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인체육회장의 막말·폭언·성희롱, 시민은 부끄럽다

오광환 용인시체육회장은 민선 2기다. 지난 2022년 투표를 통해 당선됐다. 체육 관계자들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선거다. 당시 투표 수는 249표였고 오 회장이 87표를 얻었다. 2위 83표와 박빙의 승부였다. 오 회장이 시민 앞에 약속한 당선 인사가 있다. “110만 용인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모신다던 시민들이 그 때문에 편치 않다. 낯부끄러운 막말 논란이다. 지난 13일 관내 체육계 만찬장에서 일이다. 관내 종목 단체장들이 참석했고 이상일 용인시장도 있었다. 술잔이 오가던 중 오 회장이 말했다. “술은 분 바른 사람이 따라야 술맛이 난다.” 누가 들어도 여성에게 모욕감을 주는 발언이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교본에도 대표적인 성희롱으로 예시되는 표현이다. 참석했던 여성 단체장이 이후 문제를 제기했다.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오 회장은 사과하지 않았다. 이유를 들어봤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말이다’, ‘A회장에게 직접 말한 게 아니다’, ‘그 자리에선 문제가 없었다’. 통상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해명이다. 공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도 한참 동떨어졌다. 살폈듯이 해당 표현은 성희롱으로 규정돼 있다. 옳고 그름을 논쟁할 여지가 없다. 모욕감을 느끼거나 항의하는 절차는 듣는 이의 판단이다. 가해자가 평가할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유사 전력이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23년 2월26일 이른바 ‘시의원 모욕 발언’이 있었다. ‘용인시축구협회 예산을 없애는 시의원을 찾아내 기자회견을 열겠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이다. 2023년 6월에는 ‘워크숍 폭언’이 있었다. 워크숍에서 했던 폭언과 갑질 논란이다. 2024년 4월21일 ‘공무원 막말’도 있었다. 의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을 거칠게 대해 빚어졌던 논란이다. 그리고 이어진 게 이번 ‘성희롱 논란’이다. 시·군 체육회장 신분도 정치 범주에 들어간다.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투표로 결정된다. 상시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고 봐야 한다. 오 회장이 주장하는 ‘정치적 음해’는 그런 측면일 것이다. 이 가능성이 없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오 회장 논란은 그와 경우가 다르다. 이해해 주기에는 과거 논란이 너무 많다. 막말, 폭언, 성희롱까지 내용도 민망하다. 시민 누가 이를 두고 정치적 희생이라며 두둔하겠는가.

[사설] ‘몸조심’ 하루 만에 ‘백혜련 계란’, 분노 선동 말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계란 테러’를 당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포진해 있었다. 경찰용 장우산을 펼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계란은 헌재와 인도 사이 4차선을 넘어 날아왔다. 백 의원이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으니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시에 의문을 남겼다. 테러 대비 태세는 유효한가. 가장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는 헌재 앞이다. 헌재재판관들을 포함해 헌재 직원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안 그래도 충돌, 테러의 위험성이 상존해 왔다. 회견 의원들을 경찰 기동대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계란 테러는 막지 못했다. 경찰 작전의 현실적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백 의원 얼굴에 남은 계란 잔해가 그대로 중계됐다. 지켜 본 시민들의 충격이 컸다. 폭발물이나 돌, 쇠붙이 등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는 걱정이 나왔다. 혹여 이번 사건이 가져올지 모를 모방 범죄도 걱정이다. 헌재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테러 위험은 극에 달했다. 야당 대표에 대한 러시아제 권총 살해 경고가 주장됐다. 대표 측 요청으로 경찰의 신변 보호 작전이 시작됐다. 헌재 재판관들에 대한 살인 예고도 버젓이 방송됐다. 그 유튜브가 헌재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불특정 다수에 의한 폭력 경고, 테러 예고가 팽창한 풍선과도 같다.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하루 전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이 있었다.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기 바란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한 경고였다. “경찰이나 국민 누구나 최 대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폭력 시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테러 실행에 좌표를 일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하루 만에 ‘백혜련 계란 테러’가 터졌다. 모두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은 테러 행위자를 엄단해야 한다. 계란 테러 범인을 검거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테러 노출 위험성이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영웅심 또는 충성도를 추구한 행위가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분별 있는 언행으로 긴장을 환기시켜야 한다. 테러의 뇌관을 건드리는 듯한 선동은 테러리즘이라는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그어 대는 꼴이 된다. 테러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는다. 테러 협박이 있었고, 캔맥주 투척이 있었고, 계란 테러가 있었다. 더 나가면 큰일이다.

