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데올로기와 시간의 분할

한국사람들은 지구상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좀 색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분할’돼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인들은 지구촌의 다른 이들과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잡기 힘든 ‘시간적 분할’의 스트레스를 세계인들과 함께 겪는다. 이데올로기의 경우, 한국은 특수한 상황으로 분할돼 있다. 레닌은 이미 1921년에 자기 자신이 만든 러시아의 관료제도를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회주의자들은 테크노크러시(Technocracy, 기술에 의한 지배)와 행정관료(Bureaucracy)는 노동자계급의 적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나 애덤스미스 학파의 주장과 달리 노동자나 자본가가 아니라 제3의 권력자, 정치인(통합자)들이라는 게 엘빈 토플러(1928~2016)의 주장이다. 이 같은 세계적인 이데올로기 해소 상황과는 별개로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를 나눌 때 마르크스 주의를 중심으로 한 냉전 이데올로기를 우선 적용한다. ‘공개’와 ‘참여’의 문제는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측에서는 각각 “4차산업혁명에서 ‘공개’와 ‘참여’의 역할은 우리 진영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는 혼돈을 겪는다. 분단국가의 현실은 세계적인 이데올로기 종식의 시기에도 좌우익 분할의 혼란을 느끼게 한다. 지구촌이 느끼는 ‘시간적 분할’의 경험에 대해 말해 보자. 과학문명의 발전에 따라 제3의물결과 제3차산업혁명(정보화), 제4차산업혁명(인공지능, 드론, 로봇 등)이 진행되면서 문화적인 지체현상을 겪고 있다. 지체현상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때로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인의 농업인구는 2017년도에 전체인구의 4.7%인 247만명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산업화된 크고 작은 도시사회에 살고 있다. 그들은 19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5개년계획들과 함께 산업의 역군으로 성장한 50대 이상의 연령들이다. 1개 교실에 60명 이상 공부하는 대중교육에 의해 성장했다. 농업에 대해서는 어릴 적 경험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농촌에서 벗어나 공단조성과 기계화 속에서 한국사에 있어서 처음으로 빈곤과 기아를 극복한 삶을 영위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어린 40대의 경우,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온 세대들이다. 도시에서 성장한 이들은 농촌생활을 모르기 쉽다. 40대나 60대나 모두 자신을 ‘현대인’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어느 순간 자신은 ‘옛날 방식’의 존재가 되고 있었다. 현재 30대 이하 수백만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이미 미래의 생활방식에 따라 살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은 도시 한복판에서 미래의 한국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 중 선발대이며 지금 탄생 중에 있는 제4차 산업혁명기의 최초의 성인, 미래인이라 할 것이다. ‘보다 빠른 생활’을 하고 있는 존재다. 이들 젊은이들이 항상 옳다면, 40대 이상의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SNS를 하며 국민여론을 형성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때 지금의 20대는 옛날 방식의 어른이 되어 있을까? 인류의 미래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이데올로기와 시간분할’이라는 상이한 고민을 해보았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사상 최악의 AI는 인재였다

이른바 조류 인플루엔자로 불리는 AI는 Avian influenza의 약자다. Avian은 형용사로 새(조류)를 지칭하며 influenza는 유행성 감기를 뜻한다. 따라서 우리말로 직역하면 ‘새의 감기’, 또는 ‘조류독감’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독감이란 표현이 사라지면서 조류인플루엔자로 또는 AI로 칭해지고 있다. AI는 닭과 오리 등 조류에게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드물지만 사람으로의 감염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2000년대 초 들어 제기되고 있는 고병원성(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AI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사례가 그 신호탄이다. 지난해 11월 16일(경기도 20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AI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 확인됐다. 여러 유형 중 하나인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무려 62%에 달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졌다. 다행히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60여 일 가깝게 국내 축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가금류 산업을 맹폭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천170만 마리에 달한다. 주로 피해 종은 알 낳는 닭인 산란계다. 전체 사육두수 대비 32.9%인 2천300만 마리가 도살돼 피해가 가장 컸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도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을 넘는 43만 7천 마리가 사라졌다.이중 경기도의 가금류 살처분 수는 1천500여 마리에 육박한다. 전국 수치의 절반에 가깝다. 도내에서 사육 중인 5천400만 마리 중 30%가 매몰됐다. 그 피해액도 무려 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사상 초유의 피해 규모다. AI가 본격적으로 상륙해 국내 가금류 산업을 뒤흔든 것은 2011년 초다. 당시 243만 마리가 살처분된 후 2014년 상반기 중 살처분 292만 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2015년 상반기에는 214만 마리가 사라졌다. 그때마다 재앙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는 전조 증세에 불과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분명, 올 재앙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안일한 대책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정부는 물론 경기도 또한 대통령 탄핵이란 정치적 혼란에 매몰돼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자 뒤늦게 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늑장대처로 일관했다.또 일선 방역현장에서는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 간 전이를 유발하는 단초가 됐다. 방역초소 및 살처분 현장 투입 인력이 부족해 낯선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일부 지자체는 살처분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치 않았고 바이러스 유입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새 도래지에 대한 초기 방역도 지극히 허술했다. 살처분 매몰지를 제때 찾을 수가 없어 지연된 사이, AI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 낸 인재로 밖에 볼 수 없는 현장이다. 이제 가축전염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변화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한 연구와 질병에 대한 인식재고가 필요하다. 매뉴얼 재정비는 물론 사전대응 훈련도 요구된다. 전문 방역관 확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확보는 두말할 나이가 없다. 김동수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문재인 전 대표의 ‘先 개혁, 後 개헌’ 꼼수

