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천년 동-서양음악의 만남 시도

사물놀이를 대표하는 김덕수의 한울림예술단과 관현악계의 선두주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새로운 천년을 맞아 동-서양음악의 만남을 시도한다. ‘새 천년을 여는 감동과 신명의 마당-2000 신년음악회’가 그 무대로 21일 오후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들의 만남을 연결시켜 주는 작품은 강준일 작곡의 ‘사물놀이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마당’. 풍년굿과 노랫가락, 판굿놀이 같은 전통 농악 장단을 소재로 서양 관현악과 우리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협주곡이다. 지난 84년 초연된 뒤 여러 차례 국내 음악팬들에게 선보였으며, 특히 95년 미국 UN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UN 창립 50주년 기념 음악회’에선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김덕수사물놀이패가 협연,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한 바 있다. 이번 연주회에선 김덕수 강민석 박안지 김한복 등 4명의 한울림예술단과 박은성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 협연으로 95년 감동의 무대를 재연할 예정이다. 연주회에선 또 루마니아 현대 작곡가 에네스쿠의 대표작 ‘루마니아 랩소디 제1번’과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협주곡 중의 하나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마단조 작품64’를 코리안심포니와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의 협연으로 함께 선보인다. 문의 (02)598-8277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대자연 그대로 캔버스가 된다

가평군내 화랑포 강변에서 40여명의 미술작가들이 자연과 호흡하면서 펼치는 야외 설치전이 마련된다. 지난 1981년 ‘겨울 대성리전’을 개최한 동인들을 중심으로 19년동안 ‘자연’이라는 대명제를 가지고 꾸준히 바깥에서 현장작업을 통해 자연과 친화 교감하면서 지속적인 연구와 작품활동을 전개해 온 바깥미술회의 ‘자생, 생태, 공동체 - 바깥미술 대성리전’이 22일부터 30일까지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북한강 화랑포 강변에서 열린다. 화랑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중심으로한 형식주의 미술, 파벌의식이 팽배한 화단, 그리고 정체성 없는 첨단 서구 미술의 유행으로부터 탈피해 일찍부터‘바깥’으로 관심을 돌린 바깥미술회의 바깥미술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말고도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물론 신나는 사물놀이와 굿판, 퍼포먼스 공연 및 주민과의 한마당 등 한마디로 다채로운 열린 예술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깥미술회가 지향해 온 가장 일관된 관심은 ‘자연과의 교감’. 자연을 단지 작가의 주체적 시각에 의해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려 했던 종래의 낭만주의에 대해서 이들은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자연에 직접 참여하고 체험함으로서 우리의 전통에 내재된 자연 친화적인 미의식을 회복하고 탐구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지나치게 서구적인 주체중심적 미의식으로부터 탈피해 자생력있는 미술의 저변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바램을 담고 있기도 하다. 20주년을 맞이하는 바깥미술의 대성리전은 이와 같은 지속적인 관심하에 새로운 세기에 대처하는 예술의 가치 및 윤리적 책임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자생, 생태, 공동체’라는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모색과 점검을 전개한다. 특히 지식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 가상현실 공간의 급속한 확산은 생태학적 체험관계와 생명공동체 의식의 급속한 결여를 낳게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생태공동체적 세계관’은 새로운 세계의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강전충, 고승현, 배운영, 이준용 등 모두 40명의 작가가 참여해 특정 소재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개인 또는 공동작업한 작품 32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신나는 동심의 뮤지컬 무대 열려

