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순식간이었다. 명령어 몇 글자(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인데 대하드라마의 OST 같은 웅장한 음악이 완성됐다. 합창까지 더해져 말이다. 며칠 밤을 고민하며 곡을 쓰던 지난날이 잠시 허무하게 느껴졌다. AI를 잘 활용해 인간의 창의성과 합작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상생 방안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AI의 데이터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 저변에 깔려 있는 저작권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앞서 필자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음악 산출물을 얻었다고 했다. 이 경우 결과물의 저작권이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에게, 혹은 AI 개발자에게 그 권리가 있다고 봐야 할까. 원칙적으로 저작권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 즉 저작물에 대한 권리로서 창작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원칙이며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으로 구성돼 있다. 다시 말해 저작권이란 자연인, 즉 ‘인간’의 ‘창작물’에 대해 생겨나는 권리인 것이다.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현행 저작권법하에서 AI의 산출물에 대해서는 그 저작권을 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AI와 그것의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셋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나 콘텐츠 등을 산출해낸다. AI의 학습에 있어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또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프롬프트 입력에 따라 학습된 데이터가 AI 모델로부터 확률적으로 도출된 것이기에 그 산출물이 원저작물의 일부와 같거나 유사한 경우 저작권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표기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프랑스에서 특별한 예시를 볼 수 있다. 바로 아이바(Aiva)라는 AI가 작곡한 곡이 영화 OST에 사용돼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에 작곡가 ‘아이바’로 등록된 것인데 이는 AI 작곡가로서 처음으로 산출물(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AI를 창작자로 인정하느냐와 인정 시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며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AI의 존재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현행 저작권법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사회적 정책, 법적인 재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제적, 제도적 재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융합적 창작 기반은 제대로 조성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대중의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기 이전에 제작 기반에 대한 정책, 제도적인 것들이 선결돼야 창작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으며 명확하게 AI와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낼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인구 밀도 높은 곳이 산불도 많다. 우리 산림에서 자연 발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의 실수, 고의 등이 원인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산불이 5천668건이었다. 22%인 1천261건이 경기도에서 났다. 경북보다 26% 많고 강원도보다 60% 많다. 입산자 실화(33%), 쓰레기 소각(13%), 논·밭두렁 소각(12%)이었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산불도 많은 경기도다. 모든 도민이 산불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산불 대책에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가 있다. 불에 강한 수종을 띠 모양으로 심어 키운다.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대표적 내화수목이다. 산불 확산을 늦추는 방어선 역할이다. 임도(林道)와 달리 숲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2021년부터 산림청이 추진해 온 사업이다. 경기도에 조성된 내화수림대는 68㏊ 정도다. 도내 산림 면적 51만여㏊ 가운데 0.01%에 불과하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산림청이 올해 추진하기로 한 내화수림대가 400㏊다. 여기서 경기도 지역에 계획된 면적은 8㏊에 불과하다. 경기도 전체 산림 면적 대비 0.002%다. 살폈듯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빈도는 경기도가 1위다. 산림 면적도 강원, 경북에 이어 세 번째로 넓다. 그런데도 정부 계획 400㏊의 2%만 들어있다. 때마침 사상 최악의 경북 산불을 목격하게 된 경기도민이다. 