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인력양성 3만명이 관건이다

정부가 오는 2047년까지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에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민관 합동으로 조성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클러스터는 평택·화성·용인·이천·수원 등에 밀집한 반도체 연관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산업집적단지다.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해 16개의 팹(반도체 생산공장)을 새로 건설한다. 정부는 이런 방안을 통해 향후 20여년간 생산유발 효과 650조원, 직간접 일자리 364만명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이날 발표는 2043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지난해 3월 발표한 대책의 확장판이다. 투자는 전적으로 기업이 한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미 나왔던 내용의 ‘재탕’이어서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용 홍보쇼’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찌됐든 세계 최대·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중요한 것은 투자 속도와 정책 이행력이다. 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 투자 이행은 지지부진하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용수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5년이 지났는데도 착공을 못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대만·미국의 합종연횡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세계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선 ‘초격차’를 벌려나갈 고급 인재가 절실하다. 정부는 학사급 실무 인재를 약 3만명,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약 3천700명 육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현재의 8개에서 18개로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한다. 현재 세계 주요국도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하는 추세다. 우리도 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학금 지급과 취업 보장 등의 특전에도 불구하고 명문대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들마저 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의대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인재를 끌어올 만한 매력적인 방안을 못내놨다. 기존 대학의 증원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실정에서 정부의 인력 양성 방안이 주로 관련 교육기관 확대에 치중된 것도 문제다. 글로벌 반도체 대전 승부수는 ‘인재’다.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에도 민관학이 공조해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 첨단산업 육성은 기술과 인프라, 그리고 인력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

[사설] 반도체 산단, 더 빨리∙더 크게∙더 많이 지원한다

정부가 용인 국가산업단지 개통을 앞당긴다. 2030년부터 팹 1기를 돌릴 수 있게 한다. 절차 축소를 위한 총력전을 시작했다. 올 1분기에 단지 계획 신청을 받는다. 내년 1분기 승인을 하고 2026년 말 착공한다. 단계별로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 산업단지 계획, 실시설계 등의 용역을 통합 발주한다. 예타는 면제다. 해당 부지의 농진 전용 협의는 신청 전인데 이미 시작했다. 신속 보상을 위한 협의체, 환경영향평가 패스트트랙도 만든다. 반도체 제조공장(팹)의 규모도 계획보다 키운다. 당초 5기에서 1기가 늘어난 6기를 배치하도록 토지이용 계획을 마련한다. 산단에 들어가는 용수와 전력 공급 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용인 산단에 필요한 하루 양이 대구시민 240만명 하루 사용량이다. 팔당댐 잔여 용수에 화천댐 용수까지 준비한다. 전력은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량의 4분의 1인 10기가와트(GW)다. 산단 내 액화천연가스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선을 보강한다.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초격차 경쟁’이다. 기술개발, 생산, 판매가 모두 긴박하게 바뀌어 간다. 이런 반도체를 쫓아가는 행정이다. 당연히 ‘초격차 행정’이 돼야 할 것이다. 15일 있었던 ‘민생을 살 찌우는 반도체 산업’ 토론회는 이런 산업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발표된 반도체 클러스터 청사진에서 많이 나아갔음을 분명히 보였다. 다행이고 평가 받을 일이다. 다만 이날 발표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음은 지적하고 가겠다. 반도체 연구·인재육성과 관련된 거점 육성안은 부족했다. 지역이 기존에 갖고 있던 환경에 맞춰 특화했다고 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기업이 밀집해 있는 판교다. AI 반도체 R&D 허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수원은 반도체 관련 대학과 한국나노기술원이 있다.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 지역으로 선정한다고 했다. KAIST 캠퍼스가 추진되고 있는 평택은 인재 양성 거점 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 지역 주민의 기대가 집중된다. 그런데 각각에 정부 역할이 모호하거나 불분명하다. 성균관대·경희대·아주대는 수원에 있다. 서수원에 ‘R&D 사이언스 파크’도 확정된 도시 계획이다. 각 대학의 능력을 집적시킬 수 있는 제도·시설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사이언스 파크 조성을 앞당기고, 관련 기업 유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 이런 역할 설명이 부족했다. KAIST 평택 캠퍼스도 이미 유치된 시설이다. 정부가 새롭게 도울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반도체가 나라를 살린다. 경기도도 살린다. ‘세계 최대’라는 청사진은 이제 됐다. 구체적인 정책을 토론해야 한다. 더 앞당기고, 더 늘리고, 더 지원하는 정책을 말해야 한다.

