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는 사람들] 北이탈주민 김선미씨의 남한 정착기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한민족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이들이 있다. 자유를 찾아 가까운 길을 두고 제3국을 통해 힘들게 남한에 정착한 이들.바로 탈북자다. 70년이라는 긴 분단의 역사를 방증하듯,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상당수는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치려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희망을 찾는다.“저의 꿈은 1호 북한이탈주민 식품 명장이고 저는 이 꿈을 이룰 때까지 계속 달려갈 겁니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지 6년차인 탈북자 김선미씨(36·여ㆍ가명)는 식품 명장으로 꼭 성공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녀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장녀로 태어났다. 이곳은 러시아와 중국이 인접해 춥기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2006년 그는 생계를 위해 중국으로 탈북한 뒤 호텔에서 4년간 근무했다. 그는 이곳에서 요리 운반 등의 보조업무로 시작했지만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낯설고 힘든 타국생활을 접고 자유를 찾아 2009년 대한민국 품에 안기게 됐다. 한민족, 한문화, 같은 언어 등 모든 것이 같아 보였지만, 분단된 70년이라는 시간만큼의 간극은 컸다. 한국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는 정작 현실에 부닥치니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경기도에 집을 배정받고 기쁜 마음도 잠시, 이곳이 어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아무것도 모르는 사실상 장님이었다”며 “부모님이라도 있었으면 투정이라도 했겠지만 나는 이 모든 현실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다”며 그 어려운 시기를 회상했다. 그렇게 방황의 시기를 겪다가 우연히 한 카페에서 고구마 케이크를 먹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케이크의 노란 빵가루가 나를 계속해서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날 먹은 케이크의 진한 향과 맛, 디자인 등이 계속해서 뇌리에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과거 중국에서 요리 경험이 있던 터라 과감히 제빵에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형편은 여유롭지 않았고 제과 관련 용어 상당수가 영어로 이뤄져 그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게다가 그는 첫 제빵자격증 시험에 낙방했다. 하지만 제빵 학원 강사와 용인동부경찰서 직원들이 수시로 그를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힘을 얻은 김씨는 하루에 잠을 4시간씩만 자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최우수상 등을 받고 제빵 자격증을 취득하고 국내 대형 한 제과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의 꿈인 식품 명장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필요함을 느꼈고, 이에 대학에 진학한 뒤 박사과정까지 밟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김씨는 밤늦게 퇴근해도 항상 학원과 도서관을 다니는 1년여간의 ‘주경야독’ 생활을 했고, 결국 경기도 내 한 대학의 외식조리학과 합격이라는 보상을 받았다.그는 학업에 올인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은 그만뒀다. 김씨는 “석사, 박사과정까지 밟아 꼭 북한이탈주민 1호 식품명장이 돼 다른 탈북자에게 모범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지금은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도 끝까지 꿈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빛을 발휘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다른 탈북자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탈북자 지원 정책임대아파트 제공·학교 등록금 면제… 취업상담·자격증 취득 도와탈북자에게는 남한 사회 조기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정착지원이 이뤄진다. 4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총 2만6천416명이며 이중 경기도는 7천647명(30%)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에게 지원되는 분야는 5가지로 나뉜다.첫째는 정착지원금이다. 과거 한번에 제공했던 정착지원금으로 인해 북한이탈주민 상당수가 사기나 범죄 등 피해를 입는 문제가 잇따랐고, 결국 최근에는 직업훈련 교육 결과나 자격증 취득 등과 연계돼 분할 지급되고 있다. 현재 1인 세대 기준으로 700만원의 기본금이 지급된다.둘째는 주거지원이다.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치면 탈북자에게 바로 임대 아파트가 제공된다. 주거지원금은 1인 세대 기준으로 1천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방에 거주를 원하면 지방거주 장려금으로 최대 260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셋째로는 취업지원이다. 노동부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직업훈련 기간 중 훈련수당을 매달 20만원씩 지급한다. 또 북한이탈주민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급여의 절반(50만원 한도)을 최대 4년간 지원해 채용을 독려한다. 또 이처럼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취업장려금 등을 포함하면 최대 2천510만원이 제공된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넷째, 사회복지지원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모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지정, 1인 세대에 매달 50만원이 지원된다. 또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로 선정돼 본인 부담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더욱이 노령과 장애, 장기치료를 받아 최대 1천54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마지막으로 교육부문에서는 대학 특례 입학이 가능하며 중·고등학교, 국립대 등록금이 면제되고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의 50%를 보조해준다.이영웅기자 [인터뷰]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웃음 되찾는 아이들 보면 뿌듯”“탈북 청소년이 이곳에서 웃음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가슴은 뜁니다”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선생님. 한꿈학교는 2004년 ‘한민족 통일의 꿈’을 의미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는 물론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검정고시반 등을 운영하는 의정부에 있는 대안학교다.김교장은 지난 9월 교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탈북 청소년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그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였다. 그러던 중 2002년 중국에서 우연히 탈북자들을 입양해 도와주는 한 선교사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선교사를 통해 만난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자유와 생존 등을 위해 북한을 탈출했지만, 첫 도착지인 중국에서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그는 같은 동포로서 탈북자들을 보살피고 돌봐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그 후 그는 학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방학 때만 되면 중국으로 넘어가 탈북자들을 위해 인권 교육 등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가 애지중지하며 힘들게 한국으로 보낸 한 탈북 청소년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했다.그 이후로도 민주주의와 자유에 적응하지 못한 채 탈선의 길을 걷는 수많은 탈북자를 목격했다. 결국 지난 2012년 그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인권 전도사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안정적인 교사를 그만뒀다.이같은 간절함이 통했는지 그는 이곳 한꿈학교 관계자의 제안을 받고 지난 9월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자유’라는 꿈에만 의지해 대한민국의 땅을 밟았지만, 이념 등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의 삶에 접어든 것이다.그는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해 행복하고 성공한 탈북자들을 길러내고, 그들이 또 다른 탈북 청소년의 멘토가 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쏟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이영웅기자

[희망을 찾는 사람들] 굳게 닫힌 마음의 문 여는 아이들

“어른들의 눈엔 쉬워 보이나봐요. 애들 문제는 다…”, “공부만 힘든게 아니라 공부 때문에 다 힘든거 같아요” 드라마 학교 2013의 대사다. 요즘 청소년들은 수능,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날이 갈수록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이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은 그들을 둘러싼 ‘학교는 커다란 담장안에 갇힌 감옥’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에 일찍이 담을 쌓은 아이들은 학교 담장을 넘어선다. 이른바 일탈과 방황의 시작이다.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일부에 한하는 얘기지만, 이들에게도 다시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미운오리에서 백조가 되기까지 김하인씨(21·여)는 2녀 중 장녀로 태어나 맞벌이로 노점상을 하는 부모님 대신에 초등학교 때부터 동생을 돌보며 자라왔다. 부모님은 군밤장사, 슬러시, 닭강정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김 씨는 한쪽 다리가 없는 아빠가 부끄러웠다.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행여 아빠를 볼까 집에서 멀리 떨어진 친구 집에 가곤 했다. 또 남들 다 가는 찜질방이나 수영장에 “부모님은 왜 우리랑 같이 못가지” 라는 서러움에 불평, 불만이 많았다. 김 씨는 결국 고등학생이 되던 해 엇나가기 시작했다. 결석하는 것은 기본. 목표도 꿈도 없이 “왜 우리 집만 이럴까”라는 원망스런 생각 뿐이었다. 그녀의 방황은 1년여 동안 계속됐다. 학교에서 학교 밖으로.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학교가 있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김씨에게 ‘경기도 꿈드림’을 권유했다. 그 당시 고등학교에서 경기도 꿈드림은 유명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꿈드림만 다녀오면 결석하던 애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언가라도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작게 나마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마음 속 또 다른 김하인을 그리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곳에서는 김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또래 아이들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세상과 마주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다녀오고 그녀는 부모님 앞에 다시 섰다. 눈물이 흘렀다. 한쪽 다리가 없는 아버지를 보며 괜시리 지난 날이 후회스러웠다. 그날 부모님은 김하인씨를 아무 소리없이 안아줬다. 김하인씨는 현재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그녀의 꿈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봉사하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 김씨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며 “철 없던 시절 부모님을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과 방황하던 시절이 한없이 부끄럽지만, 이제는 부모님에게 좋은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원지법 Hi School 프로젝트 방황을 벗고 희망을 입다…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쿵쿵’하고 벅차오릅니다” 지난 8월10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의 한 중학교 교실에 조금은 특별한(?) 학생 18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옆에 앉은 짝꿍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이 와중에 교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깼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을 필두로 이동원 수석부장판사, 윤웅기 소년부 판사가 뒤를 이었다. 또 경기도학교밖지원센터와 경기도 관계자가 차례로 들어왔다. 이날 개교한 ‘Hi School(얘들아 학교가자)’의 입학식 모습이다. Hi School은 수원지방법원과 경기도, 경기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뜻을 모아 보호처분을 앞두고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의 학업복귀를 돕고자 만든 시범적 소년심판절차다. 학생들의 복학을 돕는 것이 주요 목표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이 교장을, 이동원 당시 수석부장판사가 교감을 맡고 소년부 판사 3명이 학급 담임교사로 활동했다. 입학식이 열린지 4개월이 지난 현재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학교 복학에 성공했다. 이 중 2명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자격증 취득과 인턴십 참여 등 학업으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Hi School에 참여한 A군(18)은 “여름 중 가장 더운 8월, Hi School을 다녀오고 나서 학교가 정말 그리워졌다”면서 “배달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지난 날들을 잊고 마음 속으로 ‘졸업’이라는 단어 품고 학교를 나가고 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아이들은 아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Hi School에 참여한 윤웅기 판사는 “Hi School참여 이후 학교로 간 아이도 있지만 아직까지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꾸준히 연락을 통해 또 다른 길이 없는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인터뷰]김형근 경기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팀장“때로는 형, 때로는 아버지처럼열정으로 지켜낸 아이들 미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들의 손을 잡고 13년째 연애 중입니다”경기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형근 팀장(40)은 13년째 학교 밖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다소 까칠하고 다가가기 무서운(?) 인상을 가졌지만, 아이들 일이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다. 또 그에게는 특별한 별명이 있다. ‘버팀목’이다. 10년이 넘도록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자식이 잘못하면 내 탓’이라고 말하는 부모처럼 그는 시설과 소년원 등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아이들과 어려운 형편에 놓인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형으로, 때로는 아버지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 팀장이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2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돌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그는 사회와 학교를 사이에 둔 방황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친구가 내뱉은 말 한 마디에 방황과 평범을 오가는 일상을 보며 점점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꿈을 피우게 됐다. 결국 2002년 졸업과 동시에 군포의 한 청소년 중장기 쉼터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서 검정고시를 가르쳤다. 피곤함도 잊은 채 그는 날이 밝도록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그의 일상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김 팀장은 “쉼터에서 처음 만났던 아이들이 지금은 건강한 사회인이 됐다”며 “사회복지사, 피자집 점장, 직업 군인 등으로 성장해 이제는 나에게 힘을 보태주는 후원자가 됐다”라고 말했다.이어 “그 당시 쉼터도 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나날을 다 잊을 수 있었다”면서 “힘이 닿는 날까지 아이들 곁에서 희망과 꿈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를 벗어나 있어 막막하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청소년전화(지역번호+1388)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민훈기자

