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미국영화가 있다. 제목만 봐서는 노인 복지제도가 사라진 우울한 나라의 현실을 담을 것 같은 이 영화는 사실 범죄스릴러물이다. 특히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할 정도로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기자가 영화의 주내용이나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을 논하려 하는 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 제목과 연관된 궁금증이 들어서이다.진짜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인지,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는 것인지, 또 우리나라는 얼마나 노인을 위하는 건지 등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이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 상황으로 미뤄 당사자인 노인은 물론 예비노인들인 국민이 모두 알고 싶어하는 부분일 것이다.한국은 빠르면 2017년께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비중이 14%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20%)에 진입한다고 한다.게다가 현재의 출산율로 미뤄 앞으로 20년내 경제인구 2.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특히 700만을 훌쩍 넘는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노년기로 진입하면 양질의 인적자원 상당수가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쓸쓸히 노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경쟁력 기반의 급속한 악화는 물론 내수 위축까지 가져오게 되며, 늘어나는 사회복지재정의 지속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이처럼 인구의 고령화와 사회구조 및 가치관 변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수원 지동시장 인근 공중화장실 주변이나 팔달산 입구를 가보면 집중호우나 강추위, 폭설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거의 매일 노인들로 크게 붐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금전, 장소, 일자리가 없는 3무(無)에 허덕이듯 고뇌가 가득찬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일부는 바둑,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이들은 먼 하늘만 쳐다보거나 왕년에 내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갈 곳 없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변모해 있다.이처럼 어디선가 헤매고 있을 수많은 노인의 문제 해결 키워드는 일자리 창출이다.절박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노인문제를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가 발벗고 나서 노인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물론 노동력의 질 저하를 운운하고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젊은층들을 의식해 노인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건 사실이다.이 때문에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데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이 부정적이거나 인색한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하지만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활동인구로 흡수하면 고령화 사회에 젊은층이 짊어져야 할 부양인구가 크게 줄 수 있다. 또 노인복지비용도 절감돼 노인들의 정신적육체적인 건강까지 좋아져 의료비 등 전반적인 사회비용도 감소할 수 있다. 이들이 많은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과 경륜을 싼값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은 효과성에서도 아주 긍정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침체되고 침울한 우리나라 노인경제를 살려야 한다.노년을 아름답게 묘사한 중국의 대문호 왕멍(王蒙)은 나이 들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는 자기 일이고 둘째는 친구, 셋째는 취미라고 했다. 노년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만들기 위해선 사회에서 후퇴한 인물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노년을 맞게 된다. 지금 노년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앞선 세대에 대한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조금 후에 가야 할 길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용성 경제부장

흔들려야 청춘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하략- 소설가 겸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고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의 일부를 옮겼다. 교과서에 실리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이 글을 이 시점에 애써 인용한 것은 우리 주변의 청춘들이 너무나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흔들리지 않은 때가 있을까. 10대는 그때의 고민을 갖고 있고 청년기는 그 시기에 따른 갈등을 겪고 성인이 되고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 보게 된다. 엄밀하게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이래저래 흔들리며 살아가게 된다. 하물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고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들이야 오죽하랴. 학자들은 성인이 되는 준비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만의 고민만은 아니라 사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고교를 졸업한 대학생들의 불안정은 점점 더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고교시절 결정해야 할 진로와 취업 준비를 이제는 대학이 맡고 있다. 대학은 학문에 대한 고민과 열정보다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기간이 된 지 오래다. 이러니 청년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흔들리는 이들 청년들이야말로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가치 있는 불안정성이라고 표현했다. 청년기에는 진로를 찾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고조로 불안정하지만 이 불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가능성이란 말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흔들리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방송돼 신선한 감동을 준 MBC 일밤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도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경연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 임재범은 인터뷰를 통해 평탄하지 못했던 일상을 이야기하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가히 인터넷에는 후폭풍이라 할 정도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이 프로는 흔들리는 가수 임재범에게 최고의 기회가 된 셈이다.흔들리는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자체가 이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나마 경기도를 비롯, 일부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위해 학비이자를 지원하거나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내용도 없는 1박2일의 체험 프로그램을 그들에게 기회라고 말할 수 없다.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청년들을 위하기보다는 주최자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공공기관 인턴제도 청년들의 생애 주기에서 별 의미가 없다. 배울 것 없이 사무보조로 청년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차라리 미취업 청년에게 국가가 용돈을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활동이나 용돈이 아니다. 자기정체성을 찾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지원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입만 열면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예산을 아까워해서는 곤란하다. 기업도 단순히 생산성을 높여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하고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젝트를 주고,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도 하지 못하고 술 한잔 마시고 귀가하는 청년에게 보기 싫다고 구박하지 마라. 흔들리는 청춘은 더 아프다. 최종식 정치부장

포천시의 광역장사시설에 주목한다

신록의 계절 5월이다. 겨울 내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는 녹색의 새싹이 돋으며 자연의 변함없는 생명력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자연은 변함없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죽음과 만나게 된다. 돈 많은 이나 국가 권력을 휘두른 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이에게도 죽음은 찾아온다. 죽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지만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해 장례를 통해 마지막 예를 표한다. 장례문화에는 매장과 화장이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장례 절차를 위한 장사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 내가 자란 이 지역에 조성되서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이 만연하다. 도내 일부 시군은 주민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장사시설을 추진하려 하지만 유치지역 주민들과 정치권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자체가 무산되거나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사시설을 찾아다니는 원정 화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용료 또한 화장시설이 있는 해당 지역 주민보다 최고 20배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차별 아닌 차별을 받고 있다. 경기도내 화장 비율도 2000년 42%에서 2011년 현재 7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천시가 국내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역장사시설이 주목된다.장사시설 건립에는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예산이 소요되고 건립 이후 운영에 있어서도 흑자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초기 건립 비용을 절약하고 적자 운영에 따른 예산 보전을 방지한다는 의미에서 포천시의 광역 화장장 건립이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역이 산으로 이뤄진 포천시의 특성상 재정자립도가 32%이며 경기도내 지자체 중 27순위에 불과하다. 이렇듯 재정이 다른 시군에 비해 열악한 포천시가 인근 지자체의 비용을 지원받아 초기 비용을 절감하고 참여 지자체는 부지 조성에 대한 부담과 주민과의 갈등을 빚지 않는 상생의 길을 모색한 것이다. 더욱이 포천시는 행정당국이 부지를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관례를 벗어나 장사시설 유치를 희망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소통 행정이며 역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방증하듯 시가 지난 2월말 공동장사시설 유치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16개 마을이 신청을 했으며 이 중 가산면 우금리, 영중면 성동리, 영북면 문암리, 화현면 화현리 등 4곳을 대상으로 유치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마을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폐합까지 추진하며 경쟁을 벌였다.이 같은 결과는 공동 장사시설 유치 마을에 장사시설 매점과 자판기 등의 판매권을 우선 부여하고 시 조정위원회를 통해 마을발전기금을 조성 지원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또 장사시설을 더 이상 혐오 기피시설이 아닌 깨끗하고 친환경적 시설로 받아들이는 의식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사실 장사시설은 대부분 지자체가 추진하고 싶어도 주민 반발이라는 역풍을 만나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워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의정부, 양주, 동두천, 가평, 남양주, 구리 등 경기북부 6곳과 강원 철원 등 모두 7곳이 이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혀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다. 당초 화장로 4기를 검토했으나 최종 확정될 경우 9~10기로 늘릴 계획까지 세웠다니 가속도까지 붙은 셈이다. 북부지역의 화장 수요를 감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천시의 광역장사시설을 수범 사례로 서부지역 지자체들과 주민들도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화장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시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화장률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제 화장시설의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기독교 문화의 선진국인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도 화장률이 70%대에 이르고 있다. 장사시설은 더 이상 혐오 시설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공간이며 어울림의 장이 돼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시·군 직장운동부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제언

