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다음엔 장담 못 할 수도

[사설] ‘3호선 연장’ 거짓 공약, 폭탄 돌리기 시작인가

먼저 경기남부광역철도사업의 가상 노선을 보자. 서울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한다. 수서역, 성남판교, 용인 신봉·성복, 수원 광교, 화성 봉담에 이른다. 혜택을 받는 지역민이 138만명 정도도 추산된다. 당초 염원했던 건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성격이 강하다. 2023년 2월 공개적인 협약식도 있었다. 4개 지역 시장과 김동연 지사가 참석했다. 이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의 목소리가 컸다. 2024년 11월부터 김 지사 책임을 말했다. 경기도가 사업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을 따졌다. 4개 시와 협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선순위 3개 사업과의 용역 결과 비교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간의 충돌도 있었다. 용인시와 경기도 공무원이 회의장에서 벌인 푯말 싸움이다. 갈등은 해당 지역민에게 알려졌고, 결국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경기도에 올라왔다. 김동연 지사의 답변이 7일 있었다. “(관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시∙군이 건의한 모든 사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건의 시기는 2024년 2월과 5월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이 된 3개 사업 우선순위는 그 후 결정됐다. 김 지사는 이 결정이 정부의 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전국 광역지자체에 내렸다는 지침이다. 사업 중 우선순위 3개 사업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도의 무성의만 탓할 수 있을까. 도는 남부광역철도 사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우선 사업 분류는 경기도가 만든 절차가 아니다. 국토부가 ‘3개 사업 선택’을 명했고, 도는 이에 따랐을 뿐이다. 앞서 이상일 시장은 경기도의 성의 부족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런 주장이 해당 지역의 정서적 반발을 키운 측면이 있다. 침소봉대된 부분이 있고 사업 지연의 책임을 도에 넘기려는 용인시의 정치적 셈법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경기도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40개 사업을 올렸고, 3개 우선 사업 선정을 요구받았고,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 김 지사는 7일 답변에서 “(국토부의) 부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는 전략적인 논의를 거쳐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선사업 최종 결정은 경기도가 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남부광역철도 사업은 빠졌고, GTX-플러스안이 들어갔다. GTX는 김 지사의 공약 맞다. 이상일 시장 주장에 이런 게 있다. “12조5천억원을 투입해 49만명이 혜택을 받고(GTX-플러스), 5조2천억원을 투자해 138만명이 수혜를 입는 사업(남부광역철도)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성이 있는가.” 시의 대표자로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김 지사는 답변에서 “왜곡된 정보로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한다”고 했는데 글쎄다. 어떤 정보가 왜곡됐다는 것인지, 어떤 분란이 불필요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책임 폭탄 돌리기다. 시는 경기도 탓하고, 경기도는 국토부 탓한다. 아마 2026년 선거까지 이럴 거 같다. 그 출발점을 역산하는 건 어렵지 않다. 2022년 선거판에 뿌린 거짓말 공약이 있다. 그 ‘3호선 연장’이 시작이었다.

[지지대] 약속의 무게

얼마 전 ‘약속’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맺을 약(約)에 약속할 속(束)을 쓰고, ‘남과 앞으로의 무엇인가를 그렇게 하기로 정해둔 내용’을 뜻하는 말이라고 나왔다. 이 약속이란 단어, 참 신기한 습성을 가졌다. 말로 한 약속은 ‘언약’이라 불리고, 맹세하며 약속하는 일에는 혼인이나 사랑 같은 소위 달달한 단어가 따라 붙어 ‘서약’이라 불린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개인 등 쌍방이 일정한 규정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로 하는 일에는 법률적 효력이 생겨 ‘계약’이 된다. 이 외에도 상약, 면약, 기약, 가약 등 다양한 약속을 이르는 단어들이 존재 한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약속 중 하나인 ‘공약’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로 정치인이 하는 약속으로 여겨지다 보니 이상하리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 붙어 ‘공약(空約)’으로 느껴지곤 한다. 지난해 12월13일 경기도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이 사직서를 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시끄러울 때였다. 대통령 탄핵 표결 투표함마저 열지 못한 뒤 화력을 모으려던 민주당의 의원총회장에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신상 발언을 불허해 막았다. 벌써 여러번 막혔다’고 했다. 지역구 의원의 갑작스런 사직. ‘비례도 아닌 지역구 의원 아니냐’고 하자 그제야 ‘주민들이 이런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처음으로 주민을 입에 담았다. 그런 그가 다시 입장을 냈다. 사직서는 ‘비상계엄을 사회적 혼란 정도로 표현한 경기도의회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고…(중략)신상발언 불허에 대한 좌절 표현’이었다며 이를 철회했다고 했다. 오해가 풀려서라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즉시 국회로 달려갔고, 의장은 늦은밤 의회로 와 의장실을 지키며 도지사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회적 혼란 정도로 여긴 이는 없다. 혹여나 이를 사회적 혼란이라 여기거나 그리 표현했다 한들 그것이 진정 주민과의 약속을 내던져도 될 사유가 될까. 주민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그 전에 대화를 나눌 순 없었을까. 그의 입장문 말미 이런 약속이 담겼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시민들의 선택을 호소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이번에는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정치인의 약속을 약속으로 보지 않는 상황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경기시론] 탄핵 정국·북미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미래

