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등산 시작하셨나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산과 강에는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가득 찬 모습이다. 들뜬 마음도 좋지만 이럴 때일수록 안전사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산에서의 안전사고는 응급처치가 힘들고 하산 시간이 오래 걸려 신속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 이번에는 등산 전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기저질환(평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산에서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고가 간혹 발생한다. 최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산악사고의 원인은 실족·추락(1545건), 조난(753건), 개인질환(364건) 순이었다. 기저질환이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의 인구도 등산을 즐기는 점을 감안하면 조심해야 한다. 기저질환 중 고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은 산에서 사망률을 높이는 요소다. 산에서 발병하면 골든타임(2~6시간)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이 높아 관리 차원에서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한 산행을 할 것을 권고한다. 이밖에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상태를 의미하는 저혈당은 두근거림이나 식은 땀, 손 떨림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방치하면 혼수상태, 쇼크 등으로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사탕, 초코바, 주스 등의 단음식을 챙겨야 한다.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등 환자들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기저질환이 있다면 혼자 산행을 하기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등산을 하는 것이 응급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등산보다 둘레길 걷기를 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실족이다. 국내 산은 바위가 많은 특성이 있어 실족을 할 경우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등산을 할 때 발에 맞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간혹 젊은 사람들은 운동화나 심하면 슬리퍼를 신고 등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등산화는 발목 염좌를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어 가급적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등산가방에는 붕대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비약을 넣어두는 것이 좋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등산객이 많이 늘어 등산문화도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산행의 목적이 음주였다면, 지금은 등산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등산 안전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에서의 응급상황은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패닉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평소에 염좌 시 테이핑 방법이나 심폐소생술 등의 구호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119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상춘객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봄을 만끽하길 바란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매립지 종료와 변신 위한 안암호 생태적 가치

지난달 어느 맑은 날,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인근에서 환경단체들의 주최로 ‘저어새 환영잔치’가 열렸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도심 한 복판, 그것도 좁고 누추하나마 공단지역 유수지에 매년 찾아와 머문다는 것이 어찌 고맙고 반갑지 않을 것인가! 저어새 환영잔치를 빌어 수도권매립지를 떠올렸다. 오는 2025년 사용 종료를 앞두고 그 실현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수도권매립지에서 눈여겨 볼 또 하나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4매립 예정지 내 조성된 안암호가 갖는 생태적 가치가 그것이다. 넓은 수면과 초지를 갖고 있는 안암호는 주변과 더불어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그럴 것이 일산호수공원 면적의 5배인 안암호는 134만㎡ 넓이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이다. 안암호는 지난 2009년 담수면적 154만㎡, 담수용량 735만㎥ 규모로 수도권매립지 주변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게 되면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두루미 등이 찾아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매립지가 야생생물의 보고이자 마지막 남은 대규모 서식처가 되는 셈이다. 특히 4매립지 배후습지의 경우, 인천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수도권매립지 야생조류 출현현황과 관리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흰꼬리수리, 매, 두루미, 저어새, 황새, 노랑부리백로 등 6종이 조사됐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는 큰고니, 큰기러기,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새홀리기, 갯빛개구리매, 새매, 큰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9종이 조사됐다. 아울러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으로 칡부엉이, 원앙, 황조롱이, 개구리매 등 4종도 조사됐다. 보호종 이외에도 안암호의 수면과 배후의 넓은 초지에는 다양한 오리류, 기러기류, 도요새류, 딱따구리류 등 많은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은 그간 인구증가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야생조류의 서식지가 꾸준히 감소하는 만큼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이참에 안암호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논의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개발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4매립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 활용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제4매립 예정지를 ‘환경·습지생태공원보호공원’으로 관리하는 것이 그 하나일 것이다. 바다와 갯벌, 내륙 습지를 연계한 생태적 순환고리의 형성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근 지역주민의 환경권 회복, 인천의 생태적 공공재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사라진 어른들, 가출과 실종 사이

법의 사각지대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가족과 연락이 두절되고 소재파악이 안 된 실종성인이 바로 그들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6월 벌어진 마포구 원룸 감금살인 사건이 있다. 20대 고교 동창들이 케이블 타이로 피해자를 결박한 뒤 밥도 주지 않고 잠도 못 자게 하는 등 고문으로 사람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34㎏의 저체중에 영양실조 상태였고, 몸에는 멍자국이 가득했다. 또한 그가 발견된 곳은 좁은 화장실로, 변기 위에 놓인 식은 밥과 소량의 물이 담긴 두 개의 종이컵은 오랜 기간 감금과 가혹행위가 이루어져 왔음을 짐작케 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를 구할 기회는 충분했다. 특히 피해자 가족이 2차례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자진가출로 처리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경찰의 변명도 일리는 있다. 피해자가 숨지기 전 경찰과 일곱 차례나 통화했지만, 당시 동창들의 강요로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이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위치추적 등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유일의 실종법은 실종아동법뿐이다. 성인은 애당초 실종이 아닌 가출로 분류돼 법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집에 가서 기다려 보시라는 기계적 답변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다 큰 성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상당기간 연락이 두절됐을 때, 자진가출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연락조차 없는 가출은 전체 실종 사례 중 일부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이유로 나머지 대부분의 실종을 가출로 봐서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는 건 현실을 도외시한 책임회피일 뿐이다. 특히 지난해 성인 실종신고는 6만7천612건, 미발견 사례는 931명으로, 아동보다 각 3배, 12배 많았고, 지난 5년간 실종성인이 숨진 채 발견된 사례 역시 7천867건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실종성인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이 실종성인법을 발의하고, 경찰 역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나서는 등 법의 흠결을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발적으로 가출한 성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치추적 등 강제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가출이냐? 실종이냐? 고민하는 사이, 어디선가 어른들이 사라지고 있다. 단지 성인이라는 이유로 실종성인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감염병과 인류, 반복되는 역사

