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광복이후 50년대까지 외국여행은 상상조차 못했다. 정부관료들의 제한된 공무외 외국여행은 있을 수 없었다. 60년대 들어 다소 완화된 것은 경제교류에 기인해서였다. 기업인들의 해외여행이 이무렵에 허락됐다. 70년대 들어서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외환사정의 압박으로 금지된 해외여행이 조금씩 풀리면서 일반인의 외국왕래가 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무렵까지는 외국에 다녀온다는 것이 쉽진 않았다. 우선 신원조회가 무척 까다로웠다. 비교적 자유로워진 것은 80년대 들어서였다. 90년대 들어서는 외국여행쯤은 보편화됐다. 요즘 외국 다녀온 것을 자랑삼아 말하다가는 ‘팔불출’소릴 듣기에 딱 알맞다. 그런데도 유별나게 외국여행을 못가서 안달인 사람들이 있다. 지방의원들이다. 그들이 ‘팔불출’에 드는 외국여행 타령을 아직도 늘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짜인 탓이다. 지역주민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다녀오기 때문이다. 행자부가 내년도 예산지침으로 지방의회의원들이 해마다 다녀오던 해외여행을 임기동안 한번으로 규정한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고양시의원들이 이에 발끈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에 행자부가 관여하는 것도 부당하고 지방의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화에 역행된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그럴싸 하지만 씨알이 먹혀들지 않는 소리다. 일찍이 지방의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공감이 가는 출장보고서 한장 내는것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적당히 꾸며내거나 그나마도 내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해외출장명목에 걸맞는 방문은 겨우 한두가지일뿐 그저 구경하며 사진찍는 것이 고작인게 지방의원들의 해외여행이다. 그러니 행자부가 예산편성지침으로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白山

출세주의자

한(漢)나라 때 어떤 사람이 살았다. 그의 평생 꿈은 출세하여 높은 관직에 올라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출세를 목표로 평생을 열심히 노력했다. 그가 젊었을 때 황제는 문학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문학을 열심히 공부해 마침내 실력을 자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황제의 마음이 바뀌어 경험많은 사람을 좋아해 경험없는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중년이 되도록 경험을 부지런히 쌓았다. 그러자 새로운 황제가 즉위했는데 새 황제는 무예를 좋아했다. 그는 무예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무예가 아직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 때 뜻밖에 황제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린 황제가 권좌에 올랐다. 어린 황제는 젊은 사람을 중용했다. 그때 그는 이미 늙어버렸다. 그는 황제의 뜻을 맞추기 위해 수시로 그의 뜻을 바꿔가며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성과도 이룰 수 없었다. 머리가 하얗게 새었어도 그는 말단 관리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길을 걸으며 그러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서글퍼져 소리내어 울었다. 그때 길을 지나가던 행인 한 사람이 그를 보고는 뜻밖의 변고를 당했구나 생각하고 우는 연유를 물었다. “나는 반드시 높은 관리가 되어 조상을 빛내겠다고 뜻을 세웠었다네. 그런데 내 나이 이미 60세가 되었는데도 말단 관리에 불과하니 내 인생은 실패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뜻을 수시로 바꾼 그의 과거지사를 모두 듣고난 행인은 그의 처지는 동정하였지만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 출세를 하기 위해 자기를 잊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지금도 많다. 정치판에 더욱 많다./淸河

