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싹 돋아나는 DMZ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때에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남 비방방송을 중단하고 우리 측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화합,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 기쁨을 더해 준다. 분단의 현장인 DMZ 일대에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1972년 7·4공동성명 직후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합의체결 이후 세 번째로 요즘 분위기는 마치 50년간의 뼈아픈 상흔도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을 정도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예정 발표 이후부터 대남 확성기방송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과거와 달리 모두 ‘김대중 대통령’으로 호칭했으며 음악으로 할애했다고 한다. 북한은 또 지난 4월 10일 이후 DMZ 일대 대남 확성기방송과 전단을 통한 비방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것이다. 월북 종용이나 반정부 선동을 부추기기 위해 뿌려온 대남전단 역시 4월 이전 제작된 것만 발견돼 살포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도 하다. 북측 선전마을 앞에 서 있는 구호도 최근 ‘백두광명성’에서 ‘동족상쟁반대’로 바뀌었으며 특히 6월 14일 서해교전 1주년을 앞두고 북한 해군함정이나 꽃게잡이 어선이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올 어떠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화해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군 장병들의 경계태세는 추호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허리를 두 동강 낸 휴전선 철책은 강화도 서해 끝섬 말도에서 시작,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 김화를 거쳐 고성 명호리에 이르러서야 155마일 긴 여정을 마친다. 그 155마일 907㎢의 비무장지대는 역사의 저린 아픔이지만 한편으론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희귀 동·식물이 마음껏 서식하는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아울러 민족의 고귀한 역사 문화 유적지이기도 하다. 대북관계는 그도동안의 경험으로 환상은 금물이지만, 이러한 DMZ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교훈삼는 ‘평화지대’ ‘생태계의 낙원’으로 변모하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민족자존의 감격

남북이 새로운 새천년을 열었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과의 만남과 악수, 그것은 새 역사의 시작이다. 서울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특별기로 1시간이면 갈수 있는 정상의 평양방문이 55년이 걸렸다. 내빈접객에 전례없는 김정일위원장의 공항 직접영접, 숙소까지의 승용차 동승등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호가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것일지라도 그 자리에 두 정상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55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오랜 숙원이었고 이번 방문은 두달전부터 예정된 것이어서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평양서 보여준 두 정상의 만남은 역시 감회가 깊다. 급격한 인식의 변화로 남과 북이 감격적 혼란을 겪고 있으나 이는 민족자존이 감격이다. 아울러 민족자존의 공존공영은 서로 상대를 인정하는데서 비롯된다. 서로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을 굳이 탓할 필요는 없다. 화해와 협력은 공존공영의 요체다.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이 위협만 해소되면 남과 북이 민족번영의 새 장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정치적 분단국이지 인종 종교 언어가 달라 갈라진 분열국이 아니다. 평화통일의 소망이 절실하긴 하나 독일식 통일은 당장 막대한 통일비가 소요된다. 독일은 이미 20조원이 들어가 무거운 세부담에도 불구하고 10조원이 더 소요되는 실정이다. 경제협력을 비롯, 문화 사회 교류 등으로 상호 이질감을 해소해 가는 것이 통일의 길로 가는 순리다. 점진적 제반교류는 남과 북 어느 한쪽만의 이익이 아닌 상호호혜의 원칙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 김정일위원장을 위시한 평양의 김대중대통령 영접분위기는 이같은 교류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일단 볼만 하다. 두 정상은 오늘 단독 및 확대회담 등을 통한 공식접촉에 들어간다. 산적한 남북간의 현안을 하루 이틀새에 다 해결할 수는 물론 없다. 또 회담은 이견이 있기 마련이어서 원래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서 문제를 하나 하나씩 풀어가면 민족번영의 공존공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우리는 김정일위원장의 서울 답방등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희망한다. 텔레비전 현지보도를 지켜본 칠천만 국내외 동포들이 비상한 관심속에 오늘의 회담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강화·주민투표로 해결을

