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파파야·용인 바나나… 경기도 ‘새로운 여름 맛’ 지도 그린다

여름 더위가 시작되면서 수분과 당분이 풍부한 과일 소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곳곳에서 바나나·파파야 등 아열대 과일이 본격 수확되며 국산 아열대 과일의 상용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9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용인시농업기술센터는 자체 아열대 과학영농시설에서 바나나 250㎏을 수확했다. 도심 인근에서도 바나나 재배가 가능함을 입증한 사례다. 이처럼 기후 변화와 스마트팜 기술 발전에 힘입어 경기도 전역에서 다양한 아열대 과일이 재배되고 있다. 현재 파주(1.3ha)와 화성(0.4ha)에서는 애플망고가, 안성(0.6ha)에서는 바나나가, 경기 광주(0.7ha)에서는 감귤이, 안성(0.9ha)과 평택(0.4ha)에서는 패션프루트가 자라고 있다. 이들 농가는 판매를 목적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포천에서 재배되는 과일용 파파야다. 농업회사법인 선우팜은 2만6천여㎡ 부지에 1만3천여㎡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을 조성해 파파야 2천여그루를 무농약 친환경 방식으로 연중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3년 5천㎏ 수확을 시작으로 지난해 2만㎏, 올해는 6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연 100만㎏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우팜의 ‘포천 파파야’는 과일용 개량 품종으로, 쿠팡·네이버 스마트스토어뿐 아니라 유명 호텔과 디저트 매장에도 납품되고 있다. 오경식 선우팜 마케팅팀장은 “포천은 여름 열대야가 거의 없고 일교차가 커 맛 좋은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라며 “스마트팜 기술로 품질과 생산성을 높여 고급 열대 과일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반응이 높아지면 파파야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가에도 기술을 보급해 농가 소득 증대와 국내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바나나, 파파야, 감귤 등 신기후 작물 도입을 확대하며 ‘기후변화 대응 아열대 과수 시범사업’(개소당 1억원 규모) 등을 통해 용인·포천 등 지자체에서 과일 신품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연천 사과, 경기서부 지역 내에서는 감귤과 오렌지류도 재배되기 시작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아열대 과일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대안 작물로서 가능성이 크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며 “다만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을 위해서는 재배단지의 규모화, 지역 특성에 맞는 품종 선정, 시설 투자 등에 대한 면밀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청약자 기대 만발…LH경기남부 하반기 주택공급 지구는 ‘여기’ [이지민기자의 하우징]

경기남부권은 서울 접근성, 교통 호재를 바탕으로 청약 열기가 이어지는 대표적인 실수요 중심 지역이다. 근무지와 주거지의 인접성까지 갖춘 이 지역은 실수요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올해 하반기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어급’ 청약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LH 경기남부지역본부는 올 하반기 공공분양주택 3천621가구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분양 예정 지구는 ▲화성동탄2 ▲과천주암 ▲시흥하중 ▲군포대야미이며, 신혼희망타운과 일반 공공분양, 뉴:홈(선택형)까지 수요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특히 이번 공급 물량은 적은 가구 구성원 특징을 담아 전용 84㎡ 이하로 구성된 중소형 평형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교통 접근성, 쾌적한 자연환경, 우수한 교육 인프라 등 주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갖춘 각 지구별 강점과 특징을 살펴본다. ■ 청약 신드롬 ‘동탄’ 중심가…7월 화성동탄2 C14 공급 기반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촘촘히 갖춰진 화성동탄2지구 C14블록이 다음달 공급된다. 해당 블록은 SRT와 GTX-A선을 이용할 수 있는 동탄역과 롯데백화점·이마트 트레이더스 등이 모두 도보 10분 내외로 접근할 수 있어 교통은 물론 상권, 교육 인프라까지 고루 갖춘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지난 뉴:홈 4차 사전청약이 진행됐을 당시 520명 모집에 7천733명의 청약 통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안정적인 정주 여건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적합한 이번 화성동탄2 C14블록에선 중소형 평형 중심으로 610가구가 공급된다. ■ 서울 생활권…8월, 12월 과천주암C2·C1 공급 과천주암지구는 과천IC를 이용하면 강남까지 차량으로 20분 내외에 도달할 수 있어, 서울 강남·양재 생활권과 맞닿은 입지로 주목받는다. 우면산과 청계산 사이에 자리한 입지 특성상 자연환경도 뛰어나고, 서울대공원과 과천 중앙공원 등 주요 문화시설 접근도 편해 주말 여가와 일상생활 모두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생활 환경과 도심 접근성 측면에서 실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과천주암지구 C2블록은 오는 8월에 686가구가 신혼희망타운으로, C1블록은 12월에 812가구가 신혼희망타운, 120가구가 공공분양으로 나온다. ■ 시흥 중심 ‘역세권’…9월 시흥하중A4 공급 시흥시 중심부에 위치한 시흥하중지구는 하중역(서해선) 신설, 시흥시청역(신안산선), 월곶역(경강선) 등 교통 겹호재를 안고 있어 수요자의 주목을 받는다. 또 인접한 시흥장현지구의 상업시설 및 공공시설 일부를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주거 편의성 역시 높다. 