[지지대] 신입생 없는 학교

세계적 규모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물론 거대한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은 필수다. 외교와 영향력 등 소프트파워도 마땅히 보유해야 한다. 우호적인 우방국을 하나의 영역으로 모아 범지구적인 범위로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른바 강대국의 자격이다. 여기에 절대적인 조건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구다. 강대국 여부를 가늠하는 유력한 잣대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랬다. 중국은 그래서 강대국이다. 14억명이 넘으니까 말이다. 인도도 거대한 인구로 강대국으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의 인구도 한때는 증가세였다.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필자의 어렸을 적 기억을 소환해도 그랬다. 골목마다 개구쟁이와 코흘리개의 악다구니로 시끌벅적했다. 어쩌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베이비부머들은 다 그런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아이 낳기를 규제하기 위해 가족계획까지 만들어 계몽했을까. 그런 일을 담당하는 대한가족계획협회라는 기관까지 창립됐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을 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산업화시대 얘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도 아이들이 없다. 도회지 골목길에서 아이들 모습을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시골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주역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84곳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4년 새 64% 늘었다. 폐교도 49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4곳이었으나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집계다. 우울하고 슬프다. 학교가 줄어들면 지역주민의 교육 기회 불평등도 심화된다. 인구 유출도 가속화된다. 이런 상황을 학교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중앙·지방정부, 지방교육청 등이 함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바이칼호, 샤머니즘 전설∙춘원 소설 ‘유정’ 배경