강화와 김포 검단의 경기도 환원문제가 계속 도내의 중요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상기 지역의 경기도 환원을 주장하고 있는 강화·김포 검단 경기도 환원추진위의 활동에 대하여 인천시가 강력하게 비판함으로써 경기도와 인천 등 광역자치단체의 감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이 요구된다. 문제의 발단은 추진위의 활동을 경기도가 뒷돈까지 대주며 조종하고 있다는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 의장의 공동명의 성명서이다. 이 성명서에서 추진위는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활동하며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하여 추진위는 이는 행자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설치조례를 만들어 예산과 인력을 지원 받고 있기 때문에 결코 조종을 받는 단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문제를 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심정은 답답하다. 지난 수년간이 문제가 두 지역에서 중요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없이 갈등만 유발하고 있으니,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과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하여 회의하고 있다. 더구나 관련부서인 행자부는 뚜렷한 의견 표명없이 경기도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요구할 경우에 한하여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더욱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상호갈등만 유발시키는 상황으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문제 해결 없이 갈등만 유발할 경우 이는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경기도로의 환원이나 현재의 행정구역 유지 주장이 모두 지역발전의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느 것이 더욱 지역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한 것이냐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실질적 접근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는 것이 주민투표의 실시이다. 주민의 이해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공정한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주민의 의견은 무엇 보다도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선 경기도와 인천시는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상호 이해를 조정, 이를 실천에 옮길 작업을 추진하기를 요망한다.

평양 정상회담, 역사적 意義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분단 55년, 전쟁 50년만의 역사적인 만남이다. 명실공히 남북관계개선, 민족화해를 위한 실체적 발전의 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당장 통일을 바랄수는 없어도 국제무대에서 동족간에 적대관계를 보이는 부끄러운 모습은 이제 없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동서독과 달라 전쟁을 치른 쓰라린 경험이 있다. 무려 3년여에 걸쳐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상자를 내면서 1천만 이산가족을 냈다. 전쟁재발의 우려를 제거하는 것이 불신을 없애는 첩경이다. 북측 통일기조가 되는 노동당규약 ‘남조선 혁명의 궁극적 해방’ 명시, 사정거리 1천㎞의 노동1호, 2천500t의 생화학무기 비축등은 이점에서 신뢰회복의 걸림돌이다. 진정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은 진정한 신뢰회복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한반도주변의 통일환경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일·중·러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질서에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평화와 교류협력 증진 등에는 적극적이면서도 통일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이에 당사자 해결원칙에 입각, 남북기본합의서 실천이행체제 구축으로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해 나가면서 4자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추어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 평양 정상회담은 한반도문제의 실질적 당사자는 남북이라는 사실을 주변국들에게 인식시켜 주는데 또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1972년 10월 12일 가진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회의에서 7·4 공동성명이 밝힌 3원칙에 대한 해석과 실천방법을 놓고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경험이 있다. 용어 개념을 비약시켜 내정간섭의 빌미로 삼거나 종전의 통미봉남에서 달라진 이번 변화가 불변의 대남전략에 따른 전술적변화가 아니기를 바란다. 평화통일은 실로 절실한 민족적 염원이지만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공존공영은 통일에 버금가는 동포애의 발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공존공영은 동족끼리 21세기 국제사회의 경쟁대열에 공동대처하는 길이기도 하다. 민족손실의 소모적 남북대결은 지난 20세기로 끝내야 한다. 지구촌의 이목이 평양에 쏠려 있다. 두 정상의 만남으로 냉전을 종식, 새로운 화해협력의 시대가 열리기를 세계가 기대하는 것이다. 후일 역사에 길이 평가받는 민족적 경사의 성과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농산물 수송차량 통행료 비싸다

