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골프 선수는 혼자 골프장에 나가는 법은 없다. 골프는 팀 경기로 간주되지 않지만, 골프 선수들은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캐디’들에게 많은 것을 의존한다. 프로골프 선수들의 투어를 따라다니는 캐디들은 단순히 골프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선수들이 복잡한 게임을 이해하게 해주고, 즉석 심리 상담자의 역할도 한다. 캐디는 18세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의 골퍼들은 골프채를 들고 다니는 일과 공이 어디 떨어졌는지 찾아내는 일을 하인들에게 맡겼다. 물론 지금은 파트너의 개념이다. 전형적인 임무는 선수의 시중을 드는 것이지만 캐디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수가 가능한 한 편하게 경기를 하면서 오로지 샷에 대해서만 신경을 쓸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남자 캐디도 있지만 한국 골프장의 경우는 여성 캐디가 대부분이다. 유성CC 캐디들이 1990년 2월 노조설립을 놓고 법정까지 가는 투쟁을 벌였을 때 ‘캐디는 근로자로 볼수 없다’고 판결한 법원도 있지만 현재 캐디노조가 설립된 곳은 10여 골프장에 이른다. 캐디들이 노조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첫째 고용안정이고 둘째는 산업재해 보장을 받기 위해서이다. 정식직원이 아닌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언제 그만둬야 될지 모르는 해고불안에서 벗어나고 일하는 과정에서 입는 산업재해 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골퍼가 친 볼에 얼굴을 맞아 크게 부상을 입었는가 하면 골프장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한 사실이 있다. “캐디들은 회사로부터 어떠한 명목의 임금이나 자신들의 수입에 대하여 세금도 내지 않는다”는 게 골프장측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캐디가 골퍼는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일용직도 분명히 근로자이다. /淸河

대북 식량차관 제공

대북식량 60만t(1억100만달러)지원은 대체로 인정되면서도 정부의 투명치 못한 추진과정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북측의 식량사정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 있지만 가뭄과 태풍으로 세계식량계획(WFP)은 133만t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식량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측도 결식아동 등 밥굶는 사람이 적잖다는 말도 맞긴 맞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식량지원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자국내에 밥굶는 사람이 없어서 주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평화를 산다는 비난이 있다. 남북관계 전반의 개선을 염두에 두어 신뢰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매도돼야 할 일로 보는데 동의하기는 어렵다.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동포애를 발현하는 것이 더 이상 지탄을 받아야 할 시대는 아니다. 이번 대북식량지원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무상지원 10만t외의 50만t은 10년거치 20년분할상환(연리 1%) 조건의 차관방식이다. 남북간 상거래의 공식물꼬를 튼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같은 차관제공은 지난 2차 장관급 평양회담에서 북측이 요청한 100만t 가운데 일부다. 1995년의 쌀지원에 비해 중국산 옥수수 등으로 지원규모는 3배이상 늘리면서 비용은 절반이하로 줄인점 또한 전과 다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6일 경협제도를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과 식량차관 제공을 합의해 놓고 여론을 의식, 발표에 이틀동안이나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인 것은 오히려 여론을 나쁘게 만들었다 할수 있다.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한 김대중 대통령의 다짐에도 크게 어긋난다. 차관제공의 재원이 남북협력기금이라는 이유로 국회동의가 필요없다고 보는 정부측 생각 역시 온당치 않다. 이번의 차관제공은 결국 1천200억원(기금)의 국민부담이다. 국민부담이 막대한 것도 그렇지만 국민적 합의에 의한 지원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더욱 탄력을 받는다. 여야의 정국경색으로 첫 인도분의 선적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이 마당에 국회가 정상화돼 동의를 받기는 실로 어렵지만 정부여당이 마음만 잘 먹으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울러 정부의 대북정책은 앞으로도 좀더 투명하게 추진해야 국민적 합의를 얻을수 있는 사실을 강조해둔다.

학교운영위도 편가르긴가

도내 일선 초중고교에 구성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내년 4월 실시될 경기교육감 선거는 지난해말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일선 학교의 학운위 위원들이 직접선거로 교육감을 뽑게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학운위 위원들에게 교육감 선거권이 주어짐에 따라 일부 학운위장들이 ‘경기도학운위장 총연합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세력화 하는 과정에서 세력간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총회에서 새 회장을 뽑은 경기도학운위장 총연합회는 지난달말 일부 학운위장들이 총회와 무관하게 음식점에 모여 회장을 뽑았다가 말썽이 일자 이를 무효화하고 이날 다시 회장을 뽑는 해프닝을 벌였다. 도내 1천400명의 학운위장 중 일부 지역의 370명만 참석해 열린 총회는 그나마 참석자 중 150명이 연합회 구성과 회장선출방식에 불만을 품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등 갈등을 드러냈다. 이처럼 일부 학운위장들이 ‘연합회’라는 임의단체를 구성, 회장과 임원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집단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별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자문하는 교내 기구이다. 교원·학부모·지역인사가 위원으로 뽑혀 학교발전을 위해 자문해야 할 학운위가 교육감 선거를 겨냥 세력화하고 편가르기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학운위 위원들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것은 우리의 교육자치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사전포석으로 세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학운위의 기능과 역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6∼8월에 치러진 충남·전북·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학운위 위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되는 등 혼탁양상을 보여 각계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제 학운위 위원들은 자신들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자체가 불법선거를 배제하고 교육자치를 한 차원 높게 실현하기 위한 진일보한 제도임을 자각하고 무거워진 책임감을 깊게 느껴야 한다. 지역의 양식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학운위가 교육감 선거에 휩쓸려 세다툼과 이합집산으로 추한 꼴을 보인다면 교육현장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미래가 암담해질 뿐이다. 학운위 위원들은 투표권 확대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더욱더 자중자애할 것을 거듭 당부해 둔다.

改過不吝(개과불린)과 공무원

改過不吝(개과불린)이라는 고사성어는 ‘과실이 있으면 즉시 고치는데 주저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무원들의 불친절로 몹시나 서운했던 주부가 지난 28일 연천군 홈페이지에 ‘연천우체국 너무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서경미’라는 본인 이름까지 밝힌 이 글은 지난 23일 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는 전국 주부 인터넷대회시험에 응시키 위해 경원선열차를 타고 힘들게 가서 보니 도내 다른 우체국 직원들은 수험생들을 고사장까지 운송해주고 점심식사까지 제공하는가 하면 이웃한 포천우체국은 저녁까지 대접했고 예상문제까지 뽑아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또 동행한 직원들은 합격하라는 플래카드까지 걸어놓고 출신지 주부들을 응원하는 직원들의 모습들이 정말 보기좋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연천우체국은 시험일에 전화로 교통비를 지급할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28일까지 지급은 커녕 결재도 되지 않았다는 대답에 서운함을 더한다는 내용이다. 얼마나 서운하고 화가 났으면 이런 글을 올릴 수 있을까. 가끔이나마 TV 광고에 나오는 우체국은 고객들에게 친절하다 못해 커피까지 대접받아 놀라기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V광고만큼은 아니더라도 시험생을 안내토록 지시됐다면 이에대한 잘못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하지 못하며 타 우체국과 다른 대접으로 불편을 느꼈다면 이 역시 묵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직자들의 친절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할 의무이며 지켜야 할 도리이기 때문이다. 우체국 직원들의 과실이 있었다면 정중히 사죄해 섭섭했던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들고 고객들이 있기에 직장이 있다는 것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장기현기자<제2사회부/연천> khj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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