여야 4당이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선 정치권이나 국민 정서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시기와 방식을 놓고 차기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셈법이 달라 용두사미의 특위가 될까 우려된다. 특히 야권의 대선 유력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대개혁”이라며 ‘선(先) 개혁, 후(後) 개헌’의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개헌논의를 통해 공론을 모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이를 실행하면 된다며 사실상 ‘차기 정부 개헌’을 제시하고 있다.개헌에는 동의하지만 대선 이전 시행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따라 빠르면 내년 6월 이전 대선이 불가피해 정치 일정상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견해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차기 정부로 넘긴다 해도 국내ㆍ외 여건을 이유로 번복될 수 있어 개헌 추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의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에서 자칫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지난 7월 한겨레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개헌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6.9%로 ‘필요없다’(20.0%)는 응답의 3배를 넘었다. 개헌시기도 ‘대선 또는 그 이전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1.6%로 나타났다. 더욱이 5개월 뒤인 지난 12일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찬성 65.5%, 개헌반대 27.4%, 차기 대선 이전 찬성도 절반을 넘는 결과가 나왔다.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 이후의 여론 결과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개헌은 이 시대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개헌의 필요성은 정권마다 거론됐지만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제9차 개헌 이후 30년 전 그대로다. 이로 인해 급변하는 시대 변화와 성숙해진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국정운영은 역대 대통령의 측근비리,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돼 국민을 실망시켰으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국민의 멘탈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집회현장을 나온 가족, 수험표를 달고 역사현장에 나선 학생,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근로자, 지방에서 올라온 이름 모를 시민. 이들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인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단절이자 국가의 틀을 완전히 바꾸길 원하는 개헌의 사회적 공감대다.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다시는 간과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의지이기도 하다. ‘촛불민심’은 특정 정당을 위한 혹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한 집회로 해석하기에 억지가 있다. 문 전 대표가 냉철히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강 다약의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 전 대표는 정권 창출에 유리한 위치에 있어 대선전 개헌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선(先) 개혁, 후(後) 개헌’의 정치 명분이 개헌론자들로부터 꼼수라고 직격탄을 맞는 이유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개헌 저지선도 무너져 야당의 개헌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상황이 됐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 바람이자 희망인 개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더 이상 외면해서도 안 된다. 권력 분산을 통해 고루 잘사는 나라를 희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꽉 닫힌 지갑부터 열게 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아 걱정이라고 하면 ‘언제 경제가 좋은 적이 있었느냐?’라고 반문하리만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가위기 상태였던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도 더 어렵다고 한다. 지난 9월 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려했던 내수 축소는 현실이 되고, 경제 심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더욱 위축되는 모양새다. 오는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가 미덕임을 강조하지만, 서민들은 쓸 돈이 없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 탓에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마저 해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25개 생명보험사와 16개 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14조 7천300억 원에 달한다. 해지환급금은 고객이 만기 전에 계약을 깨고 찾아간 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지환급금보다 7천억 원 늘었다. 지난해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2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운 셈이다. 불안한 심리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렸다. 최근 통계청 발표만 보더라도 지난 3분기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이 100만 원이 안 되는 가구(2인 이상 가구 실질지출 기준) 비율이 13.01%나 됐다. 2009년 3분기 14.04%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월 지출 200만 원 미만 가구 비중은 늘었는데, 이유는 월 지출 200만∼400만 원 가구 비중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 식료품 등 필수품을 중심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전국의 2인 이상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문제는 4분기 이후 상황이 더 심각해질 거란 전망이다. 그래도 월급쟁이는 좀 낫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죽겠다고 난리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재고로 쌓인다. 공장 가동이 줄면 인원도 줄여야 한다. 일자리를 잃으니 당연히 보험이라도 깨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건 비단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근로자 퇴근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금요일’로 이름 짓고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펼친다고 한다. 경제단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조기 퇴근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각 기업, 단체들과 구체적인 시행 방식 협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도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대외 여건에 좌우되는 수출과 달리 내수는 국내 정책으로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탓인 내수 축소를 우려하며 지난 10월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벌여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다. 그런데 소비를 촉진하는 각종 행사가 붐을 타려면 우선 일자리나 소득이 보완돼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다. 경기 침체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연말연시는 그래도 소비가 살아나는 때다. 그럼에도, 올해는 시국이 어수선하다, 구설 타고 싶지 않다는 등등의 이유로 선물도 행사도 줄이고 있다. 청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돈을 쓸 수 있는 계층마저도 지갑을 닫게 하는 길이라면 그 길로 가는 게 옳은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경기도무형문화재의 눈물

한 경기도무형문화재가 말을 꺼냈다. “지사님을 뵙고 싶어 면담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3년 동안 지사님을 뵌 적이 없다.” 누구보다 경기도무형문화재의 현실을 잘 아는 그였고, 경기도무형문화재를 대표할 만한 그조차 일정이 바쁜 경기도지사를 만나 차 한잔을 하는 호사(?)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도지사에게 이런저런 무형문화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 8일 열린 경기도무형문화재 위상 제고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은 청중석에서 지켜본 경기도무형문화재 관계자나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이나 현실의 답답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졌다. 무형문화재 그 이름 자체는 화려할 수 있지만 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정기관이 보는 무형문화재는 계승발전시킬 대상이기보다는 그저 명맥만 유지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처럼 인식돼 왔다. 무형문화재들이 요구하는 것은 많다. ‘지원금을 늘려달라’ ‘시설을 확충해 달라’ 등 다 돈이 수반돼야 하는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다른 것도 할 일이 많은데 이들의 요구에 난처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론 이해가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형문화재가 문화재로서 존경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전통문화,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기란 어렵다. 그나마 유형문화재는 조금 인식이 나은 편이다.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 유형문화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기도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국보 1호 남대문 화재사건 때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경험담도 우리 유형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좀 다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무형문화재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수되다 보니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없어지게 방치할 것인가. 어쩌면 인간의 생명과 생명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는 무형문화재는 더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나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치인들은 표와 관련돼 생각하기 십상이고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그나마 살풀이, 민요 부문 무형문화재들은 공연장에 지속적으로 설 수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공예 분야 전통 계승자들은 갈수록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면서 대를 잇기도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무형문화재 보존 발전에 대해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 지원금 확대로는 무형문화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때가 늦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다. 지원금 뿐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고 무형문화재를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인천 정치권이 시민 두 번 죽인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 천지가 고통이다. 국민은 보도듣도 못한 사상 초유의 사태로 고통과 자괴감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국민의 심정을 보듬고 치유해야 할 대한민국 정치(政治)는 오히려 정략(政略)이라는 흉기로 변해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인천 시민은 한술 더 해 지역 정치권의 2차 정략에 따른 ‘최순실 1+1 고통’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지역 정가가 최순실 게이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며 황폐해진 시민의 심장에 다시 한번 심각한 내상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잇따른 논평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와 유정복 시장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8일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차은택 비위, 유정복 시장 후광 없이 가능했을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26일 ‘차은택을 향한 정권의 무한 은택. 유정복 시장은 진실을 밝혀라’라는 성명을 시작으로, ‘박근혜-최순실-인천진박’ 삼각 게이트 의혹 규명하라,’ 검단 스마트 시티 조성사업의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세일즈 외교-유정복 시장 관련설 등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유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 대통령 시절 안행부 장관을 거쳐 정권의 구원투수로 인천시장에 당선된 ‘친박 실세’이니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어떤 경위로라도 관련돼 있지 않겠냐는 취지이다. 물론 필자를 비롯한 인천시민 상당수가 유 시장의 정치적 배경을 감안하면 ‘아! 정말 유 시장이 관련돼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또 유 시장이 관련돼 있다면 조속히 밝혀져야 하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책임 져야 한다는 생각에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민주가 제기하는 현재의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 수준이다. 팩트는 없고, 출처는 ‘언론에 의하면’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 보도가 나오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숟가락 얹는 식으로 ‘언론이 사실이라면’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인천 시민은 유 시장 관련여부가 궁금하고, 있다면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 하지만, 관련돼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대통령에 이어 시장까지 연루 됐다면 지역사회와 시민은 또 한번의 큰 상처를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더 민주 인천시당의 의혹 제기는 놀라고 지친 시민의 심정을 치유하기 보다는 혼란과 걱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팩트를 확인하고 제기해도 늦지 않는다. 시민을 위해…. ‘최순실 괴물’ 탄생에 일조한 새누리당도 민심과 멀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2명에 당대표 등 한때 초호화 진용을 과시했던 인천지역 친박 정치인들은 어디들 가고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과 함께 새로운 인천을 만들어 시민의 행복을 책임지겠다던 그들이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박 정권과의 거리두기 묘수를 고심하고 있는게 아닌가도 싶다.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대오반성과 책임통감 보다는 유정복 시장 호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민주 인천시당이 제기한 ‘인천아시안게임 차은택 감독 선임 유정복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반박 논평과 ‘야당은 유정복 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멈춰라’ 라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으며 유 시장 호위에 나서고 있다. 지역 정가는 여야 모두 만신창이가 된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더 민주당은 시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 이번 사태를 정치적 호재 삼아 득을 취하려는 모습뿐이다. 새누리당 역시 사태에 대한 반성보다는 ‘이 위기에서 어떻게 타격을 덜 받고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으로 가득차 보인다. 인천 정가만라도 정쟁의 성명이 아닌,‘대 시민 치유’ 성명을 내놓아야 한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데스크 칼럼] 지금은 트라우마 시대

