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사치풍조

휴가철과 더불어 사치풍조가 되살아나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IMF와 같은 위기체제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름철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휴가인파로 김포공항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비행기표는 이미 8월말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예년과 달리 초중고생들의 해외 여행이 어학연수라는 이름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어학연수 알선업체는 이미 겨울방학 프로그램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하며, 학부모들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자녀들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관세청이 집계한 상반기 수출·입 실적을 보면 지난 해에 비하여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외제승용차의 경우, 무려 143%가 증가했으며, 의류는 100%, 가전제품은 80%, 담배는 78%가 늘었다. 골프채 수입도 55% 증가되었으며, 압류된 골프채가 2만3천여개에 달하며, 400달러 이상의 고가양주 적발 건수가 무려 10배나 증가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어려운 경제 환경에 놓여 있다. IMF 체제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IMF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 가장들이 아직도 길거리를 헤매고 있으며, 서울역 지하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수만명의 노숙자들이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 유동성에 시달려 부도를 내는가 하면, 아직도 1백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룸살롱은 예약이 없으면 갈수도 없다고 하니 이 얼마나 왜곡된 사회구조인가. 이런 사치풍조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데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IMF 체제 이후 양극화된 경제구조는 오히려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으며,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류층들이 국가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않고 개인의 향락과 부귀영화만을 추구한다면 과연 이 사회는 발전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IMF의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야 된다. 건전한 소비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무분별한 사치풍조가 만연된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IMF 관리체제가 다시 올수 있음을 명심해야 된다. 새삼 사치풍조의 만연을 경계하고자 한다.

용인 ‘난개발’ 수해

산자수명하기로 이름난 용인이 난개발의 대명사가 됐다. 풍수지리학자들 사이에서조차 ‘더이상 명당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어디든 명당이라고 했던 명성이 퇴색한 이유로 맥과 혈이 끊기고 뚫린 도처의 난개발때문이라고 말한다. 난개발은 마침내 수해를 모르고 지낸 용인에 피해를 가중하는 엄청난 수마를 불러들였다. 무성한 산림을 벌목, 산을 헐고 깎아낸 곳곳의 난개발지역은 전에 없던 홍수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냈다. 공사중인 여기저기 건축 공사장 토사가 도로나 시설물을 덮쳤는가 하면 야적해놓은 건자재로 인해 물이 막혀 침수소동을 빚기도 했다. 산사태로 매몰된 주민을 구하려다가 숨진 한 경찰관의 아까운 희생, 주민의 매몰 또한 알고 보면 난개발이 화근이다. 이런가운데 ‘천재지변’으로 둘러대는 용인시 당국의 강변은 더욱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어느 텔레비전 보도에서 “천재지변인데 어쩌란 것이냐…”는 식으로 말한 관계자의 멘트는 실로 해괴하기가 짝이 없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난개발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단위 아파트에 든 유입인구도 3년전엔 서울 출근이 40분 길이었던 것이 2시간 가깝게 걸린다며 무책임한 아파트단지 신축을 질책하고 있다. 외딴 들판에 세워진 섬아파트 주민 가운데는 자족기능의 빈곤으로 불편이 막심해 도저히 살수 없다며 U턴을 서둘기도 한다. 원주민이나 신주민이나 이토록 난개발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도 난개발을 더 부추기지 못해 안달인 용인시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근대도시와 달라서 현대도시는 인구증가가 발전이 아니고 기형도시를 초래하는 이상 비대현상이란 사실을 설마 모른다고 생각진 않는다. 아파트신축에 따른 목전의 세수보다 장차 행정수요의 예산지출이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설마 모를 것으로 믿진 않는다. 그런데도 틈만 있으면 아파트 신축부지 물량을 추가배정해달라고 졸라대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용인시는 모든 시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더 이상의 난개발지향에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수해는 이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주목하고자 한다. 지금부터라도 파괴형 팽창위주의 난개발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축복받은 자연친화적 도·농 복합도시로 전환하는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해와 수해