게다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포함, 다양한 계층의 실수요자가 무리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생활 기반과 정주 여건을 갖춰나가고 있다. LH 경기남부지역본부는 시흥하중A4블록 공급을 통해 세대 통합형 주거환경을 조성한다. 이곳엔 총 390가구가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 자연 속의 도시…11월 군포대야미A2 공급 도시 생활과 자연, 그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수요자들은 군포대야미지구를 눈여겨보면 된다. 군포대야미지구는 수리산 도립공원, 반월호수, 갈치저수지 등 풍부한 자연환경이 가까이 있어 조용하고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하다. 지구 내에는 다수의 공원 부지도 계획돼 있어 도시와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가 모두 도보권에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 또한 자녀를 둔 가구엔 매력적인 포인트다. 군포대야미지구에는 올해 공급되는 블록 중 가장 많은 1천3가구가 공급된다. 경기남부지역의 주택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LH 경기남부지역본부는 수요자들이 기다려온 주택이 제때 공급될 수 있도록 지구별 분양 계획을 세밀히 점검하고 일정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 입주자 모집 공고 게시 이후엔 예비 청약자들이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주택전시관을 개관·운영할 예정이다. 임동화 LH 경기남부지역본부 주택판매팀장은 “이번 하반기 분양은 실수요자의 다양한 주거 수요와 입지, 생활환경, 교육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준비했다”면서 “모집 공고에 맞춰 운영될 주택전시관을 통해 단지별 특성과 입지를 직접 확인해보며 청약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차 정비도 ESG 시대”…경기도노사민정協, 산업안전 실무 교육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가 26일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25년 제1차 대·중소기업 연계 산업안전·탄소중립(ESG 경영) 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자동차정비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산업안전 지침과 친환경차 정비 관련 이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강사로는 전영배 기아AL화성 매니저와 문학훈 오산대 교수가 참여해 정비 현장의 안전 의식을 높이고 친환경차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하는 데 힘썼다.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해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DX, 기아AL화성 등 도내 대기업과 협력해 산업안전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교육을 총 20여 차례 실시한 바 있으며, 올해도 산업재해 예방과 탄소중립(ESG 경영) 이행을 돕기 위한 교육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서는 ▲현장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이행 체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조치방안 ▲안전보건관계법령 이행에 필요한 조치 ▲전기차와 탄소배출권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에 따른 정비이론 등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내용이 소개됐다.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 관계자는 “산업안전과 탄소중립(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서, 그 실천은 결국 중소기업과 지역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번 교육은 자동차정비업 종사자들이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노사민정협의회는 앞으로도 도내 주요 대기업과 협력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과 탄소중립(ESG 경영) 이행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 8번째 항공기 도입…하늘길 확장 가속화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25일 자사 8번째 항공기를 도입하며 운항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도입한 기재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로, 종전 항공기와 동일하게 롤스로이스 엔진을 장착한 최신형 기종이다. 좌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35석, 이코노미 309석으로 모두 344석 규모다. 새 항공기는 관련 기관의 점검 절차를 거쳐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를 통해 노선 운영의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8호기 인도는 올해 2번째 항공기 도입 사례다. 하반기 사업 확장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특히 에어프레미아는 4번째 예비 엔진 도입도 앞두고 있어 더욱 안정적이고 유연한 운항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신규 기재 도입을 바탕으로 인기 노선 증편과 신규 노선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주 지역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등 4개 노선, 아시아 지역에서는 방콕, 나리타, 다낭, 홍콩 등 4개 주요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8호기 도입은 단순한 항공기 확충을 넘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의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안전하고 정시성 높은 운항으로 고객 신뢰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덧붙였다.