■ 한민족 정신세계의 시원(始原) 먼 옛날 한민족은 서쪽에서 출발해 시베리아 초원, 몽골고원을 통과하고 만주 평야를 지나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한반도로 이동했을 것이다. 수천, 수만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민족 이동은 늦게 온 민족은 서쪽의 발달된 선진문명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일찍 정착한 후진 주민과의 투쟁, 지배, 화합 과정을 거쳐 한민족을 형성하고 한민족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민족의 형성 과정에서 많은 전설과 설화는 구전으로 전해졌다. 한민족의 시원(始原)은 어디인가, 한민족의 공통된 정신세계는 무엇인가. 궁금한 질문이다. 불교, 유교,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한민족의 원시적 사상은 유목민에게서 전수된 ‘텡그리신’과 샤머니즘 무속신앙이다. 과거 천신, 하느님은 같은 의미다. 하늘에 있는 ‘하느님’은 우주의 질서를 지배하는 절대적 ‘초월신’, 윤리와 도덕을 상징하는 ‘인격신’ 등 복합적 의미로 우리의 정신세계 기저를 이루고 있다. 샤머니즘은 모든 생명체, 무생명체, 죽은 조상 등 모든 곳에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다. 고대사회에서 ‘하늘, 하느님’을 비롯해 영혼과 소통하는 역할은 샤먼(무당)이 담당한다. 유목사회의 칸, 중국의 황제는 하느님의 아들, 천자(天子)로 호칭하면서 백성들에게 정치적 통치권 위임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느님에 대한 제사는 천자만의 특권이고 하느님의 명을 받아 백성을 다스린다”는 사상은 공자의 유학을 통해 동양의 통치 이념으로 발전했다. ‘하늘이 노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하늘의 명령, 하늘이 복을 내린다, 지성이면 하늘이 감동한다’ 등은 고대 원시 신앙인 텡그리신, 천신 사상과 관련이 있다. 우리 애국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하느님도 여러 의미의 혼합이다. 샤먼(무당)은 하늘, 하느님, 죽은 혼령 등 많은 영적 존재와 소통한다. 샤먼은 영적 존재와의 소통 능력을 지닌 중간자로서 민중의 점성술, 복을 빌고, 질병의 치유, 미래의 예측 등 고대사회뿐 아니라 현재도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바이칼호는 한민족 샤먼의 전설과 설화의 시원이다. ■ 한국인에 친숙한 바이칼호 시베리아 중심부에 있는 바이칼호는 한국 사람들에게 두 가지 이유로 익숙한 곳이다. 첫 번째 이유는 먼 옛날 한민족이 바이칼호 주변 시베리아 평원에서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민족이동 학설’이다. 당시 함께 이동한 무속인 샤먼(무당)의 영적인 성지가 알혼섬 외곽의 절벽 돌산 밑에 있는 작은 동굴이라고 한다. 세계 무속인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우리나라 무속신앙 연구자 등 많은 사람이 이 지역을 찾는다. 필자도 4년 전 추운 겨울철 이곳을 가봤다. 무속인 성지는 바이칼호 내부의 섬인 알혼섬에 위치한 작은 돌산인데 부랴트 몽골인들이 매우 신성한 지역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몽골고원을 비롯한 유목민의 옛날 전통 신앙은 ‘텡그리신’, 이곳은 무당들이 영적인 기를 받는 기가 매우 센 지역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하나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유정’의 배경이 바이칼호다. 소설 유정은 1933년 조선일보에 연재돼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4년 전 추운 겨울 바이칼호에 가게 된 배경도 50여년 전 학창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춘원의 소설 유정의 배경을 보기 위함이다. 유정의 내용은 삼각관계 러브스토리다. 1933년 당시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매우 생소한 시베리아 바이칼호로 주인공 최석이 도피하고 바이칼호에서 사망하는 소설이다. 50대 이상 연령층은 소설 또는 영화로 ‘유정’을 기억하고 있다. 춘원 선생이 왜 바이칼호를 소설의 엔딩 배경으로 삼았는지 내용을 소개한다. 춘원 선생은 1892년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최고의 인기 소설가다. 19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신한일보’ 주필로 내정돼 시베리아 철도편으로 미국으로 가는 중간에 바이칼호를 간 것으로 추정된다. LA로 가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배편으로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도착, 미 대륙을 기차로 횡단해 LA로 가는 여정의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상상도 안 되는 코스이지만 1914년은 이렇게 미국으로 갔던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으로 가는 도중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춘원은 시베리아의 ‘치타’(자동차 고장 정비를 위해 들렀던 도시)에서 몇 달간 머물렀다고 한다. 치타에 머물고 있을 때 아마 바이칼호를 관광했을 것이고 바이칼호에 대한 강한 인상으로 19년 후 연재소설의 배경을 바이칼호로 설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춘원 선생은 치타에 머물다 여비 부족으로 귀국했다. 나이 든 사람은 기억하는 고인이 된 여배우 남정임씨는 1966년 개봉된 영화 유정이 데뷔작이다. 남씨는 영화 유정으로 은막의 스타가 됐고 예명을 ‘남정임’으로 정한 것도 소설 유정의 여주인공 남정임 이름을 따온 것이다. 4년 전 겨울철인 2월, 얼음으로 덮인 바이칼호와 알혼섬 주변을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얼음 두께가 1m 이상 얼면 차량 통행을 허용한다고 했다. 당시 아침 기온 영하 30~40도, 해가 뜨는 낮 기온은 영하 20도의 추위인데 겨울옷을 많이 껴입고 여행했던 기억이 새롭다. 알혼섬 민박집에서 며칠 숙박하면서 북반구 겨울 하늘의 총총한 별을 봤던 감동이 진하게 남아 있다. ■ 행운의 여신이여! 남은 구간도 도와주소서 오전 6시 일어나 보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다. 바이칼호 백사장을 여유롭게 산책한다. 바이칼호의 공기는 달고 가볍다. 산소가 많은 태곳적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호숫가에는 백사장도 펼쳐져 있고 맑은 물속에 검은 몽돌이 많이 있다.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러시아인도 있는데 여름철 수영하러 놀러 온 것 같다. 몽골계 민박집 여주인이 아침식사에 본인이 키우는 젖소에서 금방 짜왔다는 따듯한 생우유를 가져와 맛있게 먹었다. 러시아인 남편과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는데 팔려고 내놨다고 한다. 오늘은 절기상 7월15일 서울 기준 초복(初伏)이다. 서울은 무더위로 고생하는데 이곳은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저녁은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낮 기온은 피서하기에 매우 쾌적하다. 처음 만나 서먹서먹하던 일행의 성격도 알게 돼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불규칙적인 식사, 지방질 많은 음식, 소화불량, 설사로 여러 명이 고생하고 있다. 내일부터 몽골고원과 고비사막을 통해 중국의 내몽골 국경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 순탄한 여행의 흐름을 타면서 남은 구간을 안전하게 완주하고 싶다.

