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등록문화재 제도 잘 활용되길

1960년대 어린이 시절에 몸이 약해 잔병치레를 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 손에 끌려 자주 다녔던 병원이 집에서 가까운 중구 경동의 자선소아과였다. 그때 원장님은 좋은 대학을 나와 외국 유학까지 한, 젊고 아주 실력이 좋은 의사라고 지역에 이름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 몸이 건강해지고, 중구를 벗어나 다른 동네로 이사까지 해서 이 병원을 찾을 일이 없이 수십 년을 보냈다. 다만 가끔 신포시장 주변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그 병원 앞을 지나며 옛일을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수년 전 어느 날 오랜만에 신포동에 나갔다가 이 병원이 건물째 없어지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들어선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골목을 잘못 찾았나 했다. 사실을 알고 나서는 엄청 큰 추억 하나가 가슴 속에서 쑥 빠져 사라진 듯한 허탈함이 찾아왔다. 그 시절 자선소아과를 다녔던 시민이 적지 않을 테니 이런 감정을 느낀 이가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인천시가 4건의 등록문화재 후보를 선정했다. 자유공원에 있는 100살이 훨씬 넘은 플라타너스 나무, 송학동의 옛 시장관사, 옛 수인선 협궤(狹軌) 증기기관차와 협궤 객차이다. 2019년 「시도 등록문화재 제도」가 생긴 뒤 인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등록문화재는 국보보물사적천연기념물중요민속자료 같은 지정문화재에는 못 미치지만 그 보존가치가 인정되는 건축물이나 문화예술작품역사유적 등의 근대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마구잡이 개발 사업이나 무관심에 떠밀려 속절없이 사라지는 일을 막기 위해 지정관리토록 한 것이다. 자선소아과가 인천 최초의 전문 소아과였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건물이 남아있었다면 그 대상이 될 만했을 것 같다. 이미 헐려 없어진 조일양조장이나 신일철공소, 비누공장 애경사 건물은 더욱 그렇다. 요즘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나 미쓰비시 줄사택이 그런 것처럼 철거냐 보존이냐 하는 논란은 앞으로도 곳곳에서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가치에 대한 평가는 보는 눈에 따라 얼마든 다를 수가 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찌 보면 아주 소중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조금이라도 보존 논란이 생긴 것이라면 없애기 전에 한번은 더 신중하게 시민들의 뜻을 물어보는 절차를 거쳤으면 한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문화도시, 문화시민다운 자세일 것이다. 무엇보다, 없애는 것은 언제든 없앨 수 있지만 일단 없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살려내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니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2차 가해 만연한 軍, 성역은 없다

특수부대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결전을 벌이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전 훈련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대결은 인간이 군생활을 통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예비역들이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진지한 진검승부를 벌이지만 그 안에는 대본도 없고, 특수효과도 없다. 오직 땀과 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감동인 거다. 어쩌면, 이 감동의 이면에는 20대 청춘을 온전히 군(軍)에 바친 그들의 숭고한 선택에 대한 리스펙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비역 신분임에도 아직까지 대한민국과 군에 대한 충성심을 오롯이 간직한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사건들이 군대를 사회적 공분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공군 부사관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국방부 시계가 거꾸로 도는 것이 아닌 아예 군부독재 시절의 그것에 멈춰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된다. 군대 내 성추행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범죄지만, 더 큰 문제는 그에 대한 군(軍)의 대처였다. 해당 부사관은 회식자리에서 선임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자 다음날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그 사이 주위 상관들은 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따르는 대신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라며 회유를 시도했고, 가해자는 용서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며 자해 협박을 하는 등 마치 맡겨놓은 물건 찾아가듯이 떳떳하게 합의를 강요하기도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군대용어로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 아사리판이 돼버린 것이다. 이후 회식을 함께한 상급자가 가해자를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하며 주변 상황이 가해자 중심으로 흘러갔고, 이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쫓겨나듯 다른 부대로 옮기게 됐다. 결국 해당 부사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루 동안 20만이 넘는 국민이 동의하자, 갑자기 국방부가 직접 나서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고, 해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속전속결로 청구되는 불쾌한 마법이 일어났다. 부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에 대해 엄벌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상명하복의 폐쇄적인 전근대적인 군대문화 뒤편에 숨어,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던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군이 현역 부사관을 죽음으로 내모는 순간에도, TV 속 예비역들은 소속 부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씁쓸한 현실, 부디 국방부에 걸린 시계를 아예 새로 교체하길 권한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고통 함께하는 국민에 감사해야

한반도에 살면서 겪어야 했던 시련의 역사 속에서 그를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 몸에 밴 것인지, 우리는 억압이나 피해에 반응하는 강한 DNA를 가진 듯한 행동이 많다. 이미 한국은 패배보다 승리가 많은 국가로 위상 또한 낮지 않다. 일부 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어 부러움을 사기도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위용을 뽐내고 있다. 부자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을 부러워하여 한국을 배우고 한국인과 사귀고 싶어 한다. 이쯤 되면 우리도 슬픔을 대범하게 승화해내는 DNA를 갖출 시기이다. 한국인은 타인의 한을 자신의 일인 양 동참하며 곧잘 함께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로 그런 국민이 있어 피해로 고통받는 자들이 힘을 낼 수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도 개선되어 간다. 국민의 동참은 같은 마음을 표출하는 화합으로, 화합은 사회 안정과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젠 사회가 변하고 있어, 아픔의 표출이나 그 동참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피해자의 아픔에 국민이 동참으로 화답한다면 피해자는 아픔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억울한 일에 동참해준 국민이 있어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면, 그런 국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일의 매듭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받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더 이상의 도움은 폐가 된다는 마음으로 시기를 보아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고 자신들의 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간 한국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건들에 온 국민이 함께 해왔다. 하지만 국민의 동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것은 적당한 때에 사태를 일단락짓는 모습일 것이다. 한 사건에 국민을 너무 오래 잡아두지 말고 일상으로 돌려보내, 국민이 피로해 하거나 불필요한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재해가 많은 일본도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천재가 아닌 인재도, 억울한 사건 사고도 많다. 역시 국민이 함께 피해자를 돕고 위로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의 조력을 사양하며 일단락되기를 원한다. 억울함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위한 타인의 도움이 폐가 된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슬퍼하면서도 일에 매듭을 지어 폐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함께 싸워주는 국민에게 맺고 끊는 행동을 보여야, 국민도 피해자와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돕는 타인에게 어떤 감사의 표현이 있어야 할지 한숨 돌려 생각해볼 대목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방재의 날