한창 즐거운 방학생활을 보내고 있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줄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 공연이 수원과 안산에서 열린다. 먼저 공연기획 청년시대가 러시아 국립인형극장 ‘마리오 보네뜨까’의 인형 뮤지컬 ‘신데렐라’를 23일 오후1시·3시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마련한다. 계모와 새언니들로부터 모진 구박을 받으면서도 착한 마음을 지닌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으로 왕자를 만나 결혼한다는 권선징악적 내용인 담은 얘기가 기본 줄거리인 ‘뮤지컬 신데렐라’는 동화속 이야기와는 조금 달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일곱명의 어릿광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매우 흥미롭고 빠르게 에피소드들을 바꾸어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또 ‘신데렐라’에는 많은 새롭고도 흥미로운 소재가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무엇보다 가볍고도 화사로운 천감으로 제작된 소품들, 한 예로 궁궐의 무도회에서 보여지게 되는인형들의 화려한 모습과 의상, 배경들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흥겨운 음악과 템포, 조명, 배우들의 부드럽고 유연한 몸의 움직임은 작품을 이루는 주된 요소인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친숙함을 전해주는 중요한 요소로도 작용한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러시아 국립인형극장 마리오 보네뜨까는 모두 15개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작품 모두 세계문학의 거장들의 대표작들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중 ‘신데렐라’ 인형극은 뮤지컬의 형태와 화려한 의상이 돋보이는 무도회 장면이 일품으로 손꼽히고 있다.(0551)256-0889 지난해 9월 안산시 고잔동 아울렛 백화점 10층에 문을 연 해암아트홀에서도 오는 30일까지 방학특집 가족 뮤지컬 ‘헤라클레스’를 공연하고 있다. 안산시에 최초로 탄생한 민영공연장으로 그동안 ‘잠자는 숲속의 공주’ ‘헬렌켈러’‘애니’‘정글북’ ‘동화나라 이야기’ 등을 3주 간격으로 일일 3회씩 공연해 오고 있는데 이번 공연은 그동안의 호응에 힙입어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공연이다. 지난 11일부터 공연돼 온 ‘헤리클레스’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 디즈니 특유의 재미있고 멋진 캐릭터를 살린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신나는 음악과 노래가 관객들의 귀와 눈을 매순간 사로잡는다. 용기와 희망, 패기와 꿈, 사랑이 넘쳐 흐르는 이번 ‘헤라클레스’의 후속 작품으로 해암아트홀은 2월1일부터 27일까지 뮤지컬‘아나스타샤’를, 2월29일부터 3월19일까지 뮤지컬 ‘바보이반’을 준비중이다. 평일 오전 11시·2시·4시, 토·일·공휴일 오전 12시·2시·4시 (0345)401-1553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박종화씨 두번째 시집 서글픈고정관념

노래하는 시인 박종화씨의 두번째 시집 ‘서글픈고정관념’(시와사회)이 출간됐다. 박종화씨는 민주화 투쟁이 절정을 이루던 80년대 당시 노래로 학생과 대중의 심금을 울리며 사랑을 받았던 인물. 그가 지난 89년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상태에서 발표한 노래집 ‘분노’는 운동권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첫 시집인 ‘바쳐야 한다’(92년)가 잘못된 시대를 호되게 질타하고 있는데 반해 이번 시집에는 학생신분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자 사회인으로 변한 그의 고뇌가 짙게 스며 있다. ‘난 아버지다/돈 버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강철 전사여야 한다/피도 눈물도 없는/오로지 가족만을 위한 터미네이터여야 한다//난 아버지다/이 서글픈 최면 앞에/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지켜야만 될 서글픈 고정관념’ 中) 목숨을 걸고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그가 이제는 비장한 결의의 심정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청년기에는 애써 부인했을 소시민적생활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이런 현실변화는 그의 가치관에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는 제 한 목숨과 가정을 위해 억척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경멸이나 적개심을 내보이기 보다는 오히려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산다는 것이/살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이/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뼈저리게 느끼고 아파했을 때 나는/이미 사람이 존경스러워졌다’(‘사람이 존경스럽다’ 中) 그는 또 성적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풍토에서 학생들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경고한다. 박시인은 이제 자신의 이념이나 주장을 맹목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섞여 들기를 갈망하고 있다.

