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장애인 고용과 다양성

고용부에서는 매년 12월 중 장애인고용률이 현저히 낮음에도 장애인 채용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기업 명단을 발표한다. 작년 436개 기업이 최종 공표됐는데 10년 연속 반복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74개소나 됐다. 기업체 장애인고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담금 납부로 고용 의무를 대신하는 기업 대부분은 장애인 미고용 이유를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지 못해서”(54%), “업무능력을 갖춘 장애인이 없어서”(13%)라고 답한다. 반면 기업들이 우려하는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태도, 대인관계, 생산성 및 업무능력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모든 질문에 장애인고용 경험이 있는 기업이 미고용기업에 비해 훨씬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5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령에 사업주나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장애인의무고용제,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 취업 기회는 부족하고 고용차별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교육은 언뜻 장애인 능력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물론 이러한 편견이 장애인 고용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은 제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당신의 생각과 달리 장애인은 이렇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일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불편하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비장애인 기준의 관점이며 장애인을 또 다른 방식으로 일반화, 집단화하는 것일 뿐이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다양성을 어떻게 존중하고 수용하는가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 근로자가 근로지원서비스 또는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하거나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것 등 직장 내에서 장애 특성상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가치를 깨닫게 할 것이다. 장애인 고용의 출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당신의 마음 문을 활짝 열어 주기 바란다.

[천자춘추] 이주배경노인 문제 이제는 고민해야

2022년 4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전망 자료에는 이주배경노인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이주배경인구는 약 9만명이며 2040년에는 약 38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총인구 가운데 1.1% 정도를 차지하던 이주배경노인이 2040년에는 2.2%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주민사회로 범위를 좁혀보면 2020년 4.1%를 차지하던 이주배경노인의 비율이 2040년 11.8%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이다. 인구의 7% 이상이 65세 이상인 경우를 고령화사회라고 하는데 이주민사회는 2025년 인구의 6.9%가 노인이 돼 고령화사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17년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전환했고 2025년에는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인구의 고령화로 우리 사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현상과 문제에 직면했고 여전히 대책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령화 현상의 영향을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 진입 이전에 충분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고령화하는 이주민 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그것은 이주배경노인 인구 비율 증가와 함께 부각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주배경노인 관련 문제는 노인 일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주민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와 접근을 요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주민 연구에서도, 노인 연구에서도 이주배경노인은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닌 듯하다. 이주배경노인은 ‘보이지 않는 이주민’, ‘보이지 않는 노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고령화 과정에서 겪은 진통을 이주민사회에 고스란히 전가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이주배경노인을 보기 위해 눈을 떠야 할 때다.

[천자춘추] ‘조선왕실 태실’로 돌아보는 생명탄생 문화

우리나라는 예부터 아기의 출산 후 배출되는 태(태반과 탯줄)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일정한 격식을 갖춰 땅에 묻었다. 이를 장태(藏胎) 또는 매태(埋胎)라고 했는데 어디에도 없는 우리의 고유한 풍습이었다. 1980년대 병원 출산이 일반화되기 이전까지 사람들이 태를 처리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였다. 또 태를 왕겨불에 태운 뒤 물에 띄워 보내거나 태를 말려 조심스레 버리는 방식도 있었다. 방법은 달라도 생명의 시작인 태를 소중히 갈무리함으로써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생명문화의식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태를 묻는 장태 행위에 대한 최초의 문헌기록은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 등장한다. 김유신의 태를 높은 산에 묻고 태령산(현 충북 진천)이라 불렀다는 내용이다. 고려왕실에서도 장태를 중시했다. 고려 인종의 태실이 경남 밀양의 구령산에 안치됐다는 기록이 있고 고고학적 유물도 발견됐다. 조선왕실에서는 태어난 아기씨의 태가 국운과 잇닿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욱 중히 여겼다. 아기씨의 태를 좋은 땅에 묻어 주면 장차 태가 땅의 기운과 조응해 아기의 무병장수는 물론 현명함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과도 결부됐다. 왕실은 관상감(觀象監·조선시대 천문·지리·측후 등을 담당한 관청)을 통해 길지와 길일을 선정해 전국 곳곳에 태실을 조성했다. 또 아기씨 가운데 장성해 왕위에 오르면 ‘가봉(加封)’이라는 절차를 통해 태실에 격식있고 화려한 석물을 추가했다. 조선왕실의 가봉태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고자 경기, 충남, 충북, 경북도가 손을 잡았다. 지난 10월27일 태실의 가치를 확인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연속유산으로 추진되는 이 등재사업은 여러 지방정부와 이해당사자, 주민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훼손된 태실의 정비 복원을 통해 세계유산으로서의 완전성을 정립하는 것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태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요소인 생명 탄생과 존중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현대산업사회의 물질만능 풍토에서 문화유산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반추해 보는 소중한 역할도 기대한다.

