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공존…‘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추모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수원특례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에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한 ‘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가 지난 1일부터 개최됐다. 수원시연화장 장례식장 1층 로비와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야외 길목 양쪽으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소속의 회원 노인 작가들이 그린 작품 500여점이 내걸렸다. 장례식장 건물로 향하는 야외 길목에 걸린 작품에는 노인들이 살아가면서 보고 느꼈던 소소한 기억을 담은 시골 마을 풍경과 보름달 아래에서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들을 그린 그림들이 주로 걸렸다. 작품을 보다 보면 두 번 놀란다. 전문가 못지않은 섬세함과 미적 감각에 한번 놀라고, 작품 하단에 기재된 나이에 또 한 번 놀란다. 장례식장 1층 로비는 특별한 방식으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전시실 벽면을 주로 활용하는 기존의 전시회와 다르게, 이곳의 작품들은 관람객을 로비 바닥에서 맞이한다. 노인의 그림들이 건물의 바닥에서 흙과 맞닿은 채 관람객과 소통한다. 이 같은 작품의 배치는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결국 우리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암시를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바닥에 놓인 작품들의 테두리 색도 다르다. 검정색 테두리로 둘러싸인 작품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노인 가운데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그림들이다. 그중 ‘무궁화와 나’ 작품은 치매에 걸린 노인이 무궁화를 그리다가 자식의 얼굴이 떠올라 무궁화 안에 자식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사연이 있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이밖에도 어르신들이 어린 시절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걷던 기억을 그려낸 그림과 옛날 집 마당에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 독도, 여성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그리움과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 1층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는 회원들이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10점도 함께 전시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이곳에 와 작품 한 점을 보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례식으로 오셨겠지만, 장례식에 슬픔만 갖지 말고 슬픔 속에서 와닿는 작품을 마주하고 잠시나마 치유와 안정이 됐으면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신명나는 풍물 문화 즐겨요…수원민예총, 풍물대동놀이 한마당 6일 개최

시민들과 함께 사라지는 풍물 문화를 되살리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사)경기민예총 수원지부(이하 수원민예총)는  6일 오후 3시 수원특례시 장안공원 중앙광장에서 제19회 ‘2023 풍물대동놀이 한마당’을 개최한다. 수원특례시가 후원하고 수원민예총 주최, (사)경기민족굿연합 수원지부와 풍물굿패 삶터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도시 문명 속에서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풍물의 신명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행사가 시작되면 풍물굿패 삶터의 비나리, 풍물굿패 고빗사위의 풍물판굿, 군들 청룡풍물단의 군들 용정제(웃다리 농악편), 풍물굿패 두렁의 설장구놀이, 대부사랑풍물패의 풍물판굿, (사)경기민족굿연합수원지부의 고깔소고놀이, 사회적협동조합 살판의 광양버꾸놀이, 고색전통농악보존회의 풍물판굿 풍물굿패 삶터, (사)경기민족굿연합 수원지부의 합굿과 큰기놀이 등 다채로운 풍물 공연이 시민들을 만난다. 이번 행사엔 수원과 인근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풍물패에 소속된 풍물인 70여명이 참여해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풍물굿판은 시민 남녀노소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대동놀이로 구성된다. 수원민예총 관계자는 “이번 대동놀이 한마당은 그동안 풍물을 배우고 익혀온 풍물패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흥이 넘치는 풍물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화합하는 축제의 장을 마음껏 즐기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온가족 함께 하는 ‘패밀리 파크 콘서트’ 12일 개최

수원시립교향악단이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패밀리파크 콘서트’를 오는 12일 오후 8시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개최한다. 최희준 수원시향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이번 공연에선 수원 출신의 영재 바이올리니스트 설요은양,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크로스오버그룹 라포엠이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원시민이라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은 제1야외음악당의 잔디밭에서도 즐길 수 있어 나들이 기분을 내기에 제격이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첫 곡으로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을 선보인다.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가 수원시향과 함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 64 3악장’으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어 어린 나이에도 음악 재능을 펼치고 있는 설요은 바이올리니스트 역시 수원시향과 함께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을 협연하며 무대를 가득 채운다.  두 연주자가 각각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마치고 나면, 두 사람이 함께 연주자로서 평소 했던 생각과 고민들을 나누는 멘토-멘티 토크 순서가 관객들을 위해 꾸려진다. 바이올린 연주자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의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어 두 연주자가 수원시향과 합심해서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선보이면서 세대를 넘나드는 화합의 연주로 무대의 의미를 풍성하게 가꾼다. 마지막으로 크로스오버 4중창 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라포엠(유채훈, 박기훈, 최성훈, 정민성)은 무대의 구석구석을 가득 메울 존재감을 발산한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돋보이는 보치아의 ‘그란데 아모레’, 엔니오 모리꼬네의 ‘넬라 판타지아’, 윤항기의 ‘여러분’이 수원시향의 멜로디를 타고 연이어 관객들의 내면을 적실 전망이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다채로운 추억의 밤을 마련하는 멋진 공연을 준비했다"면서 “수원시향을 비롯한 연주자들이 마련한 무대를 통해 음악으로 엮어낸 감동과 재미를 만끽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색·향기 그대로… 수묵으로 피어난 자연

