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나라 전체가 산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성묘객의 실화(失火)에 의해 발생한 산불이 초기 진화에 실패해 대형화로 연결됐고 산불 진화 과정에서 드러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산불 대책과 산불 진화 전문성 부족으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2019년 4월 강원 고성 산불, 2022년 3월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대표적인데 올해 영남지역 산불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앞선 두 번의 초대형 산불에서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도는 전체 면적의 42%가 산림지역이고 도시 외곽 산지에 전원주택과 펜션, 텃밭 농가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산객 유입이 많아 입산자에 의한 실화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동안 경기도의회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산불 방지대책 및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관내 산불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수도권이라는 특성과 함께 도심과 산지가 맞닿은 구조가 많아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잠재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도의회 3선 의원이면서 경기도산림보호협회 고문으로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통해 경기도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봄·가을 건조기에 도심 인접 지역 산림에 산불감시원을 집중 배치해 인화물질 소지자의 입산 통제 및 화재 위험 지역의 사전 감지 후 보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은 강풍에 의해 고압전선이 끊겨 발생한 전기 아크로 추정되고 있기에 경기도 관내 산림을 지나는 고압선에 대한 예찰 활동을 한국전력과 협력해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산림·도시 경계의 완충지대를 확보해 경계 방화선을 구축해야 한다. 수원, 용인, 남양주, 가평, 포천 등 지역 외곽 산림 인접지역에는 농가, 전원주택, 노후 마을이 조성된 지역이 많아 주거지역과 산림지역의 방화선이 짧을 경우 대형 인명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그래서 경기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주민의 협조를 얻어 경계 방화선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주민 대피 시스템의 전면 보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산림에 인접한 농촌마을이 많고 거주자 대부분이 산불 재난 등의 스마트폰 알림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도와 재난당국은 기존 스마트폰 알림 외에 지역 거주자의 특성을 고려한 재난 알림 시스템을 주민 친화형으로 전면 보완해야 한다. 또 주민 대피 시스템을 보완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사생활 보호 기능이 있는 모듈주택을 각 지자체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도의 산불진화 장비 현대화 및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초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 중의 하나가 산불진화 인력의 전문성 부족이다. 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산불진화인력 전문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공동 대응 체계’ 쇄신안을 마련해 정부와 경기도의회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산림 녹화와 산림자원의 관리, 이용에 대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산불 발생으로 훼손된 산림이 복구되는 데는 30년이라는 긴 시간과 인내 및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와 산림당국은 시대적 변화 요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에 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푸르고 아름다운 산림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밥 한 그릇이 주는 감동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끼 식사로 끝나는 것 같지만 그 뒤에는 수천년을 거쳐 쌓인 땅의 역사, 자연의 환경, 그리고 사람의 정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여주쌀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흔히 ‘맛있는 쌀’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여주쌀의 맛은 단순한 미각의 만족이 아닌, 과학적이고 환경적이며 역사적인 DNA 위에 세워진 결과물이다. 여주쌀의 첫 번째 DNA는 기후와 일조량이다. 여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벼가 알곡을 맺는 출수기 40일 동안 평균 6.4도의 큰 일교차가 유지된다. 이 일교차는 벼 알 속 전분과 당분의 농도를 높여 밥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 여주는 높은 산이 적고 햇살이 고르게 퍼져 벼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는 물과 토양이다. 여주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에 속해 있어 연중 맑고 깨끗한 남한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토양 또한 도자기의 원료로 사용될 만큼 규산과 유기물 함량이 풍부한 황토 사양토로 벼 생육기 내내 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 이러한 물과 흙은 쌀의 찰기와 윤기, 조직감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세 번째 DNA는 품종이다. 여주는 조선시대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자채쌀(紫彩米)의 고장이었다. 자채쌀은 그 빛깔과 밥맛이 탁월해 임금이 직접 ‘홍자광(紅紫光)’, ‘옥자광(玉紫光)’이라 명명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해 ‘진상벼’라는 전용 품종을 개발했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낮아 밥이 찰지고 시간이 지나도 식감이 유지되는 진상벼는 여주시와 품종 개발자가 공동으로 전용실시권을 보유하고 있어 오직 여주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여주쌀의 고유성이 여기에 있다. 네 번째는 역사적 맥락이다. 