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아직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공지하지 않고 있어 선고는 4월로 넘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4월18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최소한 다음 달 중순 이전에는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월18일 이전까지 탄핵심판 선고가 결정되지 못한다면 헌재의 선고에는 많은 문제점이 등장하게 된다. 이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헌재에 대한 불신도 증폭될 것 같다.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면 6명의 재판관으로 선고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헌재 선고의 정당성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고 헌재가 후임 재판관 임명 때까지 선고 자체를 마냥 연기하기도 어렵다. 각종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지연으로 인한 정국 혼란은 너무나 뻔한 것 아닌가. 지금도 국론이 극도로 분열되고 여야가 민생은 챙기지 못하면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이런 정국 혼란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오늘로써 107일 됐으며 변론 종결 후 34일째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심리기간이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소요됐다. 또 앞서 두 대통령의 변론 종결 이후 각각 14일, 11일 만에 선고 결정이 나왔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사건은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다.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 판결에 고심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탄핵을 둘러싼 진영 간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재판관들 간 평의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4일 선고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의견이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으로 갈린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의 선고 결정에 있어 재판관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된다. 지난 주말은 서울시내 곳곳에서 탄핵 찬반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질 정도로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종 언론매체서도 헌재 재판관들에 대한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헌재의 선고 결정이 미뤄지면서 가짜뉴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혼란이 극심한 상황을 헌재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재판관의 법과 양심에 따라 속히 선고 결정을 하기 바란다. 이는 헌법 수호기관인 헌재의 존재 이유이며 책무다.
유독 난감한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부쩍 그렇다. (한국의) 민감국가 선정과 관련해서도 시끄러운데 말이다. 이번에는 (한국도) 지저분한 나라라는 뜻의 ‘더티21’에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티21은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구체적으로 이 나라가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들 중 약 15%를 가리킨다. 미국은 4월2일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겠다며 이 명칭을 사용했다.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촤근 “이날(4월2일)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명단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율은 국가별로 다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전 세계 국가의 15%가 미국에 대한 관세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세계 국가의 15%이지만 우리 교역량의 엄청난 규모를 차지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일정량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수출하려는 식품이나 제품에 안전과 관련 없는 검사를 하는 등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나라로 콕 집어 지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도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는 만큼 ‘4배’의 근거를 찾기 어렵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민감국가든 더티21이든 중요한 건 그동안 피를 나눈 한미동맹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외교에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격언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촉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공장이 활성화되며 완전 자율 제조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기술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생산공정의 의사결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초당 스마트폰 1대를 생산하는 자동화 공정도 실현되고 있다. 또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은 기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가동 중단을 최소화하고 로봇과의 협업 자동화 시스템은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AI 비전 시스템을 통한 품질 관리와 불량품 검출 역시 생산 효율성을 향상하고 있다. 의료 산업에서도 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은 방사선 촬영 이미지에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연어 처리 기술은 의료기록 분석을 통해 의사의 진료를 보조한다. 