한해와 수해는 글자 한자 차이지만 뜻은 정반대다. 뜻은 다르지만 무섭기는 마찬가지여서 한해도 무섭고 수해 또한 무섭다. 으레 한해끝에 수해가 닥치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는 실로 오묘하여 한해대책끝엔 수해대책이 따르곤 한다. 한해와 수해는 모두 재해다. 당국의 재해대책이 한해와 수해를 망라한 ‘중앙재해대책본부’ ‘경기도 재해대책본부’로 한 것을 보면 타당성이 인정된다. 글자 한자 차이로 그때마다 간판을 바꿀수 없으므로. 마른장마속 가뭄으로 애를 태우더니 400㎜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마침내 한해끝에 수해가 닥쳐 야단이다. 주로 한수이남의 경기남부지역이 피해지역이다. 연중행사처럼 수해를 당한 북부지역이 무사히 넘긴 것은 다행이나 이번엔 남부지역이 물벼락을 맞았다. 뭐라 할까, 기우제와 기청제를 번갈아 올려야 할지. 예전엔 한해땐 기우제, 수해(장마)땐 기청제를 올리곤 하였다. 지금은 이런 제를 안올리지만 절박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행중 다행히 집중호우는 하루 소나기로 끝나 계속되는 장마홍수는 면했다. 그래도 피해가 상당하다. 한해와 수해는 대자연의 조화속이긴 하지만 피해정도는 물의 다스림, 즉 인간의 치수에 달렸다. 치수는 나라의 근본이라고 했다. 중국 하(夏) 왕조의 시조 우(禹) 임금이 순(舜) 임금으로부터 선위를 받은 치수설화는 물을 다스리는 것이 백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지금도 다름이 없다. 수해가 났지만 날씨가 또 가물것이다. 가물다가 역시 수해가 닥칠 수 있다. 앞으로도 벼이삭이 팰 무렵에 부는 계절풍, 가을장마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재해대책은 평소 꾸준하여 그칠날이 있어선 안된다. /白山

한 하늘 아래 두 생각

“어제(22일)까지 (비가 많이 내려) 걱정했는데 (맑게 갠 23일) 하늘은 우리(의사)편인 것같습니다” 의사, 전공의, 의대생 등 1만여명이 모인 지난 2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앞 마당에서 대한의사협회 한 간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뿜으며 의권쟁취투쟁 경과보고를 하면서 한 말이다. 의료계는 8월1일부터 전면시행되는 의약분업의 모체인 약사법이 개악됐다며 이를 규탄하기 위해 계획했던 이날 집회가 궂은 날씨 때문에 자칫 지장을 받을까봐 매우 걱정했음이 표정마다 역력했다. 22일과 23일 수원·용인을 비롯, 경기남부지역에 사상최대의 300∼4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많은 농경지와 집이 물에 잠겨 14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목청을 돋우고 있는 같은 시각, 시름에 쌓인 수많은 이재민들은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이틀동안 내린 집중호우를 바라본 의료계와 이재민들. ‘비가 그치기를 바랬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그 관점은 서로 매우 달라 보였다. 의료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펼 행사에만 신경을 곤두세웠고, 대다수 국민들과 이재민들은 수해로 인한 피해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의약분업을 놓고 집단폐업과 단축진료까지 강행했던 의료인들의 이날 대규모 집회를 바라보는 이재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가재도구를 챙겼을까. 한 하늘아래에서 내리는 비도 다 같은 비가 아닌 것같다. /과천=이동희기자<제2사회부> dhlee@kgib.co.kr