걱정들이 많다. 이미 국가가 검증한 사업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맞다. 그런데 경기도의 진척이 미미하다. 왜 더딜까. 경기도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예산 문제로 대규모 조성이 어렵다.” 내화수림대 1㏊를 만드는 데 1천500만원 정도 든다. 중앙정부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다. ‘예산 부족’이라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 정도 예산도 버겁다는 얘기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앞서 ‘임도’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진화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도로다. 경북 산불 때도 화장산에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설치율은 대단히 낮다. 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14분의 1이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역시 예산이다. 임도 증설과 내화수림대 확충은 정부가 공식 추진하는 산불 대비책이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진척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천국’이라던 민선 7기 경기도였다. ‘2년째 슈퍼 예산’이라는 민선 8기 경기도다. 기금에까지 손대며 지원금 나눠주던 경기도다. 작금의 산불 예방 행정과 대조된다. 표(票)로 환산되는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 행정이다. 경북 산불에 놀란 도민들이 ‘경기도 산’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경기도가 할 일은 경상도 지원이 아니라 경기도 산 지키기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혼과 사별, 별거, 미혼모 등에 따른 것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를 대신 키우는 조손가정이나 청소년 한부모가정도 포함한다. 급격한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가 가족의 형태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문제는 부부가 나눠 맡았던 역할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점이다. 경제활동과 양육이 겹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가는 것이다. 자칫 가려지기 쉬운 복지 사각지대다. 지난 2020년 인천의 저소득 한부모가정은 1만3천789가구였다. 지난해 1만5천293가구로 늘어났다. 연평균 2.5%의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전국 저소득 한부모가정 증가율은 1.3%다. 이 중 어머니가 자녀를 홀로 키우는 모자가정이 1만2천470가구(81.6%)에 이른다. 아버지가 자녀를 맡은 부자가정은 2천592가구(16.9%)다. 이 외에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를 대신 키우는 조손가정이 113곳(0.7%), 청소년 한부모가정은 112가구(0.7%)다. 인천시가 올해 1조1천600억원을 들여 한부모가정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먼저 자녀 1인당 월 21만원이던 아동양육비 지원금을 올해 23만원으로 올린다. 중·고교생에게만 연 9만3천원씩 지원한 학용품비도 초등학생까지 확대한다. 8만원이던 겨울철 생활안전 지원금도 올해 10만원으로 늘린다. 한부모가정 주거지원을 위해 지난 올해 55채의 매입임대주택을 지원한다. 16가구이던 공동생활 주거지원도 올해 22가구로 늘린다.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위한 ‘위기임신지역상담기관’ 사업을 올해 새로 시작한다. 24시간 상담과 지원을 제공한다. 한부모가정 아동의 우선 입학(돌봄) 기회를 보장하고 일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부모·조손가정의 직업훈련 및 취업 알선에도 주력한다. 월 20만원의 유아학비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원한다. 인천시만의 특화 사업도 마련했다. 저소득 한부모가정 자녀의 학습과 정서 지원을 위한 연간 29만원의 부교재비와 연간 18만원의 교통비다. 그간 한부모가정이 비극적 결말로 몰린 사건이 종종 있어 왔다. 방치된 자녀가 영양 결핍으로 숨진 일도 있었다. 빈곤으로 인해 자녀에 대한 적절한 정서적 지지나 최소한의 교육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한부모가정도 많다고 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책을 마련한다 해도 근소한 차이로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소규모 지역사회 단위의 공동체적 관심이 먼저 작동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촘촘한 사회복지안전망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럴드 제리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8분 간격으로 200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명의 참가자가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을 관찰한 결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1천명 대상 연구에서는 자기 보고식 설문을 활용해 평균 2.19회의 일일 거짓말 빈도를 도출했다. 2회든 200회든 인간과 거짓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선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 뒤 모르쇠로 일관하며 진실을 회피했다. 