[희망을 찾는 사람들] 어둠속에서 다시 찾은 꿈… 세상 비추는 등대되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 추운 날씨만큼 어려운 삶이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바로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려는 노숙자들, 장애를 가졌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그려가는가 하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장애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녹여나가는 이들을 만났다. 노숙인 자립 돕는 잡지‘빅이슈’ “안녕하세요, ‘빅이슈’ 신간이 나왔습니다!” 부천역 인근을 지날 때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외치는 빅이슈 판매원의 목소리다. 서울과 경기도내 주요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빨간 조끼와 빨간 모자 차림의 빅이슈 판매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한때 노숙의 경험이 있는 ‘홈리스(노숙인 등 주거 취약 계층)’로 이제는 노숙이 아닌 빅이슈 잡지 판매를 위해 거리에 나서고 있다. 빅이슈는 지난 1991년 영국에서 홈리스가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고자 사회·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유명인들이 재능을 기부해 만들어진 대중문화 잡지다. 홈리스에게 잡지판매라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한국·호주·일본 등 10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한국판 빅이슈는 지난 2010년부터 노숙인 봉사 단체 ‘거리의천사들’에서 사단법인으로 독립한 빅이슈코리아(발행인 안기성)에서 제작·판매되고 있다. 창립 초기 ‘과연 노숙인들에게 경제적 자립 기회를 주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라는 숱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어느덧 창립 5주년을 맞이했고 빅이슈 판매원을 거쳐 간 홈리스만 600여명이 된다. 홈리스가 빅이슈 판매원이 되고 싶어 스스로 빅이슈코리아를 찾아오면 첫날 10권의 잡지를 무료로 받게 된다. 5천원인 잡지 한 권을 판매하면 빅이슈 판매원은 이 중 절반인 2천500원을 수익으로 얻게 되고 이 돈으로 다시 이튿날 판매할 잡지를 구매해 나가는 방식이다. 2주간의 임시 판매원을 거치면 정식 빅이슈 판매원이 될 수 있다. 이후 6개월 이상 판매하고 빅이슈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저축하면 임대주택의 입주 자격까지 주어진다. 현재까지 70여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해 안정된 주거지를 확보했고, 20여명의 홈리스가 빅이슈 판매원을 거쳐 재취업에도 성공했다. 빅이슈코리아 관계자는 “빅이슈는 홈리스들에게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사회생활을 다시 느껴 내일을 꿈꾸는 희망의 터전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한 사람이, 한 가정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니 빅이슈 판매원들을 만날 때 따뜻한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빅이슈는 매월 1일과 15일에 두 번 발행되며 서울 및 경인지역을 포함해 대전과 부산 등 70여곳에 빅이슈 판매처가 있다. 타인의 희망 되어준 공윤양씨 “작은 도움이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다니 제 삶도 희망으로 가득차네요” 하루에도 수백여대의 차량과 행인이 바쁘게 지나치는 수원 북문로터리에는 작지만 큰 희망이 싹트는 공간이 있다. 바로 공윤양씨(48·여)의 구두수선가게다. 공씨는 20대 시절 내내 10년 가까이 의상실에서 옷과 가방을 만들며 빛나는 미래를 그려 나갔다. 그러나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인 공씨는 한계에 직면했다. 직업의 특성상 하루종일 작업대에 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20대의 마지막인 29살의 꽃다운 나이에 직업을 변경했다. 일명 ‘구두닦이’라 불리는 구두수선업이다. 구두수선으로 버는 수입은 많지 않았지만 공씨는 천직인 양 성심성의껏 손님을 대했다. 한우물만 파던 공씨는 10여년 전부터 ‘봉사’라는 의미에 눈을 떴다. 그리 넉넉치 않은 가두구두수선협회 회원들과 함께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공씨의 하루 일과는 첫 손님이 낸 금액 중 1천원을 영업장에 비치된 ‘1% 희망모금통’에 넣는 ‘첫 손님 1천원’으로 시작된다. 공씨의 작은 기부와 함께 손님의 따뜻한 마음을 담은 도움이 더해지면서 모금통은 어느덧 가득 채워진다. 통상적으로 6개월 가량이 지나면 가두구두수선협회 회원들의 각 영업장에 모인 총 돈은 약 200만원 가량이 된다는 것이 공씨의 귀띔이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공씨와 가두구두수선협회 회원들은 지난 2000년 무렵부터 가정환경이 어려운 수원시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공씨는 “내 아들과 딸 같은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기가 죽거나 힘들어 하는 것이 마음 아파 기부를 시작했다”며 “도움을 받은 한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미안했는데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보낸 문자에 펑펑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현재는 수원시청 사회복지과에 모금액을 전달해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격기준이 안 돼 지원받지 못하는 이웃을 돕고 있다. 공씨는 “작은 도움이지만 어려운 이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 삶도 행복해진다”면서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면 항상 불행할텐데, 감히 내가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 시각장애인 박인범씨가 아주대학교 앞에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편견을 극복한 아주대 박인범씨 “장애가 제 꿈과 희망을 막을 수는 없어요” 불빛만 겨우 보일 정도로 심한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아주대 사학과 2학년생 박인범씨(21·시각장애 1급)는 장애인이라 대학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편견과 우려를 이겨내고 아주대학교 사학과에 진학, 자신의 장미빛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박씨를 대학으로 이끈 것은 ‘역사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 하나였다. 그동안 다닌 맹학교에서는 일반교과보다 안마사 실습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뤄져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시각장애인이지만 단 한 번도 안마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면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0여년간 맹학교를 다니다가 처음 일반학교로 진학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몹시 두려운 일이었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혼자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했고, 친구들과의 대화에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다가와 준 친구들 덕에 과 활동은 물론 기타 동아리, 산악 동아리 등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어느덧 2년째 대학생활을 해내고 있다. 또 박인범씨는 학교 밖에서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시하는 희망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수도권지부장인 그는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토대로 대학 적응에 어려워하는 새내기 시각장애 대학생, 대학에 가고 싶지만 두려워하는 시각장애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직접 만나 대학생활에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각장애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서 한 발짝 나아가도록 돕고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처럼 교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대학에 오기 전에는 역사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대학에 와서 많은 경험을 해보니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여러가지 진로를 고민 중”이라며 “내가 가진 시각장애는 남들보다 조금 불편한 것일 뿐 내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는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한진경기자

