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여기가 ‘명품’ 아파트

지난달 22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 안내문이 게시됐다. 암에 걸린 경비원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자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는 “2016년부터 오랜 시간 우리 아파트를 위해 애써주신 A 보안대원님이 2월22일 혈액암 진단으로 항암치료를 위해 2월까지만 근무하게 됐다”며 “대원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힘든 시기에 도움의 손길로 희망을 드리고자 십시일반 마음을 모으려 한다”고 쓰였다. 모금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됐다. 생활문화지원실(관리사무소)과 경비원 사무실로 가구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성금이 몰려들었다. 100만원을 선뜻 낸 가구도 두 곳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은 금액은 총 1천만원으로, 전액 A씨에게 전달됐다. 이에 A씨는 아파트 게시 공간에 감사의 마음을 자필로 써서 전했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치료 잘 받고 완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안부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입주민 모든 분과 각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겠다”고도 했다. A씨는 곧 입원해 항암치료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은 해당 아파트를 방문했던 배달 기사가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하다가 본 수원의 명품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게시 공간에 적힌 글을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이 게시물에는 “900세대도 아닌 90여 세대에서 1천만원이 모이다니”,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A씨가 꼭 완쾌해서 약속대로 안부 인사를 하러 오길 바란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비원 폭행·갑질 기사만 보다가 이런 소식 보니 훈훈하다”는 댓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실제 입주민의 폭언·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일명 ‘갑질방지법’이 2022년 2월부터 시행됐지만 갑질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에어컨 없는 관리사무소가 있다. 그래서 암에 걸린 경비원을 돕기위해 나선 수원영통하우스토리의 주민들 선행이 더 감동이다. 아파트는 98가구로 작지만, 진정한 명품아파트다.

[지지대] 이젠 사과도 금값?

주부들이 장 보기를 꺼리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설 명절 이후에도 심상찮아서다. 사과가 특히 그렇다. 지난 1월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과일 값 오름세 탓이 컸다. 물가 당국의 분석이다. 사과에 이어 귤까지 뛰면서 과일 물가는 2월에 41.2% 상승했다. 32년여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 체감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가 과일 직수입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 값 상승률(41.2%)이 지난 1991년 9월(43.9%)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사과는 지난 1월 56.8% 오른 데 이어 지난달은 71.0% 뛰었다. 원인은 이상 기온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로 풀이된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감소한 데다 여름철 집중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사과와 대체재 관계에 있는 다른 과일 값까지 치솟았다. 겨울철 수요가 증가하는 귤은 지난 1월에도 39.8% 올랐다. 노지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78.1% 급등했다. 배(61.1%)와 딸기(23.3%) 등 다른 과일 값도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재정 지원’ 카드를 꺼냈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한다. 13개 과일, 채소에 납품 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과일 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수입 과일이 국산 과일 수요를 분산시킬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삶이 힘들다면 시장에 나가 보라던 어느 철학자의 말씀은 수정돼야 한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주름살은 펴질 기미가 없다.

[지지대] 야당의 정체성

후안무치(厚顔無恥·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 철면피(鐵面皮·쇠로 만든 낯가죽.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부름).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이다. 정치권에 이토록 혐오감을 느낄 때가 있었나? DJ는 동서 화합을 위해 계보정치를 스스로 끊었다. 포용과 화합의 신념이다. 하지만 오늘날 야당은 DJ의 시대정신을 죽였다. 사법리스크를 막고 방탄국회를 만들기 위해 ‘비명(非明)횡사’에 현역을 컷오프, 공천 내분을 자초한 제1야당.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장관의 신당 창당. 당 대표 선거에서 돈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옥중 창당’을 선언했다. ‘조·송’ 신당 창당 명분은 ‘독재정권 종식’, ‘검찰 해체’. 미뤄 보건대 자신들의 범죄를 검찰독재 시대의 산물로 여기는 듯하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8조 1항에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규정했다. 재판 중인 범죄 혐의자라도 피선거권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창당은 권리다. 그러나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법률심인 3심(대법원)에서 뒤집힐 일은 극히 드물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 의원직을 상실, 복역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금배지를 달려는 불순한 목적이 뻔히 보인다. 롤모델은 이재명 대표. 무려 9개 혐의로 기소됐거나 수사 중이지만 여전히 거침없고 위풍당당하다. 최근 정당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46.7%, 더불어민주당 39.1%(리얼미터). 한국갤럽도 국민의힘 40%, 민주당 33%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밖이다. 야당이 정체성을 찾아야 할 이유다.

