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5년 전 을과 공동으로 임야 1필지를 구입해 각자 지분을 명시한 공유등기를 경료했다. 최근 갑은 위 임야에 대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려고 했는데, 다른 공유자인 을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건물 신축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 경우 갑이 위 임야를 분할할 수 방법은 무엇일까? 1개의 물건을 2인 이상의 다수인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공동소유라고 하는데, 우리 민법은 공동소유의 유형을 공유, 합유, 총유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공유는 다수인들 사이에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점 외에 공동목적을 위한 결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소유형태로서, 물건에 대한 지배권능이 수인의 공유자에게 지분이라는 형태로 분속되며, 각 공유자가 가지는 물건에 대한 지배권능은 상호 독립적이기 때문에, 각자는 자기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물건의 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다. 또한 합유는 일반적으로 조합의 소유형태를 의미하는데, 합유에서도 조합의 구성원은 조합재산에 대한 지분을 가지지만, 수인의 조합원은 공동목적 하에 결합돼 있기 때문에 지분의 양도가 제한되고, 조합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물건의 분할 청구를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총유는 종중이나 교회와 같이 다수인이 하나의 단체(민법상 이를 비법인사단 내지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라고 일컬어진다)를 이루어 물건을 소유하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공유, 총유와 달리 단체로서의 단일성이 전면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구성원의 총합체로서의 단체가 물건의 관리?처분에 관한 권능을 가지고, 단체의 구성원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능만을 가지게 되며, 구성원의 단체의 재산에 대한 분할청구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안과 같은 수인 소유의 공유물의 경우 분할하지 않을 것을 약정하지 않은 이상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에게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분할방법에 관해 협의가 되지 아니하는 때에도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에 의해 공유물을 분할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모든 공유자들을 빠짐없이 피고로 해야 하며, 또한 법원에 자신이 원하는 공유물분할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 때 법원의 판결은 토지나 건물을 현물로 분할하도록 하는 내용이 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현물로 분할을 하게 되면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물건의 경매를 명해 대금분할을 할 수도 있다. 한편, 법원은 공유물분할을 청구하는 자가 청구하는 방법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재량에 따라 공유관계나 그 객체인 물건의 제반 상황에 따라 공유자의 지분비율에 따른 합리적인 분할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유물 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특정부분을 자신의 단독소유로 하는 판결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안의 경우에 있어서도 갑과 을간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서 협의분할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갑은 을을 피고로 법원에 공유물 분할청구를 해 그 판결에 따라 해당 임야를 분할할 수 있다. 서동호 변호사
Q. 2주일 전 텐트를 구입해 지난 주말 사용해보니 방수가 되지 않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다. 환급을 받을 수 있는가? A.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의 스포츠ㆍ레저용품 규정에 따르면 구입 후 1개월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성능ㆍ기능상의 하자로 중요한 수리를 요할 때의 보상기준은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환급이다. 이 때 교환이냐 환급이냐에 대해서는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9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적용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동일한 피해에 대한 분쟁해결기준을 두 가지 이상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분쟁해결기준에 따른다라고 돼있다. 따라서 구입 후 1달 이내이고 방수가 되지 않는 심각한 하자이므로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구입가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경기도 소비자정보센터 손철옥팀장(031-251-9898)
