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같은 징검다리도 있고햇살을 받은 시원한 물줄기가 도심을 가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과 들풀은 가을의 정취를 더합니다.지난 2005년 9월 2일, 완공을 앞두고 공사 2년2개월만에 모습을 되찾은 청계천을 취재한 모방송 리포트의 일부다.하루 7만대가 지나가던 고가도로 자리에 물길이 열리면서 청계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콘크리트를 없애고 맑은 물, 녹지가 있는 생명의 공간으로 만든 청계천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일부에선 생태학적 복원이 아니라 3천여억원이라는 돈을 퍼부은 인공조형물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공기를 맑게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해 국민정신건강에 기여하고 주변재개발, 상권 활성화, 관광객 유치 등 경제에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다.청계천은 성공적인 도심디자인 사례로 꼽힌다.우선 청계천이 바라다보이는 아파트와 주변 상가의 가격이 올랐다. 복원의 주인공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아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의정부시에도 내용은 다르지만 추진동기와 과정, 예상되는 효과가 비슷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의정부역앞 오거리 최대 번화가인 중앙로 4차선 650m의 차량통행을 막고 지난 6월부터 90여억원을 들여 벌이는 문화의 거리 공사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소음과 매연에 찌든 도로를 녹색공간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지역경제도 살려보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교통체증과 주변 상인들의 반발은 처음부터 예상됐다.그러나 친환경웰빙도시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김문원 시장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김 시장은 신호체계변경으로 중앙로를 폐쇄해도 문제가 없다는 검토가 끝나자 결단을 내리고 추진력을 발휘했다.수십년 묵은 검은색 아스팔트가 사라지고 흙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행복을 선물하겠다는 뜻을 담아 이름도 행복로라고 붙였다.오는 24일 선보일 행복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역광장의 시원한 분수와 파발교차로까지 확트인 시야가 후련하다. 잘생긴 적송과 바위, 진달래, 철쭉, 단풍, 산딸나무 등 수십종의 나무가 심어진 동산은 마치 숲같다. 그 사이로 오솔길이 있고 곰취, 하늘 매발톱, 제비꽃, 황금달맞이꽃, 꽃나리 등의 꽃도 심어져 있다. 작은 계곡, 실개천엔 물이 흐른다. 비단 잉어가 노니는 연못에 비보이를 형상화한 조각품 등 볼거리도 많다. 밤이면 형형색색 빛을 발하는 바닥조명에서부터 유럽풍 가로등, 대형 LED화면을 갖춘 공연장까지.행복로는 도심한복판을 시민공간으로 되돌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녹색도시, 친환경도시란 세계적인 트랜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주변 상인들의 불만 목소리도 작아졌다.반면 기대는 커지고 있다. 확 바뀐 환경에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점포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사 초기와는 달리 빈 점포나 이사 가려고 내놓는 점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행복로는 의정부역 제일시장, 녹색, 로데오거리, 부대찌개 거리로 이어지는 보행동선이다. 완공 뒤부터는 찾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주변 상권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2~3년뒤 경전철 중앙역, 민자역사, 홀링워터공원이 완공되면 행복로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람이다. 행복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제일시장과 부대찌개거리를 찾고 지갑을 연다는 보장은 없다.한번쯤의 구경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길이 이어지도록 하려면 행복로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음악회, 비보이공연, 판토마임, 마술 등 각종 공연이나 품격을 높이면서 사람들 발길을 붙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살거리 먹을거리와 함께 나름대로 행복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시와 시민, 상인 등 모두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다.
오피니언
김동일 북부권 취재본부장
2009-12-17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