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 유기동물

‘발로 뛰는 소통의 달인’으로서 매일 아침 시민과 소통하고자 공원을 거닐다 보면 반려동물과 산책하며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시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반려동물을 통한 고립감 해소와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개, 고양이 등과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가 급속히 증가했다. 반려동물 수출입 분야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말 반려가구는 55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하며 반려인은 1천26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반려가구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절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버려지는 동물 역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우리가 버린 것으로 공식 등록된 동물은 94만7천98마리로 일평균 372마리가 유기되고 있다. 반려동물은 어릴수록 귀여워 입양 시 인기가 많으나 현실은 다르게 생후 1년 미만으로 추정되는 어린 동물의 유기가 전체의 39.3%를 차지하는 등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들였다가 쉽게 버리고 있다. 유기동물은 등록 절차를 거쳐 주인을 찾아주거나 동물보호센터에서 10일 이상 주인을 기다리다 지자체 소유로 넘어간다. 지자체 소유가 된 유기동물은 새 주인을 만나거나 안락사를 당할 뿐이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을 통해 한때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이 버려지지 않는 사회 문화를 만들고 유기 동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보호시설의 환경과 관리를 개선해야 하며 보조금이나 적극적인 홍보로 입양자들의 관심을 유발해 입양을 촉진해야 한다. 1978년 10월1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선포된 세계 동물권리 선언의 제1조는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다. 세계인권선언 이후 30년 만에 동물권 선언이 나온 것으로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1991년 한국에서도 동물보호법이 처음 만들어졌고 이제는 단지 동물 보호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보편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입양에서 양육, 장례에 이르기까지 가족에 준하는 책임감으로 관리해 반려동물 양육문화를 성숙시키고 동물보호소가 텅텅 비는 유기 동물이 없는 그런 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천자춘추] 학생인권조례가 아닌 독박교실이 문제

지난달 서울 S초 교사의 사망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교사와 학교에 관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이 사건을 ‘교권 실추’라고 규정하고 ‘학생인권만 강조한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서둘러 대책으로 나온 것이 얼마 전에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이다. 생활지도 고시안은 이전 학생인권조례에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명시했던 용모와 복장까지 포함됐을 뿐 아니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학생들의 신체의 자유를 명확히 침해하는 행위를 이른바 ‘교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 시 압수 등 물리적 제지를 명시하고 그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오히려 교사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부의 대책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을 적으로 돌리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학교는 교육의 공간이지 감시와 통제, 처벌의 공간이 아니다.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시간과 정성과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교육현장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다시 뿌리부터 바라봐야 한다.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 각자도사의 사회라고 말한다. 이는 학교 교육현장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과도한 입시경쟁 속에서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현재의 삶을 살지 못하고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교사 또한 경쟁구도와 비민주적 위계질서 속에서 혼자 외로이 독박교실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 우선 필요한 조치는 교사들이 부당하거나 무리한 민원에 외롭게 대처하지 않도록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다. 또 수사나 쟁송 등 사법적 절차에서 부당하게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처우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학급당 학생 수 감축도, 교육 재정과 교원 인력 확충도, 교육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천자춘추]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지난 40년 봉직했던 조직 사회가 생각난다. 퇴직 동료들 모임에 나가면 옛 이야기를 하게 되고 과거의 일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내 역할은 끝났다. 내 의자는 후임자에게 물려줬고, 그들이 또 열심히 조직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사회 제도는 그렇게 이어져 가고 그러면서 연계되고 통합을 이뤄간다. 퇴직하면서 나는 그동안 봐왔던 전공서적을 모두 버렸다.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어서다. 그동안 가르치는 일만 해왔으니 이제는 내가 배우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선배들이 퇴직하면 정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자신들을 위로하는 말로 들었다. 그러나 내가 퇴직하고 보니 정말 좋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로 서두를 필요가 없어 좋고 하루 200쪽 이상 읽어야 했던 공문을 보지 않아 좋다. 오래전 일이다. 내가 새 자동차를 사서 몰고 출근했더니 옆에 앉은 동료가 자동차를 얼마 주고 샀느냐고 물었다. 그때 내 대답은 놀랍게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물어본 사람도 놀랐다. 아니 어제 산 자동차를 얼마 주고 샀는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나보고 이상하다고 했다. 나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를 사기 전에는 어느 회사 어떤 모델을 살까? 연비는 어떻게 되나? 이런 것을 모두 따져봤다. 그런데 값을 치른 다음에는 모두 잊었다. 나 스스로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채근담이 떠올랐다.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 위를 날아가도 기러기가 가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을 드러내고 일이 끝나면 마음을 비운다’. 금년도 벌써 반이 지났다. 8개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평생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시간을 쓰고 있다. 농사도 짓고 먹고 남아 지인들에게 감자, 가지, 옥수수를 나눠 줬으며 맥주병이 수영장에 등록해 접영까지 배웠고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오늘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니 3천명 가까이 된다. 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통화한 사람이 10%나 될까?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이제는 날아간 기러기처럼 그림자를 버리려 한다. 새로 공부할 것이 정말 많다. 오늘 2천명 넘게 연락처를 버렸다.

