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 앙갚음 연쇄살인극

참으로 끔찍하다.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이다. 우리 모두를 소름끼치게 한 이천 연쇄살인범의 범행은 인간의 가슴속에 도사린 악마성(惡魔性)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소한 시비끝에 발작된 살인 광기(狂氣)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채 사흘동안 5명을 살상한 범행들은 엽기적 공포영화나 납량소설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들이다. 이번 범죄는 그 동기와 배경이 아주 단순했다. 노름판에서 개평(고리 돈)을 떼려다 벌어진 싸움에서 폭행당한 앙갚음으로 상대방의 머리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말리던 사람에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범인은 내친김에 그동안 자신을 업신여기고 구박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 살인극을 벌였다. 희생자 중엔 자신이 기거했던 절의 주지 부부와 술집주인도 있다. 범인은 ‘첫번째 범행후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일생동안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했으며, 그 대상은 10명정도’라고 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범인이 그 이전에 잡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의 생명도 위태로웠을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범인이 털어놓았듯이 범죄의 동기가 된 것은 자신을 멸시하고 손찌검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증오였다. 범인은 유년시절에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며 고교를 중퇴했다. 50세가 넘도록 결혼도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했으나 배운 게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외소한 체격탓에 매맞고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심한 소외감과 원한이 쌓였음직 하다. 범인들의 잔혹한 범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치관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상실되는 물질만능적 세태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경쟁체제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소외감과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이번 범인이 자신을 구박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갖게된 증오심도 힘만이 유일한 가치요 기준인 것 같이 인식케 한 우리 시대의 사회적 병리현상이었다. 이런 사회병리의 근본을 다스려 나가지 않는 한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우리사회의 갖가지 모순을 줄여 나가는 구조적 처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정립방안을 모색하는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참상

국내에 거주하는 20여만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의 피맺힌 한(恨)과 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우리가 더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또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언론보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20만6천5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월6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다 고용주와 한국인 동료들의 횡포·폭행으로 ‘코리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60%가 넘는 12만6천여명은 불법체류자여서 인권을 더욱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폭로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인권백서’를 보면 더욱 무참해진다. 인도네시아 연수생 푸르노마는 다른 인도네시아 연수생의 일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작업반장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으며, 필리핀 여성 노동자는 기숙사에서 한국 남자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으나 회사에서 쫓겨 났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연수생 테나쿤은 왼쪽 집게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후 보상금을 회사에 빼앗겼다가 2년만에 겨우 되찾았고, 인도네시아 산업연수생 9명은 이탈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외출을 금지당한채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감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소위 연수생이 이러한데 밀입국자나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당하는 참담한 사례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새 삶을 찾아 이 땅에 온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비정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물론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한국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탄압과 노동착취를 막으려면 외국인을 경시하는 일부 고용주들의 의식전환은 물론 정부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짧은 기간 고용했다 돌려 보내는 ‘단기 로테이션 정책’에서 ‘사회적 통합 정책’으로 개선해야 하며 외국인노동자가 일하는 동안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해 줘야 마땅한 일이다. 도대체 한국이 언제부터 외국인을 지배하며 살았는가. 우리 역시 얼마전까지 외국에 노동자들을 수출하는 국가였으며 지금도 수많은 한국인노동자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賃鬪, 자제와 타협으로

