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2년 전 아픔 묻고… 이젠 희망 돼야지

꿀꿀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2년여가 지난 가운데 살처분 조치가 내려졌던경기북부 양돈농가들에서 재입식이 재개되며 희망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연천군 전곡읍 동산농장. 길이 2.4m, 폭 1.8m 분만사 안에서 새끼돼지 7마리가 어미의 젖을 먹고자 앞다퉈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 젖먹이에 밀려나 울던 새끼돼지 3마리를 끌어안은 오명준 동산농장 상무(41)는 아이고 뭐가 그렇게 서러웠어라며 울부짖는 돼지를 달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지난 2019년 9월17일. 당시 인근 지역인 파주시 연다산동 한 농가의 돼지가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오 상무는 올 게 왔구나라고 생각했었다며 그 때를 회고했다. 그의 예상대로 곧이어 연천군에서도 비보가 들렸다. 그 다음 날 백학면에 이어 같은 해 10월 신서면 등 총 두 개 농가에서 ASF가 발생, 연천군 지역 88개 모든 농가에 살처분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오 상무는 지난 2019년 11월13일을 자식과도 같았던 1만 마리의 돼지를 눈물로 묻은 날로 기억하고 있다. 슬픔 속 무기력하게 지내던 오 상무는 지난해 11월부터 총 900여 마리의 후보돈(어미돼지 되기 전 단계)이 농장에 들어서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영호남 농가에서 이천시 환적장을 거쳐 수백 ㎞ 이동된 이 돼지들로 1년6개월 동안 조용했던 농장에 다시 활기가 찼다. 그동안 분뇨 냄새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였던 인근 주민들마저도 그동안 고생했다며 다독일 정도였다. 6개월 뒤 이 돼지들은 총 7천1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복덩이가 됐다. 이같은 낭보에 살처분에 참여했던 인근 양돈농가들도 새끼 돼지들을 들여와 기대감 속 조심스럽게 사육을 재개하며 희망찬 앞 날을 준비 중이다. 오 상무는 비어 있던 사육장에 돼지들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다시 희망을 찾고 있다며 이번 추석만큼은 다소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거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경기도는 ASF으로 인한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맞춤형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도는 예방이 최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도내 유입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농가에서 ASF 재발하자 도내 소재 가족농장 2호 1천833두에 대해 선제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또 올해 역시 강원 고성ㆍ홍천 재발 농가와 역학 관련에 있는 도내 농가 53호에 대해 3주간 이동제한 조치, 일일 임상예찰,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ASF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된 경기북부 파주, 연천 등 9개 시ㆍ군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내ㆍ외부 울타리 등 8대 방역시설 설치를 도모했다. 여기에 멧돼지 집중 포획을 벌여 개체 수 저감에 힘쓰고 있으며, 멧돼지 ASF 검출지 10㎞ 이내 양돈농가 222호를 대상으로 이동제한 조치, 출하 시 임상정밀검사 등 특별 관리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ㆍ채태병기자

[현장, 그곳&] 폐지 값 올랐지만, 리어카엔 종이 대신 한숨 쌓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반 토막이 났던 폐지 값이 다시 반등했지만, 추석 명절을 앞둔 노인들의 리어카는 종이 대신 한숨으로 채워지고 있다. 값이 배로 뛴 폐지를 트럭에 무더기로 실어나르는 이른바 수거꾼이 등장하며 생계형 노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9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고물상. 폐지를 한가득 채운 1t 포터 트럭이 나타나자,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온 김영자 할머니(83ㆍ가명)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곧 30대 남성이 내려 고물상 주인과 흥정을 시작했고, 거대한 집게가 짐칸의 종이를 끌어내렸다. 김 할머니는 하루 온종일 거리를 오가면서 리어카를 채워도 5천원 받기가 어렵다며 저렇게 트럭에 마구잡이로 쓸어 담아오면 손쉽게 5~6만원을 챙겨 간다고 푸념했다. 낮 12시께 군포시 당정동 일대도 마찬가지. 1호선 군포역을 기점으로 반경 2㎞ 내에 고물상 17곳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선 폐지를 실은 트럭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은 야외 활동이 어렵지만, 트럭을 모는 수거꾼은 더위에도 끄덕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리어카를 몰고 나선 두 할아버지는 폐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누군가 명절을 맞아 마음을 주고받은 과일박스가 이들에겐 무겁고 두꺼워 값을 많이 쳐주는 경쟁거리일 뿐이었다. 폐지 가격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수출 상황에 따라 쉽게 오르내린다. 한때 ㎏당 150원까지 나가던 수도권 폐신문지 값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며 70원까지 급락했다. 올해 들어 6월 131원ㆍ7월 138원ㆍ8월 144원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고, 폐골판지 값도 올해 1월 ㎏당 88원에서 지난 8월 기준 142원으로 올라섰다. 앞서 폐지 재고 과잉으로 값이 떨어지자 환경부는 공급 축소를 위해 폐지도 폐기물 수출입신고 대상에 포함시켰고, 이후 가격이 높은 일부 수입폐지만 들어오며 국산폐지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동남아권 폐지 수출이 늘어나며 다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수거꾼의 등장 탓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경기복지재단이 도내 폐지 수집 노인 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생활비 지출은 주부식비ㆍ약값ㆍ병원비ㆍ월세 등이 최우선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이 곧 생계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경기도 재가노인복지협회 신재숙 이사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취약계층 노인들의 자존감을 높이면서도 안전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도심 속 흉가로 방치되는 ‘집배원 옛 관사’ 체신연립