가정의 달인 5월은 필자에게 남다르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보다 어떤 재난이 닥칠까부터 걱정 한다. 정부는 자연재해 대비를 위해 5월15일 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5월25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여 종합점검을 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재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방재의식 제고를 위해 5월24일부터 5월28일 기간을 방재주간으로 운영한다. 필자는 사회의 첫발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에 디뎠다. 그것도 수자원국 하천계획과다. 첫 보직이 태풍과 홍수로부터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여름철 자연재해는 홍수와 태풍으로 점철된다. 재난역사를 보면 홍수로는 1925년 을축년대홍수가, 태풍은 1959년 태풍 사라가 우리에게 최대 피해를 안겨준 재난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1961년에 하천법을 제정하여 하천정비를 체계화했고, 1967년에 풍수해대책법(1995년에 자연재해대책법으로 전면 개정)을 제정하여 자연재난에 대비하기 시작하였다. 방재의 날은 풍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여 방재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하여 전국적 행사로 진행한다. 방재의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웃하고 있는 일본은 1923년 9월1일에 발생한 관동대지진을 계기로 매년 9월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고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다. 일본은 풍수해보다 지진이 빈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UN(국제연합)은 어떤가. UN에서 1989년 12월22일 총회가 열렸다. 매년 10월 둘째주 수요일을 세계자연재해 경감의 날로 지정하고 1990년을 자연재해 경감을 위한 10개년계획 기간으로 정했다. 대한민국도 UN 권고에 따라 1991년 9월17일에 UN에 가입하였고, 1994년에 우기철 이전에 풍수해 경감을 위하여 5월25일을 방재의 날로 지정했다. UN 산하에 UN-ISDR(재해경감을 위한 국제적 전략기구, 본부:스위스 제네바)이 있다. 동북아 국가들의 재해경감 활동 조정 및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사무소를 인천 송도 G-TOWER에 유치하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방재의 달이다. 가정의 달과 맞물려 재난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재난안전에 종사하는 관계기관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가정의 달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요망된다. 재난방송 주관사는 재난대비 대국민 행동요령을 자주 친절하게 방송해야 한다. 재난안전 종사자와 국민에게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일깨워 스스로가 내 나라, 내 가족은 내가 지키게 해야 한다. 자연재해 예방대비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재해의 1차 책무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나 자신부터 대비해야 한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신성한 땅 검단 밀려나나

다음 달 입주를 시작하는 인천 서구 검단(黔丹) 택지개발사업지구의 입주예정자들이 택지지구의 이름을 바꾸려 하고 있다. 검단지구 또는 검단신도시로 불리고 있는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에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새 이름 후보 투표에서는 아라신도시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경인아라뱃길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경인아라뱃길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라는 우리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말이다. 따라서 그 뜻은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그야 무엇이든, 검단이라는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로 이런저런 말들이 들린다. 이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닐 것이고, 주민들이 원한다면 지금의 이름을 고집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다만 검단으로서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에 섭섭함이 클 듯하다. 그 뜻 때문이다. 우리 옛말에 신(神)이나 그 정도로 신성하고 높은 존재를 뜻하던 이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에 따라 여러 변형을 만들어 냈다. 감, 검, 곰, 굼, 금, 고마, 가마, 가모, 거미, 거물 등이 그것이다. 북한에 있는 개마고원의 개마도 이에 해당한다.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도 이와 같아서 개마대산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신성하고 큰 산이라는 뜻이다. 현대 일본어에서 신(神)을 뜻하는 가미도 고대에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생긴 말로 본다. 이곳 검단의 검도 그렇다. 이 동네와 주변에서 지석묘가 많이 나오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흔적을 지닌 땅 이름들이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따라서 이 검은 순 우리말인데, 한자로 표현하면서 뜻과는 관계없이 발음이 같은 黔자를 썼다. 또 단(丹)은 마을이나 골짜기를 뜻하는 우리말 골을 나타낼 때 종종 쓴 한자이다. 그러니 이곳 검단은 골, 즉 신성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족장과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살면서 다스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신성한 땅인 것이다. 검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땅은 우리나라에 100여 곳이나 된다. 그 뜻은 이곳처럼 신성한 땅으로 해석되는 곳도 있고, 뒤(북쪽)에 있는 동네 등으로 달리 해석되는 곳도 있다. 어쨌든, 검단신도시는 머지않아 아라신도시나 또 다른 어떤 이름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러더라도 검단의 뜻만은 기억해 주면 좋겠다. 검단이 너무 서운해 하지 않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이제, 국방부의 시간