#몇년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앞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대형 트럭에 받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찌그러진 차량이야 수리해서 고치면 되고, 몸이 다친 거야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거라 별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자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하얀색 트럭이다. 사고 가해차량이 흰색 트럭인 탓에 도로를 달릴 때 비슷한 차량이 붙으면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다. 도로 위에서 우왕좌왕하던 기자의 모습까지 겹치면서 영원 같은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 #친분이 있는 한 선배는 엘리베이터를 아예 타지 못한다. 수십 층의 고층 빌딩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남들에게는 건강을 생각해 엘리베이터를 안 탄다고 해명하는 이 선배의 말 못할 사정은 이렇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 다락방에 갇혀 체벌을 당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엘리베이터나 창문이 없는 방 등 막힌 공간에만 있으면 숨이 꽉 막혀 버리는 공포감이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일반적 의학용어로는 ‘외상’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이나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됐을 때 불안해지는 것이다.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많고, 장기간 기억되는 것이 특징이다. 트라우마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충격적이고 괴이한 사건, 공포감을 조성하는 상황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병행, 한반도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키며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굉음을 동반한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뉴스 속보를 뒤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하루 이틀을 멀다 하고 동반자살, 백골상태로 발견된 딸, 낙동강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초등생 아들, 여섯 살배기 입양 딸을 죽여 유기한 엽기적 양부모 등. 연일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들도 정신적 충격을 가하면서 매번 헤어나올 수 없는 답답함을 안기고 있다.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트라우마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12일 발생 이후 현재까지 458회의 여진이 일어나면서 경주시민은 물론 한반도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많은 사람이 SNS를 통해 지진 발생시 꾸려야 할 짐 목록과 대처 방법 등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상처는 상처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휴식운동 등 자신을 사랑하기, 친구와 가족 간 대화 등을 제안한다. 대중매체와 인터넷 사용 중단도 있다. 반복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준 장면이나 관련 소식을 재생하면서 더 깊이 상처 속으로 빠져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나 인터넷이 되지 않는 산속으로 들어가면 모를까. SNS 한 두 개쯤은 필수로 운영하고 원하지 않아도 각종 정보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트라우마 극복 방안은 ‘사람’에 있다. 깊어가는 가을, SNS로 소식을 전하는 대신 내 친구 혹은 내 가족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용성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김영란법과 국회의원

대한민국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김영란법이 당초 취지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김영란법 대상 400만 명의 국민들은 시행 첫 날, 도청·시청 등 관공서 구내식당을 찾고 더치페이 하며, 고급 음식점서 접대 받지 않기 위해 저녁 약속을 피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시범케이스 1호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불편할 수 있지만 김영란법을 지켜보려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 지자체, 초·중고교, 언론사 등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청탁방지담당관을 임명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달라지려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된다고 김영란법 강사들은 강조한다. 이처럼 국민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 하지만 김영란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변화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받지 않는 등의 모습은 보여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다.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19대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역시다. 20대 국회가 양보없는 협상으로 원구성 법정시한을 넘기자 국민의당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화성갑)이 통큰 결정으로 답답했던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물꼬를 트게 만든 모습 등은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첫 국감은 파행을 맞고 있고, 강 대 강 대치 속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바랐던 협치는 보이지 않고 중재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국감을 마친다면 일하는 국회가 아닌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역대 최악이라 불리워졌던 19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도 크다. ‘20대 국회 임기 4년 중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 달라’, ‘아직은 역대 최악 19대와 비교·평가하기에 이르다’는 말이 국회의원들간 회자되면 모를까. 될 성 싶은 나무 떡잎부터 안다고 했다. 이 말이 틀리기 바랄 뿐이다. 또한 19대 대통령 선거가 15개월 정도 남았지만, 이미 대선 정국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선심성 정책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룡들은 대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줄을 서고 있다. 단체장들도 임기는 아랑곳 않고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선 주자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듯 해서 아쉽다.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여소야대 속에 출범한 20대 국회는 협치를 내세우고, 협치를 통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식물국회로 전락한 19대 국회를 심판한 결과가 바로 3당 구도다. 여야 모두 협치를 요구한 국민들의 2016년 4월13일 선택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근호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반복되는 쌀값 폭락 언제까지 지켜볼 텐가