국민경제 주역 식품업, ‘K-푸드’ 맛있는 기적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광복 80주년 특별 기획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7. 밥상에서 시작된 ‘식품산업’ 기쁨도 배고픔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광복 직후 국민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하루 한 끼의 평범한 식사였다. 1945년 200원이던 백미 한 말 값은 1948년 1천900원까지 오르며 식량난이 심화됐다. 곧바로 한국전쟁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자체적인 식량 생산이 부족했던 시절, UN의 민간 구호 원조를 통해 1954년까지 총 4억5천만 달러 규모의 물자가 국내로 유입됐다. 밀·옥수수·쌀·소금·메밀·캐러멜 등 다양한 식료품이 공급되며 국민의 밥상을 지탱했다. 이때 미국의 PL480(농산물 원조 프로그램)도 시행되면서 식량난 극복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에 머무는 민족이 아니었다. 국민은 쌀 대신 보리와 밀가루로 밥상을 차리고, 이웃과 끼니를 나누며 일상을 지켰다. 그렇게 지은 밥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고 국가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됐다. 한국 식품산업의 뿌리도 그 치열하면서도 희망 어린 밥상 위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 중심엔 경기도와 인천이 있었다. 식품을 모으고 만들고 실어 나르는 기능이 집중, 밥상에서 시작된 산업들이 경인지역을 주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경기도에서는 1967년 ‘빙그레’가 설립되며 아이스크림과 유제품을 넘어 국민 간식 문화의 일부가 된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투게더와 바나나맛우유를 시작으로 비비빅, 메로나 등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국민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현재 빙그레는 아시아를 넘어 베트남, 호주, 유럽 등으로 판매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1969년 설립된 오뚜기 역시 1973년 안양 호계리에 공장을 세우며 마요네즈, 케첩, 카레 등 국산 조미식품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식탁의 변화를 이끌었다. 인천에서는 1938년 설립된 인천탁주(전 대화주조)가 해방 직후 밀주 단속과 쌀 배급제 등 시대의 굴곡을 넘어서며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경인지역은 단순한 생산 거점을 넘어,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발맞춰 식문화의 진화를 주도해 왔다. 조미료와 제빵에서 출발한 기술은 간편식, 기능식품, 프리미엄 주류 등으로 확장되며 고도화됐고, ‘K-푸드’라는 이름 아래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식품시장 규모는 368조원에 달한다. 전자·석유화학과 더불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성장한 수준이다. 이러한 식품산업 저변에는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 온 경인지역 기업들의 경험과 혁신이 있었다. 이들은 오늘도 기술과 맛의 경계를 넓히며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국민의 일상에서 함께 성장해 왔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상을 따뜻하게 채우는 먹거리로 앞으로도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문화 진화 주도한 경기·인천, 세계 입맛 사로잡은 ‘성장 엔진’ ■ 젖소가 많은 경기도…남양주에서 시작된 빙그레의 역사 일제강점기를 지나 맞이한 광복, 한국전쟁을 딛고 폐허를 탈바꿈한 민족, 우리나라 국민에게 식품은 절실한 힘이자 내일을 꿈꾸게 하는 희망이었다. 치열했던 삶의 터전에서 피어난 식품산업은 경인지역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렸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국민의 밥상과 함께 써 내려왔다. 지난 1967년 9월,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양행이 남양주군(현 남양주시)에 설립됐다. 창업주 홍순지 씨는 유제품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 주목해 1971년 대일양행을 대일유업으로 변경하며 본격적으로 유제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1972년 미국 퍼모스트 맥킨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국내에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던 대일유업은 젖소가 많았던 경기도 양주군 미금면 도농리(현 남양주시 다산동)를 눈여겨봤고, 1973년 6월 남양주 도농동에 제1공장을 준공했다. 그러나 공장 건설 도중 자금난에 부딪히며 대일유업은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에 인수됐다. 이후 소비재 계열사로 편입된 대일유업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제품 연구에 더욱 매진했다. ■ 위기를 기회로…빙그레 투게더·바나나맛우유의 탄생 당시 빙과류 시장은 설탕물을 얼린 제품이 주류였지만, 대일유업은 유제품을 넣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이때 탄생한 ‘투게더’와 단지 모양 용기로 선보인 ‘바나나맛 우유’는 지금까지도 빙그레의 대표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1979년 6월에는 남양주 도농동에 제2공장을 증설했고, 1981년에는 프랑스 소디마사와 기술 제휴를 맺어 국내 최초의 떠먹는 요거트 ‘요플레’를 선보였다. 더 나은 품질의 유제품 생산을 위해 해외 기술을 적극 도입한 대일유업은 1982년 사명을 지금의 ‘빙그레’로 변경했다. 이후 1986년 경기도 광주에 공장을 준공하고, 1987년 남양주 식품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아이스크림 공식 공급 업체로 선정되고, 1999년에는 ‘바나나맛 우유’가 ‘20세기 한국을 빛낸 상품’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 유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빙그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 개발을 지속해왔다. 1992년에는 고급 과일로 여겨졌던 멜론을 아이스크림화한 ‘메로나’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대표 제품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빙그레, 경인지역 경제 개척 이후 세계 시장 선도하다 빙그레는 단순한 유가공 기업을 넘어 지역 경제를 선도하는 개척자로 성장했다. 농촌 재건과 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아래 남양주에 터를 잡고, 2012년에는 남양주시와 일자리 창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에는 남양주 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해 구직자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노력은 세계 시장으로도 이어졌다. 빙그레는 2016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17년부터 ‘메로나’를 OEM 방식으로 생산해 코스트코 전 매장에 입점했다. 미국 법인의 매출은 2023년 598억 원에서 2024년 804억 원으로 35% 증가했고, 미국 내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약 70%로 독보적 1위를 기록 중이다. 