피는 이유가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각인된 김 후보의 모습이 있다. ‘단 10원의 예산도 아끼라’는 구호를 유지했다.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임기 내내 강조했다. ‘무상급식과의 전쟁’도 그중 하나였다. 2009년 취임한 김상곤 교육감과의 정책 갈등이다. 김 교육감이 무상급식 600억여원을 요구했다. 김 후보는 반대했다. ‘북한식 사회주의’에 빗대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들고나온 버스 무상탑승 공약이다. 반대 토론의 준비도 안 돼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부담을 설명하지 않았다. 연간 4천억여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령 조정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데 이 언급도 없다. 득표에 대한 기대 또한 높지 않다. 과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등장했었다. 김상곤 교육감의 당내 경선 공약이었다.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낙마했다. 이때의 효과 검증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측면이 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내지 후퇴다. 홍준표·한동훈 후보와의 격차가 사라졌다. 그래서 등장한 버스 무료탑승 공약인 듯하다. 하지만 그와 무상 공약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지사 시절을 아는 경기도민에게는 더욱 그렇다. 강단과 소신 있는 행정으로 8년을 보냈다. 그다운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게 경기도민의 마음이다. 어쩌면 그것이 김문수의 유일한 경쟁력일 수 있다.

[사설] 다가온 ‘바다 위 텅 빈 다리’... 선 착공 후 보상이라도

우려가 현실로 가는 모양이다.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신도대교 얘기다. 바다를 가로질러 2개 섬을 잇는 해상교량은 이미 위용을 드러냈다. 영종도 삼목선착장 근처를 지나노라면 ‘대단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올해 말 모든 공정을 마치고 개통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복병이 숨어 있었다. 이 다리와 섬을 이어줄 접속도로 건설은 시작도 못했다. 그럼 신도대교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인천시는 2021년 1월부터 신도대교 건설에 들어갔다. 인천 중구 영종 운서나들목(IC)~옹진군 북도면 신도리 3.26㎞ 구간 왕복 2차로 교량이다. 오는 12월 완공 및 개통이 목표다. 그러나 이 다리의 신도 접속도로 건설은 아직 땅도 확보 못했다. 심지어 대상 토지 소유주 20명은 최근 법원에 소송까지 냈다.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이다. 인천시 제안 보상금이 적다며 더 올려 달라는 소송이다. 인천시는 2023년 118억원의 예산으로 토지 소유주들과 보상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너무 커 결렬됐다. 인천시는 2024년 130억원의 보상금으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한 협의에 나섰다. 이 또한 실패했다. 인천시가 올해 일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해 나온 금액은 34억9천만원이다. 그러나 토지 소유주들은 미래 부동산 가치 등을 반영, 감정평가를 다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발목이 잡혀 개통을 8개월 앞두고도 접속도로 사업은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전체 도로 부지 3만1천802㎡(9천620평) 중 27.6%인 8천700㎡(2천600여평)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토지를 확보해야 접속도로 공사에 나설 수 있다. 토지보상 문제가 소송까지 가면서 올해 신도대교 개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감정평가부터 증액 소송합의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토지보상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간도, 절차도 늘어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를 감안, 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닥쳐온 문제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부터 우려했던 ‘바다 위 텅 빈 다리’를 피할 수 없다. 수천억원을 들인 대역사가 인천을 넘어 전국에서 얘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인천시는 올해 개통을 위해 선(先)착공 후(後)보상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토지 소유주들의 대승적 협조가 필요한 방안이다. 그들이 인천 사람들인지 서울 사람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토지 소유주들이 요구하는 미래 부동산 가치도 결국 신도대교 덕분 아닌가.

