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백신 인센티브 도입…일상회복 시동에 소상공인들 ‘반색’

바닥으로 떨어진 매출이 다시 회복될 것이란 희망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렙니다 정부가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한 가운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지역 소상공인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감소했던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까지 이어지면서 백신 인센티브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접종자의 일상 회복 지원을 위해 1단계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인센티브 제공 대상자는 백신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까지 끝내고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다. 백신 접종자는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되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환자나 면회객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접종 완료 시 대면 면회가 허용된다. 이어 다음 달 1일 2단계 인센티브가 적용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사적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된다. 또 식당ㆍ카페 등을 이용 시 1차 접종자는 실외공간 인원 기준에서 빠진다. 접종 완료자는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인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날 만난 소상공인들은 백신 인센티브 도입으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이었다. 수원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고기굽는교실 김광현 대표(48)는 백신 인센티브 도입 소식에 반색했다. 지난 2019년 1월 식당 문을 열어 1년 만에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닥뜨린 그는 최근 폐업을 결심하고 가게를 내놨다. 그러나 백신 인센티브 도입이 검토된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매물을 철회했다. 백신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는 백신도 먼저 맞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겠다며 잔여 백신 예약도 완료했다.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 상인들 역시 백신 인센티브 도입을 반겼다. 거리 곳곳에는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인 점포들이 보였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활기찬 모습이었다. 변지훈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부회장(43)은 백신 인센티브 도입 얘기가 나오면서 일대 점포들이 신메뉴 준비,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라며 코로나19로 비어 있던 점포들에도 신규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거리가 다시 부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백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많은 소상공인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2차 인센티브가 시행되길 바란다며 침체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후 영업시간 제한 등에서도 완화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현장, 그곳&]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홍등’을 끄다

60년 넘게 수원의 관문을 붉게 물들였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홍등’이 모두 꺼졌다. 일부 업소는 끝까지 영업을 계속했지만, 5월의 마지막날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든 업소가 문을 닫았다. 성매매 단속이 느슨하다는 지적(경기일보 1월27일자 7면)에 따라 경찰이 움직였고 그로부터 4개월 만에 이뤄진 ‘완전 폐쇄’다. 올해 초 113곳에 달했던 업소는 이제 한 곳도 남지 않았다. 1일 0시가 되자 한때 술에 취한 남성들로 북적였던 거리는 수십년 만에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채워졌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포주들이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고, 달달거리는 손수레와 삼륜 오토바이엔 이삿짐이 차곡차곡 쌓였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투입된 수사팀은 새벽까지 골목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폐쇄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포주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결국 유리문에 자물쇠를 걸었다. 한 포주는 “곧 닫을 거라고 해도 계속 경찰들이 들쑤시는 탓에 도저히 못 살겠다”면서 “이제 정말 끝이다, 끝”이라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는 곧 양손에 선풍기를 하나씩 들고 나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도로 경계석에 하나 둘 쭈그려 앉은 성매매 종사자는 담담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김하연씨(32ㆍ가명)는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하긴 한데 잘됐다 싶기도 하다”며 “수원시에 자활 상담부터 신청해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종사자는 목욕 바구니를 들고 “여기서 씻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업소를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향후 업소들이 다시 문을 열거나 돌발 행동을 할 경우에 대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곳의 폐쇄로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한 성매매 단속을 약속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성 상품화’로 얼룩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수원시는 이날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엔 집결지 정비를 위한 예산 43억원이 책정됐으며, 오는 22일 최종 의결된다. 먼저 턱없이 모자른 예산으로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던 탈성매매 자활 지원사업(경기일보 5월11일자 6면)에 4억4천만원을 추가로 확보한다. 집결지 내 거점공간 조성에 필요한 필지 매입 비용 32억원도 포함됐다. 시의회 측에서 협조 의사를 표명한 만큼 무리 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시는 최근 심의를 거쳐 성매매 종사자 20명에 대한 자활 지원을 결정했다. 이로써 자활에 참여한 종사자는 누적 30명으로 늘었다. 지난 3월 9명에 불과했던 상담 대상자도 이날까지 8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개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첫발을 뗐다. 시는 지난달 20일 도시정책실 주관으로 관계부서 회의를 진행했고, 도로 개선부터 건물 리모델링까지 다양한 구상이 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로선 구체성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단계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도심 속 흉물의 역사가 사라진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찰권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에 돌입했다”며 “자활 지원은 물론 시설개선, 환경정비, 업종변경 인ㆍ허가 등에 속도를 내는 한편 경찰과 함께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협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도우미 없인 나가기 무서워”…도로가 두려운 교통약자들