[천자춘추] 망한 나라와 같은 길 가지 말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은 안팎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고 지중해는 또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갯속을 걷고 있지만 요행으로 쌓인 결과에 현혹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400여년 전 조선의 통신사는 왜를 방문하고 돌아와 정반대의 출장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부사 김성일은 도요토미를 쥐에 비유하면서 두려운 인물이 아니고, 침략의 징후를 언급하는 것은 민심을 동요시키는 선동이라고 강변했다. 역사는 사후적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회는 마치 분화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용암처럼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현재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징후는 지구와 우리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류가 경험해온 성장의 결과라는 점은 동의하면서, 경험에 의존한 위기 극복은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도 이미 수많은 인류가 직면한 생존 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일쇼크와 금융위기를 버티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의 제한적 경험이 판단의 오류를 유발하고 있다. 한비자는 ‘고분(孤憤)편’에서 ‘망한 나라와 같은 길을 가는 나라는 존속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지도자와 관리는 ‘멀리 내다보고 명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고 강직한 정론’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전 세계가 자연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양광은 국가경제를 좀 먹는 파렴치한의 소굴이 돼 사회적 격리를 당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정부는 무탄소 경제(일명 CF100)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또 최근에는 수소(H2)의 날(원자번호 1번 H가 2개라는 점에서 11월2일)을 공식 선포했다. ‘CG100’, ‘RE100’, ‘ESG’, ‘탄소중립’ 등 현란한 정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난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 연결고리가 단절돼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 속담에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꺾인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편협되고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지도자들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기다.

[천자춘추] 되풀이되는 경기도 버스 파업 대책

경기도 버스 이용자의 기억에서 잊힐 만하면 되풀이되는 버스 파업의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가 경기도 버스 정책 공동위원장일 때도 파업의 위기는 항상 있었다. 타결 내용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다. 노조 요구인 임금 인상과 사업자 요구인 준공영제 임기 내 전면 시행 약속 등. 2019년 5월 전국 버스 파업은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조정으로 인한 것으로 버스 요금 인상과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으로 타결됐다. 2012, 2014년 파업 등 잊힐 만하면 되풀이되는 버스 파업의 원인과 대책은 이미 알고 있다. 서울 같은 광역도시와 같은 조건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준공영제란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버스준공영제는 교통정책 교과서의 의미와는 다른 준공영제라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통상적인 준공영제는 버스 노선과 자산의 소유는 지자체가 갖고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교과서적 의미의 대중교통인 버스의 준공영제에 비춰 보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광역시의 버스 대부분은 민간 소유와 민간 운영, 그리고 100% 비용 보조 및 적정 이윤 보장이라는 운영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경기도의 공공버스라는 모호한 이름을 달고 운영하는 버스가 진정한 의미의 준공영제의 버스로 간주한다. 문제는 단순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버스준공영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의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부담금의 증가 추세는 서울시의 경험을 보면 경기도의 지원 규모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 경기도버스의 60% 정도인 7천400여대에 대한 지난 5년간 지원 규모는 연평균 5천100억원 정도로 추정돼 경기도 버스준공영제의 전면 시행에는 어느 정도 지원 규모가 필요한지는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천문학적인 지원 규모를 열악한 경기도 시·군 지자체의 경우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속적인 버스 요금 인상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버스 운영 수입의 감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는 경기도 버스 운영자의 운영을 극도로 위축해 임금 인상은커녕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서울 같은 광역시 준공영제의 도입은 버스회사의 존재를 유지하는 마지막 출구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서울시의 버스 사업에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경기도 버스준공영제의 도입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간접 증거가 되기도 한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인한 버스 요금의 증가에 대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버스 재정 지원을 위한 재원 확보가 가장 시급한 실정이다. 요금 인상은 버스 이용자에게 당장 체감하는 지출이나 준공영제도의 재원은 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수많은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버스 파업과 극적인 타결 등으로 경기도 버스 이용자를 볼모로 하는 정책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버스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전문가의 철저한 감시 및 평가를 시행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고 경기도민의 버스 교통 접근성과 이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중기적 대책으로는 경기교통공사의 역할을 강화해 버스 교통 문제뿐 아니라 종합적인 경기도 교통 정책과 수익성 사업을 발굴하도록 기구를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10년 이내에 자율주행 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스 운영비용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 진정한 의미의 버스 교통의 공영제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천자춘추] 적십자사 118주년, ‘나눔은 나부터’

전쟁터에서 싹튼 인류를 향한 희망, 적십자 인도주의 이념은 1859년 이탈리아 솔페니노 전투 참상을 목격한 앙리 뒤낭 생각에서 시작됐다. 뒤낭은 평시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구호단체를 각국에 설치할 것과 이를 인정하고 보호할 국제조약 체결을 ‘솔페니노 회상’(1862년)에서 제안했다. 1965년 빈에서 선포한 국제적십자운동 기본원칙(인도, 공평, 중립, 독립, 자발적 봉사, 단일, 보편)은 각국 적십자, 국제적십자위원회, 국제적십자연맹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을 계속하도록 보장한다. 인간의 생명 보호와 고통을 경감하는 글로벌 인도주의 중추적 역할 기관인 대한적십자사(한적·韓赤)는 1903년 대한제국의 제네바협약(1864년) 가입으로 1905년 대한적십자사 규칙(고종황제 칙령 제47호)에 의해 설립됐다. 병원사업을 주요 활동으로 시작한 한 적은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시절 독립군과 재외거주 동포를 위한 활동과 국제사회에 일제 만행을 고발하고 우리나라가 독립국임을 알리고자 영문 화보집을 발행했다. 1950년 6·25전쟁 속에 피란민, 부상병, 극빈자 의료구호활동, 전쟁포로 교환 등 전시 인도주의 활동을 펼쳐 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을 이어가는 한적의 사업은 구호, 사회봉사, 재난·안전교육, 청소년적십자(RCY), 국제협력, 남북교류, 원폭피해자 및 사할린 동포 지원, 병원, 국제인도법 보급, 혈액사업 등을 국민이 보내준 소중한 후원금으로 우리 이웃에 희망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0월27일 대한적십자사 창립 제118주년을 맞아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 발전에 공헌한 유공자를 격려하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 보호를 위한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 참여에 굳은 결의를 다짐했다. 용기와 희망의 내일을 열어가는데 주인공이 된 4만5천740명 꽃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축하를 드린다. 이분들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며 더 많은 사랑 나눔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한 자세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대한적십자사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사랑나눔운동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임을 잊지 말자!

