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나라한 권력투쟁의 시간... 지자체가 시민 삶 지켜야

사회안전망 강화와 소통,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인천 10곳 구·군이 올해 집중할 키워드다. 새해 희망과 다짐이겠지만 시민들에는 하나같이 소중한 가치들이다.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정치의 장은 혼돈을 더해 간다. 퇴근 길목의 식당가 풍경도 갈수록 적막해져 간다.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삶에 버팀목이 절실하다. 기초, 광역을 막론하고 지자체들의 임무가 막중한 때다. 인천 중구와 남동구, 미추홀구는 올해 사회안전망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연말의 무안공항 참사는 누구에게나 큰 충격이었다. 이런 사고는 물론 온갖 범죄와 고령화 사회 문제 등에 선제 대응하려는 다짐이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기후 변화와 사회적 재난, 1인 가구 증가, 무차별 범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민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화군과 옹진군, 계양구는 소통에 집중한다. 정치·세대·남녀 등의 갈등에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요즘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소통을 택한 것이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군민통합위원회를 통해 공감행정을 펴고 주민 생활 불편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문경복 옹진군수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수구와 서구, 부평구, 동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민생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기·점포 환경개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찬진 동구청장은 “전통시장에 특색 있는 투어 코스와 콘텐츠 등의 문화를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성과를 내는 산하기관들도 있다. 인천시청년미래센터는 지난해 고립·은둔청년들을 다시 사회로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을 했다. 1천400여 고립·은둔청년들이 참여, 상당수가 일상을 회복했다고 한다. 부평구는 최근 생활밀착형 가정 육아 지원시설인 아이사랑꿈터 5호점을 열었다. 인천시도 민생 안정을 위해 올해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푼다고 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노인 일자리 등 10조7천여억원 규모다. 대한민국은 지금 벌거벗은 권력투쟁의 시간이다. 정부도, 국회도, 사법부도 권력 향배에만 관심이다. 막대한 세금을 쓰는 수사당국 간의 치열한 경쟁도 가관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목소리 옥타브는 올라가고 눈은 충혈돼 있다. 이런 때 시민과 가장 지근거리의 지자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힘겨운 시민들이 북풍한설에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할 때다.

[지지대] 구석에서 꺼낸 ‘홍범 14조’

자주 독립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갈수록 열강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시대였다. 지방관제 개혁과 지방관리 권한 제한 등도 시급한 어젠다였다. 신분제도 폐지와 평등사회 구현도 빼놓을 수 없었다. 19세기 후반 조선의 현실이 그랬다. 이 와중에 등장한 게 ‘홍범 14조’였다. 교과서 한구석에서 끄집어낸 역사의 한줄기다. 고종이 선포했다. 앞서 영의정 김홍집은 갑오개혁을 추진했다. 바로 1년 전이었다. 이후 나온 법률이었다. 정치제도 근대화와 독립국가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제정된 국가 기본법이었다. 이를 통해 조선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됐다.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정치·사회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주력했다. 당시로 돌아가 보자.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다. 외부적으로는 청나라와 일본의 세력 다툼 속에서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조선이 국가의 존립을 위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선포했다. 정치개혁 측면에선 왕권과 신권 조화를 추구하며 입헌군주제 기초가 마련됐다. 기존의 전제적 왕권에서 탈피해 법에 근거한 통치가 지향됐다. 관료제 개선을 통해 부패를 근절하고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 구축 의지도 담겼다. 경제개혁 측면에선 조세제도 개혁과 재정의 투명성이 강조됐다. 신분제도 폐지와 평등사회 구현 등도 제시됐다. 모든 국민이 신분에 관계없이 평등한 권리를 갖추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도 정리됐다. 전통적인 신분제를 극복하고 근대적 시민사회로의 전환도 모색했다. 고종은 세자와 대원군, 종친 및 백관을 거느리고 종묘로 가 독립의 서고문(誓告文)을 알리고 선포했다. 근대 최초로 순한글체와 순한문체 및 국한문 혼용체 등 세 가지로 작성됐다. ‘열 네 가지의 큰 법’이라는 뜻을 지닌 법률은 그렇게 이 세상으로 나왔다. 1895년 1월8일이었다.