사고라도 날까 봐 도우미 없이 혼자 밖에 나가기 두려워요 30일 오전 9시께 찾은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백설마을 사거리. 인근 횡단보도 옆 음향신호기는 장애인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장식품으로 전락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이 음향신호기 버튼 앞에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현대홈타운 아파트단지 앞 삼거리의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횡단보도를 향해 설치돼 있어야 할 점자블록은 위험천만하게도 차도 한가운데로 시각장애인들을 유도, 대형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경기도내 육교가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없이 방치(본보 28일자 4면)된 가운데 장애인들의 보행권 확보에 기본이 되는 점자블록 등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와경기도 등에 따르면 민원시스템을 통해 최근 3년간 점자블록 관련 민원을 집계한 결과, 2천847건(연평균 949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8년 769건, 2019년 1천37건, 2020년 1천41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 가운데 경기도(18.0%)는 대전(41.2%)에 이어 두 번째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점자블록은 생명줄과 마찬가지라며 시각장애인들의 안전과 보행권 보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안에 전수조사 등을 통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에 대한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교통약자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교통약자 불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도 관련 법과 저촉되게 설치된 교통약자 편의시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건기자

[현장 그곳&] “같은 공간, 다른 세상 수원역을 가다”… 코로나 사태 속 상반되는 역 앞 풍경

2021년 현재 수원역이라는 한 공간에서는 2개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한 곳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재난은 남의 일인 것 마냥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문제를 동시에 품은 수원역. 경기일보는 수원역을 찾아 코로나19로 인해 양극화된 모습을 담아봤다. ■1. 코로나19는 먼 나라 이야기 밤늦게까지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집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27일 오후 8시께 찾은 수원역 로데오거리의 사람들은 마치 코로나19를 잊은 듯했다. 400여m의 길 양옆으로 들어서 있는 술집과 음식점 사이에서는 비어 있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일부 유명 술집 앞은 입장을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노래방 등 감염 우려가 큰 시설들도 예외는 없었다. 이날 찾은 한 동전노래방에는 20여개가 넘는 방이 모두 차 있었으며, 앞에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로데오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처럼 인파가 몰린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로데오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로데오거리는 예전부터 낮보다 밤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었다며 오후 10시 이후에 모두 문을 닫긴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이전 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붐비는 인파 속 방역 수칙 위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포착됐으며,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 채 모임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부 시설들을 중심으로 방역 수칙을 위반하거나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수칙 위반 업소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희기자 ■2.예전에는 연민을 느끼며 다가오는 이들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더 냉대받는 노숙인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마치 벌레 보듯 대하는 건 견디기 힘듭니다 같은 시간 찾은 수원역 환승센터 자전거보관소 앞. 이곳에는 노숙인 4명이 불빛 하나 없는 귀퉁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추위를 막고자 모아둔 종이박스와 이불, 옷가지 등이 가득했다. 노숙인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들을 멀찌감치 피해 다녔다. 올해로 수원역에서 노숙생활 4년차인 C씨(61)는 코로나19 보다 노숙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더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C씨는 노숙인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배식을 받으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해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한 상황인데, 행인들은 우리를 코로나19 숙주보듯 평소보다 더 경시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만난 노숙인 중에는 코로나19 탓에 원치 않는 길거리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도 있었다. D씨(64)는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러지도 못하게 됐다며 결국 지난해 2월 거리 생활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달 기준 수원 거리 노숙인은 78명으로, 지난 2019년 64명보다 14명가량 늘었다.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1차 백신 접종도 마무리한 상황이라며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편견을 조금 내려놓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건기자