[천자춘추] 지금은 가짜뉴스 시대

지금은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다. 가짜뉴스는 선정성과 중독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중독되면 정확한 판단 능력을 상실한다. 상식과 합리성보다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본다. 이 점이 가짜뉴스의 출발선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나 전 세계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가짜뉴스가 자리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심각성을 인정하고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구글 역시 “검색엔진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가짜뉴스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이제 가짜뉴스 예방과 근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사회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문제를 ‘정식기자 채용’, ‘현장취재’, ‘인터뷰’ 기법 도입 등 ‘팩트체크’라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가짜뉴스로 돈벌이를 하는 언론은 가짜뉴스가 돈이 되기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또는 자신의 감정을 거르지 않고 막말과 검증되지 않은 거짓 선동을 쏟아내는 일부 유튜버들도 진실로 오도하는 데 그 몫을 다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선동적일수록 힘이 세고, 구독자가 많으며,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가짜와 진짜의 혼재로 기존 객관적 판단에 타격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진실이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바로 이것이 가짜뉴스의 폐해다. 2008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하며 정보량과 속도가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언론 방송보다 더 영향력을 가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 정보가 모이다 보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이 없기에 오보의 위험도 급증했다. 가짜뉴스 예방과 근절을 위해서는 시민사회를 비롯해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들은 ‘진실 혹은 거짓’이냐가 중요함에도 사람들은 그게 어디든 믿고 싶은 쪽으로 가고, 믿고 싶은 쪽을 믿는 현상을 보인다. ‘좋고 싫음’은 감성적 취향을 선택할 때의 문제고, ‘옳고 그름’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성적 판단의 근거다. 그런데 요즘은 커피를 갈아 마시듯 ‘좋으니까 옳다’라는 식으로 갈아 버린다. 내가 찍은 번호가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듯 믿고 싶은 것이 모두 사실이 아닐 때가 많다. 유언비어나 찌라시 수준의 가짜뉴스는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까지 낙심케 한다. 자신의 수준대로 하는 말로 인해 실족하거나 낙심케 하면 안된다. 나의 생각과 말이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낙담도 말고, 누군가를 낙심케 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도 전파하지 말아야 한다. 가짜뉴스는 자유와 공정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정말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적 분쟁과 갈등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정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거기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오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시민의 덕목으로 진실과 왜곡 사이에서 가짜뉴스를 분별하는 상식적이고 합리적 지성의 역할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거짓’과 ‘부패’의 전염성이다. 산불이나 산사태를 만난 것처럼 국가 자체가 타들어 가고 무너져 내리게 한다. 건강한 사회와 국가는 민폐 끼치지 않는 정직한 개인의 깨어나고 성숙한 통찰적 자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천자춘추] 고소 후 불송치 결정과 불복 방법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사법경찰관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해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시 고소인의 대응방법은? 사법경찰관은 불송치 결정을 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256조의 6에 따라 7일 이내에 고소인 등에게 불기소 결정서를 송달해야 한다. 통상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고, 이에 불복하는 고소인은 수령한 불송치 결정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의신청서를 작성해 해당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약 강서경찰서 소속 사법경찰관에게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면 강서경찰서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한다. 그 후 검사는 이의신청서를 검토한 후 이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하며 이에 따라 경찰은 사건을 다시 수사해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물론 기존과 동일하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한 후 재송치하면 감사는 재보완수사를 할 수도 있으나 기소할 수도 있다. 이의신청을 했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 대해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한 번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이의신청서를 접수하면서 ‘보완수사’를 해야 하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고소인은 ‘불송치 결정서’에 기재된 불송치 취지와 이유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미진해 불송치된 것인지 법리 또는 판례 해석을 오인해 불송치된 것인지를 철저히 분석해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단순히 피해를 호소하고 재수사를 읍소하는 것이 아니라 고소장 제출이나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새로운 증거, 범죄의 성립 요건을 보강하는 내용, 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추가적인 입증자료를 중점으로 수사기관이 재수사를 할 필요성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천자춘추] 지구의 생존법칙

