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큼직한 전시행사 다수

국내 미술계는 올해 큼직한 전시행사를 다수 기획하고 있다. 양과 질에서 풍성한 작품이 연중 미술애호가들을 만나게 된다. 국제전의 경우 제3회 광주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 서울 등이 대규모로 열리고,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전시도 여럿 마련된다. 그런가 하면 각 미술관도 특색있는 이벤트로 미술계 전체의 품격을 높일 전망이다. 가장 주목되는 행사로는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들 수 있다. ‘인(人)+간(間)’을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3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계속되며 모두 240명의 작가가 참여해 새 밀레니엄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아시아성을 바탕으로 세계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전례없이 일본인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를 선정했을뿐 아니라 아시아권 참여작가도 제2회의 27%에서 37%로 높였다. 전시는 6개 권역의 본전시와 특별전으로 구분된다. 이중 아시아관을 본전시장입구에 배정해 유럽 중심주의를 탈피하게 된다. 특별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광주항쟁 20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예술과 인권’. 이 전시회 큐레이터는 일본 미술평론가 하이루 이치로씨다. 하반기에 열리는 ‘미디어시티 서울’도 주목되는 이벤트로 꼽힌다. 사진과 비디오 디지털 중심의 이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은 9월 2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시립박물관 등 서울시 곳곳에서 파상적으로 열린다. 송미숙 총감독을 비롯해 바바라 런던, 제레미 밀러,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등 세계적 큐레이터들이 커미셔너로 참여해 도심 전광판과 지하철 역사 등을 첨단예술로 꾸미게 된다. 또 ‘트라이앵글’ ‘디지털 SFX’ ‘디지털 엘리스’ 등 각종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미디어 시티 서울’ 외에도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전시는 많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경주문화엑스포(9월1일∼11월10일)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테크노아트 페스티벌(10월20일∼12월10일)이 대표적 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베니스 비엔날레 등 국제 미술제에 참여한 작가들의 출품작을 재구성한 ‘주요 국제전 출품작가전’(3∼4월)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시원전’(6-8월)과 ‘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7∼10월), ‘심산 노수현전’(4∼6월) 등 분관인 덕수궁 미술관 등에서 마련되는 전시들도 관심을 모은다. 호암미술관은 ‘전후추상미술전’(3월17일∼5월14일)과 백남준 회고전을 마련할 예정이며 대우그룹 해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트선재미술관(경주)과 아트선재센터(서울)도 재외 교포작가 초대전 ‘정체와 정체-코리안 아메리칸 아트전’(5월 26일-7월 중순) 등 내실있는 기획을 내놓았다. /연합