[사설] 10대가 60대 경비원 폭행, 입건 조사하라

지난 주말 한 영상에 전 국민이 분노했다. 10대 남성이 60대 남성을 폭행하고 있다. 10대 남성은 건장한 체격의 학생이다. 60대 남성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건물 경비원이다. 학생이 경비원을 허리 태클로 넘어뜨렸다. 경비원이 반항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맞았다. 힘 없이 바닥을 끌려다닐 뿐이었다. 누운 사람의 얼굴을 발로 차는 이른바 ‘사커킥’도 날렸다. 결국 경비원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쯤에서 영상이 끝났다. 12일 0시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상가였다. 10대 고등학생의 60대 경비원 폭행이다. 영상 속에는 친구들이 웃는 소리까지 녹음돼 있다. 이들이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영상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까지 했지만 입건은 하지 않았다. 경찰은 “B씨가 폭행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했다”며 “추후 사건 접수 안내를 하고 나서 현장 종결했다”고 했다. 반의사불벌 원칙이다. 일반적인 폭행은 반의사불벌죄 맞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폭행으로 상해가 발생했다면 다르다. 피해자의 뜻과 상관 없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당연히 형사 입건돼야 한다. 영상 속 폭행 장면은 상당히 난폭해 보인다. 크고 작은 상해가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 부분에서 너무 안일하게 사건을 대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더구나 영상 공개 후 일고 있는 국민적 공분을 보면 더 그렇다. 사실 이 짧은 영상의 뒷얘기를 모두 알지 못한다. 영상 촬영자라고 밝힌 중학생의 의외의 주장도 있다. ‘경비 아저씨가 스파링하자고 했다’, ‘(영상) 찍으라고 해서 했다’, ‘(서로) 잘 풀고 갔다’는 등의 얘기다. 다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영상 속 폭행 정도가 ‘스파링’의 정도로 보기 어렵다. 주변 웃음 소리 등도 우연한 촬영이라고 보기엔 어색하다. 몇 해 전 인천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18세 학생이 아파트 공용 공간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경비원이 저지하자 학생이 경비원을 밀치고 볼펜을 던지고 관리사무소 문을 발로 차고 방충망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말리는 경비원들에게 “여기서 일하지 말고 XX 나가. 3년 치 내가 줄 테니까. 5년이든 10년이든 XX 줄 테니까 XX 나가”라고 소리쳤다. 입건은 됐지만 결국 ‘분노조절 장애’라며 넘어갔다. 일단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 같다. 영상 속 장면은 분명히 폭행이었다. 상해가 있으면 입건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징계도 검토해야 한다. 그냥 넘어갈 영상이 아니다.