중국의 어느 지도자는 농촌을 시찰하던 중 참새가 곡식 낟알을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전국에 ‘참새소탕령’을 내렸다. 참새를 모두 잡아 죽인 이듬해에 해충이 들끓어 심각한 흉년으로 2천5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 참새는 곡식을 공짜로 쪼아 먹은 것이 아니었다. 자연은 상호의존(相互依存)해 존재한다. 아무리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개체라도 단독으로는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 세균조차도 생물의 개체수를 조절해 자연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대유행하던 코로나 병원체는 오직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인류 존재가치’의 총량을 조절해 지구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세균조차도 인간을 이롭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태풍은 죽어가는 자연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강한 바람은 숲속의 병든 나무를 쓰러뜨려 다른 생물의 밑거름이 돼 주고, 곤충에게는 먹이를 제공해 주며,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돼 주기도 한다. 바람은 대기의 각종 오염물질을 모두 쓸어간다. 또 태풍은 바닷물을 바닥까지 뒤집어 해양(海洋)을 정화하는가 하면 몰고 온 비는 모든 생물에게 생명수가 된다. 이처럼 태풍이 몰아치고 난 후 자연은 더욱 건강해진다. 어느 초원에 양 100마리만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하자. 양들의 개체수는 자연발생적으로 불어날 것이고, 이때 사자들이 나타나 양의 개체수를 조절하지 않으면 초원은 금세 메말라 양들은 멸종한다. 양이 멸종하면 사자도 굶어 죽는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인간은 자연과 공존(共存)하지 않으면 한시도 존재할 수 없다. 자연 훼손으로 인한 이상기후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자연보호는 더는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황폐해져 가는 자연을 살려 죽어가는 지구를 ‘심폐소생’시켜 야 한다. 지금 당장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지구는 정말 위태로워진다. 노자의 핵심 철학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인위적(人爲的)인 삶을 살지 말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라고 가르친다. 당장 무위자연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곧 새로운 별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지금해야’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가 곧 그 이름을 다할 예정이다. 2024년 구리~안성 구간 개통과 2025년 안성~세종 구간 개통으로 공식 명칭인 ‘세종포천고속도로’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는 경기 중(동)북부 도민들의 사회·경제활동 등 도민의 교통이동권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강남·강동권의 시민들에겐 일명 ‘골프장 고속도로’로 유명하다. ■ 재정자립도 및 GRDP(지역내총생산) 낮은 경기 북부 구간만 ‘민자’ 고속도로 세종포천고속도로는 제1구간인 구리~포천만 ‘민자’ 고속도로로 개통됐다. 그 외 구간은 국가 주도 재정 고속도로로 건설된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경기 북부의 낮은 재정자립도 및 GRDP에도 불구하고 경기 북부는 민자사업이 아니고서는 기본적인 도로 SOC 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인가. 경기 북부는 중첩규제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의 발전보다는 희생을 감내해 왔다. 지역 발전이 어려운 상황으로 민·관 재정뿐만 아니라 가계소득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비싼 통행료를 내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이동으로 인한 피로도와 고속도로 통행료 부담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문화 및 관광 향유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2022년 경기도 행정사무감사 지적 사항 필자가 지난해 경기도 건설국 행정사무감사 때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의 비싼 통행료 문제를 지적했다. 경기 북부 도민들의 교통이동권 향상을 위해 재정고속도로 수준의 합리적인 요금 책정(인하)의 노력을 도 건설국에 주문했다. 이후 구리, 남양주,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심지어 연천에 거주하는 경기 중(동)북부 도민들이 많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그만큼 경기 중(동)북부 도민들의 교통이동권과 합리적인 요금제 개편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건설하는 도로 사업이 아니라고 손 놓지 말고 경기 중(동)북부의 많은 도민들이 생계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고속도로인 점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 일, 네 일 구분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라도 도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경기도민을 위해 경기도는 시대적 요구와 그 소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구리~안성, 안성~세종 구간의 개통을 앞둔 지금이 세종~포천 고속도로의 민자 및 재정 전 구간 요금 재구조화 등을 통해 구리~포천 ‘민자’ 구간의 통행료 인하와 합리적인 요금 책정 수립의 골든타임일 것이다.

[천자춘추] 자치단체 기능에 적합한 재정지출 필요

우리나라의 행정계층은 중앙-광역-기초 등 3계층이다. 정부 계층 구분은 기능배분에 따른 것이다. 국가와 지방, 광역과 기초는 상호 간의 사무를 주민의 편익 증진과 집행 효과를 고려해 중복되지 않도록 배분해야 한다. 사무배분은 사무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무는 국가와 지방, 광역과 기초 간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 다만 재정은 재정분권을 통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재정은 약 5조9천억원이 순증됐다. 그 결과 최근 10년(2013∼2023)간 국가재정은 연평균 7.09% 증가했고 지방재정은 연평균 7.92% 늘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방재정의 증가가 크다. 그런데 지방은 매년 재정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과 이에 따른 지방재정의 부담 증가다. 예를 들면 기초연금, 영유아 보육, 무상급식 등과 같은 정책은 중앙이 결정한 후 지방에 재원 부담을 요구한 사업이다. 둘째, 지방자치법상 명시된 자치단체의 고유 사무 외의 사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재정의 비교경쟁이론(yardstick competition)에 따르면 선출직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는 지방재정의 경쟁과 파급을 발생시킨다. 우리나라같이 자치단체의 면적이 크지 않은 경우 이웃 자치단체의 성과를 잣대로 소속 단체장을 평가하기 때문에 경쟁과 파급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무상교복, 안정지원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상급기관의 고유 기능을 하급기관이 수행하고자 할 때 재정지출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 시리즈, 지역화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국가 수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산업의 특성과 미래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정책이다. 상급기관의 고유 기능을 하급기관이 지원하는 경우 재정 충격은 크지 않다. 반대로 하급기관이 상급기관의 기능을 대체해 수행하고자 할 때는 상급기관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기초는 광역 대비, 광역은 중앙 대비 탄력적인 재정지출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그 결과 조례 수준에서 지원 가능한 현금성 복지를 선호한다. 그러나 현금성 복지는 사무의 경계를 넘어서고, 타 자치단체에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유발해 전체 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한번 지출되면 쉽게 종료시키기도 어렵다. 필요사업임에 틀림 없다면 방식을 달리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무스그라베가 1959년 제시한 바와 같이 자치단체별 고유 기능에 적합한 재정지출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할 시기다.