초록 보리밭이 물결치듯 펼쳐지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치 꽃이 피고 지는 대자연에 있는 듯 싱그러운 향기가 내내 코끝에 머무는 것 같다. 안양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실경산수화의 대가 오용길 화백(77)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10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서는 안성의 청보리밭과 유채꽃밭 등 풍경화를 비롯해 경북 안동의 군자마을과 병산서원, 청암정, 경북 예천 도정서원 등을 그린 실경산수화 25점이 내걸렸다. 그의 작품에선 따뜻하면서도 소박하고 친근한 멋이 느껴진다. 오 화백은 여행에서 마음으로 담아온 풍경을 화선지에 고스란히 그려냈다. 안동 군자마을을 그려낸 작품에선 여든을 바라보는 그가 가슴에 품은 마을의 아름다운 정취가, 병산서원에선 주변의 친숙한 민가가 옮겨졌다. 명승지 보다는 그 주변의 평범한 곳, 사람이 머무는 곳에 시선이 가는 화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세밀하게 표현된 기와집은 어린 시절 뛰놀았던 골목 같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제각각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옆에 있는 듯 말을 건네고 싶게 한다. 작품은 풍경화 같지만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린 전통 수묵화다. 먹으로 그리지만 채색은 수채화물감을 사용한 오용길 화백만의 수묵채색화다. 그래서 풍경보다 더 실제같은 풍경이 작품으로 탄생했다. 김상철 미술평론가는 “이전 작업들이 전해주던 박진하는 현장감과 엄격한 짜임새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소박하다. 더불어 맑고 투명한 색채 감각은 채도를 높이고 담묵을 통한 탁함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면서 “특유의 명징한 색채가 발휘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담묵에 있다”고 평했다. 오 화백은 전통적 수묵산수만을 고집하던 화단에 ‘현대적 표현 형식’을 담은 수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7세인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은 이후 월전미술상, 선미술상, 의재 허백련 예술상, 이당미술상 등 동양화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을 휩쓸어 왔다. ‘21세기판 겸재’, 실경산수의 거장이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 화단을 이끌고 있다. 오는 23일부터는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화백이 태어나고 자란 안양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실학박물관,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 개막