건의가 통하지 않는다

고대 중국 촉나라의 유비가 집권하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해 가뭄이 너무 심해 흉년이 들자 유비는 식량으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하는 엄금령을 내리고 집에서 술을 빚는 도구가 발견되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 주조 금령이 내려지자 긴장과 소란이 일었다. 대신들도 이 금령중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자고 간언하고자 했으나 좋은 방법이 없어 곤란해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익살맞은 풍자를 잘하는 간옹이란 사람이 있었다. 유비와는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한번은 유비와 여행을 하다가 길을 지나가는 남자와 여자를 보았는데 이때 간옹이 유비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이 지금 간음을 하려 하는데, 왜 저들을 잡아와 법대로 처벌하지 않습니까?” 유비가 놀라며 물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간옹이 웃으며 말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들은 모두 간음할 때 쓰는 도구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유비는 간옹의 말을 듣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내린 주조 금령 중 억지를 띤 부분을 확연히 깨달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유비는 술 빚는 도구로 죄를 다스리는 방법을 즉각 고쳤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유비가 내린 ‘술을 빚는 도구가 발견되면’과 같은 단서가 붙은 단속규정이 많다. 그러나 간옹과 같이 개선을 건의하는 사람이 없다. 설령 간옹과 같이 건의한다고 해도 묵살당한다. 묵살은 나은 편이다. 괘씸죄에 걸려 설 자리마저 쫓겨난다. 시키면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이다. 우매한 권력자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지만 교활하도록 지능적인 권력자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교활하고 지능적인 권력자가 너무나 많은 요즘 세상이다./淸河

N세대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젊은이가 나이 지긋한 분에게 좌석을 양보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젊은이가 좀 있다 나이든 분에게 다가서면서 “저보고 뭐라 하셨습니까?”했다. 나이든 분이 아무말을 안했다고 하자 젊은이는 “난 또 저보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 줄 알고…”하며 혼자말처럼 말했다. 젊은이는 나이든 분이 아무말을 안한 줄 알았으나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는 것이 섭섭해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 좌석을 양보하면 당연하다는 듯 인사 한마디 없이 앉는 나이든 분들도 보기가 안좋지만 노인에게 자리를 내줄줄 모르는 젊은 얌체족도 보기가 좋지 않다. 어제 낮 한일타운 건너편에서 탄 시내버스의 좌석이 여학생들로 꽉 찼다. 자리라고는 여학생들이 다 차지해 서 있는 것은 어른들 뿐이었다. 그중엔 나이 지긋한 분들도 있어 차가 이리저리 움직일때마다 손잡이에 매달려 시달리곤 했다. 여학생들은 마냥 웃고 떠드는 바람에 노인의 고역쯤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지 남문까지 가도록 좌석을 내주는 학생은 단 1명도 없었다. 어른들은 그같은 여학생들의 모습에 거슬린 표정을 짓긴 했으나 나무래려 들지는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같지 않다’는 말은 어느 세대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성마저 달라질 수는 없다. 노인에게 자리양보 안한 것을 두고 인성을 말하는 것은 심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된 것만은 사실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위주의 가치관이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N세대들도 나이들어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것도 성숙할 것으로 믿고 싶다. /白山

箕子의 처신

기자(箕子)는 단군조선의 뒤를 이은 기자조선의 시조다. 사기(史記) 한서(漢書)에 의하면 조선에 들어와 전잠, 방직 등을 일깨운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기자의 동래설을 부인, 기자조선 자체를 전설로 보는 견해가 있다. 기자의 묘도 두군데나 있다. 진(晋)의 두예에는 양나라 몽현에 기자의 묘가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평양의 을밀대 아래에도 기자의 묘가 있다. 고려 숙종때 그러니까 800여년전 기자릉을 이장했고 조선시대들어 성종이 중수했다. 기자가 은(殷)나라 주왕 밑에 있을 때 일이다. 120일에 걸친 주지육림의 술잔치가 계속되던중 하루는 주왕이 문득 날짜를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으나 제날짜를 대는 신하가 아무도 없었다. 다같이 취해 세월가는 줄 모르고 지냈기 때문이다. 이윽고 기자가 대답할 차례가 되자 그 역시 “모르겠다”고 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다 모르는 판에 자기만 알고 있으면 경계의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 해서였다. 주왕과는 가까운 친척이었으나 이처럼 몸을 도사렸던 것이다. 마침내 주왕이 망하고나서 그가 망명했다는 것이 동래설이다. 그같은 사람들 틈에 끼어 살자면 함께 그같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처신이었던 것 같다. 권력의 잔치도 잔치다. 권력의 향연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식을 달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기자의 생각처럼 위험할 수가 있다. 권력의 향연 역시 취하기엔 매한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신선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白山