[천자춘추] 허풍방지법

허풍방지법? 이런 법이 진짜 있을까? 믿기 어렵지만 진짜 있다. 주체 111년(2022년) 5월3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972호로 채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허풍방지법이다. 제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허풍방지법은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허풍을 치는 현상과의 투쟁을 강하게 벌려 국가의 정책을 정확히 집행하고 인민의 리익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한다’라고 허풍방지법의 사명을 밝히고 있다. ‘허풍’을 법기술적으로 어떻게 정의할지 궁금했는데 제2조에서 ‘허풍은 공명심과 리기심, 책임회피와 같은 낡은 사상에 물젖어 자기 부문, 자기 단위실태를 허위로 보고하여 국가의 정책집행과 인민생활에 엄중한 해독적후과를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행위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얼마나 허풍과 거짓 보고가 많았으면 이런 법까지 만들었을까. 지난 주말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방문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불과 1.4㎞ 앞에 펼쳐진 개성시 판문점면을 볼 수 있다.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인 조강(祖江) 건너편으로 위장 마을과 북한 사람들의 이동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잘 사는 것처럼 위장해 놓았을 텐데도, 건물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허풍도 안 통할 정도로 경제가 망가져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북한 지도부는 허풍의 주역이었다. 지상낙원이라는 허풍에 속아 수많은 재일교포들이 북송선을 탔다. 최근에는 평양 내 백화점과 수족관의 여유로운 모습이나 상품이 가득 찬 마트 등을 보여주면서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홍보하는 북한의 대외 선전 영상 채널들이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서도 차단, 퇴출됐다고 한다. 허풍의 끝판왕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핵 협박이 아닐까. 주민들은 굶어 죽고 있는데 같은 민족을 상대로 한 핵 협박으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핵을 내려놓고 남북 경제협력으로 주민생활의 실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순리다. 북한이 아무리 허풍방지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핵미사일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계속 쏟아붓는다면 파탄 상황에 놓인 북한 경제의 탈출구는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천자춘추] ‘인천맘센터’에 대한 기대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연일 초저출생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일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을 기록한 것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05명 감소했으며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전체 평균 0.78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또 1990년의 유소년(0~14세) 연령계층별 구성비가 25.6%인 것이 2030년에는 8.5%로 확연히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방, 경제, 교육 등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돌봄과 교육, 일과 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경감, 건강 등의 5대 문제가 관건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도 공약으로 내건 인천형 육아플랫폼 ‘인천맘센터’(가칭)가 인천육아지원센터 안에 설치된다고 하니 이에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인천맘센터는 지역 육아맘 안식처와 복합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허브 역할로 부모들이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는 장으로서의 구실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육아 조언, 건강 상담, 가족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음으로써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양육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양육정보 모아드림, 온라인 통합 플랫폼 등으로 아이와 부모들이 육아 지원을 받고 성장하면 지역 전체의 복지에 기여하게 되며 이러한 시설은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가족 친화적인 도시 인천을 홍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부모들이 일상적인 업무나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설 등이 없는 것은 아쉬움이 남으며 장기적으로는 별도의 센터 개소로 인천시 육아정보 중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인천맘센터를 통해 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해 양육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며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교육, 일자리 연계 시스템을 통해 부모와 어린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 인권은 자격을 묻지 않는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전국적 학생인권조례 지우기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지난 9월20일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은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를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꾸겠다는 ‘경기도 학생인권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인권가치를 폄하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5일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국에서 최초로 제정됐다. 인권의 의미와 가치를 말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존엄성과 보편성이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여기서 강조돼야 할 것은 바로 ‘모든’ 사람이다. 다시 말해 ‘인권은 자격을 묻지 않는다’이다. 장애가 있든 없든, 성별에 따라 많든, 피부색이 어떻든, 나이가 많든 적든, 학생 신분이든 아니든 따지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은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하며 책임의 대가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하면 저것을 줄게라는 말로 거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권이다. 한데 지금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은 말이 개정안이지 인권을 부정하는 개악안과 다름없다. 조례안 명칭부터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으로 바꾸려 한다. 학생 책임을 강조하다 학생인권을 오히려 침해·후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한 사유 없는 학습권 침해’, ‘임의적 교내외 행사 참여 강요’,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강요’,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 강요’ 등과 같이 구체적으로 ‘안 된다’고 정해 학생인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규정을 ‘의견을 존중한다’고 수정한 것은 명백히 학생인권의 후퇴다. ‘상벌점제’ 금지 조항의 삭제는 말할 것도 없다. 또 개정 과정에서 은근슬쩍 인권보장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교육청은 지워버렸고 책임의 주체로 학생만 강조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대한민국도 1991년 지키겠다고 약속한 국제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다르지 않고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기본법이 되는 헌법에 기초한 내용이다. 정부와 교육청은 학생인권이 잘 보장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인권을 기반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이 이뤄 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교사를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권을 보장하는 책임이고 책무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사항에 ‘대한민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의 인상을 받았다고’ 담겨 있다.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적 이미지는 너무나 부끄럽다. 학생인권조례 개악이 아닌 정당한 교육활동의 기준이 될 학생인권법제정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아도 늦은 시간이다.

