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북 환상? 對국민 쇼?

독일에 들른 북한의 백남순외상은 지난 4일 우리측 기자들에게 “그것 되겠어요? 김대중씨에게 물어보시오. 북남(정상)회담 여건에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지를…”이라고 말했다. 불과 이틀전인 2일 서영훈 민주당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자청, “남북정상회담이 올해안에 가능할 것”이며 “상당한 협의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김대통령으로부터도 들었다”고 말했다. 서영훈대표의 발언이 매우 고무적이라면 백남순외상의 발언은 사뭇 냉소적이다. 국민들은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다. 그동안 비밀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협의와 진전을 이끌어낸 것처럼 시사해온 정부측 제스처는 연극이었는가, 아니면 환상이었는지. 1994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평양에서 갖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이 그해 7월 8일 갑작스런 김일성북한주석의 사망으로 비록 이루어지진 못했으나 그땐 전제조건이 없었다. 이번은 다르다. 백남순북한외상은 한·미·일 공조파기, 한·미 합동군사 훈련중지,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관련단체활동보장등 4개항 선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쪽 제의를 받아들이기 싫으면 과거에도 으레 해온 말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임기내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겠다는 생각에 너무 쫓기는 것 같다. 훌륭한 생각이지만 무작정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남북평화공존, 민족공동이익의 추구는 김대통령만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썼다해서 대북 포용정책이 김대통령에 의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92년 남북간 최고 당국자가 재가, 발효절차를 거친 남북기본합의서만 해도 그렇다. 이 합의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북측이 이행을 않고 있는 것과 효력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또 1994년 이루지 못한 남북정상회담 역시 무기연기된 상태다. 그해 7월 11일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북측단장인 김용순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이 이홍구부총리에게 보내온 서한은 ‘우리측 유고로 예정된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위임에 의하여 통지한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은 기존의 남북기본합의서 이행과 연기된 남북최고위급회담 재개로도 능히 가능하다. 문제는 베를린선언 같은 것을 하고 안하고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저들이 말하는 전제조건에 대한 대응이다. 정부는 백남순북한외상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연내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있다고 우길지 모르겠다. 그럼 그것이 무엇일까. 돈으로 요구조건을 떼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가당치 않은 4개항 선결요구를 부분적 수용태세로 나올 것인지를 두고 지켜보고자 한다. 이는 국기와 관련한 매우 첨예한 문제이다.

난(亂) 개발 방지책 시급하다

수도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경기지역이 난개발로 인하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남부는 최근 개발된 용인 수지지역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생활시설은 물론 각종 교육시설과 문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어 기형적인 도시가 형성되어 이대로 가면 도시발전이 아니라 도시 퇴락의 길을 걷게될 것 같다.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용인 수지지역에 대하여 관계당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난개발 방지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를 조속히 실시하기를 촉구한다. 최근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북부지역의 난개발이다. 경기 제2청사의 개청, 접경지역법의 개정 등으로 경기북부지역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고 있으나, 이런 기대가 오히려 각종 난개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경기 북부지역은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으며, 또한 재정상태가 열악하여 다른 지역에 비하여 낙후된 상황인데 이런 여건이 더욱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각종 규제와 통제로 인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본 주민들은 각종 규제조치의 철폐와 더불어 난개발을 통해서라도 재산상의 손해를 보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더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44.9%를 차지하고 있는 북부지역은 경기 전체 인구의 25.9%를 차지하고 있으며 통일시대를 대비한 발전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군사시설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전지역의 70% 정도가 규제되고 있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경기도 당국은 부부지역 발전에 대한 청사진 제시 없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가 지금과 같은 난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난개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중지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 장기적인 발전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아가야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수도권 정비법 및 상수원 보호구역의 합리적 재지정이 요구된다. 더 이상의 난개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책 수립을 재삼 요망한다.