홍석화의 소설 청산에 살어리랏다

토종·뒷간 연구가로 잘 알려진 홍석화씨의 소설 ‘靑山(청산)에 살어리랏다’가 출간됐다.(도서출판 세계인) 한국판 유토피아 소설 ‘청산에 살어리랏다’는 한마디로 토종 광대 홍석화가 지금 우리가 처한 현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토종·생태 마을’의 청사진을 제시한 책이다. 한백산 자락에 위치한 기상의 남향 마을인 청산에 제일 먼저 이주해 들어온 사람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전통 옹기의 멋에 흠뻑 심취해 있던 이영식. 여기에 죽염을 굽는 총각 최현배와 남자미용사 출신인 김대교가 합류하고 그후 토종 약초를 고집하는 민간의학자 서한일 박사와 농약을 거부하는 전통농사꾼 박경인·김금순 부부까지 가세한다. 청산을 본격적인 ‘토종·생태마을’로 키워 나가기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우선영농조합을 결성하여 식량 농사에 착수한 후 가옥 구조도 전통적 지혜를 활용하여 에너지 절약형으로 고쳐 나가는 한편 오폐수 처리를 위한 개량 변소·미나리밭·미꾸리 양식장,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풍력발전, 식품저장을 위한 굴, 건강 유지를 위한 황토쑥찜막 등등을 하나하나 공동으로 건설해 나간다.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아주 부지런히 살아가던 중 마을을 뒤흔들어 놓는 사건이 터지는데 이른바 ‘선녀탕 사건’. 선녀탕은 마을 사람들이 소수력발전 후보지로 일찍부터 점찍어 놓았던 곳.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시민모임과 연대하여 그 개발 추진 회사와 싸워 승리를 얻어낸다. 이 승리와 함게 다 죽어 가던 연변아줌마가 서 박사의 치료로 쾌차하였다는 소문이 경향 각지로 번지면서 요양차 마을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 마침내 서 박사의 숙원이던 요양원이 문을 연다. 제1부 ‘다시 이름없는 들녘에 서서’ 제2부 ‘이제 텅빈 청산에 모여’등 두파트로 나뉘어 전개되는 내용은 순수함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속에서 우리전통의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1949년 서울 생인 저자는 196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마당굿 활동에 종사해 오면서 그후엔 애오개소극장 대표를 맡았다. 영화 조감독으로도 활동한 그는 새뜻공부방 총무, 민예총 편집실장을 거쳐 현재는 토종·뒷간 연구가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토종 101가지’ ‘한국의 토종 기행’ ‘토종 문화와 모듬살이’가 있으며 지난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서울 및 경기 지역 5곳을 돌면서 ‘토종뒷간 사진전’을 순회전시한 바 있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564세대를 위한 변명’ 책 펴내