지난달 21일 한 장병이 SNS에 한 장의 도시락 사진을 올렸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밥과 반찬이라고는 몇 조각의 김치와 장아찌, 두스푼 정도의 닭볶음이 담긴 충격적인 비주얼은 흡사 1950년대 보릿고개 시절을 연상케 했다. 혹시 다이어트 식단인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장병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의무 격리되는 동안 제공받은 실제 도시락이라고 한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부대 장병들이 올린 SNS 속 사진과 경험담은 이게 과연 실화인가 싶을 만큼 더욱 처참했다. 밥에다 김과 햄이 전부인 도시락부터 장병 120명이 햄버거빵 60개를 일일이 쪼개 나눠먹었다는 글까지, 명색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20대 국군장병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며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격리 장병을 폐가 수준의 시설에 머물게 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더러운 이동식 간이화장실을 이용토록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과연 이게 군복무인지 포로생활인지 헷갈릴 지경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육군훈련소에서는 입소 후 3일간 양치와 샤워를 금지하고, 취침 시간에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마치 방역지침처럼 운영했다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뒤늦게 국방부가 지휘관 책임 하에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며 긴급점검에 나섰지만, 이미 친절하게 점검일자까지 예고해준 탓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사단장 오시는 날의 재림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육군훈련소가 지난 3일부터 기존의 과잉방역 조치를 철폐하기로 했다니, 늦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격리 시설에 대해 용변과 샤워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하니 이 부분은 지켜볼 일이다. 결국 SNS 속 도시락 사진이 불러온 나비효과로 국방부장관의 사과와 함께 후속 개선책까지 불러왔지만, 이번 논란이 남긴 뒷맛은 쓰다. 작금의 징병제 하에서 군복무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20대 청춘을 오롯이 국가에 헌신하는 청년들에게 제대로 대우해주기는커녕 SNS를 통해 대중 앞에 하소연하도록 만들었다는 현실이 씁쓸한 것이다. 이제 군도 변해야 한다. 과거 폭력이 일상화된 군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소원수리함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부모 세대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적극 항변하고 SNS로 공론화시킬 수 있는 인권감수성을 갖춘 신세대 장병의 시대가 온 것이다. 혹시 국방부의 시간은 아직 과거에 있는지, 그렇다면 당장 2021년 5월6일 현재로 맞출 것을 권한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잦은 법 개정은 ‘법치 파괴’

국회는 민의를 반영하여 법을 만드는 기관으로, 모든 국민이 국회가 만들어낸 법제도 하에서 일상을 영위해 간다. 그런데 그런 중차대한 입법행위가 졸속에 포퓰리즘적으로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며 현 정부 임기 내내 혼돈의 정국을 이어가고 있는데, 진정으로 해야 할 권력 개혁은 입법부일 것이다. 입법부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최고의 기관으로 검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입법부의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의 끝없는 요구에도 이를 이뤄내야 할 권한이 입법부에 있어 묵살되어 온 지 오래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민발안제 등의 도입으로, 국민의 선출직에 대한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만이 국가의 안정을 이루는 길이다. 자질이 부족한 자들의 국회 입성도, 끊임없는 소모적 정쟁도 국회의원의 권력 때문이다. 입법권뿐만 아니라 행정부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에서 보여주는 국회의원의 행태는 일반인들이라면 엄두 조차 못낼 것들 투성이다. 말 한번 잘 못하면 치명상을 입는 사회분위기 이지만 국회의원은 면책 특권을 내세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청문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명예 등을 훼손하는 언행도 서슴없이 한다. 국민이 그런 권한을 줬을 리 만무한 고압적 태도이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축소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임명직을 질타하며 선출직의 대표성을 말하는데, 과연 임명직보다 선출직을 더 신뢰하는 국민이 있을까 싶다. 국민이 뽑았다고 대표성이 있고, 임명되었다고 대표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다를 뿐이다. 오히려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선출되어 국민을 대표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선출직보다는, 능력과 노력으로 이뤄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직분을 수행하는 임명직을 국민은 더 신뢰할지도 모른다. 법이란 한번 만들어지면 오래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법은 조삼모사도 아니고 손바닥 뒤집듯 너무 쉽게 바뀌어 국민이 무슨 제도를 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부동산법도 세법도 그렇게 변덕스러울 수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법 탓에 온 국민이 집도 절도 없는 거지의 삶을 택해야 할 지경이다. 법을 쉽게 바꾼다는 것은 법의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으로 이를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가벼운 법을 국민이 얼마나 신뢰 할지 의문이 든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제물포고 이전 논란