[신년 인터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들과 산을 하얗게 물들이듯 인천교육의 조용한 변화를 이뤄내겠습니다.” 인천시교육청 3층 교육감실은 항상 정감이 감돈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에게 항상 미소로 화답하는 이청연 교육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접견실 한가운데 마련된 원탁 위에는 고사리 손으로 적은 유치원생들의 그림 편지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함박웃음을 짓게 한다. 이 교육감은 교육감실을 시작으로 인천지역 모든 학교에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를 비롯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한 등교시간 자율화와 교직원의 열정을 되살리는 학교자치 강화 정책 등을 토대로 교육감실을 가득 메운 행복의 미소가 일선 학교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학교 구성원의 바람을 이루겠다 2016년 새해를 맞은 이 교육감의 포부는 학교문화 혁신을 통해 시민에게 행복한 인천교육을 안겨주는 것이다.이 교육감은 “인천 학교 곳곳에서 땀 흘리며 소중한 배움을 일구는 선생님, 교직원, 교장선생님, 그리고 맑은 우리 아이들이 나의 존재 이유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새해에는 학생 친화적, 교사 친화적, 학부모 친화적으로 학교문화를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배움이 즐거운 학교, 교사의 자존감 회복, 관계회복과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생활교육 전환을 통해 학교문화를 혁신할 계획이다.이 같은 의지는 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학교혁신 종합계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교육청은 학교혁신 종합계획을 토대로 행복배움학교 운영을 통해 얻은 학교혁신에 대한 성과를 지역의 모든 학교로 전파해 행정중심의 학교문화, 교과서 중심의 표준화된 교육과정, 교사중심의 수업, 서열화 중심 평가 등 폐단을 일으키는 교육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이 교육감은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서서히 정착시켜 나갈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수업·평가의 혁신을 통해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교원업무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교사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처벌과 통제 중심의 생활지도를 관계 회복과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생활교육으로 전환하는 등 학교문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어 “혁신은 교육감 개인의 바람이기 전에 학교 구성원의 바람이라는 것을 최근 교사와 학부모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인천 교육혁신 한마당’에서 확인했다”며 “시대 흐름에 맞는 공교육의 전환을 위해 학교문화 혁신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건강한 대화로 교육현안 해결할 터 이 교육감은 각종 지역 교육 현안 해결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학교 무상급식 추진 과정에서 수차례 퇴짜를 놓은 인천시의회와 갈등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무시한 학교 설립 민원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 교육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 교육감은 중학교 무상급식이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그 과정에서 보편적 교육복지에 대해 교육청·의회·지역시민사회가 오랫동안 깊이 논의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예산 반영 여부와는 별도로 중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해야 한다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 권한의 토대 위에서 의회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 교육감도 크게 공감하고 있다. 예산 편성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고, 의회는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회가 항목을 신설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의회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것이 이 교육감의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시교육청 예산 심의에서 시의회는 이 교육감의 부동의에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어린이집 누리과정으로 편성하는 바람에 현재 재의 절차가 행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 교육감은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소모적인 갈등만 반복되기 때문에 앞으로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주어진 권한과 책임으로 좋은 교육 의제를 형성해 건강한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행정기관과 의회의 긴장관계는 필연적이고 바람직스러운 것이지만, 갈등과 긴장관계의 내용과 형식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적 권한과 관련해서도 소모적 갈등을 없앨 수 있도록 교육감과 시교육청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교육감은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교육 이기주의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듣고, 지역 간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 수용하는 방향의 기본 원칙을 확고히 할 생각이다.특히 수요와 무관한 학교 설립 요구 민원에 대해서는 모든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언제나 죄송한 마음뿐이다.그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일부 지역의 인구 증가가 발생하면, 학교 신설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이들이 있는 곳에 당연히 학교가 있어야 하는 데도, 여러 여건상 학부모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다문화 사회 교육을 위해 앞장서겠다 끝으로 이 교육감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인천의 교육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구상과 생각을 내놓았다. 이 교육감이 생각하는 다문화 교육 정책의 기본 방향은 다양한 조건의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의 다문화 가정 학생 중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노동자가정 학생은 4천516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중도입국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도 늘어나 다문화 교육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예비학교 4곳을 운영하고, 다문화언어 강사를 배치해 이들 다문화 학생의 의사소통과 기초학력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또 다문화 학생의 맞춤형 지원을 위한 다문화교육 중심학교 운영(유·초·중 44교),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글로벌 브리지 사업,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등을 추진해 학생의 성장 발달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학부모를 위한 교육지원 프로그램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다문화 학생의 진로·지도를 위한 교사 연수를 비롯해 직업교육 위탁기관 지정·운영으로,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공동체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도와가는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교육감은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다문화 가정 학생을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포용하고 공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인천의 학교들은 다문화사회를 자연스럽게 이뤄가고 있고, 어른들의 사회보다 아이들의 교실 사회가 훨씬 평화로운 다문화 사회로 정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민기자

[갈등 풀고 미래로…] ‘사생결단’ 종지부… 새해엔 ‘상생결단’

개개인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는 ‘갈등’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더욱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표출된다.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타협에 의해 해결책이 제시되면 더 나은 발전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갈등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복잡한 구도로 나타난다.개인뿐 아니라 집단과 단체 간의 갈등은 물론, 지역 간 갈등과 국가 간 갈등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갈등은 서로 타협에 의해 해결책을 찾아내지만, 장기간 지속하는 갈등도 상당수다. 2015년 한 해 동안 경기지역을 비롯한 우리 주변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잇따랐다. 어떤 갈등은 해결됐고, 어떤 갈등은 새해를 맞아서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경기지역 주요 갈등사례를 되짚어보고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 갈등이란갈등은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작게는 부모와 자식 간, 또는 형제, 자매 그리고 친인척 간의 가족 갈등부터 크게는 역사와 영토, 정치문제 등의 국가 간 갈등까지…. 또 개인이 다양한 선택들 사이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적 갈등도 있다. 갈등은 세대와 계층, 조직과 국가뿐 아니라 개인 안에서도 이뤄지는 근본적인 고민의 산물이다. 미국의 사상가 레빈(K. Lewin) 역시 갈등을 ‘거의 비슷한 정도의 상반되거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 이상의 욕구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그는 갈등을 3개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두 가지 모두 동시에 하고 싶지만 가능하지 않은 때 나타나는 접근-접근형 갈등, 두 가지 모두 하기 싫을 때 나타나는 회피-회피형 갈등, 두 가지 중 하나는 하고 싶고 하나는 하고 싶지 않을 때 나타나는 접근-회피형 갈등 등이다.그러면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 극복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vs 지역2015년 한 해 동안 경기지역을 들끓게 했던 갈등은 수도 없이 많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연정’은 그래서 그 의미가 컸다. 여전히 서로 이견이 크기는 하지만, 연정은 도와 도의회, 시ㆍ군 간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하지만 연정이 지역 내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칼’은 아니었다. 당장 화성과 수원, 용인, 안성과 평택 등이 각자 다른 입장으로 갈등을 겪는 광역화장장, 송탄상수원 문제는 ‘해결’이 되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봉인’이 됐다.우선 송탄상수원 갈등을 살펴보자. 송탄상수원 갈등은 지난 1979년 지정된 평택 진위천 송탄취수장 일대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둘러싸고 용인과 안성, 평택시가 빚는 36년간의 갈등이다. 취수시설 상류지역인 용인과 안성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지만 평택시는 시민 7만5천명의 급수원이라며 수질보존을 주장, 수십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과 보호구역 지정으로 수십년간 고통받아온 처인구 이동ㆍ남사면 주민 500여명이 평택시청 앞을 찾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도가 중재에 나서 용인과 안성, 평택시가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또 지난 한 해 경기남부권역의 최대 갈등 이슈였던 광역화장장 건립 갈등 역시 국토교통부가 조건부로 건립을 승인키로 했지만, 갈등은 일단락되지 않았다. 여전히 서수원권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로, 이들이 주장하는 칠보산 생태계 파괴와 부동산 가치 하락 등에 대해 화성시가 얼마만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이들은 국토부의 조건부 승인이 결정된 지난달 24일에도 “칠보산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는 서수원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수원시 역시 ‘유감’을 표명했다.■ 사회 갈등다양한 사회 갈등이 표현된 경기지역에서 이번 연말연시 가장 큰 갈등 이슈는 ‘누리 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빚어진 누리 과정 예산의 쟁점은 어린이집, 유치원의 보육비 지원을 중앙정부가 하느냐 지방정부가 하느냐다.사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당선과 함께 제안한 여야 연정은 지난 2014년 12월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파견한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취임하며 제도의 틀을 갖추고서 지난해 도의회와 예산 연정, 도교육청과는 교육 연정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특히 남 지사는 도의회 자체편성 몫으로 올해 본예산의 경우 500억원을 넘기며 예산 연정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또 도교육청과는 반값교복, 1교시 전 축구교실 등을 함께 추진하며 교육 연정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누리 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을 놓고 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동반자적 관계가 한순간에 변했다.자칫 잘못하면 누리과정뿐 아니라 도와 도교육청의 모든 새해 사업도 전면 중단될 위기다. 현재로서는 대화와 타협만이 이 갈등의 탈출구다.그러나 당장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정 도교육감과 달리, 남경필 경기지사와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미지수다.■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려면최순종 갈등관리센터장은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을 풀려면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센터장은 “현대사회는 감정화, 정치화, 조직화, 공론화와 원인불명의 갈등이 산재한다”며 “갈등 상황 중에 제3의 이해관계자가 개입하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의 갈등이 물적 피해보상에 대한 갈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이해 당사자 간의 감정적인 측면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을까? 최 센터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절차에 따른 해결은 반발에 따른 또다른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면서 “객관적으로 갈등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전문가의 조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갈등을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전문적, 중립적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말이다.또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해결하려면 협력을 통한 상생실천이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최 센터장은 “갈등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느냐, 어떻게 구성원 간의 가치 통합을 이끌 수 있느냐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각자 커진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영국기자