2024년 12월3일 밤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언되고 이후 대통령 탄핵, 권한대행 탄핵, 다음 순위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란, 외환 등의 죄목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놓고 국가기관 공권력 간에 대치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 나라가 헌법, 법률보다도 현실적 힘이 더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권력 게임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자칫 내란을 넘어 내전으로까지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국민 대다수는 헌법과 법률의 정당한 집행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정치 시스템의 안정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신속히 이뤄지길 바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자가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경우 이를 용납하지 않는 역사를 여러 차례 보여 왔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실현 역량은 가히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만큼 이번 국난도 능히 극복해 낼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우리를 크게 우려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이번 사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타격으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황폐하게 된 중에 다음 수순으로 북한과 연동해 한반도에서 대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건 남한과 북한 모두에 걸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대격동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제질서의 흐름을 볼 때 이것을 지나친 염려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를 두고 세기적 선거가 될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의 말에서 비단 선거만 세기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 패권 질서의 변화도 세기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는 20일 그의 취임일 이전에 벌써 세계질서는 변화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 전쟁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조만간 휴전협정을 선언할 듯한 분위기다. 물밑에서 그리고 뒤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두 지역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음은 어디일까. 바로 한반도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얼마 전 자신의 특임대사로 리처드 그레넬을 임명했는데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을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는 김정은에 대한 대화 신호로 읽힌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과 독일은 북한에 손을 뻗기 시작했고 이에 자극받은 인도 모디 총리는 그동안 휴면 상태에 빠졌던 인도의 북한 대사관을 가동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에게 북한은 비즈니스적으로 관심 국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물밑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움직임은 돈의 흐름의 조짐을 암시한다 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한 만큼 미국에 활력을 넣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그의 취임 이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대대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종전선언은 가장 적합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을 지렛대로 삼은 상태에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를 대대적인 미국 및 세계 자본의 투자 거점으로 삼아 중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의 트럼프와 한배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존 미어샤이머라는 세계적인 석학의 주장이 실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던져진 시급한 과제는 먼저 탄핵 정국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 구현 역량 위에 남북 간의 관계를 평화와 화해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북미 종전선언 후 펼쳐질 세계질서의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때 그 무엇보다도 평화경제가 경제성장 및 번영의 활로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단, 기존에 언급되던 평화경제를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할 필요는 있다.

[천자춘추] 도제학교, 청년실업 새로운 해법

청년실업과 기술 인재 부족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과제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긍정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선진국형 직업교육 모델이다. 현재 경기도 관내 20개 특성화고와 476개 기업이 참여하며 약 1천20명의 학생이 도제교육에 임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기초이론과 실습교육(OFF-JT)을, 기업에서는 현장 전문가로부터 심화기술교육(OJT)을 배우며 현장성을 갖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월 40만~60만원의 훈련비 지원, 노트북 지급, 자격증 취득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도제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단순 현장실습과 달리 학습근로자로 인정받으며 전문적인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청년들이 졸업 후 일자리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술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생 모델로 평가된다. 유럽의 도제교육이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도제학교도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이를 더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학교와 기업 간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둘째, 참여 기업의 다양성을 확대해 더 많은 직업군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이 취업 후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P-TECH, 재직자 특별전형 등 후속 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내 도제학교는 전기전자, 소프트웨어(SW) 개발, 기계, 자동차정비, 세무회계, 헤어디자인, 조리과정에 예산이 집중돼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 문화산업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해 더 많은 학생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미래지향적 정책으로 정부와 기업, 교육계가 힘을 합쳐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다. 도제학교가 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삶, 오디세이] 다시 이 시간