[사설] 특례시, 핵심 사무 등 실질적 권한 행사할 수 있어야

‘특례시’ 제도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특례시는 광역자치단체인 도(道) 산하의 기초자치단체 중 지방자치법 제198조에 의거, 2022년 1월13일부터 지정됐다. 지방자치법에 의거,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규정하고 있으며, 도내의 수원, 고양, 용인을 비롯해 경남 창원 등 4개 도시가 특례시로 승격됐다. 도내의 경우, 화성시가 100만명 이상이 돼 내년 ‘화성특례시’로 출범할 예정이다. 특례시는 위임사무의 경우 도가 아닌 담당 중앙부처의 감독을 받으며, 행정구조 면에서는 광역자치단체에서 행정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조직·인사·도시계획 등의 분야에서 도지사의 권한 일부가 시장에게 위임된다는 점에서 광역시와 일반시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다. 그동안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비롯한 특례시 시장들은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특례시 설치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이들 4개 시는 각 도시의 사정에 따라 행정서비스를 자체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고, 또한 일부 권한을 이양받았지만 사실상 광역행정을 하는 특례시란 명칭에 걸맞은 권한은 중앙정부나 도에서 아직 넘겨받지 못함으로써 ‘이름만 특례시’뿐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특례시 출범 2년에 다른 성과도 있었다. 2023년 4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전 지방분권법) 개정과 행정안전부의 제2차 지방일괄이양으로 9개 특례사무에 대한 처리 권한이 특례시로 이양됐다. 그러나 특례시가 이양받은 9건의 특례사무는 앞서 2021년 7월 4개 특례시와 행안부로 구성된 특례시지원협의회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 이양 요청한 86건의 특례사무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사무이양에 필요한 인력과 재정 운용의 자율성은 여전히 부족해 특례시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특례시가 행정상 용어의 한계를 벗어나 폭증하는 행정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시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그에 걸맞은 법적 지위와 권한을 가져야 한다. 특례시는 인구, 행정 수요 규모로 따졌을 때 광역단체 수준의 행정을 하고 있지만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도시계획 승인, 산업단지 개발 등 핵심 사무 권한은 중앙정부와 도로부터 이양받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명칭뿐인 ‘특례시’만 주장 말고, 특례시 제도 정착과 특례권한 확보를 위해 ‘특례시지원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명실공히 ‘특례시’의 명칭에 걸맞은 행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설] 경기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성공적 안착을 기대한다

‘경기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가 시작된다. 올해 1천200대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전체 시내버스 6천200여대를 공공관리제로 전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도민 편의를 높일 방침이다. 10일 경기도청에서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출범식’을 가졌다. 버스업계와 노조는 공공관리제 참여를 통한 버스 운행 서비스 개선 다짐이 담긴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형 준공영제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 버스 종사자 처우 개선과 근로조건 개선, 환경 개선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는 경기도와 31개 시·군, 버스회사가 함께 시내버스를 관리하는 경기도형 준공영제다. 버스 운영 수익을 경기도가 거둔 뒤 일정 기준에 따라 업체에 분배해 시내버스에 대한 공적관리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운수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고, 도민 교통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노선은 차량 내외부 디자인이 공공버스 브랜드를 바탕으로 통일된다. 타 시·도를 경유하는 차량은 파란색 도색이, 단일 시·군을 순회하는 차량은 초록색 도색이 적용된다. 도는 제도 시행과 함께 버스업체별 차량관리 실태, 교통사고 지수, 첫차·막차 운행 시간 및 배차 간격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 안전과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버스회사의 경영이 안정되고 운수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민들은 더 친절하고, 안전하고,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버스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관리제가 안착되기 위해선 해결 과제가 많다. 운수종사자 인력 충원, 운수종사자 간 임금격차, 시·군비 재정 부담, 버스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있다. 우선 5천600여명의 신규 인력 조달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운수종사자 간 임금격차도 해결해야 한다.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월 평균임금이 360여만원인데 광역버스는 410여만원이다. 서울시 평균은 420여만원이다. 도비와 시·군비 예산 비율이 3 대 7인데 시·군에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은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시 재정이 제일 큰 관건이다. 버스업체 경영 안정과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선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투입 비용이 2천억원 규모다. 2027년까지 총 1조1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이 큰 문제지만 돈만 쏟아붓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어렵게 공공관리제를 출발시킨 만큼 도와 시·군, 버스업체, 운수종사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성공적으로 이끌기를 바란다.