‘하루를 열흘처럼 애타게 기다리다 너희 편지를 받으니, 반가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구나. 맏이 학연(정약용의 큰 아들)의 병은 아직 낫지 않고, 어린 딸애의 병세가 심해진다니 몹시 걱정스럽다…가신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낮 슬픔에 젖어 사니, 이 어인 신세이더냐? 더는 말하지 말자.’  1801년 6월 17일, 정약용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험한 유배 생활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원천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정약용이 고향인 남양주와 유배지인 강진에서 남긴 시문, 편지를 통해 정약용의 삶과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 보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3일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유관 기관 간의 연대와 상생을 위해 강진군 다산박물관, 남양주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됐다. 남양주와 강진은 각각 정약용 선생의 고향과 유배지로, 선생의 일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의미 있는 장소다. 전시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부모·형제·자녀 등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와 글에 주목한다. 학자적 면모에 가려졌던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1부 ‘유배길에 오르다’, 2부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 3부 ‘홍혜완의 남편’, 4부 ‘아버지 정약용’, 5부 ‘그리운 형제’ 총 5부로 나뉘었다.  1부 ‘유배길에 오르다’에서는 정약용이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돼 먼 유배길을 떠나며 가족·친지와 이별하는 순간의 심경을 읊은 시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2부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에서는 정약용이 40세에서 57세에 이르는 시간을 강진에서 보내며, 부모·형제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처자식이 있는 고향 마재(현 남양주시 조안면)를 그리워하며 읊은 시와 관련 유물을 만날 수 있다. 3부 ‘홍혜완의 남편’에서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유배지에서 자신을 대신해 집안을 건사해야 했던 부인 홍혜완을 향한 미안함과 애틋한 심경을 보여준다. 결혼 30주년을 맞았지만, 유배지에서 찬 겨울을 나고 있을 남편 정약용을 걱정하며 부인 홍혜완이 보낸 시도 감상할 수 있다. 4부 ‘아버지 정약용’에서는 유배지에서 접한 막내아들 농아의 사망 소식에 비통해하며 쓴 편지, 두 아들 학연과 학유를 다독이고 훈육했던 편지, 딸의 결혼을 축하하며 보낸 시화(詩畵) 등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살펴본다. 5부 ‘그리운 형제’에서는 정약용이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둘째 형 정약전과의 형제애를 다뤘다.  보물 ‘다산사경첩’을 비롯해 ‘상심낙사첩’, ‘매화병제도’, ‘이암추음권’ 등 정약용의 친필 편지와 그림 작품 30여 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9월10일까지 열린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정약용 선생이 길고 험한 유배 생활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원천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라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준비한 이번 전시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온가족 다 함께 전시관, 박물관으로…즐길거리 가득한 5월 경기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기념일로 가득한 5월을 맞아 경기도내 곳곳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진행된다. 아이와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전시, 체험행사, 클래식 콘서트 등으로 추억이 풍성한 5월을 보내보자.  ■ 다채로운 체험행사 가득…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함께, 같이_놀고 쉬며 배우자!’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함께, 같이_놀고 쉬며 배우자!’를 주제로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족 관람객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성격유형 검사(MBTI) 결과에 따른 코스로 박물관·백남준 관람하기’와 ‘비눗방울 날리기 등 체험’, ‘폐플라스틱 활용한 작품 만들기’ 등 총 열 한 가지의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또 풍선으로 장식한 포토존과 다양한 체험기구를 이용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아이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5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 온 가족이 함께 클래식 매력을…성남아트센터, ‘패밀리 클래식’ 온가족이 클래식을 즐기고 싶다면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을 찾아가보자. 어린이날을 맞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패밀리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차이콥스키 발레 모음곡’을 주제로 펼쳐질 이번 공연은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발레 모음곡 ‘호두가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차이콥스키의 풍부하고 낭만적인 선율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 참여해, 영화 음악계의 거장 대니 엘프만의 ‘첼로 협주곡’을 한국 초연으로 연주하는 특별 무대도 준비됐다. ■ 현대미술의 미적 감각 경험할 기회…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이야기 유랑선’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는 현대미술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체험전 ‘이야기 유랑선’이 열리고 있다.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 이슬로, 애나한, 이정윤, 박경종 등 4인이 모여 설치, 영상, 애니메이션 등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오감 체험의 장을 만들어 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미술관 측은 어린이날 목관 5중주의 연주가 어우러진 음연동화 공연 ‘꽃들에게 희망을’과 그립톡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어 9∼12일에는 이정윤 작가의 ‘Code Green: Fragile Planet’ 작품을 감상한 뒤 야광 클레이를 만지면서 체험하는 코너 ‘반짝반짝 이야기 행성’을 진행한다. 이밖에도 워크북 배포, 작가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특히 5월 중순부터는 관학연계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 아동들의 관심이 적극 반영될 전망이다. 만2세가량의 아이들 20여명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최정원 꼬마정원어린이집 주임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미술관을 접하기 쉽지 않지만 이런 전시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아 진입장벽이 낮다”며 “조명이나 점토, 천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서 아이들이 더욱 흥미롭게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웃어 보였다.