[지지대] 광교산 개구리와 도롱뇽 떼죽음

사람으로 치면 사촌간이다. 물과 뭍에서 모두 살 수 있는 양서류 족속이다. 개구리와 도롱뇽 얘기다. 피부가 투과성이 있어 독소가 쉽게 흡수된다. 생존을 위해선 깨끗한 물이 꼭 필요하다. 먹이를 구하고 숨을 쉬고 번식할 땅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연못, 호수 및 개울 등지에서 서식한다. 녀석들이 생존을 시작하는 공간도 물이다. 이후 녀석들은 물 근처 잎이나 기타 식물 등지에 알을 낳는다. 도롱뇽 중 일부 종은 알이 부화할 준비가 될 때까지 등에 알을 싣고 다닌다. 다양한 기후와 서식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온도 규제한다. 외부 온식 동물이다. 독특한 생식 전략도 눈길을 끈다. 개구리는 알을 덩어리로 낳는다. 포식자들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도롱뇽은 물 근처 잎이나 기타 식물 옆에 알을 낳는다. 역시 포식자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꼼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 광교산에서 개구리와 도롱뇽이 떼죽음 위기(경기일보 4일자 6면)에 처했다. 광교산 통신대길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서다. 녀석들은 본격적인 산란기를 맞아 알을 낳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가 콘크리트 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백 마리가 젖은 낙엽 속에 파묻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콘크리트 배수로 안에는 인근 습지로 가지 못한 채 갇힌 개구리와 도롱뇽이 급하게 산란한 알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개구리와 도롱뇽이 매년 2, 3월 찾아와 알을 낳는 공간이다. 지난해도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양서류 수십 마리가 빠져 죽는 일(경기일보 2023년 9월25일자 6면)이 발생했다. 시는 양서류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칩을 맞아 들리는 소식이 우울하다. 개구리와 도롱뇽과 더불어 살아야 할 까닭은 차고 넘친다. 이 녀석들과의 공존 여부가 곧 환경오염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가짜뉴스로 돈벌기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뒤섞이고 거짓이 진실을 가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기 힘들 정도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정보는 활자를 넘어 영상 이미지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요즘 유튜브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한 명이라도 더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구독자 수는 곧 돈이 되기 때문에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시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얼마 전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한국축구 대표팀 내부 불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 선수에 대한 가짜뉴스 영상이 유튜브에 범람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한 제작자들이 2주 만에 유튜브 광고 수익으로 7억원을 벌어들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유해 영상 콘텐츠를 식별·분석하는 스타트업 파일러는 3일 “축구 국가대표팀 내 충돌이 처음 보도된 지난달 14일 이후 약 2주간 195개 유튜브 채널에서 이강인을 주제로 한 가짜뉴스 콘텐츠가 361개 게재됐다”며 “해당 영상의 총 조회 수는 6천940만회로, 7억원 정도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가짜뉴스 영상들은 자극적인 제목과 미리보기 이미지(섬네일)로 조회수를 끌어올렸다. 구독자 6만명을 보유한 ‘오늘 이슈’ 유튜브 채널은 지난 19일 ‘(속보) 이강인 280억 계약 해지, PSG 서울스토어 전면중지 확정! 열받은 구단주 이강인 2군행 발칵!’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조회 수가 50만을 넘었다. 이 채널은 2주간 해외축구 가짜뉴스 관련 영상 26개를 게재하며 330만회 넘는 조회 수를 얻었다. 수익이 수천만원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측은 가짜뉴스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가짜뉴스로 구독자와 조회 수를 높이고 광고 수익을 올리는 채널이 계속 느는데, 유튜브는 적발된 경우에 한해 광고를 붙이지 않는 정도의 조치만 하고 있다. 영상을 내리거나 비공개 처리에 소극적이다. 유튜브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짜뉴스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가짜가 돈이 되는 세상, 이를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지지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마크 맨슨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유튜버다. ‘신경 끄기의 기술’ 등 4권의 자기계발서를 집필했고, 유튜브 구독자가 144만명에 이른다. 맨슨이 지난 1월22일 유튜브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제목으로 24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한국 얘기다. 그는 한국인의 불안감과 우울증, 자살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언급하며 “무엇이 한국을 ‘최악의 정신건강 위기’로 몰아가는 걸까. 그것을 알아보려 한다”고 했다. 그는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공동체 등 장점은 사라지고, 유교문화의 나쁜 점과 물질주의 등 단점만 남은 자본주의가 한국인의 우울증을 부추기는 요소”라고 했다. 한국을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골병 든 나라로 진단했다. 한국이 행복하지 않은 건 국제지표에서도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0년간 1위이고, 노인 빈곤율·자살률도 계속 1위다. 취업, 결혼, 육아, 사교육비, 직장생활, 내 집 마련, 노후생활, 부모 봉양 등 뭐 하나 만만하 게 없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경쟁이 우울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추락했다. 영국 BBC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록적인 한국의 저출산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갖지 않는가’라는 인터뷰 기사에서 독박 육아와 비싼 집값, 사교육비 등을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올해 신입생이 전혀 없는 한국의 초등학교가 157개교에 달하는 사실을 심층 보도했다.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걱정되는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게 뭐가 있나 싶다. 위기감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방치, 방관은 안 된다. 맨슨은 한국인의 강점으로 회복력을 꼽았다.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니 다행이지만,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지지대]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걱정

