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행정1부지사의 페이스북에서다. 박수영: 손톱밑 가시는 국민이나 기업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비교적 작은, 그러나 당하는 사람은 생존이 걸린 아픈 규제다. 푸드트럭, 외국인 근로자 등록 등 생중계된 토론에서 제기된 규제들이다. 이 규제는 공무원들이 작심하고 달려들면 대부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감사원 감사다. 규정이 좀 애매해도 국민이나 기업이 편하게 해 주자고 하면, 담당직원의 반응은 대개 감사 때문에 안 된다이다. 덧붙여 이런 얘기도 한다. 경제투자실장으로 일하던 2010년. 흙먼지만 날리던 판교 테크노밸리를 지금처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 땅을 분양받은 기업 컨소시엄의 지분변동을 허용해 줄 때도 그랬고, 기조실장으로 일하던 2011년 지금은 활발해진-그러나 당시는 역시 흙먼지만 날리던-한류월드 땅을 되찾아 올 때도 그랬다. 담당직원들은 감사 받을 걸 걱정해서 그냥 소송으로 가자고 했었다. 4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송에 맡기자고 했었다. 현장 공무원들의 의견이 따라 붙었다. 김수열(안산시청 산업지원본부장): 현장에서 기업애로 사항 해결을 위해 일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특혜 시비로 실무자가 징계를 염려하여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이지요. 감사방법에 혁신해 주어야 긍정적ㆍ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백광학(수원시청 보육 아동과 과장): 제가 일하는 보육아동 업무도 감사원, 상급기관 감사 많이 의식합니다. 행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황선구(경기도 한류월드사업단 단장): 한류월드 1구역의 경우 일방해제가 소송으로 갈 걸 알면서도 소신과 적극 행정이라 판단하고.... 매수인 측과 합의해제 했다는 이유로 지난 연말부터 3개월도 넘게 감사를 받았고...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하지만 우리 한류 월드 사업단 직원들 모두는 1구역 합의 해제를 큰 성과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박 부지사가 글을 올린 건 22일이다.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공무원의 자세를 언급했고, 덩어리 규제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도 얘기했고, 수도권 역차별에 대한 사례도 언급했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댓글은 하나같이 감사(監査)로 모아졌다. 수원시, 안산시, 경기도 공무원이 모두 같은 의견을 얘기했다. 규제 개혁이 성공하려면 감사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틀 전 청와대 끝장 토론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얘기다. 박 부지사, 황 단장, 김 본부장, 백과장의 대화에 숨김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감사에서 해방되겠다는 얄팍한 안일함이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 그야말로 개인적 공간에서, 그러면서도 모두에게 공개되어도 좋은 방식으로 그들은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다. 대통령이 주재한 토론장에 장관은 있었지만 이런 현장 공무원은 없었다. 칼럼에 네 사람의 말을 되도록 고치지 않고 줄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적기로 한 이유다. 도정을 총괄했던 임창렬 전(前) 지사도 같은 말을 한다. 규제 개혁이 성공하려면 감사 관행이 고쳐져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감사원 때문에 몸보신 합니다. 감사가 국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원 폐지 수준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회계감사만을 전담했던 심계원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책 감사는 총리실에 맡기면 됩니다. 모든 걸 쥐고 있는 이런 감사원이 외국에 있는지 찾아보세요. 나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경기도내 공무원 몇이 참여한 규제 개혁을 위한 페이스북 토론회. 여기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감사 개혁의 필요성. 이 작은 토론회와 소박한 결론이 잊을뻔 했던 규제 개혁의 필요 조건 하나를 얹어줬다. 맞다. 감사원과 감사를 바꿔야 한다. 각종 규제를 감사의 무기로 삼고 있는 관습(慣習)부터 고쳐야 한다. 수도권 정비법이 32년 해 묶은 규제이고, 개발제한구역이 43년 해 묶은 규제라면, 암행어사 감사는 600년 해 묶은 규제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규제(規制) 없애려면 감사(監査)부터 바꿔 주십쇼] 김종구 논설실장
오피니언
김종구 논설실장
2014-03-26 19:49