[천자춘추] 갚지 못한 오만원

작년 말 향년 90세를 일기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고단한 삶의 무게에서 자식들을 위해 부단하게 몸부림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평생 모시고 살아서인지 나를 부르는 듯한 어머니의 환청이 들리고, 안방에서 금방 나오실 것만 같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기억력이 감소하는 것 같았으며 약간의 치매 초기 증상도 보였다. 병원에서는 나이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어머니에게 돈을 꾸자는 것이었다. 돈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어머니의 기억력을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싶었다. 어머니에게 돈을 꿔 언제 주겠다고 약속하고 기억을 하시면 10만원을 갚는 식이다. 어머니는 꼬박꼬박 기억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안방에 들어가셨는데 한 시간이 지날 무렵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다급하게 아내와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가 쓰러져 계셨다. 중풍으로 의심되는 모습이어서 곧바로 병원으로 모셨는데 뇌경색으로 왼쪽 마비가 왔다. 3시간 동안 수술이 진행됐지만 담당 의사는 더 이상의 수술은 무의미하다며 결단을 하라고 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는 나에게 꿔준 5만원을 기억하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요양병원에서 6개월 만에 코로나로 인해 가족의 임종도 없이 쓸쓸하게 혼자서 돌아가셨다. 장례 절차를 위해 인수된 어머니의 모습은 그래도 평온하게 보였다. 어머니의 볼에 나의 볼을 문지르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직도 어머니의 볼은 따듯했다. 우리 가족은 한없이 오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옆에 묻히셨다. 생전에 두 분은 하루가 멀다고 싸웠지만 이제는 자식들을 위해 다정하게 지내실 것으로 믿으며, 우리의 소망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어머니에게 꾼 5만원을 갚지 못했다. 아니 영원히 갚지 못할 것 같다. 사후에 어머니를 만나더라도 돈을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잘해드린 게 없는 것이 너무나 한스럽다. 자식은 언제나 후회 속에서 산다는 옛말을 이제야 깨치니 가슴이 먹먹하다.

[천자춘추] 선생님의 데스노트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기인 2004년 ‘데스노트’라는 만화가 인기였다. 만화 제목이자 핵심 소품인 ‘데스노트’는 저승사자인 ‘사신’들이 인간들을 죽일 때 사용하는 공책이다. 데스노트의 규칙은 아래와 같다. 노트에 이름이 적힌 인간은 죽는다. 이름을 적은 인물의 얼굴을 알고 있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따라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한 번에 없애는 효과는 없다. 이름을 쓰고 40초 이내에 사인(죽는 방식)을 적으면 그대로 실현된다. 사인을 적지 않으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사인을 적으면, 죽을 때의 자세한 상황을 기재할 6분40초라는 시간이 더 주어진다. 어느날 갑자기 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데스노트를 주운 주인공 라이토는 모의고사 전국 1등인 17세 고등학생이다. 누군가를 편하게 죽인다든지,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된 라이토는 데스노트의 원래 주인인 ‘사신’ 류크를 만나게 되고 ‘데스노트를 사용한 대가’를 묻는다. 류크는 “대가는 없다. 굳이 있다면 그 노트를 사용한 자만이 갖게 되는 고뇌와 공포…”라고 라이토에게 말한다. 2012년 3월1일. 대한민국 교사들에게 데스노트가 주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는 정부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가해학생의 처벌 기록은 고등학교 입시는 물론, 대입 전형 제출 자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정책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 적용됐고 점점 강화됐다.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학교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학생 개인의 입시와 연계시킨다는 방향은 학부모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선도와 선처는 줄었으며 기록이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게 됐다. 그렇게 학교는 ‘재판소’가 됐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세워졌고 학폭위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피해학생 측의 신고가 이뤄지면 가해학생 담당교사가 학교폭력 발생사실을 ‘조사’하고 학폭위에 보고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해학생 학부모들의 회유와 협박이 제법 일어난다. 학폭위 단계 진입 전에 ‘교사를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교사들을 향한 여러 액션을 만들어냈다. 교사들은 만화 데스노트 주인공처럼 ‘고뇌와 공포’ 속에서 여전히 학생부를 기록하고 있다. 만화 데스노트 1화에서 라이토는 사신 류크에게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다. 류크는 “따분해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데스노트를 인간계에 떨어뜨려 봤다고 한다. 황당한 만화지만 현실에서도 학교생활이 “따분하다”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늘고 있다. 커져 가는 그들의 따분함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데스노트가 돼버린 학교생활기록부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해학생 징계 기록보존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2026년부터 대학입시에 의무반영하도록 하면 데스노트에 쏠리는 관심이 더 커질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200년 전 나폴레옹이 전쟁에 사용할 인간들을 빨리 키우기 위해 만들었던 일괄적인 교육 시스템은 더 이상 학생들 각각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어렵다. 데스노트 만화에서도 결국 데스노트를 가진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죽는다. 갑자기 재판소가 돼버린 학교에서 폭력 그 자체를 없앨 방법을 찾아보자. 분명 어려운 과제지만 급한 마음을 누르고 문제의 원인을 함께 찾아 보면 충분히 해결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천자춘추] 친환경 대중교통 촉진하는 ‘카드’

