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남해안 진도군의 명산, 진돗개는 천연기념물 53호다. 몸집이 중형종으로 총명하기가 이를데 없어 ‘신견’(神犬)이라고도 한다. 주인에 대한 충직심이 강하다. 후각과 청각이 예민한데다가 싸움에 임해 불퇴진의 용맹이 있어 사냥을 아주 잘한다. 풍산개는 함남 개마고원 해발 1천m의 산악지대에 있는 풍산군의 명산으로 북한 천연기념물 35호다. 몸집은 중대형으로 흰 털이 빽빽하며 눈코와 발톱이 검은 것이 특징이다. 영하 30℃의 추위도 거뜬히 견딘다. 성품이 용맹하고 인내력이 강해 사냥에 알맞다. 호랑이하고도 싸운다는 말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진돗개와 풍산개가 화제에 오를것 같다. 평양을 방문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진돗개 한쌍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위원장은 이에대한 답례로 풍산개 한쌍을 김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의 천연기념물은 결국 우리 모두의 자연자원이다. 풍산개나 진돗개나 다같이 자랑스럽다. 역사적인 회담을 계기로 남북 고유의 우리들 천연기념물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뜻 깊다. 두 명품의 순수한 혈통은 물론 보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만약에 두 혈통을 교배하면 또 어떤 품종이 나올는지 궁금하다. 청와대측은 두 품종의 교배로 새로운 품종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진돗개와 풍산개, 풍산개와 진돗개 사이에 태어날 강아지를 ‘통일견’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통일견이 새롭게 태어나 자라듯 남북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아 무럭무럭 성숙되면 좋겠다. /白山
‘칠년대한에 비 안오는 날 없다’는 속담이 있다. 7년이나 계속되는 가뭄속에서도 감질나게 뿌리는 비는 있다는 뜻이다. 요즘의 비가 이런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감질나게 뿌리다보니 오나마나다. 저수량이 50%를 밑돈다니 당장 모내기가 큰 걱정이다. 수리시설도 비가 내려야 물이 고이지 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예전엔 이럴때 기우제를 지냈다. 기우제가 꼭 비과학적인 것만은 아니다. 산상분화란 기우제가 있었다. 제관들이나 마을사람들이 산봉우리에 장작 솔가지 등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밤에 불을 지르는 행사다. 규모가 가히 장관이었다. 비를 바라는 기원을 천신께 알리면서 양기인 불로 음기인 비를 부르는 것이었다. 여기엔 기압의 변화가 적은 밤중 고기압에 덥혀진 저기압의 충격이 비구름을 형성시킬 수 있는 과학적 이론의 근거가 있다. 조상들은 비록 과학으로 설명은 못했어도 경험상 과학적 주술을 올리는 지혜는 있었던 것이다. 조선조 실록에는 기우제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태종은 재위 18년동안 태종3년(1403년) 한해만 기우제를 지내지 않았을뿐 해마다 올렸다. 한해에 두세번은 보통이고 아홉번까지 올린적이 있다. 기우제와 반대인 기청제가 또 있었다. 여름철 장마가 심하면 제발 비를 그치게 해달라며 천신께 제를 올리곤 했다. 지금도 한해 끝에 수해가 닥쳐 ‘한해대책본부’를 ‘수해대책본부’로 간판을 바꿔 달때가 있다. 50㎜ 100㎜의 비가 내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5㎜ 10㎜씩 감질나게 뿌려 심히 안타깝다. 요즘같으면 예년보다 빨리 온다는 장마가 닥쳐 좀 시원하게 비를 뿌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白山
“우리 엄마는 시험 못봤다고 옷 사러 보내주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해 정말 아니꼽고 더럽고 싸가지 없다. 아무리 날 낳은 부모라지만 시험을 못보면 격려는 못해줄망정 뒤집어 놓고 패기나 하고…. 빨리 커서 독립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연락끊고 살거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끼리 쓰고 돌려 읽는 ‘모둠일기’에서 뽑은 내용중 일부분이다. 부모를 대놓고 욕하지 않은 게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PC방 갔다 집에 왔는데 엄마가 막 뭐라고 해서 기분이 다 잡쳤다. 준석이(가명)가 자기 엄마를 욕하던 기분을 알것 같다”거나 “어른들은 우리를 눈곱만큼도 이해못하면서 항상 우리 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 역겹다”는 내용도 있다. “엄마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기가 막힌 얘기도 나온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최근 전국의 중고교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열명 가운데 한명 꼴이 ‘부모와 갈등이 많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은 예전에 잘못한 것 까지 다시 얘기한다’가 38.2%이고 ‘부모가 서로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고 다툰다’가 26.5%이다.