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여느 해보다 참 많은 땀을 흘렸다. 폭염도 대단했지만, 그 위세에 뒤질세라 지난 6월부터 100일간 민생탐방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 동냥을 다녔기 때문이다.민생탐방은 초선 때부터 늘 해오던 연중행사지만, 이번은 좀 특별했다. 정기국회를 앞둔 석 달여 간 주민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지역현안 및 여론을 정확히 청취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하는 원 스톱 의정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산이고 시장이며 각종 단체에서 건설현장까지, 최대한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려 애를 썼다.이 같은 민생탐방의 최대 매력은 생생한 바닥 민심을 샅샅이 훑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오르던 등산로에선 새벽운동 나오신 어르신들의 건강한 목소리가 전해진다. 하산 길 허기를 채우러 들른 재래시장에선 정감어린 상인들의 목소리가 반긴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 취업 걱정에 한 숨이 앞서는 젊은이들, 또 취약계층의 간절한 목소리는 내리쬐는 태양만큼이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날수가 더해질수록 주민들의 희로애락은 나의 것이 되고, 어느새 나는 그들 속으로 녹아들어가 아들이, 동생이, 삼촌이 된다.대체로 정치인을 보는 민심은 추상(秋霜)같다. 형식적인 인사치레 이면엔 날선 불호령이 숨어 있다. 정치에 대한 오랜 불신이 가져온 결과다. 어쩌면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에서 국민을 섬기라는 국민의 기본적인 바람을 우리 정치가 그간 간과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러한 국민적 요구가 직접적인 표심으로 나타난 게 지난 62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이었다. 민심은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 정치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선거운동 방식은 일종의 새로운 선거운동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 하다.상황이 이렇자 여의도에선 그 어느 때보다 지역구행 러시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민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근자의 두 선거에서처럼 정치를 보는, 또 정치인을 판단하는 국민들의 잣대는 한층 정교해졌다. 중앙과 지방 권력에 여야의 힘을 나눠 실어 견제와 균형 원리를 우리 정치에 적용시키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나,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가려내는 국민의 눈은 한결 매서워졌다. 어쭙잖게 유행 따라 나섰다간 왕년의 유행가 한 자락이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그렇다면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무엇일까? 지난 100일 간의 장정을 통해 내린 결론은 진심어린 소통이다. 소통의 시작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과 국민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찾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더 낮게, 더 가까이에서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돌이켜보면, 지난 여름 하루 한 말씩 흘렸던 땀 속에서 천 섬, 만 섬의 가르침을 얻었다. 그것은 유수의 정치철학자 강연이나 정치학 서적으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정치학개론이자 정치의 실제이다. 민생탐방의 흔적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넘기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두 어머님의 이름을 찾아냈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짜리 노점을 꾸려가며 이혼한 큰 딸의 아이까지 키우고 있는 문 모 어머님(61세). 그리고 소사 깡시장에서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홀로 과일 좌판을 하며 하루 5만 원 가량을 벌어 가신다는 이 모 어머님(74세). 두 어머님은 관리비 연체와 보증금 인상 등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지경에 있다.민생 속 정치란 바로 이런 분들의 주름살을 펴드리는 게 아닐까. 길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악물고 해요. 서민들 좀 먹고 살게 해줘요. 마음이 뜨끔하다. 차명진 국회의원(한부천 소사)
오피니언
차명진
2010-08-31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