[사설] 보신탕 불법은 ‘확정 선언’, 지원대책은 ‘논의 시작’

경기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불법이 된 보신탕 업계에 대한 지원책 설명이다. “유예시간이 지난 후부터 바로 단속에 나설 것이며, 육견업계 종사자들과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다”. 3년이 지나면 즉시 단속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지원책은 아직 결정 안 됐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단속은 결정됐고 지원은 결정 안 됐다는 얘기다. 이런 정책 집행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가 하루아침에 적법을 불법으로 바꾼 것인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금지법)이 지난 9일 통과됐다. 법의 목적을 재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제정까지의 과정도 새삼스러울 것 없다. 다수의 여론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렇대도 직격탄을 맞은 식당을 무시할 일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정당한 행위였던 보신탕 영업이다. 행위 자체에 새로운 불법적 요소가 개입된 바도 없다. 여론이 바뀌면서 국가가 ‘불법’으로 바꾼 것이다. 국가에 하소연할 수 있다. 경기일보가 안산시 초지동 안산시민시장을 살폈다. 1997년 개장한 이후 개고기 유통이 활발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급격히 줄었고 이제 두 곳 남았다. 그중 한 식당이 24년째 운영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한참 됐는데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된 9일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법 통과 하루만인 10일 매출이 70% 폭락했다. 화성시, 수원시, 안양시를 둘러본 결과도 같다. 법률이 통과된 자체가 업계에는 폐업 통보가 됐다. 보신탕을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이 유예 기간을 줬는데 3년이다. 이 기간 폐업하고 새로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 식당 하나가 맛집으로 자리하는 데 수년 또는 수십년 걸린다. 몇 대에 걸쳐 만들어진 명성도 있다. 거기에 투입된 유무형의 경제적 투자는 엄청나다. 이런 걸 감안한다고 발표한 게 다양한 지원책 약속이다. 그런데 내용이 없다. 농축산부 관계자 말처럼 ‘이제 논의해 보겠다’다. 혹시 지원책이 금융 혜택을 말하나. 낮은 이자로 창업 지원을 하겠다는 것일 게다. 업계에서는 들은 척도 않는다. 멀쩡한 식당 문 닫게 하고 빚 얻어 쓰라는 게 무슨 대책이냐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얼마나 싼 이자에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세부적 지원책은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가가 책임질 보신탕집 지원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개 식용 논란이 아니다. 특정 직업군의 생존권 문제다.

[사설] 미끄럼방지 포장도로 노후화, 결빙사고 위험 부른다

교통안전을 위해 시공한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노후화 등으로 차량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도로 위에 시공된 ‘논슬립 페인트’, 일명 미끄럼방지 페인트가 벗겨지고 갈라진 곳에 눈비가 스며들어 얼면서 교통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끄럼방지 포장은 차량과 도로 간의 마찰을 유발해 차량 속도를 자연스럽게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주로 선형 불량구간, 교차로 진입부, 긴 내리막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에 미끄럼 방지 포장재를 시공한다. 스쿨존이나 노인보호구역 등에도 한다. 도로 위에 붉은색으로 칠해 시각적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한 지 오래돼 표면이 닳아 없어진 미끄럼방지 포장재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다. 포장 부분이 깨져 있거나 움푹 파이는 등 노후화 현상으로 눈이나 비가 올 경우 수막현상을 일으켜 더 미끄럽기 때문이다. 마찰력이 떨어져 결빙 교통사고에 훨씬 취약하다. 본보 기자가 도내 현장을 직접 찾았다. 군포시 대야동의 어린이집 인근 미끄럼방지 포장도로는 붉은색 페인트가 거의 다 벗겨져 나간 상태였다. 갈라진 포장재 사이로 눈이 녹아 수막이 생겨 자동차들이 속도를 줄이면서 주행을 했다. 근처에 내리막길이 많고 어린이집이 있어 주민들은 운전할 때마다 주의하는데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별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 수원시 장안구 금당로의 미끄럼방지 포장도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사가 심한 120여m 구간에 미끄럼방지 포장재가 깔려 있지만, 깨지고 갈라진 데다 표면이 닳아 미끄러져 추돌사고라도 날까 걱정하는 시민들이 많다.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노후한 상태로 방치돼 제 기능을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눈비가 내린 후 얼기라도 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져 없는 것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후화로 마모 상태가 심한 곳은 빨리 보수해야 한다. 실제 한파와 폭설에 차량 추돌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결빙 교통사고’의 76%가 12~1월에 집중됐다. 결빙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1.5배 정도 높다. 미끄럼방지 시설의 주요 기능은 마찰계수를 높여 제동거리를 짧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마모된 상태가 지속되면 제 역할을 못해 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만으로 안 된다.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결빙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교통량이 많거나 오래된 도로일수록 마모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철저한 점검과 보수가 절실하다.