집배원의 옛 관사로 쓰이던 폐건물이 도시 미관을 해치면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주거지역 한복판에서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를 일으키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4일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체신연립. 이 건물은 지난 1980년 준공된 4층 연립주택으로, 수원우체국 집배원의 관사로 사용되다 지난 2016년 10월 폐쇄됐다. 당초 폐쇄 이유가 건물의 노후화였던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했지만, 현재까지 텅 빈 폐허의 모습으로 별다른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 주변에는 수풀이 우거졌고 외벽에 금이 가거나 페인트칠이 벗겨진 모습으로 미관을 해쳤다. 곳곳에서 맥주캔, 소주병 등 음주의 흔적이 발견됐고 담배 꽁초들이 한곳에 가득 쌓여있기도 했다. 또 고무 대야를 비롯한 생활 폐기물들이 반쯤 흙에 파묻힌 채로 악취를 풍기며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더구나 주변에는 e편한세상(228세대)ㆍ벽산3차(389세대)ㆍ신미주(189세대) 등 아파트 단지와 학원들이 몰려 있어 주민들은 흉측한 건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주민 임채원씨(42ㆍ여)는 바로 옆에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도 있는데 언제까지 방치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밤이 되면 이 근방을 피해서 다닐 정도라고 털어놨다. 특히 해당 건물은 준공 이후 단 한 차례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 이후로도 수원우체국에서 월 1회 육안으로 점검을 실시한 게 전부였다. 경인지방우정청 관계자는 통상 35년 이상 된 건물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는데, 체신연립의 경우 34년째 되는 2014년부터 매각 논의를 시작해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매각 절차가 쉽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는데, 올해 5월부로 장안구청과 대부계약을 맺고 관리권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장안구청 관계자는 현재 건물에 대한 매각대금은 지불을 완료했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소유권 이전까지 마칠 예정이라며 건물을 철거한 뒤 정자2동 행복주민센터 신청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우범지대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명절 때 인파 몰릴 텐데…복합건축물 ‘화재 무방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복합건축물의 화재 대비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성남시 수정구의 J 사우나. 지하 1층으로 향하는 폭 1.5m의 계단은 신발장과 여러 개의 플라스틱 물통, LPG 가스통 등으로 가로막힌 상태였다. 성인 남성 1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공간으로 내려가자 소화기 없이 덩그러니 남은 거치대는 문을 괴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비상구, 비상 대피로 등을 가로막는 적치물은 대형화재 참사 때마다 불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17년 12월 충북 제천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숨졌다. 비상구 앞에 무단 적치된 장애물들이 이들의 탈출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K 대형마트도 마찬가지. 지하 1층의 문구 코너에선 소화전이 대형 액자로 가려져 있었다. 또 매대들이 빈틈없이 놓인 탓에 유사시 소화전을 개방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통시장도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수원시 팔달구의 지동시장에선 소방용수시설 옆 도로 경계석이 빨갛게 칠해지고 주정차금지라고 적혀 있었지만, 바로 앞에 승용차가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차주에게 소방시설을 알리고 이동 주차를 요청했지만, 불이 나면 빼겠다는 말과 함께 되레 언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7일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쇼핑몰 등 경기지역 복합건축물 204곳을 점검, 47곳(23%)에서 3대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3대 불법행위는 ▲소방시설 차단 ▲피난방화시설 훼손 ▲불법 주정차 등으로, 현행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방 당국은 일제 단속에 각 소방서 패트롤팀, 소방특별조사팀 등 530명을 동원했으며 적발된 47곳에 대해 입건 4건, 과태료 처분 16건 등 65건을 조치했다. 이번 단속에서 한 쇼핑몰은 화재수신기를 차단한 기록이 확인됐고, 또 다른 판매시설은 경보설비의 예비전원의 불량을 방치하다 적발됐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를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며 건축물 피난방화시설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건축물 특성에 따른 3대 불법행위 단속을 연내 추가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고속도로 위 ‘무법자’ 불법 차량 꼼짝 마!

한국도로공사가 경찰청과 합동으로 고속도로 위 무법자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2일 오후 1시께 경기일보 취재진과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가 도착한 곳은 하남 동서울영업소. 형광색 조끼를 걸친 공사 직원들은 차량들이 지나가는 각 차선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불법 여부를 확인했다. 톨게이트(TG)를 지나면서 과적으로 측정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차량이 발견되면 곧장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수신호를 보냈다. 50m 거리에서 대기하던 경기북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13지구대 경력들은 신호에 따라 즉각 차량을 세우고 불법 여부를 꼼꼼히 살폈다. 주요 단속 대상은 번호판을 달지 않거나 가린 차량, 번호판에 반사체를 부착하거나 꺾어 훼손한 차량 등이었다. 이 밖에도 적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불법으로 짐칸을 개조한 화물차나 안전띠를 매지 않은 운전자도 걸려들었다. 잠시 후 공사 직원들의 매의 눈에 걸려든 11t 트럭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세워지더니 50대 남성이 내려 억울하다는 듯 고성을 질렀다. 그는 번호판 아래 불법 안개등 2개를 부착한 채로 차량을 몰다 적발됐다. 이 남성은 밤길 운전이 어려워 안개등을 달았다고 해명했지만, 번호판 아래 달린 안개등으로 야간 시간대 단속카메라를 피하려던 의도였다. 이날 2시간에 걸친 불시 단속으로 번호판 훼손, 무단 개조 등 불법 차량 13대가 적발됐다. 공사 측은 해당 차량들에 대해 각각 시정ㆍ계도 조치를 내렸다. 교통사고 비율이 높은 고속도로에서 통행료 미납, 과속ㆍ과적 단속 회피 등을 노린 불법 개조 차량들은 안전 문제를 비롯한 2차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최근 3년간 전국 고속도로 사고 중 절반은 경기지역 고속도로에서 발생했으며, 해마다 6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해 역시 4천39건 중 1천946건(48.2%)의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도내에서 벌어졌다. 특히 화물차(가해차량)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로 집계됐다. 고속도로 사고 예방을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1월부터 번호판 훼손 차량 영상분석시스템을 도입, 상반기에만 564대를 고발했다. 또 적발 빈도가 높은 톨게이트를 선정해 분기별로 현장 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5일까지는 경찰청과 합동으로 불시 단속을 진행한다. 적발된 차량에는 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 한편 이날 경기남부경찰청도 산하 31개 경찰서와 함께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벌여, 329건을 적발했다. 경찰은 내달 31일까지 사이카와 암행순찰차를 대거 투입, 이륜차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집 하나, 방 8개로”…벌금보다 짭짤한 ‘방 쪼개기’