[현장 그곳&] “멀더라도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네요”…교통약자에겐 ‘그림의 떡’ 보도육교

저희같은 교통약자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죠 27일 오전 10시께 찾은 군포초등학교 앞 육교. 이 육교 주변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승강기도, 경사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교통약자에겐 이 육교는 이용이 불가능한 단지 길을 점유한 장애물일 뿐이었다. 이준영씨(80)는 120여m 떨어진 횡단보도와 육교를 번갈아보다 결국 육교를 선택했다. 한 손은 손잡이를,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이씨의 모습은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휘청이며 33개의 계단을 올라선 그를 맞이한 건 내리막길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수지성당 앞 육교. 왕복 6차선 도로를 관통하는 약 39.3m 길이의 육교 역시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는 어디에도 없었다. 육교 이용을 시도하려던 80대 할머니는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한두발짝 시도하다, 이내 보행기를 힘겹게 밀며 100여m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횡단보도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오후 1시께 수원 고색초등학교 인근 육교도 상황은 마찬가지.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어떠한 편의시설도 없이 설치된 5m에 달하는 육교는 교통약자들에게는 오를 수 없는 산일뿐이었다.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경기도내 육교 10곳 중 2.5곳이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 결과, 경기도내 설치된 440개의 육교 가운데 96개(24.67%)가 승강기ㆍ경사로 등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약자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육교 설치 시 주변 30m 이내 횡단보도가 없을 경우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완만한 경사로 또는 승강기를 함께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법이 제정된 2010년 6월 이전에 설치된 육교에는 적용되지 않아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강기나 경사로 설치가 어렵다면 육교 인근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교의 계단 경사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이용 시 큰 부상의 염려가 매우 크다며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육교 인근 에 추가로 횡단보도를 설치해 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군포초 앞 육교가 교통약자들의 이용이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다만 승강기 설치 공간이 나오지 않아 개보수가 어려운 상황이라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도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육교 이용 불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건기자

[현장, 그곳&] 당신의 원룸 옆방에서 ‘인형 성매매’가 벌어진다

예약하신 시간까지 ○○○오피스텔 1층으로 오셔서 다시 전화주세요 24일 낮 12시께 수원시청에서 300여m 거리의 한 오피스텔. 주거 공간으로 숨어든 리얼돌 체험방을 찾는 건 홈페이지에 나온 번호로 전화 1통, 문자 1통이면 충분했다. 평범한 원룸의 문이 열리자 붉은 조명이 비치는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 침대 위엔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은 키 156㎝의 여자가 누워 있었다. 여성의 신체와 얼굴을 정교하게 본 떠 만든 실리콘 인형, 리얼돌이었다. 체험방은 시간당 4만원의 요금을 받았으며, 결제는 오로지 현금만 가능했다. 업소의 분위기부터 운영 방식까지 성매매 업소와 상당히 유사했다.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형 성매매인 셈이었다. 리얼돌에 대해 규정하는 법령이 마련되지 않자, 규제 공백을 틈타 변종업소가 성행하고 있다. 이날 찾은 체험방과 같은 브랜드명을 내건 업소는 현재까지 전국에 36곳, 이 가운데 경기지역에만 10곳이 문을 열었다. 모두 오피스텔을 비롯한 주거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리얼돌은 여성에 대한 성(性) 상품화 논란부터 작은 신체 형상으로 인한 아동 성 상품화 우려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달 중순 용인의 한 초등학교 근처에서 영업하던 리얼돌 체험방은 교육환경법 위반으로 문을 닫았지만, 학교 반경 200m가 아니면 어디에나 문을 열 수 있다.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엇박자를 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관세청은 해당 건에 대해서만 허가하고, 나머지는 풍속 저해 우려로 모두 통관을 막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법원 판결에 항소까지 제기했다. 경찰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단속 근거가 없는 데다 검찰마저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일쑤인 탓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3월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로 리얼돌 체험방 업주 A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불기소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리얼돌 체험방은 성매매 업소와 운영 방식이 상당히 비슷하다며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본 떠 상품화하고 있으나, 이것이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만든 리얼돌에 대해서도 풍속영업으로 규정하는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현장,그곳&] 가평읍 사거리 신호등 미작동…보행자 안전위협