선거 이용한 집단이기주의

제16대 총선거로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부분의 동네의원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일부터 의사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더욱 죄없는 환자들의 불편만 가중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다. 인천에서는 일시적이나마 시내버스 파업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였으며, 오는 10일부터 직장의보 노조가 총 파업을 돌입키로 하여 의료보험 서비스의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선거때야 말로 각종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표출하기 가장 좋은 기회이다. 정당이나 정치인 모두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비록 예산상의 대책이 없는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게 된다. 더구나 많은 유권자가 집단으로 움직이고 있는 단체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정당이나 후보자는 각종 단체가 요구하는 민원에 대하여 어느때보다 약하기 때문에 선거때가 되면 각종 단체들의 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이런 현상은 민주국가에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야기되고 있는 각종 단체에 의한 선거를 이용한 집단 이기주의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의약분업을 앞두고 발생한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지난 주 대통령까지 개입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집단 휴진을 철회한 바있는데, 또 다시 집단휴진을 하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그 동안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싶다. 불과 일주일 전 집단휴진을 철회할 때와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의사들과 복지부등 관계기관은 국민들에게 대답해야 될 것이다. 분명 어느 한쪽은 잘못한 것이다. 단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평화적 방법은 보장해야 된다. 그러나 선거를 틈타 유권자들을 담보로 집단의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하여 공명선거를 해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선거때라고 방관만 하지 말고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하여 정정당당하게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에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숲 보호가 환경을 살린다.

오늘날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너무나 많다. 그 가운데 근본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가 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나날이 오염·황폐화되는 환경을 살리고 보존하는 길은 나무 심기와 숲을 가꾸는 일이다. 그러나 나무 심는 날로 1년에 하루를 정한 식목일에도 나무 심는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고 하루 ‘노는 날’로 전락해 공휴일로 정한 식목일의 취지가 퇴색했다. 더구나 산림보호정책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맥을 못추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만 해도 98년부터 99년까지 2년동안 산림면적만 2천92ha가 훼손됐다고 한다. 특히 세계적인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인 광릉숲(국립수목원)마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은 참담해지기까지 한다. 국립수목원은 야생 동·식물 5000여종이 서식하는 광릉숲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산림욕장을 폐쇄하고 주말입장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이 지역 관할 지자체인 포천군과 남양주시가 숲 보존 지역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곳에 청소년 수련시설, 음식점, 전원주택단지 등을 무더기로 허가해 주었다는 것이다. 포천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완충지역인 소흘면 직동리의 준농림지를 전원주택지로 허가해 주기도 했다. 국도변의 야산은 물론 해발 100m가 넘는 산중턱까지 건축허가를 내주는 이러한 사례는 용인, 화성, 구리, 고양 등 타 시군에도 많다. 심지어 산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지기도 한다. 올해 산림청은 나무 심기 기간동안 2만ha에 4천900만 그루를 심고 경기도는 식목일을 전후해 20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각 학교나 다른 단체에서 심는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나무가 심어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산불로 인해 1만200ha의 산림이 재가 되어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래도 우리는 나무를 심었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홍수방지와 수자원 함양, 임산물제공, 깨끗한 물과 공기, 쾌적한 삶의 터전 제공 등으로 매년 3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산림조성 및 보호정책이 개발논리에 계속 밀려나 산림과 도시의 녹지가 줄어든다면 자연의 재앙은 불원간 우리를 엄습할 게 분명하다.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다. 식수기간이 아니더라도 나무를 심고 가꿔 푸른 숲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구제역, 범국민적 대처를