올해 노사 임금협상의 진통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 근로자측과 사용자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15.2∼13.2%는 한국경총의 가이드라인 ‘5.4%이내’에 비할 때 무려 9.8∼7.8% 포인트의 격차가 있어 임금타결률이 저조한 상태다. IMF터널을 벗어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하고,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올해야말로 산업현장의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앞으로의 임금교섭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인지역의 임금타결률은 지도대상 사업장 중 9.7%로 전국 평균 타결률 13.3%에 크게 못미치는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노동계는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파업등의 일정을 진행중이다. 민노총 및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5월 초·중순까지 사업장별로 임·단협교섭을 벌인뒤 5월말과 6월 1일부터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노동계의 강경 움직임이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노사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의 현격한 차이는 임금에 대한 양측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른데서 비롯된다. 양측이 제시한 인상률의 근거를 보면 근로자측은 임금을 주로 생계비에 기준을 두고 산정하고 있는 반면 사용자측은 그것을 주로 기업의 경영여건에 입각해서 책정하고 있다. 노사가 서로 다른 시각아래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기준없이 인상률을 책정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임금인상률이 아무런 조정작업없이 개별 산업현장에 전달될때 임금교섭과정에서의 마찰과 갈등이 그만큼 크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러한 마찰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우선 임금에 대한 노사 쌍방의 관점의 차이부터 축소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본다. 개별기업이 임금교섭에 앞서 경총과 양대노총 등 모든 당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먼저 가이드라인부터 서로 최대한 접근시키는 조정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관점과 입장을 포괄하고 합리적으로 절충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할 때인 것이다.

대학별 입신전형 구체화를

2002학년도부터 시행할 새로운 대학입시에서 수학능력시험을 ‘등급제’로 바꾸기로 한 결정에 대하여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으로부터 논란이 많다. 수능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내신 성적의 상대적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입시제도는 한창 자라나는 고교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 창의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취지에서 우선 긍정적 조치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수능등급제는 너무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며, 이는 동시에 대학의 선발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수능 성적이 상위 4%안에 들면 1등급을 받는 등 9개 등급으로 단순화시켜 대학에 입시자료로 제공할 경우, 대학이 참고할 전형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선발기준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수능의 비중을 낮추는 것은 찬성하나 획일적으로 등급화시키기 보다는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등급화시켜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수능성적은 대학입시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때문에 모든 수험생들이 수능에 매달려 입시를 준비하였는데, 무려 10∼40점 차이를 같은 등급으로 인정하여 대학에 입시자료로 제공한다고 하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계적인 등급화를 시행하여 점차 확대하든가, 또는 등급화는 대학 자체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입시제도에서 수능 이외에 논술, 면접, 특기 사항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학의 기준도 아직 제대로 준비되고 있지 못하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권을 최대한 부여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아직 정부 발표 이외에는 선발 다양화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하여 고교 2학년생들은 불안하다. 수능 비중 약화로 수능 이외에 다른 것도 모두 잘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입시생들에게 더욱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대학이 주도권을 가지고 신입생 선발에 대한 전형기준을 조속히 발표하여 수험 준비생들이 혼란을 없도록 해야 된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으므로 대학 스스로 새로운 입시전형 기준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野 ‘議長’ 수용용의 없나?

총재회담과 관련하여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여야총재회담은 일단은 성공적인 것 같다. 정당정치, 의회정치발전을 위한 ‘미래전략위원회’, ‘여야정책협의체’ 등 구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대화정치, 신뢰정치구현과 남북정상회담의 초당적 대처등을 다짐한 11개항의 공동발표문 또한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모양새가 좋았다. 이제 앞으로 이를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가 과제다. 두 총재는 역시 총재회담에서 합의한 적이 있는 ‘경제협력협의체’ 구성을 휴지화한 전례가 있어 이번 회담이 잘 끝난것 만으로는 전망이 밝을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관건은 상호신뢰에 있다. 서로 믿기 위해서는 여당이 먼저 믿을 수 있도록 정치적 고려를 베푸는 것이 순리다. 야당에게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덮어놓고 협조만을 요구하는 집권당의 자세는 무리다. 예컨대 당장 제16대 국회 원구성을 앞둔 의장선출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원만한 합의없이 이대로 가면 또다시 격돌, 좋았던 총재회담 분위기가 간곳 없게 될 것이 뻔하다. 객관적으로 보아 집권당 몫이 관례라는 여당의 주장보다는 다수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야당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다수의석 우위의 의회원리가 그러다하고 믿는 것이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아닌한 원구성은 자율로 행해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논리를 떠나 전기의장은 야당에게 양보하는 집권당의 금도가 있으면 여야관계가 한결 원만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후기의장은 여당몫으로 협상해두어도 좋을 것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여당이 날치기 통과를 일삼지 않고 야당이 의사진행 방해의 횡포를 부리려 하지 않는 한 어느당이 의장이 되든 상관없는 것이다. 여야의 의장자리 싸움조짐이 그렇지 못한 ‘잔재주정치’의 전주곡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불쾌하고 불안하다. 두 총재회담의 의의는 정치불신, 정치불안을 씻어주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생의 정치로 국민들의 냉소 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복원의 책임은 여야가 다 져야하지만 정국을 주도할 입장에 있는 집권여당의 몫이 더 크다. 이전의 회담처럼 실패하지 않는 총재회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회담후의 김대통령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난개발’ 법정문제로

