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55년 통행료 징수, 이제 그만 놓아 달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 해마다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보장하는 경인고속도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68년 처음 개통된 경인고속도로는 수도 서울과 인천을 잇는 주요 교통망의 역할을 했지만, 서울과 인천의 인구 수와 경제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1일 용량 16만8천대의 도로에 1일 평균 18만대의 차량이 모여들면서 출퇴근시간을 중심으로 정체가 이어지며,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기관평가 서비스 부문에서 최하인 F등급을 받은 건 덤이다. 그래서인지 경인고속도로를 애용하는 국민들, 특히 400억원 수익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인천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현행 유료도로법에선 ‘통행료의 총액은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유지비를 회수했다면 무료로 개방하라는 의미다. 경인고속도로가 지금까지 걷은 통행료는 1조4천716억원(2021년 기준)으로 건설투자비 3천억원에 유지관리비 6천910억원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특히 건설비용 대비 회수율은 무려 259%로, 이미 2배 이상을 회수하고도 통행료 징수가 계속되는 것이다. 여기에 유료도로법상 통행료 징수시한의 30년임을 고려한다면, 인천시민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정부는 유료도로법상 ‘통합채산제’를 이유로 경인고속도로 무료화에 회의적이다. 통합채산제는 지역간·세대 간 형평성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고속도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전국 고속도로를 1개로 간주해 통행료를 징수하는 정책이다. 한마디로 경인고속도로에서 나오는 통행료 수익으로 신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적자인 도로의 운영비용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통합채산제의 대의는 존중한다. 다만 이미 259%의 회수율을 달성한 상황에서, 인천시민들에게만 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민자도로인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를 대폭 인하한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국회에는 ‘유료도로 중 50년이 지났고, 건설비용 대비 회수율이 2배를 초과하는 경우 통합채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사실상 경인고속도로 무료화를 염두에 둔 법안으로 볼 수 있다.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시민 품으로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을까? 인천 정치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된다. 문득 2001년작 영화 ‘친구’ 속 명대사가 떠오른다.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인천시론]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지역주도성 필요

‘환경’이 이러저러한 수난을 겪고 있다. 말 그대로 생태환경이 여전히 개발압력에 신음하며 훼손되는 가운데 생태환경 기구, 단체들과 관련 사업들이 크게 위축되거나 종료될 처지에 놓였다. 국가적 세수 부족의 여파라지만 예산 형편을 앞세운 정책적 판단의 흐름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이미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가올 내년이 더 큰 문제다. 지난 8월29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뒤, 여진이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민간보조금 축소 방침에 따라 각 정부부처의 관련 예산을 ‘칼’같이 잘라내고 있다. 그 가운데 환경부는 거의 만신창이 지경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실제로 내년 예산안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 국민실천기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파가 각 지역으로도 미쳐 조직과 사업, 활동 모두 마침표를 찍게 생겼다. 이 사업은 약 15년 전 정부가 시작서부터 지금껏 행정이 주도했던 사업으로 민간단체 사업이 아닌데도 말이다. 환경교육 예산은 특히 문제다. 내년 국비 미확보로 지자체별 매칭 예산 수립도 난망하게 됐다. 그 결과, 광역이나 기초 환경교육센터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국가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해 2008년 제정된 ‘환경교육진흥법’에 따라 환경교육센터가 국가, 지자체 단위로 설치, 운영돼 왔다. 인천시는 지난해 9월 환경부로부터 환경교육 활성화 추진기반이 우수한 ‘환경교육도시’로 지정된 이후 예정된 추가 지원까지 기대한 바가 컸다. 급기야 최근에는 환경부 환경교육 부서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다. 이 밖에도 친환경 녹색제품을 통해 녹색생활 실천사업을 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운영예산도 삭감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이상의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민간영역이나 지역사회에 미칠 파급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의 역할이나 입지조차 어느 때보다 위태롭게 느껴진다. 물론 공적 예산을 받아 하는 사업이나 지원조직 또는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들에 부침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 해도 최근 일련의 상황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시대에 인력과 재정 규모를 확장하는 게 국제적 추세다. 행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생태자원의 보호와 교육·인식증진사업, 조직을 강화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에 그렇다. 정부의 기류와 달리 지역주도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거니와 중요하게 작동해야 할 이유다. 지금껏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와 민관협력을 통해 쌓아온 토대가 잘 지켜지기 바란다. 인천시가 위축과 단절을 선택하기보다는 협력, 협치를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기 바란다. 인천지역이 긴밀한 소통으로 환경이나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여전히 우선에 두는 뚝심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천시론] 양육 없는 상속은 악이다