신당 黨名

광복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정당이 명멸했을까. 한 조사에 의하면 자그마치 490여개나 된다. 이 가운데 역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한 정당은 200여개다. 지지난 14대 총선때만도 12개 정당이 난립했었다. 1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라도 낸 정당은 80여개에 불과하다. 민주공화당이 1963년 5월 10일부터 18년 5개월을 누려 최장수인 반면에 통일민주당은 1981년 3월 6일 등록 22일만에 소멸돼 최단명으로 꼽힌다. 이토록 많은 정당 가운데 정치사에 남을만한 정당은 겨우 열손가락을 넘을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정당사에 나타난 정당은 정강정책에 의해 뜻을 같이하는 동지적 모임으로 보는 교과서적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이 보스 인맥에 의한 편의적 정치집단의 붕당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 당을 만들었다가 저 당을 만드는등 당을 마치 무슨 헛간 짓듯이 부수고 만들기를 일삼는 정치지도자도 있다. 정치선진국은 당이 인물을 배출해낸데 비해 우리같은 정치후진국의 4류정치는 오너의 전유물시 되는 것이 당이다. 전통있는 양대 정당제가 확립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회의는 신당 명칭을 놓고 어지간히들 고민하는 것같다. 심지어 작명가에게까지 가서 물어봤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으로는 ‘참여민주당’ ‘21세기 신당’ ‘21세기 민주당’ ‘새천년 민주당’ ‘민주신당’등이 검토대상에 오르는듯 싶다. 그러나 확 띌만한 이름이 되지 못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신당의 이념과 비전을 담은 당명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념과 비전을 내세우는 신당 창당 명분이 어느땐 없었던가. 당명에 따라 당이 뜨고 말고 하는 것도 아니다./白山

부메랑

프랑스 루이16세의 악명높은 사형기구로 길로틴이 있다. 이를 만든 사람이 국민의회 의원이었던 길요땡으로 그 자신이 길로틴에 의해 처형됐다는 설이 있다. 루이16세는 그 역시 1793년 길로틴의 이슬로 사라짐으로써 부르봉왕조의 종말을 고했다. 부메랑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원주민들이 사용한 무기다. ‘ㄱ’자형으로 구부러진 70∼80㎝의 나무막대기이나 탄력이 강하다. 목표물을 향해 던지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되돌아와 던진 사람이 오히려 위험에 처한다. 이바람에 ‘부메랑효과’란 말이 생겼다. 선진국이 발전도상국에 경제원조나 투자를 한 것이 현지에서의 생산이 수요를 웃돌아 다시 선진국으로 역수출됨으로써 자국의 해당산업과 경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권력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는 듯 싶다. 권불십년이란 옛말이 있긴 하지만 지금 세상은 10년도 못간다. 요즘의 검찰 돌아가는 형상이 참 이상하다. 최병모 특검수사가 옷로비의혹의 검찰수사를 뒤엎자 정일순씨가 최 특검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을 제빠르게 다루는게 범상치 않는 대응같다. 서경원 전의원사건은 DJ의 1만달러수수, 불고지혐의가 관련됐던 10년전 일이다. DJ관련 혐의가 벗겨지면서 당시 김기춘 검찰총장등 검찰수뇌부 소환설이 나돌고 있다. 검찰권행사가 당시의 검찰수뇌부에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부당하게 휘둘러대면 권력으로 망하는 것이 길로틴이 보여준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의 권력층도 매한가지다. 권좌에서 물러난뒤에 권력의 부메랑을 되받지 않을 것인지 조신해야 하는 것이 현자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白山