안양문화예술재단은 다음달 1일까지 안앙아트센터와 평촌아트홀 등 문화예술시설에 대한 내년도 정기대관 접수를 받는다. 대관 시설은 안양아트센터 내 관악홀(1천127석)과 수리홀(382석), 컨벤션홀(539㎡), 갤러리 미담(350㎡), 평촌아트홀 공연장(638석), 기획전시실(171㎡) 등 모두 6곳이다. 신청은 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 받아 작성해 방문하거나 이메일팩스 등으로 제출하면 된다. 재단은 다음달 8일 대관신청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1일부터 15일까지 단체에 전화나 이메일로 통보할 예정이다. 문의 (031)687-0514/0531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 지역은 물론 전국 단위 광역 문화재단과 연쇄 워크숍을 갖고 국가 차원의 지역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정책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엄기영)은 지난 8~9일 안산 선감도 경기창작센터에서 전국 12개 시ㆍ도 문화재단 대표자들과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회 시?도 문화재단 대표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시ㆍ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에서는 오는 11월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와 문화기부 활성화 MOU를 체결키로 하고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를 위한 사업 개발 및 공동운영 방안을 모색했다. 재단은 이번 회의에 지난 7월 출범한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을 초청, 지난 2개월 간 전국을 돌며 진행됐던 지역 문화현장 토론회의 정책쟁점들을 종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로 지역문화융성에 근간한 국가문화융성 실현을 국가문화정책의 기본원칙으로 하는 8개 항목의 지역문화예술진흥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 재단은 또 15~16일 양일간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창작센터에서 경기지역의 문화융성과 문화발전 토대 만들기를 주제로 경기도문화재단협의회 제2차 대표자회의 및 제1차 정책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동사업안건으로 ▲유휴공간 문화공간화 사업 ▲문화콘텐츠 공동기획 및 개발 사업 등을 추진키로 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천, 성남, 고양, 안양문화재단 실무자로 정책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문화기금 및 모금 마련 방안 정보교류 등 다양한 정책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엄기영 대표이사는 이번 광역 및 기초문화재단과의 정책연대 모임을 통해 향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정책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을 새롭게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숭례문의 12층 기와와 현판글씨가 변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문화재청 숭례문 사무소의 관리일지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숭례문 곳곳에서 총체적인 하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숭례문은 지난 5월 4일 준공기념식을 치른 이후 일반대중에게 공개됐는데, 실제 준공검사는 7월 중순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대통령까지 참석한 기념식부터 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파악조차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숭례문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하자보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섭씨 9001천100℃에서 구워지는 기와가 변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현판글씨도 이날 오전 숭례문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살펴본 결과 변색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와를 가마에서 굽다 보니 불길이 세게 닿는 곳과 불길이 약하게 닿는 곳에 따라 색깔이 다를 수 있다"며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일 뿐 변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팀 사진= 숭례문 현판글씨까지 변색 진행
금전적 기준이 먼저였죠. 누군가 나를 찾고, 내가 찾아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기 전까지. 극단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이하 책읽사)의 대표 정재갑씨의 말이다. 책읽사는 책을 극본화해 성우들이 직접 들려주는 낭독 전문 공연팀이다. 책읽사의 활동 제1기준이 돈에서 나눔과 공유로 변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공자와 수혜자, 함께 부자 되는 문화이용권 지난 14일 오전 11시 장애 아동을 위한 보육시설 큰나무 희망 어린이집(파주시 다율동). 0~10세 지적ㆍ지체 장애아 40여 명과 교사, 학부모 등 서로 익히 얼굴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 극단 책읽사의 대표이자 책의 극화 작업을 담당하는 정재갑씨를 비롯해 전문 성우 3인방이 그들이다. 책읽사는 지난 2008년 시각적 자극을 배제한 소리극을 공연하는 전문 극단으로 창단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화려한 시각 문화에 익숙한 시대에, 즉흥적 반응과 사고가 자연스러운 시대에 반기를 든 극단이다. 