경기도체육회가 지난 14일 최근 일부 시군의 직장운동부 해체 도미노현상과 관련, 시군 직장운동부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는 경기도 엘리트 체육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해온 시군 직장운동부가 소위 빅3를 자처해온 수원시, 성남시, 용인시 가운데 지난해 7월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체 후 재정난을 이유로 성남시와 용인시의 10여개 팀들이 팀 해체를 결정하면서 비롯된 자구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경기도체육회 주최로 직장운동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마련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경기도 엘리트 체육 활성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시군 직장운동부의 활성화는 경기도는 물론, 엘리트 체육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며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시군 직장운동부 운영의 긍정적인 측면은 운동만 잘 해도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운동선수들에게 심어줬고, 이전까지 한정된 실업팀으로 인해 오갈 데 없었던 운동선수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이와 함께 한국체육이 올림픽에서 세계 톱10을 유지할 수 있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이미지 제고와 비인기종목의 활성화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하지만 직장운동부의 경쟁적인 창단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선수들의 몸값 때문에 세미프로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난이 가중되자 급기야 성남시와 용인시를 중심으로 직장운동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 오는 6월까지 해체팀들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또한 가장 많은 운동부를 거느린 수원시도 내년도에 30% 감축을 선언하는 등 상당수 시군들이 슬림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이에 따라 그동안 활성화됐던 도내 직장운동부는 이제 활성화가 아닌 효율적인 운영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시군 직장운동부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직장운동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 하는 선택과 집중의 과제다.이를 위해서는 현재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직장운동부를 전국적,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종목의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또한 시군 학교에서 연계육성을 하고 있는 종목에 대한 지역 특성화 종목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경기도에 희소가치가 높은 종목의 지정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이들 특성화 종목과 지정 종목에 대해서는 반드시 경기도의 인센티브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이들 종목 외에도 육성이 필요한 종목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만 육성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관내 기업과의 스폰서십을 도입해 유니폼에 해당 기업의 명칭과 지역농특산물을 홍보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현재의 비용보다도 적은 예산으로 직장운동부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해체 종목의 선수와 은퇴한 선수들을 무조건 거리로 내몰아 실업자를 양산하기보다는 생활체육 지도자 또는 체육시설의 관리자, 학교 기간제 특기교사로 채용해 그들의 노하우를 지역 체육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된다.더불어 고교와 대학 등에서도 선수들이 은퇴 후 생활체육 지도자 등 체육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엘리트체육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직장운동부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선수지도자를 포함한 체육인들의 목소리와 어려운 재정난 속에서 직장운동부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 모두 명분이 있지만, 냉철한 판단 속에서 윈-윈 할수 있는 직장운동부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구석기시대 궁금하면 연천으로 오세요”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내 고향이 연천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건 만나는 사람에게 고향 얘기를 빼놓지 않는 습관 때문이다. 한때 동막골이라는 영화가 흥행했을 땐 내가 태어난 동네가 동막리인데 동막골로 불린다며 영화속 주인공인 양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 적도 있다. 동막골이 여름이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려는 피서객들로 넘쳐난 데는 이런 나의 고향 사랑이 한몫했을 것이다. 고향 얘길 할 땐 산 좋고 물 좋은 것부터 시작하는데 듣는 사람들은 어디 거기만 그러냐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한탄강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거드는 이가 많다. 데이트 코스로 한탄강을 찾았던 추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어서다. 기억속의 한탄강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놀이를 즐기는 장소이자, 경원선 열차를 타고 하루 나들이 코스로 다녀갈 수 있는 유원지였다. 산업화로 한때 물이 오염돼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긴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오토캠핑장과 야영장 등이 잘 갖춰져 주말엔 사전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울 만큼 인기다.70년대 한탄강은 연인들로 제법 북적였다. 고고학을 전공한 미국 병사 그렉 보웬 역시 데이트를 즐기려 한탄강엘 왔다가 구석기 유물을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돌맹이 하나가 한탄강이 자리한 전곡이라는 조그만 마을을 세계 지도에 새겨 놓았다.전곡에서의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은 고고학계의 혁명이었다. 대표적인 전기 구석기 유물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프랑스 생 타슐 유적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150만년 전부터 10만년 전까지 사용됐다고 보고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모비우스의 학설이라고 해서 이런 아슐리안형 석기문화는 유럽과 아프리카에만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동아시아, 그것도 한반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도끼가 발견된 것이다. 철통 같던 모비우스의 가설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새삼 고향 타령을 하는 덴 이유가 있다. 연천군에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건물이 들어섰다. 오는 25일 개관하는 전곡선사박물관이다. 꽤 훌륭한 자랑거리가 생긴 것이다. 비용만도 472억원이 들어간 박물관은 외형부터가 특이하다.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프랑스 건축가 니컬러스 데마르지에르의 작품이다. 건물은 가운데가 트인 자연 둔덕을 연결해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원시 생명체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뱀 자체는 자연을 상징한다. 내부는 거대한 동굴처럼 꾸몄다. 아슐리안 주먹도끼 등 구석기 유물을 중심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인류 모형, 선사 인류와 함께했던 거대한 매머드 등 동물 모형, 동굴 벽화 등을 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 중앙에는 약 700만년 전 투마이인으로부터 약 1만년 전 만달인까지 화석인류의 모형이 서 있는데,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박물관은 특히 구경만 하는 곳이 아닌 체험 공간을 표방한다. 사냥 체험, 불 피우기, 석기 만들기, 가죽옷 만들기, 동물뼈와 조개 껍데기로 장신구 만들기, 원시요리법, 동굴벽화 그리기 등으로 선사 인류가 어떻게 살았는지 직접 느끼고 고고학자가 돼 발굴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유물 발굴이 박물관 건립으로까지 이어진 데는 전곡선사박물관 초대 관장으로 취임한 배기동 관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1979년 전곡리 유적에 대한 첫 발굴이 시작됐을 때 서울대박물관 조교로 발굴현장 총괄 소장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조교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해서 했지만 어느새 천직이 됐다. 축제기간 100만명이 넘게 찾는다는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를 만든 이도 그다.박물관 건립이 시작되고부터는 박물관이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연천군민은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박물관이 경기 북부 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38선이 지나는 곳이다. 분단과 전쟁, DMZ와 생태 등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야깃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전곡선사박물관 개관에 거는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박정임 문화부장