어두운 세상

어미가 낳은지 얼마 안되는 아주 어린 사슴 한 마리가 산 속에서 길을 잃었다. 길을 잃은 사슴은 목놓아 울어댔다. 그때 사슴 앞으로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자는 “ 내가 잡아 먹어야지”하고 사슴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곰 한 마리가 뛰어나와 사자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사슴은 내가 발견했으니 내 것이다!” 사자가 곰에게 타일렀다. “천만에! 내가 먼저 먹어야겠다”하고 곰은 사자가 잡아 먹으려던 사슴을 향해 달려 들었다. 사자와 곰은 서로 물어 뜯고 할퀴고 넘어 뜨리고 뒹굴며 싸움을 벌였다. 사자와 곰은 피투성이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어린 사슴은 두려운 듯 벌벌 떨고 있었다. 이때 그들의 앞으로 여우 한마리가 다가와 기진맥진하여 헐떡거리고 있는 사자와 곰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이렇게 예쁘고 맛있게 생긴 사슴을 두고서도 먹지 못하고 있으니, 이젠 제가 데려다가 먹어야겠습니다.” 이솝우화 가운데 하나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배가 부른데도 사슴을 잡아 먹으려는 사자같은 부류들이 많다. 또 느닷없이 나타나서 사슴을 가로채려는 곰같은 족속들도 많이 있다. 사자와 곰의 싸움을 숨어서 지켜 보다가 사슴을 유인하는 여우같은 동물들이 도처에서 기생하고 있다. 어린 사슴같은 사람들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그런데 사슴같은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없다. 금력 또한 없다. 있는 것은 양심 뿐이다. 성실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사자인가 곰인가 여우인가. 사슴이 길을 잃은 산속같은 이 세상이 언제쯤 밝아질 것인가. /淸河

新 일석이조

영업용 택시를 타고 행사장에 가는 길이었다. 앞에서 자가용을 몰고 가던 사람이 차창 밖으로 담배를 훽 던져 버렸다. 반도 피우지 않은 담배가 차도에 떨어졌다. “저런, 죽일×” 택시운전사가 신음처럼 되뇌였다. 다른 길로 접어 들었을 때였다. 인도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청년이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청년이 서 있던 자리 옆에 휴지통이 설치돼 있었다. 휴지통 밑에는 다른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들이 휴지와 함께 흐트러져 있었다.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은 벌금을 한 10만원쯤 물렸으면 좋겠습니다.” 지지대子가 한마디 했다. “저런×들은 벌금 내라면 되레 죽이려고 대들 겁니다. 벌금이 아니라 담배 피우던 손가락을 잘라버려야 합니다. 휴지통이 앞에 있는데 왜 거리에 버립니까.” 아까 ‘죽일 ×’이라고 욕을 한 택시운전사는 ‘손가락을 잘라버려야 한다고까지 과격하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법이 너무 물러 터졌다’는 탄식도 했다. 환경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쓰레기 무단투기자를 신고하면 과태료 부과금액의 80% 이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17일 밝혔다.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사람을 신고할 경우는 4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최고 8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환경부의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대책은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과태료 부과금액이 너무 적은 것이다. 담배꽁초 투기의 경우 적어도 1백만원쯤으로 정했다면 어떠했을까. 실직자가 많은 오늘날이다. 실직자들이 쓰레기 무단투기자 전문신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쓰레기 줄어 들어 환경 좋아지고 실직자들에게 수입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淸河

빈민

전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긴 많았다. 그러나 의미가 지금과는 달랐다. 전의 기준을 분명하게 언제라고 잡기는 좀 어려우나 대체로 IMF이전으로 보면 될것같다. 그리하여 전에는 맞벌이 부부의 한쪽 수입은 저축을 많이 했다. 남편 수입으로 생활을 하면 아내의 수입으로는 적금을 붓곤 했다.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웬만한 수입의 부부 맞벌이로는 다 합쳐도 생계를 꾸려가기가 바빠 여간해서는 저축하기가 어렵다. 노동임금이 회복안된 탓도 있지만 그만큼 물가가 올라 지출요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급노동 인력의 맞벌이 부부는 형편이 다를지 몰라도 단순노동의 서민층 맞벌이 부부 형편은 대개가 이러하다. 맞벌이 부부 뿐만이 아니고 자녀까지 돈을 번다고 벌어도 생계를 어렵사리 꾸려가는 가구가 적지 않다. 가령 공공요금 따위가 몇배 올라도 생계비지출의 비율이 코끼리 비스켓 까먹기처럼 아무 영향이 없는 권력자나 고소득자는 몰라도 단돈 천원 한장이 아쉬운 영세·서민들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서민생계의 심각성을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층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하는데에 있다. 물론 말로는 안다하겠지만 실제로 체험하지 않는 민생고를 어찌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연대’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우리의 최저 생계선 이하 빈민이 1천만명이 넘는다는 수치를 놓고 정부가 여러가지로 반론에 나섰다. 정부측 반박은 ‘과대추산’이라는 것이 그 요지다. 들쭉날쭉하는 수치놀음이 본질적 핵심이 될 수는 없다. 복지국가에서 빈민의 기준은 무엇일까. 영세·서민층의 뼈저린 고통을 권력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白山