오래전 부터 제기되고 있으나 한국도로공사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남양주시, 양주군 등 시설채소 주산지 농민들이 하루 1∼3번에 걸쳐 판교∼구리간 서울 외곽순환도로와 의왕∼과천선 등을 왕래하면서 내는 통행료 부담이 너무 커 요금 인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례로 남양주시 거주 농민이 수원 농산물 시장에 갈 경우 성남·청계·수원 등 4군데의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고 이에 따른 왕복통행료가 8천200원이나 든다. 다른 경우도 있다. 농장과 구리 톨게이트가 불과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지날 때마다 왕복 2천200원의 통행료를 물어야 한다. 이런 경우는 비단 경기도민 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각처의 톨게이트가 이를 통과할 때 마다 똑같이 겪는 실정이다. 농산물 수송차량 통행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하여 우리는 당연히 인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부터 일반 출퇴근 승용차의 경우 30%나 할인해 주면서 매일 움직이는 농산물 수송차량에는 할인혜택을 전혀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농산물값이 폭락할 때도 매일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고 이에 따른 통행료가 큰 부담이 되는만큼 적어도 50%정도는 내려야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출퇴근 승용차의 경우 지난 1월 10일, 오전 6시30분부터 8시30분, 오후6시부터 8시까지 30% 할인해준데 이어 3월말 부터는 오전 6시에서 9시,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로 시간대를 늘려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수송차량에 대해서는 혜택이 전혀 없는 것이다. 농민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한국도로공사측은 화물차 등 통행료를 인하해 달라는 차량들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농업·농촌문제는 그에 대한 애정과 의지, 100년 뒤를 내다보는 안목 없이는 풀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특히 오늘날의 농민대책은 정치권의 도움이 없이는 농민들의 자구노력만으로 성장을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농산물 수송차량의 통행료 인하와 같은 작은 문제도 당국의 관심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도로공사와 당국이 협의하여 농민들의 민원을 풀어주는 조치가 하루 빨리 시행되기를 바란다.

하루를 왜 못기다릴까

만55년을 기다려왔는데 하룬들 더 못기다리겠느냐고 생각해두자. 1개월, 1년, 아니 무기연기된게 아닌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두자. 북측과의 대화에는 꼭 무슨 엉뚱한 사단이 끼곤 했지만 이번만은 그런 것이 아닌 말그대로 순연이라고 생각해두자. 국제관례상 출발 30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긴급 전언통신문으로 통고한 일방적 연기는 있을수 없는 큰 결례지만 동족끼리니까 그렇다고 접어 생각해두자. 정상회담은 주최측 입장못지 않게 손님측 입장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주최측 입장을 존중해두자. 그동안이면 충분히 준비가 됐을법한데도 아직껏 준비가 덜 됐다고 한다. 완벽한 회담준비를 위한 것으로 보고 준비과정의 기술적 미흡 연기이유를 사실로 믿어두자. 북측의 의전관행이 우리와 다른데 있는 저들의 고충 또한 이해하도록 하자. 정상회담 일정의 하루 순연은 실로 뜻밖이기는 하나 이를 두고 여기서 갖는 이런저런 정치권의 추측이나 억측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혹시 회담의 순연이 앞으로 있을 회담결과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모르는 것이지만 이 역시 두고보기로 하자. 경제재건에 혼신의 힘을 쏟는 북한은 지금 테크노크라트 우위의 시대다. 경제여건의 변화를 1998년 9월 5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8차 헌법개정을 통해 일부 수용한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경제공헌 일꾼을 ‘참된 당일꾼’ ‘진짜배기 혁명가’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테크노크라트 우위에 군부 등 보수세력이 상대적 소외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권력구조상 경제사업 우선에 다른 조짐이 있을 징후는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베이징방문에 이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내달 방북등은 북한의 지금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남북정상회담에 더 큰 이상이 생긴다면 그것은 저들의 예상밖 내부문제다. 우리는 예정대로 회담이 잘 열리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도 회담 순연사유를 그대로 믿고자 한다. 55년을 기다려왔는데 하룬들 더 못기다리겠는가.

낮은 투표율의 대표성?