지역을 대표하는 읍내 한복판 사거리 신호등이 몇개월째 꺼져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24일 오전 11시께 가평군 가평읍 읍내리 읍내사거리. 이곳에서 만난 읍내리 주민 A씨는 신호등 가동여부를 모르는 운전자들이 멈칫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지역주민들도 운전자들 눈치를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등 보행자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읍내사거리에선 신호등 미작동으로 차량 추돌사고도 발생했다. 읍내사거리 신호등은 지난 3월부터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가평군 가평읍 읍내리 읍내사거리의 신호등이 몇개월째 가동되지 않고 있어 지역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읍내사거리는 출퇴근시간대면 춘천 방향과 청평 방향 등 양방향 교통량이 몰리는 곳이다. 300m 전방에는 가평군청사도 있는 등 읍내사거리는 가평지역의 번화가이다. 그런데도 신호등은 먹통으로 방치되고 있다. 사정은 이런데도 가평군과 가평경찰서는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읍내사거리가 가평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적어도 신호등 등 교통시설이 완벽하게 설치ㆍ운영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택시기사 B씨는 최근 가평군 교통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고칠 것을 건의했지만 경찰서 소관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가평경찰서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 미뤘다. 예산이 확보되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경찰과 협조, 빠른 시일 내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평=신상운기자

[현장, 그곳&] 갈색날개매미충ㆍ매미나방…어김없이 찾아온 ‘해충 주의보’

초여름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해충 주의보가 내려졌다. 따뜻했던 지난겨울과 봄철 기온상승 등의 영향으로 해충의 월동알 수와 발생면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8일 찾은 화성시 봉담읍 상기리의 한 블루베리 농장. 약 1천650㎡ 규모의 농장에는 블루베리 나무 600여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이곳의 블루베리 나무에는 가지마다 벌레 유충이 흉물스럽게 붙어 있었다. 바로 지난해에도 출몰해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매미나방 유충이었다. 인근 330㎡ 규모의 산수유 농장에서는 수십 그루의 산수유나무 사이로 하얀 솜털모양을 띤 알집이 눈에 띄었다. 외래 해충인 갈색날개매미충의 알로 지난 주말 내린 비 때문에 일부 알집이 자연 제거됐지만 살아남은 알집은 곧 부화할 것처럼 팽창해 있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경기 남부지역인 안성과 평택, 화성과 북부지역인 포천, 파주, 가평의 외래해충 월동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생존율이 무려 86.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생존율이 7~8% 감소했지만 월동알 수와 발생면적은 53% 증가했다. 이처럼 외래해충의 월동알 수와 발생면적이 증가한 이유는 동절기 따뜻한 기온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경기도 평균기온은 -2.7도로 월동해충 동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해충은 봄철 기온상승으로 부화 및 발생시기가 3~7일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철저한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다는 게 도농기원의 설명이다. 올해 주의해야 할 해충으로는 갈색날개매미충과 매미나방, 미국선녀벌레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사과, 배, 복숭아, 산수유, 블루베리, 복분자 등으로 기주식물이 확대되고 있는 갈색날개매미충은 전년보다 발생면적이 69%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발생지역에서 생산된 어린 묘목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묘목 구매 시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도내 2천㏊에 걸쳐 피해를 끼친 미국선녀벌레는 경기 남부지역에서 5월 중순부터 부화하기 시작하며, 방제 적기는 70% 이상 부화한 5월 하순부터 6월 상순이다. 또 나비목 독나방과에 속하는 매미나방은 유충은 보통 3월 하순에 부화해 사과, 배나무 등 각종 과수류와 상수리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등 100여종에 달하는 식물의 잎을 먹어치워 농가의 경제적 피해와 외관상 혐오감, 피부질환 등을 유발해 주기적인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다. 도농기원 관계자는 올해 봄철 기상과 해충 특성을 고려했을 때 부화시기가 5월 중순으로 빨라진 만큼 방제시기도 앞당겨야 한다라며 외래 매미충 월동알은 모두 부화하는데 약 20일이 걸리기 때문에 90% 이상 부화하는 5월 하순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방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완식기자

