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느낌이 좋습니다. 꿈에도 그리운 가족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지난 1945년 해방 이후 황해도 연백을 떠나 서울 서대문으로 이주한 원형기 할아버지(84)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그동안 가슴 한켠에 묻어만 뒀던 미상봉 이산가족의 아픔과 그리움을 꺼냈다. 원형기 옹은 북녘에 피붙이 누나를 두고 있다. 어린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점심 도시락 하나 변변치 챙겨먹지 못했던 살뜰한 간호사 누나였다. 함께 서대문에 살다가 평택에 시집간 누나가 하필 시댁인 황해도를 찾았을 때 6ㆍ25전쟁이 발발하면서 누나만 북에 갇히게 됐다.누나와 헤어지기 전, 원 할아버지는 배고픈 누나를 위해 근처 두부 공장에서 콩비지를 구해 누나의 도시락에 넣어준 적이 있다. 이후 누나의 병원에서 이 사실을 알고 가엾게 여겨 누나에게 매 점심 끼니를 챙겨주겠다고 약속한 기억도 있다. 그만큼 원 할아버지에게 누나는, 누나에게 원 할아버지는 애틋한 존재였다. 당시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추억을 상기하던 원형기 할아버지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원형기 할아버지는 “누님이 살아계시다면 88살일 텐데 다시 만날 날이 있다고 믿는다. 꿈에서라도 우리는 꼭 만날 거라 희망한다”면서 “다시 만나게 되는 날 누님에게 콩비지가 아닌 금반지를 선물해 콩비지보다 더 오랜 시간 징표로 간직했으면 한다. 또 그동안 너무나 보고 싶었다고, 정말 많이 힘들고 그리웠다고 펑펑 울면서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또 다른 이산가족 안 할머니(81) 역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맞는 기분이 남다르다. 안 할머니가 살던 마을은 중공군이 남하하면서 폭격을 해 ‘불바다’가 됐다. 당시 폭격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큰 언니, 올케와 1살배기 조카와 함께 흥남부두에서 미군의 빅토리아호를 타고 남으로 건너오게 됐다. 하지만 함흥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오빠가 6ㆍ25전쟁에서 강제로 인민군에 징집돼 둘은 기약 없는 이별을 나눴다. 안 할머니와 13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 누구보다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안 할머니는 어릴적 오빠가 주변 친구들의 놀림에도 언제나 막내인 자신을 코트 속에 숨기며 극장을 구경시켜준 추억을 소중히 지킨다.안 할머니는 “흥남부두에서 거제도로 넘어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방문했다. 혹시 오빠가 포로수용소에 포로로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다”며 “제겐 누구보다 소중한 오빠였다. 올해로 오빠가 94살이 됐는데 혹시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르지만 살아있다면 핏줄인 만큼 꼭 찾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나를 품안에 넣고 안아주었던 오빠였기에 이제 내가 오빠의 자식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며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과정을 TV로 지켜보며 원형기 할아버지와 안 할머니는 연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돼 기대가 된다.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이 사무치게 그리운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판문점공동취재단=수습 이광희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측을 통해 백두산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이날 환담장에서 비공개로 이 같이 대화를 나눴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환담장 앞편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 그림을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나보다 백두산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에 안 가봤는데, 중국을 통해 가는 분들이 많더라”면서 “나는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남측)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는 발 뻗고 자겠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새벽잠을 설치지 않게 내가 확인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불과 200미터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며 ”평양에서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기서 만난 게 더 잘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던 분들도 우리 오늘 만남에 기대하고 있는 걸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분단선이 높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고 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어깨가 무겁다.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송우일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아주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우리 남북의 국민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선물이 사람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이야기 된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만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비행기로 (북한에)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다”며 “우리 (북측) 도로가 불편한데 오늘 제가 내려와 보니까 (대통령이 올 때)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라고 답했고, 김 위원장도 웃으며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죠”라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송우일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두 정상의 오전 정상회담 직후 판문점에서 가진 1차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함께 130m가량을 걸으며 국군 전통의장대와 행렬을 함께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며 “그런데 오늘 보여 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라며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남측으로 오시는 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말하며 문 대통령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문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며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며 회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송우일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정상회담이 오전 회담이 종료됐다. 27일 오전 10시15분부터 시작된 회담은 오전 11시55분까지 10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 회담을 마친 뒤 차량을 이용, 북측 지역으로 이동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송우일기자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접경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핵무기가 완전히 폐기될 수 있도록 의미있는 성과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판문점공동취재단=김재민기자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5선, 평택갑)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며, 성공을 기원한다”며서 “문재인 대통령은 파부침주의 각오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필수요건인 북핵을 반드시 해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 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이다. 원 의원은 “북한의 핵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해치는 암덩리이다. 암덩어리가 제거되지 않고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북핵의 해결은, 대한민국 한반도가 중심이 되는 유라시아의 큰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중, 한일 해저터널을 뚫고, 남북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세계의 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가 세계의 심장이 되느냐 아니면, 시한폭탄이 되느냐를 결정짓는 회담이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미래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기를 간곡히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문점 공동취재단=김재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