2024년이 떠나가고 2025년이 다가왔다. 우리는 그 시간을 보낸 적이 없으나 시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또 다른 이름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 시간은 이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맞이한다. 그러나 이 시간은 그 찰나뿐이다. 불교에서는 시간에 대해 ‘찰나생(刹那生) 찰나멸(刹那滅)’이라는 가르침을 설한다. 매 순간이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간 순간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지금을 사는 우리가 이 순간을 간절하게 대하고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이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매일의 시간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 시간이 지나도 다른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항상 그렇게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말과 새해를 대할 때면 시간의 무서움을 여실히 느낀다. 얼마 전 새해라고 기뻐하고 설레던 것 같지만 돌아보면 눈앞에 연말이 다가와 있다. 분명 하루하루가 너무나 길고 지루하기까지 했건만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시간 속에는 수많은 아쉬움과 미련 등이 뒤섞여 있다. 이러한 찰나의 시간을 이제 더 이상 놓치면 안 된다. 시간은 잡을 수 없지만 놓쳐서도 안 된다. 이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지나간 1초는 1억의 가치보다 크다’는 말과 같이 어떤 재물로도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언제쯤 행복해질까. 이 물음의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 지금 내가 행복한 마음을 갖고, 지금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만 그 ‘행복’이 생겨나는 것이다. 즉, 행복의 완성은 다른 무언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여러분이, 제가, 우리가 행복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때때로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 등으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특별한 순간만의 행복이며 기쁨이다. 오래 지속되고 항상 하는 행복은 일상 속에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과 주변이 그 행복의 토대가 돼 줘야 지금 웃을 수 있고, 어제가 추억되고, 내일이 기대되는 것이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은 특별한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며 평안한 매일을 사는 것이야말로 참된 깨달음의 삶이며 그 안의 모든 것이 행복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상심의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매일이 행복한(좋은) 날이 된다. 특별한 재물이나 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우리가 행복할 때 모든 것이 그처럼 변해 우리와 함께 지금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 환히 웃는 그대의 미소가 세상을 밝히고 그 빛은 모든 인연에게 이어져 다시 우리에게 전해진다.

[함께하는 미래] AI, 증가상현실과 메타버스

메타버스의 거품이 가라앉은 후 한동안 침체됐던 증가상현실 분야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구글과 삼성은 혼합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으로 약 10년 만에 XR 시장에 복귀했으며 메타는 혁신적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을 앞세운 스마트 글래스 ‘오라이온’을 지난해 9월 선보였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해 온 애플 역시 같은 해 5월 첫 증강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의 AI 시스템 ‘제미나이’는 프로젝트 무한을 통해 고도로 개인화된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공하며 메타의 AI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사물의 맥락을 파악해 영화 속 인공지능 비서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XR 헤드셋은 AI와의 결합을 통해 단순한 디지털 기기를 넘어 우리의 비서이자 지적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제 3차원으로 구현된 구글 맵 속의 공간을 실제로 탐험할 수 있으며 의사는 눈앞의 공간에 펼쳐진 환자 데이터를 AI와 함께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진료를 진행한다. 산업 현장의 작업자들은 증강현실(AR) 매뉴얼과 AI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조립 작업을 수행하며 해외 파트너들과는 언어 장벽 없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협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모바일 휴대폰처럼 대중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오라이온의 프로토타입 제작 비용은 현재 약 1천500만원에 달하며 향후 몇 년간 상용화 계획이 없다. 애플이 야심차게 출시한 비전 프로 역시 킬러 콘텐츠 부족 등의 이유로 초기 판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중요성은 단기간의 투자 회수보다는 미래의 파급력에 있다. AI와 공간 컴퓨팅이 결합된 메타버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융합해 인류 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 사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메타는 수십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빅테크 기업 역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 또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과 적극적인 가상현실(VR) 육성 정책 등을 통해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결집, 독자적인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는 모양새다. 많은 지자체와 단체들이 비전이나 기술적 이해 없이 메타버스의 유행에 너도나도 편승하더니 어느새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정부 지원 사업이나 투자에서 금기어처럼 취급되고 있다. 장기적 비전과 과학적 분석 없이 새로운 키워드 중심의 유행만 반복되는 관행이 낳은 결과다. 마크 저커버그는 XR를 ‘최후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과 문화가 만나는 국경 없는 새로운 통합 영토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거시적 어젠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새로운 영토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할 자리는 그리 넓지 않을 것이다.