市·郡의 기초수방 결함

몇차례의 호우주의보에도 비가 시원찮게 인색하던 가뭄속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엊그제 300∼400㎜가 내린 비는 분명 단비였지만 적잖은 피해를 냈다. 인명피해만도 주민을 구하려다 숨진 용인경찰서 함용길경사를 비롯, 9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액 역시 확실한 집계가 나오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에 내린 300∼400㎜의 장대비는 엄청난 강우량이긴 하나 여름철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입어도 생각보다 큰 것은 기초수방대책에 결함이 있다고 보아져 주민생활과 피부를 맞대고 있는 일선 시·군의 성찰이 촉구된다. 첫째, 관리결함을 들수 있다. 수방시설을 두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해 수해를 당하는 어이없는 사례가 많았다. 평택시 서탄면의 배수펌프장 관리자가 작동법을 몰라 새벽 3시쯤되어 뒤늦게 가동하고, 화성군 매송면의 수문을 안열어 침수피해를 입힌 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로인해 평택시 서탄면은 40만평의 논이 물에 잠겼으며 화성군 매송면은 오수가 역류해 주택가를 덮치는 등 상상조차 할수 없는 수해를 당했다. 둘째, 시설결함을 지적한다. 현대도시는 전 시가지의 완전포장화로 강우량이 맨 땅에 스며들 틈이 없어 고스란히 하수구로 흘러든다. 이에비해 하수구 용량은 대체로 완전 포장화 이전의 근대도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나마 쓰레기등 갖가지 이물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준설해내는지도 의문이다. 소동을 빚은 도심지 곳곳의 주택가 물난리는 이런 하수구시설 결함에 기인한다. 시설결함은 이밖에 제방유실 도로유실 등에도 찾아볼 수 있어 재검토가 요구된다. 셋째, 인식결함을 꼽는다. 예컨대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 화산지하차도는 집중호우가 내린 이튿날인 어제 정오까지도 침수된채 방치됐다. 이 바람에 수원의 서부 외곽지대 간선도로 지점이 물에 막혀 다중의 시민들이 인근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막심한 불편을 겪었다. 이같은 늑장대처는 시 당국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앞서 밝힌 시설 및 관리결함도 넓은 의미로 보면 인식결함에 해당한다. 이번 비를 계기로 시·군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주민이 당하지 않을 피해와 불편을 당한 기초수방의 결함이 발견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시장·군수들은 ‘민선유행병’이라 할 신기루같은 구호행사나 전시행사에 급급하기보단 좀더 지역주민 실익의 생활행정 증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인공기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 ‘나라문장(汶章)규정’은 대통령령이다. ‘애국가’는 그나마 규정조차 없다. 안익태작곡 작사미상의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일종의 관습법(관행)에 의해 애국가로 부를 뿐 애국가로 규정한 실정법규는 없다. 북측은 국장(國章), 국기, 국가(國歌), 수도를 헌법7장(168조∼171조)에 조문화해놓고 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기는 기발의 가운데에 넓은 붉은 폭이 있고 그 아래우에 가는 흰 폭이 있으며 그 다음에 푸른 폭이 있고 붉은 폭의 기대달린쪽 흰 동그라미 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다. 기발의 세로와 가로의 비는 1대 2이다.’ 헌법169조 인공기 조문의 내용이다. 지난 정상회담때 남북의 국기가 공식 사용되지 않았다. 여러가지 점을 고려하여 태극기와 인공기 게양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회담기간중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서울의 대학내 인공기게양에 대한 사법처리방침 보도(당일 아침 TV)를 보고 김대중대통령에게 돌아갈 것(회담무산)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는 황원탁청와대외교안보수석의 말(이북도민회주최 강연회)이 있었다. “얘기가 사실보다 더 나갔다”(황수석), “돌아가라고 한 적은 없다”(박준영청와대대변인)는 해명이 나중에 있긴 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적어도 회담기간중 일어난 일의 처벌방침보도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평양수행에서 돌아와 적절치 못한 실언을 한 것이 황수석이 처음은 아니지만 말하나 가려서 제대로 할줄 모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답답하다. 그나저나 앞으로 인공기 게양사건이 또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된다. 텔레비전의 남북관계 보도에서 태극기와 인공기를 나란히 맞댄 그림을 보이곤 한다. 민족화해의 뜻은 좋지만 아직은 역기능이 우려된다. /白山