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의 대화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생 때도 그렇지만 자녀들은 중학생만 되면 또래들과 함께 부모를 평가한다는데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을 경우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 부모가 엄격한 권위주의적,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지녔을 때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자식에게 살해돼 시신까지 토막나는 참극도 일어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부쩍 늘어났다.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고 하니 자녀들의 일기장이라도 몰래 읽어두어 자녀들의 심경을 미리 헤아리고 대처해야할 판국이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고 학대하는 부모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지금은 수난시대이다. /淸河
“8초마다 1명씩, 1년 동안 400만명이 죽는다” “2030년 매년 1천만명이 사망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금연의 날’인 5월 31일 밝힌 섬뜩한 내용들이다. 금연의 필요성은 주로 건강측면에서 강조된다. 폐암과 흡연과의 관련성 여부가 국내 법원에서도 심리중이라지만, 흡연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담배에 20여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지만 담배가 호흡기 질환과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중년층의 경우 만성피로에다 정력감퇴를 불러일으키며 여성에게는 피부미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도 흡연인구는 줄어 들지 않는다. “내가 겪은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 금연이었다. 나는 담배를 천 번도 넘게 끊었다”거나 “담배를 끊은 지독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익살스러운 애연가도 있다. 금연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금연운동을 위해 미국은 TV와 라디오에서 담배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2006년까지 역내 모든 국가에서 담배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태국 정부는 올해 흡연장면이 나오는 영화나 TV프로그램 방영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상정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TV 프로그램에서 흡연 장면을 방영하지 못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식당·유흥업소와 PC방, 만화방, 당구장, 오락실 등 청소년 이용시설에 흡연구역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중에 있다. 우리나라 남자의 흡연율은 66.3%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여자는 30%라고 한다. 고교 연령층인 16∼18세가 24.1%, 중학교 연령층인 15세 이하도 8.3%나 된다. 담배맛도 모르고 피워대는 미성년자는 그렇다 치고 진짜 애연가들은 개정중인 건강증진법을 어떻게 생각할는지 궁금하다. /청하
한 15년전에 모습을 감췄던 한탄강 민물참게가 얼마 전 다시 돌아왔다. 참게는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임진강과 한탄강 일대에서 연간 수백만 마리가 잡혔으나 수질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한탄강에서는 찾아 보기 어렵고 임진강 중·하류에서만 수만마리 정도가 잡혀 왔었다. 어자원보호를 위해 파주시가 지난 3월 참게치어 20여만 마리를 방류한 일도 있었지만 최근 민물참게가 나타난 것이다. 철거된 연천댐 주변에 깨끗한 한탄강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자 민물참게가 되살아난 모양이다. 참게는 강물이 바다와 합류하는 강화군 주변 바다에서 산란한 뒤 임진강과 한탄강으로 올라와 서식한다. 참게는 끓는 간장에 부어 게장을 담그면 ‘밥도둑놈’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이 좋아 옛날에는 임금에게 진상됐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민물참게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문이 나돌자 한탄강에는 매일 밤 손전등을 이용해 민물참게를 잡는 사람들이 모여 들어 불야성을 이루는 것이다. 자갈 사이에 몸을 숨긴 5∼6㎝ 크기의 참게를 하룻밤에 400여 마리나 잡는다는데 대다수의 주민들은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민물참게를 보호하기 위해 어린 참게는 놓아 주고 있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몸통 3㎝가 채 안된 어린 참게들을 마구 잡아 참게가 되돌아 오기 무섭게 씨가 마를 지경에 처했다. 인근 식당가에서 파는 것 조차 어린 게들이 대다수이고 크기에 따라 마리당 5천∼8천원씩 비싸게 팔리고 있어 남획행위를 부채질하고 있다. 민물참게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자 함께 사라졌던 황쏘가리, 누치, 어름치, 참마자 등도 조만간 다시 오겠지, 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참게 잡는 사람들을 보고 어류들이 놀라서 도로 사라질는지 모른다. ‘강물이 맑아져 좋아했는데 사람들 등쌀에 참 살기 힘들다’고 탄식하는 참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淸河