“전세보증금 못 돌려받을까봐 걱정이에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학원은 어딘지...”. 본보의 K-ECO팀 기자들이 시흥시 정왕동에서 만난 주민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들의 고민이지만, 이러한 고민이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정왕동에서 만난 주민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 그러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걱정’, ‘집 걱정’, ‘사교육 걱정’ 등 여느 한국인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사는 ‘같은 사람’이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의 수가 75만명에 달한다. 이미 우리는 ‘동네 이야기’를 할 때 외국인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기조 속에 인구 부족에 따른 노동력 감소, 지역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시흥시 정왕동의 경우 한국계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최근 5년 사이 외국인 주민 수가 18%가량 급증했는데, 이 기간 정왕본동은 2천272개였던 사업체가 3천647개로 증가했고, 종사자 수 역시 8천240명에서 9천396명으로 늘어 지역경제가 활력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현장을 둘러보니 해당 지역의 원룸은 공실을 찾아보기 어렵고 1억원 넘는 권리금이 붙은 점포들도 상당했다. 중국인들이 없는 정왕동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한국인만으로는 지역사회가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이제는 외국인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고민과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 출발은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에 있으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출발선에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주민이라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지지대] 중국의 펑차오 시스템 소환

혼란의 시대였다. 숱한 인명이 이념의 잣대로 스러졌다. 1960년대 중국 대륙이 그랬다. 동네마다 마을마다 태풍이 불어닥쳤다. 이른바 문화혁명의 시작이었다. 당시 저장성의 한 농촌에선 이런 일도 벌어졌다. 주민들이 불만이 있는 이웃을 감시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경찰(공안)을 대신한 상호감시체제였다. 그들은 조용하면 치안이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성공적인 사례로 중앙에도 보고됐다.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가능했다. 마오쩌둥 주석이 극찬했다. 1963년이었다. 그 마을의 이름은 펑차오(楓橋)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같은 치안 방식을 마을의 이름을 붙여 ‘펑차오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요즘 이 시스템을 소환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펑차오 시스템으로 선정된 기관·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들에게 더욱 분발해 평안한 중국을 건설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 공산당의 공안기관 지휘 사령탑인 중앙정법위원회도 가세했다. 전국 104개 기관·단체를 이 시스템으로 선정했다. 런민일보는 최근 이 소식을 1면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올해는 마오 주석이 펑차오 시스템을 강조한 지 60년째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마오 주석 시대에 탄생한 펑차오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60년 전의 치안관리 방식을 복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차 저장성 방문 당시 사오싱시의 펑차오 전시관을 찾아가 펑차오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펑차오 시스템은 1960년대 대중 동원 방식이다. 대중에 의존하며 국가의 모순을 위로 넘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구조다. 중국 공산당은 모순을 해결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씁쓸하다. 디지털 시대인데도 중국의 통치 방식이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어서다. 아무리 곱게 봐도 펑차오 시스템은 뜬금없는 이상한 복고풍인데 말이다.