6·8 재보선의 투표율이 예상대로 지극히 저조했다. 경기·인천 27개 지역에서 구청장(인천시 중구) 1명과 광역 및 기초의원 26명을 뽑는 평균 투표율이 겨우 16%에 그쳤다. 인천시 중구청장 투표율만 34.3%였을뿐 대부분의 지역은 20%를 밑돌았다. 심지어 용인시 수지읍같은데는 선거사상 최저라 할 8.8%에 머물렀다. 선거비로 20억원을 들인 실효성이 의문시될 지경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신도시일수록이 투표율이 낮은 것은 지역 소속감의 빈곤 때문이다. 이들 주민의 대부분은 실생활근거를 서울등 외지에 두고 있다. 소속감 빈곤은 지방자치 활성화에 적잖은 저해요인이 되고 있으나 오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문제점이 아니고 낮은 투표율에 의한 당선이 대표성을 얼마나 지닐 수 있느냐는 것이다. 10% 안팎의 투표율은 거의가 후보자 및 선거운동원끼리의 투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대다수의 일반 유권자들 의사가 배제된게 스스로 투표권을 포기한 것이어서 불가피한 현상이라 해도 대표성에 문제가 전혀 없다할 수는 없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무투표당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후보자가 1인일지라도 투표를 실시, 총선거권자수의 3분의1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되며, 단체장은 득표수가 투표자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돼야 당선인이 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무투표당선을 인정하면서 대통령과 단체장은 이처럼 무투표 당선을 인정치 않는 것은 나름대로 입법취지가 있다. 즉 대통령이나 단체장은 단독기구이므로 무투표당선은 대표성에 문제가 있어 선거를 실시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합의기구여서 무투표당선을 내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기본권 행사의 등가성측면에서 보면 구분하는 것을 옳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역시 독립된 대표성이 요구되기엔 다를바가 없다. 따라서 단체장선거는 단독후보라도 당선에 득표수를 규정하면서 지방의원 선거엔 제한이 없는 것은 모순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10만여명, 1만여명의 유권자수 가운데 수천, 수백표로 당선자를 낸다는 것은 좀 무리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고려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지금같아서는 투표율이 아무리 낮아도 당선자가 나오기때문에 굳이 투표에 참여치 않는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지방의원선거에도 투표율 등에 규정을 두는 것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제고,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수 있다. 앞으로 관계 당국의 깊은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水防당국 그동안 뭘 했나

코 앞에 다가온 장마철을 앞두고 올해도 예외없이 수해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태산같다. 경기일보가 기획 보도하고 있는 ‘수해위험지역 긴급점검’ 시리즈를 보면 수해가 우려되는 위험지역이 여전히 곳곳에 널려 있고, 집중호우 때마다 피해를 보아온 경기북부지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거의 무방비 상태로 우기(雨期)를 맞아야 할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택지개발과 도로 건설을 위해 산을 깎아 생긴 도내 곳곳의 절개지는 급경사로 깎여 있거나 낙석 방지망이 파손된데다 흘러내린 토사로 배수구가 막혀 낙석과 산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공공시설물 옹벽들도 균열돼 지표수 유입에 따른 토압으로 붕괴위험을 안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곳곳의 산림이 훼손된채 민둥산으로 방치돼 있고, 각종 대형 공사장도 수방대책없이 공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96년에 이어 98년과 99년 등 세번씩이나 물난리를 겪었던 연천 동두천 파주 등 북부지역은 제방 곳곳이 지난해 물에 휩쓸려간 상태 그대로이며, 배수펌프장들도 40∼60%만 완료됐을 뿐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겪는 수해를 당국이 충분히 예견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함에도 장마철이면 하늘만 쳐다보며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니 한심하기만 하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지면 앉아서 재앙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기상청은 이달 중순께 시작될 올 여름 장마가 예년에 비해 짧지만 지난해와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고 태풍도 예년보다 자주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각별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수해복구공사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 대형공사장과 택지개발지 등 수해취약지역 및 시설물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한다. 예보된 장마가 며칠 앞으로 닥친 만큼 우선 시급한대로 미처 챙기지 못한 수해우려 지역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여 재난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가용재원과 인력 장비를 최대한 동원, 하수도나 배수시설의 보강손질은 물론 위험축대와 파손된 수문, 무너진 제방보수도 서둘러 마쳐야 한다. 재해가 발생한 뒤에 의연금이나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예년과 같은 재해대책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산농산물 외면하는 단체급식