이달 초 필자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에서 주관한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코로나19 백신과 뇌졸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과 뇌졸중과의 뚜렷한 연관성은 찾지 못했으나, 보완점을 개선해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가 이번 발표의 결과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뇌졸중 외에도 많은 국내 연구진이 백신과 심근염, 심낭염, 심근경색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도 발표했다. 특히 연구들이 실제 한국인의 데이터를 처음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애쓰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코로나 극복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마를 시작한 것 같았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감염병과 싸워왔다. 감염병은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수많은 사망자로 나라의 근간을 흔들기도 하는 등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인식과 대응이 코로나19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알려준 감염병이 있다. 바로 스페인 독감이다. 스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로 감염경로와 증상 그리고 사회적 양상도 지금의 코로나19와 유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8년부터 2년 간 유행했고, 미국 또는 영국에서 최초 발병해 1차 세계 대전에 참여한 군인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공교롭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지금의 시점과도 유사하다. 반대로 감염병은 현대적 의미의 예방의학 또는 위생관리 저변 확대의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천연두는 인류가 수 많은 감염병과의 공방에서 유일하게 승리질환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접종으로 천연두는 모습을 감췄다. 또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당시 실체가 없던 탄저병균을 입증하고 백신까지 개발하는 등 인류는 감염병 규명을 통해 감염병을 다스리고자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감염병의 역사 안에서 살펴보면 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된 스페인 독감도 종식됐다. 코로나19 또한 언젠가는 종식된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정체를 신속하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기간은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인천은 감염병전문병원 선정에서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우리나라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인면에서 최적지임에도, 감염병 치료의 경험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현재는 인천이 감염병 치료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기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팬데믹 상황은 언제든 올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은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자.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에너지 분권과 자치에서 인천은 ‘열외’인가?

인천 서구,서울 강동구, 부산 동구, 광주 광산구, 대전 대덕구 등 전국 18개 기초지자체는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재한 지역에너지센터 협의회 준비위 발족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미 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있거나 예정한 지자체들이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수급 구조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에너지 정책을 책임진 지자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지원, 지역주도 재생에너지 개발 확대, 에너지 수요관리 기능 지자체로 이양 등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전환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에너지 분권과 자치가 대세다. 물론 무턱대고 유행 따라 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에서 진즉에 그에 대한 공론의 과정이 있었고 인천시 관련부서도 검토를 거쳐 인천테크노파크와 센터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무논의나 설립의 단초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말았다. 최근 확인 결과 인천시 내부에선 센터 설립에 대한 거부감으로 난망한 상태라고 한다. 당초 영흥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에서의 에너지 현안이 여럿 얽힌 가운데 도시 미래비전에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됐기에 센터에 대한 민관의 공감대는 확고했다. 아울러 센터는 효과적인 지역에너지 정책 실현, 지역 에너지 갈등 예방 및 해결 등을 위해서도 큰 역할이 기대됐다. 그런데 센터들의 난립과 예산의 비효율성이 걸림돌이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타 지자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나 정부 정책은 무모할 뿐더러 시대에 역행하는 구태이다. 더욱이 산업부가 센터 설립확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센터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는 지원대상을 총 50개 지자체로 확대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역에너지센터를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간 태양광 발전산업은 민간공공 공히 큰 폭으로 성장을 이어왔다. 그 결과, 설비 및 장비의 생애주기를 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산업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태양광 발전설비 누적 설치량은 2025년에 33.5GW, 2034년에 45.6GW에 이른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51.4GW가량이 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패널이 규소, 구리, 납 등 금속은 물론 플라스틱이 포함된 만큼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대로 적절한 처리를 거친 태양광 폐패널은 고순도 유리 분리, 유가금속 회수, 태양광 패널 재제조 등으로 최대 80%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태양광 발전설비의 체계적 관리와 사용 후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지역에너지 조직의 역할 역시 클 것이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참여하면 주인, 아니면 손님인 것?