[현장, 그곳&] 노로바이러스 등 5월 식중독 주의…해썹(HACCP) 인증심사 현장

달걀 세척에 쓴 염소의 농도는 어떻게 체크하십니까? 17일 오전 11시께 이천시 신둔면의 A 식용란유통센터. 식약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심사관이 담당직원에게 달걀 세척 기계를 살펴보며 물었다. 심사관의 질문에 직원은 핀셋으로 pH측정 페이퍼를 꺼내 세척수를 묻혀 염소의 농도를 측정, 기준치 범위 내(10~80ppm)로 측정된 농도 측정값을 심사관에 보여줬다. 이날 해썹(HACCP) 인증 심사가 진행된 1천300여㎡ 규모의 유통센터에서는 43명의 직원들이 해썹 인증심사 적합 판정을 받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심사관은 달걀 입고부터 세척, 분류, 포장, 보관 및 배송까지 공정흐름도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신중히 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시설 곳곳을 살피던 심사관은 뚜껑없는 쓰레기통이나 불빛이 약해진 포충기(해충을 잡는 기기)를 지적했다. 이들 모두가 해충을 유발해 식품 위생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을 받은 A 식용란유통센터 측은 심사관의 지적 사항에 대해 사진을 기록하고, 즉각 보완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사는 ▲작업장 관리 ▲처리시설 관리 ▲위생 관리 ▲화학약품 용수 관리 ▲보관ㆍ운반 관리 ▲검사관리 ▲회수 프로그램 관리 등 7가지 항목, 53가지 평가표에 따라 진행됐다. A 유통센터는 4시간30분가량 진행된 해썹 인증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식품안전의 날(14일) 전후 2주간(3~21일)을 식품안전주간으로 정한 가운데 도내 식품제조가공업소들이 식품안전 인증 획득을 위한 해썹인증심사에 도전하고 있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5월 경기도에서 발생한 식중독 발생 건수는 41건(58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최다 수치로, 같은 기간 두번째로 발생 건수가 높은 경남 13건(312명)보다 3배가 넘는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날이 따뜻해진 5월 음식이 변질하기 쉬워서 식중독 발생률이 높다며 식품 안전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유통까지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위생 안전관리체계 인증 시스템이다. 장건기자