아파트난개발이 뒤늦은 규제속에 주민들의 집단소송사태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준농림지의 무분별한 정부시책으로 난개발이 사회문제화 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기형적 형태의 아파트만 들판에 덜렁 세워놓은 집단촌은 도시기반시설 빈곤으로 입주민들의 생활불편은 말할것 없고 농지잠식, 환경파괴, 교통체증등 갖가지 역기능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교통소통을 위한 간선도로를 개설하려해도 곳곳에 들어선 국토의 부스럼과 같은 미니아파트단지로 인해 계획도로가 아파트를 피해 꾸불꾸불 돌아가야 할 판이어서 착수치 못하는 실정이다. 중앙과 지방행정의 괴리, 행정의 난맥상이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가운데 용인시 죽전지구등 서북부지역 16곳의 택지개발사업에 대해 인근 주민 400여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보도는 매우 주목을 끈다. 녹색연합환경소송센터와 함께 벌이는 소송은 공사중지처분청구의 행정소송과 함께 그동안 택지개발공사에 따른 환경 및 생활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의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것으로 이같은 소송제기는 전국에서 아마 처음일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이 주장하는 환경영향평가 부실로 인한 환경파괴 지적은 그 진부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지면 그간 환경영향평가 작업의 의문이 일부나마 풀릴 것으로 보여 특히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란게 용역을 의뢰한 쪽의 취의에 따라 구색맞추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난개발이 유별나게 극심한 지역이었던 용인시는 얼마전 도시계획지구에 한해 앞으로 2년동안 개발을 억제하는 내용의 고시를 한 적이 있다. 또 경기도는 과밀아파트건축을 제한하는 특단의 방침을 정했다. 도내를 8개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로 환경파괴 및 도시미관을 해치는 콩나물아파트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500가구, 16층 이상의 아파트신축은 자연보전심의허가로 친환경적 개발을 유도해간다는 것이 도 방침의 골자다. 이런 저런 지방행정 당국의 규제조치는 심히 뒤늦긴 하지만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경험상 과연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느냐에 문제가 있다. 일관되지 못한 행정의 난맥상이 난개발을 빚어 법정사태로까지 번지는 점을 당국은 깊이 돌이켜 보아야 한다. 지금같은 이파트신축은 막상 무주택자에겐 입주할 능력이 없어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이 서울등지의 유입인구입주로 베드타운화하고 있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줄여야할 국회의원 특권