“고마워 엄마, 하나도 안 변해서. 그대로여서 정말 고마워.”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배우 송혜교가 연기한 주인공 문동은이 친모(박지아 배우)에게 한 대사이다. 날 것 그대로의 학교폭력을 보여준 이 드라마에서, 친모는 학폭의 희생양인 딸의 고통을 철저히 모른 척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가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합의서를 써준 뒤 잠적까지 했다. 이후 문동은이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혼자 힘으로 주경야독을 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자, 친모는 다시금 엄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딸의 집에 눌러앉아 술판을 벌이며 막말을 일삼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받아 명품쇼핑까지 하며 민폐를 일삼는다. 심지어 “우리 모녀, 오늘 불타 죽어보자”며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때 문동은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친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를 증거로 해 정신병원에 친모를 감금시키는 통쾌한 결말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겠다. 만약 문동은이 사망한다면, 그 재산은 누구에게 갈까? 참고로 문동은은 미혼에 자녀도 없다. 정답은 바로 ‘친모’다. 물론 상속결격에 해당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나, 그런 사유가 없는 한 친모가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 왜일까? 우리 법이 그렇다. 배우자도 자녀도 없이 사망할 경우 그 재산은 전부 부모에게 상속되는 것이다. 물론 밀접한 혈연관계가 있는 자에게 상속을 인정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를 자녀 양육에 헌신한 정상적인 부모가 아닌, 문동은의 친모에게까지 인정하다면, 그땐 판이 달라진다. 국민들의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을 만큼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현실판 문동은의 친모들에게 기꺼이 상속을 인정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물론 드라마처럼 막장은 아니지만 어린 자녀를 버려둔 채 사실상 남남처럼 살아온 부모가, 먼저 죽은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한류 스타였던 고(故) 구하라 사건을 필두로 해서, 천안함 피격사건, 세월호 사고 등을 비롯한 여러 재해사고에서도 양육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들이 유족들과 상속분쟁을 벌여 끝내 자기 몫을 챙기곤 했다. 수십년간 나 몰라라하며 모른 척하다 유족급여가 나오니 “내가 바로 부모”라고 나서는 꼴이다. 그래서인지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회에서 3년간 계류 중이란 소식은 불편하다. 양육 없는 상속은 악(惡)이다. 국회여 이제 일 좀 하자.

[인천시론] ‘바가지’는 죄가 없다

‘바가지’란 ‘박’이라는 식물명에 작다는 뜻의 접미사 ‘아지’를 결합한 순수 우리말로 박을 두 쪽으로 쪼개 만든 둥근 그릇을 의미한다. 지금이야 박이 아닌 플라스틱을 주원료로 만들지만, 그럼에도 바가지는 물이나 음식 등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며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친숙한 다기능 생활용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가지’에게도 말 못할 슬픔이 있다. 바가지를 둘러싼 각종 오해(?)가 그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을 항의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가리켜 ‘바가지를 긁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동네에 역병이 돌면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그때 바가지를 엎어놓고 박박 긁는 소리로 병귀(病鬼)을 쫓아냈다고 한다. 귀신마저 도망치게 만드는 소리, ‘바가지를 긁다’의 유래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거지가 쪽박을 차고 다니며 밥을 구걸하던 모습에 빗대, 경제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의미하는 “바가지를 차다”는 표현도 있다. 여기에 ‘바가지’가 명사 뒤에 붙으면 고생바가지, 주책바가지 등과 같이 비하의 뜻을 더한다. 이는 함부로 다뤄지고, 잘 깨지는 바가지의 속성에서 유래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바가지가 무슨 죄인가 싶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바가지를 쓰다’는 요금이나 물건값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지불하는 걸 의미하는 국민 관용어다. 바가지 쓴다는 것은 억울함의 대명사, 거꾸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고약한 심보의 ‘바가지 씌우기’도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온 각종 지역축제가 그 도화선이 됐다. 옛날 과자 1.5L 한 봉지가 7만원에 손바닥 크기의 감자전이 2만5천원, 어묵 한 그릇에 1만원까지 한철장사에 자릿세까지 생각하더라도, 너무 과한 가격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급상승하는 휴가지 숙박비에 계곡 식당에서 파는 수십만원 백숙세트까지 바가지는 쭉 이어졌다. 여기에 새만금 잼버리 축제현장에 입점한 편의점마저 바가지 상술을 보였다 하니, 전 세계인들 앞에서 ‘K-바가지’의 위세를 떨친 형국이다. SNS의 발달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즉각적인 공론화가 가능하게 됐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구시대적인 영업 방식을 고수한 결과다. 이렇듯 ‘바가지’는 그 유용한 쓰임새에 비해 세속의 말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알고 보면 ‘바가지’는 죄가 없다. 바가지를 사용하는 인간들이 잘못인 거다.”

