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몸조심...

[사설] 시흥도시公 업무추진비는 규정대로 쓰였을까

시흥도시공사의 올해 업무추진비는 7천900만원이다. 사장 업무추진비가 2천만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본부장이 각 500만원, 실·처장 각 350만원이다. 부서별 시책추진비도 있다. 세부 사항은 달라지지만 연간 규모는 대체로 같다. 비용의 크기만을 놓고 보면 과한 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타 지역 공사에서도 비슷한 규모는 볼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느냐다. 그리고 그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느냐다. 본보 취재로 본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회계 처리된 항목이 대부분 식사비 또는 경조사비다. 세부 내역을 밝히고는 있는데 두루뭉술하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용처인 ‘간담회’가 그렇다. 무슨 간담회를 언제, 몇 명이 가졌는지 알기 어렵다. 같은 날 수차례 식사비가 결제된 경우도 있다. 사용 기간이 기재되지 않은 비용 사용도 있다. 공사는 이런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놨다. 모호한 설명을 보고 시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시민들이 의혹과 부정적 시선을 갖는 게 당연하다. 투명한 공개와 감시 체계 구축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는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세부 내역을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사 관계자가 본보에 밝혔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 향후 업무추진비 관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 약속이다. 어폐가 있지 않나. 업무추진비는 멋대로 써도 되는 쌈짓돈이 아니다. 이미 지방 공기업 예산 편성 기준이 명시돼 있다.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집행 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1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대로 했는지가 관건이다. 시흥도시공사는 이대로 했나. 위 규정에 맞게 증빙서류가 돼 있나.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이걸 조사해야 한다. 규정에 맞는지 살펴야 하고, 첨부된 서류에서 사용처를 찾아 그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수차례 식사비가 지급된 경위도 알아봐야 한다. 조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요구하는 답을 내면 된다. 향후 개선 방안을 들먹일 필요 없다. 관련 제도는 아주 잘돼 있다. 공사에서 집행하는 모든 예산은 혈세다.

[사설] 연결도로 없는 인천 검단 지하철역... 신도대교 판박이인가

검단지역은 인천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다. 서울과 가까워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인천시는 2019년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검단 연장 공사에 들어갔다. 이제 개통을 3개월 앞두고 있다. 그런데 종점인 검단호수공원역은 연결도로도 없이 개통을 맞을 형편이라 한다. 이대로 가면 사실상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지하철역이 될 판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 연장선은 오는 6월 개통될 예정이다. 계양역에서 검단신도시(서구 불로동)까지 6.825㎞ 구간이다. 현재 공정 98%다. 아라역과 신검단중앙역, 검단호수공원역 등이 새로 생긴다. 그러나 종점역인 검단호수공원역 일대는 현재 역사 출입구를 짓는 철근 덩어리들만 솟아 있다. 주변은 거대한 흙더미들 사이로 공사 차량만 돌아다닌다. 검단호수공원역과 주변 간선도로를 잇는 연결도로나 인도, 가로등도 없는 공사판이다. 검단택지개발사업 시행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다. LH는 처음 검단호수공원역 개통 전까지 일대 도로 및 인도 등의 기반시설을 마치려 했다. 그러나 군부대 협의 등에 막혀 검단택지 준공기한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밀렸다. 이 때문에 이 일대 기반시설까지 늦어진 것이다. 인천시는 LH에 일대 기반시설공사를 개통 시기에 맞춰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결국 개통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검단호수공원역은 검단신도시 바로 옆의 종점역이다. 이 때문에 인천지하철 1호선 중 가장 많은 1일 6천~7천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검단신도시는 물론 인근 불로·마전지구 등의 신도심에서도 이용할 역이다. 하지만 아직 도로가 없으니 인도는 물론 일대를 연결할 시내버스 노선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인천시는 우선 4.8㎞ 구간의 도로부터 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LH는 개통 시점인 6월까지는 어렵다고 했다. 그 대신 역사에서 인근 주택단지까지 최소한의 임시도로를 낸다는 대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문제가 공론화하자 LH가 이 대안을 확정해 내놓았다. 개통에 맞춰 검단호수공원역에서 인근 주택단지까지 1.7㎞짜리 임시도로 및 보도를 낸다는 것이다. 어차피 뜯어내고 환경영향평가에 맞춰 다시 저소음 아스팔트 포장을 해야 하니 최소화한 공사 규모다. 결국 개통 후 1년이 넘도록 이 일대는 공사판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곳 지하철 이용 시민들의 불편은 이어질 것이다. LH 탓만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1천500억원짜리 해상교량 신도대교도 그렇다. 이 역시 연결도로 없이 올해 말 개통을 맞을 신세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지대] 인천 5·3민주항쟁, 잊혀지지 않도록