지난 여름 하와이에서 끔찍한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유럽의 홍수, 아프리카의 가뭄, 극지방의 빙하 감소 등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된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전 지구적 차원의 의무로 자리 잡아 간다. 지구상에는 매년 510억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 중 교통 부문에서 17% 배출되며 이 중 90%가 자동차로부터 발생한다. 이동의 필요성을 낮추고, 이동거리를 줄이며, 이동하는 경우 철도 같은 친환경 교통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서울시에서 제안한 ‘기후동행카드’란 월 6만5천원으로 지하철과 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서울시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 이용권’을 말한다. 독일은 월 49유로 ‘도이칠란트 티켓’을 선보여 1천100만장을 판매했고 파리도 월 72.9유로의 정기권을 운영 중이다. 오스트리아는 연 1천95유로의 ‘기후 티켓’을 선보여 고물가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낮춰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는 이러한 정책은 향후 더욱 확산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경기도나 인천에서 승차하는 사람들은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서울 인구는 10년째 70만명이 감소하고 경기도 인구는 같은 기간 150만명이 증가했다. 건설 중인 GTX 등 광역철도와 3기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통근자는 더욱 늘어나고 통근거리는 더 길어지지 않을까. 장거리 통근자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는 기후동행카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돼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K패스’와도 당연히 연계돼야 한다. 이는 월 21회 이상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최대 60회까지 교통비의 20%를 적립, 환급해 주는 제도다. GTX 등 광역철도망의 환승역세권을 고밀 복합화하는 콤팩트시티 개발, 직주근접 개발로 이동 필요성을 낮추는 자족도시 건설에 더해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형 도시 관리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대중교통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타삼피(一打三翍)의 ‘수도권 기후동행카드’를 고대한다.

[천자춘추] 사라지는 여성들

윤석열 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 가운데 ‘여성’을 ‘여성’으로 부르지 못하고 있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는 점이다. 가해자가 드러나는 ‘성폭력 또는 가정폭력’조차 ‘폭력’으로 일반화하거나 심지어 ‘관계성 폭력’이라는 희한한 용어로 대체돼 여성을 삭제하기에 이른다. 지역 언론에서조차 호명돼서는 안되는 금기어가 돼 가고 있는 것일까? 일례로 ‘수원·화성지역에서 이틀 동안 10대 여성 3명을 성폭행하려 한 고등학생 A군(16)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내용의 성폭력 사건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은 ‘10대 여성 3명 연쇄 폭행, 고교생 구속’이다. 비단 이 기사만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양상과 양태 가운데 ‘죽거나, 죽을 만큼’ 극단의 상황이 아니고서는 언론보도에서 사라지거나 그나마 보도된다 하더라도 이처럼 에둘러 표현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 기조를 유지하고 확산함으로써 성평등사회 실현을 이루고자 한 주요 정책적 접근은 일부분 진전을 보여 왔다. 그 과정에서 ‘여성’, ‘성평등’, ‘젠더’ 등은 오랜시간 정책적 용어였다. 현재에 이르러 그 무엇도 나아졌다는 객관적 지표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에도 마치 성불평등 사회구조는 개선해 나가야 할 정책목표가 아니라는 저급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냄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소환, 호명되고 있는 걸까? 올해 상반기 경기여성단체연합이 회원단체들과 경기지역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이에 따른 예산 및 그 성격 등에 관해 31개 시·군 가운데 경기도 본청을 포함해 16개 지자체를 모니터링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여성정책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국’ 명칭에 ‘여성’이 포함된 지역은 경기도와 수원시가 유일하며 전담부서명에 ‘여성정책’(과)을 정확히 유지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부천시, 수원시 정도다. 안산시의 여성가족과 내에 ‘인구 출산팀’, 의정부시는 ‘여성가족과’와 ‘보육과’를 ‘여성보육과’와 ‘아동돌봄과’로, 고양시는 복지여성국이 사회복지국으로 변경되고 ‘출산지원팀‘이 등장한다. 의왕시는 가족여성과의 업무를 ‘가족여성팀’으로 격하시켰다. 새로운 사업이랍시고 온통 인구-출생-가족-보육으로 여성정책사업을 채우고 있는 지자체들, 더욱이 평택시의 ‘여성 역량강화지원’사업에는 ‘예절교육관 운영 지원’과 ‘예절교육관 이전 신축’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여성+예절바른=양육에 힘쓰는 엄마’를 양성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이 공식은 70년대 어느 언저리에 와 있다는 착각이 비단 나만이 아닐거라는 점에서 쌀쌀해지는 날씨만큼 심란하다. ‘저출산 극복, 출산 장려 추진사업’을 엉뚱하게 여성의 역량 강화와 연결 짓고 인구정책 운운하고 있는 사이 ’사라진 여성들‘은 오늘을 살아갈 방법을 찾아,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찾아 스스로 고군분투해야 한다.