[사설] ‘경찰 메신저’ 이상식, 경찰이 수사한 피고인이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올린 글이 논란이다. ‘당과 국수본 사이에 메신저’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반적 해석은 연락책이다. 국수본은 윤석열 공조본의 축이다. 여기서 민주당의 공식 역할은 없다. 독립된 수사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수사다. 그런데 이 의원은 민주당과 국수본 사이의 연락 임무를 수행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 수사 형평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필 영장 집행의 만료를 앞뒀던 시점이다. ‘오늘 저녁쯤 체포 영장이 다시 나오고’라는 부분도 있다. 이 의원의 글은 7일을 기점으로 씌어졌다. 체포 영장의 연장을 결정하는 날이었다. 상황은 가변적이었다. 판사에 따라 기각할 수도 있다. 결정을 위해 다음날까지 미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늘 저녁쯤’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체포 영장은 말 그대로 됐다. 이 의원도 경찰 출신이다. 수사 경험에 의한 단순 예상이었을 수 있다. 양보해 그렇게 보자. ‘경찰 후배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해서’라는 부분이 있다. 경찰대 출신이다. 후배들에 대한 격려나 응원을 일상적 행위로 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조언해서 윤석열을 반드시 체포하겠다’라는 부분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조언이라면 수사에 도움이 될 지혜를 보탠다는 의미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경찰에 여당 대통령 체포를 위한 조언을 한다는 것이 합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이 의원의 사법상 신분이다. 선거법 위반(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기소돼 수원지법 형사13부가 담당하고 있다. 기소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했지만 모든 수사는 경찰이 했다. 그 자신 지난해 7월24일 용인동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그의 용인과 서울 소재 자택, 배우자 소유 갤러리, 선거사무소 등 네 곳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 수사는 처제와 비서관까지 강도 높게 진행됐다. 지난해 12월4일 첫번째 재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예상치 못한 국가적 중대 상황 발생”이라며 계엄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의 향후 진행은 알 수 없다. 언제든지 경찰의 수사 보완 또는 자료 보충이 이뤄질 수 있다. 여전히 경찰과 이 의원은 재판의 입건 관서와 피고인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이 의원이 경찰과의 메신저 역할에 바쁘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신을 담당한 경찰 조직을 찾아가 격려, 응원, 조언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게 일반인에게 이해되는 상황인가. 법 질서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누구보다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만평] 여기도 산성...

[사설] 다들 탄핵 논쟁할 때 용인시는 반도체 경쟁한다

안으로는 탄핵 정국 때문에 혼란스럽다. 밖으로는 트럼프·중국 리스크로 버겁다. 이 위기를 해결해야 할 게 국무회의다. 그 국무회의가 지금 비정상이다. 의장직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한덕수 대행 총리로, 다시 최상목 대행 부총리로 겉돌고 있다. 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으로 직무 정지 상태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이후 공석이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국무위원 추가 탄핵을 경고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며 걱정한다. 훨씬 많은 국민은 경제를 걱정한다. 공백에 빠진 정부 공백을 우려한다. 정부가 있기는 한 건가. 이런 때 들은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의 약속이 있다. “국내 정치 상황, 트럼프 신(新)정부 출범, 중국의 매서운 추격 등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반도체 관련 기업 간담회에서 했다. 기업인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 약속을 확인할 현장이 있다. 용인특례시가 6일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미니팹) 구축 사업의 진척을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 SK하이닉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공동 사업이다. 공동 투자액이 1조원에 달한다. ‘삼위일체(trinity)’를 뜻하는 ‘트리니티팹’으로 명명할 예정이다. 미니팹은 소부장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다.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최신 공정·계측 장비 약 40대를 갖추게 된다. 소부장 기업들의 숙원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산업부의 지속적 지원이 컸다. 지난해 11월28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반도체 수요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연계된 상생 혁신 모델임을 강조했다. 용인특례시는 400억원 한도의 사업비를 분담하겠다고 산업부에 밝혔다. 이제 3월이면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내 첫 번째 팹(생산라인)이 착공된다. 미니팹 구축 사업도 그 즈음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이 끌고 가는 ‘반도체’다. 2024년 우리 수출의 20%는 반도체였다.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1위와 2위도 우리다. 삼성전자가 12.9%(1위), SK하이닉스가 8.5%(2위)였다. 업계의 올해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다. 상반기 부진이 예고된다. 그래서 반도체생태계 육성이 시급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경기도에 있고, 두 기업의 클러스터가 용인에 있다. 탄핵 정국에서 발표된 트리니티팹 추진 자신감이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른다. 정치가 흔들리면 정치만 망가지면 된다. 산업이 흔들리면 나라가 망가진다. 지금 애국자는 길거리 시위대가 아니라 산업을 지키는 지자체와 기업이다. 용인특례시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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