[천자춘추] 위장환경주의가 만연한 사회

말 많고 탈 많은 ESG경영,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이것은 이제 국가, 기업, 학교, 관공서 등을 평가하는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 제품생산(원재료 및 생산 과정부터 판매, 유통 등 전 과정을 말함)에 있어 탄소를 얼마만큼 배출하는지 등의 기후변화와 탄소배출의 평가는 기업의 생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기업이 교묘하게 속이는 일들이 생겨난다. 친환경기업도 아니면서, 탄소를 줄이지도 않으면서 그런 척 속이는 일, 이를 ‘그린워싱’ 또는 ‘위장환경주의’라고 한다. 인근 가게에 가보니 일회용 접시에 쓰여 있는 문구가 ‘친환경 접시’였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착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뭐가 친환경이지? 하고 들여다보니 ‘無색소’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재질은 폴리스티렌(PS). 친환경이라는 단어 자체만 보면 이를 만든 제조업체가 무척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은 분들의 선택지에 우선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일회용 접시에 쓰인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눈가리고 아웅인 것이다. 어느 유명 화장품업체에서 친환경 종이 용기를 썼다고 홍보하기도 했으나 실제 겉표면의 종이를 뜯어 보면 안에는 플라스틱 용기가 있었던 사례도 있다. 정말 화장품이 종이 용기에 담겨 있었다면 우리는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또한 겉모습을 위장한 것에 불과했다. 우리 주위에는 소비자를 무척 혼란스럽게 하고 기만하는 그린워싱이 만연해 있다. 눈속임으로 친환경인 척 온갖 광고로 도배를 한다. 이제 우리는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좀 더 현명한 소비자가 돼야 한다. 정말 친환경인지 확인하고 탄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했는지, 지속가능성이 보이는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매의 눈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기술과 생산은 더 이상 친환경이 될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린 사회일 수도 있다. 그러면 기업은 스스로 친환경 경영을 위장해 자랑할 것이 아니라 ESG경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경제 난국 타개’ 정부·기업의 역할

우리들의 행복 환경은 선진국을 향한 선도적인 국가 경쟁력 제고, 안정적인 기업의 수익성 확보, 가계의 안정적 수익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가까이는 우리가 생활하는 국가가 안보와 안전이 확보돼야 하고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수익을 창출하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이러한 인프라가 우리 개개인의 가계 경제와 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정책과 기업들의 수익성 높은 경영 실적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금년 들어 우리나라 500대 상장사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305개 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조원 감소했는데, 이는 1분기에 이어 작년 동기 대비 반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반도체 양대 시장인 중국, 미국의 부진이 지속되며 업계의 감산에도 불구, DRAM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러한 영향에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 평균이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의 성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하나의 중국 관련 악재로는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부도에 이어 위안양이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자 중국에서 부동산발 경제 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거대시장 중국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초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중국 시장의 공백을 메울 대체 시장을 찾을 순 없겠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반드시 풀어야 할 한국 경제의 숙제다. 이러한 때에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정부의 기업에 대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혁신적 성과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과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해야 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때일수록 인재를 육성하고 혁신과 보상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협력사와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연구 및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들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창업을 지원하고 창업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혁신적으로 강도있게 추진해 창업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

[천자춘추]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

이 글이 게재되는 8월21일, 나와 동료들은 9월에 개최될 우리 영화제의 상영작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영화학도였던 시절에는 굵직한 영화제들의 라인업이 발표되길 기다렸다 열어보는 것이 중요한 이벤트였다. 거기에는 동경하는 이름들이 올라가 있는지, 기다리던 제목이 실려있는지를 보고, 올해는 누가 수상을 할지 어쭙잖은 토론을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가 볼 라인업을 발표하는 입장이 되니, 말 그대로 살 떨리고 긴장이 된다. 후회도 막급이다. 그땐 왜 그렇게 까댔을까…. 많은 사람이 영화제를 기다리고, 찾는 까닭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유명한 기대작을 먼저 볼 수 있고, 감독이나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극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들의 경우 전자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겠지만, 다큐멘터리에 특화된 우리 영화제는 어쩔 수 없이 대체로 후자다. 장르 특성상 상대적으로 수입과 개봉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넓히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기도 하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영화를 다른 이들과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제는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제는 영화를 OTT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대세가 됐고, 지난 팬데믹 기간에는 극장 상영을 포기한 영화제들도 있었다. 우리 영화제의 경우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리두기를 적용해서) 오프라인 상영의 규모를 줄일지언정 포기하지는 않았다. 바로 영화를 함께 보는 감각이야말로 영화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영화 창작자들, 특히 다큐멘터리 감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반응이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 년에 걸쳐 빚은 자신의 비전이 얼마나 이해받는지 확인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올해, 한 태국 제작진은 검열로 자국에서 틀 수 없는 영화를 우리 영화제에서 틀 수 없겠냐고 상영본을 보내왔다. 이란 여성들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자리를 꼭 만들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해온 여성 감독도 있었다. 목숨을 걸고 아랍의 봄을 기록한 시리아의 젊은 저널리스트도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한국 영사관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의 다큐멘터리스트들 역시 제작 현장과 편집실에서 보낸 몇 년의 시간이 담긴 노작의 상영을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그 모든 창작자가 한국의 관객들을 만날 첫 창구로 우리 영화제를 선택해 준 것이다. 관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고대하면서. 감사할 따름이다. 언젠가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그것은 위안과 연대가 되고, 나를 바꾸는 경험이 되며, 그렇게 세상도 바뀔 것이라고. 그런데 함께 들으면 그 모든 것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결론은 이렇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9월14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열린다는 것. 오시면 생각처럼 어렵지 않고, 예상보다 흥미롭고, 꽤 어쩌면 눈물을 쏟거나, 웃음을 터트릴 순간들이 많으리라는 것. 그리고 아주 조금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것.