[신년 인터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들이 보면 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여깁니다”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과가 없더라도 도전했던 그 자체가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이 교육감은 “예를 들어 혁신학교의 경우 시도했던 10개 정책 모두가 성공한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그 중에 1~2가지 부분에서만 결과를 내더라도 결코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평가라는 틀 안에 넣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도교육청 직원들도 긍정의 마인드로 일단 부딪혀봤으면 좋겠다”라며 “두려움이나 걱정, 아니면 타성 때문인지 해보지도 않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앞으로는 적극성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취임 후 경기교육을 돌이켜본다면. 도교육청은 모든 정책과 교육 체제, 그리고 교육 가치를 ‘학생’과 ‘현장’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의 일환으로 혁신교육 발전에 중점을 뒀다. 혁신교육의 일반화 정책을 빠르게 실현하고자 혁신학교 전 단계인 혁신공감학교를 1천723교(전체 학교의 89.4%)까지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경기혁신교육이 새로운 수업과 학교문화의 개선, 현장중심교육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또 자치교육 확립을 위해 경기도 지역교육 현안협의회를 체계화해 지방교육자치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여기에는 학생 대표들이 참여해 학생의 관점과 바람을 지역교육 목표에 반영하기도 했다. 학생중심 교육을 위한 교원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조직혁신도 단행했다. 아직 교육지원청 조직혁신 및 업무효율화 등은 더 이루어야할 과제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경기교육과 학생들이 받아온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경기도는 그동안 학생수는 26.3%(2015년기준)를 차지하지만, 보통교부금은 21%를 받아 예산상 불이익을 받아왔다.경기도 학생들은 결국 타 시·도 학생들보다 1인당 평균 약187만원(2014년기준) 적게 교육비를 배정받아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6년 교부금 배부에 학생수 비중을 높였다. 4.16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월호 참사가 교육계에 준 충격에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너무나 가슴 깊이 느끼며, 희생된 학생과 선생님들의 꿈과 희망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단원고를 ‘더 좋은 일반고교’로 만들어 가는 것은 희생 학생과 교사들을 기리며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최근 ‘꿈의학교’ 발표회를 개최했는데 성과와 추진 방향은. 학생들은 많이 자고,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주어진 무언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길러나가는 것이 교육이다. 지금처럼 주입식, 암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이해할 수 있어야지 강제로 집어넣은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양가가 없다. 금방 잊게 되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공교육 안에는 다양한 배움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현재는 혁신학교 외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수요를 적절히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쉼과 꿈을 꾸면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고,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예술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는 물론 학교를 떠난 학생을 품을 수 있는 학교가 바로 ‘꿈의학교’다. 꿈의학교는 2015년 4월 사업자 공모를 통해 총 397편이 접수됐고 엄격한 심사를 거친 51개의 꿈의학교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꿈의학교 성장발표회를 가졌다.여기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의학교를 통해 자신감과 활력, 행복감을 얻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꿈의학교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러한 학생들의 변화이다. 꿈의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혁신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혁신학교를 통해 거둔 교육효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는 경기교육이 만들어낸 경기도의 자랑거리다. 경기혁신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을 발전시키고 학생과 현장이 중심이 되는 교육행정을 펼쳐나가는 것이 향후 주어진 과제다. 혁신학교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교육문화이고 경기교육의 희망이다. 혁신학교는 그 동안의 교육 형태에 지친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각광받는 교육 방식이다. 이러한 정신은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교육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학교문화, 교실문화의 변화이다. 구체적으로 학생중심의 변화와 개혁,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고 경험하는 교육, 교과서 중심이 아닌 현장중심, 학생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교육이다.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하는 학교, 자사고나 특목고도 아닌데 자녀들을 그 학교에 보내려고 그 동네로 이사하게 만드는 학교, 불필요한 사교육 경쟁이 없는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다.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것에 맞는 적절한 교육방법, 교육문화, 학교문화를 만들어 반드시 성공적인 혁신교육, 혁신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보육대란을 막고자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재 교육청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201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문제가 첨예한 과제로 대두됐을 때 정부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법령을 개정해 교육청이 감당하는데 문제 없게 하겠다는 것과 교부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오히려 의무편성하도록 강제조항을 만들어 버렸고, 2016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정부는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강압만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지방채 발행, 지방채에 대한 이자를 국고로 부담하는 방안, 목적예비비 편성 등 정부가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몇 차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우회지원금 3천억 외엔 아무런 얘기가 없다. 지방교육재정이 정말 어렵다. 이 문제는 올해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관련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할 보육대란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전가시키지 말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나서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TF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대응하고 있는데. 그동안 교육현장은 아무런 문제없이 역사교육을 잘 진행해 왔다. 현행 검정역사교과서는 엄격한 교육부의 검정기준에 의해 제작됐고, 교육부 스스로 검정·승인한 교과서다. 정부가 승인한 교과서를 이념 편향 논리로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잘못된 교과서라면 교육부가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과 전국의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집필진도 공개하지 못하는 국정화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도교육청은 역사교육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화 철회,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력 증진 방안, 현행 역사 교육에 대한 정책자문 등을 통해 역사교육 발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교육연정 추진을 계속할 계획인지. 남경필 지사와는 당선 직후부터 함께 만나 교육현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굉장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그동안 경기도가 하지 않았던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법정전입금인 ‘2014년도 지방세 초과 징수액’을 조기 전출해 누리과정 예산을 두 달치 편성할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도 경기도와 교육청이 협력해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시·도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대책본부를 구성한 일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유일하다. 작년 6월에는 남경필 지사와 함께 우리 학생들의 꿈과 미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는 교육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며, 경기도의 교육자치와 행정자치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 이명관기자