공중화장실 부족한 인천

2001년 3월이면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고 2002년에는 인천 문학종합경기장에서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린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고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면 인천에 내외국인이 운집할 것이다. 이러한 인천이 공중화장실 불모지라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인구에 비해 공중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대부분 좁고 불결하다고 시민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의 이현식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인천시 공중화장실 실태와 개선방안’을 보면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인천시내 공중화장실은 325개소로 평균 시민 7천600여명당 1개 꼴이며 인구 밀집지역인 남동·계양·서구지역은 2만∼2만3천여명당 1개꼴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체 공중화장실의 63%인 205개소의 면적이 환경부 기준치인 10평 미만 정도로 규모가 협소하고 지은지 10년 지난 낡은 화장실도 108개(33%)나 된다고 한다. 인천 사랑여성모임도 최근 인천시내 공중·개방화장실 27개소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했는데 74%의 화장실 내부가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중화장실 상태가 엉망인 것은 인천시와 각 구·군의 관련 예산이 크게 부족한 탓이 첫째 이유일 것이다. 또 전담인력 부족과 이용자들의 청결의식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의 지난해 공중화장실 관련 예산은 2억여원에 불과했다. 인구가 인천시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수원시의 지난해 관련 예산이 5억5천여만원인 것을 비교하면 인천시가 공중화장실 관련 예산을 책정할 때 너무 인식했음이 드러난다. 이는 공중화장실의 중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인천시민은 물론 인천공항이 개항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올텐데 이렇게 공중화장실이 크게 부족하고 불결한 위생시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당할 망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인천시는 하루 빨리 공중화장실 관련 조례 등을 제정하고 특별 긴급예산을 세워서라도 공중화장실 증설과 극히 불량한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기 바란다.

‘화성’국제연극제에 바란다

오는 29일부터 8월6일까지 9일간 일정으로 수원에서 제4회 ‘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다. 그러나 행사내용을 홍보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포스터 한장, 플래카드 한장 거리에 없어 시민들은 ‘화성’국제연극제가 도대체 어디에서 며칠간 열리는 것인지를 모른다. 국비·도비·수원시비까지 합쳐 2억4천여만의 공연비를 지원받은 국제적인 행사가 이렇게 홍보가 안돼있다면 곤란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화성’국제연극제는 지난 1996년 8월 ‘수원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시작된 이래 매년 실시해온 연극축제다. 그동안 일부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연극예술 활성화에 기여해 온 점은 누구나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행사 준비상황을 보면 우려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연·城·인간’을 주제로 한다는 이 연극제에 미국 일본 스웨덴 독일 캐나다 러시아 영국 오스트리아 등 8개국의 외국공연단체와 국내 35개국이 참가할 예정이지만 ‘과연 국제적인가’‘통역은 완벽한가’ 등에 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29일의 개막식만 해도 그렇다. ‘한국적’이거나 ‘연극적’, 아니면 ‘수원적’인 성격은 없고 어느 행사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초청가수 공연은 너무 성의가 없다. 만일 가수를 앞세워 연극관람객을 동원하려는 발상이라면 스스로 연극인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것이다. 또 국내작의 경우 한국을 대표할만한 작품인가, 지역단체 참여라는 명분하에 참여한 단체나 학교의 수준은 어떠한가 등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을 주최측에선 소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연극예술과 지역발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프게 비판하고 성의껏 건의하는 것이다. 제2회 때인 1998년 여름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개막했다가 홍수로 인해 무대가 떠내려가 수원야외음악당으로 장소를 옮겨 공연했었는데, 올 행사 때 공연중 계속되는 만일의 장마에 대책을 세웠는지도 궁금하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고 첫술에 절대로 배부르지 않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華城)의 문화적·역사적·교육적인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수원을 21세기 세계속의 문화예술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2000 수원 ‘화성’국제연극제가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수산물 경매비리 엄벌해야