[천자춘추] 2024 수능, 나만의 루틴으로 컨디션 유지 필요

이제 2024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킬러 문항 배제로 그 어떤 해보다 수능 출제 기조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수험생들이 가장 집중해 해야 하는 일은 바로 나만의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능은 보통 8시 전에 수험장에 입실해 장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 시험을 치르게 된다. 보통 우리의 뇌는 기상 후 적어도 3시간은 지나야 집중력이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시험 시작 시간을 고려하면 7시 이전에 기상한 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통해 뇌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줘야 한다.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무리하게 되면 오히려 시험 당일 100%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안정적인 루틴으로 몸을 시험 일정에 최대한 맞춰 세팅해야 한다. 가능하면 수능 당일 시간표대로 과목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다. 보통 오전에는 가장 집중력이 높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 취약한 과목이나 어려운 단원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념 공부나 처음부터 모든 단원을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나만의 약점 노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약점 노트는 오답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릴 것 같은 문제도 포함한 것이다. 말 그대로 나의 약한 부분을 총정리한 나만의 비법 노트다. 공부 후 문제집을 풀거나 테스트를 통해 나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다시 공부를 반복할 때는 틀린 부분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전체를 다시 공부해 시험을 봤을 때와 모르거나 틀린 부분만 다시 공부하고 시험을 봤을 때의 결과가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입맛이 없더라도 규칙적으로 식사를 꼭 챙겨야 한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조금씩 자주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대이므로 좋아하는 과목이나 자신이 있는 과목 위주로 공부하면 좋다. 에디슨과 나폴레옹은 낮잠을 수시로 즐겼다고 한다. 이들은 바쁜 일정 틈틈이 낮잠을 통해 뇌를 쉬게 하고 시냅스를 활성화했을 것이다. 잠깐의 휴식을 통해 뇌를 쉬게 하면 훨씬 더 좋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죄책감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수험생이 휴식이나 낮잠을 자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 필요 없이 쉴 때는 열심히 쉬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 기억하기 바란다. 특히 잠들기 전 두 시간 동안의 공부는 장기 기억으로 전환돼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공부 후 숙면을 취하면 자는 동안에도 뇌는 부지런히 일을 힌다. 저장된 정보를 단단하게 장기 기억으로 전환한다. 일반적으로 뇌는 단기 기억에 저장된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곤 하지만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면 오래 기억되고 그것이 시험장에서 나의 실력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천자춘추] 챗GPT의 플러그인 서비스

챗GPT는 대화형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성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가장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보안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챗GPT 플러그인 서비스다. 이는 개인 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호 원칙을 따라 최신 정보나 타사 서비스에 대한 안전한 액세스를 만들어 준다. 플러그인은 보안 문제 이슈 해결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산업 확장도 가능하다. 플레이스토어의 모바일 앱과 유사하게 해당 앱 사업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의 확장과 유사한 사업의 확장이다. 모바일 앱과 플러그인의 차이점은 기능성 측면에 있다. 챗GPT 플러그인은 대화 인공지능(AI)과 외부 앱을 연동할 수 있게 하며, 사람 수준의 대화를 이해하고 플러그인을 통해 특정 기능을 챗GPT 내에서 실행할 수 있게 한다. 반면 플레이스토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며, 각 앱은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사용자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챗GPT 플러그인 서비스 작동원리를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백화점이 챗GPT이고 백화점 내에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플러그인 서비스 운영업체다. 백화점 출입구를 사용하는 것이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소프트웨어 간 상호 통신하는 규칙)다. 플러그인을 사용하면 애플리케이션의 기능과 기능성을 맞춤화하고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여행 플랫폼과의 통합으로 사용자가 챗GPT를 통해 항공편, 호텔 또는 완전한 휴가 패키지를 예약할 수 있다. 사용자가 선호 사항을 지정하면 플러그인이 최적의 옵션을 제공해준다. 주요 플러그인으로는 인스타카트, 익스피디아, 클라나, 오픈테이블 등이 있다. 2023년 7월23일 기준으로 플러그인 업체는 735개이며 매일 늘어나고 있다. 플러그인 서비스는 향상된 기능성, 사용성, 통합성 등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보다 일관된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발전 단계를 나타내며 개별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 상당한 가치를 제공한다. 챗GPT의 플러그인 서비스는 기존 모바일 앱과 비교해 사용자 중심의 통합 경험, 직관적인 접근성, 그리고 확장된 생태계 등에서 큰 차이가 있고 기업은 챗GPT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 더 늦기 전에 챗GPT 같은 생성형 AI 플러그인 서비스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방 안에 들어온 코끼리 내보내기