1896년에 설립된 이화학당이 1910년 대학과가 설치되고 나서 교복이던 통치마자락이 올라갔다. 발목까지이던 것을 무릎아래로 짧게 했다. 사대부들이 들고 일어났다. “다 큰 계집애에게 종아리를 드러내게 하다니! 말세!”라며 딸의 등교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화학당은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이다. 1918년 숙명여고에 처음으로 여자배구단이 창단됐다. 복장이 문제가 됐다. 무릎을 드러내는 단복차림이 고약하다며 역시 학부형들이 항의소동을 벌였다. 신교육, 특히 여성의 신교육 도입과정에서 이런 신·구 생활문화의 갈등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현대여성들은 옷차림에 해방을 만끽하고 있다. 여름철에 남자가 멋을 내려면 정장차림을 해야 한다. 더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와이셔츠는 소매가 긴것을 입어야 하고 반드시 넥타이를 매야 신사축에 든다. 여자는 반대다. 멋을 부릴수록이 옷감의 천도 투명하고 맨살을 드러낸다. 여름날씨가 완연하면서 여성의 노출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1910년대에 지금같은 ‘핫팬츠 배꼽티’ 차림의 여성이 거리를 활보했으면 정신이상자로 보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같은 모습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되레 치한으로 몰린다. 시대에 따라 도덕관이 달라지긴 하나 과다노출은 자신을 위해 삼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된다. 젊은 여성의 밤길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신을 보호하는 1차적 방어는 자신의 책임이다. ※어제 본란 ‘댐’ 제하의 본문 말미에서 ‘동강댐에 이어 영월댐…’은 잘못된 것이므로 ‘영월 동강댐…’으로 바로잡습니다. /白山
간척사업이나 댐건설을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간척사업을 가리켜 국토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라고 극찬했고, 댐건설을 일컬어 자연의 재해를 극복한다고 했다. 허망한 인간의 오만이다. 간척사업은 갯벌을 죽여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댐건설은 홍수 및 물공급의 조절기능이 생각처럼 큰 것이 아니다. 이 모두가 환경파괴다. 댐은 인간의 기본생존권마저 위협한다. 낙동강의 안동댐은 기후변화를 가져와 농작물피해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충북 보은군은 청평댐 건설 이후 여름철마다 전례없는 큰 비에 시달린다. 댐이 안겨주는 재앙은 외국에서도 허다하다. 중국의 삼협댐은 1000여종의 고고학적 유물이 수장되면서 물흐름이 막혀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의 매개체가 됐다. 인도의 사로마크댐은 1억2천만평 규모의 숲과 농경지가 매몰돼 이상한발을 가져왔다. 일본은 ‘공공공사 통제법’을 제정, 댐건설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림자원개발에 치중하고 도시계획을 친환경적으로 세우는 것이 홍수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물 절약과 재활용 등을 통해 물의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댐위원회(ICOLD)자료에 따르면 세계담수어종의 20%가 댐건설로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처했다. ICOLD는 언젠가는 인류가 멸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댐건설을 두려워하라’고 경고했다. 국내 환경단체들도 댐건설을 반대하였다. 정부가 동강댐에 이어 영월댐 건설을 백지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 白山
매향리일은 주민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50년을 그렇게 살았으면서 새삼 왜 항의냐 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누구도 그들에게 인내를 더 강요할 권리는 없다.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피해는 없다’는 한미합동조사단발표에 이어 폭격훈련이 재개된 2일 매향리주민들은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렇찮아도 조사단발표가 미덥지 못한 터에 19일만에 다시 시작된 폭격기 10여대의 농섬사격훈련 굉음은 주민들을 자극했다. 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씨(44)는 사격장 철조망을 뜯어내고 들어가 주황색 사격예고깃발을 끌어내린 뒤 찢어버렸다. 