진정되는 듯 하던 구제역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이 ‘구제역’으로 확인된데 이어 인근 법원읍 금곡1리와 화성군 비봉면 쌍학1리, 그리고 충남 홍성군에서 유사한 증상의 ‘의사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가축방역사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파주에서 수포성 질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이미 본란을 통해 전국적인 구제역 방역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감염경로가 황사바람에 실려온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구제역이 발생했던 중국에서 수입한 건초에 묻어온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든간에 전국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그러함에도 농림부 등 정부의 초기 대처는 너무 안일하기만 했다. 정부는 애초부터 파주 인근의 조사결과만으로 질병의 확산이 더 이상 없다는 결론을 서둘러 내렸다. 빈틈없는 대처보다는 축산농가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시식회 등으로 인체에 무해함을 알리는 등 우선 파문 덮기에 급급했다. 파주의 경우 발생 4일 만인 지난달 24일에야 신고되었는데다 그나마 검역당국은 당일 업무가 끝났다며 하루 뒤인 25일에야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화성에선 지난달 30일 발병 사실을 확인하고도 3일뒤인 2일 신고했다. 그러나 괴질신고 하루가 지난 3일 아침에도 우유회사 집유차량이 괴질발생지역 낙농가의 우유를 수집해 갔고, 화성군 당국은 3일 정오쯤에야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구제역에 대한 주의환기와 신고계도 등 사전조처를 소홀히 했음은 물론 사후 대응도 마냥 늦기만 했다. 그뿐인가. 가축괴질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축산농가들은 소독제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의 방역태세가 이래선 안된다.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구제역의 확산방지를 위해 방역과 예방조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방역과 접종에 필요한 약품확보와 인력동원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들도 쉬쉬할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 역시 수출길이 막힌 육류소비를 늘려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구제역 사태 해결을 위해 범정부 범국민적 차원의 총체적인 협조가 필요한 때이다.

병무청, 환골탈태해야

잇따라 드러나는 병무청 직원들의 병역비리가 국민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지난 98년 5월부터 시작된 병역비리 수사 2년여만에 수사망에 포착된 비리연루 병무청 직원 숫자만도 47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병무청 직원 1천400여명의 4%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같은 숫자는 95년 이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만 합친 것으로서 수사범주에서 제외된 95년 이전 병무 난맥상까지 감안한다면 빙산의 일각이다. 40여일 전 출범한 검·군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이 새로 구속한 병무청 직원수만 벌써 5명에 이른다. 특히 도피중인 ‘병역비리 몸통’ 박노항 원사를 뺨칠 정도의 병무브로커인 서울지방병무청 신체검사장 소속 징병보좌관 하중홍씨의 구속을 계기로 병무청내 핵심요직 뇌물수수 혐의자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병무청 직원의 비리개입은 서기관급 등 고위직과 운전기사, 6·7급 등 소속·직급·직책·지역에 상관없이 전방위적이어서 충격적이다. 병무청이 병역비리를 본업으로 삼는 직원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세간의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병무청의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부이지만 우리가 병무청 직원들의 병역비리에 대하여 공분하는 것은 뇌물제공자가 권력이나 금력이 막강한 부유층이라는 점이다. 또 수사나 감사가 끝나면 브로커들에 의해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병역비리가 계속 자행된다는 현실이다. 공직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지적은 이미 늦었는가. 병역비리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민감시단으로 구성된 옴부즈맨제도 등 외부 감시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 감사팀을 병무청에 상주시키는 등 엄격한 내부통제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 ‘병무청은 비리청인가’라는 국민의 비난을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통제보다 무엇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병무청 직원들의 올바른 공무원상 정립이다.