애써 피하고 싶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방 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이 있다. 방 안에 코끼리가 들어와 있는데 사람들은 마치 코끼리가 없는 듯 외면하고 회피한다. 마약류 중독 같은 병리적인 중독이 바로 그런 문제들 중 하나다.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1만8천395명이다. 이들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59.8%를 차지한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중독을 재발하는 경향이 있는 만성질환이면서 동시에 뇌 질환이라고 정의한다. 마약류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의 규범과 문화를 병들게 하고 법을 어긴 범죄이기도 하다. 범죄이기에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인 죗값을 다 치른 후에는 질병 치료의 관점에서 중독자가 재발하지 않고 회복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류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적 접근과 함께 중독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마약류 사용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마약류 중독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아직은 방 안에 들어온 거대한 코끼리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두렵다. 아직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 아파트 인근에 중독자 회복 재활센터가 함께 있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뉴스에서 10대 마약류 중독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이들을 치료하고 재활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직면할 때면 걱정과 답답함도 느끼지만 그래도 이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고 내 자식의 문제도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특정 질병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편견과 낙인이 심한 문제 중 마약류 중독이 1위, 알코올 중독이 4위라고 발표했다. 중독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낙인적 시각은 마약류 중독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며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게 만든다. 중독자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그리고 두려움으로 그들과 연결되는 것을 거부하며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방해하고 일자리, 주택, 대인관계에서 차별이라는 장벽을 만들 수도 있다. 마약류 중독이라는 방 안의 코끼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범죄는 처벌하고 중독자는 치료하고 재활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마약류 중독자를 처벌만 하고 치료재활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방 안의 코끼리는 ‘검은 코끼리’로 변할지 모른다. 2021년 미국에서는 펜터닐이라는 마약으로 인해 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 독립의 중심지였던 필라델피아시의 켄싱턴 거리에는 마약에 중독돼 ‘좀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수많은 중독자의 모습이 전 세계인을 경악하게 했다.  마약류 중독자를 위한 치료재활 시스템을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악몽을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약속했던 중독자 치료재활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법률을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중독자 치료재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방 안의 코끼리가 검은 코끼리로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방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기후위기 시대 예술·관광

폭염, 폭우, 태풍 등 극한 기후 변화, 이른바 ‘도깨비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여름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마주하며 폭염경보, 호우주의보 등 안전 안내 문자를 보는 날이 늘어났다. 직접적인 이상기후 체험은 환경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져 친환경 제품 구매, 재활용, 다회용기 사용 등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이 삶의 중요한 가치로 대두됐다. 이는 생활방식뿐 아니라 경영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이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기후위기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예술과 관광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일반인도 예술가도 기후변화는 심리적인 불안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창작이나 공연, 전시 등 예술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또 입장권을 판매해야 하는 경우 마케팅에도 큰 장애가 된다. 즉, 날씨가 안 좋으면 공연장과 전시장에 관람객들이 적어진다. 야외공연은 할 수 없게 되는 등 예술 창작활동이 제한된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화재청이 발표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2023~2027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상기후로 문화유산, 관광명소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예측할 수 없는 극한 기후변화는 여행에 대한 관심을 위축시키고, 이는 관광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예술과 관광에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예술의 경우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하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오염, 자연파괴 등을 작품의 주제로 삼거나 재활용품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행동 변화를 추구해 탄소중립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동참하고 있다. 관광도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 여행,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등 지속가능한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또 행사 시 많은 쓰레기 발생으로 눈총을 받았던 지역의 축제들도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하고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크게만 느껴졌던 환경보호, 기후위기 대응에 예술과 관광도 참여해 사회적인 관심을 높이고 실천하는 흐름이다. 쾌적한 기후는 여행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포근한 날씨는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시민에게는 예술적 감성을 자극한다. 우리 모두 환경 및 기후가 예술과 관광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깊이 인식할 때다.