[지지대] 딥페이크 기승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SNS에서 한참 돌아다녔다. 40여초 분량의 영상에는 윤 대통령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 저 윤석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념에 매달려 대한민국을 망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고백한다. 이 영상은 가짜다. 대선 후보 시절의 연설 영상을 부분부분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안다. 영상 제목에 ‘가상으로 꾸며본~’이라는 자막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진짜인가? 의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지만, 얼굴만 보면 대통령과 꼭 닮아 국민들이 속을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딥페이크’ 영상은 “명백한 허위 조작”이라며, 국민을 호도할 우려가 커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영상’이라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접속차단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다. 조작 영상이 단순 풍자이고, 영상에 ‘가상’이란 표시가 돼 있어 괜찮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가짜 뉴스인 만큼 더 이상 유포되지 않게 하는 게 맞다.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인 딥페이크 게시물이 활개를 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9일부터 16일까지 딥페이크를 이용한 선거운동 행위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게시물을 129건 적발했다. 선관위는 상대 당 후보가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 참석한 듯 이미지를 합성하는 등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조롱하는 영상물을 모두 삭제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딥페이크물을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할 수 없다.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5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딥페이크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가짜 이미지와 영상이 선거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게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지지대] 일자리 찾는 70대

지난해 전국 만 65세 이상 택시 기사는 모두 10만7천800여명이다. 법인·개인 택시를 합친 숫자로 전체 택시기사의 45%에 이른다. 4년 전인 2019년(8만2천900명)과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이런 가운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19년 14.4%에서 2022년 17.3%로 늘었다. 지난 5년간 운전 미숙으로 판단할 수 있는 차량 단독 교통사고 사망자 30% 정도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였다. 운전을 하려면 인지능력, 주의력, 공간 판단력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기능이 저하돼 사고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제도를 강화하려 하지만, 택시업계는 면허권 박탈이 ‘생계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많다. 70세 이상 연간 고용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70~74세 고용률은 39.9%, 75세 이상은 24.3%였다. 75세 이상 고용률 산출은 지난해 처음 했다. 70세 이상 취업자는 2018년 121만9천명에서 지난해 184만9천명으로 51.6%(63만명) 증가했다. 취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가 ‘생활비’ 때문(52.2%)이란다. 그것도 젊은층이 기피하는 소위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을 중심으로 고령층 노동자가 많다. 과거와 달리 자식에게 재정적으로 기대기 어려운 점, 의료기술 발달로 신체적 건강 수준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지만 씁쓸하다. 70세 이상 고용률이 높아진 것은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데 반해 노후 대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1위다. 일본(20.2%)·미국(22.8%)의 두 배 수준이고 회원국 평균치(14.2%)의 세 배에 가깝다. 칠순이 넘어서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거나, 일터로 내몰리는 노인들. 허드렛일을 하며 저임노동에 시달리는 노인들. 이것이 한국 노인의 서글픈 현주소다.

[지지대] 독도강치 멸종사

동해 바다에 수만 마리가 서식했다. 적어도 19세기 후반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와 멸종위기에 처한다. 일본이 마구잡이로 잔인하게 잡으면서다. 일본은 당시 독도를 자국 영토에 편입시켰다. 전담 회사도 꾸렸다. 그리고 독도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1972년이었다. 1994년에는 사라졌다. 독도강치의 멸종사다. 바다사자과 강치속에 속하는 바다 생물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면서 어패류를 잡아먹었다. 수명은 20년 남짓이다. 몸 길이는 2.5m가량으로 수컷은 몸무게가 490㎏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선 독도강치로 불리지만 정식 학명은 잘로푸스 야포니쿠스(Zalophus japonicus)다. 일본은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우기며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2월22일은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정한 ‘다케시마의 날’이다. 이런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을 맞아 독도강치를 활용한 홍보를 더 강화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마네현은 지난 2006년부터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독도에 관해 어떤 부분을 왜곡하는지 조사하고 대응하기 위해 최근 시마네현청 2층 ‘다케시마 자료실’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로 지난 몇 년간 방문하지 못했는데 독도강치를 활용한 홍보가 더욱 강화된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독도강치를 활용해 스티커나 인형, 종이접기 등으로 ‘다케시마의 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일본이 독도강치를 활용해 또다시 만행을 단행했다. 가죽과 기름을 얻고자 불법으로 독도강치를 포획해 멸종시켰다. 그리고 되레 캐릭터로 부활시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들의 역사 왜곡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지지대] 고래 싸움에 쓰러지는 환자들