경매절차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보호를 위해 설립된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비리가 수년간 상습적으로 저질러져온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수원지검은 수원·안양·안산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거치지 않고 수산물을 불법 유통, 폭리를 취한 중도매인과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경매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준 농수산물 도매시장 법인대표, 그리고 이를 묵인한 공무원 등 123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수산물 유통구조를 장악한 중도매인들이 산지에서 자신들이 결정한 가격대로 수산물을 사들이거나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의무화 하고 있는 상장경매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매상에게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것은 일반 상도의적 차원에서 도저히 용인못할 파렴치 행위로서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이같은 불법 상거래는 매점매석에 의한 가격조작을 막기위해 농안법에 의해 개장한 당초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정상적 시장원리를 믿고 거래해온 소비자들에 대한 배신행위인 것이다. 더욱 더 괘씸한 것은 관계 공무원의 묵인아래 이들 도매시장에서 경매절차없이 거래된 금액이 최근 3년간 1천억원이 넘고, 도매시장법인이 서류를 조작해주고 받은 부당 수수료가 50억원이 넘는 등 위장상거래비율이 47∼92%에 이르고 있었는데도 감독기관이 모른체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관계공무원의 묵인과 행정기관의 감독 소홀을 틈타고 시장유통구조를 장악한 중도매인들의 횡포로 수산물을 헐값에 넘겨준 어민들이 손해를 봤고, 또 멋대로 값을 비싸게 매겨 판 생선을 멋모르고 사먹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한 것이다. 더욱이 중도매인들이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경매절차를 거친 수산물을 구입해 도내 도매시장에서 유통시킬 경우 유통마진이 덧붙여져 도민들은 서울 시민보다 10∼20%나 비싼값에 사먹어야 했으니 분통터질 일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해 당국이 온갖 혜택을 주어가며 공익목적으로 세운 도매시장이 선량한 소비자를 우롱한 기만행위는 마땅히 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시장관리당국은 앞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비도덕적 상술과 농간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지도기능을 한층 강화, 하루속히 시장질서를 바로잡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도깨비

‘도깨비 장난 같다’는 까닭을 알 수 없는, 터무니 없는 짓을 이르는 말이다. ‘도깨비 놀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어 가는 일이다. ‘도깨비 살림’은 있다가도 별안간 없어지는 불안정한 살림이다. ‘도깨비도 수풀이 있어야 모인다’‘도깨비 달밤에 춤추 듯’ 등 도깨비의 행동을 비유한 말은 꽤 많다. ‘도깨비’를 국어사전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잡된 귀신의 하나로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를 가져 사람을 호리기도 하고 짖궂은 장난이나 험상궂은 짓을 많이 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도깨비는 귀신인 듯 하지만 귀신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도깨비는 본디 ‘돗’과 ‘아비’를 합쳐 ‘돗아비’라고 했다. ‘돗’이란 ‘도섭’이라는 우리의 옛말이다. 도섭은 ‘능청맞고 수선스럽게 변덕을 부리는 것’을 뜻하는 말이고 ‘아비’란 한 가족에서 아버지가 가장 윗사람이듯이 작은 무리의 우두머리인 남자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돗’이 ‘불’이나 ‘씨앗(種子)’의 뜻을 지녀 ‘돗’은 곧 풍요로움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 고로 도깨비는 곧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신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 ‘돗아비’가 ‘돗가비’로 변하였고 그것이 다시 ‘도깨비’로 변한 것이다. ‘돗가비’라는 표현은 조선 7대 왕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불릴 당시에 부처님의 일대기를 써서 1447년(세종 29년)에 펴낸 <석보상절>이라는 책에 ‘돗가비에게 부탁을 해 복을 빌었다’라고 처음 등장한다. 그러고보니 옛날 이야기에도 귀신은 원한을 품는 경우가 많고 인간을 해치지만 도깨비는 조금은 멍청하고 짖궂어 자기 꾀에 속아 넘어가 인간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복을 가져다 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요즘 ‘도깨비 놀음’같은 일이 많이 벌어지지만 그래도 까닭을 모르게 재산이 부쩍 부쩍 늘어감을 이르는 ‘도깨비를 사귀었나’같은 긍정적인 말도 여름밤에 가끔 생각해 보자.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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