세입자를 늘리기 위해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방 쪼개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거권 침해는 물론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1일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의 4층 다세대주택. 건축물대장에선 층별 2가구로 신고돼 있었지만, 2~3층엔 가벽이 세워져 각각 4가구씩 거주하는 상태였다. 특히 이곳은 지난 2013년 4월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정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는 23㎡짜리 방에 보증금 1천만원, 관리비 포함 월세 60만원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방이 빠지지 않는 데다 기숙사에서 나온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몰려 원룸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라며 단속에 걸려 들면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가격에 방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귀띔했다. 대학가 주변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단국대학교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의 다세대주택은 한 가구가 살아야 하는 한 층에 복도까지 깔렸고 8개의 방으로 쪼개졌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현관문은 닭장을 연상케 했고 방 하나의 전용면적은 19㎡에 불과했다. 옆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허술한 가벽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경기대학교 인근에 있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5층 건물도 3~5층을 각각 3가구로 쪼개놨다. 1~2층은 용도상 창고로 신고돼 있었지만, 역시 월세방으로 사용됐다. 3가구만 살 수 있는 한 지붕 아래 12가구가 살다 보니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화재 설비가 제대로 구비된 곳은 없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10~12월 도내 다세대주택 등 2천14곳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511곳(1천999가구)에서 방 쪼개기 등의 불법 구조 변경을 적발한 바 있다. 그러나 단속 주체인 각ㆍ시군의 점검은 연 1회에 그치거나, 현실적으로 이행강제금보다 월세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아 불법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법이 적발되면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지만, 월세 수입이 그보다 높으니 방 쪼개기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며 명백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만 단속이 느슨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단속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마다 단속 인력 부족 등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어 지역건축안전센터에 단속 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달라지는 ‘수원역 홍등가’…골목상권으로 탈바꿈