[희망을 찾는 사람들] 세상살이 팍팍해도… 가족이 있어 웃지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사회적 연결고리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가족 간 대화의 창은 점점 닫혀가고 있다.특히 집안의 구성이 핵가족화됨에 따라 가족의 의미는 과거의 ‘운명공동체’에서 ‘동거인’으로 변모하는 실정이다.그러나 삭막함 속에서도 새해를 맞아 경기도내 곳곳의 가족들은 각자가 처한 난관을 극복하고자 똘똘 뭉쳤다.경제불황과 낯선 환경, 갈등과 반목 등으로 한 해 동안 어려움을 겪은 이들은 가족의 사랑을 지렛대 삼아 희망을 외치고 있으며, 어려움에 빠진 대한민국도 가족의 힘을 통해 덩달아 희망 노래를 부르고 있다.맞잡은 손, 다시 시작된 웃음“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희망을 품게 됐으니까요!” 31일 오전 수원시 건강가정센터 상담실. 가족 간 대화 단절로 수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고교생 K군(18·수원)과 부모는 서로 손을 맞잡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에도 불구, 오히려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해 서로를 원망했다. 과거 K군은 아버지 없이는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평균성적 90점 이상을 유지하는 모범생이었으며 가정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영원할 줄 알았던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K군은 중학교 3학년 재학 당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싸움을 하고 들어오는 등 엇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특정 학생을 집중적으로 구타했고, 성적 역시 평균 60점대로 추락했다. 언젠가는 ‘착한 아들’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부모의 믿음도 사라졌다. 결국 어머니의 눈물 어린 설득 끝에 가족들은 올해 6월 수원시 건강가정센터를 찾았으나, 수년간 끊겼던 대화는 쉽사리 재개되지 않았다. 모든 오해와 불신이 굳어지면서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조차 어색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등을 돌리고 있던 가족은 3번의 개별 상담이 끝나고서야 비로소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K군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화를 내는 아버지와 쩔쩔매는 어머니의 모습이 싫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을 일일이 지적하며 소리지르고 화내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군 아버지(48)는 “알콜중독에 걸린 아버지 밑에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아들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아들이 나보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는데, 점점 엇나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심하게 화를 냈던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의 눈물은 K군의 마음을 움직였다. 학교를 자퇴하려 했던 K군은 마음을 바꿔 지난달부터 다시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대학진학이라는 목표도 생겼다.K군은 “그동안 나쁜 짓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가족들이 잡아주길 바랐다”며 “이제는 아버지가 날 믿어준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희망을 빚는 우호도너츠만두 “경제불황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도 줄었지만, 가족끼리 똘똘 뭉쳐 희망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오전 6시께 아직 완전히 동이 트지 않은 시간임에도 평택시 송북시장 한편에 자리 잡은 ‘우호도너츠만두’는 벌써부터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새해 떡국에 들어갈 손만두를 주문하는 단골손님이 밀려들면서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40년 넘게 묵묵히 송북시장을 지켜 온 우호도너츠만두의 역사는 지난해 작고한 장귀심 할머니로부터 시작됐으며, 지금은 아들 양동욱씨(67)와 그의 아내 이정희씨(61·여)가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양씨의 딸까지 힘을 합쳐 어엿한 가족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56㎡ 규모의 자그마한 가게 안에서 양씨는 지름 1m가량의 양은 대야에 밀가루와 소금, 물을 넣어 반죽을 하고 있었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 성능 좋은 반죽 기계가 널리 보급되고 있음에도, 부부는 ‘만두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손맛’이라는 신념으로 40여년째 직접 반죽을 하고 있다.아내 이씨는 “새해를 앞두고 3~4일 동안은 만두를 찾는 분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시어머니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남편의 고집(?) 덕분에 모든 작업을 손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씨 옆에서는 아내 이씨가 반죽을 손바닥만한 크기로 떼어 내 일일이 밀대로 밀며 만두피를 만들었고, 이를 받아든 딸은 김치와 고기, 두부, 당면, 부추 등을 넣고 방금 버무린 만두소를 넣어 정성스레 만두를 빚어냈다. 가족들이 똘똘 뭉쳐 정신없이 만두를 빚어냈다. 오전 9시가 되자 손님들이 하나 둘 몰려오기 시작했다.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만두를 사먹었다는 손님 J씨(40·여)는 “초등학교 때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따라와 먹었던 만두를 이제는 10살 난 아들에게 먹이고 있다”며 “세월은 변해도 한결같은 만두 맛 때문에 특별한 날마다 가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도 이제는 추억이 됐다. 전통시장을 찾는 이가 줄어들면서 우호도너츠만두 역시 경제불황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만두를 하루에 800개씩 빚던 시절도 있었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단골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들 가족은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가족들끼리 믿고 의지하며 가게를 꾸려 나가다 보면 고민도, 어려움도 모두 지나가고 언젠가는 더욱 좋아지지 않겠느냐”면서 “새해에는 더욱 행복해지길 기대하며 가족들과 희망을 빚을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필리핀 이주여성 멜라니씨 “새해에는 한국어도 많이 배우고, 한국음식도 열심히 만들어서 진짜 ‘한국아줌마’가 되고 싶어요” 병신년 새해를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시댁식구들과 떡국 준비에 여념이 없던 결혼 2년차 멜라니씨(26·여·시흥)는 서툰 한국말로 이 같은 소망을 밝혔다. 지난 2014년 1월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후 두번째 새해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모든게 어색하고 어렵기 때문이다.이제는 한국요리가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한국식으로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드는 일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시어머니를 따라 만두피에 속을 넣어 동그랗게 빚는 것이 제법 ‘한국 아줌마’가 된 듯한 모습이다. 사실 멜라니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멜라니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말이 많이 서툴다보니 집에서 멀리 나가지도 못하게 됐고, 결국 활발하던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하게 됐다”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향 생각이 나는 통에 눈물이 흐르곤 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멜라니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슬픔에 빠져 있던 멜라니씨에게 웃음을 되돌려준 건 한국의 가족들이었다. 남편 문영은씨(46)는 아내의 슬픔을 행복으로 바꿔주기 위해 함께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문씨는 “결혼할 때 행복하게 해준다고 큰소리를 뻥뻥쳤는데 막상 아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찢어지는 기분이었다”며 “함께 센터를 다닌 이후로 아내가 점점 미소를 되찾았고, 가정에도 웃음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특히 문씨는 말동무가 없는 아내를 위해 센터 내 필리핀 다문화가정을 찾아다니며 부부동반 모임을 만들기까지 했다. 시어머니 최군자씨(71·여) 역시 이국에서 온 며느리의 한국요리 과외교사를 자청하고 나서는 등 팔을 걷고 나섰다. 최씨는 “며느리가 만두를 맛있고 예쁘게 잘 빚는다”면서 “싹이 보이는 만큼 조금만 연습하면 분명히 다른 한국 주부들보다 잘 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가족들의 노력은 멜라니씨의 변화를 이끄는 데 성공했다.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던 멜라니씨는 14개월된 딸 유나양을 데리고 산책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간단한 장보기에도 자신이 생겼다. 멜라니씨는 “필리핀에서도 1월1일은 새로운 희망을 의미한다”며 “2016년 새해를 맞아 한국말과 문화에 적응해 완벽한 한국 아줌마가 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갈등 풀고 미래로…] 최순종 갈등관리센터장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개인과 단체마다 지향하는 면이 다양화되면서 ‘갈등’ 또한 여러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집단 행동도 부지기수로 늘어났으며 심지어 정부와 국민이 갈등 사안을 두고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갈등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이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해결 방안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단기간에 갈등을 해결하려 들고 충분한 대화도 병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밀어붙이기식이거나 힘으로 누르려 든다.이에 최순종 갈등관리센터장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고 갈등의 순기능인 조율과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서로 마주보고 대화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최 센터장과 21세기 한국사회의 갈등의 의의와 다양한 쟁점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갈등관리센터가 정의하는 갈등과 갈등관리센터 설립 의의가 있다면A 일반적으로 갈등은 개인 혹은 집단 간 이해관계의 충돌, 목표나 목표에 이르는 수단 차이 등에 의해 발생된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갈등은 무엇보다도 사실 관계에 대한 인식 차, 의사소통의 부재 등 소위 ‘가치 차이’에서 발생되는 갈등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특히 공공갈등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상호 간 혹은 공공기관과 주민 간에 양립할 수 없는 가치, 목표나 수단 등의 대립으로 인해 발생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갈등관리센터는 경인지역사회에 산재된 갈등 해소를 통해 지역사회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5년 8월 출범했다.최근 경인지역 내 지자체 간 또는 지역주민 간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갈등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이에 학계의 전문성과 현장전문가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최대한 수렴해 도출되는 가치통합을 통한 갈등 극복,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갈등을 지역사회발전의 선순환적 구조 창출의 기회”로 만드는 것을 본 센터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Q 과거의 갈등양상과 최근 벌어지는 갈등이 이전과 달리 어떻게 변화했나A 현대사회 갈등의 특징으로 감정화, 정치화, 원인의 불명확화, 조직화, 공론화 등을 들고 싶다. 우선 갈등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갈등 대부분이 물적 피해보상에 대한 요구 때문에 발생했다면 현재는 갈등의 원인이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특히 이해 당사자 간의 감정적인 측면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갈등의 감정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둘째, ‘갈등이 정치화’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강화와 민선단체장 제도 시행이 가지는 장점이 많지만, 이와 같은 정치제도의 변화로 인해 지자체 간의 갈등이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갈등 원인이 불명확’해지고 있다. 갈등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 또는 당사자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보다 향후 발생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현대사회 갈등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넷째, 갈등원인의 불명확성 또는 비가시성은 특히 ‘정치성을 지니고 조직화’ 된 이해당사자들이 개입되면 될수록 확장되고 심화된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통한 ‘갈등의 공론화’다. 사실 언론은 갈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최근에는 언론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심지어 조장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본격적인 갈등은 정서적 불안이나 감정적 자극으로 촉발되며 여기에 제3의 이해관계자가 가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특징을 지닌다.Q 외국의 갈등관리에 대한 사례나 제도적 장치를 소개한다면A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외국(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의 경우 갈등예방과 해결에 필요한 갈등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고 우리사회 역시 이론 교육과 현장 경험을 지닌 갈등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외국의 갈등관리 사례가 주는 시사점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갈등 조정을 제3자에게 의뢰하고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다.심지어 오스트리아 빈국제공항 확장계획에서 발생한 갈등해결을 위해 국제공모를 통해서 갈등 조정관을 선발하기까지 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역시 정부나 지자체가 행정절차에 의해 해결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동시에 전문성을 지닌 제3자에게 의뢰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Q 경기도에서 심각한 갈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A 경기도는 지역구조적, 환경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특성상 다른 지자체보다 갈등의 요소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수원, 용인, 고양, 성0남 등 인구 100만 규모의 지자체는 갈등해결을 위한 협의와 조정에 있어서도 경기도와 의사소통보다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정책 목표, 즉 앞에서 언급한 지역이기주의나 갈등해결을 위한 정책의 정치화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이 같은 측면에서 지자체간 협력과 정책연합을 강조하는 도지사의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도정 방향이 선언적 측면보다는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상생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연합에 대한 고민은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Q 갈등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A 갈등의 이해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공유가 전제돼야 하며 소통을 통해 각자의 주관적 주장을 합리적인 협의 또는 합의 상태로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경제적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느린 것이 오히려 빠를 수 있다’는 명제를 생각하고 좀 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갈등에 대한 대처와 관리가 필요하다.갈등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느냐, 어떻게 구성원간의 가치 통합을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민주화, 다원화, 개인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한국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주장이 의무와 양보보다 더 커진 느낌이다. 갈등을 사회발전과 사회통합의 계기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커진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된다. 정민훈기자

[갈등 풀고 미래로…]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36년 전 개발시대 규제 존치, 있을 수 없다”(용인ㆍ안성시) vs “맑은 하천과 시민 7만5천여명의 식수를 위해서라도 보호구역을 지켜야 한다”(평택시) 지난 1979년 지정된 평택 진위천 송탄취수장(1일 1만5천t) 일대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둘러싸고 용인과 안성, 평택시가 36년간 갈등을 빚고 있다. 취수시설 상류지역인 용인과 안성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는 반면 평택시는 시민 7만5천명의 급수원이라며 수질보존을 주장, 맞서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과 보호구역 지정으로 수십년간 고통받아온 처인구 이동ㆍ남사면 주민 500여명이 평택시청 앞을 찾아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송탄취수장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다행히 경기도를 비롯한 용인ㆍ평택ㆍ안성시는 내년초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하고 지난해 12월 9일 연구용역 진행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력 협약(MOU)까지 체결했다. 용역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민들 모두를 위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대의는 분명하다.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갈등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 용인·안성시, 개발 족쇄 ‘눈엣가시’‘송탄상수원 보호구역’은 지난 1979년 지정됐다. 평택시의 급수 수요량 증가에 따라 진위천 지하수를 취수해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용인시 남사면과 평택시 진위면 경계지점에 송탄정수장이 설치됐다.이로 인해 평택시와 용인시, 안성시 등 3.859㎢의 면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상류 10㎞까지의 지역이 관련법에 따라 상수원보호를 위한 ‘규제지역’이 됐다. 규제 면적만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면과 안성시 원곡면까지 총 110㎢에 이른다. 용인시의 경우 남사·이동면 지역 중 총 63.72㎢의 면적이 규제지역으로 지역발전에 발목이 잡혀있다.이는 용인시 전체면적(591.32㎢)의 약 10%이며, 여의도 면적의 22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건천리와 미양면 신계리 시경계인 평택시 유천동 안성천에도 1979년 유천정수장이 설치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89.07㎢ 면적이 규제를 받고 있다. 수도법상 취수지점으로부터 7㎞ 이내는 폐수방류 여부에 관계없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고, 상수원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7∼10㎞ 구역은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시설에 한해 평택시의 승인을 받아야 해 지자체간 갈등의 요인이 됐다. 이같은 규제로 제조시설의 신·증설이 제한됨에 따라 토지가치가 하락하고 지역 기업이 용인을 떠나는 결정적 요인이 되어 왔다. 용인시 관계자는 “광역상수도가 평택시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어 송탄취수장을 폐쇄해도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없는 만큼 취수장을 폐쇄하고 보호구역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시 “진위천 수질위해 보호구역 존치 필요” 용인시와 평택시는 지난 2004년부터 상부기관 건의 및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철폐 대책위원회 구성 활동 등 수십회에 걸쳐 타협점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장증설, 산업단지 입지까지 연결될 수 없는 ‘무늬만 완화’에 그쳤다. 2020용인도시기본계획에 수립된 남사복합 신도시, 북리공업단지 지정 등의 개발계획 역시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용인시는 지난 2004년 남사면 일대에 330만㎡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에 발목을 잡혔다.결국 투자의향기업인 (주)녹십자는 계획을 바꿔 2011년 충북 청원군 오창읍로 이전했다. 평택시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산업단지의 경우도 용인시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보호구역이 정한 한계에 봉착해 그대로 평택시에 내어준 경우이다. 안성시도 공도읍과 미양면 일대 기업들의 공장증설이나 신규 투자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하천 주변 이용도 금지돼 있다.반면 평택시는 수질보전을 주된 이유로 보호구역 존치를 주장하지만 보호구역을 벗어나자마자 대형 캠핑장, 물놀이장 등 사계절 시민 유원지를 조성해 행락지로 활용하고 있어 용인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평택시는 진위천의 수질 유지 및 평택시민 상수도 공급과 진위천 수질 악화를 이유로 해제에 반대하고 보호구역을 존치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용인시는 팔당 광역 상수도 연결로 송탄상수원이 상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수질오염총량제 실시로 진위천 청정수질 유지에 문제가 없는 점, 광역상수도로 교체할 경우 상수도 관망 개설비용 일부부담과 진위천 수질개선을 위한 공동노력 및 비용 부담 용의를 표명하며 규제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용인시는 급기야 지난해 8월31일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해 시민 등 500여명이 평택시청을 항의 방문, 원정시위를 벌였다.이에 맞서 평택시의회는 지난해 9월 경기도와 3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착수하는 수질개선 및 상생협력 연구용역에 앞서 연구용역비 1억2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경기도와 용인, 안성시의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한달 뒤인 10월 임시회에서 시가 제출한 연구용역 예산안을 의결하기도 하는 등 마찰은 이어졌다. ■ 道·용인ㆍ평택ㆍ안성시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해결 협약’이런 가운데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을 둘러싼 36년간의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경기도와 용인ㆍ평택ㆍ안성시 등이 지난해 12월 9일 송탄ㆍ유천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해결을 위한 공동연구 용역 진행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경기도, 평택·안성시와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방침이다.연구용역은 경기도가 주관하고 3개 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구가 진행되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용역비는 경기도가 2억4천만원, 3개 시가 각각 1억2천만원씩 부담한다.정찬민 용인시장은 “이번 협약은 평택 상수원 보호구역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작”이라며 “용인시는 연구 용역을 토대로 용인시 뿐 아니라 인근 시, 나아가 경기도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 해결과 관련, 전형준 단국대 교수(분쟁해결연구센터)는 “각 지자체마다 하나의 쟁점만 가지고 논의해 해결하기보다, 세 곳의 지자체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상수원보호구역 외에 송전선로 문제 등이 얽혀 있는 만큼 복합적인 문제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인=강한수ㆍ권혁준기자