또 중국에서는 바나나맛 우유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으며 베트남, 호주, 유럽 등으로도 판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의 역사는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경제 발전사와 맞닿아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 87년, 인천탁주가 빚어온 술 한잔의 역사 은은하고 구수한 단맛, 톡 쏘는 청량감을 지닌 막걸리를 마시면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씻겨 내려간다. 막걸리는 ‘막 걸러낸 술’, ‘대충 거른 술’이라는 뜻처럼, 친근하고 정감있게 서민들과 오랜 시간 함께했다. 인천탁주는 인천 대표 막걸리 ‘소성주’와 함께 87년 동안 인천시민의 삶과 동고동락했다. 인천탁주의 뿌리는 1938년 인천 중구 전동 자유공원 인근에서 시작된 ‘대화주조’다. 현재 정규성 대표의 할아버지가 일본인으로부터 양조장을 인수한 후, 욕조처럼 큰 통에 연탄을 때고 손수 저어가며 인천시민의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빚었다. 사업 초기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전쟁 이후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대화주조가 있던 동네는 인천항과 가까워 그 당시 그나마 잘 살던 동네”라며 “그런 동네에서도 먹을 게 없어 막걸리 찌꺼기를 밥으로 먹기 위해 공장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 불황을 넘은 품질의 힘··· 인천의 문화가 된 ‘소성주’의 탄생 1974년, 대화주조는 정부의 주세법 개정에 따라 인천지역 11개 양조장을 통합해 ‘인천탁주’로 새출발했다. 기존 중구 전동에 있던 공장도 부평구 청천동으로 이전했다. 이 시기까지도 막걸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소주와 맥주에 밀려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정 대표는 “부평지역 위쪽에는 논이랑 밭이 많았는데, 밭에서도 농부들이 막걸리 말고 맥주나 마시자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람끼리 ‘1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막걸리의 인기가 주춤했지만, 인천탁주는 사람들의 입맛을 다시 사로잡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 수많은 시도 끝에 1990년 업계 최초로 100% 쌀로 만든 막걸리 ‘소성주’를 출시했다. 마침 한류 열풍이 불며 전통주인 막걸리에 관한 관심도 함께 되살아났다. 정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1996년부터 인천탁주를 이끌고 있다. 그는 선대가 강조해 온 ‘품질 좋은 술’을 계승하기 위해 최신 컴퓨터 제어 시스템을 갖춘 자동 생산 시설 도입 등 현대화와 자동화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인천에서 ‘소성주’는 곧 ‘막걸리’를 뜻하는 단어로 통할 정도다. 인천시민의 꾸준한 사랑 덕에 인천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한 인천탁주는 지역과의 동반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50번째 회원으로 등록된 것을 비롯해, 지역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인천시민들 덕분에 소성주가 사랑받을 수 있었고, 남들이 갖기 쉽지 않은 행운을 받은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한국막걸리협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21년에는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통과 현대를 접목해 소성주를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인천탁주의 다음 목표다. 정 대표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품질”이라며 “인천 대표 술을 만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 농업 넘은 산업으로…식품업, 국민경제 주역이 되다 이러한 식품산업은 더 이상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농업과 제조업, 유통·서비스업을 아우르는 융합 산업으로 성장하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50년대 전쟁 직후에는 국민 기아 해소와 연관 산업 재건이라는 절실한 과제가 있었다. 1954년 통계청 통계연감에 따르면 당시 전국의 식료품공업 종사자는 1만867명, 사업체는 515개에 불과했지만,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에 힘입어 기반이 빠르게 구축됐다. 1980~1990년대에는 냉장 유통 기술 발달과 대형 유통망 확장에 따라 가공식품과 즉석식품 수요가 폭증했고, 브랜드 중심의 대규모 식품기업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경인지역은 인구 밀집, 항만 물류, 산업 입지 등의 이점을 바탕으로 식품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대규모 소비시장과 제조 기반이 결합하며 자연스럽게 식품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것이다. 통계청 ‘식품및식품첨가물생산실적’에 따르면 경인지역 식품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압도적인 성장세 속에서도 꾸준히 전국 식품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활약해 왔다. 1999년 경기도의 식품 제조업 매출은 약 6조4천516억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인천은 약 1조4천450억원으로 6위였다. 이후 성장세는 더욱 뚜렷해져, 2010년 경기도 식품 매출은 약 8조3천331억원, 인천은 약 3조3천86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2023년 기준 경기도는 약 21조원으로 1999년 대비 3배 이상, 인천은 약 5조5천억원 규모로 4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매출 규모가 수십조 원 단위로 급증하는 동안에도 경인지역은 전체 식품산업 매출(2023년 기준 약 75조5천억원) 중 약 35%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는 경인지역이 대한민국 식품산업 전체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심장부이자, 양적·질적 발전을 이끄는 성장 엔진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와 인천시는 산업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는 ‘2021~2025 식품산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전통주, 쌀 가공, 김치, 농가 가공사업 등 4대 분야를 육성 중이다. 특히 국산 농산물 사용 비중을 올해까지 59.1%로 확대하고, 농가의 농외소득도 2천5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천은 지난 2023년 전국 최초로 ‘식품산업육성지원센터’를 개소해 관내 6만5천개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HACCP 교육, 판로 개척, 마케팅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또 113개 업체의 상품정보를 담은 소개서를 제작·배포해 실질적 수출 연결에 나서고 있다. ■ K-푸드 수출로 본 식품산업의 미래 한국 식품산업의 세계화 흐름도 뚜렷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K-푸드 수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81억9천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라면이 연간 10억달러 수출을 돌파했고, 냉동 김밥·즉석밥·떡볶이 등 쌀 가공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41.9%나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류’와 ‘한식’의 결합이 실제 수출 성과로 이어지는 중이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품산업은 광복 이후 인천항을 통한 원료 유입, 수도권 인구의 소비력, 서울 인근 제조업체들의 경기도 이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며 “앞으로는 K-컬처를 발판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광복 80년’ 불굴의 도전… ‘기적의 경제’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43 80년 통계로 본 성장 궤적... 인재와 산업 몰려든 ‘경기·인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3 정통 산업의 뿌리 ‘제조업’…경인지역 제조업 선구자 발자취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30580237 지역발전 동반자 ‘건설업’… 대한민국 역사를 짓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www.kyeonggi.com/article/20250429580267 사통팔달 ‘자동차 산업’… 경기·인천 꿈 싣고 달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27580257 불모지서 싹틔운 전자산업… ‘기술강국’ 꽃피우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8580432