倫理觀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 희생에 포함된 학교가 과시될 수는 없다. 오히려 학생지도가 잘못된 점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이유가 있다. 화재로 희생된 15개 고등학교의 학생 대표들이 무슨 성명서 발표를 서두르는 것을 학교측이 만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교내에서 자유로운 의견 토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대해서 사회에 성명서를 내는 행위는 합당치 않다.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지탄하려던 것으로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기 때문에 경찰에 이어 검찰의 다각적인 재수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호프집 출입을 탓하기 전에 갈만한 공간마련을 못해준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부족은 상대적 인식의 차이다. 갈곳이 마땅한 데가 없어 하필이면 술집에 갔다는 투의 말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미성년이라 해도 고등학생쯤 되면 그만한 판별능력의 지성은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그보다는 일시의 호기심에서 호프집에 들른 것이 어른들 잘못으로 집단 참사의 결과를 낸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술집에간 사실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같은 주점출입이 없을 것을 다짐하면서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아는 용기다. 그러나 이도 성명서 형식으로는 걸맞지 않다. 기성세대의 그같은 사고에 대한 사회방어가 미흡했던게 큰 잘못인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로인해 고등학생들의 술집출입이 큰 목소리로 변하는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사회가 이에대해 해야할 말을 못하는 것은 어른다운 자세가 아니다. 꾸짖을 일은 마땅히 꾸짖을 줄 알아야 한다. 지극히 불행한 사고이지만 그렇다고 윤리적 가치관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白山

무위선심?

‘인의구휼(仁義救恤)은 치자의 덕목이나 무위선심(無爲善心)은 치자의 허물’이라고 했다. 공(功)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경계하는 고사로 한비자(韓非子) 난이편(難二篇)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얘기가 전한다. 환공이 술에 취하여 관을 잃은 적이 있다. 이를 심히 부끄럽게 여겨 나라의 창고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옥을 열어 죄인들을 방면하였다. 사흘이지나자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님이여,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노래가 떠돌았다. 후세에 한비자는 ‘공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요행을 바라게 했으니 어찌 치욕이 아닐 수 있겠는가’라고 갈파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에 “6조8천억원의 농가부채를 내년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예컨대 원금은 장기 분할상환하고 이자는 감면하는 것은 몰라도 부채자체를 탕감하는 것은 국민세부담을 안겨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농가부채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무위선심’이 돼서는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빚을 갚은 농업인도 있고 반대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개인적 사유도 여러가지인점이 고려돼야 한다. ‘무위선심’은 선심을 받는 사람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그로인해 더 많은 민심을 잃는 수가 있다. 농업문제는 생산 및 유통구조의 혁신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백삼