천상 사기꾼인 제퍼슨 존슨은 우연히 각종 이권으로 돈을 챙긴다며 국회의원들끼리 웃고 떠드는 이야기를 훔쳐듣고는 정치판이야 말로 떼돈을 버는 기회의 땅임을 알게 된다. 마침 제프 존슨이라는 하원의원이 사망하자, 제니퍼 존슨은 자신의 이니셜 J.J.와 똑같다는 점에 착안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이름만 가지고 선거판에 뛰어들어 보기 좋게 당선된다. 유권자들이 공약이나 인물 됨됨이를 따져보지 않고, 오직 이름만 보고 뽑는 묻지마 투표를 악용한 것이다. 이후 제퍼슨 존슨은 부패한 선배정치인들의 거수기 노릇을 하며 돈벌이에 치중하던 중, 한 시민운동가와 교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차츰 참정치인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1993년작 영화 제이제이는 명배우 에디 머피를 내세워 현실정치의 민낯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부패한 워싱턴 정가를 한껏 조롱한다. 특히 압권인 건 제퍼슨 존슨이 유권자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도 별다른 공약도 없이, 오직 J.J에 투표해주세요 문구 하나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과정이다. 정치에 무관심해 받는 벌은 자신보다 못한 인간에게 통치당하는 것이라는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영화에서야 주인공의 개과천선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만약 현실이었다면 어떨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최근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극심하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부터 이놈저놈 다 똑같다는 말까지 투표장에 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정치엔 기대할 게 없으니 각자도생의 삶을 찾아야 된다는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인간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국민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실현하기에 현실정치가 버거워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정치에 적극 관심을 갖고, 이를 투표로 연결시키는 행위야말로, 현실 속 J.J.의 탄생을 막고, 정치의 개과천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인 단테는 기권은 중립이 아닌 암묵적 동조라 하여, 질 낮은 정치의 책임은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에 있음을 지적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투표야말로 현실정치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주권자의 매운 맛 회초리이기 때문이다. 문득 도산 안창호 선생의 퀴즈(?)가 떠오른다.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인 건 무엇일까? 3월 9일 대선 투표장에서 직접 해답을 찾길 바란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당신의 혈관은 안녕하신가요

전 세계인의 겨울 축제 동계올림픽이 개막해 열전에 돌입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동계올림픽은 논란이 많은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여지나,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 생각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필자는 숨막히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하고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며 이렇게 코로나가 지속되면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운동 선수들의 올림픽 기록은 앞으로 몇 년 안에 향상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어느덧 2년이 지나 올림픽이 개최됐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연일 최고 신규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자체도 문제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위축은 개인의 건강 또는 기저질환까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마 전 20년만에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국내 암 발생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처럼, 질병 지도가 바뀔 수도 있다. 그 시작은 심뇌혈관질환에서부터다. 심뇌혈관질환은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 심장혈관 및 뇌혈관 관련 질환을 의미한다. 종류만큼 원인도 다양한데 서구화된 식습관, 신체활동 감소, 흡연, 고령, 기저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요 원인이 체육시설 이용제한 또는 마스크착용으로 인한 신체활동 감소, 증가하는 배달음식, 불안우울감, 수면부족 등 현재 코로나19로 처한 개인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코로나와 비만 관련 건강행태 변화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체중이 평균 3.5kg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뇌혈관질환이 무서운 점은 발병의 예고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병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평소 이러한 질환들의 증상과 예후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부 나열할 수 없지만 심뇌혈관질환 중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은 한 쪽 방향의 팔다리에 마비 혹은 감각이상이 오거나 입술이 돌아간다든지, 갑자기 두통이 발생하고 구토가 동반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무조건 119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2022년, 해양환경보호 대전환의 시기여야

경기도 시흥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배곧대교 건설 계획이 좌초의 기로에 섰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시흥시의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얼마 전 다리가 지나게 될 송도갯벌 훼손을 근거로 사업계획 재검토를 시흥시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이을 예정이었던 배곧대교는 당초, 단순한 지자체 개발현안이나 주민 숙원사업이 아니었다.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안산 구간과 더불어 향후 도시계획에 있어 생태자원과 자연환경 보호, 과도한 개발 억제라는 관점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안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시금석과도 같았다. 그렇다 보니 송도갯벌과 연관한 개발사업들을 두고 전국적 관심이 인천으로 집중되었다. 갯벌을 포함한 연안환경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에도 다시금 큰 관심이 쏠렸다. 배곧대교가 놓일 경우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생태계의 직접 훼손과 주요 법정보호종 서식지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 송도갯벌은 지난 2014년 7월 국내 19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람사르습지는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경우 지정된다. 그만큼 송도갯벌이 생물다양성 보고이자 각종 물새와 철새를 부양하는 습지로서 국제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송도갯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인천지역 특정 어느 지점이 유달리 높은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다. 북한과 중국까지 아우른 황해를 기반으로 드넓게 펼쳐진 인천경기만의 갯벌이 그러했다. 인천경기만 갯벌은 잘 발달된 형태와 풍요로운 생태계를 간직해 왔다. 인천의 갯벌은 다양한 철새들의 이동경로이자 국제적 희귀종인 저어새 등의 서식지 역할을 하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런데 세계가 갯벌에 대해 생태관광자원으로, 기후위기를 완화할 탄소흡수원으로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에 나서는 동안 우리는 그곳을 없애는 대신 도시는 높이와 넓이를 키워왔다. 인천의 도시개발 전반이 대표적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세계적 자연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무시되기 일쑤였다. 앞으로는 어떠할까? 지난해 말 인천시가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의 효율적 이용 관리를 위한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제3차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습지훼손 및 위협요인 조사, 훼손습지 복원사업, 생태계 현황자료 구축사업,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사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올 들어 시는 해양환경과를 신설했다. 갯벌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보존과 활용에 대한 분명한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소래갯벌을 중심으로 한 국가도시공원 지정, 인천경기만과 한강하구 갯벌의 세계유산 2단계 등재, 도시화에 따른 갯벌의 무분별한 개발과 해양생태계 훼손에 대한 대응에서 구체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범죄도시 속 공공의 적, 그리고 경찰