여주지역은 조선시대 영조, 순조, 철종 대에 이르기까지 왕실 진상답이 운영되던 곳이다. 왕실 내수사와 수진궁에서 직접 관리한 쌀이 바로 여주쌀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약 3천년 전 여주 점동면 흔암리에서 출토된 탄화미는 여주가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지 중 하나임을 증명한다. 여주쌀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역사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여주쌀의 품격을 완성하는 요소는 제도와 브랜드다. 여주는 2006년,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지정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대왕님표 여주쌀’이라는 브랜드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빌려 고급화의 상징이 됐다. 여주 8개 농협은 공동조합법인을 통해 전량 계약재배를 시행하고 품질 매뉴얼에 따른 과학농법과 유통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쌀을 공급하고 있다. 여주쌀은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여주의 땅, 물, 햇살, 역사, 과학, 그리고 사람이라는 여섯 가지 DNA가 스며 있다. 밥 한 그릇의 감동 뒤에 숨겨진 수천년의 시간과 수많은 손길을 떠올릴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밥맛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맛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쌀, 그것이 바로 여주쌀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긍정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법은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이천시는 중첩 규제로 인해 발전의 기회를 잃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천시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도시다. SK하이닉스는 한때 누적 적자 10조원이라는 위기에 몰렸지만 이천시민들은 기업을 지키기 위해 단결했다. 삭발을 감행하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시민들의 노력은 하이닉스를 세계적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오늘날 SK하이닉스는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이천시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천시는 자연보전권역, 팔당상수원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로 인해 발전이 제한되고 있다. 기업들의 공장 증설은 물론이고 산업단지 조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본사와 연구소가 위치한 이천이 아닌 용인에 조성되고 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시 이전, 칩팩코리아와 듀폰 등 대규모 기업의 이탈 사례는 이천시가 겪는 규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첩 규제는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천시를 떠난 기업 중 현대엘리베이터와 칩팩코리아 등 SK하이닉스 단지 내 기업 이전은 더 이상 증설이 어려워지자 단지 내 기업을 이전시키고 반도체 생산라인을 늘리려는 의도였다. 또 다른 기업들도 더 이상 공장 증설이 어려워지자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경제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천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의 지속은 결국 지역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들고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한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송석준 국회의원이 제안했던 상생협력지구 제도가 주목받을 만하다. 상생협력지구는 자연보전권역 같은 규제 지역에서도 첨단산업, 교육, 복지, 문화 시설을 집적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규제를 단순히 완화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국가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천시는 상생협력지구 도입의 최적의 사례다. ‘반도체 파크’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첨단 연구기관, 특성화대학, 창업센터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혁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천시는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받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이는 단순히 이천시만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중첩 규제를 개선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과 상생협력지구의 도입은 이천시가 특별한 희생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이천시는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이천시의 잠재력을 해방시켜 지역과 국가가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열어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70세가 넘은 신하에게 공경의 뜻으로 나라에서 지팡이 ‘장(杖)’과 의자 ‘궤(几)’와 가마 등을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에 따라 왕이 내린 물품이다. 현종 9년(1668년) 11월 왕이 당시 원로대신인 이경석에게 공경의 뜻으로 내린 궤 1점, 장 4점, 이를 받는 장면을 그린 그림 1점 등 총 6점의 유물이다. 궤장을 내릴 때에는 반드시 잔치를 열었는데 의정부의 동서반을 비롯한 대신들을 참석하게 하고 예문관이 작성한 교서를 낭독하게 했다. 이 그림은 바로 이런 장면을 세 부분으로 나눠 그린 것이다. 궤장은 조선 중기 국가에서 운영하던 공전에서 제작된 것으로 그 당시 제작 규정과 양식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조선시대 공예품이며 ‘연회도첩’은 당시 풍속도로 회화적 가치가 큰 작품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반드시 짚고 갈 과천시의 생생한 역사가 있다. 현직 시장이 두 번이나 주민소환됐다. 2011년에는 여인국 시장이었다. 국토부의 보금자리 지구 지정 때문이었다. 2021년에는 김종천 시장이었다. 국토부의 공공 주택 4천호 발표 때문이었다. 두 번 다 ‘막지 못했다’가 사유였다. 결정은 국토부가 하고 단두대에는 과천시장이 끌려 간 셈이다. 어찌보면 정부 청사 이전부터 시작된 과천시의 희생의 역사다. 