현 시대에서 이 정도의 ‘흑색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사회적 공분이 일고 거짓말쟁이 낙인이 찍힌다. 물론 상대방을 위하는 목적에서,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어서 사실을 가리기 위한 ‘백색 거짓말’도 일상에서 빈번히 이뤄진다. 거짓말은 선악을 떠나 지금도 인류와 함께하고 있다. 미국 배우 짐 캐리 주연, ‘에이스 벤츄라’ 등을 연출한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인 ‘라이어 라이어’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어느 날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변호사의 아들이 생일 소원을 빌면서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자 의뢰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진실을 폭로해 버리는 등 온갖 소동이 펼쳐진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이 거짓말로 승리하고, 진실로 패배하는 형국을 노골적으로 비꼬아 웃음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은 현재 누가 천하제일 거짓말쟁이인지 경쟁하는 서바이벌 경연장처럼 보인다.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지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진실은 뒷전인 채 서로가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바쁜, 비방으로 가득 찬 경연장이 됐다. 거짓말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올해 4월에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인천은 ‘한국문학의 산실’이다. 인천을 배경으로 삼지 않고서는 ‘신’ 소설은 불가능했다. 봉건과 근대가 격돌했고 외세와 자주가 각축하는 사이에 낀 장소로 인천만 한 곳이 없었다. 신소설 곁에는 신체시가 자리했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기로 치자면 문인들이야말로 첫손이다. 소설가와 시인들이 인천을 배경 삼아 앞다퉈 글로 시대를 녹여 냈다. 인천은 싫든 좋든 신문물이 창조해 낸 당대 ‘핫플’이었다. 객지인들은 인천역에 내려 근대 문물을 훑어보고 바다에 반했다. 김소월도 제물포 바다 근처에 묵었다. 그가 1922년 ‘개벽’에 발표한 시구가 전하는 정경이다. ‘밤’의 첫 제목이 ‘제물포에서 밤’이었듯 소월은 인천이라는 장소와 자신의 정조를 얽어 시로 남겼다. “이곳은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이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바닷 바람이 춥기만 한” 인천이라서 그를 더 외롭게 몰아댄 듯하다. “홀로 잠들기가 정말 외로와요/맘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이리도 무던히/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20대 초반이었을 그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 정서를 끌어당길 정도로 ‘모던’하다. 대중음악가 장범준이 소월의 이 노랫말에 곡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제물포가 들어간 구절만 쏙 빼놓은 게 몹시 아쉽지만 애절한 곡조와 특유의 음색이 사무치게 임을 그리는 청년 소월을 빼박았다 해도 손색없다. ‘인천문학전람’은 <밤>과 ‘한국시의 최고봉’ ‘진달래꽃’이 몇 달 간격으로 이어져 있다고 분석한다. 이별과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 감정을 우리말 어감을 잘 살려 탁월하게 표현한 두 편의 시 발표 시차는 불과 다섯 달이다. 소월 개인사에 비춰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진달래꽃에서 이별하는 임과 제물포 바닷가에서 그리는 임은 동일인이라고 추론해 봄직하다. 멀리 인천으로 떠나와 밤 바닷가에서 가다듬어 부르던 노래가 진달래꽃이라는 절창을 꽃피운 토양이었다는 서사도 그려 볼 수 있겠다. 시중에는 ‘초혼’이 소월이 여자 친구 장례식장을 다녀와 부른 진혼가로 알려져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들은 소월이 쏟아낸 정한을 받아안아 자기만의 서사를 창조하고 있다. 지난해 동구 배다리 아벨서점이 소월시집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건축가이자 수서가로 이름높은 이일훈 선생님이 평생 모아 둔 소월 시집 165권을 한자리에 펼쳐 놓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한쪽 벽면이 진달래꽃 분홍빛으로 가득 찼다. 분홍빛 벽 아래 시대를 건너뛰며 독자들을 만나온 책 표지만으로도 소월은 인천의 요즘을 살고 있는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벨서점이 운영하는 위층 시다락방은 2007년 11월 랑승만 시인 시낭송회를 필두로 지금껏 시낭송회를 진행해 온 곳이기도 하다.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는 소월 시집을 전시하면서 소월시 낭송회도 개최했다. 그가 시를 사랑하고 시인들을 챙기게 된 연원을 따져 보면 소월이 등장한다. 소월시집 전시회가 열리기 전에도 그는 소월이 남긴 유일한 시론인 ‘시혼’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지인들과 나눴다. 인천과 소월이 그렇게 만났다. 봄이 왔고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올해는 진달래꽃 피는 산에만 오르지 말고 시집 ‘진달래꽃’이 피어난 지 어언 100년이라는 데 눈길을 주면 좋겠다. 건축물과 거리에 남은 근대 인천뿐만 아니라 인천이 지닌 문학 자양분도 캐고 챙겨야 인천 것으로 남는다.