‘對北발언’의 남발

김대중정부의 대북발표 시리즈는 서영훈 민주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의 연내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총선기간중 남북문제의 잇단 정치적 언급은 옳지 않다. 정부여당의 발표는 마치 북한당국의 어떤 화답을 총선전에 끌어내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잘못 비칠 우려가 있다. 만약 이러한 신북풍이 인다면 총선에 저들의 영향을 자초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총선기간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표가 절제된 것이라는 여당측말은 해괴하다. 유럽순방 귀국이후 대여섯번에 걸친 대통령의 언급이 절제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거니와 총선후에 할말이 있으면 총선기간은 의당 침묵을 지켰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말해도 되는 뭐가 있으면 선문답식으로 국민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떳떳이 공개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임을 본란은 충고한바가 있다. 한반도문제는 남북이 실질적 당사자이면서 미·일·중·러 등이 얽힌 국제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측과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주변국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밝힐 의무가 있다. 대통령이 국민의 세부담이 되는 대북지원을 중동특수와 비유한 것은 실로 괴이하다. 뭣이 되든 대북지원은 국민 세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이 북한에 투자해서 특수를 누린다고 보는 것은 제살깎아 먹기나 다름이 없다. 에너지에 속하는 전력을 예로들면 북한의 전력생산가동률은 26.1%에 불과한 것이 북한당국의 전력공업부 발표다. 생각해보자. 전력개발에 도움을 주어 중동특수 같은 반대급부를 줄수 있는 처지같으면 아예 도움을 청하지 않을 것이다. 또 대북관계개선의 노력은 김대중정권 전유물이 아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고 이듬해엔 평화통일외교정책선언, 남북상호불가침협력제의에 이어 평화통일 3대기본원칙(1974. 8. 15), 남북한 당국간 무조건대화(1979. 1. 19), 20개 실천사업제의(1982. 2. 1), 남북이산가족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1985. 9), 7·7선언 및 남북기본합의서(1992)가 있었다. 즉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정권에서는 정상회담 성사직전까지 간 일이 있고 북한의 NPT탈퇴선언에 따른 전쟁불사태세속에서 4자회담회의(1996. 4. 16),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발족(1995. 3. 9) 등 역대정권이 남북개선을 위해 부단한 심혈을 기울였다. 김대중정권은 작금의 남북관계개선에 관련한 언급이 마치 그만의 전매특허인 것처럼 오도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정치수단화하는 것은 되레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을 밝혀둔다.

박총리는 누구인가?

지난 1·13 개각 당시, 본란은 박태준 내각에 별 기대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는 4·13 총선이면 3개월을 넘긴다. 그동안 박총리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정부가 국부유출의 선거쟁점 광고로 중앙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것을 보면 다만 한가닥 기대했던 총선중립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심케 한다. 요즘의 박총리를 보면 수행총리를 연상한다. 대통령의 업무보고 청취를 수행하는 것이 흡사 직분의 모든것인 것처럼 보인다. 하필이면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미루었다가 1·4분기가 다 지나고 총선열기가 한창인 지금에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이상하다. 어떻든 대통령이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수행은 해야겠지만 그밖의 박태준총리 위상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모르지 않으나 박총리는 특히 정치적으로 이상한 존재가 돼 있는 것은 유의해야 할 점이다. 알다시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이미 공동정부파기선언을 했다. 총선후에 다시 복귀하는 일은 있을수 없다고 수차 공언했다. 비록 민주당은 아직 이의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해도 제일 먼저 처신을 분명히 해야할 입장인 것이 바로 박총리다. 소속당은 공동정부를 철회, 야당을 자처하는 마당에 그대로 총리에 눌러앉아 있는 모습은 모양상 걸맞지 않다. 물론 자민련이 박총리를 제명하지 않고 민주당정권이 교체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본인이 알아서 탈당을 하거나 사퇴를 해야하는 양자택일의 의무를 미룬채 마냥 세월을 넘기는 것은 더욱 떳떳하지 않다. 총선을 맞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박총리에게 입장표명이 요구된 것은 작금이 아니다. 이미 오래됐다. 설사, 지금 당장 그만둔다해도 추호도 혼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사퇴를 하면 총리서리체제로 가도 얼마든지 갈수가 있다. 정당 및 정치인들 저변에 깔린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는것 같아 영 개운치 않다. 각 부처마다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시혜성 시책을 마구 쏟아내어 신 관권선거란 말을 듣고 있다. 이런 말을 듣는 연유가 박총리의 무력증, 어정쩡한 처신과 무관하지 않나 싶다. 국가의 직위는 정치적 장식품이 아니다.