[삶, 오디세이] 어머니의 병원 생활

필자에게는 87세인 홀어머니가 계신다. 주민등록상으로는 87세가 맞는데 어머니는 한 살 줄여 늘 86세라고 하신다. 아직 건강해 서울 큰형님네 집 근처에서 혼자 사신다. 얼마 전에 봄 감기로 힘들다고 하시더니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 몸이 힘드니 이틀 상간으로 연거푸 두 번 링거를 맞았는데 그게 화근이 돼 급기야 서울의료원에 입원하셨다. 당장 달려가야 하지만 일요일 예배가 끝나고 예정에 없던 모임이 있어 하루를 건너뛰고 월요일에는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 있어 못 갔다. 그 대신 형님과 누나가 어머니 병실에 다녀와서 전화를 줘 미안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 차에 서울 지역번호로 된 전화가 왔다. 대부분 그런 전화는 상업적인 전화라고 생각해 지나치고 마는데 이상하게 받아야 할 것 같아 “여보세요”라고 했더니 어머니의 보호자에게 전화했다고 내일 퇴원하시는데 어머니를 모시러 오라고 한다. 어머니가 많이 회복한 것으로 맘 편하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어머니께 전화했더니 많이 아픈 목소리로 아직 몸이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고 하신다. 목에 넘긴 음식물을 속에서 받아주지 않아 하루이틀 더 병원에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퇴원 약속을 했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병원에 더 계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담당 과장님과 의논 후 알려주겠다고 하고 곧장 예정대로 내일 퇴원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어머니를 모시러 병원에 들렀더니 걷기조차 힘들어하셨다. 퇴원 절차를 마치고 수원의 작은 아들,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더니 “며느리가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가도 되냐”고 하신다. 몸 상태나 마음은 가고 싶은데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며느리의 생각을 걱정하셨다. “어머니, 집에서 출발할 때 어머니의 몸 상태를 보고 집으로 모시자고 상의하고 왔어요” 했더니 순순히 차에 타셨다. 문제는 집에서도 아무것도 못 드셨다. 좋아하는 호박죽도 못 드셨고 정성스레 쑨 흰죽도 바라만 볼 뿐 숟가락을 들 마음이 없으셨다. 직감적으로 이 땅에서 어머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18년 전 아버지를 먼저 천국에 보내고 혼자 힘들게 하루하루 사신 어머니가 아버지 곁으로 가실 시간이 가까워진 것 같아 무거운 맘으로 형제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니 오늘도 못 드시면 내일은 병원에 입원하셔야겠어요. 힘드셔도 조금씩 드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녁에 집에 들어갔더니 어머니가 점심 때 호박죽을 반 공기 드셨다고, 저녁에 주무시기 전에도 조금 더 드시고 그렇게 하루이틀 좋아지고, 특별히 며느리가 만든 봄동 겉절이김치가 맛있다며 입맛을 회복했다. 한 주간 집에 계시면서 혼자 일어나 화장실도 가고 끼니마다 식탁에 앉아 정해진 양의 음식을 다 드시고 다시 병원 진료가 약속된 날 어머니를 모시고 담당 과장을 만났더니 아주 반가워하면서 좋아하셨다. 이번에 있었던 어머니의 병원 생활을 통해 환자인 어머니와 보호자인 아들의 바람대로 하루이틀 병원에 더 계셨더라면 정말 어머니와는 이 땅에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몰랐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의 치료와 더불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가족을 주셨고 몸이 아플 때도, 기쁜 일이 있을 때도 가족과 함께 살아가도록 이 땅을 지으셨음을 깨달았다. 큰 고비 하나를 넘긴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경기만평] 몸조심...

[사설] 시흥도시公 업무추진비는 규정대로 쓰였을까

시흥도시공사의 올해 업무추진비는 7천900만원이다. 사장 업무추진비가 2천만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본부장이 각 500만원, 실·처장 각 350만원이다. 부서별 시책추진비도 있다. 세부 사항은 달라지지만 연간 규모는 대체로 같다. 비용의 크기만을 놓고 보면 과한 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타 지역 공사에서도 비슷한 규모는 볼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느냐다. 그리고 그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느냐다. 본보 취재로 본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회계 처리된 항목이 대부분 식사비 또는 경조사비다. 세부 내역을 밝히고는 있는데 두루뭉술하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용처인 ‘간담회’가 그렇다. 무슨 간담회를 언제, 몇 명이 가졌는지 알기 어렵다. 같은 날 수차례 식사비가 결제된 경우도 있다. 사용 기간이 기재되지 않은 비용 사용도 있다. 공사는 이런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놨다. 모호한 설명을 보고 시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시민들이 의혹과 부정적 시선을 갖는 게 당연하다. 투명한 공개와 감시 체계 구축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는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세부 내역을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사 관계자가 본보에 밝혔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 향후 업무추진비 관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 약속이다. 어폐가 있지 않나. 업무추진비는 멋대로 써도 되는 쌈짓돈이 아니다. 이미 지방 공기업 예산 편성 기준이 명시돼 있다.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집행 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1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대로 했는지가 관건이다. 시흥도시공사는 이대로 했나. 위 규정에 맞게 증빙서류가 돼 있나.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이걸 조사해야 한다. 규정에 맞는지 살펴야 하고, 첨부된 서류에서 사용처를 찾아 그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수차례 식사비가 지급된 경위도 알아봐야 한다. 조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요구하는 답을 내면 된다. 향후 개선 방안을 들먹일 필요 없다. 관련 제도는 아주 잘돼 있다. 공사에서 집행하는 모든 예산은 혈세다.