포항 노조 “사측 대화 의지 없어" vs 현대제철 "사업 구조 합리화로 생존 도모"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기사입니다 현대제철 노조가 포항 공장에 대한 현대제철의 각종 조치들에 반발 중이다. 노조는 사측이 대화 의지가 없다며 협상장에 나올 수 있도록 지속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포항 공장 구조조정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는 2인 1조의 피켓 시위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현대제철은 이번달 7일 포항 2공장에 대한 휴업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2조2교대 근무 방식 도입으로 휴업 결정을 철회한지 약 6개월만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 진행과 함께 2공장 휴업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올해 중기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 노조는 현대제철 경영진이 포항 공장에 대한 투자 의지가 전혀 없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측에서 2공장 문을 아예 닫고 중기사업부를 매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업황 악화를 이유로 적자 나는 부서를 없애겠다는 사측의 주장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포항 공장을 통해 얻은 이익이 다른 사업장에 투자됐기 때문이다. 전봉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 부지회장은 “현대제철이 국내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인들을 고용하며 기존 직원들은 줄이고 있다”며 “AI 시대가 계속되면서 기술이나 로봇 사업은 발전하는데 포항은 전혀 투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부지회장은 “포항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반대와 포항 공장 투자가 핵심 요구사항이다”라며 “현재는 회사가 칼만 들고 구조조정 하려고만 하지 투자를 전혀 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 측에서 대화 의지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노조 측이 현재 상황을 언론을 통해서 파악한데다 이후 조치들이 협의가 아닌 사측의 통보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 부지회장은 “지금 시위는 노사 간에 풀어보려고 하는 건데도 회사 측은 전혀 반응이 없다”며 “서로 간에 논의를 해야 해답이 나올텐데 일방적으로 문닫겠다, 당진공장 가라 이러니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답했다. 이번 시위를 통해서도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강하게 투쟁의지를 드러냈다. 전 부지회장은 “내부적으로 논의는 해야겠지만 할 수 있으면 단결권 투쟁으로 풀 것”이라며 “회사가 협상장에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 주장에 대해 현대제철은 “포항공장이 고비용 체제로 인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와 고용보장의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사업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전환배치 등 세부 실행 방안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희생 아니다”…MBK 홈플러스 주식 무상소각, 책임 회피 논란 가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2조5천억원 규모의 주식 무상소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희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이자, 사실상 가치가 거의 사라진 주식을 정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를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보통주는 전액 무상소각된다”며 “경영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인수자의 인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무상소각 조치를 자발적인 책임 이행이라기보다는 회생절차상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05조 4항은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이사나 지배인의 중대한 책임으로 발생한 경우,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의 주식 중 3분의 2 이상을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도 무상소각이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배제하고, 새 인수자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더욱이 홈플러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주식을 소각하는 조치를 실질적인 책임 이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회생법원에 제출된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를 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6천81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인 2조5천59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영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편이 재무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이 나온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문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회장은 약 14조원(97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재 출연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MBK는 지난 3월 입장문을 통해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한 대금 결제를 위한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며 김 회장의 사재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나, 이후 실제 이행 여부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김 회장을 향해 보다 명확한 책임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 회장이 1조5천억~2조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역시 “사재 출연의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 시기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투명성 부족을 문제 삼았다. 