경찰은 전씨를 군사비밀보호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전씨의 행위는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지 군사기밀을 탐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를 구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2 전만규’ ‘제3 전만규’가 나올수록이 사태는 더 악화된다. 내일은 사격장 주변의 인간띠 잇기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매향리사태는 언젠가는 결국 수습된다. 주민들을 자극시켜 사태를 점점 악화시킨뒤에 수습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훈련하는 상대가 미군이어서 미국을 말할뿐 주민들이 미군에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공군의 훈련장 같았으면 정부를 상대로 성토했을 것이다. 순수한 주민의 생활욕구, 기본적 인권주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시누이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白山
한국 기업들은 96년∼98년 3년동안 기밀비, 교제비, 사례금 등을 포함 총 9조9천898억원을 접대비로 썼다고 한다. 국세청이 지난 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96년 2조9천656억원, 97년 3조4천988억원, 98년 3조5천254억원이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접대비 지출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지방도청에 근무하는 모국장은 1년에 20∼30차례 서울에 올라와 예산지원이나 숙원사업 진척을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접대를 벌인다. 실정이 이러하니 각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접대비 지출을 위해 각 예산 항목에 은닉예산을 만든다. 접대에는 우리 경제 구조를 왜곡시킬 만큼 막대한 부담이 뒤따른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나 일반회사의 봉급체계에는 ‘업무추진비’ ‘기밀비’ ‘정보비’등 불투명한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접대를 ‘업무의 연장’이자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 세칭 ‘술상무’는 접대를 주업무로 하는 직장인이다. 특히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밤 질펀하게 벌어지는 접대는 아직도 일과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우리 같은 접대문화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인이나 관리들은 2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식사를 접대받을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정·관·재계의 유착을 비유해 ‘철의 삼각구조’라는 비난까지 샀던 일본은 요즘 ‘접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4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중앙부처 과장보 이상이 업자로부터 5천엔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를 받았을 경우에는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최근 ‘광주술판사건’이나 잇따라 터져나온 공인들의 성추문 등은 접대자리에서 일어난 아노미 현상이다. 공익적 요소가 사적 이익으로 전환되고 이를 공동으로 묵계하는 현장이 바로 술자리 접대문화다. 박주산채(薄酒山菜)로도 정겨운 접대문화가 새삼 그리워진다. /淸河
오늘날의 국무총리에 비견되는 영의정(領議政)은 조선시대 최고의 중앙관직으로 법제적·실권적 기능을 수행했다. 흔히 영상(領相)으로 불렸으며, 상상(上相), 수규(首揆)라고도 하였다. 법제적으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규정되었지만, 실제의 기능은 왕권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세조(世祖)가 즉위 하여서는 영의정이 실권없는 무력한 지위로 전락하였는데 이는 단종 때 영의정 황보인(皇甫仁)과 김종서(金宗瑞)등의 정적이 세조의 행동을 크게 제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왕권의 강약, 의정부와 6조의 역학관계, 비변사의 설치, 규장각의 운영, 당쟁과 세도정치, 각종 변란으로 인한 정치분위기 등과 연관되면서 영의정은 권한의 번복을 계속했다. 영의정은 전조선 시대를 통하여 존속돼 오다가 1894년 갑오경장 때 의정부의 총리대신으로 바뀌고, 이후 내각총리대신·의정(議政)으로 개칭 되었다. 현재의 국무총리 제도는 1948년 정부수립 이래 설치돼 제2공화국을 제외하고는 행정부의 제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그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일을 해 왔다. 그러나 실제 권한은 왕권시대처럼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는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는지 미지수이지만 국회임명 동의안 처리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이다. 