[인천시론] 기후변화와 온열질환

최근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라는 국제행사가 막을 내렸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이러한 것들은 차치하고, 이번 행사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이로 인한 온열질환이 기억으로 남았다. 몇 년 전부터 ‘유례 없던 폭염’이나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단어가 뉴스를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영향은 다양하지만 과학자들은 무엇보다 새로운 질환 또는 바이러스의 출연이 생태계에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지역과 호주 등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온상승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인간의 항상성 유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온열질환이 가장 대표적이다. 온열질환은 흔히 우리가 더위를 먹었다고 하는 증상이다. 온열질환은 크게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구분한다. 일사병은 체온이 37~40도인 상태로 두통이나 어지럼증, 피로감,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적절히 수분을 보충하면 된다. 열사병은 고온의 환경에서 오랜 시간 작업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걸리는데,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간 상태를 의미한다. 열사병의 증상으로는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의식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이 밖에도 뜨거운 여름철 우리의 몸은 열을 배출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데, 땀을 많이 흘리면 몸안의 수분이 부족해져 혈액의 점도가 증가할 수 있다. 즉 혈액이 끈끈해지고 이러한 것들이 혈전을 만들어 낼 수 있어 뇌경색의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폭염주의보·경보가 발효된 날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 폭염 특보가 발효한다.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체감온도 32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하면 폭염주의보가 내려진다.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고, 체감온도 41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 경보가 내려진다. 만약 외출을 하게 된다면 밝은 색깔의 헐렁한 옷을 입고,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입추가 지났고, 오늘은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8월23일)인데도 더위는 아직도 그 기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무쪼록 여름휴가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휴가지에서도 개인과 가족의 안전 그리고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천시론] 현수막 내걸렸던 자리는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사람들은 도시에 모여 산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다 보니 공간을 둘러싼 다툼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공간에 대한 욕망은 무릇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좀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우린 평생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공간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럴 때 아무런 제어장치가 없다면 상대적 약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양상은 폭력적으로 변해 갈 수도 있다. ‘법’은 그래서 필요하다. 법은 강자의 권력을 제한하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사회 정의와 인류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본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논란을 부르는 법이 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다. 지난 해 12월 개정한 제8조제8호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에 의하면 정당의 현수막은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기준을 갖춰 별도 허가 없이 15일 동안 자유로이 내걸 수 있다. 개수도 내용도 아무 제한이 없다. 알다시피 영세업자들이나 일반시민들은 돈을 내고 지정된 게시대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철거를 당할 뿐 아니라 과태료까지 문다. 이를 정당에만 예외를 둬 허락한 것이다. 같은 ‘정당’ 소속이라도 현직 당원협의회 위원장이거나 국회의원이 아니면 걸 수 없는 대목도 시빗거리다. 여러모로 불평등해 보인다. 전형적인 강자를 위한 법이라 해도 딱히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이 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측은 현역 국회의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고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재석의원 227명 중 204명 찬성). 그것도 수십, 수백건의 민생법안은 뒤로 미뤄둔 채 말이다. 그런 일명 ‘현수막법’의 병폐를 지적하며 인천시가 실력 행사에 나섰다.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정당 현수막을 4개 이하로 제한하고 혐오 비방의 내용을 담지 못하게 했다. 지난 7월부터 이를 위반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내 풍경은 한결 말끔해졌다. 시민들의 호응도 크고 언론도 호평일색이다. 권력자들에게 빼앗겼던 시민들의 ‘공간’을 되찾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인천시가 상위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조례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은 옥외광고물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정부가 강자 편을 들고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선 형국이다. 현수막이 차지했던 자리는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어느 하나가 독점하거나 지배할 수 없다. 사법기관의 결정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의 결론에 촉각이 곤두서는 이유다. ‘부패한 사회에는 쓸데없이 많은 법이 있다.’ 21대 국회가 새겨들어야 할 석학 새뮤얼 존슨의 일갈이다.

[인천시론] 죽어야 비로소 바뀌는 ‘법’

수원 냉동고에서 발견된 두 영아의 주검이 준 후폭풍은 아프지만 묵직했다. 당장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8년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249명 사망에 814명이 소재불명으로 현재 생존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아이들의 처참한 현실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러자 국회가 부랴부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번 참극의 원인으로 지목된 출산신고제를 전면 개편했다. 그동안 출생신고 의무는 오직 부모에게만 있을 뿐으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고작 5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할 뿐,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었다. 이에 국회는 지난 6월30일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토록 하는 ‘출산통보제’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최소한 병원에서 태어났음에도 출생신고가 안 되는 아이들은 없게 만든 것이다. 또 국회는 지난 7월18일 영아 살해죄·유기죄를 전격 폐지하는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형법에 따르면 영아 살해는 10년 이하의 징역, 영아 유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형법 개정으로 영아 살해에 대해 일반 살인죄의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영아 유기도 일반 유기죄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의 이하 벌금’이 각 적용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질 예정이다. 6〈2219〉25전쟁 직후인 1953년, 경제적 궁핍으로 양육이 어려운 시대적 특수성을 감안해 처음 영아살해죄·유기죄가 마련된 이후,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된 것이다. 출산통보제 도입과 영아살해죄·유기죄 폐지는 각 2008년과 2010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차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그간 국회의 무관심 속에 자동폐기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수원 냉동고 사건을 계기로 여아 정치권이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기적(?)을 발휘했다. ‘누군가가 죽어야 법이 바뀐다’는 비정한 상식이 확인된 순간이다. 다만 하나 아쉬운 건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임신·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산모의 ‘병원 밖 출산’이 늘수 있는 만큼, 익명 출산을 가능케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필수적임에도, 관련 법인이 국회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얼마나 더 죽어야 바꾼다는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하다. 응답하라 국회여.

[인천시론] 뇌졸중과 골든타임

오는 7월22일은 뇌 질환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뇌의 날이다. 뇌 질환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많이 발병하고 치명률이 높은 뇌졸중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 장애로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뇌혈관 폐쇄로 나타나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 파열로 나타나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구분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면 후유증이나 장애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초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뇌졸중의 신호를 알리는 전조증상에는 한쪽 마비, 감각이상, 언어 및 발음장애, 극심한 두통, 시력저하, 평형감각 이상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은 바로 뇌졸중이라고 알아차리기 힘들다. 뇌졸중이 한국인의 4대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을 때는 지체없이 119에 연락하라고 하는 것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도 FAST 캠페인을 통해 뇌졸중의 전조 증상을 알리고 있다. FAST는 △얼굴마비(Face) △팔다리 마비(Arm) △언어장애(Speech) 등의 징후가 나타났을 때 빠른 시간(Time) 내에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3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허혈성 뇌졸중을 치료하는 첫 단계인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으로부터 4시간30분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상황에 따라 24시간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뇌졸중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뇌손상 가능성이 높다. 즉,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골든타임에는 응급실 도착 후 접수, 영상검사, 진단, 신체관리 등의 뇌졸중 치료 시 병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뇌졸중 증상 발생=즉시 119 신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집 근처의 가장 가까운 응급실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지난해 필자는 대한뇌졸중학회가 주관한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 인증제도에 참여해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에서 표준 진료 및 최신 치료가 이뤄지는지를 평가하고, 양질의 진료시스템이 구축돼 있는지 평가하는 인증사업이다. 이처럼 국내 의료계는 뇌졸중을 비롯한 초응급질환에 대한 의료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뇌졸중 치료에 대한 의료질이 올라가고 표준화됐으며, 뇌졸중 증상 발생 시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가장 빠르게 치료 받는 것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의 전조 증상(한쪽 마비, 감각이상, 극심한 두통, 시력저하 등)과 대처방법(119에 신고)을 숙지해 두길 바란다.