1986년 5월3일 정오께 인천시민회관 사거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노련) 회원 등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점차 대학과 사회단체·기독교 관계자 등 일반 학생과 시민들이 합류하며 1시간 만에 일대에 4천여명이 모여들어 ‘군사독재 타도’를 외쳤다. 각계각층이 모인 탓에 하나의 단결 구호는 없었지만 목표는 바로 직선제 개헌으로 모아졌다. 경찰은 일대에 총 34개 중대를 배치, 시민을 향해 다연발 최루탄 등을 무차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그 후 319명을 연행하고 129명을 소요죄로 구속해 고문과 구타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의 폭력수사는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는 이듬해 6월 항쟁의 불씨로 이어진다. 사실상 1987년 6월 항쟁의 1년 전 예고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천 5·3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민주화운동사에서 잊혀진 항쟁에 불과했다. 그동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은 명시화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 주도로 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을 민주화운동 정의로 규정, 국가기념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조례에 인천 5·3민주항쟁을 기념일에 담아냈다. 이제 남은 건 수년째 표류 중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다. 현재 인천 5·3민주항쟁 관련 자료 등은 창고 등에 방치돼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 5·3민주항쟁이 펼쳐진 미추홀구의 옛 시민회관 쉼터 등이 최적지로 보고 있다. 인천의 기념일에 인천 5·3민주항쟁이 들어간 만큼 인천시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보지는 물론이고 사업계획까지 세우는 등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경기시론]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의 소년보호사건 송치 ‘그 의미’

소년보호사건에서 흔한 비행 사실은 ‘절도’다. 지난 2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보호사건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학생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훔쳐서 왔다며 큰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얘야, 단돈 천원짜리라도 다른 사람 물건을 훔치는 건 범죄란다”. 금액과 상관없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은 큰 잘못인데 그 학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아마 이런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해당 건이 수사기관에 신고가 되고 보호사건으로 송치까지 된 것이리라. 절도와 관련해 상담할 때 가장 많이 하는 해명은 계산을 한 줄 알았다는 것인데 정작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보이는 태도를 보면 변호사(보조인)인 필자조차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은 티가 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경찰서에 신고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범죄소년(14~19세 미만)의 경우에는 절도 금액과 재범, 반성 및 합의 여부 등에 따라 조건부로 기소유예가 되거나 즉결심판 벌금 등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며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이기는 하나 소액 절도로는 잘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촉법소년(10~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서 기소유예나 즉결심판 등이 어렵기에 혐의가 인정되는 한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보호처분은 소년법상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어 범죄경력회보서에 기재되지는 않는다. 최근 경찰청은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해 범죄소년의 경우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이나 즉결심판청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예상되거나 소년부 송치되더라도 1호 처분(보호자 감호위탁) 또는 2호 처분(수강명령), 3호 처분(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사안의 경우로 보인다. 그런데 범죄소년에 대한 이러한 훈방 등이 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일이다. 소년보호사건의 보조인(변호사)으로서 학생들의 비행 사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소년보호사건 심리기일 전에 통상 받게 되는 결정전 조사나 생활환경조사서 작성 등을 통해 보호소년 본인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들이 비행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는데 이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호자들은 본인의 양육 태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자녀에 대한 지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게 되므로 보호사건 처리 과정은 비행 억제에 꽤 긍정적이다. 이렇듯 소년보호사건은 잘못에 대해 충분히 깨닫게 하고 비행의 반복을 멈추는 데 목표가 있다. 학생들이 바른 어른으로 커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의 인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보호사건 처리 과정은 형사사건 처리 과정보다 이에 부합한다. 소년법에 따라 10세부터 13세까지를 촉법소년이라 지칭하고 이들을 보호처분이라도 받게 한 것은 14세가 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형법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것이지 이들을 봐주고자 함이 아닌 것이다. 소년법을 폐지하면 그나마 이뤄지던 보호처분도 불가능해지므로 폐지 논의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고 다만 비행을 일삼는 미성년자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선도를 위해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14세에서 12세나 13세로 낮추자는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외국계 기업은 머스크∙트럼프처럼 해고할 수 있을까