특별팀까지 구성, 이 총리서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 특별팀은 최근 수년간 이 총리서리의 각종 인터뷰와 연설, 강연 발언 등을 수집해 내용을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왕명을 받은 영의정이었으면 인사청문회는 없을텐데 그러나 이 총리서리는 야당의 공격준비에 대범한 자세다. 그동안 작전상(?) 식언 몇 마디 한 일 외에는 꺼릴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淸河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는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 등이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자문·심의하는 기구이다. ‘심의’와 ‘자문’을 통해 학교 운영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학운위가 최근 포천 등 도내 여러 곳에서 학교와 교직자, 학생사랑을 실천하고 있는데 수원의 M초등학교 경우도 그 한 예이다. 지난 달 12일자 ‘지지대’란에 실린 ‘설마’라는 제목의 글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사실 확인을 제기한 것이다. ‘설마’는 지난 달 초순 어느 학부모가 한 전화내용 일부를 인용하면서 ‘이 학부모의 호소가 오해이거나 인신공격이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쓴 졸고였다. ‘교직원이 복도에서 마주칠 때 목례를 하면 반드시 교장선생님, 이라고 호칭하고 얼굴을 확인한 뒤 인사’하라고한 것은 교직원이 아니라 평소 학생들에게 친절인사의 생활화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물 절약을 위해 ‘화장실의 물 소리에 신경’을 쓴 것이며, 복사기 등을 구입하면 교장실에 설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교실의 이중 유리창문틀을 교체한 것은 너무 낡은 시설환경 일신을 위해 교육청의 예산을 받아 시공한 것이지 학교재정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영양사가 밥그릇을 가져다 바쳐야만 식사’를 했다는 것은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좁은 식당을 피해 다른 사무실에서 식사한 경우 자리 옮기는 과정을 오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 교장이 부임하여 학교발전을 위해 소신껏 의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권위적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무릇 어떤 상황과 사물은 보는 이에 따라서 인식과 시각의 차이가 있다.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며칠간 전부는 아니지만 교직자들과 학부모들을 면담한 결과 M학교 학운위의 이러한 주장이 적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사랑 정신을 구현하는 모든 학운위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淸河
미인 콘테스트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다. 주로 레스보스등지의 섬에서 치렀다. 알몸으로 출연했다.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고 여긴 그리스인들은 여성은 아름다움, 남성은 단련된 체격을 건강한 육체로 평가했다. 이무렵에 여성의 미인콘테스트와 함께 있었던 남성미콘테스트도 역시 알몸으로 겨루었다. BC 4세기중엽 신을 모독한 죄로 기소된 창녀 프류네의 알몸이 법정에서 공개되자 판관들은 ‘이처럼 아름다운 육체의 소유자에겐 죄가 있을수 없다’며 방면했다. 미인을 신의 창조물로 본 고대 그리스인들은 미인콘테스트를 이처럼 경외로운 종교적 행사로 여겼던 것이다. 지금은 미인대회를 수영복 차림으로 하지만 상업성 탓인지 논란이 없지않다. 성(性)적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여성의 미를 가슴 허리 엉덩이 크기로 보는것 부터가 그러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지만 외형의 조건이 미의 기준이 됐던것은 동서양이나 고금이나 마찬가지다. 당시선(唐詩選)가운데도 ‘세요’(細腰 버들가지처럼 가는 미인의 허리)란 말이 나온다. 실생활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미를 더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이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란 말이 있다. 아름다움이 인생의 행복과 반드시 비례 하는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요즘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삼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탈선이 드러나 말이 많다. 이들의 행태는 거의가 변태심리자들이라 할수 있다. 여성미 추구와는 어디까지나 별개인 성도착증 환자들인 것이다. /白山