[세계는 지금] 국가 대혁신 전략도 논의하자

2025년 을사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희망과 기대보다는 불안과 불편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연말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도 쉽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혼란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사태 진행에서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아마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되고 동시에 내란 혐의 등으로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내란 가담자나 동조 세력에 대한 처벌도 이뤄질 것이다. 이르면 4월쯤이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긴장감 속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한 차원 더 격상시키는 국가 대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를 혁신하려면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상의 전략을 어떻게 도출할 수 있는가. 답변을 구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이 유용할 것이다. 이번 내란 사태로 노출된 국가적 문제점이 무엇인가. 나라 안팎에서 규범과 질서가 변화하는 가운데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혁신 과제는 무엇인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문제점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민주주의제도의 취약성이다. 공감 능력 없이 자기 고집만 피우면서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괴물 대통령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그런 경우가 생기면 즉시 제압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을 왕으로 인식하면서 무조건 추종하는 국민도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 중 가장 중대한 것은 정치 양극화 해소다. 이번 사태도 현직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제압하겠다는 망상에 빠져 내란을 일으킨 사례라는 점에서 양극화의 후과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양극화의 소산이다. 새 정부는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양극화로 치명적 타격을 받은 부분이 외교안보 분야다. 윤석열 정부는 진보 진영에 친북반미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자신들은 반대 방향의 정책을 추진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 집중했는데 거기까지는 가능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북한, 중국, 러시아와 지나치게 갈등 관계를 강조하는 바람에 한반도 안보 지형도가 오히려 악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외교안보 문제가 당파 싸움의 소재가 되는 순간 국익 극대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초당적 외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 대혁신에서 근본적인 과제다. 초당적 외교를 위해 독자적인 세계관과 전략에 기초한 외교 좌표를 설정하는 일도 주요 과제다. 정치 양극화와 편중 외교, 무능한 정부 운영은 경제와 첨단 기술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제를 스스로 훼손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오히려 소외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나 배터리, 바이오, 자동차 분야 등에서 정상급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위상이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선도국이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초기 과학기술 예산 삭감은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자해 행위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중앙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지방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첨단 기술 선도국이 되기 위한 최상의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2022년 5월 취임 이후 개인적 존재감 과시와 야당 지도자 제압에만 골몰하다 오히려 자신이 파멸되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차기 대통령은 부디 국가적 혼란과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통합의 정치로 국가 대혁신을 달성하는 담대하고 유능하며 포용적인 지도력을 보여주면 좋겠다.

[천자춘추] G2 시대 종식과 한국의 대응

중국은 마오쩌둥의 ‘닫힌 사회’에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외부로 대문을 열었고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로 부상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됐다. G2의 개념은 2005년 처음으로 세계경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과 중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2010년 중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넘어서 미국에 이어 2위가 됐고 2014년에는 구매력 평가 기준 GDP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시진핑 정부의 무리한 정책과 미국의 견제로 물거품이 됐고 G2 시대도 종식을 맞고 있다. 시진핑은 ‘중궈멍(中國夢)’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 주도의 경제 모델을 강화하고 국유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첫째, 과도한 국가 개입은 민간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했다. 중국은 기술 자립을 강조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 기업에는 지원을 확대했지만 이는 오히려 민간 부문의 성장잠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그에 따른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3개의 붉은 선’ 정책을 도입했으나 부동산 산업의 침체를 가져오고 전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는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며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내수 시장의 축소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의 주도권 강화와 중국 경제의 침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기술 혁신과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다가온 G2 시대의 종식은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와 시진핑의 국가 주도 경제정책의 실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G2 시대의 종식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을 빠르게 해소하고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세상읽기] ‘출산율 반등’ 희망인가, 착시인가

지난해 12월26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는 2만3천1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에 이어 넉 달 연속 증가한 결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당초 전망치인 0.68명을 넘어 지난해 출산율 0.72명도 웃돌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우리가 ‘데모 크라이시스(인구 감소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생아 수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혼인 건수 증가, 정부의 출산과 육아 정책의 효과, 그리고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출생아 수로 인한 기저효과가 맞물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증가가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심각한 수준이다. 1960년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3.34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6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6명에서 0.72명으로 급감하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0.7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의 감소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경고 신호다. 합계출산율의 심각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0.7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이 유지된다면 여성 100명이 낳는 자녀는 70명에 불과하며 그 자녀들이 다시 낳는 후세대는 25명으로 줄어든다. 한 세대를 20~30년으로 보면 불과 50년 안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소비와 노동력이 동시에 위축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양인구비가 상승하면서 일하는 한 사람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청년세대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육아휴직 지원 강화와 보육비용 지원 확대,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부모들의 육아 선택지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는 육아휴직 중 급여의 80%를 보장하며 보육시설 접근성을 크게 개선해 출산율 안정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정책적 변화가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 개정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확보와 기업 문화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출산율 증가라는 희소식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 사회는 지금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안정적인 주거 지원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해 가족을 지원하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변화는 어렵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두가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 작은 움직임이 있어야만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경기만평] 애초에 감당도 못할거...