요즘 트럼프 행정부가 일론 머스크를 통해 단행한 미국 공무원의 대량 해고가 이슈다.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현재 ‘X’)를 인수할 당시에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바 있어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이 된 시점에서 이 사태는 예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를 상담하다 보면 머스크가 해고하는 것처럼 해고당한 근로자를 만난다. 외국계 기업은 자국에서 하는 것처럼 ‘Lay Off’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쉽게 해고한다. 그들 나라에서는 그게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외국계 기업이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자주 쓰는 단어인 ‘Lay Off’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하는 해고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속칭 ‘정리해고’ 또는 ‘경영상 해고’)로 규정하며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건을 요구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 △해고 회피 노력과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해고일로부터 50일 전까지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 등이다. 협의 요건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 경영상 해고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먼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근로기준법 제24조와 판례에 따르면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의 양도, 인수, 합병을 하는 경우 또는 객관적으로 인원 감축이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재무제표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부채비율, 당기순손실 등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해고 회피 노력’의 경우 해고는 최후의 수단인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해고 전에 회사가 충분한 노력을 다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채용 중단, 인력 재배치, 희망퇴직(명예퇴직), 무급휴직 , 급여 삭감 등 사전 조치가 요구된다.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의 경우 차별 없이 해고 대상자가 공정하게 선정됐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특히 성차별이 이뤄져서는 안 되며 근속연수, 부양가족, 성과 등을 고려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근로자대표(또는 과반수 노조)와의 협의는 단순히 해고 결정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 회피 노력과 공정한 대상자 선정에 대해 성실히 의논할 것을 의미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한다. 외국계 기업이라도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므로 심사숙고해 근로관계에 관한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고] 경기형과학고 지정을 환영하며

경기형과학고가 최종 지정, 고시됐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전환 2교(부천고, 분당중앙고), 설립2교(시흥시,이천시)라는 경기도교육의 염원이 3월2일 확정된 것이다. 경기교육과 한국교육을 위해 매우 뜻깊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제 시작이다. 경기형과학고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이제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경기형과학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15일 발표된 선정 결과와 그 연장선에서 임태희 교육감의 발언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4일 임 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과학고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을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지만 경기도형 과학고는 학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선택해 심화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필수과목 부담을 줄이고 미래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방향이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고가 단순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과학고는 미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의미 있고 진전된 과학고 형태의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경기형과학고의 특성을 각 지역의 산업적 특성에 맞는 4개 영역의 특화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제적으로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 과학고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 문제가 그것이다. 실제 과학고의 정체는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과학적 기초를 튼튼히 해 자신들의 진로 선택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과학고도 고등학교다. 고등학교는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상급학교인 대학교육을 충실히 소화할 수 있는 기초역량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비춰 본다면 과학고는 상급학교인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교일 수밖에 없다. KAIST, GIST, UNIST, DGIST 등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특수고등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이들 대학은 모집 단위를 무전공 내지 계열별 단위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일반대학교도 그 대학 전공을 수학할 수 있는 기초소양과 역량을 평가해 선발할 것인데 과연 ‘반도체, 인공지능(IT·AI), 바이오, 로봇’ 등에 특화된 형태의 교육과정을 운영한 학교-그러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갖추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사 운영했다 하더라도-가 지금의 대학 진학과 진로 환경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살펴봐야 할 것은 ‘반도체, 인공지능(IT·AI), 바이오, 로봇’ 등에 특화된 형태의 경기형과학고와 특정 분야별 하이테크 특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등학교(경기도의 수원하이텍고, 평택마이스터고, 용인반도체마이스터고, 경기게임마이스터고 등)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인재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마이스터고와 경기형과학고 교육과정이 어떻게 다르고 차별화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기형과학고의 방향은 4차 산업과 디지털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인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런 인재는 현재적 상황에서 요구되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재일수만은 없다. 그 인재는 사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뿐 아니라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탄력적인 사고 능력과 실천력, 그리고 의지력을 갖춘 인재여야만 한다. 경기형과학고의 정체성도 그에 맞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미래] 재생에너지를 촉진하는 원스톱서비스