[사설] 연결도로 없는 인천 검단 지하철역... 신도대교 판박이인가

검단지역은 인천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다. 서울과 가까워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인천시는 2019년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검단 연장 공사에 들어갔다. 이제 개통을 3개월 앞두고 있다. 그런데 종점인 검단호수공원역은 연결도로도 없이 개통을 맞을 형편이라 한다. 이대로 가면 사실상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지하철역이 될 판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 연장선은 오는 6월 개통될 예정이다. 계양역에서 검단신도시(서구 불로동)까지 6.825㎞ 구간이다. 현재 공정 98%다. 아라역과 신검단중앙역, 검단호수공원역 등이 새로 생긴다. 그러나 종점역인 검단호수공원역 일대는 현재 역사 출입구를 짓는 철근 덩어리들만 솟아 있다. 주변은 거대한 흙더미들 사이로 공사 차량만 돌아다닌다. 검단호수공원역과 주변 간선도로를 잇는 연결도로나 인도, 가로등도 없는 공사판이다. 검단택지개발사업 시행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다. LH는 처음 검단호수공원역 개통 전까지 일대 도로 및 인도 등의 기반시설을 마치려 했다. 그러나 군부대 협의 등에 막혀 검단택지 준공기한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밀렸다. 이 때문에 이 일대 기반시설까지 늦어진 것이다. 인천시는 LH에 일대 기반시설공사를 개통 시기에 맞춰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결국 개통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검단호수공원역은 검단신도시 바로 옆의 종점역이다. 이 때문에 인천지하철 1호선 중 가장 많은 1일 6천~7천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검단신도시는 물론 인근 불로·마전지구 등의 신도심에서도 이용할 역이다. 하지만 아직 도로가 없으니 인도는 물론 일대를 연결할 시내버스 노선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인천시는 우선 4.8㎞ 구간의 도로부터 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LH는 개통 시점인 6월까지는 어렵다고 했다. 그 대신 역사에서 인근 주택단지까지 최소한의 임시도로를 낸다는 대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문제가 공론화하자 LH가 이 대안을 확정해 내놓았다. 개통에 맞춰 검단호수공원역에서 인근 주택단지까지 1.7㎞짜리 임시도로 및 보도를 낸다는 것이다. 어차피 뜯어내고 환경영향평가에 맞춰 다시 저소음 아스팔트 포장을 해야 하니 최소화한 공사 규모다. 결국 개통 후 1년이 넘도록 이 일대는 공사판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곳 지하철 이용 시민들의 불편은 이어질 것이다. LH 탓만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1천500억원짜리 해상교량 신도대교도 그렇다. 이 역시 연결도로 없이 올해 말 개통을 맞을 신세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지대] 인천 5·3민주항쟁, 잊혀지지 않도록

1986년 5월3일 정오께 인천시민회관 사거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노련) 회원 등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점차 대학과 사회단체·기독교 관계자 등 일반 학생과 시민들이 합류하며 1시간 만에 일대에 4천여명이 모여들어 ‘군사독재 타도’를 외쳤다. 각계각층이 모인 탓에 하나의 단결 구호는 없었지만 목표는 바로 직선제 개헌으로 모아졌다. 경찰은 일대에 총 34개 중대를 배치, 시민을 향해 다연발 최루탄 등을 무차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그 후 319명을 연행하고 129명을 소요죄로 구속해 고문과 구타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의 폭력수사는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는 이듬해 6월 항쟁의 불씨로 이어진다. 사실상 1987년 6월 항쟁의 1년 전 예고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천 5·3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민주화운동사에서 잊혀진 항쟁에 불과했다. 그동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은 명시화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 주도로 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을 민주화운동 정의로 규정, 국가기념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조례에 인천 5·3민주항쟁을 기념일에 담아냈다. 이제 남은 건 수년째 표류 중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다. 현재 인천 5·3민주항쟁 관련 자료 등은 창고 등에 방치돼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 5·3민주항쟁이 펼쳐진 미추홀구의 옛 시민회관 쉼터 등이 최적지로 보고 있다. 인천의 기념일에 인천 5·3민주항쟁이 들어간 만큼 인천시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보지는 물론이고 사업계획까지 세우는 등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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