[김종구 칼럼] 신안산선 참변에 드리운 정치인·국토부 책임

‘신안산선 개통 연기를 규탄한다.’ 2024년 7월10일 국회 소통관이다. 국회의원 14명이 현수막을 들었다. 신안산선 노선 경유 지역 의원들이다. 4년 연장을 요구한 사업 시행자를 맹 비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20개월로 단축한 국토부도 비난했다. “부실관리 늑장 대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신안산선 공사 강행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9개월 뒤,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광명 지역 지하터널 제5-2공구다. 4월11일 오후 3시13분이었다. 지하 터널의 상부 도로가 주저 앉았다. 근로자가 사망했고 인근은 초토화됐다. 사고 현장의 증거가 남아 있다. 공사장 폐쇄회로 TV 화면이다. 사고 전날 밤 터널 현장이 무너졌다.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치 형태 천장 부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미 사고 하루 전부터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붕괴 조짐이 보이는데 밀어붙인 공사였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처분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기다리면 된다. 이와 별도로 지적하고 가려는 대목이 있다.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정황이다. 공기에 쫓긴 조급증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CCTV 속 모습부터 여간 이상하지 않다. 살폈듯이 현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무너질 곳에 인부를 밀어 넣은 꼴이다. 그 이유가 전체 흐름 속에 있다. 2023년 1월 감사원이 경고했다. ‘지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시행사 넥스트레인도 경고에 동의했다. 전 구간 개통 시기를 연기하려고 했다. 2029년 4월을 제시했다. 당초보다 4년 미루는 안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판단이 옳았다.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공사 일정만은 훨씬 넉넉했을 것이다. 이 계획이 무시 당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초 요구보다 28개월 앞당겨졌다. 2026년 12월로 완공 목표를 확정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시했다. 공시된 날짜는 이후 공사의 절대 목표가 됐다.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이 붕괴 위험을 경고했고, 시행사가 공사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 협의에서 공기가 당겨졌다.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것인가. 누가 왜 바꾼 것인가.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즈음-2024년 7월- 정치가 등장한다. 1명도 아닌 국회의원 14명이 나섰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옆에 있었다. 국토부 백원국 2차관도 앉아 있었다. 이 분위기에서 쏟아진 성토다. 국토부와 시행사에는 더 없는 압박이었을 게다. 의원들 스스로 이날 압박의 효과를 자랑했다. 지역민 보라고 이런 자료를 뿌렸다. “○○○의원, 신안산선 완공 연기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 증거는 여러 언론에 활자로 남아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8년 4월이다. 4년 연기됐다면 2029년 4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 못한다. 20개월 연기되면 2026년 12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이 가능하다. 이래서 ‘4년 연기’에 분노했던 것인가. 송옥주(화성갑), 양문석(안산갑), 김현(안산을), 박해철(안산병), 문정복(시흥갑), 조정식(시흥을), 임오경(광명갑), 김남희(광명을), 강득구(안양만안). 그때 성명 냈던 의원들이다. 사람이 빚은 재앙-인재(人災)-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찰 수사는 그 ‘누군가의 잘못’을 찾는 작업이다. 숨진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시킨 책임, 시공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공사에 촉박한 일정을 강제한 책임, 시행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행사의 안전 판단을 무력하게 만든 책임, 국토부·정치인이 져야 할 것이다. 형사 책임의 경계는 어디선가 끊길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의 경계까지 자르고 갈 순 없을 것이다.

[지지대] 콘서트 아닌 유명 페스티벌

보통의 콘서트(Concert)는 특정 가수 1명 또는 1개 그룹이 나와 관객들에게 생생한 공연을 펼친다. 가끔 같은 기획사 가수들만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경우에는 흔히 ‘페스티벌(Festival)’이라 부른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지난 19일 인천 강화군 강화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25 강화 봄 콘서트’는 뭔가 이상하다. 록을 비롯해 댄스, 발라드, 힙합, 트로트까지 많은 가수가 무대에 올라오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에는 트로트의 경우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박서진과 ‘엔카의 여왕’ 김연자 등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했다. 게다가 파워풀한 퍼모먼스의 ‘댄스 디바’ 박미경, 힙합의 독보적 아티스트 비와이(BewhY)까지 무대에 올랐다. 발라드에선 감성보컬리스트 전상근과 국내 대표 여성 솔로 가수 경서가 출연해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고 국카스텐이 K-록의 진수를 선보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출연 가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대한민국 대표급이다. 게다가 이들은 통상 행사장에 온 것처럼 단순히 2~3곡만 부르고 무대를 내려가지 않았다. 많은 노래를 부르고, 중간에는 관객들과 길게 소통하는 등 마치 본인의 콘서트를 축소한 것처럼 보일 정도. 3시간이 넘는 긴 공연 시간 때문에 단순 콘서트가 아니라 마치 유명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다양한 음악 분야를 모아 놓은 페스티벌.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부터 20~30대 청년, 40~50대 중장년층, 60대 이상 어르신까지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강화 봄 콘서트는 ‘강화 봄 뮤직 페스티벌’ 등 좀 더 거창한 이름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물론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을 더 넣어 아예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만큼. 이를 통해 인천을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천자춘추] 화마로부터 문화유산을 지키자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29명이 사망하고 건물 2만채가 불타 없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0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시설이 소실되거나 파손되는 피해가 났다. 이번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지난 4월4일 기준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국가지정 유산과 시·도지정 유산은 각각 13건, 22건이다. 특히 경북과 경남 등 영남권에서 피해가 컸다. 보물 ‘의성 고운사 연수전’, ‘의성 고운사 가운루’가 이번 화재로 전소했고 보물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석불 일부가 파손됐다.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 안동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 천연기념물 안동 구리 측백나무숲, 영양 답곡리 만지송 등도 피해를 입었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전소의 악몽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된 목조 문화유산이 화재에 특히 취약한 만큼 소중한 유산을 잃지 않도록 방재 대응 체계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비한 법과 제도를 손 보고 방재 대책도 세세히 보완해야 하지만 해당 부처의 관련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문화유산 안전방재 기술개발연구 예산은 4억원이 채 되지 못하며 그마저 전년 대비 13% 줄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개정된 관련 법은 국가유산청장과 시·도지사가 지정 문화유산에 소방장비를 설치하고 화재 예방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산불 사태에서 보듯이 지자체 차원의 효율적인 방재대책은 찾기 어려웠다. 필자는 기후 위기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칼럼을 지난해 12월 쓴 바 있는데 이번 산불로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4월9일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도 차원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도내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림 인근에 위치해 있어 재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국가에만 떠넘기지 말고 도 차원의 문화유산 방재정책의 수립과 함께 전문 인력 및 효율적인 복원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우(愚)를 범하지 말자. 지역의 문화유산은 지역이 앞장서 지켜내야 할 것이다.