영화 속 경찰의 모습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두 캐릭터가 있다. 영화 공공의 적 속 열혈형사 강철중과 영화 범죄도시의 괴물형사 마석도가 그들이다. 명품배우 설경구와 마동석의 미친 연기력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영화 속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살아 숨 쉬는 아우라는 진정한 경찰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물론 범죄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은 물론, 주먹까지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다. 악에 대한 집요한 수사와 타협하지 않는 우직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부실대응은 큰 충격이었다. 당시 경찰은 현장대응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업무는 그 특성상 돌발변수가 많기에,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 무자비한 공권력 남용을 경험해서인지, 경찰의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경찰은 법적 쟁송에 휩싸이거나, 심하면 폭력경찰로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긴급 상황에서도 물리력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는 경찰관이 살인과 폭행,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범인 검거와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적극적 경찰력 행사를 가능케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는 시작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인천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경찰이 흉기를 든 가해자를 목격하고도, 피해자만 남겨둔 채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에서, 법이 아닌 경찰관으로서 자질문제라는 국민적 비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결국 적극적 경찰력의 행사 이전에 경찰관으로서의 투철한 헌신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10만명이 넘는 거대 공권력을 보유한 경찰이 형사상 면책특권까지 부여받았다. 이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반환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문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영화 스파이더맨 속 명대사가 떠오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흡연과 도파민

2022년 임인년이 밝았다. 이번주에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 결심을 했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흡연하는 직장인들의 80% 이상이 새해를 맞아 금연계획을 세우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일종의 질환(니코틴 중독)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금연뿐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금연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반드시 금연이 필요한 심혈관질환 흡연자 중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50%가 되지 못했다.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의미다. 흡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욕구는 도파민 회로와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뇌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흡연 외에도 포르노, 도박, 게임 등과 같은 중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도파민은 어떤 행동에 대한 뇌의 보상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쾌락을 느끼고, 뇌가 쾌락을 느끼면 도파민은 더 큰 쾌락을 느끼고 싶어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기존의 수위로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결과적으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흡연과 연관하여 니코틴에 중독되는 원리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가 흡연을 할 때 교감신경이 흥분되며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니코틴 자체가 도파민성 회로를 통해 뇌보상에 직접 개입한다. 이후 흡연을 하지 않을 때 이 물질이 줄어들며 다시 흡연을 하는 욕구가 생기는데, 이를 니코틴 공급(흡연 행위)으로 도파민을 생성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알게 되면 금연을 하기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만으로 금연을 한 사람에게 독하다고 말한다. 금연을 하기 위해서는 흡연 욕구가 있을 때, 니코틴으로 진행되는 도파민 회로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뇌의 보상 체계를 서서히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단증상을 대신할 것(껌, 사탕, 손에 잡을 대체 물건 등)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로서 금연을 위해서 금연보조제와 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 앞에서 금연은 흡연의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질병을 치료할 때 약을 쓰는 것처럼, 금연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더 쉽게 니코틴을 끊어낼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금연치료지원사업을 통해 흡연자의 금연을 적극 돕고 있다. 가까운 보건소나 금연치료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쉽게 진료상담이나 금연 보조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호랑이 기운이 넘쳐난다는 2022년에는 금연을 결심한 모든 흡연자들이 치료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이슈&경제] 선과 이데올로기

이미 우리에겐 너무도 가까이 들려서 식상하기까지 한 이데올로기(Ideologie)의 뜻은 정치, 사회, 종교 등의 단체가 올바르고 따라야 한다며 제시하는 개념을 말한다. 현재에도 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치적 올바름 등의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실상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기계와 같이 우리를 꿈속에 살게 하고 억압하며 통제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대척점에 있는 가르침이 선(禪)이다. 선은 대립과 차별, 판단과 추리, 분별과 언어 등의 마음 작용을 끊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바라보는 상태를 추구한다. 그렇기에 선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어떠한 믿음도 방향성도 타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은 우리에게 모든 믿음을 지워내 믿음이 없는 상태로 만들려 한다. 왜냐하면 믿음이 있는 곳에는 의심이 있고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믿는 이들은 모두 의심하는 사람들이고 의심하는 이들은 무엇인가를 믿는 사람들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신을 믿고 무신론자는 신이 없음을 믿는다. 즉 무신론자도 아나키스트도 해체주의자들도 모두 다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믿는 자들이다. 이와 달리 선은 모든 이데올로기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어떠한 믿음이나 의심을 없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돕는다. 그때에야 비로소 인간은 진실과 본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가들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던 병든 사람이라고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폭력적이고 사회를 힘으로 변화시키려 하며 사회 변화를 위해 강제돼야 한다고 믿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폭력적이며 더욱 위험한 점은 이러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설명도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어떤 정치가라도 100% 나쁜 정책만을 내거나 나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정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강제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을 잘못된 것이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그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는 개념일 뿐이며 현실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통계를 보면 현재 한국은 사회 갈등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한 사회라고 한다. 즉 남녀갈등, 지역갈등, 보수와 진보 갈등, 빈부갈등 등 모두 최상위에 있었다. 이렇게 보아 지금 한국에서 정말 요구되는 태도는 서로 이데올로기적 잣대로만 타인을 대하기보다는 선의 자세에서 전제 없이 타인의 의견과 사회적 현상을 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화합과 개개인의 삶이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인천시론] 공짜로, 아무렇게나 사용할 지구는 더 이상 없다