결국 8천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7천813명은 현장을 이탈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숫자가 1천2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형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이다. 일각에서는 작금(昨今)의 의료계 파업이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재앙이다. 두 명의 골리앗 싸움에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것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피해 접수가 늘어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58건으로 집계됐다. 수술 취소, 진료예약 취소, 진료 거절, 입원 지연 등이 포함됐다. 이 수치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지만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성빈센트병원과 아주대병원을 ‘뺑뺑이’ 돌아도 의사가 없어 결국 자식의 수술을 진행하지 못한 부모가 울분을 토했다. 또 응급실 ‘전화 뺑뺑이’에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하던 80대 환자가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기사회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모든 싸움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의료계 파업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사람의 목숨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현장을 지키면서 대표자들이 정부와 싸우면 환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일반인들이 우군(友軍)이 돼 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딱 반대 상황에 처한 의료계라고 보면 된다.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명제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의 대의명분을 덮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싸움에 시간은 의료계 편이 아님을 직시하자. 의료계의 고충도 알겠다. 그래도 돌봐야 할 환자가 우선이지 않을까.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지지대] ‘나라 밖’ 우리 문화유산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 중인 직지(直指)는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선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이다. 일본 덴리대 도서관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작이다. 이들 문화재의 공통점은 모두 나라 밖에서 떠돌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 땅을 떠난 문화유산이 24만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등 문화재당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지구촌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은 모두 24만6천304점이다. 나라별로는 일본이 가장 많아 10만9천801점으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미국 6만5천355점(26.5%), 독일 1만5천692점(6.4%), 중국 1만3천10점(5.3%), 영국 1만2천805점(5.2%), 프랑스 6천511점(2.6%)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이들 문화유산이 우리 산하를 떠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서구 열강 침탈이나 일제강점기 등을 겪으면서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 등으로 유출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도자나 회화, 공예품 등을 여럿 수집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 나라 밖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 당국은 주요 문화유산 환수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지난해는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병풍식 지도첩인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모두 1천550점(1천83건)이 국내로 돌아왔다. 이 가운데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미국인 게리 에드워드 민티어씨와 메리 앤 민티어씨 부부가 기증한 옛 그림과 책, 사진 등 1천516점이 포함됐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모두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늠름하게 설 수 있다.

[지지대] 기후 정치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월드투어 도중 미국프로풋볼 슈퍼볼 경기를 보려고 전용기를 이용해 수십t의 탄소를 배출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스위프트는 지난 11일 일본 공연을 마치자마자 약 8천900㎞를 이동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경기장에 도착했다. 연인 트래비스 켈시가 속한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스위프트가 전용기 사용으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 미국까지 이동한 거리와 다음 공연지인 호주까지 이동할 거리를 합치면 약 2만2천㎞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위프트가 팰컨900 제트기를 타고 도쿄에서 라스베이거스, 멜버른까지 이동한다면 약 29시간 비행으로 8만800갤런(3만3천311ℓ)의 연료가 소모된다”고 비판했다. 배출 탄소는 90t으로 추산됐다. 스위프트는 2022년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유명인, ‘기후 악당 1위’로 꼽혔다. 그해 전용기를 170회 사용해 탄소 8천293t을 배출했는데 1인당 평균 배출량의 1천184배다. 기후 악당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 사람을 뜻한다.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기후 악당 국가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 불명예도 안았다. 4·10 총선을 앞두고 ‘기후유권자’들이 나섰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기후정치시민물결’이 지난 14일 올해를 ‘기후정치’ 원년으로 선언했다.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은 문화·예술·종교·과학·환경 분야를 대표하는 73인이 공동 제안했다. 이들은 “22대 국회 임기인 2024년부터 2028년까지는 인류가 기후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 결정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기후위기는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식량·식수난, 산불·폭염·홍수, 팬데믹 같은 재앙이 더 심각해지는 재난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손 놓고 있자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이번 총선에 정당과 정파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 의지 있는 정당과 정치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지지대] 억대 출산장려금