[인천시론] 고귀한 영성에 빚진 도시

‘어른 김장하’에서 우리는 고귀한 영혼을 본다.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거룩함을 확장하고 고양해 기어이 다다르고야 만 신성과 조우한다. 대개 사람들은 지상에 발 디디고 진토에 몸 더럽히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퍼뜩 정화수를 들이부은 듯 영혼이 깨어날 때가 있다. 종교가 담당해 온 순기능이 있다면 그것이다. 세례 의식이 잘 보여주듯 인간은 타락에도 능한 존재라서 씻김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 영혼, 내 영혼”을 부르며 찾는 순간, 인간 안에 숨어있던 영성이 화들짝 반응한다. 성인들은 영성의 부름 앞에 진솔하고 범인들은 자주 외면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겨우 회개한다. 그렇게나마 인간은 신성을 닮으려 몸부림치는 존재라서 갸륵하다. 김상봉 교수는 ‘영성 없는 진보’라는 진단서로 오늘 우리가 마주한 위기를 예견했다. 우리는 물질로도 진보했고 민주 정치 체제로도 진보해 왔다고 여겼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혐오와 배제로 점철된 일상이 내전인 사회와 맞닥뜨리고야 말았다. 영성 없이 진보해 온 업보라고 여기며 70년대 개신교와 가톨릭을 되돌아본 김 교수의 글을 다시 펼친다. 그는 전태일이 믿었던 기독교가 타자를 위해 자신을 불사를 수 있었던 영성의 토대라고 봤다. “종교는 나와 타인, 나와 세계가 하나의 절대자 속에서 하나라는 믿음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자기희생적 응답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독교를 통해 영성과 만나 거룩한 영혼 전태일이 탄생했다. 일찍이 신학자 서남동 교수는 전태일을 ‘우리 시대의 예수’라고 칭했다. 예수가 부활을 예고하며 십자가에 달리던 고난 성주간에 자유공원 초입 성공회 내동교회에서 ‘닥터 랜디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랜디스(남득시) 박사는 1865년 미국에서 태어난 의사이자 선교사다. 개항기 인천에 성 루가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보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거둬 가르쳤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며 연구해 후학들은 그를 ‘한국학’의 선구자로도 여긴다. 이날 추모사는 인천 개신교 역사에 남은 슈바이처, 예수 말씀대로 실천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그를 불러냈다. 불과 32세 젊은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오전 7시에 진료를 시작해 오후 8시30분에 일과를 마감했다는 기록을 보면 예수만큼 치열했을 그의 생애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낯선 나라 헐벗은 고장 제물포를 위해 생을 바친 그의 영혼에 인천이 진 빚이 크다. 답동성당 옆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에서는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라는 특별기획전이 진행 중이다. 메리놀외방전교회가 한국 사회와 인천을 위해 헌신해 온 선교 기록이자 사회 구원 역정이 펼쳐져 있다. ‘메리놀’은 미국 선교 본부 건물이 자리한 마리아의 언덕(Mary’s Knoll)에서 유래했고 아시아 지역 선교를 목적으로 창립했다. 전쟁 피란민 구제 사업으로 인천과 인연을 맺었고 당시엔 선교 활동이 활발했다. 이 전시는 ‘배고픈 이에게 음식을’, ‘집 잃은 자에게 안식을’, ‘앓는 이에게 돌봄을’ 베푸는 일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바다 위에 세워진 교회’의 역할로 조명한다. 가톨릭 선교사들은 “소멸은 언제나 서글픈 것이지만 무용해 질 때 비로소 임무가 끝났음을 실감하는 존재들”을 자처했다. ‘씨 뿌리는 자의 사명은 무용해 질 때 완수’된다는 그들의 믿음은 우리 인천이 영성에 빚진 도시임을 일깨운다. 이 자각이 인천에 내재한 고귀성을 되살려낼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