[천자춘추] 가성비 높은 사랑

뙤약볕 아래 파도의 몸짓이 힘겨워 보인다. 넓은 길 중앙리와 구북리 마을이 텅 비어 있다. 턱까지 차오른 더위를 피해 주민들이 집 안에 숨은 모양이다. 나이 먹은 나무들도 숨을 헐떡이며 쩔쩔맨다. 소록도의 8월이 몹시 뜨겁다. 107년 만고풍상의 흔적들이 모퉁이마다 서려 있다. 1916년 5월17일 조선총독부가 이곳을 ‘갱생원’ 이라는 이름을 붙여 전국에 있는 한센인들을 밀어 넣으면서 고난의 역사가 시작됐다. 명분은 치료와 전염을 막는 것이지만 무작정 그들을 섬에 가둬 반인권적인 학대와 노역을 일삼았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서러움에 혹독한 시련까지, 한센인들에게는 삶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이 고난의 시간은 8·15광복, 6·25전쟁, 산업화가 이어지는 동안 멈추지 않았다. 아픔과 눈물의 여정이었다. 맺힌 한이 애틋한 바람이 돼 스친다. 소록도에는 길이 참 많다. 해변에도, 동네 사이에도 여러 갈래로 길이 나뉘어 있다. 함께 어우러진 나무와 바위들이 격조 높은 작품으로 다가온다. 이 모두가 일제강점기에 한센인들의 불편한 손과 발에 의해 갈고 닦아졌다. 채찍 맞고 험한 소리 들어가며 고통을 섞어 조성했기에 가슴에 절절함이 더하다. 그럼에도 이 섬에서는 원망이나 분노의 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슬픈 기색도 없다. 평화로움과 너그러움이 푸른 숲 가득하다. 주름투성이 얼굴에 웃음이 환하다. 버림받았음에도, 마음 아파 엉엉 울었어도 한센인들은 노여워하지 않고 슬픔을 참으며 견뎌 왔다. 성내거나 무례히 행치 않았다. 영혼에 사랑을 듬뿍 담아 자신들을 외면한 가족들과 이웃 그리고 사회를 위해 잠잠히 기도했다. 품을 넓혀 병든 이들과 낙심한 사람들을 보듬었다. 도시에서 보는 분노의 폭발과 격한 다툼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용서가 배합된 고급스러운 소록도 사랑이었기에 칙칙한 원망을 충분히 이겨낸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급하고 냉정해 사랑에 서툰 우리들이 마음 열어 한 수 배워야 할 명품 중의 명품이라 여겨진다. 가성비 높은 그 사랑을 말이다.

[천자춘추] 온라인 그루밍

초·중·고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아동·청소년은 야외 활동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서 생활하기도 한다. 디지털네이티브인 아동·청소년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을 때 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채팅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고 일상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대면으로 만나서 하는 대화보다 온라인을 더 자주 이용하기도 한다. 온라인은 불특정 다수의 익명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편리함과 다르게 온라인상에서의 가해자들은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온라인 그루밍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루밍(grooming)은 ‘길들이다’는 뜻으로 범죄 형태가 강제적이 아닌 아동·청소년이 자발적으로 범죄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온라인 그루밍은 SNS, 채팅, 게임 등 온라인 공간에서 가해자와 아동·청소년이 친분을 쌓고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성적 대화를 하거나, 신체를 노출하게 하거나, 노출한 사진과 영상 등을 전송하게끔 유인 및 권유하는 범죄다. 10년전 네덜란드 아동인권단체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는 아동 성착취를 막기 위해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10세 소녀로 설정된 ‘스위티(sweetie)’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10주간 2만명이 넘는 남성이 스위티에게 접급해 ‘그루밍’ 범죄를 시도했으며 그중 위장수사를 통해 아동 성매수자 1천명을 적발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9월24일부터 사법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위장수사가 가능해졌다. 온라인 그루밍 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만약 주변에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들이 있다면 정서적인 지지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중요하며 온라인그루밍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가까운 경찰서에 즉시 신고해야 하고, 신고에 대한 도움과 피해 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아동·청소년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 많아진다. 이제는 오프라인과 더불어 아동·청소년에게 일상이 된 온라인 환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먼지와 햇빛이 뒤섞여 끓는 불덩이 같은 뜨거운 공기. 올해 여름도 마찬가지로 지구는 고통스러운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이 되기도 전부터 춥고 덥기를 반복했고, 지난 6월은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미국 전체가 역대 최악의 대기질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금 지구는 계속해서 급격한 변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을 계속 맞이하고 있다. 전례 없는 홍수 피해, 침수로 인한 사망, 매년 사상 최고의 폭염, 무더위 라는 뉴스를 연례행사처럼 무덤덤하게 넘어가야만 할까? 대규모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간헐적 위기감을 느낄 뿐 적극적인 실천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미술이 환경 주제를 다루는 것은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 이전부터 자연을 단순히 향유하고 작품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동물의 뼈나 쓰레기, 폐품을 오브제로 활용하는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e)등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는 예술작품도 생겨났다. 또 자연을 소재로 자연 안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대지미술도 생태미술의 일부분이다. 환경에 관한 관심은 기후위기로까지 이어지는데 최근 5년간 계속해서 ‘인류세(Anthropocene)’ 담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질학계에서 시작된 인류세 담론은 지금의 기후위기의 원인 인간에게 있음을 지칭하는 용어다. 파울 크뤼첸에 의해 널리 알려진 ‘인류세’는 ‘인류(Anthropos)’와 지질학적 시기를 구분하는 단위인 ‘-세(-cene)’의 합성어로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인 홀로세와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만들었다는 개념이다. 미술과 환경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이 만나는 지점에서 많은 예술 기관과 예술가 그리고 큐레이터까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동참하는 추세다. 작품의 주제에 이어 ‘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해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생활권을 제안하기도 한다. 또 미생물, 박테리아 등과 같은 비인간적 존재 소통 방식에 주목해 위기를 기회로 선보이는 예술가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동시대 미술 실천을 위해 올라퍼 엘리아슨, 에드워드 버틴스키, 멜 친, 마야 린, 아그네스 데네스, 에이미 발킨, 이브 모셔, 메리 매팅리, 오톨리스 그룹, 크리스 조던, 타니아 코바츠 등 사회활동가를 자처하는 많은 작가가 기후위기와 관련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탄소저감’을 실천할 수 있을지 우리의 생활에 빠질 수 없는 고질적인 현실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 전시 종료 후 발생하는 폐기물, 사용되고 버려지는 석고 보드와 가벽, 각종 인쇄물을 생각해 보자. 오늘도 쓰레기봉투를 묶으며 생각한다.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전시 과연 가능할까? 지속적인 인식과 끊임없는 관심으로 지구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최악이 아닌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생명체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본다.