고등학생이었던 1970년대에 모교인 동인천고는 제물포역 주변에, 선인재단 학교들과 붙어 있었다. 제물포고 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처음 그대로 동인천역 근처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동인천고는 제물포에 있고, 제물포고는 동인천에 있는 거야?라며 웃곤 했다. 그에 대한 해답과 제물포에 얽힌 사연은 그 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땅 이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제물포는 조선 초기 이래 지금의 중구 중앙동항동 일대에 있던 작은 포구였다. 그것이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로 크게 발전하면서 지금의 중구청을 중심으로 중동구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러니 1954년 자유공원 밑, 웃터골에서 문을 연 제물포고가 제물포라는 이름을 쓴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지금의 제물포역은 1963년 경인철도 숭의역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왜 이렇게 이름을 바꾸었는지는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기차를 이용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인천에 왔음을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려는 방안이었을 것이다. 이 이전에 있었던 축현역의 사례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1899년 경인철도 개통 당시 생긴 축현역은 그 뒤 상인천역을 거쳐 동인천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축현역이라고 하면 인천인지 몰라 그냥 지나쳐서는 종점인 인천역까지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당시 기록이 전하고 있다. 숭의역도 비슷한 이유에서 이름을 바꿨을 것 같다. 역에 인천이라는 말을 넣으면 좋겠지만 이미 인천역과 동인천역이 있으니 인천의 다른 이름으로 꽤 널리 알려진 제물포를 차선책으로 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제물포역 주변이 제물포인 것처럼 돼버렸지만, 진짜 제물포는 중구 일대인 것이다. 그 원조 제물포에 뿌리를 내리고 70여 년을 지내온 제물포고가 요즘 다시 송도로의 학교 이전 시비에 휘말렸다. 원도심의 학생 인구가 계속 줄어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교육청의 입장과 학교가 옮겨가면 원도심의 교육환경과 지역경제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어느 쪽이 더 옳은지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다만 교육을 수요와 공급만 따지는 시장(市場)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쉽다는 한 지역 인사의 지적은 무척 공감이 간다. 그나저나 만약 제물포고가 송도로 옮겨간다면, 그때는 왜 제물포고가 동인천에 있는 거야? 대신 왜 제물포고가 송도에 있는 거야?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길 것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대량생산’ 득보다 실이 큰 시대

나라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풍요의 시대를 맞이해 남아도는 물건이 처치 곤란인 시대가 되었다. 많은 물건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세계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뭐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지를 옮겨가며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여쉴새 없이 제품을 생산해낸다. 예전에 사기 힘들었던 물건들이 싼값에 나오니, 이게 웬 떡이냐며 너도나도 앞다퉈 구매한다. 인간의 욕심이 한이 없어 소화하지도 못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게 된다. 경품을 준다며, 하나에 하나를 더 준다며, 대량으로 사면 더 싸게 준다며, 인간의 소비욕구를 자극하여많은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 대량생산체제에는 많은 사람이 관계하여 그 시스템 속에서 돈벌이를 하며 생을 영위하게 된다. 국가도 그 시스템 덕에 유지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의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많은 사람의 생이 어려워지게 된다. 기업은 감원이나 해고 사태를 맞게 되고, 일자리는 줄어 안정된 사회시스템이 붕괴하게 된다.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 구조는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소비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물건의 질도 떨어져 물건에 대한 고마움도 잃게 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물건이 많아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다. 싸고 좋은 물건이 나쁠 것은 없지만, 싸고 좋은 줄 알았는데 싸기만 하고 좋지 않은 물건들이 범람하여,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고 있다. 전에는 명품을 사면 비난했는데, 아니 오히려 명품을 사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서 써보니 물건도 좋고 비싸니 아끼며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한다. 소비가 만족을 위한 행위라면, 싼 것 백 개 사느니 명품 하나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세상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가치 있는 소량생산을 추구해야 할 것 같다. 그간 사 모은 싸구려 물건들은 장소만 차지하고, 버리기도 그렇고 처치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 가졌던 외제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옷이든 가전제품이든 품질도 좋고 고장도 나지 않아 지금의 명품과도 같았다. 하지만 어느덧 그런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일본제품이든 한국제품이든 제조국이 바뀌면서 모양은 갖췄는데 질은 떨어져, 싼 게 비지떡이 되고 있다. 이제는 비싸도 좋으니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더 이상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을 아끼고 오래 간직할 물건을 구입하고 싶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수공통 전염병

코로나19 확진자가 1억명, 사망자가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221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온 걸 보면 전 세계적으로 확산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국가 차원의 방역조치와 국민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87번째(2021.1월 기준)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된 코로나19가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으로만 알려졌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밝히고, 병원체도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진 걸로 분석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야생동물들과의 접촉과 이들을 즐겨 먹는 식문화가 바이러스 전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렇듯 동물들과 사람 사이에 서로 전염되는 병원체에 의해서 일어나는 전염병을 인수공통 전염병이라 한다. 코로나19 창궐의 근본 원인은 환경파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1980년대 기후전문가들은 우리들의 환경파괴가 생물다양성파괴와 기후변화로 이어지고, 지구에 끼칠 영향의 심각성을 주장해 왔다. 산림파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짐승들이 마을로 넘어오면서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실제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벌목, 채굴 등 무차별 개발과 환경훼손으로 수많은 야생동물이 보금자리를 잃게 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그 결과 야생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인간에게 옮겨 왔다는 것이다. 에이즈는 원숭이를 식용으로 키우고 먹는 과정에서, 콩고의 괴질 바이러스인 에볼라는 에볼라 강변 원시림이 파괴되면서 야생동물이 마을로 침범하여 인간과 접촉하면서 생겨났다.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니파바이러스도 박쥐가 돼지를, 돼지가 사람을 전염시켰다. 이렇듯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 창궐 이면에는 항상 인간이 존재한다. 기후변화 역시 전염병을 확산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 2018년 10월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 상승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신종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임을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 지구의 위계와 생태계 질서가 혼돈상태이고 바이러스 전염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백신 개발이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코로나19 재앙 이후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주요국의 탄소 중립 선언이 가속화 되고 있다. 유엔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따라 2020년12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이 선언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의지도 담겼지만 야생동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복원시켜 사람이 사는 곳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 메시지가 더 강함을 알아야 한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깃대종에 쓰인 아름다운 우리 이름