청와대주인이 아니면서 청와대를 많이 드나든 사람으로 아마 김종필씨만한 이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으로는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씨 등 4대를 거쳤다. 박대통령 시절에는 초대중앙정보부장에 이어 국무총리 8년, 노태우, 김영삼대통령때는 민자당 최고위원 등, 김대중대통령 당대엔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언젠가 대통령후보로 텔레비전중계를 통한 대화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패널이 “청와대가 그렇게 좋습니까?”하고 묻자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물론 좋지요… 청와대 주인이 되면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김종필씨를 가리켜 ‘영원한 2인자’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보다 최고권력자 주변에 많이 있었던 그는 권력의 맛을 아는 이다. 권력의 맛을 알기 때문에 항상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김종필씨의 정치곡예는 언제나 권력지향형이었다. 지금은 청와대 경비가 많이 완화됐지만 예전에는 무척 삼엄했다. 경무대시절에는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해 효자동 주민들의 불편이 막심했다. 경비가 비록 완화됐지만 청와대는 역시 민초들에게는 꿈의 궁전이다. 생전에 한번 가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런 청와대를 자기집 드나들듯이 한 김종필씨가 DJP공조 부활설속에 곧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으로 들린다. ‘정치환경은 변하고 정치는 현실이다’란 것이 정치인들의 편의적 논리다. DJP의 재회도 그같은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안다. 김종필씨의 새로운 청와대행보에서 그는 또 무엇을 꿈꿀 것인지. /白山
막내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머니가 마흔살이 훨씬 넘어서 난 늦동이였다. 아이를 밴 어머니는 간장을 들이마시고 지붕에서 떨어지곤 해봤다. 지우기 위해서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입하나 더 느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마흔이 지나 출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천대속에 태어난 박정희는 어머니 젖이 나지 않아 동네 아낙들의 젖을 얻어먹고 컸다. 영국수상 블레어(46)와 부인 셰리(45)사이에 늦동이 넷째아들이 태어나 언론이 연일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신문방송들은 현직 총리부부가 아이를 낳은 것은 경사라며 아이 이름을 리오라고 지어주는가 하면 득남 사진을 특종으로 취급했다. BBC 방송은 “사직작가 메카트니는 셰리와 친구사이어서 언론매체들이 갈구했던 장면을 필름에 담을 수 있었다”며 블레어부부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블레어는 또 득남에 따른 2주간의 무급휴가를 얻어 무급 육아휴가를 확대하는 문제가 영국 정부와 노조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정희 어머니가 마흔 넘어서 출산하던 것과는 달리 셰리가 비슷한 나이에 낳은 늦동이는 언론의 축복을 받는 것이 시대가 다르고 배경이 달라 그렇다 치더라도 영국의 언론은 그토록 할 일이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즉, 기사꺼리가 없으면 우리같으면 기사도 되지 않는 총리 아이 생산을 놓고 연일 야단들인가 싶다. 그것은 생활문화의 차이도 있지만 영국은 그만큼 풍요와 안정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증시등을 불안에 떨게하는 제2 경제위기설도 없고, 기업의 자금난 경색도 없고, 3고(高) 걱정도 없고, 여야의 상극정치도 없고, 해먹었다하면 수십억씩 해먹는 부정부패도 없고, 부모를 죽이는 사회불안도 없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에게도 총리부인 애낳는게 뉴스가 될 날이 있을까./白山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 요즘 대다수의 ‘정치인의 말’을 두고 하는 소리다. 강(江)도 없는데 주민들을 위해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말도 있다. 식언(食言)을 밥 먹듯 하기 때문이다. ‘식언’은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 처럼 꾸미어 하는 말인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런데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식언과 거짓말을 교묘하게 섞어서 아주 잘 한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남 몰래 서울을 빠져 나갔으면서도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서울에 있는 양 ‘서울사수’ 방송을 내보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5·16 쿠데타 후 수 차례 ‘민정이양’을 공약했으나 이양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당시 임기 2년 후 중간평가를 공약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1989년 “3당 합당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듬해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공약으로 “쌀 개방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막겠다”고 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2년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현재 대통령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이한동 자민련 총재는 지난 2월 4·13 선거전이 한창일 때 DJP 공조파기와 자민련의 야당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한동 총재는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 22일 “공동정권을 출범시킨 끈은 끊으려해도 안되는 숙명적인 것이었으며, 결국 공조로 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들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정치인들의 식언과 거짓말은 알아 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정치판은 요지경 속이다. /淸河
동양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 이는 공자(孔子)다. 논어(論語)를 보면 공부하라는 이야기부터 나온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리요?라고 했다. 공자는 교육에 힘써 3천명의 제자를 두었다. 그 공자의 정신을 잘 이어받은 이에 맹자(孟子)가 있다. ‘맹모삼천(孟母三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려서부터 훌륭한 어머니 밑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체험했던 이다. 과연 맹자는 ‘교육(敎育)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군자(君子)에게는 삼락(三樂·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득천하지영재이교육지, 삼락야(得天下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는 것이 즐거움이니라’고 말한 것이다. ‘영재’라는 말도 맹자가 만들었다. 그 이후 역대로 공부와 교육이 중시돼 과거(科擧)라는 것이 나왔으며 그것은 다시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출세의 유일한 첩경으로 통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오늘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고들 탄식한다. 돈 주고 배우니 선생 알기를 지식 전달하는 기술자쯤으로 안다고 비관한다. 그러나 아니다. 과거에 스승이 있었고 지금도 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나마 살고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사가 제정한 제11회 경기사도대상 시상식이 있는 오늘, 교육과 스승이라는 말이 더함 없이 소중스럽게 생각된다./淸河
신령(神靈)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제사(祭祀)는 온 인류가 그러했듯이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영고(迎鼓), ‘동맹(東盟)’ 등의 제천의식이 있었다. 국가적으로는 ‘원구(園丘)’, ‘방택(方澤)’과 사직(社稷)’의 제사가 가장 중요했고 왕가에서는 종묘(宗廟)의 제사를 으뜸으로 삼았다. 일반 사가에서는 가묘가 있어 조상제례를 정성껏 받들었다. 이러한 제례는 모두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주자(朱子)의 ‘가례(家禮)’를 기본으로 삼아 제사를 지냈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제사를 매우 중요하게 봉행해왔는데 그리스도 교인들은 조상의 제사지내기를 꺼려왔다. 특히 한국 천주교는 1만여명의 순교자를 낸 뒤 1939년 제사를 허용했지만 처음에는 ‘제사금지령’을 내려 유교는 천주교를 ‘무부(無父)의 사학(邪學)’이라고까지 금기시했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이 24일 유학자 묘소에 ‘예(禮)’를 올렸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설립자로 항일 독립투쟁과 반독재에 생애를 바친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1879∼1962)선생 묘소에 분향하고 ‘예’를 올렸다는 것이다. 제13회 심산상(心山賞) 수상자인 김수환 추기경은 “조상제사는 미신이 아니라 부모 사후에도 계속 효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교가 부모에 대한 효를 통해 천(天)에 대해 대효(大孝)로 올라가는 상향식이라면 그리스도교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대효를 바탕으로 부모께 효를 하려는 하향식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는 천주교 성직자이지만 한국인이기에 내 몸 안에도 유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했다. 유교의 인(仁)사상, 불교의 대자대비(大慈大悲)사상, 그리스도교의 사랑정신으로 생명의 문화를 회복하자는 김수환 추기경이 새삼 성스럽다. /淸河