[갈등 풀고 미래로…]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

님비현상을 극복한 우수사례로 기대를 모았던 화성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가 사업의 가닥은 잡았지만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식돼 유치 신청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화성지역 6개 마을이 경쟁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선정지 인근 서수원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함백산 메모리얼 파크’는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일원 30만㎡여 부지에 건립되며,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약 1천203억원을 투입, 화장로 13기, 봉안시설 약 2만7천기, 자연장지 약 3만8천기, 장례식장 6실을 건립해 경기 서남부권 주민에게 원스톱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지가 서수원 호매실지구와 인접해 피해가 우려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경기도의 중재 시도도 성과를 보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 광역화장장의 출발화성시는 화장수요의 급증으로 화장시설 건립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근 시·군과 함께 건립하고 이용하는 공동형 장사시설을 추진하고자 2011년 11월 ‘(가칭)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이후 2013년 과천, 군포, 부천, 시흥, 안양, 의왕, 평택 등 7개 시가 참여의향서를 제출, 이들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이어 후보지 공모 결과 서신면 궁평2리, 매송면 숙곡1리 등 6개 마을이 접수했다. 당초 님비시설로 인식되어 유치신청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치열한 각축을 벌인 것이다.이는 50억원 이내의 마을발전기금은 물론 150억 수준의 마을기반시설과 주민복지시설 건립 등 시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기 때문으로, 서면심사와 현장심사, 입지타당성조사용역 등을 거쳐 매송면 숙곡1리가 최종 선정됐다.이후 안산과 광명도 참여의향을 밝히면서 총 10개 시·군이 공동 추진하기로 했지만 지자체 간 수익 분배 문제와 재정상황 등으로 5개 지자체가 불참하기로 하면서 화성, 부천, 안산, 시흥, 광명 등 5개 시·군이 최종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서수원 주민의 반발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이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라는 이름으로 매송면 숙곡1리에 들어오기로 하자 서수원 주민들은 반발에 나섰다.해당 부지가 칠보산을 경계로 서수원권 택지개발지구인 호매실지구 아파트 단지와 불과 2㎞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호매실지구 주민들은 지난해 1월 칠보산 화장장 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이들은 칠보산의 생태계가 파괴될 뿐 아니라 소각로에서 연소돼 나오는 배출물이 편서풍을 타고 호매실지구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획 과정에서 수원시민의 의견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 가운데 지난해 5월 발표된 경기연구원의 화장시설 환경영향 분석 결과는 반발을 더욱 확산시켰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는 최신ㆍ최적방지시설이 설치되기 때문에 기존 화장시설에 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현저히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자 비대위 등 서수원 주민 2천여 명은 입지 선정에 관여했던 경기연구원의 자료는 신뢰할 수 없다며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건립계획 재검토와 이전을 촉구했다.■ 갈등관리기구도 풀지 못하는 갈등첨예한 갈등이 지속되자 갈등관리기구가 출범했다. 갈등관리기구는 경기도가 주관하고 수원시 주민대표 5명, 화성시 5명, 갈등조정 전문가 2명 등 12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3월18일 첫 모임을 가졌다.하지만 경기연구원의 연구 용역 발표 뒤 경기도는 화장장 건립을 위해 화성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한 개발제한구역(GB) 관리계획 변경(해제)안 상정을 국토부에 의뢰했고, 이에 주민대표들은 ‘갈등관리기구가 요식적인 행위에 불과했다’며 회의에도 불참하게 됐다.이처럼 수원시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조성사업을 위한 ‘2016년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 심의안’이 한차례 보류되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달 24일 조건부로 승인했다.이에 광역화장장 건립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서수원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등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저지 운동을 펴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 주민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전문가들은 광역화장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서수원 주민들의 불신이 너무 크다는 점이 갈등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렇게 되기까지는 경기도와 화성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광역화장장 추진은 님비 현상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장사문화 정착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며 “하지만 서수원 주민들과의 사전협의가 배제되면서 이들의 우려가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특히 경기도는 한쪽으로는 갈등관리기구를 열어놓고, 다른 한쪽으로는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추진하는 등 양면성을 보여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이 소장은 “애초에 경기도가 중재를 시도했으니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한번 협의체를 구성해보는 것을 제안한다”며 “이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상 피해 등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중립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아무도 제대로 된 중재를 하지 않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문제를 부풀리고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이어 “수도권은 2014년 말부터 이미 제2의 화장대란이 시작돼 화장장 건립이 시급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화장대국이라는 일본 나고야 제2화장장 건립은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준비하느라 18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박 실장은 “화장장을 환영하는 지역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수원시민들이 왜 아파하는지 많이 헤아리고 길게, 넓게 보는 것이 갈등을 풀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인묵·구예리기자

[아름다운 도전] 수원FC 언더독의 반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와 K리그 챌린지(2부리그)를 거쳐 클래식(1부리그) 승격의 기적을 일궈낸 수원FC의 도전기는 2015년 12월을 뜨겁게 달궜다.2003년 수원시청으로 출범해 2012년 챌린지 무대에 뛰어들었고, 프로데뷔 3년 만에 클래식 승격을 이뤄낸 수원FC는 2016년 1부리그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앞두고 있다.새로운 시즌을 준비 중인 수원FC는 1부리그에 걸맞는 전력과 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클래식 잔류 위한 전력보강 ‘급물살’ 가장 시급한 것은 전력보강이다. 지난 시즌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군 베스트 11 가운데 임성택, 김재웅, 김창훈, 김종우 등 4명이 군 입대와 임대 복귀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기존 15명의 선수가 틀을 유지하고 있다.대략 40%의 선수를 새로 충원해야 하는 수원FC는 선수선발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로 돌아갔던 수비수 임하람은 수원FC와 연봉계약을 체결해 다시 팀에 합류했고, 공격수 윤태수(아주대)와 여인언(한남대), 수비수 이창무(홍익대), 김성현(성균관대), 골키퍼 김지훈(광운대) 등 대학 출신의 신인 선수 5명을 영입했다. 외국인 수비수 블라단이 잔류를 확정한 가운데 지난 시즌 21골을 기록하며 챌린지 득점 랭킹 3위에 오른 공격수 자파는 중국 갑급리그(2부리그)의 메이저우 케지아로 이적했다. 고향인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난 미드필더 시시 곤잘래스는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미드필더 유수현은 다음달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조덕제 감독은 “자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럽과 남미 등 외국인 선수들의 영상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며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 최종 결정만을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수원FC는 기존 외국인 3명 외에 아시아쿼터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호주와 일본 등의 선수 영상을 분석하고 있는 수원FC는 팀과 조화를 이룰 최적의 용병을 선발하겠다는 각오다. 이 밖에도 클래식과 챌린지 소속 중 팀컬러와 적합한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선수단 변화에 앞서 조덕제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보다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함께 최선을 다해준 기존 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 팬들과 함께하는 시민구단 수원FC 수원FC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수원FC의 상징성을 이어가기 위해 수원종합운동장에 잔류한다는 입장이다. 수원FC는 노후화된 수원종합운동장의 개·보수를 통해 카페테리아를 신설하고, 팬숍을 확대하는 등 시설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경기장 테이블석의 확대를 통해 지난 시즌 큰 인기를 끌었던 ‘치킨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며, 홈팬의 경기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변좌석 도입을 검토중이다. 엠블럼과 유니폼의 디자인 교체도 추진중이다. 수원FC의 엠블럼은 수원시의 삼색인 적·청·녹색을 모티브로 수원의 랜드마크인 ‘수원화성’과 바람을 가르는 축구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지만 구단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체작업에 착수했다. 수원FC는 디자인 전문가로부터 시안을 모집한 뒤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엠블럼을 교체할 방침이다. 또 유니폼도 기존의 컬러와 패턴은 유지하되 보다 세련된 이미지로 보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마스코트를 개발해 홈경기는 물론 지역밀착사업, 봉사활동 등을 펼치며 구단을 홍보하고 팬과 시민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공식응원가를 제작하는 등 더욱 재밌는 응원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23일부터 달콤한 휴식기를 갖은 수원FC 선수단은 4일 복귀해 본격적인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수원FC는 1주일간의 가벼운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 올린 뒤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5일간 제주도 서귀포에서 1차 동계훈련을 펼친다. 이후 2월11일부터 26일까지 16일간의 2차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2015년 겨울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수원FC. 힘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젊은 청춘들의 아름다운 도전기가 2016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홍완식기자