[인천시론] 박물관이 살아 있으려면

지난해 8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박물관에 대한 정의를 일부 수정했다.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추가해, 박물관을 ‘대중에게 개방돼 접근이 가능하며 차별이 없고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시설’로 새롭게 정의했다. 유무형의 유산을 수집, 연구, 보존, 해석, 전시해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비영리 상설기관이란 앞 구절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관련 법령에서는 박물관을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박물관은 역사의 저장고인 동시에 산교육의 장이 된다. 시민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사회적 앵커로서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생활 SOC이기도 하다. 도시의 문화환경과 시민들의 교양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며 방문객들은 박물관을 보고 도시를 평가하고 이미지를 새긴다. 이처럼 박물관의 사회적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ICOM이 새삼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그런 박물관의 현대적 미덕에 집중한 결과로 여겨진다. 인천엔 모두 41개소의 박물관이 있다. 그중 23개소가 공립이고 18개소가 대학을 포함한 민간박물관이다. 법적 요건을 갖춘 등록박물관이 29개소이며 미등록 박물관이 11개소다. 지난 6월 30일 개관한 문자박물관은 인천 유일의 국립박물관이다. 수적으로는 서울, 부산 다음으로 많다. 이민, 산성(山城), 심장(心臟) 등 콘텐츠도 다양하다. 하지만 질적수준을 물으면 솔직히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진다. 공립박물관이 문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공립박물관 평가인증 결과 인천은 14개 박물관이 신청해 딱 절반인 7개소만 인증을 받았다. 서울이 86.7%, 부산이 71,4% 등을 기록해 인천에 한참 앞섰다. 평가인증은 설립목적 부합성, 관리의 적절성 등 5가지 기준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인천 박물관들은 특히 공적책임 부문에서 매우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공공박물관이 공적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니,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결책은 소통 강화가 핵심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물관의 공적책임이란 지역사회 협력, 지역사회 활동, 자원봉사자 등이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주민들의 친선을 강화하고 문화 향유권을 충족시켜 주는 근본 목적과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물관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춰 교육, 참여, 교류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행하면 어느 정도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 간 협력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 공동 및 교환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인접한 박물관들을 묶는 관람상품 등도 개발해보자. 시와 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개항장 역사교육 스탬프 투어’는 그의 모범답안이다. 짜장면박물관, 한중박물관 등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어 오면 음료쿠폰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는 영화가 있다. 박제된 유물의 공간이 살아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럴 방법은 있다. 사람이다. 사람이 북적이는 박물관은 영원히 살아 있다.

[인천시론] 지속가능한 환경교육으로 생태전환도시 조성

지난 2022년 하반기에 인천이 ‘환경교육도시’로 지정받았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아직 이르기는 하나 지역사회에서 그 이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고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가?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환경교육은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 측면과 환경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 및 감수성을 통해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끌어내는 측면, 2가지 기능을 갖는다. 궁극적으로는 적극적인 행동, 실천에 이르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과정이 환경교육인 셈이다. 이는 다시 깨어 있는 시민, 조직된 시민을 통해 환경문제 인식을 넘어 실천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도록 한다. 현재 환경교육과 관련해 제도와 정책의 강화, 인식의 변화와 현실적 수요 증가는 매우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다만, 지속가능한 환경교육이 되기 위해 토대의 강화와 더불어 영역의 확장이 필요하다. 생태환경, 기후, 에너지, 식생활, 탄소중립, 보건의료 등으로 현장에서의 환경교육이 분야별로 나뉘어 이뤄진다. 내용과 방식에서 비슷하거나 반복, 겹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육체계를 어떻게 연계하고, 통합하며 그러면서도 전문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복이나 상호 간섭의 비효율을 해소해야 한다. 종국에는 지속가능발전(ESD) 교육이라는 큰 틀 속에서 세분화, 전문화하면서도 공통의 목적과 가치에 부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환경교육의 내용이 공간이나 대상에서 생태요소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도시계획이나 교통, 건축 등의 내용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별 특성, 여건의 차이, 그로부터 비롯한 생활상의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도시(수도권과 지방), 농·산·어촌, 섬 등을 떠올리면 된다. 공간적 특성, 생활상, 주민구성 등을 감안한 구상이 필요하다. 또 탄탄한 지역 환경교육체계를 갖추려면 시와 구·군의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 행정부서 간 협력과 연계성의 강화, 그리고 공공부문 환경교육협의체(TF) 가동도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의 든든한 파트너로 기업을 상정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에도 부합하며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다. 기업 역시 일상에서의 친환경생활 실천을 이끌어냄으로써 지속가능한 미래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 환경교육도시 인천은 이제 명실상부 생태적 전환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핵심 목표로 환경교육을 위한 기반, 조직·협력체계, 프로그램과 실천전략 등 입체적 여건을 갖춘 도시여야 한다. 지금이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도 아니다. 조금씩 보완하고 개선하면 된다. 고민하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자원이 풍부한 인천이다.