투발루 공화국과 몽골 사막화

얼마 전 방사능 비 우려에 상당수 국민이 불안해 했다. 학교가 휴업을 하고 시민과 학생들은 마스크, 우산, 장화 등 중무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방사능 비 불안감으로부터 언제 벗어날지 모를 일이다. 방사능 비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한 마케팅까지 기승을 부릴 정도니 국민의 관심이 일본 원전 등에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방사성물질을 대량 방출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일부 학교는 높은 방사선량 수치로 인해 당분간 학교 문을 열지 못할 것으로 일본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방사능 비에 대한 대처 못지않게 경계와 관심이 필요한 것이 있다. 봄철이면 찾아오는 흙비, 바로 황사다.올 들어 첫 황사는 지난 3월14일 백령도에서 관측됐다. 이날 황사는 13일 내몽고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날아들었다.황사는 주로 3~5월에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상승, 한국과 일본으로 날아와 가라앉는 현상으로 해마다 발생 기간이 길어지고 오염물질이 포함되는 등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사막화는 지나친 방목, 산림 벌채,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건조화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나무를 심으면 황사 발생량과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황사 발생 기간이 길어질수록 야외활동하기 좋은 봄에 마스크를 쓰거나 야외활동 대신 실내를 찾는 우리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더욱이 중국 동북부지역의 대가뭄 지속으로 올 봄 강한 황사가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최근에는 황사 먼지가 봄철 감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방사능 비 못지않게 황사비도 맞지 않아야 한다.최근 수원시민으로 구성된 휴먼몽골사업단이 출범했다. 수원시와 함께 몽골 사막화를 막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지난 6일에는 수원시 관계자와 휴먼몽골사업단 임원진들이 몽골을 방문, 몽골 정부와 협약을 맺었다.이번 협약으로 수원시와 휴먼몽골사업단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몽골 사막화 확산 방지와 국내 황사 피해 감소를 위해 올해 1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몽골의 사막화 지역 100ha에 10만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수원시와 몽골사업단은 먼저 5월 말 몽골사업단원과 대학생 등 50여명의 몽골방문단을 파견, 몽골 튜브 아이막 에르덴 솜 현지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벌인다.고양시도 지난해부터 몽골에 고양시민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5천그루를 식재한 뒤 올해부터 2018년까지 매년 1만3천그루를 식재할 계획이다.경상남도도 올해부터 몽골에 5천그루씩 5년간 식재키로 하는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황사, 자칫 우리생활 반경을 뒤흔들 수 있는 슈퍼황사를 막기 위한 자치단체와 시민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오는 2040년 이후 수몰될 위기에 빠진 나라가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 공화국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지난 2001년 국토포기선언까지 했다. 30년 뒤면 아름다운 한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그나마 투발루 공화국이 수십 년 전부터 수몰이라는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한 데다 전 세계의 노력과 관심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들이 투발루 공화국에 물탱크를 설치해주거나 바닷물을 식수화하는 기술 등을 전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제2, 제3의 투발루가 나오지 않도록 전 세계가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일본 후쿠시마 원전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에 따른 방사능 비를 걱정하지 않고, 흙비 걱정하지 않는 봄이 우리들 곁으로 오기를 기대한다. 정근호 사회부장

동반성장과 공정한 사회

가장 이상적인 동반성장은 무엇일까? 경제계를 중심으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동반성장을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동반성장 전략은 MB 정부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구조의 불균형 문제와 지속적인 성장에도 개선되지 않는 고용 및 청년실업 등 고질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종합 처방전 차원에서 마련됐다.이에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은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중기 자생력 지원 등 상생 시스템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 같은 기대 속에 정부는 상생의 당사자인 대중소기업은 물론 공익부문과 학계 인사로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 동반성장이 산업생태계 문화로 뿌리내리게 하고 민간과 정부를 동시에 점검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한국 산업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발 빠르게 진행되는 듯했다.하지만 동반성장은 좀처럼 성장 동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 실제 활동도 들어가기 전에 초과이익 공유제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데 이어 동반성장지수 등 각종 제도의 정비도 우왕좌왕 표류하고 있다. 특히 초과이익공유제도는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선만 야기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또 제3평가기관이 중소기업 원가 자료를 바탕으로 원가절감 노력 부분을 인증해 주는 원가절감 인증제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측은 영업기밀만 노출할 우려를 보인다고 난감해 하고,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의 객관적 평가가 힘들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것도 동반성장의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이런 논란 뒷면에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각 부처들이 앞다퉈 한건주의식으로 정책을 내놓는 태도가 있다. 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다른 데 있다. 동반성장 정책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데는 정부의 무능이나 한건주의식 발표도 있지만, 경제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깊숙이 팽배한 불신 풍조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동반성장의 핵심주체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부상조를 통한 상생 발전안을 도출해야 하나 서로에 대한 믿음 상실이 너무 깊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동반성장이라는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먹이사슬 식으로 이뤄진 산업구조로 인해 대중소기업 사이에 내재한 불평등불공정불신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기업의 동반성장에 앞서 던져진 공정한 사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앞장서 연일 공정성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총리와 장관 후보들이 연이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낙마하고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특혜채용 비리가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불공정 사회의 전형을 드러내며 정부의 공정한 사회 구호는 슬그머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일련의 동반성장 정책 추진과정을 보고 있자니 공정한 사회의 일부 실패 사례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구들장 공사가 잘된 온돌방은 아랫목과 윗목이 모두 따뜻하듯이 대중소기업 간 양보와 배려심을 바탕으로 한 정책발굴과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파트너십 확립이다. 상생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상대의 성장촉진에 이바지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업계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이더라도 일관성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용성 경제부장

일본인들을 위해 울었다

참으로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그 일본을 위해 한국인이 울고 있다.무엇을 하든지 그저 괘씸하게만 느껴졌던 그들에게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대사관 앞에서 치욕의 역사를 일깨워주던 위안부 할머니들도 위기에 봉착한 일본인들에게 힘을 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네티즌들도 일본인들에게 위로의 글을 올리고 있다. 악플로 일본과 일본인들을 평가하던 이들이 그들의 참상에 아픔을 함께 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대 지진과 쓰나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뉴스를 보았다. 얼만큼 피해가 발생했을까 혹시 쓰나미가 한국에는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인가 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처참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마음이 바뀌고 있다. 현장의 절규와 일본인들의 고통이 뉴스를 통해 마음으로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TV 앞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눈물을 흘렸다. 쓰나미가 오는 순간 딸과 부인의 손을 잡고 놓치 말아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고 말았다는 평범한 일본 가장의 고통이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쓰나미가 들어오는 순간 절박하게 도망쳐라는 외침도 이제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폐허가 된 집안의 사진을 찾아 만지고 또 만지는 절제된 슬픔을 보면서 차라리 소리내어 같이 울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든다.눈물과 함께 감동도 있다.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원전폭발 현장으로 뛰어가는 일본인들이다. 정년퇴임을 앞둔 59세의 남성이 원자로의 냉각작업에서의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자원했다. 편안한 노후와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두고 떠나는 그에게 가족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힘내세요라고 배웅했다고 한다. 목숨을 담보로 나라를 위해 달려가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감탄도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이 들어오는 원전에서 줄지어 탈출하는 모습이나 몇 시간씩 줄지어 한 통의 물을 사는 등 처절하게 느껴질 만큼 질서정연한 그들에 국제사회가 감탄하고 있다. 물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겪은 일본인들의 공포가 일부 사재기 등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위기대응은 우리들에게는 분명 부러움이다.일본 대지진과 피폭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느낌과 반응은 다르다. 하지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일본인들을 위해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에티오피아라는 이름만 나오면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현지 취재를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온 뒤 항상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공병도 의료병도 아닌 전투병을 파병한 나라. 전쟁 이후 사회주의 혁명으로 참전용사들이 역적으로 몰려 고통받았던 인간적인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티오피아는 먼나라가 아니라 가족같은 나라다. 쓰나미 이후 한류스타의 성금이 줄을 잇고 경기도는 외국의 재난지원을 위해 처음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해 13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수원시를 비롯 기초단체들도 자매도시에 위로전문을 보내고 모금운동에 나섰다. 사실 일본 돕기 성금 자체가 침략자 일본, 경제대국 일본이라는 인식이 있는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위기 때 내미는 작은 손이 상상이상의 희망을 만들어 준다. 실제 도움을 받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도와주려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희망은 꿈틀거린다. 도움을 준다는 것은 무엇을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손이 아픈 과거를 가진 한일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또 내가 겪을지 모를 재난에 이웃이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최종식 정치부장