풍경과 소리를 극적으로 경험하는… '소다미술관' 화성시 우음도 파빌리온 전시

미술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가 담긴 건축·디자인·예술·경관·역사 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전문가와 협업해 지역의 고유한 예술 여행 콘텐츠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2일 화성시 우음도에서 개막하는 소다미술관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파빌리온 전시’다.  파빌리온은 임시 가설물을 뜻하는 건축 용어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구조로 공간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의 한 형태다. 필연적으로 유연한 구조와 공간을 만들어 내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생성해 낸다. 전시가 열리는 파빌리온에선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과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이 잘 녹아있다.  지역사회와의 여행을 통해 도시의 연결을 시도한 한 데는 미술관이 자리한 화성시의 빠른 성장 이면에 분절된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화성시는 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젊고 성장하는 도시로 꼽히지만 신도시와 원도심 간의 불균형 발전과 지역 공동체의 단절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소다미술관은 여행과 예술을 통해 신도시와 원도심 잇는 자연스러운 이동을 끌어내고, 네트워크 구축으로 공동체의 유대와 연결을 만들어내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에서 만날 작품 ‘Faraway: man made, nature made’는 다이아거날 써츠의 대표 건축가인 김사라의 작품으로 우음도의 긴 역사를 ‘소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목재로 만들어진 작품 끝에는 확성기와 반대의 원리로 좁은 곳으로 소리가 모이면서 외부 공간의 소리를 한데 모아 자세히 들을 수 있도록 한 ‘집음기’를 볼 수 있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는 지난 1994년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바닷물이 빠지면서 육지가 됐고 현재는 주변에 울창한 갈대 숲이 형성됐다. 강한 바람이 불 때면 작품 내 공간에선 울창한 갈대들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극대화해서 들을 수 있다. 공사 후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낸 육지에선 약 18억년의 역사를 가진 암석이 발견됐다. 바다와 자연, 자연과 문명, 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우음도에서 광활한 공간의 역사에 귀를 기울이며 감상할 수 있다. 경선화 큐레이터는 “우음도가 굉장히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는데 머물거나 쉴 공간이 부족해 비교적 덜 알려졌던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화성시 원도심에도 아름다운 공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면 하고 우음도의 자연을 새롭고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는 미술관’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부터 화성시문화예술 거점 9곳(융·건릉, 소다미술관,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 3.1운동 만세길 방문자센터, 매향리 평화기념관, 궁평 오솔 아트파빌리온, 고정리 공룡알화석산지, 우음도, 자비의 침묵 수도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음도 파빌리온 전시는 오는 7월9일까지 이어진다.

전통춤 재조명, 경기아트센터 '다시 천명(天命), 춤의 길'

무명옷 춤사위로 군부독재에 스러져간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혼을 위로했던 고(故) 이애주 선생. 그의 춤 세계를 재조명하는 무대가 열린다.  경기아트센터는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다시 천명(天命), 춤의 길’을 공연한다. 고 이애주 명인은 전통춤 보존·계승에 힘 써왔다. 공연에는 선생의 춤을 끊임없이 수련하고 올바르게 전수하기 위해 결성된 ‘이애주한국전통춤회’와 ‘이애주춤·장단연구회’, 전통춤의 명맥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경기도무용단이 함께 무대를 채운다. ‘다시 천명(天命), 춤의 길’ 1부 첫 무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 고 이애주 명인의 완판 ‘승무’ 무대를 재현한다. 그동안 무대에서 자주 선보이지 않았던 ‘긴 승무(완판 승무)’를 예전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어서 시국 춤의 상징인 ‘바람맞이춤’, ‘태평춤’을 선보인다. ‘바람맞이춤’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관련된 민중의 죽음을 진혼했던 춤이다. 씨춤, 물춤, 불춤, 꽃춤 네 가지 판으로 구성돼 있다. ‘태평춤’은 한성준·한영숙 선생의 태평무를 기반으로 ‘바람맞이춤’의 춤사위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했다. 고 이애주 명인의 일생에 걸친 실천춤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2부는 ‘살풀이춤’으로 문을 연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완벽히 구현하는 춤으로 전통춤의 즉흥적 요소와 무용수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론 경기도무용단의 창작 작품 ‘제(祭)’가 무대에 오른다. 전통춤에 우리의 시대상을 담아내는 움직임을 표현한 ‘제(祭)’는 한국적인 ‘제(祭)’ 의식과 기도하는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작품이다. 정갈한 마음으로 기도 드리는 행위가 무당의 ‘제(祭)’의식과 연결돼 있다는 점 등에 착안해 우리 내면의 바람을 이루고자 기도하는 행위과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그가 공간에 정서를 투영하는 법…‘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리뷰]