꺽다리 김장훈 수원라이브 공연

키 큰 꺽다리에 말발 센 가수 김장훈이 수원을 찾는다. 5집 ‘1999 바보’로 16일 수원을 찾는 그는 흔히 말하는 5집 가수가 되어 싱겁도록 껑충한 큰 키에 우수의 눈빛을 간직하고 고독한 ‘하록선장’의 모습으로 왔다. 5집을 발표하고 가졌던 겨울 콘서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16일 오후 3시·6시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Would you… show? -우주… 쇼?’라는 테마로 라이브 콘서트를 갖는다. 우리 발음으로 ‘우주 쇼’가 되는 이 콘서트의 제목은 정말로 그 다운 발상의 엉뚱함이 옅보인다. ‘Would you라는 말은 우리마로 ‘00할까요?’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으며 그것에 show를 덧붙여 엉뚱하지만 ‘쇼를 즐겨볼까요?’하는 듯한 의미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것을 발음상으로 ‘우주 쇼?’로 하게 됨으로 여기에 숨겨진 또 하나의 엉뚱한 모의를 느낄 수 있다. 엉뚱하지만 모의된 또 하나의 암시, 그가 보여줄 이번 콘서트의 컨셉은 21세기 테크노피아를 사모하며 세기말을 또는 고독한 ‘하록선장’의 우주 항해와 마지막 정착지, 지구로의 귀환을 화려한 유주쇼로 형성화하는 것. 이번에 공연에선 애절한 연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타이틀곡인 ‘슬픈선물’과 ‘바보’ ‘굿바이 데이’ ‘선물’등의 신곡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나와 같다만’ ‘노래만 불렀지’등이 올려진다. (0331)212-7634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전시회서 만나는 여성선각자 나혜석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서양화가로, 또 최초의 개인전을 연 인물로 우리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정월(晶月) 나혜석(1896∼1948)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나혜석기념사업회(회장 유동준)는 15일부터 오는 2월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한국최초의 근대여성화가 - 나혜석의 생애와 그림전’을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예술의전당과 공동 주최한다. 올 2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나혜석을 기념하고 그의 작품을 통해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삶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한국근대미술의 형성과정을 고찰함으로써 바람직한 한국미술의 시대적 위상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나혜석의 미술작품과 각종 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등 모두 80여점의 자료들이 전시된다. 미술작품으로는 ‘무희’‘스페인 풍경’‘빠리 풍경’‘농촌 풍경’등 나혜석 유작 진품 8점과 그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 17점, 또 ‘조조(早朝)’‘개척자’등 2점의 판화작품, 신문에 게재했던 삽화 11점과 작품집에 있는 삽화등이 전시된다. 나혜석의 진품이 이렇듯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품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사진으로 전시되는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의 경우는 도록에 실렸던 흑백사진으로, 2점의 판화작품 역시 1920년대 조직됐던 조선노동공제회가 발간한 ‘공제’라는 잡지에 실렸던 사진으로 전시된다. 미술작품외에도 1913년 진명여학교 졸업때의 학적부를 비롯해 소설, 시, 수필 등의 문학작품과 관련 기사 및 자료, 사망광고가 실린 관보 등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나혜석 생전의 모습과 유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1920년 나혜석이 24살이 되던 해 서울 정동교회에서 남편 김우영과 올린 결혼식 사진은 당시 신문지상에 청첩장을 광고로 게재한 일화를 갖고 있다. 또 1921년 내청각에서 가진 첫개인전의 홍보를 위해 건물 밖 계단에서 25명의 인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사진도 있는데 전시회와 관련해 당시 매일신보가‘3시까지의 관람자라 무려 4, 5천명에 달했다’고 기록한 것을 보면 전시회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듯 싶다. 이밖에도 결혼 직후 시댁 식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동경 여자미술전문학교 서양화가 재학시절 친구들과 찍은 기념사진, 그리고 남편과 이혼 한 후 수덕사, 마곡사, 해인사 등지를 전전할 당시 찍은 사진 등 미공개 사진 8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최초의 여류화가라는 점 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유학생, 최초의 세계일주여행자, 최초의 여류소설가, 페미니즘을 주창한 여성운동가, 독립운동으로 5개월간의 옥고를 치른 항일민족운동가로써 나혜석은 분명 우리시대의 선각자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나혜석을 자유연애주의자로만 부각시켜 진정 한 인간으로서 보지 않으려 했던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려준데는 바로 나혜석기념사업회의 역할이 컸다. 이번 전시도 끈질기게 유족들을 설득하고 사방으로 관련자료를 수소문하면서 각계 각층의 협조를 호소하는 등의 노력으로 일구어 냈다. 나혜석기념사업회 유동준회장은 “나혜석의 세속적인 삶은 파멸일망정 자기시대를 정직하게 살다간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나혜석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면서 “이번 전시는 우리사회의 봉건적 사고와 제도에 당당히 온몸으로 맞선 선각자로서의 나혜석을 바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그룹 Gigs 라이브콘서트 마련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로 결성된 그룹 긱스(Gigs)가 라이브 콘서트를 통해 새 밀레니엄 첫 해를 출발한다. 오는 22∼23일 오후 4시와 7시30분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노·올·자 콘서트’가 그 무대. 영어로 ‘연주’를 뜻하는 팀 명칭과 멤버들의 개성에 걸맞는 색다른 무대를 연출하겠다는 게 콘서트에 임하는 이들의 자세다. 긱스는 버클리음대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정원영과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결성한 ‘정원영-한상원 밴드’를 모체로 출발한 6인조 밴드. 재즈와 블루스,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음악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정원영-한상원 밴드’는 지난해 3월 그룹 패닉의 이 적을 보컬로 영입했다. 뒤이어 독일 베를린 음대를 나온 강호정(키보드), 서울재즈아카데미 출신의 이상민(드럼)과 정재일(베이스)도 새로 합류시키면서 팀 이름을 ‘긱스’로 바꾼 것. 이같은 멤버들의 다양한 개성과 기량이 한 데 어우러져 지난해 11월 발표한 데뷔 앨범은 펑크곡 ‘노올자부터 솔 뮤직 ‘랄랄라’, 발라드풍의 ‘새벽 네시 전화벨’, 하드록 ‘돌연변이까지 다채로운 색채를 풍기며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콘서트에선 ‘노올자’ ‘랄랄라 등 앨범 수록곡과 함께 멤버들의 히트곡, 그리고 팝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 멤버 개개인의 감춰진 면면을 공개하는 등 풍성한 볼거리도 함께 곁들여진다. 공연문의 (080)337-5337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작 수원전시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개최되었던 제18회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입상작 순회전 수원전시가 9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비구상계열, 구상계열, 서예대전, 공예대전으로 나뉘어 열리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은 회를 거듭할 수록 급변하는 시대 상황과 그에 따른 미술양식의 다양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출품 작가들의 의욕과 수준 또한 높아지는데다 작품 이미지의 다면석 복합성 등으로 풍요로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전의 경우 한국화로 출품된 작품은 산수화와 풍경화류, 인물과, 화조화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조각에서도 시대 변화에 따른 양식도 매우 다양하게 출품되었고 특히 조소분야에서 이러한 성격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판화의 경우 공모전에는 대작을 출품해야 한다는 의욕과 선입견이 작용해 호수만 크게 내는 것, 양화의 경우는 과거에 인기 있었던 몇 가지 소재에 치우치는 점, 조각의 경우는 작품의 표현발상이나 재료 기법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점등이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대전의 순회전시는 수원과 원주에서만 열리는데 지역 순회전이라는 특성상 작품 관리가 수월한 평면작품만 전시되었다. 따라서 공예작품과 조각작품은 배제시키고 평면작 중에서도 특선작품 이상만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는 대상 이성현씨의 한국화 ‘휴면기의 산책’을 비롯해 김미혜씨의 서양화 우수상 ‘정(情)’, 오현철씨의 판화 우수상 ‘A→ Q’등 모두 114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대상작 ‘휴면기의 산책’은 채색과 수묵이 잘 조화되고 한국의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평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2000년 특별기획 성인연극 공연