[사설] 애매한 ‘공무원 표현’ 법, 빨리 개정하라

양주시가 공무원노조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직원 내부망 공지다. ‘고강도 공직기강 확립 특별감찰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정치적 중립, 공직기강 등 5개항을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탄핵 찬성 또는 반대 집회에 단순 호기심이나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참관 차원에서 참가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탄핵 관련 댓글을 다는 행위를 지목하고,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주시를 비판했다. 공무원 정치 중립을 이유로 노조를 탄압하는 사례로 규정했다. 진보당 양주동두천 지역위원회도 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다만 양주시 노조 측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는 매년 통상적으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주의를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무원들의 집회 참여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자체의 의례적인 경고와 공무원노조 등의 반발, 이에 대한 시의 해명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도 지난해 연말 정치적 중립 의무 감찰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감찰 계획을 세웠다. 역시 노조가 반발했고, 집행부는 연례적인 감찰이라며 해명했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전공노 광명시지부장이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을 해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자체의 경고에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이다. 특정 정당, 정치 단체를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면 왜 노조 반발에 해명을 하는 모습이 매번 반복될까. 관련 법률의 현재 지위가 애매해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관련 법규의 개정을 권고한 상태다. 과도한 규제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방향을 담은 정치적 기본권 보장 4법도 지금 발의된 상태다. 여기서 생긴 간극이다. 지자체는 법을 수행하는 것이고, 노조는 사문화된 법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의 방향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쪽이 맞다. 그 자유에는 공직에 따르는 한계가 수반될 것이다. 이 경계를 명문화하는 것이 입법인데 그 법안이 지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양주시 노조 관계자가 본보에 전한 입장도 애매하다. “우리는 민주노총 소속 전공노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조심스럽다.” 지자체 집행부도, 공무원 노조도 애매하고 불편하다. 많은 민생 법안을 깔아뭉개고 있는 국회다. 지자체와 공무원에는 이 또한 민생법안이다. 조속히 입법해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야 한다.

[사설] 1천500원에 백령도까지... ‘바다패스’ 비용·편익도 살펴야

새해 시작과 함께 ‘인천 i-바다패스’도 출항했다. 1천500원 시내버스 요금으로 인천 섬을 오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연안여객선의 대중교통화 또는 준공영제라 하겠다. 전국에서도 처음이라고 한다. 인천에는 유인도 40개, 무인도 128개 모두 168개의 섬이 있다. 바다패스는 이 천혜의 자원을 ‘보물섬’화하려는 것이다. 시행 이후 실제 어떤 성과를 낼지가 궁금하다. 인천시가 지난 2일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바다패스 홍보 행사를 했다. 유정복 시장은 “시내버스 요금으로 인천 섬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자평했다. 가장 먼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경우를 보자. 정규 요금은 편도 기준 7만1천700원이다. 이곳 섬 주민은 이미 2022년부터 1천500원으로 배를 타 왔다. 연안여객선도 대중교통의 범주에 포함시킨 관련법 개정에 따라서다. 육지의 인천시민들도 작년까지 요금의 80%를 할인 받았다. 1만5천600원에 백령도를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1천500원만 내면 된다. 그간의 섬 주민에 대한 요금 혜택을 전체 인천시민으로 확대한 것이다. 타 지역 주민들도 그간엔 50% 할인을 받아 3만6천600원만 부담했다. 이들도 올해부터 할인 폭이 70%로 늘어난다. 2만5천750원만 내면 백령도를 갈 수 있다. 전남 등 다른 곳에서도 섬 주민 여객선 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육지 거주 주민으로까지 확대한 곳은 아직 없다. 바다패스 도입으로 인천이 처음으로 여객선 대중교통화를 실현한 것이다.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기본권인 이동권이 제약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정주환경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여객선 대중교통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바다패스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 취지를 밝혔다. 여객선을 대중교통화해 시민들이 부담없이 인천의 ‘보물섬’들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섬 관광 붐도 겨냥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승수효과도 기대했다. 인천의 섬들은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 2천700만 수도권을 배후에 둔 입지적 강점 때문이다. 소득 증가와 함께 해양관광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객선 대중교통화는 ‘보물섬’ 프로젝트의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여객선 준공영제를 시작한 셈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서 보듯 앞으로 예산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행 전후를 비교, 비용 대비 섬 관광 활성화 등의 편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희망과 현실이 늘 같이 가는 것은 아니어서다.