더 나아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함으로써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농업도 AI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AI로 잡초만 골라 빛으로 제거하는 로봇, 필요한 곳에만 농약과 비료를 뿌려주는 AI 자율주행 트랙터, 농작물 선별부터 수확까지 관리하는 로봇, 양치기 로봇 등 AI 기술이 농업을 바꿔 노동력 부족 완화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AI는 교육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성향을 분석해 최적화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동 평가 시스템은 시험 채점과 성취도 분석을 자동화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며 AI 챗봇은 학습 상담과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AI는 금융 분야도 데이터 분석과 예측 모델을 활용해 금융 위험을 줄이고 있다. AI 기반 챗봇과 가상 금융 어드바이저는 고객 응대와 투자 상담을 자동화하며 실시간 사기 탐지 시스템은 이상 거래를 감지해 보안을 강화한다. 개인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과 자동 자산 관리에도 AI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물류 산업에서는 AI 기반 경로 탐색과 자동화 창고 관리 시스템이 물류 흐름을 최적화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은 최적의 배송 경로를 제시하고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자동화 배송 시스템은 물류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유통 분야에서는 AI를 통해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하며 가상 쇼핑과 AI 챗봇 기반 고객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중심 경제 구조가 강화되고 기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융합 산업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AI는 인간과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품질 개선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 창출을 가속할 것이다. AI를 사회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연결한다면 AI는 미래 산업 발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은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투자와 AI 컴퓨팅 센터 구축을 통해 범용 AI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발된 AI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국내 기업이 산업 전반에 AI를 적극 활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과 농업을 위해 스마트 공장화와 스마트 팜을 추진하고 근로자들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전환 교육도 필수적이다. 또 공공 부문과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보안 강화 특화 클라우드를 구축해 민감 데이터 공유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추론형 AI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도입해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1964년 시작된 우리의 산업혁명은 중화학공업 육성과 기술 인력 양성 전략 덕분에 성공했다. 금오공고, 특성화 공고 등에서 연간 수만명의 기술 인력을 배출하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정예 인재들이 산업 현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KIST와 KAIST 등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이 있었다. 앞으로도 AI 중심의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AI를 선도하는 국가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 AI 기술을 확산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같은 AI 혁신과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
어느 마을 한가운데로 작은 도랑이 흐른다. 동네 사람들은 그곳에서 어울려 빨래도 같이하고 멱도 감고 오손도손 살아갔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도랑의 폭이 점점 늘어만 갔고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도랑이 넓어지는 이유를 남 탓이라고 한다. 도랑은 점점 넓어져 이제 도랑을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했고 도랑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좌우로 옮겨가야만 했다. 점차 도랑의 폭은 강의 폭으로 변하고, 전에 만들었던 다리는 없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도랑 주위에 살던 사람들은 이 마을은 이어져야 한다며 열심히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양쪽 끝에 살던 사람들이 도랑이 넓어지게 된 건 건너편 사람들 때문이라며 그 사람들과는 절대 같이 살 수 없다며 어렵게 놓은 다리마저 끊어 버리려 했다. 더욱 억울한 것은 도랑 주위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강제로 갈라졌는데 그마저 건너편 사람들과는 절대 살지 못한다고 선언하라고 한다. 저 건너편에는 내 형제와 친구들이 있는데도 그들은 강제로 선택을 강요당한다. 마침내 있던 다리마저 부숴버리고 그들은 서로 영원히 단절하고자 한다. 머지않아 어찌 된 영문인지 강폭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시 옛날처럼 폭이 줄어들어 도랑으로 변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후 이 마을이 어찌 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여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나무와 돌도 아니고 식물이며 자라는 방법도 거의 비슷한 제일 가까운 축에 속하는 두 식물이다. 이번엔 네가 먼저 올라가고 다음에 내가 올라가고, 그 다음에는 순서를 바꾸면 싸울 일도 다툴 일도 없는 속칭 ‘절친’인 사이인 것이다. 결국 어찌 보면 갈등은 가장 친한 사이끼리 벌어지는 일이다. 다시 보지 않을 만용, 세상 다 필요 없고 나 혼자만 산다는 독불장군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퇴로는 열어 두자. 나라가 어렵고 갈등 천지다. 어느 동네 이야기처럼 있는 다리마저 부숴버리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 갑자기 다시 훅 다가올, 강폭이 줄어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 건너에는 형제자매, 친구, 스승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곧 벚꽃이 필 것이다. 우리는 환호할 것이고 벚꽃이 지면 잊을 것이며 어느 나무가 벚나무인지도 모르고 또 1년을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삶인 것이다. 사랑하며 살자. 그 기한도 기껏해야 100년인걸....