[현장, 그곳&] 전동 킥보드 규제 강화 첫날, “헬멧 없이도 여전히 쌩쌩”…안전불감증 만연

전동 킥보드, 헬멧 없으면 못 타나요? 도로교통법 규제 강화 첫날인 13일 오전 9시50분께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역 인근 골목길.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을 맞아 13일 오후 경찰관들이 수원시 장안구청사거리에서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 이용자들에 대한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부터 적용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 이용 가능 연령이 제2종 원동기장치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만 16세 이상으로 높아진다. 무면허, 음주 운전의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외에도 안전모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2만원, 한 전동 킥보드에 2명 이상 탑승하면 4만 원의 범칙금을 물게 된다.조주현기자 전동 킥보드를 탄 A씨(29)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주행하다 경찰의 제재를 받고 멈춰 섰다. 브라질에서 어학연수를 온 A씨는 이날 교내 미팅을 하고자 전동 킥보드를 타고 학교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는 경찰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경찰은 오늘부터 안전모 없이 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규정을 어겨 범칙금 부과 대상이지만, 계도기간이라 범칙금은 부과하지 않겠다며 A씨를 돌려보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사거리에서는 고등학생 B군과 C군이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함께 전동 킥보드에 올라 주행을 즐기던 중 경찰의 단속을 받았다. 안전모 미착용과 2인 이상 탑승 금지 등 2개의 규정을 동시에 어긴 이들은 단속에 나선 경찰들에게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범칙금 얘기에 오히려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주행 허가 금지 구역인 인도를 침범해 전동 킥보드를 타는 시민들도 여전히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화성시 봉담읍 수원대학교 인근에서는 20대 여성이 인도 위를 걷고 있는 행인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전동 킥보드를 몰다 경찰의 단속에 덜미를 잡혔다. 또 낮 12시3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청 인도 위에서 전동 킥보드를 조종하며 일산동부경찰서 방면으로 주행 중이던 20대 남성도 경찰의 제지에 운행을 멈춰야 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첫날, 경기도 곳곳에서 개인용 이동장치 이용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안전불감증 행태를 보이며 운행에 나섰다. 경기남ㆍ북부경찰청에 따르면 13일부터 헬멧 등 인명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타면 2만원, 2명 이상이 같이 타면 4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또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전동 킥보드를 운전하다 적발되면 부모나 보호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경찰은 한 달간 홍보 및 계도 위주의 단속을 진행하고, 이후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경기지역 PM 관련 사고가 3.7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59건, 2019년 122건, 2020년 223건으로 집계됐다. 장건기자

[현장, 그곳&] “모니터로 나누는 사제 간의 정”… 코로나19 속 달라진 스승의 날 풍경

사제간의 정을 나누는 스승의 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당초 스승과 제자가 직접 만나 정을 나누는 모습 대신 온라인 교감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1시 찾아간 수원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실. 총학생회실에 모인 학생들의 손에는 카네이션과 편지 대신 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한켠에 놓여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카네이션 장식과 감사 문구가 담긴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이날 학생들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스승의 날 감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스승의 날마다 각 학과 주도로 스승에게 꽃과 편지를 전하는 전통을 이어왔지만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아무런 행사도 열지 못했다. 안타까움을 느낀 경기대 학생회는 영상으로라도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만큼은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는 게 경기대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날 참석한 홍정안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임원들은 카네이션으로 장식된 배경화면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감사 메시지를 담은 영상까지 손수 제작했다. 영상은 스승의 날 당일 학교 홈페이지 등에 띄워질 예정이다. 홍정안 학생회장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생과 교수님 사이의 교류가 사라져가는 데 안타까움을 느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영상이 코로나로 인해 멀어져가는 제자와 스승 사이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수원 매향중학교에서도 비대면으로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오전 8시 매향중 교사들이 영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실행하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교무실을 가득 메웠다. 앞서 매향중 학생 48명은 자발적으로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영상편지를 직접 제작했다. 이날 영상을 통해 학생들은 코로나로 온ㆍ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해 힘들 텐데 항상 좋은 모습으로 수업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등 평소 선생님들에게 못다 한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진심을 담아 제작한 영상을 시청하는 선생님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오귀석 교장은 당연한 가르침을 준 것인데 이렇게 보답 받아 감격스럽다면서 코로나로 아이들과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영상으로라도 마음을 전달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박준상ㆍ김태희기자

[현장, 그곳&]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 화재 위험 노출된 상업지구 협소공간