40년대에 태어나 60년대 학번의, 그리고 현재 50대 나이를 일컫는 ‘564세대’.이들은 해방공간에서 태어나 6.25의 폐허속에서 항시적 굶주림에 허덕이던 세대요, 국민학교 시절 ‘고마우신 우리 이승만대통령’과‘뿔달린 괴뢰군’을 졸졸 외던 세대다. 또 4.19혁명, 6.3사태, 6.8부정선거 규탄, 교련반대, 3선개헌 반대 등 60년대를 통틀어 연중행사로 거듭되던 시위대를 누볐던 세대요, 박정희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인 10월유신에 도전해 감옥을 양심수로 넘쳐나게 했던 세대 로 정치사회적 질곡과 모순을 온몸으로 맞서며 한국현대사를 살아왔다. 이 564세대의 대표주자격인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김학민씨가 고뇌하면서, 그러나 깨어서 산 30년 삶의 괘적을 책으로 엮어 펴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학민사에서 펴낸 ‘564세대를 위한 변명’은 1974년 유신체제에 저항한 민청학련사건에서 연세대 주모자로 구속돼 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언도받은 이래 1980년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다시 구속되는 등 숱한 연행과 구류, 연금, 탄압 속에서도 30여년간 민주화운동에 매진해왔던 김씨의 글모음 집이다. 저자는 소위 386세대라는 요즘의 다분히 유행적인 세대구분을, 민주 민족 민중의 기치 아래 이 땅의 정치 사회개혁을 위해 면면히 투쟁해온 한국현대사의 거대한 흐름을 토막토막 잘라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아니라 세대라는 단층적 구조로 파악하려는 몰역사적 풍조라고 비판하고, 이를 상대화시켜 ‘564세대’라는 표제어를 만들어냈다. 30여년간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흐름속에 있던 저자의 삶의 흔적과 편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에서는 수차례의 구속과 투옥과정에서의 여러 자료 및 단상, 출옥후 민주화운동에서의 고단한 삶, 그리고 짧았던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상, 27년이라는 대한민국 최장기 근속 대학생 시절 이야기, 인문·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평가와 해설, 그리고 80년대 이후부터 경기문화재단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활동 등을 그렸다. 이 책은 시대와 치열하게 맞서 싸워온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70년대 이후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증언해주는 것같아 흥미를 더하고 있다. 용인시 기흥읍 하갈리 출생으로 신갈초등학교와 배재중·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학민씨는 70년대 학생운동의 선구자로, 사회과학 출판인인 학민사 대표로, 혹자는 정치인으로, 혹자는 문화운동가로 기억하고 있으며 ‘지역감정연구’ ‘독재의 거리’ ‘정본 백범일지’ ‘절망이 희망에게’ 등 다수의 편저서를 펴냈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작가 구효서의 임꺽정 거꾸로 읽기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민단체들에 의한 낙천·낙선운동이 벌어지면서정계와 시민단체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이런 불신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는 정치인들이 처음에는 대의와 명분을 제일의 목표로 삼다가 일단 권력을 장악하면 금세 얼굴을 바꾸고 온갖 수단을 이용, 권력 굳히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작가 구효서의 ‘악당 임꺽정’(해냄)은 의적이나 영웅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임꺽정을 거꾸로 보는 방법을 동원, 현재의 세태를 풍자한다. 이번 작품은 임꺽정의 책사였다가 배반한 서림의 눈을 통해 의적 임꺽정의 이미지를 철저히 해체하고 이미지 모반을 꾀하고 있다. 서림은 조선 중기의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고 평등 세상을 꿈꾸었다고 알려진 임꺽정을 권력 쌓기에 골몰했던 추악한 인물로 분석한다. 그는 임꺽정을 ‘더 이상의 명분도, 대의도 없고 산중 왕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누리고자 하는 욕심과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한 책략과 흉계뿐인 인물’이라고 평한다. 아전출신인 서림은 양반들의 횡포와 신분 차별에 불만을 품고 신분 차별 타파를 위해 일어섰다는 임꺽정의 휘하로 들어간다. 임꺽정은 서림의 민첩한 두뇌를 높이 평가하고 그를 중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림은 임꺽정의 실체를 파악하고 회의에 빠져든다. 소문과는 달리 임꺽정이 신분 해방이라는 대의명분과는 달리 권력 유지에만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서림이 관찰한 바로는 임꺽정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관군과의 협잡도 마다하지 않고 반대 세력을 몰살시키는 일도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작가는 서림의 입을 빌어 “앞날에 대한 허망한 꾐에 넘어가지 말고 이쪽의 것이든 저쪽의 것이든 기만적인 대의명분에 속지 말라”고 충고한다.

'한국 비무장지대 식물생태' 출간

민족분단의 아픈 상혼이 생생히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의 식물생태를 총체적으로 살펴본 ‘한국 비무장지대의 식물생태’(예문당)가 출간됐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조인된 이후 반세기동안 출입이 통제되면서 전세계에서 훼손되지 않은 몇 안되는 ‘식물생태의 보고’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꽃과 풀, 나무들이 많이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군사적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비무장지대의 남쪽과 북쪽 지역을 최초로 현지 답사해 기술한 보고서이다. 저자는 미국 UCLA 객원교수 차종환박사와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 제성호박사, 한국식물학회 이사 김병우 박사 등이다. 이들은 남북한 비무장지대와 그 인접지역을 답사하거나 김일성대학 교수 등 북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 지역 생태보고서를 출간했다. 제1편 ‘비무장지대’에서는 비무장지대의 역사적 선례와 평화적 이용의 필요성을 다루고, 제2편 ‘비무장지대와 인접 지역의 현황’은 각 지역의 특성과 식물생태면을 소개한다. 차종환 박사는 “이 책은 DMZ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제시하고 비무장지대의 식물상 및 식물생태분야를 총체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무장지대의 개발과 평화적 이용은 남북한 체제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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