앉은부채의 꽃말은 ‘내버려두세요’다. 이른 봄 산에서 꽃을 찾으려 하면 꽃은 아직 핀 게 없고 낙엽이 깔린 바닥에 앉아있는 듯 특이한 모양새를 한 앉은부채를 만나볼 수 있다. 곰이 겨울잠을 잔 뒤 이 풀을 먹고 묵은 변을 본다 해서 ‘곰풀’이라고도 한다. 꽃도 특이하지만 꽃피고 나오는 부채처럼 넓고 시원스러운 잎도 관상의 포인트다. 이른 개체는 겨울에도 자주색 꽃이 피는데, 이 꽃냄새가 생선 썩은 것 과 비슷해 맷돼지 같은 산짐승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와 뿌리를 캐 먹는다. 산골짜기의 습기가 유지되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간의 바람벽에서 노란 기침하는 복수초 꽃눈은 봄앓이 한창이다 수 많은 발길질에 생채기 나는 살 닿는 것 밀어내는 시름 속에 넓고 가까웠던 자리 흙먼지 날리는 황무지다 심호흡 다시 한번 해법 찾는 몸부림 삿갓구름 미소 지으며 바람 타고 흐르는 은행나무 우듬지 둘은 이어진다 빗나간 잔설 아래 움이 돋고 노란 하품하는 생강꽃 홍태환 시인 월간 ‘시’로 등단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2025년 봄, 국내 대학가의 풍경은 자못 이채롭다. 전국 대다수 대학가 처음으로 무전공 입학생을 수백명씩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무전공 입학은 작년 이맘때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교육 분야의 이슈 가운데 하나였는데 어느덧 대학에는 특정 전공을 정하지 않은 대학생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는 문과대학, 공과대학 등의 계열 구분이 전혀 없이 완전히 자유전공학부 학생처럼 입학한 유형의 학생들도 있고 특정 계열은 정하고 들어온 무전공 입학생도 있다. 현 정부가 애초에 이 입학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미래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였다. 산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융합 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치열한 입시 경쟁 교육으로 중·고등학교 때 적지 않은 학생이 전공 탐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 제도 추진의 또 다른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제안 당시부터 여러 반론이 있었다. 무엇보다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무전공 입학생들이 결국 특정 인기 학과로 몰릴 게 뻔하고 그로 인해 인문학이나 순수과학 분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우려였다. 그리고 그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입학 직후 무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공 선호도 조사 결과 상경대와 공과대 등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은 매우 심했다. 또 1년 후 무전공 입학생들이 전공을 정하고 나면 이들은 기존 전공별 입학생들과 학습 내용에 아무 차이가 없어진다. 융합 인재 육성이라는 애초의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물론 무전공 입학제도는 잘만 보완하면 좋은 제도로 안착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계열 구분 없이 모집하는 무전공 입학제도의 경우 명실공히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적어도 완전히 다른 두 계열의 학문, 예컨대 철학과 컴퓨터 공학, 국어국문학과 언론학 등을 필수적으로 심화 탐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계열별로 입학하는 학생들도 계열 내의 여러 학문을 두루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의 협소한 전공만이 아니라 인접 학문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십수년간 끊임없이 제안되는 새로운 교육제도의 시행을 경험하면서 갈수록 깊이 절감하는 문제의식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현재의 이런저런 교육 혁신 제안이 과연 정말 우리의 교육을 혁신으로 이끄느냐다. 우리 교육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누구나 인지하듯 어릴 적부터 거의 ‘아동 학대’ 수준에 가까운 ‘지옥’ 같은 입시경쟁이다. 이 문제를 상당한 수준에서 완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의 혁신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상공업사회에 단지 적응할 뿐인 인간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주된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육이 현존 경제 질서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지만 시장경제의 ‘노예’가 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의 최우선 목적은 시장의 융성이 아닌 인간을 인간답게 기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내 5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수원시는 한국형 실리콘밸리 내 첨단과학기업과 연구소를 계획했다. 광명시는 인공지능(AI)과 미래차가 중심이다. 양주시는 경기양주테크노밸리와 은남일반산업단지를 묶어 준비했다. 의정부시는 미디어콘텐츠·AI·바이오메디컬을 꿈꾼다. 파주시는 미디어콘텐츠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꾸렸다. 정성껏 만든 청사진이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 집적을 위한 특별 우대 지역이다. 