인천시가 이달 말까지 다섯 종(種)의 깃대종을 뽑기로 하고 얼마 전 시민 설문조사를 끝냈다. 깃대종이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을 말한다. 설문조사에서 양서류 후보에는 금개구리, 맹꽁이, 도롱뇽이 명단에 올랐다. 식물 후보는 매화마름, 대청부채, 칠면초이다. 조류는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가 나섰다. 또 포유류 후보에는 점박이물범이, 무척추동물로는 흰발농게가 각각 단독 추천을 받았다. 이들 동식물은 모두 인천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인천을 주 서식지로 하는 종(種)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모두 깃대종이 될 만하고, 뽑히지 못한다고 해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해 최종 대상을 고를 방침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 내용의 줄기를 살짝 비낀 부분에서 더없이 감탄하게 되는 것이 후보들의 이름이다. 금개구리, 매화마름,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백로, 점박이물범, 흰발농게 이런 이름들을 들으면 직접 본 적이 없어도 그 모습이 대략 머리에 그려진다. 그리고 그 이름의 소박함과 정겨움에 싱긋 웃음을 짓게 된다. 어린 아이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런 동식물 이름은 이 밖에도 얼마든 찾을 수 있다. 부채꽃,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도요, 노랑눈썹멧새, 물방울풀, 끈끈이주걱, 할미꽃 정말이지 이런 이름들을 지은 우리의 생물학자들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어는 물론이고 라틴어 학명(學名)까지 공부하느라 꽤나 골치 아팠을 그들이 쉽고 예쁜 우리말 이름을 짓느라고 별도의 큰 수고를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외국어를 모르거나 한가해서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마음과 정성을 배우고 따랐으면 한다. 공공기관들은 더더욱 그렇다. 골든하버 프로젝트, 바이오 랩센트럴 사업, 메이커 스페이스 이런 이름들을 듣고 뭘 어쩌겠다는 말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말 대신 쉽고 고운 우리말 이름을 붙여보려고 잠깐이나마 고심을 해봤을까. 우리말로 이름을 붙이면 촌스럽고, 사업이 잘 안 풀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번 깃대종 선정 사업이 인천을 대표하는 동식물 선정뿐 아니라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학폭미투, ‘슬램덩크’ 정대만은 없다

1990년대 청소년들에게는 명작 슬램덩크가 있었다. 농구의 기본조차 모르던 풋내기 강백호가 진정한 바스켓맨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런데 또 하나의 감동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다. 중학MVP 출신인 정대만은 연습경기 중 불운의 부상을 입고 폭주족의 삶을 살며, 농구부원을 폭행하고 농구부를 없애고자 불량배들을 끌어들여 코트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등 철저히 농구를 증오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증오의 심연에는 깊은 애정이 있듯, 결국 정대만은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는 눈물 섞인 명대사를 날리며, 다시금 팀에 복귀한다. 이런 정대만의 눈부신 변화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재기하는 모든 이에게 큰 희망을 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만화 속 이야기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주인공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학폭미투의 바람이 매섭다. 프로배구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선수의 중학시절 학폭사실이 밝혀지며 촉발된 미투는 이제 야구나 축구와 같은 다른 스포츠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잘못으로 지금의 삶까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게 가혹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되는 학폭의 수위를 보면, 철부지 10대 시절 저지른 장난이나 실수로 보기에는 그 죄질이 너무 불량하다. 하지만 최근 학폭미투는 우리 체육계가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크다. 엘리트선수 중심의 육성시스템은 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와 같은 엄격한 서열화를 고착화했고, 성적만 좋다면 모든 게 용서되는 성적지상주의는 메달을 위해서는 얼차려나 막말같은 가혹행위조차 정당한 훈련으로 용납되는 고질적인 병폐를 만들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인권을 최우선가치로 두고 급변하고 있을 때, 체육계만은 기존의 악습을 답습하며 어린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해온 것이다. 그동안 체육계 스스로의 자정작용에 맡겨둔 결과 받아든 성적표는 참담했다. 이에 최근 정부와 지자체 주도하에 학폭 연루자에 대한 철저한 신상필벌과 체육인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각종 정책이 추진되며, 체육계에 일대변혁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아닌 사람이 문제다. 체육인 모두 라떼는 말이야는 생각부터 지워야 하는 것이다. 슬램덩크 속 정대만의 활약은 눈부시다. 하지만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는 분명 피해자가 존재하고, 그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반영되는 순간, 더 이상 만화가 아닌 다큐가 된다. 그러니 부디 만화는 만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즈음하여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정치를 맡기지만, 희망보다는 원성이 높다. 국민 일부의 지지만으로 선출됐지만 모든 국민의 대표인양 행세하고, 권한은 국민 일부만을 위해 행사한다. 표가 되지 않을 국민은 개혁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표가 될 국민만을 위한 국정운영을 택한다. 지지 세력은 감싸고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제거하거나 배척한다. 선거는 양 세력 간의 치열한 전쟁터로 변화하고, 끝나도 격렬했던 대립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의 독단을 법치라며 국민의 대립과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가 반복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도 표를 얻기 위한 이슈 영합의 포퓰리즘 정책만이 난무한다. 서울시민의 관심사가 부동산 등의 경제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되는 세상을 옹호라도 하듯, 모든 후보가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공약에 올인하고 있다. 서울에 집을 사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갖지 않았었는데 후회막급이다. 분수에 맞는 생활 따위는 정녕 무의미한 가치인가? 무슨 분수, 타인이 누리는데 나는 왜 못 누려, 나도 누리게 해달라는 요구에 정치인들이 서울에 오천만 호의 주택이라도 저렴하게 공급할 것 같은 자세인데, 정치의 섣부른 시장개입은 현 상황처럼 사태의 해결은커녕 혼란만을 초래한다. 진정으로 서울의 발전을 위한다면 한국 전체 속에서 서울을 그려야 한다. 전략적 관점에서도 많은 국민이 서울 수도권 한곳에 밀집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분쟁이 상존하는 시대에 분산 없는 집중은 위험천만하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서울을 어떻게 재편해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서울시장의 책무일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아까운 인생을 차 안에서 허비해야 하는 서울의 일상인데, 한국의 심장 서울을 좀 더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이 아니어도 일자리가 있고 문화적 삶을 누리며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지방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면 가능하다. 문화생활이 문제라면 문화생활을, 양질의 교육이 문제라면 양질의 교육을 보장할 수 있는 지방도시의 건설이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들과 협력하여 지방과의 균형 속에서 서울의 미래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없어져야 서울의 주택값도 안정될 것이다.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서울의 발전만을 말한다면 그것이 어디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가라 할 수 있겠는가?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의 노래