올 추석에 받은 선물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경기농협 여성복지실서 보내온 쌀과자다. 맛이 좋은 데다 추석을 앞두고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는 때에 농심(農心)을 생각한 마음이 예뻐서다. 허기를 달래는 데도 그만이었다. 밀가루로 만든 과자에 비해 쉽게 부스러지긴 했지만, 우리 땅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거라는 장점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추수를 앞두고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쌀 농가들은 해마다 떨어지는 쌀값에 가슴에 멍이 들었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농협 등에 따르면 올 추석 이전에 생산돼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매한 조생종 벼(40㎏) 1포대 가격이 지난해보다 3천~4천 원가량 떨어졌다. 산지에서 여주 조생종 벼(40㎏) 수매가는 지난해 7만3천 원 하던 것이 올해 7만 원으로 3천 원 하락했고, 이천 RPC 역시 지난해보다 가격이 3천 원 내려간 6만7천 원에 수매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경기미 전체 평균가(20㎏)도 지난해 4만7천~8천 원 선보다 5천 원가량 내려갔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을볕이 좋은 데다 태풍도 비켜가면서 대풍(大豊)을 예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많은 418만4천t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만생종 벼가 나오면 쌀 가격은 더 내려갈 게 뻔하다.햅쌀은 그렇다 치고 남아도는 쌀이 더 걱정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쌀 재고량은 175만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 143만t보다도 많아졌다. 경기도내 21개 미곡처리장 창고에만 2만1천700t의 쌀이 재고로 남아 있다.생산은 느는데 소비가 줄어드니 당연한 결과다. 지난 1985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28.1㎏이었는데, 2015년에는 62.9㎏으로 3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대신 밀가루는 통계가 잡힌 2012년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5kg으로 쌀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민의 식생활이 밀가루 의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벼 대신 콩 등 타 작물 재배와 농지제도 개편, 직불제 개선 방안, 고품질 쌀 생산촉진, 사료용 벼 재배,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포함한 ‘중장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지난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절대농지’로 묶여 있던 농업진흥지역의 해제 등을 통해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공급과잉에 따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쌀이 남아도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은 영구적이어서 자칫 식량안보를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쌀 소비를 늘리는 거다. 그렇다고 국민을 향해 쌀 소비를 늘려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다. 이미 입맛이 달라진 세대에게 밥 많이 먹으라고 호소한다고 식생활이 바뀔 리 없다. 밥보다 과자나 빵, 특히 피자나 햄버거, 파스타 등을 선호하는 신세대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쌀을 이용해 개발하고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대세 프로그램인 ‘쿡방’, ‘먹방’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쌀을 이용한 음식이나 가공품을 자꾸만 보여주고 먹고 싶게 만들어야 소비가 이뤄진다. 경기농협 여성복지실처럼 기특한 생각을 한 기업이나 개인을 포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민들이 자식처럼 가꾼 논을 갈아엎는 모습을 매년 되풀이해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김영란법 시행과 2016년 추석

말 많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의결돼 28일부터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8월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에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주요 내용은 그동안 알려졌고 정부 부처에서 논의됐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직자와 언론인 등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이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 그대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기준에 따르면 적용대상 기관은 총 4만919개이고 관련인원도 대략 4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는 국회(국회의원 일부 조항 제외), 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선관위, 인권위, 42개 중앙행정기관,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국공립 및 사립학교 등이 총망라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 유관단체 982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은 321개도 포함됐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언론사도 1만7천210개가 적용대상이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난리다. 예측을 못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가 피부에 와 닿으면서 걱정은 더욱 심각한 듯하다. Y시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운영하는 친구놈이 전화해 왔다. 이 친구는 10여 년을 넘게 인연을 맺어 그동안 명절 때면 서로 나이에 맞게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돈독히 해온 터다. 그런데 첫 마디가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였다. 그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스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서운함과 동시에 뭔지 모를 찜찜함이 사라지는 개운함이 함께 몰려왔다. 또 다른 중학교 동창생 녀석은 “언제 법이 국민사정 봐줬느냐? 난 보낼 테니 버리든 말든 네놈 맘대로 해”하며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다. 서로 당사자이니 참으로 혼란스럽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준비하던 유통 전 분야는 더욱 아우성이다. 지역 곳곳에서 송고해 오는 기사를 보면 그 실상이 짐작 간다. 과천 화훼농가는 김영란법이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그 여파로 7~8월 인사철 매출이 이미 10분의 1로 떨어졌다 하고, 한과제조업체는 10만 원 이상 고급품에 대한 주문량이 거의 없어 단가를 크게 내렸는데도 문을 닫을 판이라 한다. 지역 특산물을 가공한 건강보조식품 역시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그저 실수요자만 찾고 있을 정도다. 아마도 2016년 추석, 아니 앞으로 돌아올 모든 명절은 ‘온정’보다는 법을 피하는 ‘걱정’이나 아예 이도 저도 하지 않는 ‘매정’을 나누는 명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다. 젊은이들의 사고다. 엊그제 군대를 제대한 아들 녀석과 친구들에게 제대 턱을 내는 자리에 동참했는데, 이놈들 모두 “김영란법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기존 법만 잘 지켰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반 서민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맞는 말인지라 왠지 부끄러움도 없지 않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이유가 어떠하든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나 특권층이 대다수다. 만만치 않은 저항을 했던 언론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이해당사자는 이런저런 걱정과 불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첫 시행되는 김영란법을 준수해 제2의, 제3의 김영란법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나름의 자기성찰을 해야 할 때다.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등 뒤에 와 닿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지 않도록 해보자. 정일형지역사회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

작금의 글로벌 경제는 미래를 가늠키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성장·저소득·저수익률 국면을 일컫는 뉴노멀(New Normal)의 파고를 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고 있다. 경제강국들은 글로벌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자국산업 보호와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신고립주의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고, 미국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공약들은 신고립주의 궁극(窮極)을 보여주는 듯싶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도 주춤하는 기세다. 오히려 FTA로 무너진 경제영토를 각종 비관세 장벽과 불공정무역 구제수단인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을 쌓는 모양새다. 반덤핑 과세와 조사가 급증하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제는 지구력 싸움이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지 못하면, 언젠가 남의 꿈을 이루는 데 이용될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변화를 창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00년대 이전의 중국은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를 벤치마킹하여 많은 성과를 이뤄냈고, 이후에는 유럽과 미국을 바라보며 10퍼센트 대의 고도 성장기를 이어갔다. 뉴노멀에 맞닥뜨린 중국은 급작스러운 경착륙을 대비하며 수출위주의 경제정책을 내수위주로 전환하였고, 이러한 기조변화는 다시금 한국을 바라보게 하였다. 필자는 그 이유를 첫째로는 중국의 한류가 중국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둘째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결합하고 14억 인구와 경제영토를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변동성에 흔들리지는 않는 안정적이고 견고한 경제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본다. ‘한손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 뉴노멀의 파고를 한중FTA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재현이라 할 수 있고, 단일 경제권을 목표로 유라시아 국가 간 교통·물류·에너지 등을 연계하는 정책인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 또한 일대일로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필자는 양국 정상의 핵심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서의 ‘한-중 해저터널’과 한·중FTA시범지구의 전략적 활용 방안에 대하여 제안해보고자 한다. 인천 영종도에서 중국 위해시까지 이어지는 340㎞의 해저터널은 20년간 약100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육상교통뿐만 아니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되어 있는 KTX를 연결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를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한·중FTA시범지구를 비관세장벽 제거 및 공동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급변하는 글로벌 변화의 기류 속에서 속수무책의 혼돈에 빠져들 수도 있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전략적 경기부양 정책과 민심을 다독이고 국론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고, 국민은 위기의 인식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응집된 힘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제각각의 목소리로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창수 인천본사 편집국장