北의 인권

일본의 친북지식인층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제기된 것은 무척 주목된다. 나카다이라(中平健吉)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난민구원기금’의 시민단체 각계 지식인 50여명은 ‘북한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을 들고 나섰다. ‘북한민중이 직면한 기아와 인권유린의 참상은 더 좌시할 수 없는 단계’라며 ‘전체주의 의 폐해에 의한 이같은 참상의 개선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존중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방치하는 것은 양심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여기엔 전 각료, 기업인, 종교인, 교수등 많은 저명인사가 서명했다. 지난 10일 있었던 일로 국내 일부 언론에도 보도됐다. 북한의 ‘조선로동당규약’ 전문 가운데는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된다’는 대목이 있다. ‘북한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이 밝힌 전체주의 폐해란 헌법보다 상위개념에 올라있는 로동당규약의 ‘김일성사상’을 말한다. 일본지식인들의 이같은 선언을 보면서 국내 지식인들의 무력증후군을 통감한다. 북한 정권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햇볕정책은 북한 인권문제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한심한 것은 어쩌다가 뜻있는 이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낡은 메커니즘수법’이라며 역으로 매도하고 나서는 이른바 진보 지식인층의 오류다. 광복직후의 무법천지를 이룬 이데올로기 격동, 민족적 참화의 6·25한국전이 끝난지 아무리 반세기가 다 되어간다 해도 사실까지 왜곡하려드는 전후 일부 지식인들의 편견은 심히 위험하다.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관대한 자칭 진보 지식인들일수록이 국가보안법을 두고 말하는 인권문제에는 논리의 비약을 일삼는다. /백산

사람의 정신

하드디스크는 한마디로 컴퓨터의 본체에 장착된 보조기억장치다. 컴퓨터의 기억장치는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로 나뉘는데 주기억장치는 ‘휘발성’으로 PC를 끄는 순간 모든 기록이 날아가 버린다. 이에비해 보조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는 PC상에서 작성된 모든 문서나 파일이 그대로 기록, 보존된다. PC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자신이 작성한 데이터를 삭제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복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PC사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상에서는 ‘휴지통’을 통해 자신의 작업 흔적을 없앨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다양한 특수프로그램을 이용, 지워진 문서를 살려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전기충격 등으로 인해 하드디스크가 파손되면서 모든 기록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해도 전문가들의 손에 넘어가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복원된다. 딱딱한 매체의 기록장치라는 의미의 하드디스크는 크기가 보통 가로 10㎝, 세로 15㎝정도이며 제품마다 일정용량이 있어 용량을 초과해 작업이 지속된 경우, 초기에 작성한 문서나 파일은 지워질 수도 있다. 요즘 소위 ‘언론대책문건’파동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가 귀국직전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수사가 암초에 부딪쳤다. 검찰은 기록을 복구할 대상자체가 없어져 디스크를 교체한 경위에 의혹을 갖고 기존 하드디스크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 문기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신변보호’등을 목적으로 누군가에 맡겨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도 추궁중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언론대책문건’의 흑백은 밝혀지겠지만 하드디스크 보다 정확한 것은 사람의 정신이다. 정작 누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지 궁금하다./청하

국회, 제발 정신차려야

국가채무는 국가수입이 국가지출보다 적은 경우에 발생한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또는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의무를 진다. 금년말에는 지방정부 채무 약 18조원을 포함, 전체적으로 약 112조원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의 IMF차입금 7.2조원, 정부의 채무보증금 83.0조원을 합치면 무려 200조원이 넘는다. 경기악화로 조세수입이 급속히 감소되는 속에서 국채를 발행하고 공공차관을 도입해서라도 경제를 살리다 보니 국가채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한 홍보라는 걸 들어보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힘 입어 지금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음에 따라 세입이 늘어 국채발행 규모와 재정적자가 줄어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특히 서민들은 믿지를 않는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커녕 더욱 아프다고 신음한다. 2004년 이전에 균형재정을 이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씀씀이를 줄여나가는 고통을 감수하라고 한다. ‘마음을 놓아서는 안됩니다’라는 어린애 달래듯이 하는 말에는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겠습니다’라는 자성(自省)도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럼, 전에는 정부가 배를 불리기 위해 허리띠를 늘렸었느냐는 반문을 받는다. 어려움이 뒤따르더라도 국가채무를 줄여나가는 일에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또 “당신들이나 잘해!”라고 대답한다. 모름지기 정부는 잃어버린 도덕성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잘한 일 없다. 국회도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청하