구제역과 이땅의 후손에 대한 과제

지난해 11월 중순 경북 안동 와룡면 양돈단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100일이 됐다. 석달 조금 지난 지금, 구제역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기지역은 19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나 오는 20일 가축 이동제한이 모두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가평을 비롯한 시흥광명김포남양주의정부동두천고양양평양주지역 등 10개 시군의 가축 이동제한이 풀렸다. 나머지 시군도 지역별로 이동제한이 해제될 예정이다. 그동안 자식처럼 키우던 소와 돼지를 가슴과 땅에 묻고 시름의 나날을 보낸 축산 농민들이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축사를 대청소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잡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그러나 단기간 대규모 가축 매몰로 인한 2차 오염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봄철은 겨울과 달리 기온이 상승, 동물사체의 부패 속도가 빨라진다. 여기에 잦은 봄비와 여름철 집중호우는 매몰지를 훼손하고 이로인한 침출수 유출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여전히 가축 매몰을 매뉴얼대로 하면 지하수 오염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웬지 2% 부족하다. 경기도만 해도 용인, 이천 등 지역 곳곳에서 단기간 살처분에 따른 부적절한 매몰 사례가 나오고 있다. 매몰작업을 24시간 내에 완료해야 하는 시간 제한탓에 매뉴얼에 충실하기 보다는 우선 묻고 보자는 마구잡이식 작업이 이뤄진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부적정한 실태에 정부의 매뉴얼도 한 몫했다. 농림부는 살처분 매몰지 선정과 관련해 집단가옥, 수원지, 하천 및 도로에 인접하지 않은 곳으로 사람 또는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소를 제시한 반면, 환경부는 지하수, 하천, 수원지, 집단가옥으로부터 이격(하천, 수원지 등과 30m이상)한 곳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로인해 일부 매몰 현장에서는 적잖은 혼선을 빚었고 이 때문에 경기도내에서만 소하천이나 도랑으로부터 30m 이내에 매몰한 곳이 149곳이나 됐다. 하천 주변의 매몰지가 유독 걱정스런 이유는 여름 장마철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방수포를 덮는 등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시간당 수백~수십㎜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를 견딜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침출수 유출시 주변 지하수나 하천 오염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침출수에 따른 지하수 오염을 측정하기 위한 관측정 설치 시기, 가스배출관 조성도 제각각이었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다. 물론,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급속히 번지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 파김치가 되도록 애쓴 노력을 덮자는 뜻이 아니다.그러나 이 땅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이 숨쉬며 살아야하는 곳으로 미리 빌려 쓸 뿐이다. 이땅에서 살아갈 후손을 생각했다면 굴착기로 살아있는 동물을 구덩이에 쓸어 넣을 수 없었으며 비닐도 깔지 않은 채 매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하천주변에는 매뉴얼 지침 여부를 떠나 행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빠르게 번지는 구제역을 막기에는 장비와 시설,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내겠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질 오염에 대비한 정밀조사와 함께 철저한 모니터링을 약속하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매몰지 관리 지원팀 발족, 구제역 현황과 예방법, 분야별 대책 등을 담은 통합된 매뉴얼, 매몰지 관리 실명제, 주민신고제 도입 등 2차 오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구제역을 조기 종식하고 청정국의 위치를 되찾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하지만 최상의 지름길은 축산 농가의 철저한 소독과 방역이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전 국민이 몸도 마음도 지쳤다. 정부와 지자체는 2차 오염을 예방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관리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부장

스포츠 스타의 애향심

국가를 대표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성공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서 국가와 국민의 자랑거리이자 큰 자부심이다.물론 성공한 스타들의 배경에는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본인의 노력,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겠지만, 뒷바라지를 해온 가족과 출신 학교, 지역 사회, 국민의 성원 또한 빼놓을 수 없다.때문에 이들 스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때마다 국민들은 내일처럼 기뻐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지난 1990년대부터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하며 각종 전국규모 종합대회에서 정상을 질주하고 있는 경기체육은 그 동안 피겨여왕 김연아(고려대), 잉글랜드 프로축구 스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나연(SK텔레콤) 등 많은 스포츠 스타를 배출해 오고있다.이들은 경기도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들로 1천200만 도민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경기도 역시 이들의 활약상을 기리고,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해주기 위해 경기도체육회와 함께 홍보대사 위촉과 선수의 이름이 명명된 거리 조성, 기념관 또는 체육관 건립, 일부 선수에 대한 육성금 지원 등을 5년전부터 시행해 오고있다.대다수 스포츠 스타들 역시 경기도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국외 체류에 따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즌을 마친 뒤 일시 귀국하면 고향을 찾아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나 지인들을 찾아 인사하고, 이벤트를 통해 팬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대표적인 선수가 수원 출신의 박지성. 한국축구사에 길이 남을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박지성은 매년 고향 수원시를 찾을 때면 어김없이 도지사와 시장실을 방문해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지난해에는 주요 인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가든파티를 열기도 했다.또 LPGA 무대에서 지난 시즌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하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오산시 출신의 여자프로골퍼 최나연도 지난해 경기도에 무한돌봄사업에 써달라며 거액을 쾌척했고, 사회복지시설 김장담그기 봉사활동, 골프 꿈나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등 고향에 대한 애향심을 발휘했다.한편 세계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국내 여자 스노우보드 1인자인 평택시 출신의 신다혜(연세대)는 직업 선수가 아닌 학생선수임에도 불구, 고교 때부터 각종 대회를 통해 받은 상금과 장학금 등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탁하고 있는 숨은 기부천사다.이런 가운데 한국피겨 100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군포 출신 피겨여왕 김연아에 대한 최근 언론보도가 눈길을 끈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시리즈를 석권하며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연아의 군포 수리고교 기념관 전시품 70여점을 김 선수측이 회수해갔다는 것이다. 김 선수측은 이에 대해 여러 곳에 분산된 기념품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 학교와 협의해 회수했다고 밝혔다.한국 체육사에 길이 남을 스타인 김연아를 기리기 위해 군포시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딴 체육관이 건립 추진 중이고, 오는 4월 도내 선수로는 박지성에 이어 두 번째로 김연아거리 명명식을 가질 예정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향을 찾는 일이 드물어진 김연아가 경기도 홍보대사 위촉기간 중에 서울시 홍보대사로 위촉된데 대한 도의 불쾌감과 가족이 서울시로 이주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제는 군포시와 경기도의 딸을 넘어 세계적 대스타가 된 김연아이지만,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해준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부단한 노력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선수들은 항상 고향을 생각하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을 가슴속 깊이 간직해야 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황선학 체육부장