한 남자가 오고가며 자신의 눈에 담겼던 공간을 캔버스 위로 불러낸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기억과 상상이 뒤섞인 그의 공간은 현실에 있지만,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곳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2023년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지난 20일부터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해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해 선보이는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으로 화제를 모은다. 미국의 국민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 160여점, 산본 호퍼 아카이브의 자료 110여점을 7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이는 전시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구도와 화풍에 변화를 줬던 호퍼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시공간적 특성의 빈틈을 파고들었던 작업 스타일도 엿보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호퍼는 자신의 눈에 담긴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 그가 캔버스에 풀어낸 공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연이 깃든다.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대도시부터 여행지 속 자연까지 호퍼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갔던 곳을 소재로 예술 세계를 표현해냈다. 사실 관람객은 ‘퀸스버러 다리’ 등의 작품을 볼 때면 그가 강 위의 배에서 강 건너의 풍경을 봤을지 배의 창문을 통해서 비친 풍경을 봤을지 알 수 없으며, ‘황혼의 집’, ‘밤의 창문’과 같은 작품을 통해선 그가 옥상에 서서 건너편 건물의 창가를 응시했을지 건물 안의 창문을 통해서 맞은편 사람을 바라봤을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이처럼 그가 무심코 바라 봤던 교각의 돌출부, 목장의 지붕, 극장의 장식물 등 각 공간이 지닌 입체적인 특성뿐 아니라 그가 당시 장면을 바라봤던 위치와 구도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도록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는 점이 그림의 매력을 더한다. 호퍼의 그림 속 공간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전시장을 수놓는 호퍼의 그림들은 대부분 수직 구도보다 수평 구도에 맞춰져 있다. 눈의 시야각에 맞춘 영역까지만 표시하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사실주의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지만, 한편으로 그는 자신이 그리기로 결정한 이미지들에 대해서 장소와 연결되는 감정과 생각을 결합해 새로운 상상지대를 만들어낸다. 그 영향 때문에 배경의 세부 요소가 모호하게 뭉개지거나 빛과 그림자로 둘러싸인 채 본래의 형상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 호퍼의 그림 속 사람들은 대개 뒷모습이거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공간을 차지한다. 상당수 그림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일상의 공간이 그림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우선 매만지고 있지만 사람들 역시 그의 그림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푸른 저녁’은 시간대를 특정할 수 없는 모호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로도, 사물이 만드는 그림자로도 지금이 어스름한 저녁인지 자정이 지난 시점인지도 알 수 없다. 이곳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서로 대화나 교감이 전혀 없다. 생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울한 색채보다 더 짙은 적막감을 만든다. 파리에 있던 호퍼가 뉴욕으로 돌아온 뒤 그 당시의 생활을 떠올리면서 만들어낸 그림이라는 점에서, 어디까지 호퍼의 상상이고 어디까지 실제 카페 속 풍경인지 감상자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역시 그림의 모호한 정서를 극대화한다. 이승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정서를 예리하게 포착해 화폭에 담아내 현재까지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이번 걸작전이 팬데믹 이후 고립과 단절, 소외가 만연한 오늘날에 필요한 전시로서,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이해를 넓힐 뿐 아니라 고단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공을 뛰어넘는 위안과 공감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8월20일까지.

상상속 동물 기린… 민화, 공예품, 현대작품까지 특별전 열려

상상 속 동물 ‘기린’을 주제로 한 민화와 공예품, 현대작품 등 시대별 기린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둘러보는 전시가 열린다. 양주시립 회암사지박물관은 5월 3일 박물관 1층 로비에서 특별전 ‘기린말고 기린(Not Giraffe, but Qilin)’ 전시회를 개막한다. 이번 특별전은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동물원 속 긴 목을 가진 기린이 아니라 상상 속의 전설적인 동물 기린을 살펴보는 전시회다. 전시는 1부 ‘기린, 상상하다’, 2부 ‘기린, 상징하다’, 3부 ‘기린, 발견하다’로 구성해 시대별 기린과 관련된 작품을 배치했다. ‘기린’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상서로운 동물로 중국 명나라 때 대규모 원정대가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목이 긴 동물을 보고 전설 속 ‘기린’과 유사하다 해 붙인 이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인의 출현과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동물로,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이마 한 가운데 긴 뿔과 화염 모양의 큰 갈기, 사슴의 몸과 말의 다리를 지닌 모습으로 묘사돼 왔다. 정치적으로는 왕도정치를 상징하고 종교적으로는 최고 가치의 격을 지녀 옛 기록에 ‘용, 봉황, 거북과 함께 사령(四靈) 중 하나이며, 그 중에 가장 으뜸’이라고 전해져 왔다. 특히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양주 회암사지 사적에서도 기린을 찾아볼 수 있어 조선왕실과 당대 불교계에서 회암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