[데스크 칼럼]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代이은 양궁사랑

17일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 지난 22일 폐막됐다.남미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당초 목표했던 ‘10-10(금메달 10개 이상 메달 순위 10위 이내 진입)’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8위에 올라 4회 연속 ‘톱10’에 들었다.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한 셈이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을 통해 나타난 몇몇 종목의 안일한 준비와 원활치 못했던 지원체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유도와 레슬링, 배드민턴, 펜싱 등 전통적인 효자종목들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정보와 전략 부재 등의 문제가 이유로 꼽히고 있고, 배구, 레슬링 등은 협회의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의 사상 첫 남녀 전 종목 석권은 이와 대비된다.흔히 국민들은 1984년 LA 올림픽 이후 꾸준히 금메달을 쏟아내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인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양궁이 이처럼 32년 동안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회장社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양궁은 서구인들의 체형에 맞는 스포츠로서 상완(上腕ㆍ팔꿈치 위쪽)이 전완(前腕ㆍ손목쪽)보다 긴 한국인에게는 불리한 종목이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양궁은 그동안 다양한 훈련 방법과 환경에 대한 준비,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혹독하고도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과정 등을 통해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 있다.여기에 정몽구ㆍ정의선 부자가 대를 이어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아낌없는 지원이 어우러졌다. 지난 32년 동안 현대자동차는 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양궁 발전에 지원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최첨단 기술을 양궁 장비 개발과 훈련에 동원하는가 하면 실업팀 창단으로 우수선수 육성에 기여해 왔다. 특히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삼보드로모 양궁경기장에 선수들의 휴식 공간이 없는 것을 알고, 인근에 창고를 임대해 리무진버스를 개조한 최고급 레스토랑과 같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또한 회사의 현지 주재원 부인들을 동원해 선수단 및 응원단의 도시락을 만들어 공급하는가 하면, 숙소 앞 레스토랑을 임대해 저녁시간 김치찌개 등 한식을 제공하는 등 ‘금메달 환경’ 조성에 힘썼다. 또한 대회 기간 동안 정의선 회장이 현지에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수시로 상황을 체크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자동차는 조만간 선수단에 대한 거액의 포상금 제공과 함께 전 종목 제패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리우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을 기념해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면서 한국양궁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정몽구 전 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왕중왕전’ 대회가 거액의 시상금을 내걸고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 체육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경기력이 크게 향상돼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팀 육성과 종목 단체장을 맡아 지원하는 등 기여해 왔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로 기업들의 스포츠에 대한 지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스포츠에 대한 지원보다 기업 경영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결정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양궁 발전을 위해 30여 년간 대를 이어 변함없는 지원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ㆍ정의선 부회장 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이자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칼럼] ‘High Level을 목표로 한 삶’ 꿈꾼 옛 사람들

수 천 년 전 부터 불교에서는 우리들의 생명이 지닌 경계를 10가지로 나누었다.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아수라(阿修羅)·인간(人間)·천상계(天上界)와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불계(佛界)의 십계가 그것이다. 이 중 앞의 지옥~천상계 6가지를 육도(六道)라 하고 뒤의 성문~불계를 사성(四聖)이라고 한다. ‘육도’는 인도에서 발생한 브라만교 이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원래는 생명이 윤회 유전하는 세계를 여섯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사성’은 이러한 윤회와 번뇌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불도수행으로 깨닫는 경애의 단계라고 한다. 육도는 삼악도(三惡道 지옥, 축생, 아귀계), 삼악취(三惡趣 아수라, 인간, 천상계)로 다시 나눠진다. 지옥계는 원래 ‘지하 감옥’이라는 뜻으로 괴로움에 속박되어 있는 최저의 경애다. 아귀계의 ‘아귀’의 본 뜻은 ‘죽은 사람’이다. 탐하는 것, 즉 끝없는 욕망에 휘둘려 그 때문에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고 괴로움을 만드는 경우다. 축생계는 성질이 무지하여 식욕과 색욕만이 강하고 부자 형제의 차별이 없이 서로 잡아먹고 싸우는 본능 그대로의 상태이다. 삼악취 중 ‘수라’는 원래 ‘아수라’ 라고 하며 싸움을 좋아하는 인도의 신 이름이다.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 항상 타인에게 이기려고 하는 승타(勝他)의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이 수라계의 특징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덕망을 모두 갖춘것 처럼 보이는 선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과 자신을 비교해 자신이 뛰어나고 남이 열등하다고 여겨지면 만심을 일으켜 남을 업신여기고, 남이 뛰어난 경우에도 그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 경애다. 이 수라계는 번뇌나 본능에 휘둘리는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와 달리 자아의식이 강한 만큼 삼악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인간계는 온화하고 평정한 생명상태이며 사물의 선악을 판별하는 이성의 힘이 분명하게 작용한다. 천상계는 원래 천인이 사는 세계라는 뜻으로 욕망을 충족시켰을 때 느끼는 경지다. 그러나 4성(성문, 연각, 보살, 불계)에 못 미치며, 진실한 행복 경애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4성 중 우리가 자주 접하는 말이 ‘보살’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보살’은 가장 이상적인 수도자의 표본으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남을 깨우치고자 노력하는 존재이다. 보살은 터득한 이익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이타(利他)’의 실천이 특징이다. 자비를 근본으로 타인의 괴로움을 함께 아파하고, 기쁨은 항상 나누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6도와 4성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화하는 개념이기도 하다고 한다. 지옥계의 중생도도 불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생명은 하나의 고정된 틀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괴로움에 허덕이지만 그 상태를 이겨 내려고 하지 않고 원망만 하는 상태가 지옥계인데, 이런 고뇌에 빠져 있더라도 연(緣)이 닿으면 불계를 용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과 출세, 시험공부 등으로 괴로워하는 우리들은 6도와 4성 중 어느 한 단계에 머물러 있을 까? 4성은 커녕 삼악도와 삼악취 등 하위레벨에서 바둥거리며 안타까운 현실을 지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옛날 사람들은 지금보다 High Level을 목표로한 삶을 꿈꿨다. 이러한 때 내 자신의 경향을 보다 높은 경애로 끌어 올리는 것을 삶의 목표로 한다면 어떨까? 필자도 내 자신이 항상 한심하다. 그렇기에 이같은 내면의 변혁이 요원하다.