[천자춘추] 안전 분야 예산, 새로운 관점 필요하다

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재난 앞에 우리의 대응은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재난 안전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재난의 발생 빈도는 증가하고 예측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는 만큼 사회재난의 복잡성은 커질 것이다. 전 세계적 기후·환경위기는 한해, 장마 등 정기성 자연재난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재난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risk)이다. 위험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위험의 발생을 완벽하게 예측하거나 발생 확률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고 어떠한 결과가 날지 안다면 이는 손익의 개념에 가깝다. 예산은 대체로 손익의 관점에서 편성된다. 계획된 사업의 목적과 양의 적절성 및 적정성을 판단한다. 최소한의 재정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 그래서 예산 편성 과정은 효율성의 가치가 우선된다. 이 과정에서 안전 분야 예산은 일상적인(routine) 업무로 인식돼 일반 사업예산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안전은 효율성의 가치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허버트 사이먼이 말했듯이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Bounded rationality)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험의 종류, 발생 시기, 위해(hazard)의 수준 등을 확률적으로만 예상할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얼마만큼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적정한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위험의 속성과 시민의 피해를 고려할 때 안전 분야 예산은 타 분야의 예산과 다른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말에 재원이 남으면 비효율로 귀결되나 재원이 부족해 적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시민의 생명이 위협 받는다. 효율적인 예산 편성이 시민의 생명보다 앞설 수는 없다.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여야 하는 예산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잉여’가 정당성을 얻는 부분이다. 비록 재원이 남더라도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산 편성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도한 ‘잉여’가 옳은 것은 아니다. 재원은 항상 희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 분야의 예산 편성은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모순에 대응해 안전 분야 예산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오차를 최소화하고 예산의 가외성을 인정해 편성될 필요가 있다. 가외성의 수준은 과거의 학습과 미래의 예측에 기반한다. 안타까움은 매년 반복된다. 안전 분야 예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적용이 필요한 시기다.

[천자춘추] 낳기만 하면 국가가 길러주자

인구학의 권위자 옥스퍼드대 콜먼 교수가 2750년 한국의 인구소멸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15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쓰고도 실패했다. 백약이 무효다. 이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단발성 현금 지급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 자민당은 결혼하면 대학 때 빌린 학자금 절반을 면제하고, 출산하면 완전히 탕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출산율이 우리 다음으로 낮은 이탈리아는 자녀를 둘 낳으면 세금을 아예 면제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을 들끓게 만들었던 나경원 전 부위원장의 발언은 결혼하면 4천만원 저리 대출, 5년 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이자 면제, 5년 안에 셋째까지 낳으면 원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것이다.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나라가 없어지는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개도 강아지가 귀엽고, 풀도 어린 것이 더 예쁘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랴. 동네에서 아기가 울고 어린이가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7년 만에 대통령으로서 저출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말했다. 대책위에서 내놓은 방안은 24개월까지 입원진료비 무료, 신혼부부 주택구입 특례 소득기준을 7천만원에서 8천500만원으로 완화, 공공주택 입주 기준 다자녀를 2자녀로 일원화, 유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8세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언컨대 효과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면 이참에 국가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하듯이 신생아를 국가가 맡아 국가 시설과 재정으로 길러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신생아 육아가 힘들기 때문이다. 혼자 걸어서 학교에 갈 때까지 국가가 길러주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유아기에 가족 안에서의 경험이 인성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심리학적 사실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이는 국가가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사라질 것인지의 절박한 문제다.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나라가 없어진다. 나라가 길러주자. 신생아의 육아를 국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 낳기만 해라. 국가가 길러준다. 그러면 낳을 것이다.