일하기 좋은기업 경기도가 만듭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데 화장실 앞에 둘째가 서 있습니다. 겁이 많은 언니가 화장실 문을 조금 열어 놓은채 동생을 세워 둔 거죠. 동생의 입장에서 보면 언니니까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냄새를 감수하면서 보초서기를 할 수 있었겠죠. 물론 평소 투덕거리기를 잘해 야단을 맞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과하다 싶게 혼을 낼라치면 어느새 우애가 하늘을 찌릅니다. 의기투합해 대들 땐 자매의 힘으로 안될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죠. 아이가 하나인 부모들이 봤으면 시쳇말로 부러워 죽었을 겁니다. 맞벌이 한답시고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태반인 제게 그나마 아이가 둘인 건 천만 다행입니다. 아이 혼자 집에 있는데 야근을 해야한다면 아마 불안 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저 개인은 물론이고 회사입장에서도 큰 손해였겠죠.그래도 요새는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올해 본보가 아이는 경쟁력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산장려 캠페인을 벌이면서 도내 일하기 좋은 기업들을 찾아 알리고 있는데 깜짝 놀랄만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업들이 꼭 대기업이 아니란 겁니다. 연초 본보를 통해 보도된 주식회사 맛있는 생각만 해도 그렇습니다. 굽네치킨으로 더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첫째 아이 출산시 50 만원, 둘째는 무려 1천만원, 셋째는 2 천만원 등 아이를 낳을 때마다 지원금을 줍니다. 그것 뿐이면 기르는데 어려움이 따르겠죠. 요즘 학비가 좀 비쌉니까. 맛있는 생각은 자녀 출생부터 중학교까지는 매월 1인당 20만원을 주고 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학비전액을 지원해 줍니다. 직원들에게 연간 휴가비로 40만원을 지급하고 가족 여행 경비로도 70만원을 준답니다. 남성에게도 배우자 출산시 유급출산휴가 3일을 줬는데 올들어서는 배우자의 생일을 챙겨주는 가족의 날, 자녀 출산 후 100 일까지 매주 금요일 조기 퇴근하는 반일근무제 등을 추가 실시하는 등 새로운 가족친화경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특히 관심을 끌었던 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시행입니다. 아이가 아파 출근이 늦어지면 그 만큼 늦게까지 일하면 된다네요.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주말을 이용할 수도 있구요. 유치원 발표회나 학교 운동회에 갈 수 없어 애태우는 일도 없답니다. 그날 쉬고 그 만큼 다른 날 더하면 되니까요. 이런 직장이라면 혼자인 아이를 위해 동생을 낳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도가 실시한 가족친화수준 조사에서 전국의 중소기업 평균 수준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경기도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이라는 걸 간파하고 광역지자체중 전국 최초로 일하기 좋은기업 인증제를 시행한거죠.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제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전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선정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해 선정된 경기도 일하기 좋은 10대기업에는 맛있는 생각 외에도 태준제약, 농우바이오 등 중소기업위주로 선정됐습니다. 도내 기업중 99% 가 중소기업이라는 현실에서 많은 중소기업 CEO들이 갖고 있는 가족친화경영은 돈많은 대기업만 한다는 생각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결과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가족친화제도 도입여부는 전적으로 CEO의 의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내 기업인들에게 가족친화경영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경기도가 나섰다는 건 무조건적으로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박정임 문화부장

아놀드슈왈제네거의 3가지 인생목표

#영화중에 뉴욕의 헤라클레스. 주연배우가 누구였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하면 할리우드의 유명한 액션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연상하게 된다. 그를 있게해준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하면 터미네이터로 각인 될 정도였다. 터미네이터2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사라지는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터미네이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컷 중의 하나일 것이다.오스트리아에서 1947년 태어난 아놀드는 보디빌더로 활동을 하던 1967년 20살의 나이에 미스터 유니버스로 선발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보디빌딩을 하게 된 아놀드는 영화와 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연기력 등에 인정을 받지 못해 대박 스타가 되지 못했지만 코난을 찍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코난 이후 또다시 그에게 기회가 왔다.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의 주연을 맡게 된 것이다. 이후 톱배우 대열에 합류하게 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인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200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에 입후보,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6년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후보로 나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주지사에 당선되는 힘을 발휘했다.이처럼 최고의 흥행배우, 모두가 선망하는 케네디가족, 주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성공비결은 과연 행운일까.사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성공은 행운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아놀드 슈왈제네거는 12살때 이미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글로 적은 3가지의 목표를 책상에 붙여놓았다. 이 3가지 목표는 유명한 영화배우, 케네디가족이되는 것, 캘리포니아 주지사라고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중 한가지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12세때 책상에 붙여 놓았던 3가지를 이미 달성했다.이처럼 철저히 준비한 아놀드가 여기에 만족하리라 보진 않는다.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지난해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후 오바마 행정부에 입각할 의사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그의 말대로 오바마 행정부에 입각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60이 된 그의 책상에 어떤 인생의 목표가 적혀 있을지 궁금하다.새로운 인생 개척에 나서는 그가 아름다워 보인다.#지난해 11월말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경기지역도 구제역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2000년 국내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이후 이번처럼 전국으로 확산되기는 처음이다. 매뉴얼이 있었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구제역, 국가적 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구제역이지만 예전에 만들어진 매뉴얼만 고집했던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청정국이란 목표는 세웠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는 미흡했다. 철저하고 꼼꼼한 준비를 했다면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남 탓을 하기전에 관계부처가 합심, 이번 구제역에서 발생한 모든 상황을 분석해 완벽에 가까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봄이 오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이미 자신의 인생목표를 세워놓고 한발짝씩 다가가는 학생과 목표없이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처럼 자신이 세운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인생의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목표달성을 위한 그동안의 준비에 만족이란 기쁨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구제역 종식과 함께 구제역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완벽한 청정국, 학생들은 새로운 목표와 도전하는 계절이 되길 바란다. 정근호 사회부장

빚테크의 허상

빚테크가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일생 동안 살아가며 단 한 번의 빚도 지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많은 이들이 은행 거래를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대출로 대표되는 금융빚에 대해 점차 무뎌져 은행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 은행돈을 활용한 투자 성공의 사례가 각종 매체를 통해 신화처럼 소개되고 금융전문가도 나서 이들 신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빚을 이용한 재테크를 재산 증식의 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빚테크 급증이 한몫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유행처럼 번지는 재테크의 영향으로 빚을 잘 활용하면 기대 수익이 높아 자산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믿음을 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 많은 이들이 대출에 목을 매 사업에 투자하거나 펀드 투자, 분양을 받는 등 빚테크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믿음과 기대감은 항상 은행대출 이자가 싸고 주식 및 부동산이 항상 오른다는 가정 아래 가능하나 현실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최근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한 뒤 대출자들이 높아진 이자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새해 들어 전세금이 계속 올라 어쩔 수 없이 전세금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빚고 있다. 특히 무작정 대출로 집을 샀다가 치솟는 대출이자를 도저히 못 내 발만 동동 구르는 가난한 이들을 표현하는 하우스 푸어가 수백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또 막무가내식 대출금 투자는 자신의 가계 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독약으로 작용, 몰락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평소 마이더스의 손으로 자칭하던 한 선배의 몰락을 보면 정확하게 따지지 않는 빚테크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인쇄업에 종사하는 이 선배는 3년 전 부동산중개업소의 권유로 1억5천만원에 달하는 대출을 끼고 집을 계약했다. 또 얼마 안돼 분양권 프리미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또다시 솔깃해 추가로 5천만원을 대출받아 분양권을 사 버렸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미분양이 되면서 고스란히 중도금과 잔금을 떠안아 버리는 신세가 됐다.이렇게 시작된 빚잔치는 2년도 안돼 3억원을 넘어서 200만원에 가까운 생돈이 한달 이자로 나가자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하며 한달 한달 버티고 있다고 한다. 얼마 안가 파산신청까지 할 거 같다며 불안해 하는 이 선배의 뒷모습에서 연일 휘몰아치는 강추위보다 더한 추위를 느꼈다.우리사회의 연간 파산자가 1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빚테크의 허상에 빠져 개인파산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빚을 활용해 대박을 기대했다가 쪽박 차는 일을 막기 위해선 하나같이 지혜로운 빚테크 열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의 말만 믿거나 옆사람의 과장된 논리에 편승해 섣부른 투자 행위보단 남을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는 손자병법의 명구를 되새기며 반복적인 재테크에 대한 열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관련 정보 수집을 모아 금리가 더 저렴한 은행으로 옮기거나 빚을 갚아야 할 시점과 수익률이 확실한지 한번 더 따지고, 어떻게 하면 금리부담을 낮출 수 있게 고민하는 등 빚테크의 기본을 습득해야 한다.이를 통해 필요한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를 적게 낼 수 있는 빚테크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 있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빚은 없는 게 좋다. 기업도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 회사가 탄탄하다. 경영자들이 어음의 달콤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멀리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가지고 있는 돈을 잃는 것과 빚을 냈다가 손해를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용성 경제부장