인천사랑고교동문연합회와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인천시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말 제5회 인천사랑음악회를 열었다. 해마다 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와서 함께 즐기던 음악회였지만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관중 행사로 열어야 했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얼마 전 편집 영상을 유튜브 방에 올려 시민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음악회의 주제는 우리들의 인천이었다. 출연진을 인천 출신 음악인들로 짰고, 나에게 인천이란?이라는 질문을 그들에게 던졌다. 또 될수록 인천과 관련된 노래를 공연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인천 출신 최영섭 선생이 작곡한 가곡 그리운 금강산, 테너 송근혁 씨가 음악회의 맨 끝에 부른 「미래의 도시 (인천)」, 그리고 널리 알려진 유행가 연안부두가 나왔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영상을 편집하는 동안 못내 아쉬웠다. 시민 누구나 잘 알고, 즐겨 부를 만한 인천의 노래가 딱히 없다는 점이 그랬다. 그리운 금강산은 인천을 노래한 것이 아니고, 미래의 도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부르기가 쉽지 않다. 고(故) 박경원 선생이 불러 월미도에 노래비도 서 있는 가요 「이별의 인천항」이 있다지만 너무 철 지난 노래라 젊은 층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그나마 김트리오가 부른 「연안부두」를 인천의 노래로 우선 손꼽을 만한데, 문제는 연안부두=인천이라는 등식(等式)을 세우기가 다소 곤란하다는 데 있다. 이는 연안부두라는 단어가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이기 때문이다. 바다나 강에 닿아 있는 육지가 연안(沿岸)이니, 이런 곳에 있는 부두라면 전국 어디에 있든 연안부두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근린공원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이 노래가 인천 연안부두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하고, 이 때문에 인천 연고 스포츠팀들의 응원가로도 오래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가사만으로는 인천을 노래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른 지역 응원가로 불린다는 부산 갈매기나 유명한 가요 서울 서울 서울 같은 노래만큼의 확실한 정체성(正體性)을 갖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예전에 시가 몇 번 시도했지만 시대착오적이어서 시민들의 호응을 전혀 얻지 못한 관제(官製) 인천노래 만들기를 또 할 필요는 결코 없다. 코로나19로 온통 난리인 판에도 신경을 써야 할 만큼 시급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언제이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 어디서나 흥얼거리고, 또 함께 부를 수 있는 확실한 인천의 노래가 생기기를 기다려 볼 뿐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영아 살해, 우린 왜 분노하는가