창단 의도는 그랬다. 이후 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공연했다. 교육이 주목적이었다. 눈에 자극을 주는 일체의 이미지 없이 성우의 목소리와 각종 음향효과로만 이야기를 들려준다. 라디오 드라마를 연상하면 쉽다. 청취자들은 목소리를 따라 각기 다른 상상의 세계로 떠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장애인으로 청취자(관객) 폭을 넓혔다.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적 소외계층에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진행하는 문화이용권(구 문화바우처)을 통해서다. 사업명은 장애인을 찾아가는 소리극 낭독콘서트. 책읽사는 지난 2012년 문화이용권의 공모사업 가가호호에 선정돼 총 11회에 걸쳐 경기도내 시각장애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가호호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문화생활이 어려운 도민을 선정된 10개 예술단체가 직접 찾아가는 사업이다. 책읽사는 노인에게는 효와 관련된 소설을, 청소년에게는 희망을 일깨우는 소설을, 어린이들에게는 동화를 최소 30분에서 1시간가량 낭독했다. 나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것과 소리극이 문화적 욕구는 높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감성적 영역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이 두 가지를 깊이 깨달았어요. 이때부터 극단 운영 방침에 변화가 생겼죠. 항상 금전적 기준이 먼저였는데, 우리를 반겨주고 놀라운 감성적 변화를 보여주는 장애인 청취자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찾은거죠. ▲장애에 대한 편견 무너뜨리는 문화예술의 힘 책읽사는 지난해에 이어 경기문화재단 문화이용권 가가호호의 2013년 예술 단체로 선정됐다. 올해에는 공연 횟수를 15회로 늘렸다. 책읽사를 만난 파주시의 큰나무 희망 어린이집 역시 그 중 하나다. 이날 이들은 지적ㆍ지체 장애아동에게 동화 팥죽 할멈과 호랑이와 강아지똥을 들려줬다. 집중력이 낮은 어린이인 만큼 공연 시간은 30분. 이해력을 높이려고 이례적으로 동화책 이미지를 함께 보여줬다. 선생님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산만했지만, 성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에 금세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첫 소리극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할머니가 팥죽을 얻어먹은 알밤, 자라, 물찌똥, 송곳 등의 도움으로 호랑이를 물리치는 옛 이야기다. 아이들은 실감 나는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에 즉각 반응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지적 장애아동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이제 없다. 아이들은 나름의 세계에서 스스로 해석하고 즐기며, 그 장면은 매번 정말 놀랍다. 실제로 아이들은 호랑이가 등장해 어~흥!하며 울부짖는 장면에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고 소리를 질렀다. 거꾸로 호랑이가 할머니에게 당하는 장면에선 손뼉 치고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이어 쓸모없는 강아지똥이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소중한 거름이 되는 강아지똥 소리극이 이어졌다.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잔잔한 동화에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이날 책읽사는 두 편의 소리극을 들으며 아이들이 보여준 집중력과 호응에 계획에 없던 앙코르 공연 오리와 부엉이를 들려줬다. 박금례 큰나무 희망 어린이집 교사는 책으로만 보던 동화를 전문가들의 실감 나는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아하고 집중하는 것 같다며 사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를 선정해 공연한다면 이해도와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정 대표는 소규모 장애인 시설에 가가호호 사업을 홍보하며 낭독극 신청을 독려하면 오히려 과거 무료 공연이라면서 피해를 당하였던 상처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문화이용권 사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주말에 비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더 높아졌다. 그림자는 더 투명해지고 먼 산의 산등성이에서는 노린내가 난다. 가을로 가는 색채의 신열이 등성이를 노린내로 채우고 있다. 10월이 깊어지면서 저 색채의 붉은 노린내는 활활 타 오르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그 향기에 취해서 산을 헤맬 것이다. 강릉에는 예부터 관(官)의 노비들이 놀던 가면극이 있었다. 그 말을 줄여서 강릉관노가면극이라 불렀다. 이 극의 유래는 세월의 더께를 잴 수 없을 만큼 두껍다. 고대 강릉은 기원전부터 성읍국가인 예맥족의 예국(濊國)이 있던 지역이다. 예국에 무천(舞天)이라 하는 추수감사제가 있었는바, 옛 기록에 常用十月祭天晝夜飮酒歌舞名之舞天 즉, 10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서 밤낮으로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췄는데 이를 무천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 강릉관노가면극은 지금까지 무탈하게 이어진다. 