한편 최근 김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사실도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이 1조원 이상 사재 출연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됐지만, MBK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책임 회피 논란은 이어지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 결의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MBK가 적대적 인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고려아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처럼 과도한 차입을 통한 LBO(차입매수) 방식이 적용될 경우, 인수기업에 막대한 부채가 전가되고 경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임직원 고용 불안은 물론, 중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저하와 미래 성장동력 위축 등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정호 광주왕실도예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지역경제 주춧돌,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만나다④]

“산에 오르기 전 ‘저길 어떻게 가?’ 해도 막상 가다보면 멀리 와있음을 알게 됩니다. 누가 저희를 끌고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 저희를 따라오게끔 분주히 움직이는 조합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백정호 광주왕실도예사업협동조합 이사장(58)은 “우리는 일단 한 발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조합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광주의 자랑인 왕실도자기를 알리겠다는 다짐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달 항아리(Moon Jar)’에서 출발했다. 어떠한 무늬와 장식도 없는, 완전한 원형일 수 없고 비정형이라고도 볼 수 없는 세계적 예술품 ‘백자 달 항아리’가 경기 광주에서 탄생했다는 설명이었다. 백 이사장은 “조선시대 왕실과 관청에서는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전국 각지로부터 백자 등을 공급 받았다. 그때 질이 가장 좋고 우수하다고 평가됐던 게 (현재 달 항아리로 불리우는) 우리 광주 도자기”라며 “쉽게 비유하면 예전에는 특산물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관요(官窯)와 사옹원(司饔院)이 있었는데, 도자기만 별도로 광주에 분원을 뒀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달 항아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멋이자 맛”이라며 “그 역사가 조선에서, 그 중에서도 경기 광주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가 필요하고 가마에는 땔감이 들어간다. 주된 땔감은 소나무였는데, 베고 자라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해 10년 주기로 분원이 옮겨다녔다. 그렇게 광주 이곳저곳에 왕실도자기와 관련한 ‘흔적’이 남게 됐다. 백 이사장은 “마지막 분원은 현재의 팔당댐 일대로 약 130여 년을 자리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소나무를 따라 옮겨다녔기 때문에 지금 광주 어디를 가도 가마터나 도자기 파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왕실도자기의 역사가 곧 광주의 역사”라고 했다. 수많은 자기와 수많은 생산지역이 있지만 그는 광주를 ‘종갓집’에 빗댔다. 하지만 왕실도, 관청도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 왕실도자기를 일군 ‘종갓집 도예인’들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인테리어 소품용으로 상업화하자니 왕실도자기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고, 왕실도자기의 역사성을 기리자니 수요가 낮아질 것 같은 딜레마에 놓여서다. 백정호 이사장은 “왕실도자기로서의 고품격, 고부가가치만 추구한다면 더이상 맥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업계가 고령화 돼 있고 도자기를 찾는 수요도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적’인 작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우리 조합의 가장 큰 몫이자 숙제”라고 했다. 그는 이른바 ‘굿즈’처럼 임기 내 조합만의 브랜드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 백 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조합원사가 많이 줄어 지금은 37개사가 함께하고 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지만 아무리 적게 팔리고, 선조들이 했던 것보다 인기가 없어도, 결국은 자기가 좋아서 이 일을 놓지 못한다”며 “조합 공동의 생산·제조 품목 등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과제이자 바람”이라고 밝혔다.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듬해(1949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채법’이 제정됐다. 임시정부를 거쳐 새로운 대한민국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세입 부족·재정 적자를 타파하기 위한 방책이 ‘국채’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 재건, 국방력 강화, 치안 유지에 목적을 두고 발행된 국채는 ‘건국국채’로 명명됐고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대량으로 풀렸다. 호국의 탄환이 된 건국국채가 갖는 역사성과 가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지난해 12월,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이 작고한 큰오빠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큰오빠의 서재에 생전 아버지가 남긴 자서전 <나의 생활자욱>이 꽂혀있는 게 보였다. “3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희 가족에게 각자 2권씩 본인의 자서전을 주셨어요. 큰오빠도 보관하고 있던 거죠. 별 생각 없이 펼쳐봤는데 그 안에서 종이 봉투가 하나 나왔어요. 아버지 필체로 ‘건국국채(建國國債)’가 쓰인 봉투요.” 장성숙 씨는 조심스레 봉투를 펼쳤다. 그 안에는 자주색, 초록색, 주황색 등 손바닥보다 약간 큰 크기의 종이 수십장이 고이 보관돼 있었다. ‘오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D352768, 5년 만기, 연 3푼5리, 제2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일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A335075, 5년 만기, 연 5푼, 제4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그렇게 ▲오천원 2개 ▲이천원 4개 ▲일천원 10개 ▲일백환 6개 등 총 22장의 건국국채 증서가 나왔다. 