동창회 총무를 ‘사무총장’이라고 부르는 동창회가 있다. 그냥 총무라고 하기가 뭣하면 ‘사무장’이라고 해도 될것을 굳이 ‘사무총장’이라고 직함을 매기는것은 과시욕이다. 동창회만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일반적으로 직함인플레 현상이 심하다. 동창회 사무총장은 그래도 하는 일이라도 뚜렷하다. 명함을 받아보면 별볼일 없는 어마어마한 직함이 많다. 이밖에도 또 있다. 구두닦는 이를 미화원(美靴員)이라고 한다. 구두를 아름답게 닦는다는 뜻이지만 미화원이라고 해서 쉽게 알아들을 이는 별로 없다. 청소원을 환경미화원 이라고 한다.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청소원들의 바람은 명칭보다 아마 처우를 더 잘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간호원을 간호사라고 부른다. 당초엔 간호부(婦)였던 것을 간호원 이라고 했다가 간호사로 고쳤다. 간호사라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일본은 지금도 간호부라고 부른다. 아마 남자 간호사는 간호부(夫)라고 할지 모른다. 미화원, 환경미화원, 간호사 등 명칭은 정부의 행정기관에서 모두 바꾼 말이다. 이는 몇가지 사례만 들었을 뿐 행정기관이 듣기좋게 바꾼 명칭은 이밖에도 많다. 명칭을 듣기좋게 바꾼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부총리를 없앤 정부가 다시 부총리제를 부활한다고 한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가 곧 생긴다. 부총리로 한다 해서 경제가 더 나아지고 교육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직함 인플레에 지나지 않는다./白山 /白山白山
범여는 월(越)나라 왕 구천의 충신이다. 춘추전국시대 동상이몽의 오월동주(吳越同舟)끝에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크게 패한 구천은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채 도망쳤다. 범여는 와신상담 설욕을 노리는 구천을 무려 17년동안 도와 마침내 오나라를 항복시켰다. 그 세력이 회하유역까지 뻗쳐 구천은 패왕을 자처했다. 범여는 마땅히 대장군에 올랐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왕이 곤궁에 처했을때는 자기가 필요 했지만 승승장구한 형세에서는 자신이 후환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諸)나라로 간 범여는 변성명하고 산업을 크게 일으켜 부호가 됐다. 이소문을 들은 왕이 그를 불러 재상의 자리에 앉혔다. 얼마후 더이상 부귀 영화를 누리는것은 재앙을 자초한다고 보고 벼슬을 그만 두었다. 모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는 이번엔 도(陶)나라로 갔다. 그곳에서는 장사를 하며 여생을 편히 마쳤다. 더이상 벼슬길에 나가는 것은 덧없음을 알고 몸을 낮춰 은둔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를 가리킨 도주공(陶朱公)이라는 별명은 훗날 속편한 부자의 대명사가 됐다. 범여의 얘기는 권력의 속성에 따른 처신을 일깨우는 고사(故事)로 전한다. 원(元)나라때 편찬된 중국의 저명한 역사책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공석중인 총리 지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나올수는 있지만 정가주변에서 거목(巨木)을 발견할수 없는 것이 어쩐지 허전하다. 새삼 범여의 고사가 생각나는 것은 왠일일까. /白山
퀴리부부가 우라늄의 방사능 연구로 라듐과 폴로늄을 분리하는데 성공, 원자핵 물리학의 선구자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이 1903년이다. 소르본 대학 교수인 남편 피에르가 마차사고로 숨진 뒤에도 혼자 연구를 계속해 1911년엔 방사성물질량의 측정법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또 받았다. 폴란드계 프랑스사람인 그녀의 딸 졸리오 퀴리도 역시 유명한 물리학자였다. 남편을 여의고 난 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이자 주위에서 라듐연구에 관한 특허를 받도록 권유했으나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킬 수 없다”며 끝내 거절,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을 지켰다.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방사능 치료반을 조직하여 부상당한 군인들의 구호에 진력하기도 했다. 말년엔 방사능실험연구소 소장으로 여전히 연구에 골몰했다. 퀴리부인이 세상을 뜬 것은 1934년 그때 나이 67세였다. 오랫동안 방사성물질을 다룬 관계로 악성 빈혈을 일으켜 건강을 잃었던 것이다. 핵분열성의 상대성이론 확립으로 원자탄을 만들게 한 아인슈타인이 평화운동을 주창하였고, 이에 훨씬 앞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폭약무기의 획기적 개발을 가져온 노벨이 인류평화와 복지를 위해 노벨상을 제정한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방사능 연구의 효시를 이룬 퀴리가 방사능 피해를 입은 군인들을 직접 진료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를 위한 과학연구는 엉뚱하게도 이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의 무기로 둔갑한다. 쿠니사격장의 우라늄탄 시비도 그렇다. 군사무기측면에서 보다 과학문명의 인류애적 양식에 비추어 판단되기를 촉구하며 기대하는 것이다. /白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