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삼복염천(三伏炎天)이다. 요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습하고 있는 더위로 인해 우리 모두의 심신이 지쳐 버린다. 이런 와중에 국내외에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저 멀리 대서양 건너에서 벌어지고 있는 런던 올림픽이고, 다른 하나는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대첩이다. 그러나 두 대첩이 국민들에게 다가오는 감흥은 사뭇다르다. 왜 일까? ■ 더위도 이겨내는 런던 올림픽 밤낮으로 찌는 더위속에서 한국 낭자군들은 밤샘 국민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 나 일터로 나오면 밤새 영국에서 보내 온 낭보를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을 지경이다. 벌써 금매달 여섯개다. 1010클럽가입이 목표인 우리나라는 초반 스타트는 사격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산뜻했으나, 이어서는 기대주들의 부진과 심판진들의 오심 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 같은 굴곡이 넘어 또다시 기대치 않았던 종목에서 금맥을 캐면서 환호를 넘어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삼복더위에 지쳤지만 밤을 새고 나면 왠지 더 힘이 나는 모양새다. 그래서 아침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받았다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우리 선수, 대견하고도 기특하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꿈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을 승부보다 참여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이왕 혈전을 벌일 것이라면 금메달까지 거머쥐는 것이 당연지사이고, 이는 선수뿐만 아니라고 이들을 지켜보고 지지하는 국민 모두의 열망이자 에너지다. 선수들은 먼 타국에서 고난과 아픔을 이겨내는 것은 기적보다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매일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그동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희망을 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그 응어리가 봇물처럼 터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매일 헐뜯고, 죽이고, 속이고 하는 누더기같은 이야기 속에 갇혀 있다가 선수들 개개인이 간직한 진정한 라이프 스토리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보면 볼 수록 흥이 난다. ■ 짜증을 더하게 하는 대권레이스 지난달까지 만해도 연일 전 매스컴의 앞면을 장식하던 소식이 차기 대통령 후보군들의 이야기었다. 국가 대사로 볼 때 이 보다 중요한 사안은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미래 국가의 희망과 비전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도 국민들의 시선을 이 결전의 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고, 현재 경선과정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의원의 독주로 흥미를 잃을 조짐이 보이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수도권에서 지면 끝이다는 비장한 각오로 각종 비난 속에서도 경선참여를 강행한데 이어 연일 질타의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이미 5인의 후보군을 확정하고, 문재인 대세론, 손학규 뒤집기에 안철수 경선참여까지 다양한 흥행카드를 내밀며, 유권자 시선받기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 반응은 냉담하다. 굳이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정치권은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국민들은 희망이 있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지금도 자기밥그릇을 지키기위해 방탄국회 운운하며, 민생을 외면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바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런던과 서울에서 국민들의 느끼는 체감온도는 그래서 차이가 난다. 정일형 정치부장
오피니언
정일형 정치부장
2012-08-02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