[천자춘추] 자녀 인생의 황금열쇠 ‘대화’

유독 우리 딸을 예뻐하는 지인 한 분이 있었다. 실제로 딸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든 우리 딸의 일화(?)가 마음에 들었던지 한 번 용돈을 보내주겠다고 계좌번호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 유학 중이던 우리 딸은 지인에게 “아직 얼굴도 한 번 뵌 적이 없는 분인데 무턱대고 용돈을 받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요. 다음에 귀국할 때 찾아뵙고 인사 드린 뒤 받아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지인은 더욱 깜짝 놀라 바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딸 칭찬을 했다. ‘요즘 애들 같지 않은 말을 한다’는 이유였다. 물론 자식 칭찬을 마다 할 부모가 어디 있겠냐만은 그 당시에는 ‘집에서 하던 대로 가르치고, 배운 대로 말한 건데 그게 그렇게 칭찬할 일인가’라는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있었던 그때 지인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이해된다. 요즘 어쩌다 만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정말로 아예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버릇이나 예절을 따지기 전에 아예 어른 대하는 법을 모르고 불통이 자주 된다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대화법을 배우지 못하고, 팽배해진 개인주의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배우지 않고서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대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다른 무엇보다 올바른 대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인생의 가장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야 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빠르면 아동기, 늦으면 청소년기에 사람의 성품, 태도, 예의범절이 정해진다고 한다. 대화란 일이 조금 고되고 피곤하다고 빼먹을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빈민구제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제인 애덤스는 화목한 가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대화’라고 말했다. 설령 주방에서 음식이 타도, 회사를 지각한다 해도 대화를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토록 중요한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다음은 소통전문가들의 조언을 나의 경험에 비춘 ‘자녀와의 원활한 대화를 위한 5가지 핵심’이다. ①식사 때나 티타임같이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정한다. ②시시콜콜한 얘기로 되도록 자주 스몰토크를 나눈다. ③자녀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다. ④내 생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일단 자녀의 뜻을 존중해 준다. ⑤감정적인 대화가 아닌 서로 솔직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수학에 왕도가 없듯이 대화에도 왕도가 없다. 처음엔 좀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자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서로 간의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부모와 자녀 관계가 될 것이다. 모쪼록 대화는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 오고 가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부모의 바람, 자녀의 진심, 가정의 화목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감정들이 오고 가며, 그 어떤 훈계를 할 때보다, 많은 재산을 물려줄 때보다 더 바람직하게 자라가는 자녀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천자춘추] 챗GPT 보안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챗GPT는 오픈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로 놀라운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이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글로벌 보안 전문기업 사이버헤이븐에 따르면 지난달 160만명의 챗GPT 사용자 중 6.5%가 사내 중요 정보를 챗GPT에 입력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러한 발견은 챗GPT의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메신저 사용 제한 및 문서 복사 제한 같은 엄격한 보안 조처를 하고 있지만 이번 챗GPT 이슈로 인해 추가적인 ‘보안 이슈’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챗GPT에 어떤 앱의 코드 일부를 주고 취약점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단 몇 초 만에 취약점을 찾아내고 수정한 코드를 제시했다. 챗GPT를 활용해 악성소프트웨어 및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회사의 기밀 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챗GPT와 관련된 보안 이슈와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안 정책 가이드라인 작성, 정보 유출 텍스트 분석, 시큐어 코딩 가이드, 패킷 내부 패턴 분석 등의 업무에서 챗GPT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사용 가이드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기업이 있고 어떤 기업은 회사 내부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챗GPT는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으로 뛰어난 대화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만큼 이를 오용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안전한 챗GPT 활용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챗GPT가 학습하게 된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해커에게 큰 유혹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한 금전적 손실이나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인적인 정보의 입력을 하지 않는다. 둘째, 챗GPT의 높은 자연어 생성 능력은 사이버 범죄자에게 이용될 수 있다. 정교한 피싱 메일이나 로맨스 스캠 메시지 생성에 활용될 수 있으므로 이메일의 출처와 내용을 항상 신중히 확인하고 링크 클릭을 하지 않는다. 셋째, 챗GPT는 코드 생성 능력도 있다. 이를 통해 생성된 멀웨어나 해킹 프로그램은 시스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바이러스 백신의 설치와 정기적인 시스템 검사는 필수다. 챗GPT의 능력은 인상적이나 그만큼의 보안 책임도 필요하다. 적절한 보안수칙을 지키며 챗GPT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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