[천자춘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지금이 적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경기 북부지역 양주, 파주, 동두천, 의정부, 연천 도민 토론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경기도가 김동연 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도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경기도내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시·군별 토론회’를 연이어 이어가고 있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개념은 경기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고양시, 남양주시, 파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을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새롭게 설치함으로써 넓은 땅과 우수한 인적자원 등 경기 북부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남북 평화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민선 8기 경기도지사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경기 북부지역이 특별자치도로 독립하게 되면 지방자치법 제2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하나로,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다. 특별자치도로 지정되면 행정과 재정 부문에서 특별자치도에만 특별하게 부여해준 ‘특례’를 통해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경기 북부지역의 인구 수는 약 360만명으로 경기도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며 서울과 경기 남부 다음인 전국 3위의 인구 수를 확보하고 있다. 또 경기 북부지역의 면적은 약 4천268㎢로 경기도 전체 면적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도단위 지자체 중에서 상위 9위에 해당한다. 경기 북부는 남한을 기준으로 볼때 북쪽 접경지이지만 한반도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는 한반도 번영의 중심지 및 중핵지대로서의 세계적 가치를 가진다. 현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넓은 안목으로 평화적 번영을 준비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경기 북부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중첩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되고 발전이 지체되는 등 분단 이후 약 80년 동안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지역이다. 이제는 국토균형발전의 측면에서 경기 북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살피고 경제적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경기 북부의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국회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바란다.

[천자춘추] 산업혁명과 정치인의 생각

얼마 전 영국 런던에 다녀왔다.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최초로 특허제도가 정립된 국가로 변리사인 나에게는 가장 궁금한 나라였다.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전 세계의 4분의 1을 점령했고 그 기반은 증기선, 증기철도,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한 방직기 등의 생산장비와 최첨단 무기 기술이었다. 석탄과 철강을 기반으로 기계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면서 그것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돼 각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 세계로 물건을 수출했고, 돈이 모여들었다. 런던에 위치한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는 세계를 경영하던 영국이 수집한 그 시대의 물건들이 있었다. 1851년 런던 하이드파크에 지은 수정궁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는 세계 최초의 박람회로 세계 각국의 기업과 물품들이 영국에 모여 교류했다. 5개월간 열린 이 박람회는 10만개 이상의 물품이 전시됐고 6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던 만국박람회의 시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경제의 중심이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영국은 수백년간 전성기를 누렸으며, 이의 기반은 특허제도를 만들어낸 당시 영국 정치인들의 공이다. 왜 영국 정치인들이 산업혁명의 일등공신일까? 영국은 17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륙의 유럽 국가들에 비해 공업 분야에서 후진국이었다. 반면 당시의 스위스나 프랑스 등은 시계공업, 철 가공업 등이 발달했고 무기 기술도 발전했다. 영국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하면 대륙 국가처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에 모여 회의를 했고, 영국 왕실과 함께 발명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영국은 특허장(Letters Patent)을 부여하고 1623년 전매조례(Statue of Monopolies)를 법으로 선포했다. 이 법이 인류 역사상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선포된 특허법이고 대륙의 기술자들이 영국으로 몰려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영국 정치인들은 ‘대륙 국가들의 기술수준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고, 국가적 ‘모티베이션’을 만드는 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영국의 기술과 산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제임스 와트는 뉴커먼이 만든 증기기관에 응축기를 붙여 개량했고 이를 특허로 등록 받았다. 자본가이자 광산업자였던 매슈 볼턴은 기술자 제임스 와트의 특허를 발견하고 동업을 제안했으며 그 둘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그들의 사업을 국가가 ‘특허’로 보장했음은 물론이다.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슈 제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아르헨티나처럼 된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제도적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정치인의 생각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천자춘추] 서울, 인구 감소 아닌 광역화

지난 10년간 서울 인구가 77만명 감소했다고 한다. 이유는 비싼 집값 때문이다. 외곽의 경기도에는 가성비 좋은 주택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더 늘어날 듯하다. 경기도로 이사했지만 직장은 여전히 서울에 있어 결과적으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통근거리도 길어진다. 이는 서울 인구의 감소라기보다는 서울의 광역화라 부르는게 맞지 않을까.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5년 후쯤에는 GTX 3개 노선 등 광역교통망도 모습을 갖춰갈 것이다. 서울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인공지능(AI)경제의 혁신을 주도하는 벤처, 스타트업, 연구개발기업들은 서울에서 성장한다. 성수, 상암, 마포, 수서, 구로, 강남 등의 혁신지구는 이러한 지식기반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다. 국가경제안보전략산업이라 불리는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의 생산은 용인, 오송, 새만금 등 현장에서 이뤄지지만 이런 생산공정의 꽃이라 할 연구소는 혁신인력 확보가 용이한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된다. 서울의 변화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양방향으로 작용한다.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원심력과 보다 센 기업들이 서울에 집중되는 구심력이 함께 움직인다. 주택은 외곽에서 공급하기가 쉽고 기술혁명이 주도하는 혁신기업들은 우수인력 확보가 용이한 중심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역교통망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GTX 3개 노선, 대곡소사선, 월판선, 신안산선 등의 개통이 이어지면 원심력과 구심력은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주거는 분산되고 고급일자리는 더욱 집중되는 관성이 있다. 서울은 고도화되고 수도권은 광역화하는 이런 변화를 대도시권화라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통근거리가 지속적으로 길어진다는 점이다. 2시간에 육박하는 수도권 주민의 통근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 가지 대안이 있다. 서울 안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거나 일자리를 외곽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둘 다 필요한데 서울의 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을 늘리는 일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얼마나 더 고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판교 같은 혁신거점을 서울 반경 25㎞권에 조성해 서울로 통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분산형 고용거점을 만들어가야 한다. 미니판교를 경부축뿐 아니라 안양·군포·의왕, 인천·부천, 고양, 양주·동두천, 남양주·구리 등지에 만들어 통근을 줄이고, 통근하는 경우 광역철도로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허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다핵분산형 메가시티, 혹은 거점연계형 수도권의 미래 모습이다. 서울·인천·경기는 2040수도권광역도시계획을 수립 중이다. 공간구조, 토지이용, 환경, 문화관광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나 핵심은 바로 통근거리 줄이기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아가는 수도권을 이동거리가 짧고, 대중교통 중심의 대도시권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절실하다. 이는 탄소중립 국토 만들기의 길이기도 하다.