이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이 기대를 모은다. 수도권 광역 철도 위례과천선이다. 2014년 과천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배경에 개발되는 신도시가 있다. 정부가 강제한 과천3지구 등이다. 과천시민의 반대가 지정 과정에서 억눌렸다. 이런 역사에 대한 보상이다. 최소한의 교통 인프라 확충이다. 여기에 더해지는 당위성도 있다. 과천시민이 사업비 분담 4천억원을 안았다. 차량기지까지 포용한 상태다.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노선안이 등장했다. 과천 진입부에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꺾였다. 과천 주암역 대신 서초구 우면역이 만들어지는 그림이다. 노선 평면도가 여간 황당하지 않다. 서초구 주장은 수요와 경제성이었다. 우면1·2지구, 서초보금자리 등 1만1천 가구를 강조했다. 여기서 예상되는 수요로 철도 사업의 전체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서초구의 뜻을 반영한 그림이다. 말 안 되는 논리다. 국토부가 과천시에 신도시를 지정했다. 인구를 이동시켜 서울 집값을 낮춘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문제의 노선은 현재 인구만을 기준 삼고 있다. 국토부 역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 단계에서 국토부가 나서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럴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월 신동욱 의원(서초구을)을 만났다. 거기서 “교통 수요, 경제성 중심의 대안”을 말했다. 주시할 일이다. 과천지역 정치권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소영 의원(과천·의왕)이 지난 2월 박 장관을 만났다. 신계용 시장도 박 장관을 만났다. 과천시의회는 ‘과천위례선 4개역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서울과 서초구 정치권도 맞불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직접 나서 서초구 경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요하지만 정치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노선을 이끌어낼 논리 싸움이 관건이다. 과천은 국토부 정책의 오랜 피해자다. 과천시민의 재산권이 반복해서 제한당했다. 과천시만의 도시계획은 틀어지고 무너졌다. 이제 그 무한 희생에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위례과천선은 그 보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과천시민이 원하는 노선대로 이뤄져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와 함께 사회문제화했다.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 접촉을 거부하는, ‘히키코모리’라 했다. 그들도 나이가 들어 이제 중장년 히키코모리를 걱정한다. 최근 추계치가 146만명이다. 여성 히키코모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부터다. 취업이나 진로 문제 등으로부터 시작했다. 최근 19~39세 대상 조사에서 61만명 정도로 나왔다. 청소년 고립·은둔도 1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었다.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천시가 최근 은둔 생활 시민 67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68%가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 자살 시도까지 간 사람도 25%에 달했다. 또 37% 정도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치료는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은둔 생활 중 외부 도움’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없었다’고 답했다. 10% 정도만이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조기 발견이나 전문기관 지원 등이 매우 부족한 실정임을 보여준다. 인천시가 최근 GS리테일과 ‘청년마음으로 편의점’ 협약을 했다. 편의점 12곳과 함께 고립·은둔 청년들의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사업이다. 청년층 이용이 많은 편의점을 통해 마음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고립·은둔 청년을 조기에 발견, 마음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한 사무관이 착안,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사업이다. 고립·은둔 청년이라도 그나마 밖으로 나오는 곳이 편의점이라고 한다. 인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편의점 점주 등에게 고립·은둔 청년을 찾아내는 교육을 한다. 이들 편의점에는 마음건강 자가검진 QR코드가 있어 자가 검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전문 상담으로 연결해 준다. 또 청년마음건강 서포터스 ‘청년새봄’도 모집, 운영한다. 고립·은둔 청년과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또래 대학생 서포터스다. 스스로 문을 닫아 건 청년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손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편의점이다. 그들의 능력과 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가 늘어나고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손실도 불어난다. 은둔 생활자 10명 중 7명이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청년마음으로 편의점’을 거점 삼아 그들을 다시 불러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 우리 모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다.