국가소멸 위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들 웃음소리 듣기가 쉽지 않다. 문 닫는 학교도 늘었다. 지난해 전교생이 60명 안 되는 초등학교가 전국 6천175개교 중 1천424개교(23.1%)로 집계됐다. 초중고교에서 입학생이 ‘0명’인 학교는 2천138개교로, 전체 학교의 17.6%나 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꼴찌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추정됐다.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자녀를 채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5년 이후 380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충북 영동군도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20년 넘게 유지한 6만명대 인구가 무너진 경남 거창군도 출생아 1인당 1억1천만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다. 기업들도 아이 낳는 직원에게 출산장려금을 주고 있다. 부영그룹은 통 크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준다. 부영은 지난 5일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했다. 1억원 지급은 기업 최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부터 첫째 500만원, 넷째 3천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준다. 한미글로벌은 셋째 출산 시 조건없이 승진을 시킨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신자가 첫째를 낳으면 200만원, 넷째를 낳으면 1천만원을 준다. 민간기업의 출산장려금 지원은 바람직하다.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까지 확산되면 출산율 상승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산지원금 기부면세 제도 등으로 기업이 적극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출산율 제고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많다. 현금까지 주면 더 좋겠지만, 맘 편히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 돌봄과 키움·교육까지 지원해주면 금상첨화다.

[지지대] ‘제7광구’의 역설

그땐 그랬다. 금방이라도 원유가 펑펑 솟구칠 줄 알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지독한 가난에서도 벗어날 것만 같았다. 필자는 당시 군대에서 두 번째 휴가를 나왔다. 1980년 이맘때였다.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라디오에선 매일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제7광구~”. 첫 구절부터 똑부러졌다. 가슴도 설렜다. 가수 정난이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 실렸다. 산유국의 꿈이 담겼다. 크게 히트했다. 제7광구 얘기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륙붕 제7광구다.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화두는 박정희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법 판례상의 ‘대륙 연장론’에 입각해 제7광구에 영유권을 선언하고 개발을 도모했다. 하지만 일본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영유권 문제를 잠정 보류하고 50년간의 기간을 설정해 공동 개발키로 협정을 맺었다. 1978년 발효돼 2028년 6월 종료되기로 예정됐다. 제7광구는 한일공동개발구역과 겹치는 해역이다. 북동 중국해 북단이고 일본과 가깝다. 한국 전체 면적의 82%에 달할 정도로 넓다. 한국과 일본 간 관할권 분쟁이 있는 유일한 광구다. 숫자도 행운을 뜻하는 ‘7’이다. 이런 가운데 제7광구가 한일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의 뜨거운 감자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신 보도가 그렇다. 최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다. 가미카와 요코 외상이 무소속 오가타 린타로 의원의 협정기한 만료에 대한 질문에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일본이 제7광구 독자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솔솔 흘러나왔다. 제7광구 대부분이 일본 쪽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다. 협정이 만료되려면 4년이 남았지만 영 개운치 않은 까닭이다. “제7광구~”라고 외치는 선율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데 말이다.

[지지대] 비례대표 결정 방식

4·10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후보자 공천 심사를 진행 중이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거판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데 아직 선거구와 선거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선거제도는 선거구제와 대표 결정 방식의 차이로 구분된다. 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몇 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지에 따라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로 구분된다. 선거를 통한 대표 결정 방식은 크게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더불어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세우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별도로 실시해 의석을 배분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과 비례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이 각각 국회에 입성한다. 이 경우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지 못한 소수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의석수 총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정당의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의 득표율에 100%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인 데 반해 정당 득표율에 50%만 연동했다는 점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 한다. 비례대표제는 사표 발생을 줄이고 소수파의 의석을 보장해 거대 정당의 독점적 의회 지배를 막고 의회 구성을 다당제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비례대표제가 특정 정당의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지지대] 설에 호텔을 찾은 중국인들