우리 인류는 지금껏 공짜로 지구를 써왔다. 적정 가격은 물론 세금도 지불하지 않고 물, 공기, 흙, 햇빛은 물론 식량으로 삼는 온갖 것들을 당연한 내 것으로 여겼다. 우리가 마음껏 지구를 소비하는 사이 기온이 달라지고 기후가 바뀌었다. 그 피해가 돌고 돌아 인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중에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아니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지구에도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만만히 공짜로 써왔던 지구를 말하고 보니 퍼뜩 떠오르는 한 사례가 있다. 시흥시가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배곧대교다. 다리가 놓이기를 바라는 송도의 일부 주민들은 고작 50평(167㎡)의 습지를 보호하려고 주변 교통난이나 그 결과인 대기오염을 무시하고 있다고 환경단체에 항변한다. 그런데 그네들이 내건 고작이라는 표현에 당혹스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고작 50평의 습지가 람사르습지의 일부이고 이미 대규모 갯벌매립으로 탄생한 송도신도시 곁 보호하겠다고 남겨놓은 손바닥만큼의 습지이다. 고작이라고 여겼을 것들의 가치를 따져보자. 우리가 늘 보는 갯벌이지만 그것을 바다의 허파라고 부른다. 해양오염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바다생물의 보금자리이자 각종 철새의 휴식처와 번식지가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를 가둬주는 대용량 탱크이기도 하다. 또 나무는 공기정화는 물론 습도온도조절, 소음감소에 효과적이다. 공원이나 숲은 휴식공간이자 거대한 공기정화기다. 이산화탄소 흡수량 역시 막대하다. 이제 지구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자원들이 보물이 되고 유산이 되어 길이길이 지켜나가야 할 대상으로 꼽히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 수치와 금액으로 생태계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낸다. 그만큼 유형무형의 가치가 높다. 정부 혹은 국제기구 등에서는 보호구역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한다. 오래도록 지키고 풍요롭게 가꿔가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우리의 삶터 지구도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연결성을 깨달은 때문이다. 함부로 대하고 막무가내로 망가뜨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공짜로 쓰는 지구시대의 종말이다. 이제 제값을 치르며 지구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그토록 외쳤던 기후위기 대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경우에 따라 개발계획은 변경되고 백지화되어야 한다. 보존과 순환을 전제로 지혜로운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훼손과 개발이 앞서는 여전한 모습이라니. 잊지 말자. 동화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홀로 스러졌지만 아낌없이 공짜 지구를 누리다가는 우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시험, 공정하다는 착각?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개혁가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사헌부 지평으로 훈련원의 무과시험을 감찰할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노론계열 출신의 시험관들이 교묘한 질문으로 지방 출신 무사들을 떨어뜨리다 보니, 결국 합격자들은 시험관들과 같은 서울의 노론계 인물들 일색이었다. 그러자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직을 걸고 이를 바로잡도록 했다. 당시 정국을 주도하던 노론에게 미운털이 박히면서, 나중에는 평생 유배지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나라의 근간이 될 인재를 뽑는 일만큼은 공정해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가시험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과연 정약용 선생이 뭐라 꾸지람하실지 부끄러워진다. 초등학교 임용시험 1차 문제 중 일부 문항이 수도권의 한 교대 모의고사와 유사했고, 올해 수능 생명과학 과목에서는 관련 분야 최고 석학인 스탠퍼드 대학교수조차도 문항에 수학적 역설이 있다. 도저히 풀 수 없다는 지적을 할 정도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특히 세무사시험에서 발생한 세무공무원 특혜 의혹이 가장 큰 논란이다. 지난 9월 시행된 세무사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응시자 3천900여명 가운데 82%인 3천254명이 100점 만점에 40점을 밑돌며 과락처리됐다. 하지만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은 해당 과목이 면제된 까닭에 대규모 과락사태를 피하게 되었고, 실제 전체 합격자 중 세무공무원 비율이 지난 5년간 3%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는 10배가 넘는 33.6%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자 세무사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일 뿐, 세무공무원 출신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난이도 조작이라는 의혹은 전면 부정하며, 채점기준표에 부분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뒷북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초유의 과락사태가 곧 세무공무원 출신들의 대거 합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불공정 논란의 나비효과는 매섭다. 그렇기에 이번 시험출제부터 채점까지 특별감사를 통한 진상조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 약자도 아닌 모두가 선망하는 세무공무원들에게 10년 이상 현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차 시험 및 2차 일부 과목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현 제도가 정당한지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국가시험은 공정할 거란 착각. 하지만 과정이 공정하다면, 결과 역시 감수할 수 있다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위드 코로나 속 다이어트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기가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 2주 동안은 식사모임과 술자리가 많아질 때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스갯소리로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인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2년 간 지속된 코로나 세상에서, 다이어트는 더욱 중요하다. 바로 비만과 면역력의 관계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비만과 감염병의 연관성에 대한 리뷰(Review) 논문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감염병으로 생긴 만성 염증이 비만을 가속화 시키거나, 비만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과 감염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만성염증 증가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주요 기전이다. 과거 신증플루 유행 당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비만을 신종플루로 인한 입원과 사망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때 비만인 사람이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2.7배, 입원 확률은 2.9배 높았다. 지나친 비약일수 있지만, 지금의 시대에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나의 건강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어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느 단어는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요법만 봤을 때 실제 체중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약 1kg으로 미미하다. 의학적 관점인 비만 치료에서는 오히려 식이요법이 운동요법보다 중요하다. 여러 선행 연구에서 다이어트 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효과성은 8:2 또는 9:1의 비율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 둘을 병행할 경우, 효과성은 10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함께 하라고 말한다. 또 운동강도와 시간 중 무엇이 중요한지 궁금한 사람도 많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운동 시간이 강도보다 체중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가령 중등도 운동을 오래 하는 것이 고강도 운동을 짧게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전문가들은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중등도 운동을 일주일에 약 300분 정도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로 실외 활동을 못하다 보니 살이 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면 몸속 지방을 빼고 새해를 맞이해 보길 바란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1인가구의 건강관리 적신호