다수의 건물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상업지구 내 건물 사이 틈에서 잇딴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업지구 협소공간에 버려진 쓰레기가 버려진 담배꽁초와 맞물리며 화재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건물이 들어선 상업지구 특성상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수원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최근 상업지구 건물 틈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상가건물 사이 통로ㆍ실외기 설치 장소ㆍ분리수거장 등 상업지구 협소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연평균 23건 수준이다. 실제 발생한 화재 사례를 보면 지난 8일 오후 1시10분께 수원시 구운동의 한 상가단지 내 건물 틈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목격자 A씨가 관할 소방서에 신고를 한 뒤, 신속히 건물 내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를 자체 진화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장소 주변의 종이 및 스티로폼 등에 담배불이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군포시 산본동의 한 복합상가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ㆍ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 역시 건물 인근 협소공간에 쌓여 있는 쓰레기에 담뱃불이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이날 도내 주요 상업지구 중 하나인 인계동 수원시청역 인근을 둘러본 결과 앞선 사례와 같은 화재 위험 요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인계동 상가에서는 1m 남짓한 틈만 남겨 둔 채 수십채의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으며, 건물 사이에는 스티로폼과 라이터 등 인화성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특히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는 담배꽁초 수십개가 발견돼 이들 공간이 흡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던 중 해당 공간에서 흡연하는 사람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업지구 협소공간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화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 사이 틈은 흡연 공간으로 자주 애용되기도 하는데 흡연자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도소방재난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상가건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화재 원인의 77.1%는 담배꽁초다. 또 상업용지 특성상 건물 간격이 좁기 마련인데 이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옆 건물로 쉽게 옮겨붙어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수 수원남부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대부분의 건물 사이 화재는 부주의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작은 노력과 관심만으로도 화재 발생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태희기자

[현장, 그곳&] 폐지 줍는 노인도 누군가의 ‘어버이’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한 골목길. 남루한 행색의 김태석 할아버지(82)는 어김없이 손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이곳저곳을 샅샅이 돌아다녀도 손수레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고, 삐걱거리는 바퀴는 김 할아버지의 고된 삶을 짐작케 했다. 2시간 만에 말문을 연 그는 어버이날이라고 별다를 거 있겠느냐며 그런 거 떠올려봐야 괜스레 마음만 울적해진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아버지는 홀로 산 지 올해로 23년째다. 한때 아내와 아들로 이뤄진 가정의 번듯한 가장(家長)이었지만 더는 아니다. 아내는 불혹(不惑ㆍ40세)의 나이에 일찍이 곁을 떠났고, 대학까지 뒷바라지한 아들은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가더니 연락이 끊겼다. 김 할아버지는 사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고 했다.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는데 지난해부터 값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3~4년 전 ㎏당 150원씩 하던 폐신문지의 값은 지난해 70원으로, 폐골판지(박스류)도 130원에서 60원까지 반 토막 났다. 폐지 값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수출 상황과 맞물려 쉽게 오르내린다.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인다. 손수레를 한가득 채워야 100㎏ 정도인데 요즘은 5천원도 안 쳐준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말이다. 온종일 폐지를 주워도 국밥 한 그릇 사먹기 어려운 셈이다. 어버이날이 더 팍팍하게 느껴지는 건 정숙례 할머니(91ㆍ가명)도 마찬가지다. 장안구 영화동 그의 집앞엔 온갖 박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열심히 수레를 끌고 모아온 것들이다. 소주병은 병당 100원씩 쳐줘서 쏠쏠하지만, 고물상에서 하루 40병까지만 받아준다며 설명을 이어가던 정 할머니는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오랜만에 이야기할 사람이 생기니 노인네가 별소릴 다 하네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따금 사회복지사가 찾아와 말동무를 해줬지만,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게 전부가 됐다. 경로당을 찾아 이웃 소식을 듣던 소소한 낙(樂)도 사라졌다. 감염 우려로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 할머니는 쓸쓸해도 어쩌겠어. 이제 그러려니 하며 사는 거지라며 소일거리 삼아 박스라도 줍고 다니면서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읊조렸다. 경기도엔 김 할아버지와 정 할머니 같은 홀몸노인이 28만명 살고 있으며, 그 수는 해마다 2만명씩 늘고 있다. 단지 혼자 사는 독거노인과 달리 홀몸노인은 배우자나 자녀 없이 혹은 오랜 시간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로, 코로나19는 물론 고독사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어버이날, 우리 주변에선 누군가의 어버이였던 이들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안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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