[지지대] 인천 정치인의 입에 쏠린 눈

기자에게 유명 정치인의 발언은 매우 중요하다. 소위 좋은 기삿거리다. 가십에 불과해 잠깐 이슈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들의 발언이 나온 동기나 대상, 그리고 함의 등까지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소재다. 게다가 이 유명 정치인이 만약 중앙정치에서 차기 대선 후보 등으로 유력하다면 그의 발언은 언제 국가 정책 등으로 변해 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인천은 중앙정치의 변두리에 머물러 왔다. 인구 300만명의 대도시인데도 국회의원은 고작 14명에 불과하고 광역단체장인 시장 1명, 기초단체장인 군수·구청장 10명까지 모두 더해도 25명에 그친다. 이들 모두 중앙정치에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아니, 목소리를 내도 기자들이 유명 또는 유력 정치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중요한 발언으로 취급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천지역 정치인들의 발언이 전국 뉴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에서 많은 미디어가 인천 국회의원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유명하고 유력한 정치인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2명뿐이지만 1명은 5선의 중진 의원인 데다 또 다른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면서 중앙정치에 발을 깊게 담그고 있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있다.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리는 3선도 무려 4명이나 있다. 아쉬운 점은 이들의 발언 대부분이 여야의 정치 싸움 등 중앙정치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인천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분명 인천시민이 인천을 위해 뽑은 일꾼인데 국회에 들어만 가면 인천은 후순위로 밀린다. 그들의 입에서 싸움을 위한 발언보다는 인천의 발전을 위한 발언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인천시론] 조세희와 레비나스

새해를 맞았지만 지난해로 돌아가 본다. 갓난 예수가 베들레헴 마구간에 누워 계실 성탄절이었다. 인천 동구 화수동 일꾼교회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소설가 조세희가 사랑했던 난장이(난쟁이) 같은 삶을 기억하자는 이들이었다. 일찌감치 조세희가 소설을 쓰기 위해 둘러봤을 장소, 그가 문장으로 새겨 놓았듯 지옥 같은 세상에서 천국을 꿈꾸던 이들이 몸과 맘을 의탁하던 성소였다. 조세희는 지옥 같은 세상을 뜨면서 직접 가서 묻겠다는 듯 신의 아들과 자리를 바꿨다. 조세희에 앞서 1995년 성탄절에 떠난 이가 또 있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 이름마저 신과 함께하려던 이에게도 하늘은 무심하고 가혹했다. 하늘이 낸 백성이라며 적자 계보를 자부했던 유대인이었던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학살당했다. 그도 하늘에 묻고 싶었던 게 많았을 철학자였다. 조세희는 인천 만석동과 화수동 일대를 돌아보고 ‘은강’이라는 동네를 지어냈다. 레비나스는 인간이 인간을 떼로 죽이는 지옥을 마주하고 ‘타인의 얼굴’을 개념화했다. 조세희는 한국 사회 지옥도를 은강으로 축소하고 상징화해 우화처럼 펼쳐 보였다. 레비나스는 나와 너를 넘어서 사람이 사람을 환대하는 세계를 사유했다. 조세희는 문학 쪽에서 철학에 접근했고 레비나스는 철학으로 문학 같은 상징을 직조해냈다. 성탄절에 떠난 두 삶이 공히 바란 바가 있다면 국경과 인종, 계급 따위를 초월해 천국 백성을 닮은 인간애였다. 두 사람은 땅에서 이루지 못한 일이라면 하늘에서도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천국에 대한 기대를 접지 못했다. 신이 존재하리라 믿어서라기보다는 신이 있어야 할 사람들 편에 서고 싶어서였다. 조세희는 1970년대 인천이라는 구체적 시공간을 은강에 담았다. 은강은 인천 동구를 비춰 반사해 낸 인천의 옛 얼굴이었다. 조세희는 난장이 연작을 통해 인천을 비롯한 타지 사람들이 은강에 와서 머물기를 바랐다. 타인이 사는 장소에 들어서는 경험은 나를 변화시킨다. 소설 안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그 문장들을 통과한 후 나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과 후를 말한다. 타자를 만나면서 나는 나를 넘어서는 초월에 도달한다. 타자를 내 집으로 받아들여 손님으로 환대하면서 나는 나를 벗어나 도덕적 인간으로 변해 나간다. 레비나스는 “타자는 가난한 자와 나그네, 과부와 고아의 얼굴을 하고 있고 동시에 나의 자유를 정당화하라고 요구하는 주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했다. 타자는 약자의 얼굴로 다가와 나를 윤리적 존재로 바꿔 놓고야 마는 구원자다. 조세희는 인천을 은강이라는 약자의 도시로 그려 놓았다. 인천은 변했고 인천 안에서도 은강은 잊혀진 얼굴이 돼 가고 있다. 성탄절에 은강과 조세희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이들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인천은 천국을 바라는 이들로 넘쳐 난다. 인천을 ‘성시화’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던 목회자와 성도들도 꽤 많았다. 근대 기독교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천국 아랫동네쯤에 인천이 있어도 부족하지 않은 도시다. 조세희는 다음 성탄절에 또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조세희와 함께 그날에는 레비나스도 올 것이다. 인천을 비춰 빚어낸 은강이라는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 부름에 응답하는 인천이라야 신의 얼굴로 현현한 예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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