[인천시론] 국가안전망의 사각지대, 그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기본적인 의무교육은커녕,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긴 했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무적자(無籍者)인 탓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모든 권리와 혜택에서 배제된 채 유령처럼 살아온 아이들이 있다. 이렇듯 국가안전망의 사각지대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넣은 건, 다름 아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최근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무려 223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중 1%인 23명의 아이들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키로 한 만큼, 앞으로 숨지거나 유기된채 발견된 아이들이 얼마나 나올지 두려움이 앞선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은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는 온전히 부모들의 몫이다. 1개월 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고작 5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될뿐, 출생신고를 강제할 수단은 전혀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산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해지며, 정치권이 이에 적극 응답하고 있다. 출산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직접 지자체로 출생사실을 통보토록 해 국가가 직접 출생 여부를 관리하는 제도로, 작금의 ‘유령’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하지만 출산통보제를 도입할 경우, 실명 출산이 어려운 산모들이 병원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걱정도 있다. 그렇기에 보호출산제가 그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후 국가가 영아를 보호하고 출생신고와 후견, 입양 절차를 밟아 좋은 부모와 맺어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보호출산제가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친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단절시킨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 눈앞의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생각한다면 이는 추후 보완할 부분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 15년간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위해 200조가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그 성과는 민망한 수준이다. 아이 낳아 키우는 것도 사치일 정도로 헬조선에서의 삶은 팍팍하다. 그래서일까. 태어난 아이들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저출산을 걱정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인천시론] 도서지역 건강관리

올해 인천시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하지 않은 인천의 7개 섬지역에 주치병원을 지정해 지역의 의료기관과 협약식을 가졌다. ‘1섬 1주치 병원 민관 협력 도서지역 무료진료 사업’으로, 도서지역에 대한 의료지원 개선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도서지역의 특징상, 이번 사업은 지역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민관 협력의 좋은 모델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도서지역은 고령인구의 비율이 높고, 이들은 의료기관을 접할 기회가 적어 아파도 참고 버티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도 도서지역은 건강관리가 취약한 지역이다. 지난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비만지도를 만들어 공표한 적이 있다. 이때 비만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인천 옹진군으로 47.21%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시도별 순위에서도 △제주도(42.09%) △강원도(41.55%) △인천광역시(38.73%)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막연히 ‘도시 사람들은 뚱뚱하고 시골 사람들이 건강하다’는 통념에 반하는 결과였다. 이제는 도서지역도 건강관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도서지역은 고령인구가 많고, 이에 따른 만성질환이나 관절질환의 유병률이 높아 운동량이 낮다. 또한 도시에 비해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고 운동시설도 부족하다. 높아진 비만 유병률은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다양한 2차 질환의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다시 신체활동의 감소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거듭된다. 비만, 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은 건강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이지만, 특히 도서지역에서는 필수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만성질환의 종착지는 결국 응급치료를 요하는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육지와 다리로 연결하지 않은 도서지역의 경우 급성기 질환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은 4시간30분 이내에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하지만 배를 타고 육지로 넘어와 다시 근처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4시간30분 이내에 방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더 큰 질병으로 이어지기 전, 사전에 만성질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고령인구가 많은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고려하면 관절질환이나 치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관리의 첫걸음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관심은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모두의 관심이기도 하다. 특히 도서지역과 같이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은 지속적인 모두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최근 필자가 속한 의료기관 역시 1섬 1주치의 사업에 참여해, 강화 서도면 주문도에서 의료나눔 활동을 펼쳤다. 아무쪼록 이번 사업이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길 바란다.

[인천시론] 인천 속 작은 지구촌, 송도아메리칸타운·재외동포청

대한민국 재외동포청이 인천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해외에 사는 750만 동포들을 지원하고 모국과 연계한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정부조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데다 야당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터였기에 설립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설기구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설립 전 초미의 관심사였다. 본청인 외교부가 소재한 서울과 동포청의 전신인 재외동포재단이 있는 제주도 등이 거론됐다. 여기에 인천시가 가세했다. 민선 8기 유정복 시정부는 국제공항과 항만의 소재지라는 입지적 우수성과 하와이 근대이민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상징성 등을 내세워 가장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펼쳐 왔다. 외교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본청은 인천에, 통합민원실은 광화문에 두는 조정방안이 확정돼 마침내 인천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재외동포청 유치 과정에서 새삼스레 주목 받은 곳이 있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송도 아메리칸타운’이다. 1천328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786실 등으로 이뤄진 공동 주거단지다. 1단계는 지난 2018년 10월 준공해 입주까지 마쳤으며 2단계는 202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겉으로는 여느 단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그 안은 사뭇 다르다. 아파트의 최초 분양자가 모두 외국 국적자라는 사실부터 그렇다. 총 19개국의 재외동포들이 분양 받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재외동포의 국내 거주를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남 남해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해 소규모 단독택지를 분양한 사례는 있지만 아예 ‘외국인 투자유치촉진법’에 의거해 대규모 주거단지를 지어 외국영주권자와 시민권자로 제한해 분양한 것은 국내 최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외국 동포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매율은 25%가 채 되지 않는다. 실거래가가 분양가의 배 이상 뛰었을 때에도 매물이 없을 정도. 인근 인기가 높은 아파트 단지의 전매율이 60~70%를 넘나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곳 아메리카타운 수분양자들은 그야말로 ‘성실한 실수요자’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는 이런저런 이유로 타향살이를 한 동포들이지만 하시라도 다시 돌아와 고국에서 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초 민간제안사업으로 시작해 부진한 투자유치 등으로 백지화될 뻔한 사업을 되살려낸 인천시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014년 설립 이후 이 사업을 주관해 온 ㈜인천글로벌시티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3, 제4의 사업 준비에 분주하다. 이런 차에 재외동포청까지 그 이웃에 들어섰으니, 오래전부터 재외동포들에게 공을 들여온 인천으로서는 날개를 단 격이다. 송도아메리칸타운이 송도글로벌타운으로 확대 발전해 더 많은 동포들이 인천에서 함께 살기를 기원해 본다.