지난 2월26일, 수원시 월암IC 교통광장에서 ‘서수원·월암IC 시민 햇빛발전소 건립 착공식’이 열렸다. 행사는 경기도민 1만1천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 소속 39개 에너지협동조합이 의왕시 월암 나들목 인근 공공부지 2만7천㎡에 무려 5천200㎾에 달하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게 된 것을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과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 관계자, 그리고 도와 수원시, 의왕시의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서로에게 축하와 격려가 담긴 인사와 함께 준공까지 안전하고 원만하게 공사가 진행되길 응원했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설치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설치 가능성이 있는 부지를 발굴, 이를 관계 기관의 사전 검토를 통해 허가가 나면 규모에 따라 주무관청의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이후 해당 지자체의 개발행위 허가를 얻어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후 시설 설치가 완료되면 한전과 ‘계통 연계’라는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정으로 수많은 변수와 우여곡절이 존재해 장기간의 준비 과정과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서수원·월암IC 시민 햇빛발전소는 이러한 난관을 상당 부분 민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모범적인 정형을 만들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거부하며 온갖 의심의 씨앗을 퍼뜨리는 낡은 시대의 현실을 이겨내고 부지 발굴에서 인허가까지 재생에너지 확산을 가로막는 온갖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결국 착공이라는 결과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그 노고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민관 협력을 통해 얻은 서수원·월암IC 시민 햇빛발전소의 귀중한 사례를 헛되게 하면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하루빨리 재생에너지를 확산시켜 전 지구적이고 국가적인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 중차대한 현실에서 그 역할의 일정 부분을 개인이나 소규모 발전사업자, 에너지협동조합에 감당하게 해야 한다면 국가와 지자체는 복잡한 절차와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 광역·기초지자체가 ‘부지 발굴에서 인허가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해 누구나 손쉽게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면 우리의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도 더욱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행정은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시민과 에너지협동조합은 에너지공동체를 조직하고, 발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설치 후 운영·관리하면서 더 많은 시민이 에너지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재난으로 인한 연간 보험금 지급액을 분석해 ‘기후재난보고서’를 발간하는 영국의 자선단체 ‘크리스티안 에이드’의 대표인 패트릭 와트는 “기후위기로 인한 인간의 고통은 정치적 선택을 반영한다. 가뭄과 홍수, 태풍(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고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세계 정책들로 재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세뇌된 익숙한 모든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어떤 불행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재난의 판도라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이미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검증된 행동을 과감하게 실천하는 것이 현재의 위험 확률을 줄이고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설] ‘○○ 살인’ ‘△△ 화재’, 시·군 명칭 쓰면 안 된다