[데스크 칼럼] 경기도 체육단체 임원심의 잣대 엄격해야

▲ 황선학 체육부장 2016년 체육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체육단체 통합’이다. 지난 3월 전문 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다루는 국민생활체육회가 하나된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했다. 이에 발맞춰 지방 체육단체들도 잇따라 통합됐고, 각 종목 경기단체들의 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진 시ㆍ도 또는 시ㆍ군 체육회의 통합과는 달리 경기단체 통합은 전국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주된 원인은 통합 초기 단계에서 주도권을 잡아 소위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임원들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통합 대상 경기단체 가운데 4~5개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합을 마쳤지만, 일부 단체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소수 ‘체육 권력자(?)’들의 전횡에 통합이 요원하기만 하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2013년 말 정관개정을 통해 체육단체 임원의 임기를 1회 중임만 가능토록 했다. 또한 파벌주의 방지를 위해 경기단체 임원 구성비율도 ‘동일대학 출신 또는 재직자의 수를 재적 임원의 20%이내’로 제안했다. 이는 만연된 국내 체육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고, 체육단체의 사유화에 따른 비리 발생을 사전에 차단키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리고 이 제도는 전국의 체육단체가 통합돼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와 전국 광역ㆍ기초 체육회는 체육 단체 통합에 앞서 ‘임원심의위원회’를 구성, 회원 종목단체와 하급 체육회 임원에 대한 중임 자격 여부를 심의토록 규정돼 있다.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29일 전국 3번째로 통합 체육회를 출범시켰다. 이어 31개 시ㆍ군 체육회가 상반기 중 모두 통합을 마쳤고, 종목 단체 통합도 막바지에 이르러 외형적으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는 상당수 단체들이 완벽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여러가지 갈등의 불씨가 잔존해 있다. 특히 임원들의 중임심의를 통한 적격여부 판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경기도체육회는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임원심의위원회를 개최, 17개 종목 50여명의 중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심의위원회가 각 종목단체에서 올린 중임심의 대상자 중 단 한 명도 거르지 않고 요청을 모두 수용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체육회는 이와 관련해 검증 기간 부족과 여러 이유를 내세워 차기 임기 때부터 중임을 제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체육계 일각에서는 경기도체육회 스스로 ‘개혁과 변화’ 대신 ‘무사안일과 관행’을 택해 경기단체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체육계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는 특정 임원들의 장기 재임을 근절시킬 수 있는 호기를 놓칠 경우 경기체육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물론, 중임을 용인한 경기단체 임원들 중에는 장기간 재임하면서 종목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일부 군소 종목의 경우 전문성을 지닌 임원들의 중임을 제한할 경우 임원구성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부득이하게 중임을 허용해야 하겠지만 수십년 동안 경기단체를 맡으며 제왕적 임원으로 군림하고, 직을 악용한 직업형 임원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잣대로 심의를 강화했어야 옳았다. 초기 세 차례의 심의위원회가 모두 임원들의 중임을 인정하는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앞으로도 임원심의위원회는 앞선 결정과 관련된 형평성 문제 등으로 제 구실을 못할 공산이 커졌다. 이제라도 도체육회가 잘못을 바로잡고, 이를 거울삼아 시ㆍ군체육회도 엄정한 중임 심의의 잣대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배려하면 편해진다

예의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다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경적을 마구 울려 행인은 물론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그에 속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잘못해 놓고선 창문까지 내리며 삿대질을 해대고는 쏜살같이 달아나는 운전자도 있다.식당에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바람에 대화마저도 어려워 조금만 조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그 순간부터 목소리가 더 커져 민망함에 서둘러 자리를 뜬 때도 있다. 운전이야 그 상황만 벗어나면 되고, 식당이야 옮기면 그만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만 끓이는 게 있다.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층간 소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오죽하면 “아래층, 위층 주민 잘 만나는 게 부모 잘 만나는 것보다 백배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나도 한때 위층 때문에 심각하게 이사를 고려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딸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머리가 아프다”며 하소연을 했다. 공부하기 싫으니까 별 핑계를 다 댄다고 했는데, 막상 아이 방에 앉아있어 보니 심각했다. 바로 위가 피아노가 있는 방이었던 거다. 피아노 소리가 독주회 수준은 아니어도 제대로 된 곡을 연주하면 그나마 나으련만, 이제 갓 배우기 시작했던지 ‘도미 도미 도솔 도솔…’ 그것도 틀려 다시 치기를 반복하는데 짜증이 났다. 결국, 딸아이는 근처 독서실행을 택했다. 사실 그때 윗집에 부탁도 했었다. 망설인 끝에 찾아가 “우리 집에 고3이 있는데, 피아노 치기는 될 수 있으면 낮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윗집 여자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얼마나 자주 친다고 그러세요?” 하는 거다.자칫 싸움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러게요, 근데 우리 애가 예민해서…” 하며 애꿎은 딸아이만 이상한 애 만들고 돌아왔는데 다행히도 한밤중에 들리는 피아노 소리는 줄어들었다. 더 다행인 건 위층이 오래 살지 않고 이사한 거다. 우리나라서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전체 주택의 80%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한 주거 형태다. 상하좌우로 벽이나 천장을 맞대고 살아야 하니 소음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문제는 층간소음은 단순한 갈등에서 그치지 않고 살인이나 방화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져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 가족도 심한 상처를 받는다는 데 있다. 지난 2일에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랫집에 사는 30대 남성이 위층 노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할머니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주말이면 노부부 집으로 손주들이 찾아오는데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거다. 환경부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건수가 2013년부터 매년 2만 건 안팎이 접수되고 있다고 하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 건설사들이 생활소음이 많은 거실, 주방 등에는 바닥의 소음차단제를 2배 정도 더 두텁게 하고 윗집 화장실 배관 소음이 아랫집에 들리지 않는 새로운 배관공법을 적용하는 등 소음방지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그건 새로 짓는 아파트에 한한다.또한, 사람마다 소음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른데 강력한 법 규제를 통해 층간소음재만 두껍게 시공한다면 결국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내 집 장만 꿈만 멀어지게 한다. 이웃끼리 서로 소통하며 배려하면 생활이 편해진다. 어린 자녀를 두었으면 1층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는 1층 가격이 더 싸다. 놀이터도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는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면 일찍 잠들 수 있다. 그래야, 키도 큰다.위 아래층 입주민의 특성을 파악해 배려하면 얼굴 붉힐 일도 사라진다. 나는 초저녁에 잠드시는 아래층 노부부를 위해 퇴근하면 까치발로 걷고 있다. 걸음걸이가 콩콩거려 시끄럽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흥미진진한 남지사의 행보