부천의 극단 로얄예술극장이 지역연극 활성화를 위한 2000년 특별기획으로 성인연극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구?’(최현묵 작·박기선 연출)를 오는 13일부터 3월12일까지 부천전화국 맞은편에 위치한 열린무대에서 공연한다. 로얄예술극장의 제2회 정기공연인 이 작품은 밑바닥 인생을 살고있는 두 남녀의 자유를 향한 갈등과 사랑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동안 성인연극의 문제점으로 대두된 흥행만을 노린 저질연극이 아닌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각오다. 로얄예술극장 대표이자 연기자로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기선씨는 “두 남녀가 지니고 있는 의식구조를 거침없는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며 고립된 장소에서 보여주는 두 남녀의 이중적인 모습과 그들이 토해내는 아픔을 통해 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것은…’는 ‘형님’ 또는 ‘정부’로 지칭되는 힘과 그에 의해 조정되는 불쌍한 두 남녀의 이야기. 여기에서의 남녀는 버림받는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역사나 이념에 의해 굴절된 삶을 사는 사람, 또는 현대라는 커다란 메카니즘에 속해있는 현대인일 수도 있다고 박씨는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4개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 장면의 도입부에는 부제의 성격을 띤 의미있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제1장/ 사람들은 자유의 힘을 믿습니다. 그러나 힘의 자유를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2장/ 복수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내게 있는 칼을 그자의 심장에 꽂는 것과 마음에 꽂는 것, 그것입니다. 제3장/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싸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싸우는 사람 대부분이 외롭기 때문에 싸웁니다. 제4장/ 인간을 낳는 것은 여자의 자궁이 아닙니다. 바로 사회입니다. 이 공연에선 연기경력 18년의 재능있는 유인석씨와 개성있는 연기자 이가연양이 열연한다. 극단측은 이 작품으로 경기지역 소극장과 전국 소극장을 순회공연할 계획이다. 문의 (032)653-3032, 655-8815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그룹 '미스터 빅' 20일 내한 공연

90년대 세계 록 음악계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미국의 록그룹 미스터 빅(Mr.Big)이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Mr.Big-투어 콘서트 In Korea’란 제목으로 두번째 내한 콘서트를 갖는다. 음악전문 방송 m·net과 인천방송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미스터 빅의 데뷔 10주년 기념공연. 미스터 빅은 현존하는 최고의 록 베이시스트로 꼽히는 빌리 시언과 보컬리스트에릭 마틴을 주축으로 결성된 록 그룹으로 여기에 지난해 4월 내한 순회콘서트를 갖기도 했던 명 기타리스트 폴 길버트와 드러머 팻 토페이가 가세, 4인조 록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지난 89년 데뷔앨범 ‘Mr.Big’을 발표하고 1년여에 걸쳐 순회공연을 가지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그러나 1집은 이들의 왕성한 의욕과는 달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며 91년 발표한 두번째 앨범 ‘Lean Into It’에 이르러 비로소 그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마틴의 정열적인 보컬, 길버트의 스피드한 기타, 시언의 절제된 베이스, 토페이의 파워 드럼이 한 데 어우러져 수록곡 ‘To Be With You’가 빌보드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이어 ‘Just Take My Heart’‘Wild World’같은 히트곡을 연이어 양산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된 것. 이후 96년 4집 앨범 ‘Hey Man’을 발표한 뒤 그룹 활동을 중단했으나 최근 팀을 탈퇴한 길버트 대신 리치 코첸을 새로 영입, 5집 ‘Get Over It’을 발표하며 그 건재함을 과시했다. 데뷔 10주년으로 마련된 이번 콘서트에선 ‘To Be With You’를 비롯한 그동안의 히트곡과 5집 앨범 수록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02)3444-3657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전통 굿 현대적 공연기호로 완성