구본창은 어느 해 그 가면극을 사진으로 박아야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다만 탈이 아니라 그 탈을 쓴 모양새 그대로 탈놀음 광대의 모습까지 담아야겠다고 말이다. 2006년 7월에 한길아트에서 책으로 묶었으니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겠으나, 그는 탈의 형상과 탈 쓴 광대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영험의 순간을 보았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의 탈 사진 작품들은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기이하다. 나에게 탈은 박제된 나비나 물고기들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죽어있고 생명이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누군가 그 탈을 얼굴에 뒤집어쓰는 순간 생명이 부여되는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탈을 들여다보면서 그 공허하게 뚫린 눈빛에서 특별한 기운 같은 것을 받았습니다. 꼼꼼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끄적거린 듯해서 수더분하고 어설프게 만들어진 손맛 같은 거지요. 사진은 단 하나의 색으로 이뤄졌다. 하얀 달밤의 묵묵한 침묵과 속살 서늘한 그림자처럼 색은 흐릿한 어둠에 휩싸여 있다. 그 어둠이라는 것이 실상은 거대한 광목천이 아닐까 하는데, 극판이 벌어지면 빛 가리개나 배경막, 숨김막, 가름막 등으로 쓰이는 막이었을 게 분명한다. 그런 그림자 막을 배경으로 가면 쓴 광대가 서 있다. 시시딱딱이다. 시시는 입소리 쉬쉬~에서 딴 말로 잡귀를 쫓는 소리다. 딱딱이는 탈춤을 추는 사람이다. 그러니 시시딱딱이란 잡귀를 쫓는 탈광대다. 얼굴은 다섯 색으로 칠했고 칼자국이 선명하다. 더군다나 칼을 들고 가세치기 춤을 추니 그 모습이 가히 섬뜩하기 그지없다. 가면극에서 시시딱딱이는 양반광대와 대립하고 소매각시를 놓고 갈등을 보여주지만, 한 여름철 홍역을 예방하는 여역신이기도 했다. 10월이다. 하늘을 높게 우러르며 간간이 삶의 축제에 참여할 일이며 또한 질병을 이겨 건강을 지킬 일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기획팀
인조가 경기도 관찰사 여이징에게 내린 교서(敎書)가 처음 발견됐다. 김문웅 교지 연구가는 병자호란 직후인 1637년(인조 15년) 인조가 경기도 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개성부 강화부유수로 부임하는 여이징에게 내린 교서를 14일 공개했다. 교서는 국왕이 고위 관리에게 주는 명령ㆍ훈시ㆍ선포문 성격의 문서를 의미한다. 이날 공개한 교서는 가로 159㎝, 세로 109㎝ 크기로 국가가 융사를 당해 전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는 등 현실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인조는 또 여이징에게 교서를 통해 그들을 어루만지고 편안하게 하는 일에 마땅히 염려와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며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를 불에 타는 것을 구원하고 물에 빠진 것을 구제하는 것처럼 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김문웅씨는 이 교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관찰사에게 내린 교서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밝혔다. /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글씨체에는 그 사람만의 정신자세와 내면이 드러난다. 이것은 비단 서예가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른바 악필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차분히 앉아서 노트에 글씨를 쓰는 대신 컴퓨터 앞에서 방가방가, 짱 등의 채팅용어를 사용하며 자판 두드리는 것에 훨씬 익숙한 학생들. 또 핸드폰 문자메시지, 카톡,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등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성인들의 언어파괴도 줄어들기는커녕 외려 심화되고 있다. 언어와 문자생활에 있어서도 속도와 편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시대에 내가 바로 한석봉이라며 일필휘지의 붓질을 자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 중기 가평군수를 지낸 한호(韓濩) 선생(본명 석봉, 石蜂 1543~1605)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열린 제14회 석봉 한호선생 전국휘호대회가 10월 13일 일요일 전국 각지에서 300여명의 서예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가평군체육관에서 열렸다. 석봉 한호는 추사 김정일과 조선시대 2대 명필가 중의 한 명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석봉 선생과 그의 어머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특히 보물 제1659호로 지정된 한석봉 천자문(千字文)은 선조 16년(1583)에 처음 간행된 이후 왕실과 관아 사찰 개인에 의해 여러 차례 간행되면서 조선시대 천자문 판본 가운데 가장 널리 전파돼 초학자가 한자와 글씨를 학습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제2 한석봉을 꿈꾸며 진한 묵향(墨香)으로 붓글씨를 써내려가는 현장은 그야말로 진풍경을 이뤘다. ■10월 13일 제14회 석봉 한호선생 전국휘호대회250여명 서예인들 참가 서예인들의 꿈의 향연으로 자리 잡은 제14회 석봉 한호선생 전국휘호대회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이 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2006년생 최연소 참여자 고승민 어린이부터 1926년 최고령 어르신까지 이 향연이 전국 서예인들에게 꿈의 향연임을 증명해보였다. 참가자들은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 대전, 인천, 강원, 전북, 경남, 경북, 충북 등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한 걸음에 달려와 대회에 참가했다. 