남경필 경기지사의 행보가 흥미진진하다. 지난 4월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부터 더욱 그렇다. 선거결과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참패를 당하며 현 정부와 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차기 대권을 겨냥한 ‘새 인물론’이 일자 그동안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처음엔 그저 자당을 생각하는 전직 5선 국회의원으로서, 집권당 출신의 현직 경기지사로서 총선 민의를 반영해 당과 정부의 변화와 개혁을 주문하는 쓴소리려니 했다. 국회의원시절 당내 젊은 정치인의 리더로 변혁을 주도했던 만큼 당이나 청와대가 가야 할 길을 나름 제시하는 충정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당과 청와대가 혼선을 빚고 총선 민의를 제대로 수용치 못하자 그의 행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에는 벌써 불거진 차기 대권 후보론이나 잠재적 대권 주자론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한몫한다.2년 전 경기호 선장이 된 이후 남 지사는 이랬다. 정치적으로는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한 ‘연정’, 도민의 아픔을 달래는 복지로 ‘따복’, 행정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오디션’ 등을 통한 경기도와 경기도민의 변화상 구현에 매진했다. 물론, 이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고 남 지사 역시 70~80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고 어느 정책토론회를 통해 자평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경기도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1등이다.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을 걱정해야 하는 자리다”며 청와대호 승선을 준비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서울 집중화로 발생하는 폐단을 치유해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개헌론을 제기하더니 구체적인 방안으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 21일 경기언론인클럽 초청 정책토론회에서는 역대 정권이나 정치세력이 말로만 주창해 온 영호남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양당 체제를 깨는 선거구제를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깨끗한 권력의지, 모범적인 자기 관리로 큰 스캔들이 없었다”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국회와의 협력이 아쉽다”는 등 가감 없는 질타와 평가를 하고 있다. 무례할지는 모르지만, 지난 1996년 부친 남평우 의원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치러진 수원 팔달 보궐선거에서 첫 금배지를 달면서 꼬리처럼 따라붙었던 ‘여의도 오렌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여하튼 대권과 관련해 남 지사는 “내년에 슛을 때릴지, 어시스트를 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왕이면 슛을 때려 ‘골’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넘어야 할 산도 높고 품어야 할 인재도 많다. 경기도민을 비롯해 개혁과 변화를 갈구하는 국민에게도 답을 주어야 한다. 특히, 1등 경기처럼 1등 대한민국을 만드는 비전과 전략도 준비해 여론의 심판도 받아야 한다. 아마도 남 지사는 슛을 하든 어시스트를 하든 이런 준비 때문에 결정의 순간을 내년으로 미뤘을 것이다. 그의 결정에 사족을 달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어떤 결정도, 결정 후의 행보도 혼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남 지사가 보여줄 또 다른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왕이면 경기도민을 넘어 국민과 함께 꾸는 꿈이었으면 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유정복 시장! 내치부터 살펴야

요즈음 인천시 시정(市政)을 보노라면 왠지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 주요 시책(施策)은 관계기관 간 입장이 얽히고설켜 실마리를 찾지 못하거나 설익은 이벤트행정으로 흐지부지 사라지는 듯하고, 내부 조직시스템은 보조(보좌)기관 간 삐거덕대며 부자연스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구성원인 공무원들의 눈빛에서도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이 단지 필자만의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정책을 시행함에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함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어느 일방만의 지고지순한 선(善)이 다른 일방에게는 그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一方)행정을 필자는 갑질행정이라 칭하고 싶다. 예전에는 흔치 않았던 근래 행정의 트렌드(trend) 중 하나가 MOU 등의 업무협약 체결이다. 갑질행정이 아닌 상생행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행정의 대상이나 목적이 되는 이해당사자들과의 거시적 안목에서의 협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소한 문제들을 사전에 해소하여 불필요한 간접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무협약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당사자들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공동의 비전을 공감함은 물론일 것이다. 협약체결에 이르기까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과정에 방점(傍點)을 두고 실천해 나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 실적에 치우치거나 세레모니(ceremony)를 위한 것이라면 안타깝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행정을 필자는 이벤트행정이라 칭한다. 우리 인천시 행정에 이와 같은 갑질행정과 이벤트행정이 인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성찰해 볼 일이다. 계층제 구조의 행정시스템은 권한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이를 등급화하고, 상하 조직간의 지도·감독관계를 유지하는 안정적·유기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권한과 책임이 비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거나, 권한 밖의 일을 월권하여 행하는 경우에는 조직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개인비리가 아닌 업무와 관련한 위법·부당행위에 대하여 실무자가 아닌 지도·감독권자가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권한과 책임의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시스템 마저도 부재하다. 시장의 눈에 들기 위해 실적에 급급해 타인의 권한에 속하는 행위를 월권하여 행사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될 일이다. 필자는 우리 인천시 조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원인을 여기서 찾아본다. 공무원들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에 따라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그런 까닭에 과거의 경우에는 국민의 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국가발전의 최일선에서 선도한다는 자긍심과 성취감으로 밤낮의 구분 없이 업무에 정진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얘기는 지금의 현실하고는 너무도 동떨어진 아주 오래된 추억일 수 있을 터이지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지금의 공무원들에게 예전과 같은 동기부여(動機附輿)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전제되지 않고, 연공서열(年功序列)에 의해서 평가되고 보상된다면 그들에게 과연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준비된 공무원의 눈빛을 흐리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인천시 외부환경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정부의 차기 지방발전 전략인 ‘규제프리존’ 정책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당연시 배제되고, 인천발전의 동력인 경제자유구역은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내치(內治)부터 추스르지 못하는 한 외부환경에 대한 대응도 인천의 미래도 가늠키 어려울 것이다. 김창수 인천본사 편집국장

[데스크칼럼] 사랑의 기술

“사랑은 기술인가? 그렇다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에리히 프롬이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 첫 머리에서 밝히는 말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부터 의문스럽다. 서로 반대편에 있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감정적인 ‘사랑’과 가장 이성적인 ‘기술’이 한 문장안에 있다. 이성이 사랑을 이끌어 간다는 명제. 우리가 흔히 ‘인간은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태어나면서 부터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해 온 것과는 다른 측면이다. 그는 ‘사랑할 수 있는 기술은 습득하고 훈련을 거쳐 숙달해야 제대로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나는 이 책을 뒤늦게 마흔이 넘은 2003년에 처음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사랑에 대해서 특별히 배워야 할 기술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에리히 포름은 이 책 전체를 통해 ‘배우고 제대로 훈련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라니? 사랑은 온전히 마음의 문제, 감정적인 문제로만 쉽게 생각해 왔던 터 이었다. 결혼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고만 보는 인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듯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아가페적인 사랑, 모성애와 같이 이유없이 끊이없이 무조건 주는 사랑의 의미를 이미 잊고 있었던 것이다. 무조건 주려는 방법을 생각하는 트레이닝. 그게 에리히 포름의 ‘사랑의 기술’ 이었다. 그리고 또 한 말씀,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에는 가치가 있다. 그 생명의 가치를 승화시켜주려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선이다”. 이 말은 불교계에 있는 한 선배님의 한 말씀이다. 이 말은 생명의 가치와 존재의 고귀함을 인정하는 휴머니티 그 자체로 보인다.상대방, 경쟁자, 미운사람 모두다 각자 가치를 가진 존귀한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나아가 그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 20년 전에 들은 이 말씀 또한 에리히 포름이 말한 진정한 ‘사랑의 기술’을 연마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말은 곧 힘이다, 인생은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화술, 직장인 말 잘해야 성공한다, 조직에서 성공하는 대화법, 어떻게 대화로 사람의 마을을 얻을 것인가”. 위에 나열된 말들은 시중에 있는 대화술에 대한 여러 책의 제목들이다. 이 책들은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한 여러가지 대화기법을 전개하고 있었다. 거짓된 대화의 테크닉을 결코 권하지 않는다. 대화법 저자들이 권하는 성공적인 대화의 핵심 KEY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라’ 였다. 이것도 사랑의 기술일 것이다.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사랑의 첫 번째 요소는 보호다. 사랑이 ‘보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에서 가장 명백해진다. 어머니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아기를 보호한다. 사랑의 두 번째 요소는 책임이다. ‘내가 나를 책임지듯 상대를 책임질 수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세 번째 요소는 존경이다. 사랑의 요소에 존경이 빠진다면 책임은 손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존경은 오직 자유를 바탕으로 성립될 수 있으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랑의 네 번째 요소는 지식이다. 어떤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은 그를 아는데서 시작된다. 위의 네 가지 구성 요소인 보호(노동), 책임, 존경, 지식(이해)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위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내면적인 힘에 바탕을 둔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그들’만을 위한 통합이 아니다