한국의 국회의원은 특권이 너무 많다.국회 회기중 불체포특권과 국회직무상 발언 및 표결에 대한 면책 특권을 비롯 공무상 철도무료 이용권, 연간 1억 236만 3,150원에 달하는 세비 및 지원 경비등 각종 특권을 화려하게 누리고 있는 것은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라고는 하지만 지나치다. 이러한 특권을 십이분 살려 15대 국회 하반기에 한나라당이 검찰소환을 받은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의 매일 발탄국회를 열어 놓았던 일은 지금도 회자되는 오점이다. 세비등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혜조합도 불합리한 점이 많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원의 임기 개시일을 5월 30일로 못박은 것도 그러하다. 이로 인해 16대 당선자 중 현역의원 139명을 제외한 1백34명이 5월 30일 이틀 등원하고서 1인당 400여만원의 ‘공돈’을 받게됐다. 이처럼 국회의원 권한은 폭넓게 보장돼 있는 반면 청렴 국익우선, 지위 남용금지, 품위유지 재산공개 등 의무관련 기준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추세가 한국과는 다르게 일신돼 가고 있다. 최근 국제의원연맹(IPU)이 전세계 130개국 국회를 조사해 내놓은 연구보고 서를 보면 세계의 국회위원들은 높아진 윤리기준과 투명한 재산공개를 실천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이 누리던 특권도 점점 줄이고 있다. 영국은 의원 부적격자 개준을 도입했고 미국과 독일은 의정활동을 철저하게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특히 투명한 재산공개를 통해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국회의원은 의무보다 권한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국민이 국회의원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이러한 이유로 하여 이른바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장한 16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많다. 우선 4·13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하여 거금을 썼겠지만 134명의 당선자는 이틀 등원하고 받게될 400여만의 세비를 사용하였으면 한다. 만일 받더라도 성금으로 기탁하면 좋을 것이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의 범위도 국민이 공감하는 도덕적 기준과 상식선에게 찾아야 한다. 그래야 법의 무서움을 알게될 것이다. 국회는 성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16대 국회의원들이 후보자 시절처럼 몸과 마음을 낮추고 권리보다는 의무를 중시하는 신선한 정치를 펼칠 것인지, 구태를 답습할 것인지 예의 주시하겠다.

젊은 정치인들 새바람?

여야의 소장의원(당선자)들이 새정치바람을 일고 있는 의욕은 평가할만하나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의 정점 및 상층구조와 중간구조는 여전히 권위주의속에 당리당략차원의 술수정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조직의 하부구조에 속하는 소장의원들 의욕은 역시 제약을 받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당론이 상충되는 사안에 당을 거역하며 초당적 연대를 하고, 총재의 뜻이 곧 당론이 되는 마당에 보스정치를 타파하고, 줄서지 않으면 아무 힘을 쓸수 없는 정당풍토속에 계보정치를 불식하기란 심히 어려운 것이다. 여야의 젊은 세대들이 앞장서 뜻을 모아 다짐한대로 정치개혁, 즉 정치의 체질을 개선하자면 벽은 이밖에도 많다. 과연 이를 극복해낼수 있을는지 의문인 것이다. 여나 야나 윗사람들이 보기엔 지금은 귀여운 객기로 보고 있는 젊은 의원들(당선자)의 의욕이 장차 마땅치 않은 어떤 구체적 움직임으로 나타날땐 제동이 걸릴 것이다. 과연 제동을 극복해낼 용기가 있을는지 의문인 것이다. 젊은 세대의 정치개혁바람은 여러갈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한나라당 남경필의원 등 재선의원중심, 김부겸 심재철 당선자 등 ‘미래연대’, 임종석 송영길 당선자 등을 포함한 ‘제3의 힘’ 등이 있다. 정치의 체질개혁의욕이 단순히 구호나 모양새 갖추기가 아니라면 자신들이 먼저 할일이 있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함께 뭉쳐야 한다. 과연 당을 초월한 대승적단합이 가능할는지 의문인 것이다. 나이가 젊다고 젊은 정치를 펼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청조회란게 있었다. 이미 퇴역정치인이 된 김영삼, 이철승, 김재순씨 등이 1960년 민주당정권의 국회에서 새 정치바람을 외치며 만든 신진 세력의 그룹이었다. 투명한 정치를 위한 의지표현으로 검소한 골덴복을 입고 다녔다. 그랬지만 정치개혁은 성공해내지 못했다. 젊은 정치인들이 기성정치에 도전, 새로운 기풍을 일으키기란 이처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만큼 어렵다. 아니 결국은 기성정치에 동화되고 하였다. 세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별 다름이 있을는지, 솔직히 지금의 젊은 세대 또한 다르다 보기는 어렵다. 이러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것은 정치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두고 지켜보겠다.