장성숙 씨의 부친인 장래복 씨가 1952년 무렵 ‘5년 만기 연 3.5%~5% 이율’의 재무부 발행 국채를 2만8천600원(환 포함) 사들였다는 의미였다. “저희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아라’,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하셨지만 건국국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셨어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1919년에 태어난 장래복 씨는 과거 인천시(당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다 건국 과정에서 ‘집’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집을 지으려면 자갈·모래를 실을 트럭이 필요했기에 화물업에도 종사해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1972년)까지 됐다. 중간중간엔 기와·벽돌공장도, 가구공장도 운영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위해 살라고 하셨죠. 어려운 청소년, 힘 써주는 군인, 열악한 대한민국 환경 정비에 매진하시면서 ‘미래 우리나라가 먹고 살 게 없어지면 안 된다’고 다방면에서 갈고 닦으라고 하셨어요. 6·25전쟁 직후에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아요. 큰오빠도 참, 이걸 혼자만 알고 있었다니.”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재무부에서 5년 만기로 냈던 국채, 이젠 국채법상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이 어렵다. 그럼에도 장성숙 씨가 아버지의 가슴 속 사무치는 건국국채를 꺼내든 이유는 하나다. “일흔이 넘은 저도 ‘이게 뭐지’ 했을 정도이니 자라나는 많은 분들은 더욱 건국국채를 모르실 거에요. 근데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광복 80주년에, 6·25전쟁 75주년에 건국국채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금 모으기 운동처럼 ‘이런 게 있었구나, 이름도 흔적도 없지만 경제를 위해 애쓴 분들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거면 돼요.” 너도나도 ‘나라 살리자’… 전쟁 폐허 속 ‘韓 경제’ 기틀 마련 6·25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두고 돈 얘기를 꺼내보려 한다. 호국보훈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국채·채권·주식 얘기다. 연관이 없어보여도 묘하게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국채·채권·주식이 사실상 건국 초기 ‘나라 재건’을 위한 ‘애국’의 일환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6·25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는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위해 국채 등이 대량 발행, 한국 경제 움직임의 기틀이 됐다. ■ 대한민국 출범과 함께 재정 적자…국채법 탄생 23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채는 1949년 제정된 ‘국채법’에서 출발한다. 미군정 시기까지만 해도 통치 자금은 한국은행 차입금을 통해 해결했지만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임시정부를 지나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만성 적자에 직면했기에 ‘국채’를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채법을 세운 후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국국채(건국공채)’를 발행했다. 당시 국채발행요강에 따라 건국국채는 1950년부터 1963년까지 총 17회 발행됐다. 금액상 가장 적었던 건 제1회(1억환)였고, 가장 많았던 건 1958년 제11회(180억환)였다. 특히 6·25전쟁 발발 이후엔 국군 양병 및 군수 물자 조달을 위해 건국국채가 대량으로 발행됐다. 이 여파로 가치는 소폭 떨어졌으나 휴전(1953년) 이후 안정을 찾으며 다시 그 가치를 회복했다. 건국국채 제1~4회 발행분은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이었다. 제5~6회는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제7~9회는 ‘3년 거치 4년 분할상환’, 제10회 이후는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등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등 국채 발행 조건이 달라졌다는 건 실질적으로 국가가 ‘상환 능력’이 부족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일부는 상환 등 조처를 취했다는 게 현재의 기획재정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국국채 상환 혹은 보상에 대한 문의가 종종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면서 “건국국채는 1952년부터 1975년까지 총 98억5천300만원 상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법상 원금 및 이자 상환에 관한 소멸시효가 규정돼 있었고, 해당 국채 증서상에도 상환 조건과 소멸시효 등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최종 소멸시효는 만료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나라 세우게 돈 보태자”…채권시장 확대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들의 상환 시점이 지나도 정부(당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는 갚을 길이 없었다. 그야말로 건국국채가 ‘종잇조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세수 충당이 절실했다. 광복 및 전쟁 이후엔 ‘상장회사’라고 할 곳도 적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키울 수는 없고 유일한 수단이 ‘채권’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건국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터라, 새 금융 안정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온 게 ‘주택채권’ 등의 발행이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애국의 일환으로 매도·매수한 채권들이 각종 폭등·폭락으로 연결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외환거래 관련 세금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각 ‘지방은행’들이 태어났다. 1969년 창립한 인천은행의 경우 197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며 경기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당시 인천이 경기도에 속해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방 경제를 육성하면서 자금을 선순환해야 했기 때문에 건국국채처럼, 주택채권처럼, ‘국가 주도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지방은행의 주식 매입을 독려했다는 전언이 있다. 장래복 씨의 경우 정부로부터 상환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애국심’ 하나로 건국국채 등을 평생 소유했다. 그가 보관했던 ‘애국심’들은 ▲건국국채 2만8천600원(환 포함·1952년) ▲주식회사경기은행 및 주식회사한국상업은행 주권 51만5천원(1987~1993년) ▲제1종국민주택채권 8만원(1993년) 등이다. 당시 돈의 가치를 현재에 맞춰 환산하긴 어렵지만, 1962년 우리나라가 화폐개혁을 통해 1환을 10원으로 대체한 만큼 적어도 10배의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설탕 한 근(600g)이 16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5천원으로 가정해도 30배 이상의 차이다. 장래복 씨의 딸인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은 “어려운 시절을 딛고 경제대국이 된 우리나라의 이면엔 치안부터 경제까지 곳곳에 국민의 애국심이 묻어 있다”며 “아버지가 남긴 건국국채 등을 지역사회에 기증해 후손들이 건국 세대들의 애국심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살얼음판'…정유·항공·해운 산업 복합위기 '빨간불'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한양경제 기사입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고 있다. 