지난달 21일 영국 투자은행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심지어 0%대 경제성장률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물론 여러 정책 대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복마전 같은 현 정치·경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정말 이렇게 추락해 가고 마는 것인가. 그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정치·경제 상황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현 상황을 돌파할 전략적 대응책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최근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의 한국 방문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그는 한국의 알래스카 가스(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및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무역 불균형 문제, 관세를 포함한 여러 사안과 연동돼 있기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하기에 따라 이것을 한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셰일가스전 개발로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하고 심지어 수출까지 하는 나라다. 그런데 왜 자그마치 1조달러(약 1천450조원)에 달한다고 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는 것일까. 그것도 이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일까. 그것은 미중 간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그것도 에너지라는 자원 인프라와 탄소중립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할 교두보를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소비처를 동아시아 시장에 만들고 더 나아가 중간 생산지 혹은 경제적 회랑을 한국에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것이 실제로 구현되면 한국은 어마어마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천연가스 개발은 화석연료로의 회귀일 수 있지만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그린에너지를, 이의 연료전지화 등을 통한 탄소중립, 친환경 기후경제를 창조하는 중요한 중간고리가 된다. 이의 주도권을 자칫 러시아에 뺏길 수 있어 현 시점에서 미국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개발 선도국가이고 연해주 일대의 가스전 개발 및 지열 이용 개질 공정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마음이 급한 것이다. 일단 한국을 투자국으로 엮어 자기편 붙박이로 잡아 두려는 속셈이 있다. 연료전지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을 활용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러시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고 있다. 거대한 시장 형성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에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가격경쟁력의 우위와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에서 한발 앞서고 있어 러시아는 느긋한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묶으려는 구도를 짜고 한반도를 미국의 대(對)중국 패권전쟁 전선의 첨병 지역으로 삼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중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또 상당 수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의 물밑 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인데 조만간 북미 협상이 이뤄지고 궁극엔 북미 종전선언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북 간 평화 모드 조성을 적극 권장할 것이다. 이의 연장에서 남북 간 교류를 통한 한반도 내에 미국 알래스카 천연가스와 러시아 연해주 천연가스 간 경쟁 시장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은 대격변 중이다. 이 흐름을 잘 타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 흐름을 성장으로 대반전시키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후경제이며 평화경제다.
지난주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휴식시간, 직원들은 올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을 전망하며 열띤 토론을 한다. 1승1패. 지난 주말 필자가 응원하는 팀의 개막전 성적이다. 승률 5할이지만 연승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라서 행복합니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옆 후배는 같은 5할의 성적에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2경기 만에 벌써 1승이라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팀 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직원에게 우승은 목표가 아니다. 꼴찌를 해도, 18연패를 해도 여전히 행복한 듯하다. 월요병에 시달리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싱글벙글,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에서도 활기가 넘친다. 덩달아 민원을 갖고 방문한 고객의 어두운 얼굴도 환하게 바뀌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들이 1994년 발표한 ‘서비스-이윤연계(Service- Profit Chain)’ 이론에 따르면 직원 만족도(행복)가 높아지면 직원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도 증가하고 고객 만족도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이익이 향상된다고 한다. 필자가 속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도 고객 만족을 위해 고객헌장과 임직원 행동강령 제정을 통해 업무 혁신, 투명한 경영, 사회적 책임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온비드 같은 고객 접점에 있는 업무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의 콘텐츠로 보강해 고객 편리성을 한층 더 높였다. 고객 만족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직원에게는 개인 사정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와 격지근무 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워크센터 확대 등 개인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 중 경험하는 다양한 원인의 스트레스에 대해 심리적 해결을 돕고 있다. 필자도 실무자가 참석하는 회의와 허심탄회 런치 등을 개최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밝은 웃음으로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 그게 바로 직원 행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야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후배 직원의 행복 원천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이 키운 유망주가 성장하고, 용병이 합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희망과 긴 연패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응원한 강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캠코 경기지역본부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에서 행복을 찾는 조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면 고객과 직원,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다.