과학벨트 정치논리 중단하라

하이에나의 계절이 돌아왔다.몸체가 큰 육식동물들이 먹다 남긴 썩은 고기를 먹어치우는 하이에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이만 있으면 먼 초원을 마다하지 않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의 습성이 꼭 정치인의 모습이다. 표를 찾아 이슈가 있으면 몰려다니는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표를 얻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숙명이다. 이러다 보니 표와 연관되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새해벽두부터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 총선이 있고 잇따라 대선이 있다. 정치권 뉴스의 핵심은 총선과 대권도전자들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이들 정치인들은 먹이감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는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특정지역 정치인들은 당의 눈치보기에 혈안이다. 때로는 당의 명령을 받아 총대를 메고 국회진입 선봉에 서서 넘어지고 얻어 맞아 당의 공신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또다른 정치인들은 줄을 서 보스에 대해 끝없는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또 잘했다고 전화까지 받는다. 한국정치의 끝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우리사회를 달구고 있는 복지문제도 그렇다.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 결과는 이들 정치인들에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야당이 압승을 거두고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여겼던 여당에게는 재앙이 됐다. 그러니 다음 선거는 소위 약발이 더 먹히는 이슈가 필요하다. 무상교육에 무상의료까지 나오고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어쩜 무상 주거에 무상 생활까지 갈수도 있다. 이들에게 재원문제는 표를 얻어 선거에 압승한 이후의 이야기다.경기도가 유치운동에 들어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도 그렇다. 어느 지역에 입지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이 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그 지역으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대권에 꿈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충청권 표를 의식해 충청권 입지를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유치운동에 나선 호남과 경북지역의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는 표를 위해서라도 과학벨트를 쪼개서라도 나눠달라고 조르고 있다. 과학벨트가 어떻게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 줄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표에 도움만 되면 그만이다.그런데 경기도 정치인들은 조용하다. 표가 필요할텐데 말이 없다. 이들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보면 정부가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현재의 분위기로서는 당움직임에 반하는 발언이 두렵거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따라야 하는 책임 등이 걱정스러워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애써 나서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비정상적인 정치논리에 경기도가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 하고,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하는 의무는 있다는 이야기다.경기도가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과학벨트는 기초원천연구비즈니스국제적 정주환경을 갖춘 글로벌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투자되는 금액만 7년간 3조5천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지역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업이다. 객관적으로 경기도는 집적에 따른 연구성과의 극대화와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지역보다 입지조건이 우위에 있다. 그래서 이번 문제가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로 결정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신청서 접수도 받기 전에 정치인들이 나서 국책사업 자체를 표로만 여기는 하이이에나의 습성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최종식 정치부장

구제역 괴담에 축산농민 두 번 운다

구제역이 전국을 초토화 시키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경기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안성의 한 오리농장에서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격이어서 축산농민은 이래저래 죽고픈 심경이다. 전국 축산농가를 휩쓸고 있는 구제역으로 몸과 마음이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또다시 전국으로 확산될까 우려된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전국으로 확산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구제역은 빠른 속도로 확산돼 경기도에서도 하루 자고 나면 곳곳에서 의심신고가 잇따랐다. 시군마다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용인시는 헬기까지 띄여 항공방제에 나서는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구제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심신고는 여지없이 양성으로 판정돼 방역당국의 예방활동을 무색케하고 축산농민은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도내 축산농가의 소, 돼지 62만279마리가 생매장되거나 살처분되고 전국에서 수백만 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그 피해액만 9천여억원에 달한다.설 대목은 고사하고 텅빈 축사를 바라보며 넋 놓을 뿐이다. 구제역 재앙으로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축산 농민들뿐만 아니다. 축산과 연관된 산업들의 간접 피해도 갈수록 커져 지역경제마저 흔들고 있다.가평군이 지난해 8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아 1천억원의 경제효과를 낸 자라섬 겨울 씽씽축제를 포기하는 등 일선 시군이 줄줄이 겨울축제를 취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5일장까지 폐쇄돼 소상인들이 생계를 걱정하고 한우음식점은 물론, 서민이 즐겨찾던 삼겹살집도 지난해 말부터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지난주 파주에서 고기집을 하는 지인에게 안부를 겸해 영업상태를 묻자 긴 한숨부터 냈다. 지인은 연말 단체손님을 끊어지고 예약마저 줄줄이 취소됐다며 요즘도 하루 두 테이블을 채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구제역 확산을 놓고 조기대응에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고 청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 백신접종이 늦어 전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됐다는 비판도 나온다.그렇지만 구제역 괴담과 음모론은 어쩌구니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축산농민을 두번 죽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괴담은 언제나 그럴 듯 귀를 솔깃하게 한다. 구제역이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과 한미 양국이 FTA(자유무역협정)를 타결한 시점이 겹친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방역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누리꾼들을 혹하게 하고 있다. 음모론은 더 기가 막힌다. 미국 축산업계가 비행기를 동원해 한국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살포했다는 바이러스 살포설과 구제역 피해를 본 일본의 분풀이설, 남파 간첩의 화생방 공격설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쇠고기 수출을 늘리려는 미국 축산업계의 사주를 받은 북한이 전국의 간첩망을 동원해 구제역을 전파하고 있다는 북미 합작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소, 돼지 수백마리를 살처분하고 엄동설한 칼바람을 맞으며 방역에 나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기가 막히고 힘이 빠진다.살처분에 나선 이들은 정신적 충격과 악몽에 시달려 치료를 받아야 하고 계속된 업무로 수의사들도 이직과 휴직 등을 신청하고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괴담을 퍼트리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여기에 정치권마저 괴담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전형적인 포플리즘이다. 경찰은 괴담 유포자에 대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구제역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확산의 원인을 되짚어 제 2, 3의 구제역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 부장