전국 최초로 자진 폐쇄를 이뤄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경기일보 19일자 1면)가 골목상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30일 오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터. 한때 113곳에 달하는 성매매 업소들로 밤낮없이 홍등이 켜져 있던 거리에서 새로운 변화가 포착됐다. 업소들이 들어섰던 건물 78동에서 절반이 넘는 39동의 건물들이 뼈대를 드러낸 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이 가운데 26동은 아예 철거에 돌입했다. 수원시의 소방도로 개설사업으로 14동이 무너졌고, 새 건물로 다시 짓기 위해 12동이 철거됐다. 나머지 13동은 낡은 건물을 안전하고 새롭게 하기 위한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이른바 메인 골목이라 불렸던 골목 중심부엔 부동산이 문을 열었고, 성매매 업소에서 포장마차로의 업종 전환을 알렸던 건물은 이미 철거를 마치고 새로 쌓아올릴 일만 남겨뒀다. 철거와 리모델링 작업이 마무리되면 올 연말부터 사진관과 식당, 카페, 호프, 베이커리 등 각종 매장들이 입점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집결지 일대는 내년 5월까지 정비예정구역으로 유지되며 건축 제한도 풀려 있다. 필지를 합치면 용적률이 올라가는 만큼 매매 논의도 활발하다. 이곳 지가는 집결지 폐쇄 이전 3.3㎡당 1천만원대 안팎에서 최근 1천800만원대까지 올랐으며, 높게는 2천만원 선 이상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경관도 새로워질 준비를 마쳤다. 수원시는 1단계 소방도로 개설사업을 오는 10월 중 마무리하고, 내년 연말까지 2단계 소방도로를 비롯한 제반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또 소방도로를 깔고 남은 잔여지를 활용,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을 오는 12월까지 완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의 매산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에선 집결지 일대 상인회 구성을 위한 컨설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이상 불법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통해 골목상권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수원시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였던 거리가 시민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탈성매매 자활 지원사업에 참여한 성매매 종사자도 10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예산이 9천440만원(인당 최대 2천만원 안팎 지원)에 불과해 단 6명만 참여했지만, 경기일보 보도 이후 수원시의회에서 지난 6월 4억4천만원의 추경 예산을 의결했고, 현재 60명의 여성들이 자활을 진행 중이다. 양휘모ㆍ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4단계? 오늘 물 좋아” 유흥업소 ‘배짱영업’ 습격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배짱영업을 이어가던 유흥주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 27일 오후 10시30분께 경기일보 취재진과 경찰이 도착한 곳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번화가. 수원남부경찰서 풍속팀을 필두로 한 경력 15명은 일사불란하게 도주로를 차단하고, 지하 1층을 급습했다. 이곳은 거리두기 4단계에도 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야간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 가라오케 형태의 룸살롱이었다. 문이 열리자 룸 13곳 중 5곳에서 술에 취한 남녀가 뒤섞인 채 발견됐다. 뿌연 담배 연기 너머 테이블 위엔 양주, 맥주, 과일 안주 등이 마구 널브러진 상태였고, 도우미로 추정되는 여성들은 모두 흰색 와이셔츠를 걸친 차림으로 남성들의 곁에 앉아 있었다. 지하 2층 보일러실에서도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던 남성 2명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파트너로 보이는 남녀들은 각각 여성이 걸치고 있던 셔츠로 얼굴을 가린 채 휴대전화 메모로 진술을 짜맞췄다. 한 40대 남성은 이 여자는 1999년생 ○○○, 우연히 만난 직장동료라며 잡아뗐고, 또 다른 50대 남성은 현장을 촬영하는 취재진을 밀치며 거칠게 반발하다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해당 업소에선 남성 손님 11명, 여성 도우미 11명, 카운터 직원 2명 등 총 24명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또 경찰은 이미 집합금지명령을 2차례나 어긴 이 업소에서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영업이익 14억1천만원에 대해서도 불법수익금 조사를 위해 세무 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날 비슷한 시각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일대 번화가에서도 불금을 즐기던 유흥주점이 덜미를 잡혔다. 신분을 확인한 뒤 비상문으로만 예약손님을 받던 업소였다. 호객꾼은 문제의 업소 인근을 배회하던 단속팀을 꼬드겼고, 손님을 가장한 채 내부로 진입한 경력은 술판을 벌이던 손님과 도우미 등 15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주관으로 벌인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업소는 11곳, 인원은 68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경기남부청은 지난 7월에도 수원ㆍ성남ㆍ화성 등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업소 35곳, 199명을 일제 단속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방역수칙을 위반하며 배짱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들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형사처벌은 물론 영업 증빙자료를 확보해 몰수ㆍ추징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용량 줄였더니 ‘과대포장’…75ℓ 종량제 실효성 의문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지자체마다 75ℓ 종량제 봉투를 도입하고 있지만, 과대포장 탓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오전 5시30분께 수원역 로데오거리. 7년째 폐기물 수거 업무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안재호씨(47ㆍ가명)는 마구잡이로 쌓인 종량제 봉투 더미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75ℓ라고 적힌 종량제 봉투마다 박스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원래 크기보다 1.5배 이상 부푼 모습으로 과대포장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종량제 봉투의 무게는 ℓ당 최대 2.5㎏으로 제한된다. 100ℓ 봉투는 25㎏, 75ℓ는 19㎏을 넘겨선 안 된다. 그러나 안씨가 한 번에 들어올리지 못한 거대한 75ℓ 봉투의 무게를 재보니 26.1㎏으로 측정됐다. 또 폐기물 수거차량의 경로를 따라 이동한 1㎞ 구간에서만 수원시가 지난해 10월 폐지한 100ℓ 봉투 9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100ℓ 봉투를 과대포장 할 경우 30~40㎏은 족히 넘는다. 환경미화원 작업환경 개선에 나선 환경부의 방침에 따라 경기도는 지난해 5월 31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협의에 착수, 종량제 봉투의 용량을 100ℓ에서 75ℓ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부분 시ㆍ군에서 동참하기 시작했고, 이달 기준으로 여주ㆍ이천ㆍ연천을 제외한 모든 시ㆍ군에서 100ℓ 대신 75ℓ 봉투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용량 조정 이후로도 작업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지난 25일 오후 11시께 용인시 수지구의 수지농협 본점 앞에선 박스 테이프로 꽁꽁 싸매인 75ℓ 봉투가 터질 듯한 모습으로 줄지어 있었고, 수지구청 내 쓰레기 배출장에선 지난해 4월 생산을 멈췄다는 100ℓ 봉투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3년간 작업 중 다친 환경미화원은 1천465명으로, 이 가운데 219명(15%)은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다가 관절을 다치거나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지난 2018년 환경부는 해당 조사를 바탕으로 오는 2022년까지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를 9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종량제 봉투 용량 조정도 개선조치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당시 조사 이후 현재까지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실태에 대해 조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자체에 용량을 줄이라고 권고만 했을뿐 별다른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2018년 이후) 실태조사를 집계하지 못했고, 종량제 봉투의 용량을 줄이는 등의 대책이 잘 지켜지지 않는 문제는 최근에야 파악했다며 올 연말까지 지침을 만들어 각 지자체와 협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안산갈대습지 터 잡은 ‘멸종위기’ 삵과 수달