연출가 이윤택씨가 새로운 형태의 정치극을 내놓았다. 연초에 선보인 작품은 ‘일식’. 이씨가 대표로 있는 연희단거리패는 전통의 굿을 현대적 공연기호로 개발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일식’은 문화관광부의 전통연희 개발작품 공모 당선작이기도 하다. 연희단거리패가 굿을 연극의 텍스트로 활용한 것은 ‘산씻김’ ‘오구’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우리 굿 양식 중 연극적 요소가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경기도 도당굿을 작품에 끌어들였다. ‘전통과 미래가 만나는 우리의 연극’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문득 해가 사라진 세상에 불을 다시 켜기 위해 출동한 전기수리공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수리공은 도입부를 제공할뿐 아니라 극중에 나오는 역사인물들과 논쟁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는 고장난 가로등을 켜나가다 100년 전의 시대상황과 만나고 이 과정에서 고종과 전봉준 등 시대적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역사인물과 대화하면서 정체성 상실의 원인을 캔다. 작품의 미덕은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만남으로써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 정치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출가 이씨는 “만연한 정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정치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만나는 방법을 모색코자 했다”고 들려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전기수리공이 아관파천중인 고종을 거리에서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전기수리공은 일식으로 상징되는 국권상실(또는 정체성) 위기의 책임을 묻고, 고종은 자신의 무력함을 호소한 뒤 쓰러진다. 그러자 수리공은 고종을 붙잡아 일으켜 세운다. 고종과 전봉준, 전기수리공의 대화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봉준은 도망가는 고종의 행차를 막아선채 그의 행선지를 추궁하며, 수리공은 이들 사이에 끼어 논쟁과 화해를 이끌어낸다. 특히 전봉준은 처형에 앞서 “너희들 몇이 힘쓴다고 세상이 바뀌는게 아니어. 지금은 내 모가지가 걸릴 때여. 내 모가지가 걸려서 새로 뜨는 해를 보게 되어 있어”라며 역사의 냉엄한 이치를 설파한다. 다시 말해 정치적 허무주의를 털고 서로 껴안으며 새 세기를 맞자는 메시지를 내밀하게 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가(歌)·무(舞)·악(樂)이 어우러지고, 춤과 가면, 노래, 비나리조 사설대사가 종합되며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총체극이다. 출연진은 실질적 주인공인 궁녀 유실이의 임선애씨를 비롯해 전기수리공 김병춘씨, 고종 조영진씨, 화랭이 영감 김응수씨, 삼각산 무녀 정동숙씨 등. 연희단거리패는 이 작품을 6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먼저 공연한 뒤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문의 (02)763-1268. /연합

촌벽소극장 맨발로 공원을 공연

촌벽소극장(대표 정운봉)이 로맨틱 하이코미디 ‘맨발로 공원을’(닐 사이먼 작·이환준 연출)을 오는 20일까지 경기도문예회관옆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맨발로 공원을’은 브로드웨이의 대표적 희곡작가인 닐 사이먼에게 최우수 희곡상을 안겨준 출세작으로 미국 중산층의 결혼과 생활풍습을 유니크한 문체와 로맨틱한 구성으로 펼친 코미디. 자유분방하고 신사고로 무장한 젊고 매력적인 신부 코리와 햇병아리 변호사로 보수적이며 예절과 품위로 무장한 젊은 신랑 폴은 결혼 1주일째를 맞는 신혼부부다. 달콤한 신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괴짜 노신사 벨라스코와 폴리의 어머니 뱅크스부인이 방문하면서 위기가 닥쳐온다. 낙천적인 성격의 코리가 밸라스코와 뱅크스부인의 데이트를 주선하면서 폴과 코리는 잦은 마찰을 빚게되고 마침내 이혼을 선언하게 된다. 갈등과 위기 그리고 화해와 결합으로 이어지는 극의 흐름을 통해 미국적 실용주의와 낙관론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성공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경기도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이환준씨가 연출을 맡았는데 “‘맨발로 공원을’은 사랑을 주제로 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이 주제인만큼 각자의 개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는 인물의 모습을 한잔의 칵테일을 만드는 기분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한수경 신은희 박진성 김성수 김동현 등이 출연한다. 문의 (0331)225-0159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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