이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는 언론의 반성이 요구된다. 우리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밝혀두는 바다. 대형 사건·사고에 시·군 명칭을 붙이는 문제다. 과거 ‘○○ 연쇄 살인 사건’에서 최근 ‘△△오폭 사고’ 등 수도 없다. 사건·사고를 특정하기 쉽다는 편의성이 시작이다. 주로 언론 또는 유튜브가 명명의 출발지다. 여기서 오는 지역의 피해가 장기적이고 치명적이다. 본보가 이에 대한 고민을 제시해 봤다. 이 문제의 효시라 할 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이다. 1990년대 군(郡) 지역에서 10차례 살인이 발생했다. 2003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그 촬영에 대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주민 의견이 반영됐고 합의가 이뤄졌다. ○○이라는 지역명이 절대 등장하지 않아야 하고, ○○지역에서는 촬영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관행이라던 ‘지역 사건명’에 제동이 걸렸다. 폐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건에 발생 지역명이 병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군의 오폭으로 특정 지역이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해당 지역이 쑥밭이 됐다. 전국의 눈길이 몰렸다. 이 사고를 ‘△△오폭 사고’라고 표현한다.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여간 아니다. 이런 경우 지역이 받는 유무형의 타격이 크다.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키기도 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끊게 하기도 한다. 관련 추정치가 있다. 지난해 6월24일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가 발생했다. ‘○○’이라는 지역명이 함께 붙었다. 본보가 이번에 확인한 그해 7월 ○○지역 방문객 수가 있다. 802만4천317명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12.8% 급감했다. 6~7월 관광 수입도 전년 대비 9.6% 줄었다. 2020년 7월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 사고’도 있다. 역시 지역명이 붙었다. 그해 7~8월 해당 구(區) 방문자와 관광 수입이 대략 10%, 15% 줄었다. 이런 통계가 논리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지역 방문자, 관광 수입 변동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지역명이 표시되는 사건·사고로 받는 지역의 피해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지역 알리기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시·군 관광 행정의 공통된 목표다. 행사·축제·홍보에 큰돈 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런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사건·사고 앞 지역명이다. 언론의 각성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강제 규정 마련 방식에도 동의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문이 있다면 지자체 행정이다. ‘아무개 토막살인 사건’이 10여년 전 발생했다. 사건 직후 언론이 동(洞)을 사건명에 붙였다. 해당 지자체가 즉시 사건명 정정 노력에 나섰다. 언론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일부 언론에는 항의 서한도 보냈다. 해당 사건에서 지역명은 그 즉시, 그리고 영원히 사라졌다. 소개할 만한 예다.

[사설] ‘(의대생)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 거대 부조리극이다

이달 초 대학들도 새 학기를 맞았다. 그러나 유독 의대생들은 수업도 등교도 거부한다. 재학생들만이 아니다. 올해 갓 들어온 새내기 의대생들도 그렇다. 인하대 의대 신입생이 49명에서 올해 120명으로 늘었다. 의대 증원 덕을 본 신입생이 많은 셈이다. 그러려면 애초 합격을 양보할 것이지. 신입생이 한창 청춘의 꿈에 부풀 계절이다. 안 나오는 건 지, 못 나오는 건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얼마 전, 못 나오게 했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쓴 적이 있다. 의사라는 직분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지난주 그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 사건이 하나 있었다. ‘건국대 의대생 살벌 입장문’이다. 건국대 의대생 몇 명이 휴학계를 내지 않고 수업에 복귀하려 했다.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배척하는 입장문이 그들 단체 대화방에 떴다. 수사를 요청할 만큼 과격했다. ‘이탈자들의 파국적인 행동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추가 이탈자 역시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 ‘복귀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등등. 동료가 아니면 공대생이라도 되는 건가. 학문적 활동 외 술은 같이 마실 수 있다는 얘긴지. 보다 못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성명을 냈다. 제목이 ‘복귀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는 분들께’다. ‘내가 알던 후배, 제자들이 맞는지 두려움을 느낀다’,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 ‘노동자들은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 삶이 여러분 눈에 보이기는 하나’,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두렵다’ 등등. 백번 공감이 간다. 치료받다가 ‘더 이상 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나오면 어쩔 것인가. 파문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엔 사직 전공의 대표라는 이가 반박에 나섰다. 교수들 성명이 나온 지 8시간 만이라고 한다. ‘교수로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께’로 시작했다. ‘위선 실토이자 자백’,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없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혹스럽다’, ‘교수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등이다. 이번 파문을 타고 의대생 커뮤니티의 유명한 말도 다시 회자됐다.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다. 어렵게 의대에 들어간 신입생들의 고생담도 떠돈다. 학교로 가라는 부모, 가지 말라는 선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PC방으로 간다는 이야기. 여기에 더 보태고 빼고 할 것도 없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거대 부조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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