같은날, 추사 김정희 선생의 사상과 예술정신을 기리는 24회 추사 김정희 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가 충남 예산군에서 열려 예년보다 참가자가 줄었지만 어느 정도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대회는 오전 10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휘호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초등부, 중ㆍ고등부, 일반부(만18세 이상)로 나뉘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문과 한글, 문인화 등 3개 부문에서 제시된 명제를 가지고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뤘다. 김기욱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심사위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발표한 결과, 김범근(33ㆍ수원 영통)씨가 영예의 일반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차지했으며, 부상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또한 중고등부와 초등부에서는 김소진(춘천여중 3년)양과 임준형(풍천초교 5년)군이 대상으로 선정돼 상장과 함께 상금 150만원, 100만원을 각각받았다. 올해 대상을 받는 김범근씨는 대구예술대학교 서예학과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면서 5번 정도 휘호대회에 참가했는데 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석봉 한호선생 전국휘호대회는 다른 대회와 다르게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등을 선보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나는 떡을 썰 터이니 너는 글을 쓰거라축하공연ㆍ이벤트마당 인기 올해 대회는 단순한 휘호대회를 뛰어넘어 축하공연과 이벤트마당이 마련돼 있어 대회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했다. 대회 참가자와 가족, 가평군민을 위해 ▲가래떡썰기 명인선발 ▲찾아가는 국악 및 민요공연 ▲석봉한호선생 OㆍX퀴즈 ▲보물찾기 등이 당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특히 가래떡썰기 명인대회 등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대회는 참가 어머니에게는 옛날 가래떡 썰기 추억을 되살리고 자녀들에게는 전통 문화의 소중함과 가족간의 화합, 사랑을 느끼게 하는 자리가 됐다. 5인1조로 경합을 벌일 대회는 시간내에 가장 예쁘고 많은 양의 떡을 썬 부모들에게 가평밤을 부상으로 선물했다. 이와 함께 작품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고자 마련한 축하공연에서는 국악 혼성그룹 두들쟁이 타래가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두들쟁이 타래의 공연은 사람들로 하여금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관객과 대화로 풀어가는 공연으로 한국무용, 판소리, 국악실내악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추억의 올드팝송부터 민요메들리, 국악창작곡 등 전통관현악 특유의 감미로운 선율을 선사했다. 이와 함께 일반부 참가자들은 참가비 2만원을 가평사랑상품권으로 전액 교환해 잣, 포도, 사과 등 신선한 가평 농특산물을 현지에서 구매하기도 했다. 전국 서예 애호가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행사였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평가. 조정현 가평문화원장은 서예는 어릴 때 집중력 향상을 위해 배우는 교육방법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예술장르로 바라봐야 한다며 앞으로도 진일보하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호 선생은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떡장수를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크면서 종이가 없어 항아리 가랑잎 바윗돌 등에 손으로 물을 찍어 글 쓰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2013년 한호 선생같은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나, 하얀 화선지에 스며드는 묵향의 깊이감에 취해 전국 서예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센터장 박희주)는 2014년 창작레지던시 입주작가를 공모한다. 국내 작가 대상 프로그램 2년 프로그램 3명과 1년 프로그램 19명 등 총 22명(팀)을 10월31까지, 해외 작가 대상 3개월 프로그램 12명(팀)을 11월 1~ 31일 각각 모집한다. 국가, 연령, 성별 등에 제한 없이 국내외 예술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모집 분야는 ▲시각예술 ▲공연예술 ▲문학 등이다. 최종 선정된 입주작가에게는 개별 스튜디오와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국제교류의 기회 등을 제공하며, 해외 입주작가에게는 왕복항공권 또는 소정의 체재비를 추가 지원한다. 선정 결과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내년 1월말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009년 10월 안산시 선감동에 문을 연 경기창작센터의 창작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지난해77개국의 889명이 지원해 평균 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의 (032)890-4820/4821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