삵과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천혜의 생태계 안산갈대습지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면서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ㆍ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오전 시화호 상류 안산갈대습지 북측 구간에선 삵이 남긴 선명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조류관찰대 내 발소리를 줄이기 위해 깔린 모래 위엔 폭 6~7㎝의 발자국이 빼곡하게 찍혀 있었고, 모래로 배설물을 가리는 고양이와 달리 영역 표시를 위한 삵의 배설물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됐다. 삵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지난 2015년 서울대공원에서 안산갈대습지에 5마리를 방사했다. 야생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방사 2년 만에 로드킬(Roadkill)로 4마리가 숨졌다. 이후 2마리가 추가로 방사된 뒤 가까스로 암수 한쌍이 살아남아 교배에 성공,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18마리가 추가로 번식했다. 현재 총 20마리의 삵 무리가 안산갈대습지에 터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삵뿐만이 아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도 안산갈대습지에 안식처를 마련했다. 물가에 있는 먹이통 주변에는 수달이 몸을 부벼 영역을 표시한 흔적이 선명했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배설한 자국도 쉽게 눈에 띄었다. 지난 1990년대 초 반월저수지에서 2마리가 발견되고 별다른 소식이 없던 수달은 지난 2006년 안산갈대습지의 상류 안산천에서 2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습지 내 8곳에 둥지를 튼 수달은 최소 30마리로 집계됐다.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로, 겨울이면 철새 수십만마리가 무리 지어 찾는 등 천연기념물의 보고(寶庫)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샛강들이 모여 큰물을 이루는 기수지역으로, 원활한 산소 공급을 따라 물고기떼가 모여들며 삵과 수달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터를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삵이 자리를 잡은 뒤로는 철새들을 잡아먹는 등 말썽을 부렸던 들고양이떼가 자취를 감췄고, 수달이 먹다 숨긴 물고기를 삵이 찾아 먹으면서 공생하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이처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안산갈대습지에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는 기수지역은 천혜의 생태계로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간도 땅이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어렵사리 도심 속에 둥지를 튼 멸종위기종을 지켜내기 위해 더 이상의 개발없이 영역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안산갈대습지에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 됐다며 현재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며, 올 하반기 생태조사를 통해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길 건너 2차 가자”...‘선 넘는’ 원정유흥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비수도권에서 원정 술자리를 갖는 등 꼼수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4차 대유행을 끊어내지 못한 정부의 방역 대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거리두기가 처음 적용된 지난 23일 오후 7시께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먹자골목. 이른 술자리를 마친 중년 남성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장호원교 앞에 모였다. 도보 2분 거리의 130m짜리 다리를 건너면 4명이 모여 오후 10시까지 음주를 즐길 수 있는 충북 음성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7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애영씨(58ㆍ여)는 다리 하나만 건너가면 오후 10시까지 술을 마셔도 되니 사람들이 죄다 저쪽(충북 음성군)으로 넘어간다며 바이러스가 경기도에서만 퍼지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방역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정부는 내달 5일까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했다. 4단계가 시행되는 수도권은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은 오후 9시까지로 1시간 단축됐다. 3단계가 적용되는 비수도권에선 시간 구분없이 4명까지 모임이 허용되며 오후 10시까지 식당ㆍ주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리두기가 다르게 적용되는 경계지역에서 술자리 원정을 떠나는 등 방역 꼼수가 등장하고 있다. 오후 8시30분께 평택지역은 이천보다 심각했다. 평택대학교 주변 상권과 소사벌 사거리를 비롯한 번화가에선 초저녁부터 택시들이 몰려 들었고, 기사들은 천안 점프가 가능하다며 승객들을 끌어모았다. 택시에 올라탄 20대 무리의 뒤를 따라 15분 만에 도착한 곳은 충남 천안시의 두정먹자골목. 이곳에서 코로나19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주점마다 굉음에 가까운 가요가 우퍼를 통해 크게 울려퍼졌고, 거리 위엔 개미 떼처럼 인파가 북적였다. 월요일이 주는 피로감도 쏟아지는 빗줄기도 이들을 막을 순 없었다. 평택에서 천안을 찾은 김정윤씨(21ㆍ여)는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인 건데 뭐가 잘못됐느냐며 되레 역정을 냈고, 수원에서 지하철 1호선으로 두정역까지 내려왔다는 안대호씨(24)는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해봤자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건 수도권이니 이곳에서 노는 건 상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한 대형주점은 230㎡ 면적의 공간에 무려 43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음주가무를 즐겼다. 거리두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쉽게 포착됐다. 매장마다 출입문에 수도권 방문자 및 거주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울 것 없이 거리두기를 2개월 가까이 지속하고 있지만, 매일 2천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며 원정 술자리가 만연하게 벌어진다는 건 이미 거리두기를 짧고 강하게 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시간이나 공간을 제한하는 형태의 거리두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단축했지만, 오히려 충청도ㆍ강원도 등 인접지역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스쿨존 ‘주민신고제’ 1년…불법 주정차 그대로