경기체육 변화의 바람을 기대한다

경기체육은 지난 3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톱10의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지난 1981년 인천광역시와의 분리 이후 경기체육은 전국체전에서 30년 동안 통산 19차례 정상에 올랐으며, 최근에는 동하계 전국체전에서 지난해까지 동반 9연패를 달성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또한 지난해 11월 열렸던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경기도 소속 선수들은 금메달 24개, 은메달 19개, 동메달 21개를 따내 한국선수단 전체 금메달(76개)의 31.57%를 책임졌다.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와 팀 수에서도 각각 2만5천524명, 4천503개팀으로 서울시(2만460명, 3천648팀)보다 훨씬 많은 등 외형적인 성적과 규모면에서 단연 전국 최고를 자랑할 만큼 성장세를 보였다.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인 성장과 발전 속에서도 양적인 발전과 다양한 체육정책 등 소프트웨어적인 발전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도내 체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일고 있다. 이는 인천과 분리 이후 질적인 향상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안정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경기체육의 중심에는 경기도체육회가 있다. 엘리트체육 행정을 총괄하고 체육발전을 주도하는 경기도체육회가 과감한 변화와 새로운 도약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게 체육인들의 요구다. 경기도체육회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은 체육회장인 도지사가 아닌, 바로 체육행정을 책임지는 사무처장의 몫이다.경기도는 지난해 말 제23대 사무처장으로 경기도테니스협회장과 경기도체육회 이사인 이태영(49) 전 (주)낫소 대표이사를 내정, 오는 11일 이사회를 통해 임명(안)을 이준할 계획이다.사상 첫 중소기업 CEO 출신 사무처장 탄생을 눈앞에 둔 이태영 내정자에 대해 체육인들이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체육회는 인천과 분리 후 9명의 사무처장이 거쳐갔다. 9명 가운데는 공무원 출신이 7명이고, 정치인 출신이 2명으로, 이들은 나름대로 오랜 행정경험과 정치적인 역량을 발휘해 경기체육 발전을 이끌었다.이태영 내정자는 31세의 젊은 나이에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주)낫소의 법정관리인으로 취임, 11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연매출 250억원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킨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특히 이 내정자는 지난 1995년 만신창이의 경기도테니스협회 회장을 맡아 다양한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 마련 및 생활체육과의 상생협약 등을 통해 6년간 경기도 테니스를 전국 정상으로 이끌었으며, 한국초등테니스연맹 부회장, 부천시체육회 이사, 부천시생활체육회장 등 체육계의 외연을 넓혀왔다.최근 사무처장에 내정된 뒤 통화에서 이 내정자는 경기도가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수요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개선 및 중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체육회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경기도체육회는 지난해 도미노처럼 불어닥친 시군 직장운동부 구조조정 바람으로 시한부 유지가 되고 있는 용인시와 성남시 해체팀들의 구제와 오는 10월 22년 만에 경기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의 성공개최, 오랜 체육인들의 숙원인 스포츠빌리지 건립을 비롯, 해외교류 확대, 지난해 중단된 소식지 발간과 홍보활동 강화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이와 함께 55년 경기도 체육을 집약한 체육사 발간과 도내 우수선수와 지도자, 글로벌 스타 육성 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최근 사회 각 분야에 쓰나미처럼 일어나고 있는 변해야 산다는 바람이, 현실에만 안주했던 경기도체육회에 불어닥쳐 외형 뿐만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황선학체육부장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하얗게 쌓여 있는 눈을 보니 마음까지도 하옛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릴 적엔 참 눈이 많이도 왔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소복히 쌓인 눈더미에 놀라 후다닥 마당으로 뛰어나갔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땐 길이 막혀 학교갈 걱정 따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와 생각하니 눈이 많이 왔다기 보다는 제가 너무 작아 뭐든지 크고 많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학교갈 차비라며 손에 쥐어주시는 10원짜리 동전 두개는 아주 큰 돈이었습니다. 5남매에게 귤 세알씩을 나눠주시며 한 겨울 귀한 거라고 하시면 정말인 줄 알았습니다. 살아있는 바다고기는 볼 수도 없던 시절, 소금에 절인 고등어 반쪽이면 밥 한공기가 모자랐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생물도감에 실려 있는 수 많은 바다 물고기를 보면서 고등어 말고도 이렇게 많은 생선들이 있었구나 하며 무척이나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도시락에 얹혀있는 계란을 자랑하려 옆 친구를 흘깃 봤는데 거기엔 분홍색 빛 나는 둥그런 소시지를 계란에 씌어 부쳐낸 반찬이 그득했습니다. 그 때 세상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상엔 간고등어 따윈 생선으로 치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됐죠. 하얀 마음에 욕심이라는 물이 들기 시작했던 게 아마도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농사꾼인 아버지는 잊을만 하면 한번씩 출세해야 한다. 그럴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물려줄 게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뜻이라는 걸 이해했을 땐 이미 저도 똑같은 말을 하는 학부모가 돼 있었습니다. 후회하며 사는 삶을 살아선 안되는데, 그런 생각에 최선을 다해 보지만 세상이 어디 제맘 같겠습니까.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아쉬운마음에 새해를 기약하지만 또 이맘 때가 되면 후회로 가득합니다. 어디 저만의 생각이겠습니까.경인년, 백호랑이의 해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올핸 폭설대란으로 시작돼 구제역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특히 9월 한가위를 앞두고 찾아온 태풍 곤파스 등의 영향으로 도로와 제반시설이 붕괴되고 인명 및 재난사고를 낳았습니다. 이상기후는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배추대란이 벌어지는 등 그 어느 해보다 농민의 한숨소리가 깊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서해 백령도 앞 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됐습니다. 11월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까지 발생해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시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그럼에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첫 원정 16강 진출과 2010국제축구연맹 U-17 여자월드컵에서의 사상 첫 우승, 경기도선수단의 제91회 전국체육대회 출전사상 첫 종합우승 9연패 달성 등 기분좋은 승전보가 국민을 위로했습니다.돌아보니 뚜벅뚜벅 먼 길을 걸어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때론 마음같지 않아 속상해 하기도 했고 때론 남의 시샘을 살까 속으로만 웃을 때도 있었습니다. 올 한 해를 정리하면서 지난 친 욕심은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톨릭에서도 과식은 7대 죄악 중의 하나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과식이라 함은 식생활의 과식뿐 아니라 마음의 과욕까지를 포함합니다.새핸 서로 사랑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아직도 누군가에게 못한 사랑과 감사의 말이 있다면 오늘 용기를 내 보세요. 그리고 내년엔 꼭 돈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고 따뜻한 큰 부자가 되는 한해이기를 빌어 봅니다. 여러분 올 한해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박정임 문화부장