‘10대취객’ 群像

모든 사물에는 때가 있다. 고등학생들의 음주를 금기로 삼는 것은 술마시는 것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중의 심신에 변화를 일으키기 쉬운 음주는 몸과 마음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고등학생 또래의 나이엔 여러가지로 유해한 탓이다.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가 난지 며칠됐다고 불난집 인근의 호프집 상가에서 술취한 10대들이 또다시 비틀거린다고 한다. 해도 너무들 한다. 그토록 경을 치고도 마셔대고자 하는 10대들도 그렇고,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술을 팔아먹는 업주들도 그러하다. 공권력을 비웃는 사회 병리현상의 단면이기도 하다. 호프집화재참사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터에 똑같은 고등학생 주점출입이 두렵지 않은듯 여전하니 말이다. 또 있다. 화재로 희생된 학생들의 음주에 도덕적 평가가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던 것은 큰 허점이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과 젊은 나이가 아까운데 있는 것이지, 주점출입이 있을수 있는 일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서는 안될 곳을 간데대한 안타까운 질책은 전혀 없었음으로써 10대들에게 가치관의 혼돈을 일으킬 수도 있게 만들었다. 당국은 문제의 호프집 주인들을 적발, 행정조치를 취하긴 했다. 하지만 이웃 호프집에서 불이나 떼죽음 당하는 것을 보고도 정신 못차린 미성년자 상대의 술집 업주들이 행정처분으로 정신을 차릴 것인지는 의문이다. 10대들 술집 출입은 알게 모르게 많은 심각한 청소년문제가 돼 있다. 사회공동의 책임이다. 사회가 이를 외면하지 않는 관심속에 적극 대처해야 할 일이다./白山

사회주의 진로

‘여보게! 이토록 빨리 지하생활에서 권력으로 이행하다니! 이렇게 목메어 말한 레닌은 현기증이 난다며 자기 머리를 손으로 쓸어만졌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미소지었다.’ 트르츠키가 그의 자서전 ‘나의 생애’에서 볼셰비키 혁명의 성공에 감격한 레닌을 묘사한 대목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당시 레닌의 동지였던 트르츠키는 군사평의회 의장으로서 적위대를 지휘했다. 러시아 공산국가는 1922년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소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금세기 후반을 냉전의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던 소련은 1991년 마침내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해 와해됐다. 레닌의 동상은 군중들에 의해 파괴돼 모스크바거리에 나뒹굴었다. 사회주의 원전(原典)은 사회주의 국가에서까지 부정돼 중국에 이어 쿠바조차 개혁개방에 나섰다. 북한은 김일성주의로 변질됐다. 8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파리근교에서 제21차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총회가 열리고 있다. 130여개국의 사회주의 계열 정당 및 기구대표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조스핑 프랑스총리, 슈뢰더 독일총리, 블레어 영국총리등 이른바 유럽 좌파지도자들이 참석해 사회주의 진로에 대한 열띤 토의가 벌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접목한 ‘제3의 길’과 중산층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사회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그 어느 주장도 사회주의 원전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주의 혁명이론은 그만큼 쓸모없는 낡은 이데올로기가 돼버렸다. 레닌이 지하에서 이같은 실패를 안다면 이젠 좌절의 현기증을 일으킬 일이다./白山

우주쓰레기

미국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결과를 통해 우주의 나이가 기존의 추정치 50억년 ∼200억년보다 젊은 110억년∼140억년이란 조사가 발표됐었다. ‘국립항공학 및 우주본부’의 두 천문학자팀은 처녀좌 성단에 있는 은하계 가장자리에서 신성(新星)의 존재를 확인, ‘우주의 나이는 생각보다 젊다’고 밝힌 것이 96년 5월이었다. 며칠전 연세대 우주망원경연구단 이영욱교수팀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새로운 은하계를 발견, 학계를 흥분시켰다. 이 연구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실려 은하계 형성의 비밀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로 높이 평가받았다. 새로 발견된 은하는 100억년전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 은하와 충돌하면서 중심핵이 남은 것이라고 한다. 지구와 가장 가깝다는 새 은하계와의 거리가 1만5천광년이라니 우주의 무변광대함이 실로 경외롭다. 태양계 행성의 하나인 지구가 지구주위를 둥둥 떠다니는 약 10만여개의 우주쓰레기로 인한 엄청난 사고위험을 우주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우주쓰레기는 용도폐기한 무인탐사선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버린 공구등 쇠붙이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이런 우주쓰레기가 문제인 것은 초속 6㎞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4년전엔 프랑스 인공위성의 6m규모의 팔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파괴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쓰레기와 부딪쳐 그동안 손상된 우주왕복선 표면 타일을 50여장이나 바꾸었다. 우주쓰레기를 레이저로 태우거나 자력으로 흡수하고, 아니면 더높은 우주궤도로 추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걱정들이다. 지구가 고민하는 우주쓰레기는 무변광대한 우주의 일각에 불과하긴하나, 문명의 발달은 지상뿐만이 아니고 우주까지 쓰레기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21세기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白山