해협 봉쇄시 예상되는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정유업계와 해운업계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같은 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대응이다. 다만 봉쇄의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기에 아직 해협 봉쇄가 이뤄진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 및 아랍 에미리트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와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들어온 원유 수입량은 전체의 68.2%에 달한다. 실제로 해당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 경제 전반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절반이 넘는 원유를 우회해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에너지의 변동이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만큼 원유 가격의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강성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기대심리가 있고 유가가 실제로 배럴달 10달러 오른 상태니 물가 상승에 대한 부분은 피하기 어렵다 본다”고 진단했다. ■ 해협 봉쇄시 국제유가 최대 130달러 상승 전망 국내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협 봉쇄 파장은 곧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과 함께 3%가 올랐다. 23일 오전 7시 30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32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79.49달러를 기록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입의 63%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해양진흥공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하루 1,800~2,000만 배럴의 원유 운송이 중단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내 정유 비축분도 약 200일분에 불과하기에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정유업계의 타격도 커지게 된다. 실제 지난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3.1달러였다. 4월에는 평균 3.66달러로 소폭 올랐고, 5월에는 평균 6.7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를 뺀 금액이다. 정유사 이익의 핵심 지표로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올 1분기 정제마진 악화로 실적이 급감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2분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석유사업 부문은 영업이익이 363억원으로 전 분기(3061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에스오일은 215억원 영업손실을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도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5월 들어 정제마진 회복으로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됐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 3~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원유 실물시장은 통상 3개월에서 6개월간 인도하는 거래로 이뤄진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할 경우,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충돌 사태가 장기화 되면 정유업계 침체 우려가 또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정제마진은 경기 상황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오히려 지금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더 커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최악의 변수라고 지목한다. ■ 해협 봉쇄시 공급망 차질로 해상 운임 상승 상황을 주시하는 건 국내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상 운임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배들의 운임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13일에 1,968을 기록했다. 세계 컨테이너 시황을 반영한 지수인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13일 1,243에서 지속 상승해 20일에는 1,342를 기록했다.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해협이 봉쇄되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운임이 올라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항로 우회로 인해 운항 거리도 증가하기에 연료비와 운항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더해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경우 해운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연료비와 운영비 등이 올라 비용 상승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은 없지만 중동 상황은 지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협 봉쇄시 이란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2010년대 서방의 제재 당시 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강성우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경우 이란 국내에도 영향이 가는 부분이 있어 쉽게 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국 내 수출과 교역도 차단되기 때문에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하기는 어려울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등이 예상되고, 실제 해협이 봉쇄될 경우, 선박 정체 등 원활환 운항이 어려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항공기업으로 불똥 튀나?…유류비 부담 가중 항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한다. 1분기 보고서 기준, 대한항공은 연간 약 305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3050만 달러(약 443억672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항공사별로 유류 할증료와 유류 헤지,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동의 긴장감이 장기화할 경우 유류할증료가 오르는 등 소비자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통상 유류할증료는 유가 변동에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7~8월쯤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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