1930년대까지 일본에는 마비키(間引き)라는 풍습이 있었다. 마비키의 사전적 의미는 솎아낸다지만, 현실에서는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이른바 키울 아이만 남겨두고 나머지 아이는 속아낸다(죽인다)는 끔찍한 악습을 뜻한다. 당시 일본사회는 7세 이하의 아이들은 신의 아이라고 하여, 마비키 역시 영아살해가 아닌 단지 신에게 아이를 반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마비키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하나의 성스러운 전통처럼 이어져 온 것이다. 아무런 저항능력도 없는 영아를 부모의 필요에 의해 살해하고, 그에 대해 단죄하지 않는 사회, 이를 가리켜 야만의 시대라 부를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현대판 마비키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아닌 극도의 낮은 법정형을 통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빌라의 건물 사이에서 탯줄과 태반도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꽁꽁 얼어 있던 여아의 사체가 발견됐다. 수사 결과 해당 빌라의 4층에 살던 친모가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곧바로 창밖에 던져 숨지게 한 것이었다. 이토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친모에 대한 처벌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애당초 영아살해에 대한 낮은 법정형 때문이다. 영아 살해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그 하한이 없다. 그렇다 보니 최저 법정형인 1개월 징역은 물론 집행유예 가능성도 크다.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인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중형과 비교된다. 실제 지난 2019년 아이를 낳자마자 변기에 집어넣어 숨지게 한 친모와, 갓 출산한 영아를 이불로 싸서 살해한 친모 모두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또한 우리 형법은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를 전제로 영아살해를 인정하고 있다. 혼외자 출산이나 경제적 어려움, 출산 직후 산모의 일시적인 정신이상만 있어도, 영아살해의 큰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이는 영아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인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이다. 영아가 자라 아동이 된다. 우리 사회가 정인양 사건에 대한 공범의식을 갖는 건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진작에 바꾸지 않았다는 원죄 때문이다. 영아살해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경제적 이유와 같은 비겁한 변명은 통하지 않도록 법정형을 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정부의 철저한 보호 아래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돕고, 이후 입양을 통해 좋은 부모와 맺어주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시급하다. 현대판 마비키, 이제 그만 끝내자.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책임지는 정부만이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우리는 왜구의 약탈,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와 같이, 한 나라에 반복적인 침략을 당하면서 응징은커녕 막아내지도 못했다. 형언할 수 없는 피해와 치욕에도 늘 대비는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국가가 같은 피해를 반복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하는 원인을 되돌아보고 대외정책을 바꿔 다시는 넘보지 못할 국가로 거듭나야 하는데, 침략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비난하는 일에 매달리며, 유비무환의 구체적인 방법은 취하지 않았다. 침략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반복되는 침략을 막을 수 없음은 우리의 역사가 말해 준다. 국민의 혈세로 호의호식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가수호와 국민보호이다. 그렇다면 외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침략도 용서할 수 없지만, 대비 못 한 정부 또한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이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으니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 늘 빗겨서 있다. 정부의 행위는 국민을 대표하여 행하는 것이기에 한국 정부가 응해 체결한 한일 간의 협정이나 합의에도 잘못이 있다면, 정부의 책임이 먼저이다. 정부가 국가를 대표하는 행위에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일체의 외교행위는 중지해야 한다. 정부가 한일 문제에 소 잃고 외양간을 한 번이라도 고쳤다면 양국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디 세계의 약소국을 침탈한 나라가 한두 곳뿐이고, 불공정한 국제관계가 하루 이틀 일이더냐? 서양의 많은 나라가 타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빼앗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문명마저 없애는 역사의 반복이었다. 각 대륙의 원주민은 그저 박물관의 유물처럼 흔적 정도로 일부 남아 있고, 잉카제국은 자취만 남긴 채 사라지고 없다. 어느 강대국의 위정자들도 주변국을 괴롭히지 않은 적은 없다. 일본이 군사강국의 반열에 올라 주변국을 탐한 것도 세계사의 흔한 광경이다. 강대국들은 죄를 지어도 배상이나 사과 등으로 수습되고 다시 국력을 회복해 강대국 대열에 합류한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침략은 위정자들의 야욕이 빚은 행위이지만, 국민에게 감당할 만한 힘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민에 의해 창출된 국력을 위정자들이 침략에 동원하는 것이다. 국력 없이는 위정자들의 만행도 자행될 리 없다. 경쟁력 있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국민이다. 국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우고, 바른 정치가를 뽑는 국민이 돼야 한다. 우리는 그런 국민으로 살고 있는가?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행정안전부 비즈니스를 살펴보자

신축년(辛丑年)인 2021년 화두로 재난안전을 꼽고 싶다. 코로나19 확진의 확산, 이산화탄소 증가에 기인한 기상변화 등 미래의 재난은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중에서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부처는 행정안전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정부조직법을 개정(2017.7.26)했다. 국가 재난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안전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 연계가 가능하도록 국민안전처와 행정자치부를 통합하여 행정안전부를 신설했다. 2021년은 행정안전부가 5년차에 접어든다. 이제는 사후관리정책에서 사전예방에 치중하는 방재행정을 펼쳐 나가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예산편성내용에서 거듭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 예산이 사전단계인 예방, 대비 위주로 편성돼 있다. 사업비가 5조3천72억원이다. 2020년 예산 대비 무려 80%가 증액됐다. 예방적 재난안전 관리, 디지털 뉴딜, 지역경제활력사업 등을 중점 추진한다.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SOC 사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특히 어린이 안전 강화 등에 1조8천500억원을 확보했다. 태풍과 집중호우에 취약한 재해위험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풍수해 생활권 등을 정비하기 위한 예산을 대폭 증액 편성했다. 도로교통법 개정(민식이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시설개선(520개소) 및 신호등(4천540개소)을 추가로 설치한다. 어린이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해인이법)을 근거로 어린이 이용시설 종사자 7만명에게 행정안전부가 직접 안전교육을 시킨다. 재난대책비(재난에 대비한 예비비 성격)도 선제적으로 대폭 증액했다. 자연재난으로 인명, 주택 등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복구비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둔치주차장 알림시스템을 구축한다. 2021년에 90개소, 2022년에 90개소등 180개소를 설치한다. 디지털 뉴딜사업을 정부혁신으로 추진하기 위해 1조1천900억원이 편성되었다. 5G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 신분증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도입된다. 지역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예산도 증액됐다. 내실있는 마을기업 육성, 청년마을 운영, 지역주도형 청년 및 방역일자리 사업 등에 2천780억원을 확보했다. 진영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한국판 뉴딜 추진과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2021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에서도 본 취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함께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다시 문 연 소래포구 어시장 높이 솟기를