“자고 나면 주변을 기어다니는 생물들이 한 마리씩 늘고 있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불안이 엄습하고 있었다.” 생물학자인 프랑스 출신 장 앙리 파브르의 ‘곤충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이란 벌레의 이름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큰활무늬수염나방이나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도 마찬가지다. 이름도 별나지만 낯설기조차 하다.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녀석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학계 연구보고 결과다. 원인은 기후변화 영향이다. 신종·미기록종 아열대성 곤충이 발견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연유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2024년 발견된 아열대성 곤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6년부터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에 따라 한반도 곤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한반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신종·미기록종 곤충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을 분석해 왔다. 그 결과 아열대성 지역 곤충 비율은 2020년 4%, 2021년 4.4%, 2022년 5%, 2023년 6.5%, 2024년 10.2%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미기록종 후보 38종이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됐다. 이 중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 큰활무늬수염나방,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 21종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무릇 곤충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이동성이 강하다. 그래서 환경에 따른 분포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반도로 북상한 종들이 아열대와 온대의 경계지역인 제주도에서 주로 발견되는 건 기후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자생 중인 아열대성 곤충들을 계속 관찰해 관련 정책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눈에 띄지 않았던 생물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딛고 사는 자연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유산이다.
지난 2일 미국이 모든 교역국에 10∼50%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이틀 동안 다우존스지수 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0.5%, 나스닥지수는 11.4%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급속하게 확산됐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으로 인해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약 6조6천억달러가 감소했다. 이 금액은 관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확보할 수 있는 6조달러의 세수보다 더 컸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관세율을 낮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보복 대신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 따르면 이미 70개국 이상이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 46%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베트남 또럼 공산당 서기장은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제품의 수입 관세를 0%까지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5년 연속 세계 최대 대미 투자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세율 인하를 요청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8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상호관세를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상 시도는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호관세가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질서를 교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해 상품 무역수지(국가별)를 상품 수입액(국가별)으로 나눈 상호관세율에는 비관세장벽, 보조금,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이 취한 대미 보복 조치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2018년 제1차 무역전쟁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을 추구했다. 이번에 중국은 보복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104%까지 상승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및 테슬라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테무와 쉬인 등에서 저렴한 제품을 수입하는 소비자도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관세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적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는 손을 떼고 떠나라’는 시위가 1천200건 넘게 발생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상호관세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이 상원에서 발의한 캐나다 관세 철폐안에 4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상호관세정책을 설계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월스트리트의 후원자들도 상호관세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상호관세가 2만개가 넘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929년 10월 주가 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후버 대통령은 1930년 6월 관세법에 서명했다. 1929년 8월에서 1932년 7월 사이 다우지수는 380 선에서 40 선으로 거의 90% 하락했다. 주가 폭락과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2의 후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플라워 산업도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꽃을 소비하면서도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곤 한다. 플라스틱 포장재나 먼 나라에서 수입한 꽃들이 환경에 미치는 탄소발자국은 결코 적지 않다. 플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환경 보호와 결부해 생각한다. 플라워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포장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요즘은 꽃 포장 때 종이 재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비닐류 사용이 많다. 