최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 기준 1인가구는 936만세대로 올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이 중 60대 이상의 1인가구 비율은 전체의 36.3%였으며, 젊은 세대인 2030세대는 32.2%다. 인구 고령화와 만혼이혼 증가가 고스란히 통계에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증가하는 1인가구는 사실 의사의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특히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는 급성기 질환 발병 시 대처나 건강관리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바로 돌연사의 주범인 심뇌혈관 질환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 질환에서 생존율을 결정하는 요소는 골든타임이다. 그러나 1인가구에서 이러한 질환이 발병했을 때, 119 신고나 심폐소생술 등의 신속한 대처가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치매다. 이전 시론에서 필자는 미래의 1인가구 치매환자에 대해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치매는 노인 단독가구에서 고독사 위험율을 크게 증가시킬뿐 아니라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1인가구의 건강문제는 비단 노인 단독가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청장년 단독가구 역시 앞선 문제들의 잠재적인 대상이며, 아울러 이들은 만성질환 및 정신건강 질환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의학 및 영양학을 중심으로 1인가구의 건강상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1인가구의 객관적 건강상태가 다인가구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건강관리에 있어 중요한 것은 먹을거리(喰)다. 1인가구는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배달음식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영양학적으로 집밥보다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배달업계가 호황을 맞을수록, 1인가구의 건강은 불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 밖에 마음 건강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1인가구는 아무래도 사회적 고립감, 외로움, 스트레스 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남성은 사회적 고립감, 여성은 외로움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최근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1인가구는 건강관리에 소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나쁜 습관은 절제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건강한 먹거리로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중증외상환자 치료할 의사가 없어진다

인간의 몸에 흐르고 있는 혈액량은 어느 정도일까? 30kg 어린이의 경우 2리터 정도이고 성인의 경우 4~6리터다. 그 중 20% 이상이 빠져나가면 생명이 위독하고 30% 정도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2리터의 출혈로 목숨을 잃게 되고, 시간으로 따지면 수십 분에서 수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는 기회라도 있다는 뜻이다. 적절한 치료란 응급수술이나 혈관조영술과 같은 지혈과정으로 이를 위해서는 외상외과 의사, 수술실, 집중치료실, 혈관조영팀, 마취팀 등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개별 병원들 입장에서는 하루에 몇 명 되지 않는 이런 중증환자들을 위해 공간을 비워두고 인건비를 주는 것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는 2012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인력에 대한 지원을 하며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권역외상센터에는 외상외과 의사가 부족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인천권역외상센터의 경우 그나마 여건이 낫지만 일부 병원의 경우 외상외과 의사가 3~4명인 곳들이 있다. 그런 곳은 한 달에 24시간 당직 근무를 8~10번을 서야 하는데 의사들의 경우 당직이 끝나더라도 회진이나 컨퍼런스들로 바로 퇴근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지원자는 거의 없고 이미 일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는 걸까? 외상외과의사가 되려면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외과나 흉부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에야 시작할 수 있고, 외상세부전문의 과정이 추가로 필요한 전문적인 분야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건비가 대학병원의 초임 전문의들에 비해서는 적지 않지만, 경력이 누적되고 시간이 지나도 지원금의 변화가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밤과 주말에 병원에서 전공의 없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들이 견디기 어려워진다. 병원 입장에서는 초기에 시설과 장비에 대한 지원이 있었지만 외상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제약 때문에 손해라고 느끼고, 장비가 노후화되어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추가로 구매할 수가 없다. 이러다보니 외상외과 의사들은 병원 내에서도 계륵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된다. 의대생이나 초임 의사들에게 외과나 흉부외과는 대표적인 기피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외상외과는 그 얼마 안되는 외과나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가장 하기 싫은 파트로 인식되고 있다. 정년까지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며 언제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르는 불안함에,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들을 겪으며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죽을 수 있었던 환자를 살릴 때의 보람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만으로 그들을 데려올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지원으로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과 규모를 바꿔야 한다.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이병원 저병원 떠돌다가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인천시론] 친환경, 알고 행동하는 만큼 변하는 이치