끊이지 않는 스쿨존 교통사고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고자 정부가 주민신고제를 도입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3일 오전 안산 화정초등학교 앞. 3년 전 불법 주차된 차량 틈에서 나온 초등학생이 주행 중이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곳 스쿨존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여전했다. 특히 학교 북측 100m 구간은 보차도 분리마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1대에 달하는 차량들이 마구잡이로 불법 주차된 채 방치돼 있었다. 안산 선일초등학교 스쿨존 역시 지난 2019년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어린이 보행자 2명이 다쳤지만, 학교 부근 80m 내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만 12대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수원 산남초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역시 20대가 넘는 차량들의 불법 주차로 스쿨존이 아닌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학교 동측엔 인도가 없어 차량 사이에서 걸어나오던 초등학생이 달려오는 차량과 부딪힐 뻔하는 아찔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하굣길에 아이를 데리러 온 임지윤씨(41ㆍ여)는 스쿨존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가 없다며 주민신고제를 활용해봤지만 딱히 달라지는 게 없고, 코로나19 이후로는 단속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8월3일부터 주민신고제를 시행했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을 1분 간격으로 촬영, 안전신문고 앱에 신고하면 즉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당초 8만원으로 시작했던 과태료를 올 5월부터 12만원으로 대폭 늘리기도 했다. 도로교통공단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스쿨존 교통사고는 1천485건으로, 이 중 343건(23.1%)이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도내 스쿨존 교통사고로 366명이 다치고 2명이 숨졌다. 시ㆍ군별로는 343건 중 54건(15.7%)이 안산지역에 집중됐다. 또 지난해 8월3일부터 전날까지 1년여간 주민신고제를 통해 접수된 스쿨존 불법 주정차 신고는 411만253건으로, 역시 108만1천42건(26.3%)이 경기도에 몰렸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서울(12.1%)이나 면적이 가장 넓은 경북(3.8%)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 관계자는 보차도 분리를 비롯한 교통 관련 시설물 정비도 단속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법의 강화뿐만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의식까지 개선할 수 있는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신고제의 신고 건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그에 따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관련 단속, 교육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집앞 가득 오토바이…주택가 ‘선 넘는’ 배달업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호황을 누리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모여들며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1일 오전 안양시 만안구의 한 주택가. 빌라 건물 1층마다 배달대행업체 3곳이 연달아 입점한 탓에 폭 3m의 인도 위는 사람 대신 오토바이 12대로 가득 채워졌다. 신속한 출발을 위해 시동을 걸어두니 소음은 물론 매연까지 고스란히 집안으로 선을 넘었다. 무엇보다 업체 사무실에서 불과 열 걸음 떨어진 곳에 어린이집이 있어 야외활동을 나선 아이들은 오토바이가 굉음을 낼 때마다 겁을 잔뜩 집어삼켰다. 점심 때에 다다른 시각, 군포시 산본동 일대 주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금정초등학교를 기점으로 반경 200m 권역에 해당하는 이곳 주택가엔 배달대행업체 5곳이 입점한 상태였다. 배달 주문이 몰려들자 차량 1대도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비좁은 골목 곳곳에서 오토바이가 갑작스레 튀어나왔고, 킥보드를 타던 초등학생과 부딪힐뻔하는 아찔한 장면까지 포착됐다. 딸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학부모 임세영씨(38ㆍ여)는 아이가 집앞에서 노는 것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아직 날이 더워 창문을 열어둬야 하는데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려서 잠을 설치는 날도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다수 배달 업무는 주로 앱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업체들은 최소한의 사무실만 유지하기 위해 상가 대신 월세가 저렴한 주택가로 집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별도의 설립ㆍ허가 기준이 없어 대부분의 기사들은 자신의 이륜차 등으로 개인사업자처럼 영업한다. 업체는 배달 주문을 연계해주는 역할만 맡을 뿐 별도로 기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나 사내 규정 따위는 없는 셈이다. 주택가에서 소음과 매연 피해를 일으키는 데다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며 주민과의 갈등도 격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2월 용인에선 소음을 참다 못한 주민이 오토바이 여러 대에 불을 질러 폭발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택가, 특히 학교나 어린이집이 인접한 경우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며 계도를 위해 현장에 자주 나가지만 오토바이가 자리를 비운 경우가 많고, 지자체는 실질적인 단속 권한이 없다 보니 경찰 등 기관과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륜차 교통사고는 86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특히 경기남부권에 등록돼 있는 이륜차는 31만대로 전국의 6% 수준이지만,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명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경찰은 배달대행업체 성행으로 이륜차 사고가 증가하는 양상에 따라 내달 1일부터 9주간 배달 이륜차 등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배달 이륜차의 통행과 법규 위반이 잦은 187개 지점을 중심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경기남부청 주관으로 일제 단속을 시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륜차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엄중히 단속할 예정이며, 다른 운전자의 법규 위반을 발견할 시 적극적인 공익신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불법 낚시·쓰레기 투기에 황구지천 수달들 떠날라

인간이 저지른 불법 행위로 수달이 사라질까 걱정입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 중인 황구지천 수원구간이 불법 낚시와 쓰레기 투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일보가 19일 오전 수달 생태조사 중인 수원환경운동센터(이하 센터) 관계자들과 진행한 황구지천(수원시 권선구 일원)에 대한 현장 답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불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황구지천교 인근, 농로에서 하천을 잇는 가파른 경사에 자란 수풀 사이사이에는 총 10여개의 빈 플라스틱 생수통이 버려져 있었고, 손바닥 크기의 떡밥통 2개가 하천 인근에 나뒹굴고 있었다. 또 버려진 한 물고기 사체는 코를 찌를 듯한 악취를 풍겼다. 농심교 인근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하천 인근 공터에 버려진 막걸리병 등이 담긴 검정색 쓰레기봉투들 인근으로 수십마리의 파리 등 곤충과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다. 심지어 불에 탄 비닐과 생수통 하나가 땅속에 박혀 있어 하천 오염이 우려됐고 낚시 금지 팻말에도 장시간 낚시 의자가 놓인 곳으로 추정되는 부지 위에 자란 수풀은 마구잡이로 꺾여 있었다.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하천법에 따라 낚시와 쓰레기 투기가 금지된 이곳에서 불법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센터가 수달 조사를 위해 황구지천 수원구간(총 32.5㎞ 중 13㎞) 곳곳에 설치한 총 9대의 카메라에는 하루 평균 최소 10명 이상의 낚시꾼 모습이 포착됐다. 권선구청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90건의 계도작업을 했음에도 이같은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법 낚시꾼들과 쓰레기 무단 투기자들이 야기한 토양 및 수질 오염으로 인해 희귀종으로 보호받아야 할 수달들이 황구지천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수달은 야행성으로 빛과 소음 등 사람의 행동에 민감한 데다 환경오염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은화 센터 사무국장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고자 수풀이 우거진 곳을 서식지를 삼은 수달이 야간 낚시꾼들이 저지러 놓은 불법행위로 서식지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며 관계당국은 해당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선구청 관계자는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황구지천에서 수달이 최초로 발견됐으며 현재 수컷과 암컷, 새끼 등 수달 가족 3마리가 서식 중이다.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감염 두렵지만, 기뻐”… 모처럼 등굣길 아이들 ‘웃음꽃’