플라스틱 포장재 역시 사용이 빈번한데 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꽃을 가꾸거나 판매하는 이들, 혹은 소비자들은 자연과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테다. 이를 가꾸거나 포장하는 방법 역시 자연과 식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안을 활용한다면 더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재배된 친환경 꽃을 선택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플라워 업사이클링’은 남은 꽃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창의적인 방법이다. 시들어가는 꽃잎을 모아 천연 염료로 사용하거나 드라이플라워로 변환해 장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공정 무역 꽃을 선택하는 것은 생산자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혼식 장식 후 남은 꽃을 활용해 기념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버려질 뻔한 꽃을 재활용해 고객은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고 플로리스트 역시 꽃의 아름다움에 사회적 가치와 의미까지 더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 지속가능한 플라워 산업은 소비자와 플로리스트가 함께 만들어 나갈 때 가능해질 것이다. 나아가 플라워 업사이클링은 예술의 경지로도 발전할 수 있다. 시든 꽃잎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꽃을 말려 북마크 같은 실용적인 소품으로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은 환경 보호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아름다운 결과물을 제공한다. 꽃을 활용한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지속가능한 우리 삶의 미래를 함께 꿈꿔 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 도시 경쟁력 순위 1, 2위를 다투는 뉴욕은 관광 수입만 해도 엄청나다. 뉴욕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6천430만명이고 경제효과는 무려 114조원(790억달러)에 달한다. 뉴욕이 처음부터 세계적인 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경기는 내리막길이었고 재정은 파산 직전이었다. 실업자가 3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도시는 빈곤과 범죄로 얼룩졌다. 파업은 계속됐고 그 사이 중산층이 줄줄이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때 뉴욕의 도시 리브랜딩이 시작된다. 1975년 밀턴 글레이저가 식당 냅킨에 초안을 디자인한, ‘I♥NY’ 슬로건이 만들어지면서 뉴욕시민들은 점차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공동체 소속감을 느꼈다. 외부 투자와 관광객이 늘면서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좋은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한다. ‘아이 러브 뉴욕’처럼 함께 만들고 싶은 도시의 모습, 도시 명칭만 들어도 그 도시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성공한 도시 브랜드다. 인천 서구에도 이런 잠재력을 지닌 브랜드가 있다. 2011년부터 주민과 행정이 소통해 뭉근하게 만들어 오던 ‘정서진’이 그렇다. 시작은 주민의 요구였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을 꾀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의 서구 브랜드를 갈망한 주민의 요청에 행정은 그 답을 찾아갔다. 해돋이 하면 정동진이 연상되는 것처럼 해넘이와 낙조 하면 자연스레 서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정서진을 통해 도시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1년 처음으로 ‘정서진 해넘이 축제’를 열고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정서진 일대에 아라뱃길과 서해를 조망하는 ‘정서진 광장’, ‘석양 전망대’, ‘정서진 노을종’을 조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2014년에는 서구의 대표 재래시장인 가정 중앙시장을 ‘정서진 중앙시장’으로 리브랜딩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부흥에 성공했다. 지역주민들의 자부심도 굉장하다. 서구와 영종을 잇는 제3연륙교의 명칭을 정서진대교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인천 서구 명칭 공모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정서진’은 인천서구를 대표할 자격이 충분하다. 오랫동안 인천의 변방이었던 곳, 불편한 교통에 기피 시설만 가득했던 곳,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이 만연했던 곳이다. 그러다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더불어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늘길이 열렸고 북항과 아라뱃길을 통해 바닷길이 열렸다. 인천 2호선, 7호선이 연결되면서 육로의 관문이 열렸다. 청라국제도시, 루원신도시, 검단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인구 64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하는 레저도시로, 지속가능한 생태 미래도시로 가꿔 왔다. 이처럼 정서진은 서로 다른 문물과 문화를 잇는 ‘관문’으로 서구의 지리적 철학과 ‘노을’이 지니는 쉼과 여가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 왔다. 결국 해법은 주민과의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인천 서구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행정과 주민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걱정스럽다. 도시의 명칭은 행정의 독선적 결정이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 오던 대표 명칭이자 브랜드를 애써 지우려 하는 행위는 주민에 대한 무시이자 도시 브랜드에 대한 몰이해로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기간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주민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주민의 참여와 노력으로 가꿔 온 ‘정서진’은 이제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서구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주소에 얽매이는 좁은 시각을 넘어 서구 전체에 대한 미래 발전의 차원에서 ‘정서진’을 값어치 있게 더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이 필요할 때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