정기국회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국민의 세부담이 전제되기도 하는 거액의 공적자금투입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투신회사부실에 3조원의 공적자금을 들인다. 대우 손실부담액 12조5천억원은 결국 은행돈을 떼일판이다. 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간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해서 명색없이 작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말 그대로 ‘안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금융대란설은 여전하여 경제불안이 해소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통화량은 세배나 늘어 연말물가가 심히 불안하다는 전망은 이미 보편화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정이 이런판에 정치권은 ‘언론문건’에서 엉뚱한 ‘빨치산’ 논쟁으로 번져 공방이 한창이다. “대통령이 빨갱이라면 대통령을 뽑은 국민은 무엇이냐?”(이만섭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빨치산이 아니면 됐지 뭘 그러나!”(이회창 한나라당총재). DJ를 가리켜 “빨치산수법’ 운운한 정형근의원의 부산집회 발언은 문제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부영 한나라당원내총무가 “정의원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으면 이젠 여당이 아량을 보이는게 좋다. 정치권의 말꼬리잡기 싸움을 보기엔 이제 국민들이 지쳤다. 생산하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여야가 싸워도 정기국회에 산적한 민생현안을 놓고 싸워야 한다. 정치개혁입법을 두고 다투어야 하며, 속으로 골병들고 있는 거품경제를 두고 따져야 한다. 언론대책문건도 이런저런 할일을 해가며 규명해야 한다. 금세기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냥 겉돌고 있다. 정기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책임은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자유로울수 없다. /白山

국경일의 뜻도 모르는가

‘한글’의 ‘한’은 우리 겨레를 일컫는 ‘韓’외에 ‘大’의 뜻도 지닌 말로서 직접적으로는 ‘대한제국’의 ‘韓’과 관련되는데 1910년 주시경·최남선 등이 ‘언문(諺文)’, ‘조선문자’란 명칭을 ‘한글’로 고안하였다고 전한다. 우리말과 글은 갑오경장 이후 ‘국어’ ‘국문’으로 불리었으나 1910년 국권이 상실된 이후에는 이 말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러한 형편에서 주시경은 ‘국어’ ‘국문’ 대신에 ‘한나라말’과 ‘한나라글’이란 말을 만들어 썼다. 그후 ‘한나라말’을 줄인 ‘한말’, 우리겨레의 말글이란 뜻의 ‘배달말글’이란 용어를 사용하다가 1913년부터 ‘한글’이란 말을 사용하였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거행한 것은 1926년인데 10월 9일이 아니라 11월 4일,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다.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9월 29일을 반포의 날로 보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기념식을 거행하는 중에 이날을 부를 명칭으로 ‘가갸날’로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한글날을 양력으로 지내기 시작한 것은 1931∼1932년 무렵이다. 그후 양력계산을 그레고지오력(Gregorio歷)으로 하여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을 한글날로 하였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때 까지 지속됐다. 지금의 10월 9일의 한글날이 된 것은 1940년 7월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9월 상한(상순)에 반포된 것으로 돼 있어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한 것이 10월 9일인 것이다. 한글날의 이러한 유래를 되돌아 보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국가의 처사는 잘못됐어도 너무 크게 잘못됐다. 자기나라 글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가 이 지구에 어디에 또 있는가.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정해야 마땅하다. 하기야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제외안한 것만도 다행이긴 하다./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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