코로나가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올 수 있어 기뻐요 경기도내 초ㆍ중ㆍ고교 2학기 개학이 시작된 17일 오전 8시께 용인 서원고등학교 앞.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불구, 교문 앞으로 걱정과 기대감을품은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마스크를 낀 채 최대한 거리를 두고 이동했고 입구에서는 질서정연하게 체온을 측정한 뒤 교실로 향했다. 코로나19 확산세 속 등교인 만큼 교사들의 얼굴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교문 앞까지 나와 아이들을 안내하면서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 등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전체 학생수 1천50명의 서원고는 이날 2ㆍ3학년 학생 700여명 가량이 등교했고 1학년을 대상으로는 원격수업이 이뤄졌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 경기도 내 초교 1ㆍ2학년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고 3학년은 매일 등교할 수 있지만 중학교는 3분의 1, 고1ㆍ2학년은 2분의 1 등교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유증 또는 등교수업이 불안한 일부 학생은 출석으로 인정되는 가정학습으로 대체했다. 2학년 최준서 학생은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가 되면서 혹시 등교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렇게 학교에 올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학교도 선생님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학생들도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3학년 선배들이 모두 백신을 맞은 만큼 나머지 학년에 대한 접종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종원 서원고 교장은 급식을 학년별로 나눠 진행하고 배식장소도 기존 3곳에서 2곳으로 줄였다. 개별 칸막이 설치는 물론 지정석을 운영해 안전성을 높이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안전이다. 안전이 담보된 상태에서 교육과정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수원 가온초등학교도 개학 첫날을 맞아 모처럼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교직원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살피며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이날 가온초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1ㆍ2학년만 등교 수업을 하고 3~6학년은 원격 수업을 진행했다. 한편 정부의 2학기 등교수업 확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정학습을 선택한 한 학부모는 하루에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책도 없이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개학을 했다가 집단감염 사태가 확산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박준상기자

[현장, 그곳&] 호흡 약한 아이 마스크도 못쓰는데… 대기 내내 ‘불안’

호흡이 약해 마스크도 못쓰는 아이 근처에 모이는 모든 사람들이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거리두기 실종이 곳곳에서 포착,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의 감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수원시 권선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 10여개의 소파와 의자에는 대기자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자 착석 금지를 표시하는 스티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영아들 근처로 성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호흡이 약해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아이를 안은 부모들은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석이 된 자리는 어느새 새로운 접종 대기자들로 곧바로 채워졌고, 결국 한 부모는 아이를 안고 내원객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선 채로 수십분 동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23㎡남짓 대기 공간에선 영유아 두 가족과 성인 2명이 소파에 따로 앉아 있었으나 공간이 협소한 탓에 거리두기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일상적인 헛기침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부모들의 반응에 접종자들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자체가 병원 내에서 음용 금지를 권고한 상황임에도, 과천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정수기 사용을 허가, 접종 대기자들이 수시로 마스크를 내린 채 물을 섭취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김상아씨(가명ㆍ31)는 백신 접종자들이 몰리며 평소보다 내원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역력도 약하고 마스크를 쓸 수도 없는 아기를 데리고 병원을 가는 것 자체가 큰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백신 접종자가 16일부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모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존 55~59세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와중에 이날부터 50~54세의 1차 백신 접종이 추가로 시작되면서다. 전문가들은 내원객들이 증가하는 만큼, 위탁 의료기관들이 방역활동을 더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창훈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들이 접종자와 영유아 진료 예약시간 대를 분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무엇보다도 병원들과 모든 환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내 소아청소년과를 포함, 3천500개 병원이 지난 6월 31개 시ㆍ군 보건소와 계약을 맺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안전수칙 무시 건설현장…패트롤카 ‘불시 점검’

뙤약볕이 내리쬐는 11일 오후 1시께 화성시 기안동의 한 건설현장. 폭염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듯한 이날에도 낮 최고기온은 30도, 체감온도는 34도를 웃돌았고 더위를 참지 못한 근로자 10명은 모두 마스크를 벗어던진 상태였다. 연면적 2천㎡ 부지에선 지상 4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축이 한창이었지만, 안전모를 착용한 근로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위험한 장비까지 마구 널브러진 현장의 모습은 안전 베테랑은 현장 정리부터라고 적힌 현수막을 무색하게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경광등을 번쩍이며 패트롤카가 나타났다. 강금식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을 필두로 한 산업안전감독관들이 불시 점검에 나선 것이다. 특별사법경찰단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차량에서 내린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현장 감독을 시작했다. 대형 자재의 이동이나 큰 움직임이 없는 비교적 작은 현장이었지만, 산재 사고의 70~80%가 중ㆍ소규모 현장에 집중되는 만큼 점검반은 구석구석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살폈다. 가장 먼저 걸려든 건 기본 중의 기본 안전모의 부재였고 현장에는 곧바로 전면 작업 중단이 선포됐다. 또 추락사고를 막기 위한 난간의 안전장치가 고작 두 줄로 묶인 로프가 전부라는 점에 대해 시정 권고가 내려졌고, 2~3m 깊이의 개구부에 덮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권병택 경기지청 패트롤팀장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추락사고라며 위험한 장비들이 많은 건설현장에선 높이가 1m에 불과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전국 지방관서에 패트롤카 49대를 도입했다. 패트롤카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산업안전 긴급자동차로, 특사경인 근로감독관의 산재예방 업무 등에 활용된다. 경기지청은 패트롤카 5대를 운용하며 올 상반기 건설현장 178곳을 점검, 161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또 지난 7월부턴 출동 횟수를 주 3회에서 매일로 늘렸고, 7월 한 달간 166곳에 출동해 119곳의 문제를 시정 조치했다. 강금식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건설현장에선 기본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다며 패트롤카 출동으로 안전을 경시하는 산업현장을 엄중하게 관리ㆍ감독하고 산재 예방활동의 현장 대응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현행법ㆍ방역지침 상충에…개문냉방 ‘딜레마’ 자영업자들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도내 상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어놓는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현행법상 불법인 개문냉방과 수시로 환기하라는 방역당국의 상충된 권고를 두고 에어컨 딜레마에 빠졌다. 9일 오후 4시께 수원시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팔달구 인계동 일대. 이른바 인계 박스로 불리는 이곳 인근에선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인계 박스 외곽에 있는 수원시청역 8번 출구부터 IBK기업은행 동수원지점까지 이어진 보행로(직선거리 약 480m) 주변 가게들마다 출입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만 확인한 가게 47곳 가운데 18곳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 중이었다. 같은 날 낮 12시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문구용품 판매점과 종합 소매점, 일반음식점 등 개문냉방 영업 가게 안으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게 업주들은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문을 열어놓고 장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력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개문냉방으로 소비 전력도 심해 전기료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고 부연했다. A 문구용품 판매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장사한다면서 에어컨 4대를 상시 가동하고 있는데 전기요금 폭탄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B 음식점 관계자는 문을 닫아놓으면 손님들이 답답해하고 싫어한다며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와 손님 급감, 전기료 걱정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방역 지침과 현행법상 과태료 처분이 가능한 개문냉방 영업 사이 상충되는 기준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방역 지침과 개문냉방 관련 법이 상충되는 건 맞다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상충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개문냉방 단속이 유예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악취 탓에 잠에서 깨”…열대야에도 창문 못 여는 수원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