[천자춘추] 당뇨 이야기

당뇨병의 역사는 3천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0’에 따르면 2020년 현재 당뇨병 진단을 받거나 혈당약을 처방 받는 환자의 수는 526만명, 당뇨병 전단계로 여기는 고혈당그룹(공복혈당 dl당 100~126㎎)은 약 1천497만명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10명 중 6명이, 65세 이상 10명 중 8명이 당뇨병 유병자이거나 당뇨병 전단계로 파악돼 마치 ‘당뇨 나라’인 듯하다.' 2017년 당뇨병 환자 총 진료비는 2조2천286억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3조2천344억원으로 45.1% 증가했다. 환자 1인당 진료비는 2017년 77만7천원에서 2021년 90만8천원으로 16.7% 늘어났다. 이같이 당뇨병 유병률의 가파른 증가와 진료비 상승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당뇨병 치료를 주도해온 서양의학은 당뇨병의 원인과 병리기전을 밝히고자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당뇨병을 획일화된 수치에 맞춰 집단 표준치를 설정해 병의 근본적인 원인보다는 증상만을 억제하는 ‘대증요법’이 대안인 서양의학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적지 않은 당뇨병 환자들은 약제나 주사되는 인슐린이 절대적인 치료법으로 오해한다. 이런 오해는 무엇보다 중요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소홀히 해 돌이킬 수 없는 만성 합병증에 이르게 돼 좌절하게 만든다. 한의학의 특징 중 하나는 ‘예방의학’이다. 한의학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미연의 조짐을 읽어내고 준비하는 자연의학이다. 여기에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 상태에서 스스로 음양의 조화를 찾아갈 수 있는 섭생법이 있어 생명 활동에 기본적인 식사, 수면, 운동, 호흡, 마음가짐 등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번 발생하면 계속 진행되는 당뇨병의 경우 아직까지는 예방의학적 치료 개념과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해 먹는 음식이 곧 질병을 만들기도 하고 낫게도 한다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뇨병이야말로 음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당뇨병을 앓는 환자는 가장 훌륭한 의사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한다.

[천자춘추]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의 하나로 ‘가사·돌봄 서비스 인증기관을 통해 한국어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 가사근로자로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겨레신문 5월23일자 “고용부 외국인 가사노동자, 거부감 적은 국가부터” 헤드라인 기사 내용의 일부를 발췌했다. 대통령 또한 저출생 대책 가운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과 서울시도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이때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명백히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의 여성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육아도우미 고용 시 대략 월 200만~300만원이 든다면 외국인의 경우 월 최대 70여만원 수준이라는 것을 도입 배경으로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해 9월 국무회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이 뉴스를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속칭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재생산노동의 당사자로, 가난한 필리핀의 여성들이 먹고 살아갈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비용을 벌 수 있는 통로로 이주노동을 하게 됨과 동시에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자국 내 더 가난한 여성이 맡게 된다는 구조적 문제를 기록한 ‘세계화의 하인들’(라셀 살라자르파레냐스·문현아(역))이다. 여기에는 성 역할 고정관념과 빈곤, 즉 젠더와 계급이 여성을 어떻게 결박하는지를 국가와 국가를 넘어 이뤄지는 ‘세계화의 하인들’을 사례로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벌어지는 ‘싼값의 노동대가’를 언급하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IMF 경제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코로나19까지. 우리는 남성주생계부양자모델을 주된 가족정책으로 더 이상 쓸 수 없는 사건과 만나 왔다. 여기에는 아이를 낳아 안전하게, 충분한 양육조건이 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 있었지만 사회적 성찰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 저출생 비율이 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함께 노동하고, 돌보고, 쉴 수 있는 생활터전이 마련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남성이 육아에 당연히 동참하도록 사회·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출산, 육아휴직 등 모부성권강화제도가 중소기업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70만원이라는 싼값’을 강조하며 더 가난한 나라의 여성에게 가사노동을 맡기겠다는 저급함이 결코 저출생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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