“대한민국 정치는 뇌사 상태… 국민이 심판해야”

‘2016년 丙申年(병신년)은 뇌사상태에 빠진 대한민국 정치를 국민이 심판하는 해다’ 희망찬 새해가 시작됐지만 우리 정치는 국회의원 선거구가 없어져버리고 경기도의회는 올해 예산안 처리를 못해 준예산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국민들을 우울하게,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선거구 확정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헌법재판소가 개정시한으로 제시한 2015년 12월31일을 넘기면서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는 효력을 상실해 모두 무효가 됐다.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안 등 쟁점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새해 과제로 넘어왔다.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여야 모두 네 탓 공방만 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고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 못된 것만 배웠는지 누리과정 예산 삭감문제로 여야가 충돌한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마지막날 본회의장 의장석 차지를 놓고 몸싸움을 벌여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구태 정치로 망신살을 자초했다. 야당과의 ‘연정’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남경필 경기지사의 안방에서 벌어진 일이라 도민들의 실망감과 혼란스러움은 더욱 큰 상황이다.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4·13’ 20대 총선은 국민들에게 4년 마다 돌아오는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 중앙 정치(국회)를 바꾸고 2년 뒤 지방 정치(도의회)도 바꿔야 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병신년 새해,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던 우리 정치권을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면서 “투표만큼 정치를 심판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의 올바른 선택만이 ‘창피한’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들을 두려워하며 국민들을 기쁘게 ‘환골탈태’ 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의 실망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지난 1월1일 0시, 이례적으로 발표한 담화문에서도 나타난다. 이날 선거구 획정기준을 제시한 정 의장은 담화문 말미에 “국회의장 취임 이후 선진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정쟁의 정치구도를 끊어내야 함을 수차례에 걸쳐 주장했다”며 “하지만 19대 국회에서는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 의장은 이어 “올 봄에 치러질 20대 총선이 기회”라면서 “20대 총선이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이를 통해 탄생할 20대 국회가 정치개혁을 완수해 내어 선진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의 굳건한 토대를 쌓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4선·안양 만안)의 사촌 형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의회란 기본적으로 타협하는 곳인데 (여야가) 부딪치고 싸우고 있다”면서 “20대 국회는 타협을 본령으로 삼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협상과 타협’을 강조했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도자는 지도를 하고 이끌어야 하는데 지금은 민심을 따라가기 바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 20대 총선에서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까?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들이) 누구와 친하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국민과 친해지려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20대 총선을 정책 선거로 이끌기 위해 모든 후보들에게 ‘공약 예산서’를 받아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장관은 “국민이 사적인 인연, 학연과 지연 등에 연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 ‘나 대신’일을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뽑은 이후에는 감시와 참여를 통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국민의 눈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정치,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재민기자

[신년 인터뷰]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장은 2015년 을미년(乙未年) 한 해 동안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의장으로서 ‘사람중심, 민생중심’ 정치 구현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그간 도의회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 보였다. 그는 ‘합리적 중재자’를 목표로 소통의 물꼬를 튼 의미있는 한 해였다고 지난해를 회고했다. 강 의장은 특히 중앙중심의 정치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지방정치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변화’를 통한 진정한 의미의 ‘자치’를 소원했다.-재임 중 좋았던 기억은.9대 의회를 돌이켜보면 의장으로서 합리적인 중재자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또 그 과정 속에서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고 말하고 싶다. 의장 재임기간 중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 긍정적 변화를 꼽자면 광역의회 최초 생활임금 도입건을 말하고 싶다. 또 하나는 의회 환경미화원 분들이 이제껏 용역회사를 통해 간접고용형태로 일해오던 것을 직접고용 형태로 바꾼 점이다. 작지만 의미있는 일이었다.도의회 내외부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지난 10월 본회의 충돌이 있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결의안을 제외하면 의장으로서 합리적인 중재자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한다.-의정활동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의정 전반에 걸친 아쉬움이 있다면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체계를 말할 수 있겠다. 지난해는 지방자치 부활 20년,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후퇴했다. 자치와 분권의 길로 나아가기는 커녕 오히려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려는 중앙정부의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려 했고 지방자치 단체에 유사ㆍ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를 강요했다.현재 시점에서 볼 때 온전한 지방자치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역의장협의회와 더불어 민주당 내 자치분권 세력들의 모임, 자치분권 지도자회의 등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중앙중심 국가시스템을 바꾸기에는 요원한 것 같다. 특히 지방자치는 집행부와 의회가 양축을 이루고 있는 구조임에도 여전히 집행부에 과도하게 힘이 쏠려 있는 모양새다. 인사권도 그렇고 예산편성 부분도 그렇다. 의회의 독립성은 물론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느낀다.-의회와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는.5대 의회 이후 8년 만에 의회로 돌아왔다. 5대 때만 해도 지역 유지분들이나 사업가들이 대다수였는데 9대 들어서는 국회 보좌진이나 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많은 수를 차지해 의원 분들의 역량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의원들 모두가 여야를 떠나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의정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도의회가 올해로 개원 60주년을 맞이하는데 이런 분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길 희망한다.그것이 희망의 지방정치를 만드는 길이자 지방자치의 건강한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방의회나 단체장 경험을 가진 분들이 우리나라 정치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현장에서의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중앙에서 일하는 그런 시스템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하겠다.-연정에 대해서는 어떻다고 보는가‘연정’은 큰 틀에서 볼 때 잘한 선택이다. 경기도 연정이야말로 의회와 집행부로써의 권한을 내려 놓고 도민의 입장에서 도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생의 정치다. 연정을 통해 민생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서민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이는 경기도의회와 집행부가 해나가고 있는 ‘연정’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의 연정에서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 가치, 정책, 민생 등 진정한 의미의 연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총선출마에 대한)입장정리를 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의원이자 도의회의장을 맡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이다. 의장이라는 위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지역구인 안양 만안구 주민들에 대한 고민 등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국회에 간다면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정치를 하고 싶다. 도의회에서의 활동과 마찬가지로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 지방분권이라는 큰 틀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고 싶다.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러한 노력들을 통해 지방자치, 지방의회가 좀 더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2016년 도의회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도의회의 예산편성 자율권을 강화하고 의원과 사무직원의 연수ㆍ교육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의정발전과 정책수립에 필요한 조언과 자문을 위한 전문가그룹(경기의정포럼)도 구성하고 31개 시ㆍ군 지역상담소의 인력 충원과 홍보 역시 강화해 나가겠다. 특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커다란 문제로 사회적 양극화와 고령화 현상을 들수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생활임금조례’ 등 관련 법안들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예산편성에 주력,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고민하겠다. 지난해 우리 경기도의회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를 기반으로 올해도 도민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며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도록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아울러 경기도의회는 2016년도 예산안 처리를 하면서 집행부의 협조로 500억원의 예산을 직접 편성해 심의했다. 여야 합의와 상임위원회 배분을 통해 도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는데 중점을 뒀다.자율예산편성에서의 원칙 그대로 새해에도 제대로 일하는 의회, 민생 현안에 적극 나서는 의회로써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2016년 새해를 맞이해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성년으로써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주성과 책임감을 갖고 말 그대로 진정한 ‘자치’를 해 나가야 한다.경기도가 그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경기도의회가 앞장서겠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지방의회로써 지방자치의 교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중앙정부의 간섭에 당당하게 맞서 나가겠다. ‘사람중심, 민생중심’이라는 큰 틀에서 도민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일하겠다.김동수ㆍ박준상기자