지긋지긋한 악취 속에서 더 이상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수원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본보 3월18일자 7면)한 가운데 수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수원시가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오후 8시께 찾은 수원하수처리장(화성시 송산동ㆍ이하 처리장)과 500여m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 진안5통 마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코를 찌를듯한 악취였다. 여기에 은은하게 나는 물비린내까지 더해지자 머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메스꺼움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위를 식혀줄 바람은 반가운 손님이 아닌 냄새 확산을 유발하는 불청객이었다. 27℃의 열대야 현상에도 에어컨 실외기는 꺼져 있는 채 대다수의 주택들은 스며드는 하수구 냄새를 차단하고자 창문을 굳게 걸어둔 상태였다. 진안5통 주민 이문자씨(80ㆍ여)는 한 여름에도 악취 때문에 기본적인 환기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매번 악취를 줄인다고 한 수원시가 하루빨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처리장과 600여m 거리에 있는 화성시 황계동 황계리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위치한 산과 녹지공간에서 퍼져나오는 풀냄새는 악취와 뒤섞여 오히려 더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냄새는 비가 내리면 더욱 악화돼 처리장과 약 1㎞ 떨어진 화성시 송산동 신현대아파트까지 퍼진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앞서 화성시가 지난해 7월 처리장에서 공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악취를 측정한 결과, 희석배수가 기준치 300배보다 두 배 많은 669배로 집계됐다. 이에 수원시는 악취기술진단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올 상반기 나올 예정이었던 용역 업체 조사 결과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보고 받지 못해서다. 수원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용역 결과를 보고받고 탈취기 등 설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인근 주민들의 악취 고통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 처리용량 52만t의 수원하수처리장은 수원시 전역과 화성시 일부에서 발생하는 오수ㆍ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열대야 속 여름 불청객 매미의 습격, ‘잠 못 이루는 밤’

더워서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몇시간 동안 귀청을 때리는 맴맴맴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열대야와 함께 찾아온 여름 불청객 매미 울음소리가 경기도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께 수원시 영통구 벽적골태영아파트 인근 덕영대로 1555번길. 도로 양옆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가 차량 창문을 뚫고 라디오 방송을 방해했다.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웨잉웨잉 거리며 우는 매미 소리에 한쪽 귀를 막고서야 겨우 전화통화가 가능할 정도의 소음 공해 수준이었다. 소음 측정결과, 도로변 자동차 평균(60㎞/h) 주행소음인 67.9dB(데시벨)보다 2.1dB 높은 70dB 수치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의 수면 기준(40dB)보다는 무려 30dB 높은 수치다. 도로와 60여m 떨어진 데다 야간이라 차량 통행이 적은 데도 주민들은 대낮 도로변에서 생활하며 밤잠을 설치는 셈이다. 같은 시각 안양시 동안구 한가람아파트도 매미의 습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밤만 되면 단지 내 나무 곳곳마다 10여 마리가 붙어 동시에 울어대는 탓에 차량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후곡마을 11단지 아파트는 복도식 구조 특성 상 매미 울음소리가 설상가상 복도에 메아리쳐 소음이 가중, 주민들의 평온한 수면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흥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인 정왕동 주민들은 매미울음 소리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민원성 글을 일부 맘카페 등 SNS에 게재하고 있다. 주민 김정태씨(47ㆍ가명)는 매미 울음소리가 마치 누군가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는 것처럼 시끄럽다며 매미가 밤과 새벽 가릴 것 없이 우는 데다 열대야에 창문도 닫을 수 없어 불면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매미가 병해충이 아니기에 방제 작업을 할 수 없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만큼 주민 스스로 수면 부족 극복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 등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면 부족은 혈압 증가 등 대사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2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루 못 잤다고 늦게 일어나면 생활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취침 전 카페인 섭취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수면 부족 극복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벽시간대까지 계속되는 매미 울음소리는 최근 35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열대야 현상 영향이 가장 크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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