최근 학교, 직장 등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날이 갈수록 국산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어 농촌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단체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수는 모두 8천285개교로 이들 학교 대부분이 외국산 과일과 채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장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급식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낮은 값을 제시하고 있고 급식업체는 계약을 수주할 목적으로 대부분이 이 조건을 받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급식업체가 수지를 맞추기 위해 식단을 짤 때 가격이 싼 외국산 과일을 납품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과일뿐만이 아니라 도라지, 나물류, 참기름 등 밑반찬용도 외국산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학교단체급식이 수입농산물을 처리해주는 곳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농산물 협정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산 과일이나 농산물을 쓰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학교급식이 수익자부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보다 싼 급식비로 풍성한 식단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장이나 학교운영위원회의 국산 농산물 애용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을 때 학교급식에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릴 수 있을 뿐이다. 학교급식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단체급식 업체에서도 외국산 과일이나 농산물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단체급식 식단의 단골메뉴로 급부상하고 있는 바나나와 오렌지의 수입량이 지난 3월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 이상 많은 2만7천여t이 수입됐고, 바나나는 지난해 동기대비 32%가 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대형 농산물 시장에서 값이 싼 국산 방울토마토 등도 나가지 않는 등 국내 농산물 시장을 대형거래처인 단체급식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급식을 통해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외국산 농산물 맛에 더욱 길들여질 경우 국내 농산물 시장은 갈수록 판로의 문이 좁아져 농가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된다. 특히 경기지역은 과채류 생산농가가 많아 어느 한 품목이라도 수입산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가격하락에 따른 피해 여파가 더욱 크다. 국산 농산물 사용 권고와 이를 위한 생산자 단체 및 당국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잔인한 부모들

우리나라 아이들 5명 중 2명이 부모들의 학대에 신음하고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현상이다. 그러나 통탄스럽게도 사실이다. 최근에 나온 ‘아동학대의 실태와 후유증연구’라는 보고서가 국내 아동학대 발생률이 43.7%라고 발표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와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학대실태를 보면 폭행, 구타 상해 등 신체학대가 23.5%로 가장 심하고 폭언, 악담, 위협 등 정서학대가 19%, 집에 가둬 놓거나 음식을 주지 않은 방임행위가 20.2%, 성학대도 1.1%나 된다. 매맞고 인격적으로 모욕 당하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이렇게 많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어린 자녀를 학대하려면 도대체 왜 낳았는가. 자녀들이 부모들의 화풀이나 분풀이 대상인가. 멀쩡한 부모들이 겨우 걸어 다니는 자녀를 거리에서 유원지에서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구타하기가 일쑤이니 집안에서야 오죽 하겠는가. 지난 달 24일 부모를 살해한 뒤 토막 내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로 구속된 모 대학 휴학생도 알고 보니 어려서부터 부모의 학대를 받았다. 그의 반천륜 행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에 학대받은 분노가 순간적으로 폭발했음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참견하지 말라’는 식의 비상식적인 부모들도 많은 세상을 한탄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학대나 방임행위를 받은 아동들은 ‘발달지연’현상을 보이고 학대받은 아동의 70% 이상은 공격적인 행동과 학습거부, 도벽, 우울, 불안감, 위축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성학대를 받은 아동은 우울증, 야뇨, 퇴행증세가 심각하다고 한다. 오는 7월 1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아동복지법은 신체, 정신, 성적 학대 외에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질병을 치료해주지 않을 경우, 그리고 구걸을 시키거나 아동을 이용해 구걸하는 행위 등도 학대행위에 포함시켰다. 징역, 벌금 등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규정도 들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녀 사랑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당연한 도리를 법으로 규정하는 우리 사회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각성을 호소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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