‘구제역’판정의 파장

파주서 발생한 수포성가축괴질이 의사 구제역에서 구제역으로 공식확인되면서 충남 홍성등지로까지 괴질이 확산되고 있다. 홍성 역시 구제역이 맞다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황사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가 추정돼 심각하다. 만약 감염경로가 황사현상에 의한 것이라면 살처분, 시장폐쇄, 이동금지만으로는 확산방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이 전국적인 예찰활동과 혈청검사를 강화하는 일이다. 홍성서 소에 발생한 일시가 파주와 거의 비슷한데도 신고가 늦은것을 보면 제3·제4의 발병지역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 돼지 양 사슴 낙타 등 우제류에 발생되는 구제역은 일단 걸리면 치료가 불가능하여 확산방지를 위해 살처분, 땅속 4m깊이로 묻는 것외엔 따른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접종과 함께 감염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으로 시급한 것이 소비대책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은 구제역 발생국의 소 돼지 수출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적어도 약 3∼6개월은 수출이 중단될 것으로 보여 축산농가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나중에 OIE로부터 구제역 비발생국으로 인정받아도 수출대상국이 당분간 수입을 꺼리면 어쩔수가 없다. 수출중단은 사료 및 유통업계 등 관련산업의 연쇄적 파장을 가져오므로 그 폐해가 엄청나다. 돼지고기만도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2% 더 많은 90만t(4억1천100만달러)으로 잡았지만 사실상 올 수출은 이제 어렵다고 봐야한다. 이처럼 붕괴되는 국내 축산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 돼지고기의 경우, 수출량(8만t)보다 수입량(14만2천t)이 더 많으므로 내수증대를 국산돼지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돼지고기뿐만이 아니고 쇠고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먹더라도 인체엔 바이러스가 달라 아무 해가 없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돼있긴 하나 감염된 가축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살처분하여 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다. 정부당국의 소비촉진운동과 함께 소비자의 충분한 이해가 있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구제역파동으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에 조속한 보상 및 지원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총선에 몸사리는 지방행정

4·13 총선때문에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권개입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행정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민선지자체장으로서의 자존심도 스스로 격하시키는 일이다. 정치적 시비를 피한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일을 총선 후로 미루거나 주민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행정마저 몸조심으로 일관한다면 졸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몸을 사리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경기도의 경우 대도시는 물론 도·농 복합지역 소재지의 단란주점, 노래방, 다방 등에서 불법·퇴폐행위가 성행하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행정규제 완화 이후 신고업종으로 바뀐 이발소, 숙박업소를 비롯, 신종업종으로 등장한 남성피부관리 등 업소에서 노골적인 퇴폐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단속이 없다면 심히 우려스러운 사태이다. 특히 안양 평촌 신도시 일대와 시흥 월곶관광단지 등 수많은 지역에서 불법주차가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항의해도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인천시의 경우 모 구청장은 인천지역내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리자 아예 관내 대부분 행사에 불참하는 등 ‘두문불출’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민심자극을 우려해 주안·부평역, 용현·부평시장 주변 등에서 5000여명의 노점상이 있는데도 단속은 사실상 ‘시늉’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관권선거 개입 시비를 피하려고 눈치를 보며 주민과의 접촉마저 차단하거나 불법행위가 만연하는데도 민심자극을 우려해 단속행정에 뒷짐 지고 있다면 직무유기다. 또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소속 정당의 총선 후보자의 득표를 염두에 두고 단속을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게될 게 분명하다. 4·13 총선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이지 지자체장 선거가 아니다. 설령 지자체 선거라고 하여도 정당한 행정은 집행돼야 한다. 모든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은 정치권을 의식하지 말고 소신있는 행정을 수행하여 주기를 바란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