약속

#나폴레옹의 왕비 조세핀은 장미꽃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영국군과 전쟁을 하면서도 조세핀에게 희귀한 장미꽃을 선사하기 위해 정원사를 유럽대륙으로 파견했을 정도니 말이다.이처럼 장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나폴레옹과 조세핀은 1797년 봄 룩셈부르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 학교장에게 장미꽃 한다발을 선물했다.나폴레옹은 더 나아가 프랑스가 존재하는 한 매년 이 학교에 장미꽃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그러나 나폴레옹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룩셈부르크 정부는 1984년 프랑스에 장미꽃 약속을 이야기 하며 원금과 이자를 합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프랑스 정부는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고 나폴레옹의 명예가 걸린 일인 만큼 지불을 안할 수도 없어 난감했다. 결국 룩셈부르크 정부에 사과의 편지를 보내면서 장미꽃 사건은 일단락됐다.#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결혼식은 결혼행진곡과 함께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상견례를 한 다음 주례에 의해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를 다짐한다. 예식은 주례의 축하와 당부의 말로 끝난다. 주례는 신랑 신부의 은사나 존경해오던 명사 등이 맡아 온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장에 소속된 전문주례인이 등장하는 등 전문직화 됐다. 이들 또한 교수나 지역유지, 퇴직한 고위 공무원 등이 대부분이지만 신랑신부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신랑 신부와 전혀 알지 못하는 주례가 늘면서 하객들 또한 뻔한 스토리의 주례사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얼마전 주례 없는 결혼식을 본 적이 있다. 생소한 면도 있었지만 분위기 만큼은 일반적인 결혼식보다 더욱 진지했다.신랑과 신부가 하객들 앞에서 서로에게 밝히는 혼인서약과 공약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아름다웠다. 또 결혼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신랑 신부 부모님의 인사말씀 등은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이나 결혼당사자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선사했다.단순히 주례사가 읽어준 혼인서약에 큰 목소리로 네 라고 간단히 대답하는 것보다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부모님에게 잘 살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인 공동모금회가 성금 유용 등 각종 비위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이 무너지면서 연말 불우이웃을 돕던 국민의 온정이 줄어들고 여러 구호자선단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실제로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개인이 소액기부를 철회하거나 기업들이 기부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같은 분위기는 연말연시를 맞는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공동모금회는 보여주기식 변화에서 탈피, 설립 취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빠르게 다가가야 한다. 환골탈태를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올해 초에 세운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작심삼일로 끝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약속을 지켜낸 개인, 기업, 단체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못 지켰더라도 2011년 한해 꼭 이것만은 이루겠다는 약속을 자신과 한번 세워보는 것은 어떨는지. 정근호 사회부장 ghjung@ekgib.com

연말연시 우리의 자화상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雪上加霜), 산 넘어 산. 요즘 국내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 어휘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연말연시 한껏 들뜬 예년과 같은 활기찬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한없이 흉흉해진 부분들만 표면 위로 도출되고 있을 뿐이다. 기자가 너무 부정적으로 침체된 현 사회의 내면만을 비추려는 건 아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팽배해진 이후 여러모로 악소식만 들리는 데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앞다툰 승전보로 전국민의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때 이뤄진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만행이나 악행을 훨씬 뛰어넘는 비극적인 처사였다.언론을 통해 전해진 우리 국방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고, 연일 쏟아지는 남북대치 상황에 전운(戰雲)이 감돌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치닫고 있다.게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신종플루가 급속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대부분의 항생제가 들지 않는 다제내성균(多劑耐性菌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 또 다른 걱정거리까지 생겼다.여기에다 축산농업인들의 억장은 더욱 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경북 안동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순식간에 경기북부지역까지 확산돼 언제 어느 때 발병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내 자식 같은 돼지와 한우를 지키느라 밤을 새기 일쑤다.특히 충남 서산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돼 양계농장주들의 고심이 극에 달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한EU에 이어 한미 FTA 추가협상까지 이뤄지면서 축산업을 중심으로 심각한 피해가 예견되고 있는 상태이다.또 쌀 수매가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며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연일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상황이 이렇자 각계각층에선 살맛 안 난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갑작스럽게 닥칠지 모르는 불운한 기운에 그저 힘이 빠진다는 하소연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등에 지고 이끌어가고 있는 정치권은 허구한 날 다툼으로 얼룩지며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 연평도 포격원인을 둘러싸고서도 대책 마련에 앞장서기보다는 여야 간 네 탓이오 공방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특히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펼쳐진 난투극은 지난해 이맘때쯤 해머와 전기톱이 동원된 격투장면의 1주년을 기념하며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더욱이 집단 주먹싸움으로 종결된 새해 예산안의 뚜껑을 열어보면 더 가관이 아니다.여야 실세를 중심으로 한 특정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자신의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면서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1천억이 넘는 거액의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어디 이뿐인가?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비롯해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 등 서민복지 예산 누락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이런저런 사건 모두가 우울한 연말연시 우리의 자화상이다.그러나 시간은 다산다난했던 일들을 조금씩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하는 법. 때로는 스스로가 무감각해지려 외면하거나 애써 또 다른 내일을 생각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그래도 다시 한번 우리와 대한민국의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한다. 그 희망이 또 다시 절망으로 끝나더라도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우리네 삶이 조금은 덜 슬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새해를 앞두고 세종대왕의 말씀을 통해 소박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희망을 기대해 본다.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영구히 끊어져서 각기 생생하는 즐거움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1천년의 역사 경기가 자랑스럽다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이 마케팅은 물론 문화, 역사, 정치 등 전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각광 받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의미와 감동이다. 물건을 사는 것에도 의미와 감동이 있어야 구매자를 행복하게 한다. 어쩌면 명품은 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명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또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 더욱 명품화 되어간다. 여행자들도 그렇다. 아름다운 경치도 감동적이지만 그 속에 사람들과 이어진 전설과 그 이야기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다. 결국 살아가면서 스토리가 많다는 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한다. 스토리가 많은 사람은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최근 나에게도 참 기분 좋은 스토리가 생겼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京畿라는 행정구역이 우리나라에 등장한지 1천년이 넘었고 그 근거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경기도의 역사가 1천년이 이른다는 것은 경기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솔깃한 이야깃거가 아닐 수 없다.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사에서 경기가 등장한 것은 신라시대에 경주를 중심으로 한 기록부터다. 하지만 기록은 있지만 행정구역으로서 경기는 고려시대에 들어와 틀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행정제도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고려 성종 14년(995년)에 도입한 뒤 중단됐으며 현종 9년(1018)에 체계화 됐다.고려의 경기제는 중국에서 형성성립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신분적 통치질서다. 고려의 경우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통치영역으로 경기는 군주의 근거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과 구분해 경기제를 시행했다. 고려의 수도가 개성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서울과 경기도 상당지역이 행정구역상 경기였다. 학자들에 따라 경기제의 시작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고려시대의 경기제는 지금의 경기와 지역적으로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분단으로 갈라진 경기도 북쪽 지역을 포함하면 고려시대 경기제는 현재의 경기도의 행정구역의 모태로서 충분하다. 결국 도입부분이냐 완성된 제도로서 시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1천년이 넘었거나 1천년이 다가오고 있다.서울의 경우 조선시대 태종이 개경에서 서울로 천도 한 시점인 1394년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는 서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행정구역으로서 존재했다. 그리고 고려시대부터 행정구역 경기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일정한 혜택(과거제 인원할당) 등도 있었다. 따라서 경기도민으로서 행정구역 경기도는 1천년의 자랑스런 전통이 있다.최근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안타까운 것은 행정구역개편이 해당 시민들의 의견과 상관 없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공감대 형성을 위한 분야별 장단점에 대한 분석이나 공청회 및 토론회도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도시의 변화에 따라 행정권한의 이양 등이 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없어지거나 새롭게 통합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도폐지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는 물론 국가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주변국가들이 대도시 중심으로 다양하고 큰 규모의 발전 모델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도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경기도를 비롯 서울, 인천광역시를 묶어 협력 발전하는 메가시티도 이같은 맥락에서 유용하다. 도폐지 보다는 지금의 행정구역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권한이양 등이 필요한 시기이다.이 과정에서 행정구역이 갖고 있는 역사성도 평가돼야 한다. 경기도는 1천년 역사속에 수 많은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 자산은 또하나의 경쟁력이고 살아가는 도민들의 자랑거리다. /최 종 식 정치부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