4월2일은 올해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있는 날이다. 재·보궐선거란 기존 당선자가 당선무효, 사직, 사망 등의 사유로 공석이 된 경우 해당 공직을 채우기 위해 실시하는 선거로 이번 재·보선엔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선거가 총 21개 실시된다. 도내에서도 경기도의원보궐선거가 두 곳(성남시 제6선거구, 군포시 제4선거구)에서 치러진다. 보통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지방의회의원선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투표 참여에 관심을 덜 두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지방의원선거가 경시해도 될 만큼 의의와 기능이 사소한 선거일까. 국가에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국회가 있는 것처럼 각 지방에도 주민을 대표해 주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지방의회가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해 예산·결산 승인과 청원·진정을 처리하고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개정·폐지하며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에 대해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동의·승인·보고 및 관계 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등 행정을 감시하고 자치법규를 입법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지역사회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지방의회의원선거를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재·보궐선거의 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므로 임기 만료 공직선거보다 투표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해당 지역 선거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일 투표 시간(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4시간)을 임기 만료 공직선거의 투표 시간(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보다 2시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또 임기 만료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재·보궐선거 역시 사전투표가 가능하므로 선거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는 사전투표 기간 재·보궐선거 실시 지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면 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라고 말하며 국민의 주인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경기도의원이 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5명의 보궐선거 후보자들(성남시 제6선거구 2명, 군포시 제4선거구 3명)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유권자 여러분이 지방자치의 주인이 될지 손님이 될지는 적극적인 투표 참여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이번 경기도의원보궐선거에서 소중한 주권을 꼭 행사해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바란다.
국토를 집어삼키려던 산불이 잦아들었다. 이런저런 의미 있는 대책들이 나온다. 기후 변화로 높아진 자연 환경이 문제다. 진화 시스템의 대수술도 시급하다. 장비·인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헬기 확충도 시급하다. 문화유산 등의 자체 방재도 강화돼야 한다. 하나같이 중요한 지적이다. 잘 검토해서 시행돼야 한다. 여기에 우리가 보태 보는 제언이 있다. 산불 진화용 임도 확충이다. 때마침 본보에 전달된 현장 목소리가 있다. 이후정 여주시 산림조합장의 제언이다. 산불 대책 의견을 본보에 기고했다. ‘산불 예방과 진화 임도 개설이 시급하다.’ 임도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접근성을 높여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헬기 없는 야간의 역할도 지적했다. 아울러 산림조합 책임자답게 임도의 동반 효과도 설명했다.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들음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고 임산물 생산 증가 등의 장점도 설명했다. 고맙고 소중한 현장의 소리다. 임도의 중요성이 새로울 건 없다. 증명된 사례가 많다. 2022년 금강송 군락지는 임도가 지켜냈다. 울진·삼척 산불 때였다. 한 해 전인 2021년 개설한 임도가 막았다. 장비·인력이 신속하게 배치될 수 있었다. 개인 등짐펌프만 15㎏이다. 기계화 시스템은 펌프 34㎏, 100m 호스릴 30㎏이다. 비포장 산길로 사람이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 3.5~5m의 임도로 신속히 배치했다. 금강송 방향 산림에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불이 잡혔다. 이번 산불에도 임도 역할은 확인됐다.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 불이 났다. 발생 29시간만에 완전 진화됐다. 야간에 계속된 진화 작업이 결정적이었다. 당연히 임도가 해낸 역할이다. 같은 울산지역의 대운산 산불과 대조를 이뤘다. 화장산과 20여㎞ 정도 떨어졌다. 풍속, 강수 등 여건은 같았다. 그런데 피해가 컸다. 임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 울산시장도 “임도를 확충해야겠다”고 했다. 이번 산불에 30명이 생명을 잃었다. 부상까지 포함하면 75명이 피해를 입었다. 주택이나 공장, 문화재 등 시설물 5천여곳이 불탔다. 무엇보다 피해 면적이 4만8천㏊에 달한다. 임도 없는 산불을 밤새 쳐다만 봤다. 환경단체는 환경 훼손이라고 반대한다. 진짜 환경훼손은 여의도 166배의 산림 파괴다. 일본의 임도밀도는 우리의 6배, 독일·오스트리아는 우리의 14배다. 세계 최고의 임업선진국들이다. 임도로 환경과 국부(國富)를 지키고 있다. 산불에는 때도 없고 장소도 없다. 경북 산불에서 고훈을 찾아야 한다. 임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은 될 수 있다. 경기도 시·군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