[사설] 미성년 출입 룸카페, 강력 처벌이 답이다

취재진이 룸카페 실상을 둘러봤다. 수원특례시의 한 룸카페다. 내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무인 운영 중’이라는 안내문만 있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방을 예약해 봤다. 계산까지 다 끝냈지만 나이와 신원을 확인할 절차는 없었다. 3.3㎡ 크기의 방이 10개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창문이 있지만 부직포로 가려졌다. 방 안에는 매트리스, 베개, 담요가 있었다. TV도 있었다. 완벽한 숙박시설이다. 룸카페는 청소년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청소년출입금지업소로 결정 고시돼 있다. 업주들이 출입시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룸카페가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키오스크 결제 방식이다. 방을 예약하고 계산하기까지 나이 확인 과정이 없다. 업주도 당연히 청소년 출입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 사실상 눈감고 아웅하는 것이다. 출입 제한의 의지가 안 보인다. 단속을 해야하는 행정·사법기관이 내놓는 변명이 천편일률적이다. ‘너무 많아 관리하기가 힘들다’, ‘신·변종 룸카페가 너무 많다’. 과연 이걸 납득할 만한 핑계라고 봐야 하나.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처벌받는다. 담배를 판매하는 가게는 룸카페보다 훨씬 많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해도 처벌받는다. 술을 판매하는 식당·주점의 수도 헤아릴 수 없다. 그래도 담배·술 판매는 엄격히 단속된다. 실질적 효력도 발휘하고 있다. 룸카페도 그러면 된다. 청소년들의 여가 생활을 과하게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 룸카페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심각성을 말하는 것이다. 한 남성이 SNS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를 룸카페로 데려갔다. 거기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또 다른 남성도 룸카페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 이런 ‘룸카페 성범죄’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고소 또는 고발로 이어진 형사사건의 경우만도 이 정도다. 당사자들 사이에 묻혀 버린 성범죄 등 탈선 현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경기도가 단속에 나선 적도 있다. 지난해 2월 한 달간 해당 업소를 뒤졌다. 청소년을 출입시킨 행위 8건, 관련 내용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 23건을 적발했다. 충분한 적발이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가능성만으로 불법 업소 취급한다’는 업주들의 하소연도 일리는 있다. 그래서라도 위법 발견 시 추후 엄한 처벌이 더 절실하다. 청소년에게 담배 팔면 문 닫는다. 청소년에게 술 팔면 형사처벌 된다. 룸카페 청소년 출입도 그렇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룸카페에서의 발생하는 일부 미성년자 탈선과 범죄. 교육과 선도의 한계를 넘어섰다.