총 함부로 쏘는 경찰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엊그제 연천경찰서 중면파출소 경찰관이 절도혐의를 받고 있는 불법체류 몽골인을 조사하면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권총으로 위협하다 실탄을 발사 부상을 입힌 사건을 보면서 너무나 놀랍고 어이없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우리 경찰의 자질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 창피스럽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전 탈옥수 신창원 사건 이후 총기사용조건이 완화되면서 경찰관들의 총기남용사례가 부쩍 많아져 국민들이 불안해하던 참이다. 특히 연천에서 일어난 총기발사 사건은 달아나는 절도 용의자를 잡기 위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경찰에 역습하는 흉악범을 제압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불심검문끝에 붙잡은 절도용의자에게 다른 곳도 아닌 파출소내에서 실탄을 장전, 권총을 쏘았다는 것은 실수라고 보기에는 좀처럼 이해 할 수 없는 사건으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만약 실탄이 절도용의자의 머리나 가슴을 관통했거나, 다른 민원인 또는 동료가 맞았다면 어쩔번했는가. 생각할수록 아찔할 따름이다. 경찰관의 총기 사용요건과 한계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총기사용은 정당방위·긴급피난이나 대간첩작전 수행 중이 아니면 어떤 경우라도 ‘무기 사용이외의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고 명시하고 있다. 강압수단을 써서 자백을 강요할 수 없으며, 더욱이 총기를 사용할 수 없는 사실을 모를리 없을 터인데도 연행한 절도용의자에게 총을 쏜 것은 경찰의 자질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경찰은 다른 어느 직업보다 선발과정이 엄격해야 하나 현실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로 채용된 후에도 경찰 각자에게 방범과 범죄수사에 관한 충분한 교육·훈련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형사소송법이나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는 피의자 신문 때의 인권침해 방지와 총기사용수칙이 엄연히 규정돼 있으나 일선 경찰에서는 이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찰당국은 이제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대책은 뒤로 한채 해당 관서의 책임자를 문책하는 고식적인 방법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경찰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철저히 되풀이함과 아울러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의 SOFA 개정 요구

중앙정부가 집행하지 못하는 한미행정협정(SOFA)개정을 위해 지자체가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의정부, 평택, 화성, 인천 부평구 등 관할 행정구역내에 미군부대가 있는 전국 16개 시·군·구가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여 미군주둔에 따른 제반문제점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18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이들 16개 지자체는 미군부대의 장기주둔으로 인해 생활권과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왔지만 불평등한 SOFA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 현행 SOFA는 전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한국민에게는 크게 불리한 불평등협정인데도 정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 해 한국인에게 범죄를 저지른 미군의 수는 956명인데 이중 우리 경찰과 검찰에 수사받고 법원에서 재판받은 미군은 겨우 34명(3.5%)에 불과했다. 미국측의 요청이 있으면 한국측은 재판권을 포기하도록 돼 있는 SOFA 때문이다. 우리의 주권 원칙에 반하는 SOFA 규정은 단지 재판권 관할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월 서울 이태원 외국인 술집 여종업원 살해사건의 범인인 미군 상병은 한국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뒤 잠은 미군 영내에서 잤다. 살인같은 강력사건에서조차 구속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의정부시와 강원도 춘천, 원주시는 ‘상하수도 요금을 최저수준으로 해달라’는 미군측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군측의 이같은 무리한 요구에는 ‘우리가 너희 나라를 도와주고 있지 않느냐’는 고자세적인 교만이 분명히 내포돼 있다. 미군부대 주둔을 ‘사용권’이 아니라 ‘소유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한미군의 인식과 불평등한 SOFA 규정때문에 의정부, 평택, 화성, 인천 부평구, 서울 용산구, 대구 남구 등 미군부대가 있는 지역 지자체들이 관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는 물론 생활권과 환경피해를 극심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16개 지자체 공동협의체의 건의를 받아 들여 한미행정협정 개정 협상에 즉각 착수하여 자주국가로서의 주권을 지킬 것을 촉구해둔다. 주한 미군은 양국의 국익을 위한 주둔군이지, 점령군이 아니다. 한·미 양국은 아마 이 사실을 잊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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