[신년 인터뷰] 유정복 인천시장

“2016년은 인천의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고 체감하는한 해가 될 것입니다.”유정복 인천시장은 “2016년은 지난해 이뤘던 각종 성과를 바탕으로 인천의 새로운 가치를 체감하고 가시화시키는 해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유 시장은 “지난해는 KTX 사업의 조기 추진 기반을 확보하는 성과와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 세계교육포럼, 프레지던츠컵 등 인천을 알리는 국제행사도 많았던 해였다”며 “올해는 이 같은 성과 등을 바탕으로 재정건전화, 인천의 가치 재창조라는 목표 실현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인천의 변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유 시장은 지난 2014년 ‘힘 있는 시장’을 앞세워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인천시민이 기대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다. 유 시장이 심각한 재정문제 해소와 복잡하게 얽힌 지역 현안 해결 등 내실에 역점을 두다 보니 시민들이 시정에 대한 이해와 체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출구조를 혁신해 세출을 세입 범위 내로 정상화하고, 국비와 추가 세원 확보로 세입을 늘렸으며, 공직사회부터 업무추진비, 수당 감축 등으로 고통을 분담했다.지금까지 지급하지 못한 법정·의무적 경비 미부담액 3천832억 원을 해소했고, 고금리 지방채를 차환해 1천207억 원을 절감했다. 유 시장은 “역대 최대 국비와 보통교부세를 확보하는 등 인천의 가치를 도약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해였다”고 평가했다.유 시장은 올해는 이 같은 준비 작업을 통해 인천발(發) KTX, 루원시티, 검단신도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시정의 주요 현안이 눈에 띄는 속도로 진전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인천발 KTX 사업은 민선 6기 핵심공약사업이다. 그동안 고속철도 수혜에서 제외됐던 인천 시민에게 획기적인 이동 편의를 제공함은 물론, 명실 공히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또 유 시장은 수도권 매립지 문제도 온 힘을 다해 실현 가능한 최선의 대안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고통만을 감내하고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던 비정상적인 수도권매립지 정책을 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매립면허권과 토지소유권 등을 갖게 됐고, 그 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최소 수조 원대에 이르는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이뿐만이 아니다. 2015 세계 교육포럼과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프레지던츠컵을 성공적으로 치러 전 세계가 인천을 주목했다. 또한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50년 만에 인천의 역사적 상징인 문학산 정상부를 개방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유 시장은 “이런 변화와 소중한 성과는 인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이제 시작 단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서 “어려운 과정임에도 함께 해준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재정 정상화로 전환 교두보 마련지난해 인천은 큰 위기가 있었다. 재정위기관리단체 주의등급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유 시장은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과 부채 감축계획 등을 발표하며 시의 재정난 타개에 팔을 걷어붙였다.유 시장은 “시의 심각한 부채상황을 개선하고자 ‘2018년 재정 정상 단체 전환’을 목표로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시민에게 약속한 재정건전화를 반드시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의 3대 실천지표는 ‘예산대비 채무비율 25% 미만으로 전환’과 ‘총 부채(공공기관 포함) 13조 원을 9조 원대로 감축’, 그리고 ‘법정 전출금 등 의무경비 미부담액 해소’가 핵심이다.구체적으로는 지방세 세입확대를 위해 지역자원시설세 과세 확대,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 관련 경기시설의 생산적 활용을 통한 세외수입 확충, 보통교부세 추가확보를 위한 산정대상 통계 누락분 발굴, 착공 전 사업 투자심사 재실시 등이다. 또 비법정 민간보조 사업의 합리적 개선, 지방보조금 성과평가 및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 강화, 공공기관 혁신안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특히 올해 세출 구조조정 등 여전히 긴축재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재정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소견을 밝혔다. 올해 시의 총 예산규모는 8조 1천93억 원이다. 올해 예산편성의 핵심은 재정건전화라는 큰 목표 달성에 있다. 유 시장은 “예산 편성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의 행복과 인천의 미래발전에 대한 투자는 챙기고자 하는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유 시장은 올해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고자 3천34억 원 부채를 조기 상환할 계획이며, 그동안 어려움이 있었던 군·구 조정교부금, 교육청 전출금 등 소요액 1조 1천845억 원도 전액 반영했다. 시민의 행복을 위해 장애인·어르신·여성 등 사회적 약자 배려 예산도 적극 반영했다. 복지분야 예산은 지난해보다 955억 원이 늘어난 2조 3천67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29.2%에 달한다. 게다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목표로 장애인 가족 여행프로그램 등 새로운 사업도 발굴해 반영했다.그는 또 쉽지 않은 재정상황이지만 시민의 사기와 도시 활력을 높이는데도 노력할 계획이다. 인천의 역사성과 문화가치를 극대화하고자 계양산성 박물관 건립, 문학산 편의시설 확충, 문화예술 특성화 사업 등을 추진하려 준비하고 있다.원도심을 창조적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추진과 더불어 보석 같은 인천의 섬을 매력적으로 만들 섬 관광 콘텐츠 발굴, 강화 갯벌 생태계 복원 사업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와 함께 인천의 희망·미래를 위해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로봇랜드 조성, 인-차이나 프로젝트 등을 적극 추진하고, 인천 중심의 교통축 형성과 교통복지를 위해 도로·철도·대중교통 체계 구축 등에 온 정성을 쏟을 계획이다.유 시장은 “요약하면 올해 예산은 재정건전화 이행으로 재정 정상 단체 전환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인천의 가치 재창조와 도시브랜드 가치제고 등 핵심 분야에도 노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천의 섬을 보물섬으로 재탄생 시킬 것유 시장은 1월 중으로 인천발전연구원 등 전문가와 섬 개발 및 관광분야 관련 부서장 등을 구성원으로 섬 프로젝트 추진협의체(TF)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정례적인 토론회(매 분기)와 보고회(상·하반기)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분야별 추진상황을 점검하며 현안에 대한 대책 및 추진방향을 신속하게 결정·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일반시민, 단체 등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게 2∼3월 중 가치재창조 선도사업과 연계해 섬 프로젝트사업 제안공모를 하고 채택된 우수 사업을 시상, 사업비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유 시장은 섬 관광 활성화 체험 및 축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인천 섬만이 가진 우수한 문화 관광자원을 소개·홍보하는 인천 아일랜드 로드쇼를 5월 중 개최할 예정이다.봄과 가을 관광 주간에 맞춰 인천 섬 특별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서해 5도 관광 활성화 및 군사적 긴장감 해소를 위한 서해 5도 팸 투어 사업, 여름철 섬에서의 가족힐링캠프 개최 등 인천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유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신사업 모델 창출,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섬 가치 재창조에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대담=유제홍 정치부장, 정리=김미경기자

[신년 인터뷰]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

“새해에도 시민에게 한발 더 다가가 희망을 주는 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은 “‘행복한 시민, 희망찬 의회’를 모토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지난해를 회고하며 이 같이 밝혔다.그는 “심각한 재정문제 해소와 실타래처럼 얽힌 지역 현안을 풀어 나가기 위해 인천시의원 모두가 시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많이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왔다”면서 “집행부가 계획한 모든 사업이 시민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면밀히 연구하고 파악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노 의장은 ‘의정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시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오직 인천시의 주인인 300만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지방의원이 실천해야 할 ‘생활정치’라고 강조했다. 노 의장은 “새해에도 회기, 비회기 구분 없이 상임위원회 및 의회 주관으로 각종 민생현장을 찾아 시민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만이 의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근간이다.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열심히 일하는 만큼 잘한 부분은 아낌없이 격려해 주고, 잘못한 부분은 날카로운 비판으로 시정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면서 “의회가 한층 성숙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행복한 시민, 희망찬 의회 만들 것 노 의장은 올해도 ‘행복한 시민, 희망찬 의회’라는 목표 실천에 나선다. 특히 시민과의 약속인 안전, 봉사, 신의 3대 실천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의정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인천의 품격을 높이는 인천의 가치 재창조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시정의 주요 현안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의회의 분야별 감시와 견제활동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원도심을 창조적으로 복원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해 활력을 불어 넣고 함께 잘사는 원도심으로 재창조,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희망을 드리는 봉사하는 의회 만들기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인천의 가장 큰 현안인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노 의장은 올해도 국가경제는 저성장의 기조가 지속되고 대내외적으로 발표되는 경제동향과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시 재정상황은 아직까지 녹록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016년 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재정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긴축재정 운영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전시성, 일회성 행사경비와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하고, 건전재정을 해치는 불확실한 세입예산 증액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천명했다. 노 의장은 재정개혁 등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집행부와 동반자 입장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계획이다. 노 의장은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규모는 크지만 전체적으로 채무 상환과 법정경비를 해소하는데 큰 비중을 두도록 심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인천시가 재정건전화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예산 집행에 있어서도 시민의 귀중한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투입되도록 해 한푼도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원 1인당 보좌관 1명 의원보좌관제 필수 최근들어 지방의회에서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 재구성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업무환경은 급변했고, 지난 정부(2000~2012)에서는 중앙권한 및 사무의 지방이양을 위해 위원회(지방이양추진위원회,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구성해 3천101개의 지방이양 사무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1천982개 업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서 지역주민이 지방정부에 기대하는 욕구가 다양한 방면에서 표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 의장은 기본적으로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보좌관제가 필요하고, 다만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시행방법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 의장은 “인천의 경우 지난 6대 의회 기간 중 총 1천116건의 조례 및 동의안을 처리했고, 지난해 본예산 기준으로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예·결산을 처리하는 등 매년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방의원을 지원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시민에게 한 단계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원보좌관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행방법으로는 현행 전문위원제 보강, 인턴제 시행 등 단계적으로 완충장치를 보강한 후 결과를 평가해 단계적으로 1인 1명 보좌관제를 시행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면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중앙부처 및 타 시·도 의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향후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 신뢰 높이고 모범된 의회상 확립 최우선 노 의장은 최근 지방의회 윤리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시민에게 신뢰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예정이다.그는 “윤리특별위원회가 동료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라 공정성 부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안이 발생된다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시민, 전문가그룹 등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리특별위원회는 의원의 품위 손상이나 비위 사건의 조사 및 징계 여부를 심사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눈높이를 벗어나는 사례가 없도록 사전 예방하는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보고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다. 앞서 인천시의회에서는 지난 2014년 의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정하는 행동강령 조례안과 규칙안을 제정해 시행 중에 있으며, 이를 수시로 의원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노 의장은 “앞으로도 인천시의회가 시민의 신뢰를 잃지 않고 사랑받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전 의원과 합심해 모범된 의회상을 확립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 의장은 시의회가 나서 해경본부 이전 문제에 강력하게 반대입장을 밝히며 1인 시위를 벌이는 것도 모범된 의회의 모습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인천시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시의원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0월 인천에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고시하자, 시의회는 곧바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이어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데 이어 제227회 임시회에서 해경본부 이전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국무총리실, 국회,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에 전달하고 지역의 정치인, 인천시민과 함께 이전 반대에 대한 당위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이런데도 행정자치부가 이전을 강행하자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해경본부 이전이 철회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인천시의원 전원이 무기한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노 의장은 “해경본부 이전은 남북간 서해교전을 비롯해 긴장감이 존재하는 안보상황과 중국어선이 불법어로를 하고 있는 특수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이며 해양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담=유제홍 정치부장, 정리=김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