[인천시론] 모든 아동의 놀 권리... 놀이터를 許하라

“놀이는 아동기에 갖는 즐거움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차원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서의 ‘놀이(play)’가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한 유엔 일반논평의 내용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놀이터 공간과 설비는 무장애 통합놀이터(inclusive playground), 나아가 보편적인 놀이터(universal playground)로 조성할 ‘강력한 필요’가 있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지난달 ‘무장애 어린이놀이터 조성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던 이유다. ‘모든 아동의 놀 권리, 쉴 권리를 위한 놀이터’를 주제로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아동친화도시 조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도시문화를 위해 기획했다. 아동친화적이면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도시문화를 위해 무장애 어린이놀이터의 확대가 널리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타 지자체에 비해 인천에서의 논의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동권리협약에서는 놀이를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라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에게 있어 놀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아동을 놀이를 통해 비로소 생존과 발달의 메커니즘을 완성시킬 수 있는 존재로 규정한다. 놀이는 스트레스와 이것이 초래하는 건강의 위협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아동은 잘 놀아야 하고, 많이 놀아야 한다. 어른, 부모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아동의 놀이를 최대한 보장하고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의무를 지닌다. 생활권 곳곳에 조성한 놀이터는 그래서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현재 인천에 서구 절골공원·주자공원, 연수구 문남공원, 중구 영종씨사이드파크 등 네 곳의 무장애 통합놀이터가 있다. 그 내용의 완성도나 관리, 유지 체계는 논외로 한다. 다만, 통합놀이터를 위해 장애아동과 부모(혹은 보호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지역사회 협력 분위기 조성과 관련자 간 논의, 조성 후 통합놀이터가 목적에 맞게 이용·관리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수 고려사항일 것이다. 마침 인천시가 내년을 목표로 유니세프 인증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아동의 권리가 존중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은 무장애 통합놀이터로 대표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관련 조례의 제정과 놀이터 확대를 위한 인천시와 시의회의 정책적 관심, 시민참여에 의한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천시 공원부서와 실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기초지자체 관련 부서 간 긴밀한 공조를 당부한다.

[인천시론] 혈액 부족에 관심을

현재 국내 혈액 수급이 불안정하다. 특히 코로나19, 인구 고령화, 저출산 풍조 등으로 최근 들어 혈액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혈액은 우리 몸에서 혈관을 타고 흐르며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보통 의료기관에서는 중증외상 또는 수술 시 출혈로 인한 혈액소실 등의 상황에서 여러 조건을 고려한 후 수혈을 시행한다. 이때 혈액이 보충되지 않으면 환자가 위급해질 수 있어 수혈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2023년 5월15일 기준, 국내 혈액(적혈구제제) 보유 현황은 5.1일로 혈액수급위기 단계 중 관심 단계(5일 미만)에 근접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1, 2년 전보다는 한층 나아졌지만, 경각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헌혈의 공급 체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인공혈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혈용 혈액은 헌혈을 통해서만 공급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총 헌혈 건수는 약 265만건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4%가 16~19세, 20~29세의 인구가 분담하고 있다. 국내 헌혈의 절반은 청년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청년층이 차지했던 65%와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변화는 시장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헌혈의 감소는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줄어드는 공급(헌혈)에 맞춰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에는 수혈관리위원회를 설치해 혈액을 관리하고 있다. 또 의료진도 기준에 따른 적절한 수혈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희망적인 것은 대한적십자사의 노력으로 2020년 코로나19 이후 꺾인 헌혈 실적이 조금씩 회복 추세에 있으며 등록헌혈 회원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심화되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발생하는 역삼각형의 인구피라미드 구조는 혈액관리의 수요와 공급을 조금씩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수혈용 세포 기반 인공혈액 생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장기적으로는 2037년까지 인공혈액 실용화를 목표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처 등 다부처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헌혈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과 혈액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천시론]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국빈방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방미 첫 일정으로 4월 24일 테드 서렌도스 넷플릭스 대표를 만났다. 주지하다시피 넷플릭스는 멀티미디어 OTT 분야를 선도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제1호 대한민국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향후 4년 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기업에 2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약 받았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반향은 컸다. 문화가 일종의 무기라는 표현으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 해석은 과연 타당한가. 문화라는 용어의 정의는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의 일상대화 중 ‘○○문화’라는 말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생활문화’, ‘대중문화’, ‘역사(전통)문화’, ‘교육문화’, ‘교통문화’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그만큼 문화라는 말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화의 어원은 ‘Cultura’, 경작 혹은 보호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성경에도 등장한다. 에덴동산을 꾸민 하느님은 보기에 탐스럽고 먹기 좋은 온갖 나무를 흙에서 자라게 하셨다(창세기 2장8~9)는 대목이서다, 하느님은 왜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자라게’ 하신 걸까. 누군가 ‘우리의 교통문화는 아직도 멀었어’라고 탄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때 문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한 이는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가 아닌가 싶다. 그가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Sapience)’에는 문화를 ‘(호모 사피엔스는) 수백만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으며 이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라고 정의했다. 그 말에 등장하는 개별 단어를 추적하면 문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선 ‘협력’이란 말은 상호 이해와 배려를 기본정신으로 한다. 그를 통해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 협력이다. ‘인공’이란 말은 그것이 타고난 본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교육’된 가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협력하고 그것을 교육하며 후대에 물려 주는가. 더 나은 세상, 더 큰 평화,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다. 하느님이 남겨 주신 나무의 열매도 그렇고 우회전 시 일단정지하라는 법규가 또 그렇다. 모두 인간다운 질서를 추구한다. 그것이 문화다. 도시의 핵심 가치는 문화가 돼야 한다. 인간중심의 문화적 가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만족과 자긍심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이주와 투자의 유혹을 전해준다. 그것은 우리를 지키고 유지하고 가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문화의 기능에 집중한 듯하다. 석학 새뮤얼 헌팅턴은 ‘문화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그로는 조금 모자라다. ‘문화는 정말 정말 중요하다’.