조세 감면, 투자 유치 지원 등 혜택이 주어진다. 산업생태계 육성을 통해 지역 발전을 견인한다. 고용창출과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지자체로서는 유치에 절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단체장들의 정치적 셈법도 있다.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 상태의 경기경제자유구역 유치는 그 자체로 치적이다. 물론 시민에게도 나쁠 것 없다. 4월 중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모두 장점이 있고 특색이 있다. 파주시는 LG디스플레이 유치 성공의 역사가 있다. 의정부시는 반환 미군공여지 활용이라는 의미가 크다. 양주시는 제2순환고속도로와 서울~양주 고속도로 등이 장점이다. 광명시는 3기 신도시 등 인적 인프라가 자산이다. 수원시는 산학연, 산업생태계가 다 뛰어나다. 한 곳을 정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당장의 여건만 놓고 보면 등수가 매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심각한 맹점이 생긴다.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이 뭔가. 미래 산업 육성이다. 미래 산업 본거지를 만드는 일이다. 이 부분에서 당연히 고려돼야 할 가치가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다. 낙후된 지역을 배려하는 미래 투자가 돼야 한다. 지금 경기도에는 세 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있다. 모두 경기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북부 10개 시•군에는 한 곳도 없다. 370만 주민의 미래 터전이 없는 셈이다. 다른 곳도 아닌 경기도가 선정하는 작업이다. 감안돼야 한다. 때마침 ‘민선 8기 경기도’의 역점 사업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경기북부 대개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의 핵심 가치도 균형 발전이다. 이번 선정에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물론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도 중요하다. 텅 빈 유령 특구를 만들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까지 포용하는 선택으로 가야 한다. 철저하게 성공 확률로만 선정한 곳과 미래 균형발전을 대폭 반영한 곳을 복수로 선정하는 방법이다. 복수 선정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들린다. 검토해 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50대 여성이 경찰에 형사 입건됐다. 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공원 등을 청소하는 게 평상시 업무다. 죄목은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야생 비둘기 11마리를 죽게 했다는 혐의다. 살충제가 든 생쌀을 비둘기에게 먹였다고 한다. “비둘기가 청소하는 데 방해 돼 살충제를 먹게 했다.” 여성이 경찰에서 밝힌 범행 이유다. 처벌로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정해져 있다. 일반 형사사건과 같이 평생 전과로 남게 된다. 여성의 ‘비둘기 살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현행법으로 금지된 범죄 행위 맞다. 하지만 범행에 이른 현실을 토론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9월 광주에서도 같은 사건이 있었다. 공원에서 비둘기 21마리가 죽은채 발견됐다. 사체에서 농약에 쓰이는 ‘카보퓨린’이 발견됐다. 누군가 ‘비둘기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 범행의 동기는 이번과 같다. 감당할 수 없는 폐해 때문이었다. 청소 직원, 시민들이 힘들어한다. ‘징글징글하다’고 말한다. 비둘기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야생동물이다. 2009년 6월 환경부가 정식으로 지정했다. 배설물이 주는 심각한 질병 우려도 학계에 보고됐다. 뇌수막염, 조류 독감, 피부병 등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비둘기의 서식 공간이다. 공원, 놀이터, 주택가 등 인간의 생활 공간과 겹친다. 개체수가 늘면서 이제 아파트 내부까지 파고든다. 아파트 베란다의 에어컨 실외기가 대표적이다. 이쯤 되면 퇴치를 위한 공적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게 없다. 공원 곳곳에 지자체가 내건 경고가 전부다.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라는 권고문이다. 이마저 과태료 부과 등의 강제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남는 게 시민들의 자력구제다. 시중에서 조류기피제로 처치해야 한다. 개인이 구매해야 한다. 정도가 심하면 방제 시공을 한다. 조망 및 PE망을 설치하거나 연무소독을 한다.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는데 경비 부담이 상당하다. 유해동물 지정은 국가가 하고, 처치는 개인이 하는 셈이다. 포획해 처분하는 시행 규칙이 있기는 하다.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비둘기의 경우는 멧돼지 등과 다르다. 개체수가 천문학적이고, 서식 장소도 시민 생활 공간과 겹친다. 애초부터 시민 한두 명이 시도할 일도 아니다. 행정이 나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 격무에 지친 아주머니가 비둘기를 죽게 했다. 유해동물 죽인 죄로 처벌받고 전과자 될 판이다. 비둘기 배설물이 공원을 덮어 가는데 어쩌라는 건가. ‘비둘기 살해 사건’에 대한 토론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