[사설] 대학 무전공 입학, 기초학문 외면 등 부작용 최소화해야

주요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에서 ‘무전공 입학’을 대폭 확대한다.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입학 정원의 20% 이상, 2026년에는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선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인센티브(약 4천426억원)도 준다. 대학별로 76억원에서 155억원의 국고 지원을 한다니 외면하기 어렵다. 이에 주요 대학이 무전공 입학 도입을 서두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내년 입학 정원의 11%가 넘는 400명 규모의 학부대학 출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양대는 정원 250명의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한다. 경기도내 대학도 무전공 입학 신설 및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9~2011년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했던 아주대, 10여년 전 자유전공제를 폐지한 성균관대도 다시 자유전공 입학생 선발을 논의 중이다. 올해부터 학부내 전공선택 자율화를 도입한 경기대도 무전공 입학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본인 적성과 무관하게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공없이 입학해 일종의 숙려기간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공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과 칸막이를 허물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취업이 잘되는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문사철’ 등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취업이 어려운 학과는 폐과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인문계열 학과의 폐과·통폐합으로 많이 쪼그라든 상태다. 비인기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초학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전공 입학 학생들의 커리큘럼 운영도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무전공 입학 도입을 교육부가 서둘러 시행하는 것에 곳곳에서 우려를 표한다.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선발 인원수를 줄이거나 모집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학생들이 쏠리고, 해당 전공의 교수와 실험실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성적순으로 전공 선택을 제한했다. 준비 없는 시행이 또 실패를 부를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교육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교육부가 인센티브를 내세워 대학을 줄 세우려 한다거나, 등을 떠미는 형식으로 무전공 입학을 추진해선 안 된다. 대학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사설] 1천300만 경기도에 소아응급센터 1곳, 말이 되나

대표적인 소아응급질환은 발열, 소화기 증상, 호흡기 증상 등이다. 성인에게는 가벼울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에겐 치명적이다. 한밤중 펄펄 끓는 아이를 안고 뛰는 게 부모다. 이때 생명의 희망을 넣어주는 곳이 병원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대표적인 희망이다. 365일 24시간 소아 응급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성인 응급실과 구분되는 별도의 소아 전담응급실도 갖추고 있다. 연령별 의료 장비와 전담 의사도 배치돼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렇게 지정된 의료센터가 10곳이다. 서울 3곳, 인천 2곳, 대구·세종·경기·충남·경남 각 1곳이다. 경기도는 분당차병원 1곳이다. 의료 시설의 수요자는 환자다. 잠재적 환자의 크기는 해당 인구로 측정될 수 있다. 경기도의 18세 이하 소아 청소년은 2022년 기준 218만여명이다. 서울이 117만여명이고 인천은 44만여명이다. 서울과 인천을 합친 것보다 경기도의 소아 청소년이 많다. 그런데 경기도에 응급센터는 1곳뿐이다. 복지부가 2곳을 추가로 지정할 방침이다. 경기도가 추가 지정에 대한 건의서를 올렸다. 그런데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서도 행정 전반을 지배하는 기계적 국토균형발전론이 작동한다. 충북·전남·강원 등이 아직 없으니 이들 지역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경기도가 우선 순위에서 밀릴 것 같다”며 인정한다. 충북·전남·강원에 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줘라. 동시에 경기도에도 최소 1개 이상 추가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구 절벽에 매달려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대한민국 출산율은 꼴찌다. 합계출산율 평균이 1.63명인데 우리는 0.92명이다. 모든 지자체의 당면 목표는 출산 장려다. 인천시가 ‘1억+아이드림(i dream)’ 정책을 발표했다. 1억원 전부가 신설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기존 지원금액 7천250만원에 인천시의 보완 지원금액을 합친 금액이 1억원이라는 뜻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비슷한 장려금을 주는 지자체는 여러 곳이다. 정부 차원의 출산 장려 예산은 더 천문학적이다.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280조원이나 쏟아부었다. 범위를 확대해서 계산하면 실제 38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2023년에 파격적인 출산 지원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교육교부금 중 11조원 정도를 출산 장려 예산으로 돌려 쓰는 방안도 거기 있다. 그런데, 병원 하나 더 지정하는 게 어렵나. 아이 들쳐 업고 한 시간씩 내달리는 경기도 환경을 그냥 둘 것인가. 서울 3곳, 인천 2곳인데 경기도는 1곳인 이유? 설명이 되나. 아이 생명을 담보하는 의료체계 구축은 백가지 출산장려 정책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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