[인천시론] ‘증명사진’ 신상공개, 누구냐 넌?

‘증명사진’이란 주로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문서나 증서에 실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붙이는 사진을 일컫는다. 특히 인생컷이라 부를 수준의 증명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게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소개팅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용도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애용되곤 한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최첨단 뽀샵기술을 동원해 가히 화보 수준의 증명사진을 창작(?)하는 것이 대세다. 증명사진과 실물 간의 간극이 크다는 건 전 국민이 공유하는 오랜 비밀이 돼버렸다. 하지만 때론 이런 비밀이 예상 밖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바로 6대 강력범죄와 성폭력 범죄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가 그것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피의자 일당이 체포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됐지만 실제 실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증명사진으로 “누구냐 넌?”이라는 논란만 일으켰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부터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이기영까지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질 때마다 반복돼온 지루한 논란이다. 이는 체포 후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머그샷’이 아닌 증명사진이 공개된 까닭에 벌어진 촌극이다.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2010년께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와 예방을 위해 전격 도입됐다. 범죄의 잔혹성 및 피해의 중대성, 공익적 목적을 모두 고려하되, 무엇보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 한해 신상정보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범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머그샷 공개를 위해서는 피의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만약 동의가 없다면 주민등록증 등 공적 증서에 첨부된 증명사진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또 ‘얼굴 공개 시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모자와 후드,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편 살해범 고유정이 언론 앞에서 긴 머리를 앞으로 내린 ‘커튼 머리’로 얼굴을 다 가린 것 역시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문득 증명사진 속 얼굴들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살짝 웃음 띤 얼굴로 반달눈을 한 채 정면을 응시한 모습, 보는 이의 호감을 사기에 최적의 표정을 한 그 얼굴이 만약 내 가족과 친구를 해친 흉악범이라면 그 기분은 어떨까? ‘머그샷’ 공개를 원칙으로 한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 자체를 폐지할 게 아니라면 법 취지에 맞게끔 고쳐 쓰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인천시론] 뇌 건강과 음식

최근 유럽영양저널에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을 매일 충분히 섭취하면 치매의 발병 위험을 줄일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마그네슘 성분 함유 식품을 하루 섭취량(350mg)보다 많은 양(550mg)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뇌가 약 1년 덜 늙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마그네슘이 두뇌 핵심 시냅스를 활성화시키는 신호 전달을 강화해 뇌 노화와 관련 있는 뇌 수축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치매는 현재 발병 원인을 알수 없어 예방법과 치료법이 명확하게 없다. 다만 뇌기능 개선을 통해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뇌 기능을 개선하는 성분·음식들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쉽게 나오지만, 필자는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된 음식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잎채소다. 여기서 잎채소는 케일, 쑥갓, 치커리, 시금치 등과 같이 잎을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의미한다. 이 음식은 엽산과 비타민B가 풍부해 우울증을 줄이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양배추, 브로콜리, 청경채 등의 십자화과 채소도 치매와 관련된 아미노산인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추는 비타민이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블루베리, 라즈베리, 체리 등 베리류 과일이 있다. 베리류 과일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은 자유라디칼로 유발되는 뇌 손상의 진행을 막아준다. 자유라디칼은 흔히 활성산소로 표현하는 유해물질이다. 이 밖에도 베리류 과일은 비타민이 풍부하고, 항염증반응 및 항산화작용을 하는 등 좋은 음식 중 하나다. 오메가3도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뇌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오메가3는 올리브오일, 아마씨, 참치, 연어, 고등어 등에 함유돼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뇌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200mg의 DHA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견과류,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의 음식도 뇌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뇌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도 있다. 첫 번째로 고과당 음식, 즉 단 음식이다. 우리의 뇌는 세포활동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포도당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때 고당식이는 뇌에 과도한 포도당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뇌의 과도한 포도당은 기억력 손상이나 뇌의 일부인 해마의 가소성 감소를 일으켜 기억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하고 있다. 다음으로 튀긴 음식이다. 기름에 튀긴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체내 염증을 일으키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손상시켜 기억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뇌혈관 질환으로 뇌조직이 손상을 입어 치매가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을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하고, 잎채소나 베리류 과일 등만 먹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 개선으로 발병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일이다.