2016년 대한민국 체육계의 최대 ‘화두’(話頭)는 체육단체 통합이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의 출범으로 분리됐던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25년 만에 대한체육회라는 하나의 단체로 통합되면서 중앙 경기단체는 물론, 광역 시ㆍ도와 기초 시ㆍ군ㆍ구 체육 단체까지 통합의 과정을 거치며 대한민국 체육계는 ‘통합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하는 ‘체육웅도’ 답게 지난해 12월 29일 전국 시ㆍ도 가운데 세 번째이자 실질적으로는 가장 먼저 통합 체육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계기로 시ㆍ군체육회와 생활체육회 간 통합, 전문 체육을 담당하는 경기단체와 생활체육 종목별 단체가 통합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자체적으로 시ㆍ군 체육회의 통합과 가맹경기단체의 통합을 오는 6월 30일까지 가능한 마치도록 권고하고 가이드라인을 지난 1월 배포했다. 이에 따라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26개 시ㆍ군이 통합체육회 출범을 완료했고, 경기단체는 33개 통합 대상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이 통합 창립총회를 마쳤을 뿐 나머지 26개 종목은 추진 중에 있거나, 일부 종목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통합 방식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ㆍ군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간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단체 통합이 더딘 것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간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시ㆍ군 체육회의 경우 수장이 당연직인 시장ㆍ군수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는 생활체육회와의 통합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울 수 밖에 없다.이에 반해 같은 종목이면서도 20여년 간 상이한 길을 걸어온 경기단체는 서로의 이해득실을 놓고 조정과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보다도 이면에 깔린 양 경기단체 구성원(임원)들의 태도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단체에서 행사하던 작은 권력과 경제적인 이득 등 실리를 포기하지 않은 채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밥그릇 싸움’이 통합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 지연 경기단체들의 유형은 대략 이렇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관장하는 양 단체의 핵심 임원들이 균형있는 임원구성을 거부한 채 자기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통합을 이끌려 하는 데 따른 상대방의 반발이다. 또한 생계형 임원들이 통합 단체에서도 핵심 직책을 유지하려는 것과 그에 따른 상대 단체의 견제가 통합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결국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경기단체들이 갈등과 반목 속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주된 이유는 소수 임원들이 자신이 쥐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몽니’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 단체는 영리 단체가 아니다. 단체 구성원들과 체육발전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필요로 하는 비영리 단체다. 전문체육을 담당하는 체육단체와 국민체육을 관장하는 생활체육 단체의 통합 배경은 유사한 중복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를 일원화 함으로써 예산 절감과 비효율적인 측면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통해 엘리트 체육인을 육성하는 선진국형 선순환 체육구조로 전환하기 위함이다.이 같은 체육단체의 통합 배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영리만을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는 일부 체육인들의 태도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체육인이라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건강과 체력 향상, 엘리트 후진 양성을 위한 통합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차제에 엘리트 체육과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리그’에 익숙해진 생활체육인들의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동호인과 동호인 단체들을 세력화해 선출직 공직자들의 ‘표심’을 이용,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려는 그릇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들 역시 전문체육의 육성과 생활체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재정 지원과 체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 시발점이 체육단체의 합리적인 통합인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청년 예스 프로젝트

유럽 국가들의 주요 고민 중 하나는 청년들의 일자리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청년실업률은 50%를 넘어서는 등 심각하다. 2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초 경기도 유럽대표단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를 방문했다. 이탈리아도 여느 유럽국가처럼 청년실업에 자유로울수 없었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는 경제가 빈곤상태로, 남북간의 차이가 크고 청년실업도 45%에 달했다. 중부에 위치한 토스카나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GIOVANI SI(지오바니 시ㆍ청년 예스)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젝트가 탄생된 배경도 청년실업률을 낮추려는데서 시작됐다. 지난 2011년 유럽 전체가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청년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자 젊은이에게 소통의 장을 만들고 기회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청년이 성장해서 일을 하고 역할을 하도록, 미래 청년을 상상하도록 말이다. 지오바니 시 프로젝트는 청년의 창업과 독립을 도와주는 사업으로 2011년 6월 도입됐다. 다양한 청년 정책들을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40세 이하 청년이 대상이다. 분야에 따라 연령제한은 조금씩 다르다. 인턴십(18~30세), 창업(18~40세), 주거(18~34세), 주민서비스(18~29세), 취업, 교육훈련 등 6개 분야에서 36개의 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6개 분야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인턴십 교육이다. 인턴십을 하면매달 800 유로(300유로는 기업에, 500 유로는 청년에게 지원-최대 1년)를 지원한다. 어린 나이에 첫발을 사회에 내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인턴은 1회용이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이에 관계자들은 잠재력 있는 인적자원을 키우는 일이라고 기업을 설득시키는 것이 힘든 과정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청년과 기업 모두의 인식 전환으로 3만5천명이 인턴십에 참여했으며, 이중 40%가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놀라울 만한 성과다. 기업에 계속 다니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효하고 있다. 지오바니 시 프로젝트는 EU기금 80%와 중앙정부, 주정부가 분담하고 있지만 기업과 시민들이 청년들의 교육, 훈련 등을 위해 기꺼이 후원금을 내주었기에 프로젝트가 연착륙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본다. 토스카나주의 인재양성을 위한 후원이 활발한 것은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최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와 천문학 발전에 공헌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있기까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빼놓을 수 없다. 메디치 가문의 안목과 후원이 없었다면 이들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오바니 시 프로젝트처럼 국내 기업들도 자발적인 참여후원으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해주길 바란다. 젊은이들도 대학진학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사고부터 전환해야 한다. 유럽연합 중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독일에서도 지오바니시 프로젝트와의 공통점이 보인다. 어릴 때부터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 사회분위기 조성이다. 남 지사는 귀국하자마자 지오바니 시 프로젝트에 대해 벤치마킹 하도록 했다. 일자리재단 대표가 결정되면 관계자들을 파견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각종 일자리 사업을 통합, 수행하게 되는 경기일자리재단을 하반기 출범한다. 진정한 일자리의 오픈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낙하산이 아닌 진정한 일자리 전문가 영입부터가 일자리 창출의 첫단추다.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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