넘쳐나는 친환경의 시대를 사는 우리다. 친환경 제품먹거리소비주거환경에너지자동차기업 등 다양하고 다채롭다. 나아가서는 우리의 생활 자체가 친환경인지 따지며 어쩌면 친환경적인 인간형까지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낱낱이 헤아릴 수 있는 친환경의 영역 말고도 친환경에 대한 주체로 보면 개인에서부터 공동체(지역사회), 기업, 정부나 국가 차원까지 폭넓다. 개인이라면 꼼꼼한 쓰레기 분리배출서부터 친환경 제품먹거리를 이용하며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전기를 절약하는 등의 친환경 생활을 말할 수 있다. 기업은 ESG경영이 핵심을 이룰 것이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경영체계(Governance)를 축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친환경이 붙은 산업, 국토개발과 도시환경, 에너지, 생산소비체계를 정책적제도적으로 주도하거나 재정까지 포함해 지원하는 역할이 있다. 그런데 최근 친환경과 관련해 단순한 문장 하나가 내게 큰 공명을 일으켰다.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재료)는 없다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물질, 일상으로 사용하는 물질 대부분이 결국 어떻게든 지구 생태계에는 부담된다는 뜻이다. 필자에게는 모두 친환경을 말하지만 정작 지구 생태환경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됐다. 과장과 착각으로 포장된 친환경적인 위안자부심이 찢겨나가는 순간이었다. 친환경도 친환경 나름, 많은 것 가운데 옥석을 가려야 하고 진위를 따져야겠다. 지금처럼 먹고 마시며 쓰고 버리는 방식으로는 무엇을 해도 진정한 친환경이기 어렵다. 프랑스의 환경운동가 비 존슨은 새로운 5R 실천법을 역설한다. 기존 자원순환운동의 개념으로 소개됐던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ing(재활용)에 Reject(거절하기)와 Rot(썩히기)를 덧붙였다. 여기에서 핵심은 우리는 원치 않는 것에 대해, 필요 없는 것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사고 쓰며 마지막에 버릴 때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할 것인가에 엄격한 행동규칙을 견지해야 한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권리를 적극 행사하자. 수리권(쓰던 제품을 언제든 편리하게 수리받을 권리), 쓰레기를 사지 않을 권리,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권리, 반환경적 기업에 항의할 권리 등이다. 무늬만 친환경, 가짜 친환경, 또 다른 이익추구 수단일 뿐인 친환경 마케팅, 그리고 정부정책이나 공공영역에서의 그것들을 배격하고 응징해야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저서에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다. 필자는 이를 받아 아는 만큼 보이고 행동하는 만큼 느낀다. 그리고 알고 행동하는 만큼 변한다고 하고 싶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환경호르몬의 홍수

어쩌면 환경호르몬이란 건 맛있는게 아닐까?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극중 한호열 상병이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일명 뽀글이 라면을 먹으며 했던 대사다. D.P.가 흥행을 하며 뽀글이 라면에서 정말 환경호르몬이 나올까라는 의문도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다행히도 질문의 정답은 검출되지 않는다로 판명났지만, 사실 환경호르몬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아주 쉽게 접하며 또한 노출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정상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이 아닌, 외부 화학물질이 신체에서 호르몬처럼 작용을 한다고 해 이렇게 명명했다. 또 다른 명칭으로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이 이름이 조금 더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67종의 화학물질을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물질은 비스페놀A, 벤조피렌, 프탈레이트 등이 있다. 이 물질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 통조림 캔, 영수증, 비닐 등에 사용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에 무방비로 노출해 있는 셈이다. 이미 연구를 통해 비스페놀A가 들어간 영수증을 손으로 만질 경우 피부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다른 연구에서는 비스페놀A가 사람 10명 중 9명에서 검출되고 있다고도 보고했다. 그렇다면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러 연구를 통해 환경호르몬은 생식기능 이상, 발암, 비만, 뇌발달, 당뇨병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필자 또한 환경호르몬에 관심이 많아 직접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실제로 환경호르몬은 신체에 지방간을 유발했고, 동물실험에서는 이에 노출된 모체의 자손들은 뇌발달이 저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혀진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희망적으로 들리진 않지만, 우리는 이미 환경호르몬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이를 없던 일로 되돌리기는 힘들다. 뇌출혈이 갑자기 오는 것처럼, 환경호르몬 또한 수년 수십년에 걸쳐 누적된 문제점들이 터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이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환경호르몬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인천시는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해 관내 대학병원 장례식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환경 친화도시를 위한 활동의 일환이었지만, 이러한 사회적 논의야 말로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건강 친화도시의 시발점일 것이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목적에 맞는 최선의 방법인가 ‘CCTV 유감’