[인천시론] 시민안전은 스마트 도시의 핵심가치

지난 2016년 글로벌 도시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는 인천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했다. 총 118개국 341개 도시를 비교분석한 결과 인천의 안전지수는 90.89로 여타 도시에 비해 높았고, 범죄지수는 9.1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창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던 인천이 치안 등 시민안전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결과여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뿐, 이후 안전도시 인천의 명성은 하염없이 뒷걸음질쳤다. 행안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역안전지수에서 인천시는 2022년까지 4년 연속 하위 등급에 머물렀다. 시민들의 체감안전도도 추락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마계(魔界) 인천’이란 말이 다시금 회자됐다. 악마의 세계, 그만큼 위험한 도시란 말이다. 참 어이없는 노릇이었지만 한 언론사가 이를 주요기사로 다룰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인천은 한순간에 세계 최고의 안전도시에서 가장 그렇지 못한 도시로 전락한 셈이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 8기 시정부는 안전도시 인천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민안전을 책임지는 전담부서의 확대 강화, 보행친화 디자인 도입 및 스마트 교통시스템 구축, 싱크홀 등에 대비한 지하안전관리대책 수립 등의 시책을 펼쳤다. 그런 정성의 결과일까. 지난 1월 행안부가 발표한 지역안전지수에 따르면 인천이 범죄, 교통사고, 화재 등에서 각각 2등급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만년 하위권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다. 시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CCTV 확대 보급 등 시민체감안전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여전히 하위 등급에 그치고 있는 생활안전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민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낮은 범죄율과 높은 검거율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인천경찰청과 협력해 적극적인 대시민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도시정부들은 재난 재해의 예방과 회복력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갈수록 잔혹해지고 지능화돼 가는 범죄의 예방과 대책 마련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그건 모든 시민의 바람이다. 실제로 서울기술연구원이 지난 2021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민의 28%가 자연재해와 치안 확보를 서울시의 당면 과제로 인식하며, ‘코로나 이후의 대응방안 마련’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제치고 도시정부가 갖춰야 할 역량 중 2위로 떠올랐다. 그만큼 시민들은 안전한 주거환경을 바란다는 의미다. 시민 안전은 사람 중심 가치의 구현이다. 그리고 그것은 스마트시티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며 인천을 비롯한 각급 도시정부의 명확한 지향점이기도 하다.

[인천시론] ‘EAAFP의 아이러니’ 환경부가 풀어야 할 문제

인천 송도에 둥지를 튼 국제기구 가운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이 있다. 지난 2002년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 발의안 목록에 의거해 채택된 자발적이고 비형식적인 환경 관련 국제기구다. 이 조직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상의 철새와 그 서식지 보호를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라 함은 러시아, 알래스카,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지나 호주, 뉴질랜드 등 22개국을 지나는 경로로 전 세계 9개의 철새이동경로 중 하나다. EAAFP는 한국을 포함해 18개 국, 6개의 정부 간 국제기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제NGO 11개, 기업 1개 등 모두 39개의 주체들로 이뤄져 있다. EAAFP 사무국은 파트너십 정보관리 및 교육·홍보, 관련 연구 및 협력사업 지원 등을 담당한다. 2009년 인천에 자리 잡을 당시 인천으로의 국제적 접근성, 황해갯벌과 철새이동경로로서의 적절성을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그런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쉽게 수긍되지 않는 면이 있다. 국제적 위상과 정책기구로서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기이한 예산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인천시 인력 파견까지 헤아리면 1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 적잖은 예산을 들여 사무국이 운영된다. 예산은 인천시와 환경부가 분담하며 환경부 당초 약속은 많지도 않은 연 2억원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실제로 부담한 예산은 매년 7000만원에 불과했다. 증액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환경부는 한 번도 약속한 금액을 이행한 적이 없다. 인천시가 5억원이 넘게 부담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무국 소재지 인천시가 인적·물적 토대의 전반을 책임지는 형국이다. 그렇게 2009~2023년까지 10년간 환경부와 인천시의 EAAFP 지원액은 동결 상태다. 타 국가 및 국제단체들은 그간 지원예산을 두 배 이상 확대했다. 매우 민망한 노릇이다. 뜬금없이 별 상관도 없는 국제기구의 예산타령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보기 드물게 EAAFP는 국내 생태자원의 보호와 국제 홍보에 큰 기여를 하는 기구다. 다양한 지역 내 조직 및 시민사회단체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여타 폭넓은 국내외 협력네트워크 활동은 기본이다. 실제로 갯벌습지 보호와 두루미, 저어새 등 한국의 멸종위기종 조사·보전사업, 황해 습지보호를 위한 한국·중국·북한 협력 확대, 남북한 공동사업, 아세안 철새네트워크 지원, 아세안 생물다양성 연구 및 인식제고 사업 등 EAAFP를 필요로 하는 과제가 수두룩하다. 재정구조의 아이러니를 해소하려면 환경부의 각성과 인천시의 대정부 압박이 절실하다. 이는 국제기구를 품은 세계 일류 도시 인천의 면모에 직결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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