중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설날인 춘제(春節)는 최대 명절이다. 비공식적으로 춘제를 전후해 보름 정도 쉰다. 최근 증국에서 특이한 풍속도가 생겨났다. 춘제 연휴 기간 고향은 찾지만 집 대신 호텔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호텔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춘제 연휴 기간 호텔 예약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보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중국 여행 플랫폼에 따르면 춘제 연휴 기간 도시의 호텔 예약건이 지난해보다 3.2배나 늘었다. 정월 초이틀(음력 1월2일) 예약건은 전체의 70%가량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대형 호텔 체인인 화주그룹의 통계도 마찬가지다. 춘제 연휴 기간 호텔 예약건도 지난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취안저우, 하얼빈, 샤먼, 뤄양, 류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투숙객도 크게 늘었다. 지방 중소 도시 호텔들도 예약이 평소보다 증가했다. 이 같은 풍속도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족들과의 생활습관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물론 여행이나 관광 목적일 수도 있다. 고향에 가더라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집에 들어갈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호텔에 묵는 경우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구습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혼한 여성은 친정에 돌아와 섣달그믐(설날 전날)을 보낼 수 없어 인근 호텔을 이용한다고 한다. 사라져야 할 낡은 풍속이 많은 중국인들을 춘제 연휴 기간 호텔로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공부·업무·혼인 상태 변화에 따라 어디에서 새해를 맞을지는 이제 중요한 가정 의제이자 사회적 어젠다가 됐다. 이 같은 사례와는 다르겠지만 국내에선 설이나 추석 연휴 때 해외 여행을 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혹시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신 풍속도가 찾아오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지지대] “국가 책임” 판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지난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없다’며 기각했던 1심 판결을 뒤집어 선고했다. 8년 동안 이어진 항소심 끝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 등이 이 사건 화학물질(PHMG·PGH)에 대해 불충분하게 유해성 심사를 했고, 그 결과를 성급하게 반영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고시했다. 이후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안전성을 보장한 것과 같은 외관이 형성됐고, 이 때문에 화학물질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수입·유통돼 지금과 같은 끔찍한 피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는 가습기살균제 미신고 사례를 포함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2만명이 사망하고 95만명이 폐질환을 비롯한 건강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화학물질 참사다. 법원은 헌법상 국가 책무에 따라 국민의 건강·생명·신체를 지키기 위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은 경우도 국가배상법 제2조의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도 국가의 책임이 거듭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0-2부는 지난 7일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가족 등 55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 책임을 물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일부 생존자들의 후유장애도 인정해 배상액을 높였다. 4월이면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가습기살균제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 판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생존자와 유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악습이 되풀이될지 안타깝고 답답하다. 정부는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사회적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

[지지대] 대한체육회의 ‘위험한 발상’

대한체육회가 국가 올림픽인 전국체육대회의 종합순위 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사회에서 이를 위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64년 이어져 온 방식을 바꾸려는 이유가 궁색하기만 하다. 매년 우승 경쟁을 하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상위권 고착으로 타 시·도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체육대회는 세부 종목별 1∼6위 입상 선수에게 점수를 차등 배점하는 ‘100% 확정 배점’ 방식을 이어왔다. 그런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상위권을 양분한다며 방식을 변경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방식에 지방자치단체 예산 대비 시·도체육회 예산 비율, 인구 대비 등록선수 비율, 시·도 팀 유지율을 점수로 바꿔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순위 방식을 변경하면 지방체육의 균형 발전과 전문체육의 활성화 효과를 거두리라는 분위기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세계 어느 종합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순위 결정 방식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체육회는 2001년 개최지의 득점에 기록종목 10%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다. 100m 달리기를 하며 개최지를 10m 앞에 놓고 경기를 하는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외적인 점수를 더해 순위 방식을 바꾸려 대한체육회가 나서고 있다. 이에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아예 개최지에 우승을 만들어 주는 게 낫다’는 조롱 섞인 말도 나온다. 전문체육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 정신을 대한체육회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다. 핸디캡을 주고도 경기를 하는 생활체육적인 발상이다. 진정으로 전문체육 발전을 원한다면 가치 없는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올림픽에서 정상을 다투고 아시안게임서 중국이 독주한다고 순위 방식을 바꾸지는 않는다. 메달을 못 땄다고 체육발전을 포기하는 국가는 없다. 순위결정 방식 변경이 오히려 발전보다는 퇴보의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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