지난 8월31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환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의료계는 의사가 사고 및 분쟁에 대비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수술만 하게 되어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률을 떨어뜨리고, 응급이나 중환자가 상급 병원으로 쏠리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증가하고, 외과 전문의의 지원 기피를 초래한다며 다른 대책을 요구했다. 세계에도 전례가 없다며, 극소수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을 막으려다 오히려 갈등만 조장해 소송을 증가시키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줄인다고 소탐대실을 우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그동안 의료사고를 당해도 증거가 없어 패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자격 의사의 시술 등을 방지하고, 영상이 분쟁을 해결하고 의사의 무죄를 입증해줄 증거 자료도 될 수 있다며 환영했다. 지난 2015년 일부 보육교사의 폭행이 문제가 되면서 교사의 사생활 보호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며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했다. 물론 CCTV 설치만이 개인 권익이나 공익을 보호하는 만능의 방법은 아니다. LH 직원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잡는다고 책상마다 CCTV를 설치하다간, 기밀 노출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것이다. 목적마다 최적의 수단은 각기 다르다. 학교 앞에 CCTV가 있어도 부모는 여전히 건널목에서 깃발을 들고, 고위공직자 재산등록도 투기를 방지한다. 엄격한 윤리의식과 자율규제만 있더라도 수술실 입구 위 CCTV 설치로 비행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전문 영역도 여론으로 미는 입법에 의사들은 뒤늦은 회한으로 씁쓸했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 권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는 논리라면, 의식 잃은 한 환자를 위한 수술실 CCTV 보다 수천만 주권의식이 담긴 투표함 감시 CCTV 설치가 더 시급하겠다. 그렇지만 작년 총선에선 전국 사전투표소에 그나마 있던 CCTV도 종이로 가렸다고 뒷말이 많던 걸 보면, 정부는 있어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경우를 없게 하고, 2년 유예기간 동안 미비점을 보완할 운영 규칙을 모색해야 한다. 아이에게 사랑을 전제로 한 꾸지람도 필요하듯 사회를 유지하는 법질서가 필요하지만, 통제하고 감시하는 법 제정만으로 모든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행해지는 고난도 수술에 있어서, 차라리 CCTV 감시보다는 의사의 의욕을 진작시켜 소명감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려내는 것이 본래 목적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이지 않을까? 이흥우 해변문화사랑회 명예 이사장

[인천시론] 지속가능한 지구 위한 변화와 행동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렸었다. 이때에 각국 참여자들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심 내용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제한 목표를 1.5도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국제사회는 이를 위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변화와 행동을 위한 결전을 벌이고 있다. 지구적 위기탈출과 인류의 지속기능성을 높여야 하다는 절박함에서다. 인류의 해법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맞서 문제를 해결할 것(대응)이냐, 상황에 맞춰 살 것(적응)이냐다. 대응과 관련해서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거나 신재생에너지 확대하기, 탄소흡수원인 숲 가꾸기와 목재 사용 활성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포집과 저장 등이 제안된다. 적응에 대해서는 해수면 상등에 대비한 침수지역 보호, 보건의료체계 강화, 철저하게 깨끗한 물 관리계획 시행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밖에 대응과 적응을 넘나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세 부과가 있다. 이들 가운데 자연적인 탄소흡수원이자 공기정화기온조절장치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우선해서 주목을 받는다. 자연기반 탄소흡수원으로서 숲과 나무는 UNFCCC, IPCC 등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 1997년 발표된 교토의정서는 신규조림, 재조림, 산림경영을 탄소흡수의 중요한 수단으로 정의했다. 2015년 파리협정 제5조는 당사국은 협약 제4조 1항(d)에 언급된 바와 같이, 산림을 포함한 온실가스 흡수원 및 저장고를 적절히 보전하고 증진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오랫동안 지켜온 숲은 물론 무분별한 개발과 도시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필요하면 언제나 조절해 쓰는 내 맘대로 허리띠가 됐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 첨단 산업단지 조성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한다. 하기야 갯벌,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품는 곳. 숲보다 훨씬 오랫동안 저장하는 동시에 그 흡수 속도는 육지생태계보다 최대 50배나 빠르다는 존재. 허나 아직은 숲이나 마찬가지의 소모품 신세를 크게 면치는 못한 것 같은 그곳까지 이르고 보면 우리라는 사람들은 꽤나 태평해 보인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해야 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묶어놓겠다면서, 2050 탄소중립을 내세우지만 개발과 이익, 편리와 풍요라는 달콤한 옛 몽상에 취한 냄비 속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아닐지 매우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후위기 태풍이 그리 멀리 있지 않고 특정 어디, 누구에게만 국한한 것이 아니므로. 지영일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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