2017년 큰 불이 나서 문을 닫았던 소래포구 어시장이 지난 22일 다시 문을 열었다. 새로 깨끗한 건물을 지었으니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어시장이 있는 소래는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싱싱한 생선이나 젓갈을 사려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이름의 유래는 널리 잘못 알려져 있다. 소래는 흔히 고대 신라의 3국 통일전쟁 과정에서 중국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군사를 이끌고 황해를 건너와 이곳에 주둔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해석한다. 소정방(蘇:소)이 왔다(來:래)는 뜻이라는 말이다. 하지만『삼국사기』만 봐도 소정방이 당시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기록은「김유신 열전(列傳)」의 이런 대목이다. 이때 당나라에 갔던 파진찬 김인문이 대장군 소정방유백영과 함께 군사 13만을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 덕적도에 도착했다. (중략) 태자가 덕적도로 와 소정방을 만나자 그는 태자에게 나는 바다로 가고, 태자는 육지로 가서 7월10일에 백제의 서울 사비성에서 만납시다라고 하였다. 태자가 돌아와 왕에게 고하니 왕은 장병들을 거느리고 사라정(괴산 부근)에 들어섰다. 소정방 등은 연해를 따라 (금강 하구) 기벌포에 들어왔다. 이를 보면 소정방은 인천앞바다 덕적도에서 바다를 통해 바로 기벌포에 도착했으며, 소래에는 오지 않았음이 분명히 확인된다. 소래는 소정방 때문에 생긴 이름이 아닌 것이다. 소래에 대한 해석은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 가장 타당한 것은 소래가 높은 곳이나 산(山) 또는 맨 꼭대기를 뜻하는 말 수리의 발음이 바뀐 것이라 보는 해석이다. 수리는 고구려어에 나온 순 우리말로, 지금도 머리의 맨 위를 뜻하는 정수리나 하늘을 높이 나는 독수리 등의 단어에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수리봉, 수리산, 수리고개 같은 이름도 여기서 생겼다. 그런데 이 수리는 지역에 따라 사라, 사리, 서리, 소리, 살, 쌀, 설, 솔, 수락, 술, 시루, 수레, 싸리 등의 다양한 변형을 갖고 있으며, 소래도 그 중 하나다. 주변에 오봉산 등 산이 많아 수리라 불리던 동네 이름이 발음이 바뀌어 소래가 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한자 이름 蘇萊는 한자의 뜻과는 아무 관계없이 그 소리만을 빌려 쓴 음차(音借) 표기일 뿐이다. 새로 문을 연 어시장의 명성이 소래의 뜻처럼 다시 높이 솟기를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성탄 전야, 산타는 있다

성야(聖夜)로 물든 거리,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성탄절의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흥겨운 캐럴조차 찬송가마냥 엄숙하게 들리는 지금, 그럼에도 오늘이 성탄 전야임을 느낄 수 있는 건, 어쩌면 밤새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다른 한켠에서는 산타가 아닌 양육비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온갖 쟁송에 휘말리며 고군분투한 어른들도 함께 있었다. 바로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던 배드파더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양육비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던 시절, 배드파더스는 양육비가 사인간 단순 채권채무관계가 아닌 아이의 생존권과 직결되었음을 주장하며, 이 문제를 사회의 중심의제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난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는 쾌거를 이루게 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입법까지 이어진 상향식 입법의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가정법원에서 감치명령을 받은 양육비 채무자가 1년 이내에 돈을 주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도록 해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했다. 또한 여가부장관이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직권으로 법무부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해외여행 다닐 돈은 있어도 양육비 줄 돈은 없다던 일부 파렴치한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도록 했다. 특히 초유의 관심사였던 신상공개 역시도 여가부 주도 하에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무조건 신상이 공개되는 것이 아닌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3개월 이상의 소명 기회를 주고, 그 소명이 타당한지 위원회의 판단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신상공개의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했다.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 가정의 78.8%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여가부,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속에서, 이번 개정안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는 법이 시행되는 내년 6~7월까지는 존속해야 하겠지만 신상공개가 원활하게 운영되면 배드파더스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사이트를 폐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치 임무를 완수한 노병이 전장을 떠나듯, 그간의 공(功)은 모두 입법부에 돌린 채 미련 없이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 사뭇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성탄 전야, 적어도 올해만큼은 양육비라는 선물을 가득 안고 온 산타가 있어 다행이다. 배드파더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애국하는 직업 따로 두지 않는 것이 공정사회

현대인의 직업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직업 선택이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진 상황에서, 병역의 의무를 제외한 그 어떤 직업도 희생과 봉사가 따르니 특별한 혜택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도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도, 많은 이가 꺼리는 3D 업종도 마찬가지이다. 선호도는 있을지언정 가치 없는 직업은 없다. 국민이 지배당하는 시대에는 지배 조직이 담당하는 일을 일반인의 일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공무로 여겨, 국가가 예우하며 애국으로마저 치부해 왔다. 국가를 위해 애국하는 직업이 따로 규정되어 법으로 보장된 계급, 신분 사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만인이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로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는다. 국민이 수행하는 모든 일은 사회 기여나 애국 면에서 같은 선상에서 움직인다. 장관, 국회의원, 법조인, 교직자, 성직자 등이 가져야 할 도덕적 양심도 일반 국민과 같으면 된다. 청문회에 오르는 자보다 나의 도덕적 양심이 낮아도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직종에 관계없이 강자든 약자든,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위정자나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애국하며 가치 있는 직업이 따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자신을 희생하며 살다 국립묘지에라도 가야 할 고된 직업인이 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달리 행복이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희생과 봉사가 따르는 일을 선택한다 해도,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그에 애국의 가치를 들이댈 이유는 없다. 국가의 독립이나 전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국민 모두 두고두고 그 뜻을 기리며 감사해야 하는 애국자가 있었다. 지금은 시대 상황이 다르다. 애국하는 직업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고루한 사고이다. 애국의 형태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으로, 이미 애국은 국민 개개인이 보이는 행위의 결과로 규정해야지 직업의 종류로 규정할 수 없는 시대이다. 애국자는 있어도 애국하는 직업은 없다. 한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에 찬반여론이 많았는데, 이미 장례문화도 바뀌었고, 직종별 차별도 해소함이 마땅할 터, 제도 유지가 필요하다면 희생과 봉사가 현격하여 이를 기릴 필요가 있는 개인의 경우로 한정함이 옳아 보인다. 연금이나 기타 후생 복지 등의 국가가 행하는 어떤 제도에도 특별한 계층을 두는 것은 공정사회를 헤칠 수 있어 개선해 감이 시대의 요구일 것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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